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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178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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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외음부 세정제와 질 관련 건강식품 등 각종 제품에 대한 이해도다. 2020년 11월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외음부 세정제 사용 경험 및 몸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외음부 세정제에 대한 주된 정보 출처는 SNS, 유튜브, 블로그, 사용 리뷰 및 후기 등이 39.2%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지인, 친구, 가족 추천이 27.4%, 방송 매체가 20%를 차지했다. 반면 의사나 약사의 조언은 6.3%, 논문이나 공신력이 있는 기관 자료, 학술자료의 사용률은 0.8%로 대비됐다.
이를 다시 말하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허위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성 청결제를 사용하면 질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광고가 대표적이다.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적발한 여성 건강제품의 온라인 허위·과대광고 사이트의 94%는 살균, 소독, 면역력 강화, 세균 감염 예방, 가려움 억제 등 허가받지 않은 의학적 효능을 강조하며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한 인플루언서는 외음부 세정제를 판매하며 “미백, 생리불순 해결. 산부인과 갈 일이 없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최예훈 색다른의원 원장은 “질은 무색무취의 신체 기관이 아니다. 여성의 질 내 환경은 PH 4.5 정도의 약산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이 정상이다. 다만 분비물이 과도하거나 불편함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우 청담산부인과 원장도 “여성 세정제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이 아니다. 가볍게 외음부를 씻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고, 잦은 사용 또한 질 내 환경을 약화할 수 있다”며 “외음부 미백 역시 기능성 제품만으로 뚜렷한 효과를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질 유산균’을 비롯한 건강식품은 어떨까. 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여성의 질에는 유산균과 유해균이 공존한다. 유익균인 유산균이 감소하고 유해균이 많아질 경우 질염 등 여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조병구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공보위원은 “현재까지 질 내 직접 주입하는 영양제는 권장할 만한 것이 없으며, 유산균의 경우에도 일부 효과가 검증된 제품에 대해 구매 복용하도록 권한다”며 “제품 선택에 있어서는 반드시 전문의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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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제품이지만 모든 여성이 이를 달갑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학생 김미주씨는 “남자친구와의 관계 후 질염이 생겼는데 해당 여성이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는 식으로 결론을 짓는 광고에 거부감이 들었다”며 “분명 주 소비자는 여성인데 가끔 누구를 위한 광고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여성을 조이는 코르셋 같다”고 지적했다.
홍보와 마케팅에 스며든 혐오와 차별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유명 온라인 사업가는 자신의 SNS에서 “수축까지 도와줘 ‘밤의 여왕’이라 불린다. 집 나간 남편도 돌아온다”고 여성 질 관련 제품을 홍보하다 뭇매를 맞았다. 한 누리꾼은 “선정적인 문구로도 모자라 남성을 위해 여성의 질을 수축하고 하얗게 만들어야 한다는 선입견까지 남겼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박초희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박씨는 “우연히 여성 성기를 두고 오징어에 비유한 광고를 보고 분노했다. 여성에게는 언제나 향기가 나야 한다는 성차별적인 인식이 깔린 전형적인 여성혐오적 광고가 아닌가. 꽃이나 디퓨저도 아닌데”라고 꼬집었다. 박민혁씨 역시 “여성의 성기를 두고 화장을 하듯 예쁘게 관리해준다는 외음부 세정제 광고는 애교더라”며 “레깅스 패션이 인기를 끌자 득달같이 나오는 ‘Y존 지방 흡입 수술’ 광고를 보고 기함했다. 대체 어디까지 예뻐지길 바라는 것일까”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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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가수 이효리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주도로 태교 여행을 온 코미디언 홍현희가 노란색 마사지 오일을 건네자 “질 세정제야? 그렇게 생겼는데 아니야?”라고 물은 뒤 “질이 나쁜 말이냐. 질은 코나 손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효리와 달리 대다수의 여성 세정제와 질 건강제 광고는 여성의 성기를 부끄러워해야 할 무엇으로 표현한다. ‘소중하고’ ‘쉽게 오염되며’ ‘냄새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여성의 외음부를 ‘관리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김제이 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는 “여성의 몸은 순수하고 순결해야 한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그릇된 생각”이라며 “생리대가 하얗게 표백되어야 한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여성 세정제를 쓰지 않으면 불결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통념이 상업적으로 표출된 셈”이라고 말했다.
외국의 상황도 다르진 않다. 미국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와 산부인과학회가 “질에는 자연적 자정기능이 있다. 인공세정제 등으로 자주 씻으면 균형을 깨뜨려 유해세균 과다증식과 효모균 감염을 초래한다”고 경고하지만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페미닌 케어 프로덕트(Feminine Care Products)’라는 이름으로 여성 세정제가 판매된다. 홍보 수위와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성에게 국한된 제품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25년간 산부인과 의사로 일한 젠 건터 박사는 지난해 한 여성용품 전문 브랜드가 10대를 대상으로 외음부 세정제를 판매하는 것을 보고 “왜 10대들이 외음부 세정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남성에 대비하기 위해서? 그들이 더러우므로?”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외음부 세정제를 비롯한 각종 여성 제품 시장이 성행하며 여성의 생식기를 표현하는 용어에 깔린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지영 창원대 교수는 “‘T존’ ‘Y존’ 등 여성의 성기를 명명하는 방식도 여성의 성기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비천한 일, 부끄러운 일, 남사스러운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며 “동시에 이런 제품들은 보이지 않는 부위도 항상 예쁘고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을 여성들에게 안겨준다. 이는 여성의 성기는 언제든 더럽혀질 수 있다고 보는 순결 이데올로기를 반영한 것이자 이 사회가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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