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접하게 된 ‘수상한 그녀’ 예고편. 주름 한줄 없는 처녀가 할머니처럼 뽀글 머리를 하고 선글라스를 낀 젊은 청년에게 한마디 한다. “오밤중에 뭔 시커먼 걸 뒤집어 쓰고 XX이여” 그 처녀가 다음 장면에서 하는 말은 더 충격적이다. “남자는 그저 처자식 안 굶기고 밤일만 잘하면...”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을 보면 영화 줄거리가 대강 짐작 간다. “그려. 그 아가씨가 내 아가씨고, 바로 자네 어머니여” 70대 노인이 20대 몸으로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재밌게 그려낸 이 영화는 상영 내내 나를 배꼽 빠지게 웃기고 또 훌쩍 거리며 울게 만들었다. 가족들의 결정으로 인해 요양원에 들어가게 된 ‘오말순’ 할머니.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청춘 사진관’에서 본인의 영정 사진을 찍고 20대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할머니는 좋아했던 배우 ‘오드리 햅번’을 생각해서 ‘오두리’라는 이름으로 젊었을 적 꿈인 가수가 되기를 결정한다. 본인이 친할머니라는 것을 숨긴 채 손자와 함께 밴드를 결성하고 한승우 PD의 도움을 받으면서 가수의 꿈에 점점 다가가지만 오두리는 교통사고를 당한 손자를 살리기 위해 다시 70대 노인인 오말순으로 돌아가게 된다. 오말순으로 다시 돌아가고 자신의 꿈을 이루게 도와준 한승우 PD를 바라보며 잠깐이었지만 ‘달콤했던 기억’이라는 추억으로 간직하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오말순이 홀로 한승우를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오두리가 한승우와 함께 행복해 했던 추억을 뒤로하고 오말순으로 돌아가 다시 한승우를 바라보는 장면은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슬픔과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안타까운 상황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이 장면을 보며 치매로 인해 나를 기억하시지 못하고 돌아가셨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아서였을까? 울지도 않고 애처롭게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서 바라봐야만 했던 오말순의 모습은 나를 알아보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는 할머니를 그저 지켜봐야만 했던 나의 모습과 겹쳐졌다. 또한 영화 속에서 가족들이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내려는 장면은 지난 날 치매에 걸려 거동이 불편하셨던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보냈던 모습과 비슷했다. 가족들의 결정으로 본인이 요양원에 갈 것을 알고도 괜찮다면서 그 순간에도 손자, 손녀들의 끼니를 생각하는 오말순의 모습은 할머니께서 나에게 ‘밥 굶지 말고 꼭 챙겨 먹고 다녀라’라고 했었던 말을 떠오르게 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영화였다. 좋아했던 배우들이 멋지게 연기를 했고,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내 개인적인 과거 일화들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 주인공들을 과거로 돌아가게 하지 않고 현재를 살게 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