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구름을 탓하지않는다
☞ 산행일자: 2022년 07월 23일
☞ 산행날씨: 하루종일 짙은 안개와 높은 습도...바람한 점 없는 날씨
☞ 산행거리: 도상거리 24.9km / 10시간 50분 소요
☞ 참석인원: 나홀로 산행
☞ 산행코스: 저수령-용두리 갈림길-촛대봉-안부-투구봉-안부-조망바위-시루봉-안부
1,085.2m봉-배재-무명봉-안부-유두봉-싸리재-폐헬기장-무명봉-안부
쉼터-안부-암봉-무명봉-흙목정상-폐헬기장-암봉-997.8m봉-NO165송전탑
서낭당-안부-무명봉-뱀재-폐헬기장-1,061.5m봉-안부-솔봉-안부-무명봉
모시골갈림길-쉼터-안부-1,026.0m봉-안부-쉼터-묘적령-절골갈림길-안부
조망바위-절골 갈림길2-안부-조망바위-묘적봉-안부-안부-돌탑-1,187.4m봉
안부-쉼터-안부-조망바위-조망바위-헬기장-안부-도솔봉-안부-조망바위-안부
이정표-안부-암봉-안부-조망바위-삼형제봉-안부-안부-1,252m봉-쉼터
흰봉산 갈림길-1,249m봉-이정표-1,149m봉-폐헬기장-무명봉-안부-추모비
폐헬기장-안부-묘지-죽령
☞ 소 재 지: 경북 예천군 효자면(舊상리면) / 영주시 봉현면, 풍기읍 / 충북 단양군 대강면
2주만에 산행을 나선다.
지난주에 모친 기일이라 형제들과 아들을 데리고 고향(경남 의령)을 가는 바람에
산행을 못했더니만 1주일내내 컨디션이 엉망이다...물론 지인들과 주중에 한차례
라운딩을 갔다오긴 했지만 13년째 매주 산행을 하다시피 한 탓에 범여의 몸뚱아리는
이제 산에 대한 모든것으로 셋팅이 되어있고 濕에 베어있는 모양이다..
지난주에 모친의 기일이고 토요일 저녁이 부친의 기일인데 며칠 상관이라 도시에 사는
동생들의 편의를 위해 長兄께서 부모님의 제사를 한번에 하는 바람에 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산행을 나서려니 좀 찜찜하긴 하다.
지난 몇년간 코로나로 인해서 가족끼리 모이지도 못했고, 더군더나 수술후 기저환자로
변해버린 내 몸뚱아리로 인해 불효아닌 불효로 늘 맘이 불편했는데 올해는 맘이 편하다.
더군더나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끔짝하도 챙기는 아들이 동행하여 운전을 해주니
그저 고맙고 대견하기만 하다.
아들아!...뿌리없는 나무가 어디 있느냐...조상을 잘 모셔야 복을 받는거야.
이번주 일요일에는 짧게 대간 한 구간을 하려고 했는데 구라청의 예보로는 일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구나...믿어야하나 말아야 하면서도 믿는게 구라청의 일기예보이다.
하는 수 없이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에 산행을 하기로 하고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이맘때쯤이면 소백산 능선에 있는 도솔봉 근처에 다른 곳에서는 보기가 쉽지않은
솔나리, 외솜다리, 자주꿩의 다리가 滿開해 있을 느낌이 들어서 이곳을 가보기로 한다.
이곳은 예전에 비해 청량리에서 안동까지 새로 생긴 중앙선 ktx로 인해 접근이
용이하다...그래서 당일 산행으로 2구간 거리인 것을 부지런히 걸으면 좀 늦긴해도
한번에 끝낼수 있을 것 같아서 단양까지 가는 ktx 첫 차를 예매한다.
발걸음이 느려서 산악회를 따라 나섰다가는 늘 일행들에게 민폐라 나서기가
쉽지않다...산악회를 따라가면 경비가 훨씬 적게든다...그래서 기왕 나서는
김에 경비를 좀 줄이긴 위해서 당일 산행의 두 구간을 한번에 하기로 하고,
야생화가 눈 앞에 아른거리긴 하지만 내 체력으로는 산행과 야생화 촬영을
하기위해 무거운 대포카메라(dslr)는 焉敢生心이라 눈으로만 감상하기로 하고
가벼운 똑닥이 카메라를 준비하고, 베낭을 챙긴 다음 잠자리에 든다
오늘 산행구간의 지도
청량리역(05:45)
집에서 버스를 타고 청량리역 앞에서 내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거버와 음료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역으로 향한다.
청량리발 → 단양행 열차표
06시 정각에 안동으로 향하는 ktx 열차를 타자마자 깊은 잠에 빠진다.
얼마나 깊게 잠이 들었던지 원주와 제천은 언제 지나왔는지도 몰랐고,
단양에 도착하기 5분전에야 잠에서 깨는 바람에 하마터면 오늘 산행 일정을 망칠뻔 했다.
단양역(07:40)
열차에서 정신을 차리고 이곳에 오면 자주 이용하는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하여
저수령으로 차편을 예약한 다음에 대합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택시를 타고
저수령으로 향한다
단양역에서 14개월만에 만난 택시기사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저수령에 도착한다.
저수령에 오르는 길도 예전엔 강원도길 못지않은 九折羊腸이었는데 기사분이 내가 멀미를
할까봐서 새로생긴 우회길로 오르는 바람에 조금 편하다고나 할까...그래도 구절양장길이
그리웠다.
저수령 정상에 올라서니 망해버린 SK주유소는 아직도 흉물스럽게 남아있고, 단양과 예천땅의
경계에 있는 저수령은 지자체의 땅따먹기 경쟁(?)을 하는지 똑같은 고개인데 양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조성한 정상석과 각종 구조물들이 어지럽게 보인다.
산꾼들은 단양 저수령이던지, 예천 저수령인지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데 왜들 난리인지?
택시에서 내리니 악명높은 저수령의 바람은 불지 않으나 어제 내린 비로인해 습도가 아주 높다.
이번에도 택시기사는 단골이라 그랬는지는 몰라도 요금을 많이 할인해주면서
안전산행을 하시라는 기사분의 인사를 받으면서 유쾌한 이별을 하고 산행을 준비한다.
저수령(低首嶺:850m:08:00)
경북 예천군 효자면 용두리와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 올산리를 잇는 도계로
927번도로가 지나는 해발 850m의 고갯마루로서 1994년 도로가 개설됐고, 조선 후기의
지도엔 ‘회령(檜嶺)’이라
기록되어 있다.
저수령이란 이름은 경사가 급하여 지나가는 길손은 고개가 저절로 숙여야 지날수 있다하여
저수령(低首嶺)이라 하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저수령에서 은풍곡까지 피난길로 많이 이용되어
왔는데 이곳을 넘는 외적(外適)은 목이 잘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행을 시작하다(08:00)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영원한 어머니일 뿐 아니라 위대한 교사이다.
자연은 말없이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자연 앞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얄팍한 지식 같은 것은
접어두어야 한다.“
법정 스님의 잠언집 “자연 앞에서”에서 나오는 문구이다.
자연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하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뜻이다.
법정 스님이 아니더라도 산이 직접 고개를 숙이라고 명한다... 底首嶺이다.
오늘은 저수령에서 출발하여 촛대봉-시루봉-솔봉-묘적령-묘적봉-도솔봉-삼형제봉-죽령으로
이어지는 길을 걸어야 하는 저수령에서 촛대봉 오르는 길.. 길진 않지만 만만찮은 된비알이다.
실제 底首(고개를 숙이다)하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 없다.
2주만에 오르는 산.
세속에 찌든 때를 벗기기에는 산 만한 좋은곳이 어디 있으랴.
초반에 빡센 오르막이 시작되지만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산행을 시작한다.
우중충하고 높은 습도 탓인지 아니면 일찍 땀샘이 터진 탓인지 땀이 비오듯 흐르고
밀려오는 박무가 대간길을 덮기 시작한다...오늘 산행에서 멋진 仙景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저수령에서 한달음 치고 오르니 안부 능선에 도착하고 산이 범여에 대한 배려인지
잠깐동안 편안길을 걷는다...산은 이렇게 나를 배려하는데 나는 뭘로 보답해야 하나...
잠깐의 편안한 능선을 지나 철쭉 군락지가 있는 미끄러운 오르막길을 오른다.
용두리 갈림길(08:25)
예천군 효자면(舊상리면) 용두리로 내려가는 길인데 예전에 없었던 이정표가 세워졌다.
용두리에 있는 목재문화체험장으로 이어지는 능선인데 사람의 왕래가 뜸한지 등로가 없다.
촛대봉 남쪽아래 마을이름이 용두리인데 龍頭란 말 그대로 ‘용머리’라는 뜻이다.
고개를 숙이는 고갯길(저수령)이 있고 용머리가 나오니 뭔가 심상치 않다.
우리나라 전통 지리학에서는 산줄기를 龍 또는 龍脈, 來龍이라고 표현한다.
용은 조종산(祖宗山)인 태조산(太祖山)에서 출발하여 각종 크고 작은 산줄기를 거친 다음 사람들이
살아가는 穴(혈)까지 달려온다.(우리나라 산들 가운데 *용산 혹은 용*산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서 태조산이라 함은 백두산을 의미한다.
촛대봉이 가까워질수록 안개를 더 세게 밀려와 금방이라도 대간길을 삼킬듯한 기세이다.
빗속에 젖은 잔나비 걸상버섯
향암효과, 혈액순환, 당뇨에 좋다는 이 버섯을 두고 그냥 가랴.
챙길건 챙겨야제..
아날로그 대간 등로를 지나니...
디지털 등로가 나나타고...
곧이어 오늘 산행중에 족보가 있는 첫 봉우리인 촛대봉 정상에 도착한다
촛대봉(燭臺峰:1,080.7m:08:38)
산 정상에 있는 날카로운 암릉이 마침 촛대 모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하며 촉대봉(燭臺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한문으로는 똑같은 뜻이다.
조선 후기 때 편찬된 지리서「輿地圖書(여지도서)」에 의하면 오늘 내가 걷는 촛대봉과
시루봉을 통틀어 용두산이라고 불리어졌다고 하니 저수령은 곧 용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곳이라는 뜻일 게다...결국 촛대봉과 저수령은 백두산에서 뻗어져 오는 대간의
중요한 부분임을 예로부터 인정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인증샷
바람한 점 없는 높은 습도에다 안개비인지 어제 내린 비의 영향인지 초반에 베낭이 다 젖고,
산행 시작 30분만에 옷은 땀으로 범벅이지만 2주만에 오른 산길이라서 그런지
마냥 즐겁기만 하다...아! 이 맛에 범여는 산에 오르는가 보다.
그바람에 정상석 옆에 있는 2등 삼각점(△단양26/2003복구)을 놓치는 憂를 범한다.
촛대봉에서 투구봉으로 향하는 길은 잠시나마 완만한 등로인데 초반부터 물기를 머금은
푸른 여로가 갈 길이 먼 범여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드는구나...산악회를 따라 나서면
이런 호사를 꿈꾸지도 못하는데 영혼이 자유로운 독립군(나홀로 산행)이야 내 맘대로 아닌가.
가다가 힘들면 쉬어가면 되고, 목적지까지 못가면 어떠랴...다음에 가면 되지...
능선과 꽃...交感하면서 걷는건...독립군의 특권을 맘껏 누려보자꾸나
등로옆 미역줄기 사이를 뚫고 올라온 하늘나리도 범여의 발걸음을 멈추는데 일조를 한다.
안부(08:43)
안부를 지나 투구봉 오르는 길에 철지난 둥굴레는 꽃이지고 내년을 기약한다.
地水火風과 生老病死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연은 참으로 위대한데
그에 반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은 어떠한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거두절미하더라도 자기 주장만 옳다고
생각하는 아류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가...이젠 기본으로 돌아가자
아랫마을에 공양물을 구하러 간 은사스님을 기다리다 저승으로 간 오세암 동자승의 화신인가
비에젖은 동자꽃이 오늘따라 왜 이리도 처량하게 보이나...
우측으로 투구봉을 향한 뚜렸한 등로가 보이고 좌측으로 우회는 샛길도 보인다
습도를 잔뜩 머금은 안개비가 자꾸만 몸뚱아리를 처지게 하고 힘은 들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걸을만 하다...가다가 강한 바람이 불어만 준다면
운좋게 멋진 선경을 한번쯤 볼 수 있겠제...
파란 여로(꽃말:기다림)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 분포하는
여로(藜蘆)는 갈대같이 생긴 줄기가 검은색의 껍질에 싸여 있어 붙여진 명칭이다.
여로는 몇 종류가 있는데, 파란여로는 한라여로라고도 부르며, 흰 여로, 자주여로도 있다.
반그늘이나 햇볕이 잘 드는 곳의 물 빠짐이 좋고 부엽질이 풍부한 경사지에서 자라며
뿌리는 중풍, 거담, 늑막염, 골절, 살충제의 효능이 있으며, 명이나물, 비비추, 박새와
혼동되어 간간히 중독사고가 나는 식물이다.
명색이 정통 산꾼이 족보있는 투구봉을 그냥두고 샛길이 왠말인가.
비에젖어 등로가 미끄러운데 로프를 설치해놔서 편하게 투구봉으로 올라선다.
투구봉(鬪具峰:1,101.3m:08:50)
충북 단양군 대강면과 경북 예천군 효자면의 경계에 있는 봉우리로 예전에는 정상에
단양과 예천에서 세운 2개의 정상 표지판이 있었는데 지금은 다 없어지고 남부산림청에서
제작한 새로운 표지판이 산꾼을 반기는데 최근에 설치한듯한 정상표지목의 고도가 국립지리원의
지도에 표기된 고도와는 2cm도 아니고 20m 이상 차이가 나는구나.
지명의 유래는 봉우리가 마치 장수들이 쓰는 투구(모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혀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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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제4차 - 저수령에서 죽령까지 (tistory.com)
첫댓글 선배님, 연륜이 느껴지는 남다른 표현력에 또 한번 감탄했습니다.
글의 깊이를 느끼며.
저도 세월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는 나이가 되니 일상의 지겨움으로 답답해지거나 삶이 흐릿해지면 혼자 산을 찾아서 걷다보면 생각이 없어지고 모든 다 사라지고 머릿속이 하얗게 무념무상이됩니다.
'이 길에 들어서면 무념무상으로 걸으면서 ‘바로 앞 길’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맛이 무엇인지 알것 같습니다.
"독립군의 특권을 맘껏 누려보자꾸나"
저는
-.오랜시간 동안 무념무상이 좋고
-.무희유희를 즐기며
-.무언
-.보조를 맟출 될 필요 없고
-.이동이 간편하여
-.언제/어디라도 갈 수있고
가끔은 혼자 산행을 즐기지만
자유인으로서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
보약 한 첩 먹은 것 처럼 몸 전체가 온 기사 퍼져 새벽의 시원함처럼 마음이 시원해졌습니다.
저도 세상의 무게를 내려놓으면 선배님이 가신 길을 따라다니지 않을까 싶네요.
감사합니다.
왜 닉이 여유인지를 알것만 같네요...拙筆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쪽 30년 기대합니다.^^
멋진 산행기 올리시면 댓글은 꼭 달겠습니다. ㅎㅎ
수고많으셨습니다ㆍ
묘향암 땡중은 못 만나셨나요?
@범여 영발이 비트도 못찾고 절집주인도 못찾고ᆢㅋ
@마카루 땡중한테 전화 했더니만 화엄사 산중회의 갔다오느라
절집을 비웠다고 미안해 하더군요...묘향암이 화엄사 산내 암자라
큰 절에 잘 보여야 하는가봐요...박영발 비트는 이끼폭포쪽이 아니고
반대쪽인 삼도봉과 화개재 옆쪽 계곡으로 가야하는데 길이 거의 없어요.
묘항암 절집 똥간 아래로 1시간정도 간 다음에 우측으로 200m 정도
올라가면 80여년전 남도당 전남도당 위원장이었던 박영발이
숨어서 암약한 곳인데 지금도 조그만 나무 사다리가 있고 5~6명이
앉을수 있는 굴입니다...비탐구간이라 아무런 표식이 없어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아요...나중에 같이갈 기회가 있으면 가이드할께요
@범여 덕분에 절집에서 잘놀다갔습니다ㅎ
똑같은 그자리 일요일 새벽비 그치고 장마구름 끝자락에 대간팀은 산신령님이 걸어간 묘적령에서 죽령까지 똑같이 그길을 걸었는데 웬지 제가 산행에서 느낀 감성은 아마도 다른 것이 산신령님의 내공과 독립군 여유인 것 같습니다. .
산신령님의 동해번쩍 서해번쩍 다음도 기대됩니다. 무탈해서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우매 비양기 타니 엄청 어지럽군...뭔 내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