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글)
영국 기자가 본 한국.
-'한국이 더 빨리 성장하고 싶으면 가속페달(accelerator)에서 발을 떼라.' -
1. '한국에는 전속력(full throttle) 이라는 단 하나의 속도만 존재한다'
2. '한국인들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하고,
좋은 직업과 배우자를 찾아야 한다는 심한 사회적 압박에 시달린다'
3. '한국은 GDP 의 8%를 교육에 쏟아붓고 있는데 이는 세계최고의 수준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세계 3대 일간지의 하나이며 전세계 140여개국에서 160만명 이상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국제경제전문' 의 조간 신문이다.
50여개의 세계 주요도시에서 380여명의 국제 저널리스트들을 중심으로 국가별, 지역별
기사를 취재, 보도하는 이 신문은 영국의 '피어슨' 사가 발행하는 일간지로 국내보다는
해외발행 부수가 더 많다.
1888년 영국의회의 하원의원이자 금융인인 호레이쇼 보텀리에 의해 창간되었으며
지금은 서울을 포함, 세계 17개 지역에서 지역별 시차와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3개의 서로다른 에디션을 기획, 발행하는 세계적인 경제전문지 이기도 하다.
아나 파이필드(Fifield) 는,
4년간 파이낸셜 타임스의 서울특파원을 지낸 기자다.
그는 한국 근무를 마치면서 8월7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에
'한국이 더 빨리 성장하고 싶으면 가속페달(accelerator)에서 발을 떼라.' 는 기사를
실었다.
경제전문지의 세계적인 기자가 4년간 한국에서 근무했다면 하고싶은 얘기도 많을것이다.
또하나,
영국인들은 신중하며 핵심을 꿰뚫어보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깊다.
파이필드 기자가 지적하는 얘기들은 그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임지를 떠나면서
정리한 내용들 이었을 것이다.
선진국 사람들이 중진국이나 후진국을 보는 눈은 자기들의 선험(先驗)된 지식에 근거
한다.
그들이 겪었던 시행착오가 눈에 보이기 때문에 그 충고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이제 마음을 열고 이 전문가의 진단에 귀를 기울여보자.
분명히 얻는것이 많을것이다.
그가 제일먼저 한 얘기는,
'한국에는 전속력(full throttle) 이라는 단 하나의 속도만 존재한다' 는 것이다.
at full speed 가 그것이다.
차가 달리는 길은 결코 직선 으로만 뻗어 있는것은 아니다.
사실상 그런 도로는 없다.
언덕도 있고 내리막도 있으며 완만한 경사와 급경사는 물론 굽이굽이 돌아가야 하는
길들도 있다.
이렇게 그 형태가 여러가지인 길을 '전속력' 만 가지고 달린다면 우선 위험천만이고
중심을 잃었을때 전복될수 밖에없다.
전속력은 강한 추진력과 여러가지 도약의 원동력이 되는것은 사실 이지만 감속이
필요한 굽은길을 만났을때는 사고를 당할수 밖에없다.
지금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온갖 갈등과 문제점들은 천천히 갈수만 있다면 저절로
해결될수 있는것들이 많다.
오직 전속력으로, 빨리빨리만 달리기 때문에 모든 중요한 과정들이 생략된채 엉뚱한
결과를 만나게 되는 경우들이 그것이다.
조금만 깊이생각하고 뒤를 돌아보고, 앞일을 예측해 볼수있다면 지금같은 혼란은 거의
줄일수 있는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의 '수입쇠고기 파동' 이다.
조급하게 선동되고, 왜곡된 결론부터 내리는 대신 객관적인 자료들을 검토해 보고,
과학적 근거들에 대해 그 진위를 검증했다면 그렇게 경거망동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압축된 경제성장' 이 가져온 후유증을 분석해 보면 그것이 과정들이 생략된
속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수있다.
이 세상에는 어디에도, 어떤 일에도 공짜는 없다.
우리가 급히 서둘러 지나쳤던 과정들을 뒤늦게 거치면서 지금같은 혼란을 그 대가로
치르고 있는것이다.
'주마간산-走馬看山' 이라는 말이있다.
달리는 말 위에서 산천을 구경한다는 뜻으로 이것 저것 천천히 살펴볼 틈도없이 서둘러
대강대강 보고 지나친다는 의미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정보화 시대에서 하드웨어는 그 발전속도를 더해갈 것이다.
컴푸터의 연산능력이 기하급수로 빨라지는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그 속도에 실리는 소프트웨어-콘텐츠는 연구실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건 긴 시간이 걸리는 노력의 산물이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결점은 이 두가지를 구분하지 못한채 '전속력' 만 내려고 하는것이다.
IT 의 인프라는 세계최고의 수준으로 깔려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네티즌들의 정신
수준은 악플의 온갖 욕설이 거의 전부다.
같은 칼이라도 어머니가 들면 요리하는 도구가 되지만 강도가 들면 사람을 해치는
흉기가 되는 이치가 그것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않든 우리 모두는 지구촌 시대를 살아야 한다.
여러나라들과 아주 복잡한 관계를 가지면서 사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전속력' 만 으로는 제대로 살아갈수가 없다.
자동차가 변속장치를 가지는것은 서로다른 도로와 환경에서 거기에 맞는 속도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다.
이제 우리에게도 여러가지 속도를 나누어 가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은 그게 안전하고 효율적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못된 '쏠림현상' 부터 추방해야 한다.
파이필드 기자의 두번째 지적은,
'한국인들은 좋은 학교에 들어가야 하고,
좋은 직업과 배우자를 찾아야 한다는 심한 사회적 압박에 시달린다' 는 것이다.
정말 핵심을 잡아 정곡을 찌르는 얘기다.
모든 가정의 자녀들이 세대수입의 거의 절반을 쓰면서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오직
공부라는 감옥에 갇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어린아이들 에게는 '소년시대' 가 없다.
어린아이 답게 산과 들에서 뛰놀면서 자랄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과 환경이 없는것이다.
이 세상에서 한국 어린이들 처럼 불쌍한 애들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다.
좋은학교에 입학해야 하고, 그래야 졸업해서 좋은직장에 취직할수 있고, 또 그래야
좋은 여자, 남자 만나서 결혼할수 있기 때문이다.
더 쉽게 말하면,
그게 '한국적 성공' 인 것이다.
그것 밖에는 달리 성공의 '통로' 가 없는게 대한민국이다.
그것만이 인생의 전부인게 지금의 한심한 우리사회다.
사회가 경직되고, 가치관이 다양하지 못하면 이런 후진성을 만난다.
단선사회-單線社會- 인 것이다.
모두가 하나밖에 없는 그 '성공통로' 에 매달려 피나는 경쟁을 하고있다.
그러니 사회가 살벌해 질수밖에 없다.
잘 생각해 보자.
정말 성공의 길은 그것밖에 없는것일까.
가장 성공한 인생-人生 은,
자기가 잘 하고, 또 가장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것이다.
공무원이 될수도 있고, 군인이 될수도 있고, 장사꾼은 물론, 운동이나 연예인이 될수도
있다.
예술계에 몸 담을수도 있고 학문의 길로 나갈수도 있다.
정치에 뜻을 가질수도 있고 성직의 길로 나아갈수도 있다.
이미 5만개가 넘는 직업이 우리들 옆에 살아있다.
사실은 그 하나하나가 바로 성공의 서로다른 통로가 아니겠는가.
새벽부터 밤까지 불쌍한 애들을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릴것이 아니라
하늘이 자기자식에게 준 천부-天賦 를 찾아내 그걸 길러주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
아닐까.
왜 한번만 주어진 자기인생을 남들과 비교하면서 허비해야 하는가.
자기인생은 자기식대로 살면서 성공하면 되는것이 아닐까.
성공하는 통로가 다양하고, 풍부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도와주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고있다.
우리라고 그렇게 살지못할 이유는 정말 하나도 없다.
단지 생각만 바꾸면 되는것이다.
파이필드 기자의 세번째 얘기는,
'한국은 GDP 의 8%를 교육에 쏟아붓고 있는데 이는 세계최고의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성적과 공부에 대한 부담만 줄뿐, 창의력, 분석력,
응용력을 길러주지 못하고있다.
세계경제포롬-WEF 은 한국교육의 질(質)을 세계 60위로 평가한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40%로 수준이며 서비스 부분의 생산성은 지난 15년간
정체상태에 있다.'
한마디로 속빈 강정이라는 얘기다.
본래 우리 민족성중 하나가 외화내빈(外華內貧) 이다.
그 겉은 화려해도 속에 든것은 없다.
노동생산성이 미국에 비해 40% 수준이라면, 사식은 17분의 1이다.
이건 이미 공공연한 수치들이다.
애 하나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다니면서 쓰는 돈이 평균 2억원이다.
겉으로 봐서 그 단계들은 정상이고 고등교육을 받은 인간이 배출되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생산성과 지식에서 선진국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그 교육의 질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이 좁은 땅에 4년제 대학교가 200개다.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학교는 한두개, 나머지는 백화점식 커리큘럼들이다.
15년동안 서비스분야의 생산성이 제자리에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제대로, 전문적으로 배우고 실습해 보지 못했는데 뭘 할수 있겠는가.
파이필드 기자는,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충고한다.
'가속페달에 올린 발을 살짝 떼고 한국인 특유의 추진력과 인적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전속력을 줄이고 천천히 가라는 얘기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그 놀라운 잠재력을 좀더 효율적으로 쓰라는 얘기다.
이게 무슨 소린가.
생각하는 방법, 사고방식을 바꾸라는 충고다.
나와 가까이 지내는 친지중 한분은,
버스업체의 정비사로 일생을 살고있다.
내가 그분을 존경 하는것은, 그는 자기직업에 대해 늘 만족하고,감사하고,성실하게
살기때문이다.
그분의 가정은 건전하고 검소하고 화목하다.
자기는 버스를 정비하는 일밖에 다른일은 할줄도 모르고, 할 생각도 없다고 한다.
가장 잘 할수있고, 자신있는 일이 버스정비이기 때문에 만족하고, 감사한다는 것이다.
정말 성공한 인생은 그런것이다.
그는 그 회사에서 알아주는 일급전문가다.
자기분야 에서 성공한, 그래서 자기인생도 성공한 사람이 바로 그분이다.
첫댓글 쏠림현상으로 온 국민이 잘못된것을 바로 잡는 쪽으로 쏠리면 좋겠다.
서서히 쏠리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