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라는 단어가 적합한가?
요즘 종합병원 전공의 들의 파업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자기들은 사직이라고 항변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파업이다
환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벼랑끝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도 아직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서로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두 열차가 마주 달려오는 것처럼 보기에 위태롭다
나는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왈가왈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전공의라는 단어가 좀 귀에 거슬린다
일단 6년의 의대 교육을 마치고
의사고시에 합격하면 햇병아리 의사가 된다
그러면 이 들을 전문의로 키우는 상급 대학병원에서
전문과 별로 전문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보다 심도있는 교육을 받게 된다
나는 이 들을 전공의라는 단어보다는 수련의라고 부르고 싶다
아직 공부하는 학생신분이기에 대학병원이라면 수업료도 내야 한다
6년간의 의학 기본교육을 받았지만 아직은 전문지식이 부족하다
따라서 좀더 깊은 의학지식과 치료기술 습득을 위해서
전문의 들 밑에서 시다노릇을 해가며 밤잠을 설쳐가면서
몇 년간의 고된 수련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의사정원이 적다보니 비인기 전문과는 수련의 확보도 어렵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 후면 특정 전문과의 전문의가 없어진다는 말도 나온다
저출산시대를 맞아 소아과 수련의는 거의 지원자가 없다고 한다
피를 보고 수술하는 외과, 흉부외과 같은 곳도 비인기 과라고 한다
점잖게 앉아서 돈 잘 버는 안과, 피부과, 성형외과, 정신과 등에 몰린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당연히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
업무는 과부하가 걸리고 건강을 해쳐가며 무리하게 된다
봉급도 그렇게 많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의대 학생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이들 수련의 비율은 대략 10%내외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병원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이걸 30~40%
심지어 50%까지 늘려서 무리하게 병원을 운영한다
재수없으면 기록상으로는 유명한 전문의사가 수술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수련의 들의 기술습득을 위해 수련의 들이 수술을 담당하게 된다
메인 수술 이외의 마무리 봉합이라든가 하는 건 전부 수련의 들 몫이다
미숙련 수련의 들의 집도로 일어나는 의료사고도 적지 않을 것이다
명의가 되려면 환자를 많이 죽여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서도 100% 면죄부를 달라고 요즘 헛소리를 한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내고, 엎어진 김에 쉬어가자는 소리다
의대를 졸업하고 처음 1년간 병원에서 수련하는 의사를 인턴(Intern),
그리고 인턴 수련 후 추가로 4년간 병원에서 수련하는 의사를
레지던트(Resident)라고 한다.
병원에서 먹고 자고 한다는 뜻이다
선진국에서는 이 비율이 10%내외라는 기사를 봤다
작년 봄에 방영됐던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도 이 과정이 나온다
그 때 자주 나오던 영어로 된 대사와 의학용어를 소개했던 적이 있다
그걸 다시 되풀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극 중에서 맨날 불만투성이고 농땡이꾼었던 장동화가 레지던트 3년차였다
그리고 레지턴트를 수료한 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비로서 전문의가 된다
이런 전문의를 영어로는 Specialist 라고 한다
CS펠로우라고 표시된 이선웅은 흉부외과 전문의 시험엔 합격했지만
해당 전문과에서 1~2년 추가로 수련의 과정을 거치는 수련의였다
즉 의대를 졸업한 후,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과정을 거쳐야
비로서 제대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20세에 재수하지 않고 당년에 의대에 합격을 했다고 가정하면
의대 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 1년, 레지턴트 4년, 펠로우 2년 해서 도합 13년
빨라야 33세에 비로서 한 사람의 전문의로서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전문의가 되더라도 처음에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수련의 들은 아직 전문의가 아니다. 의대생이라고 볼 수 있다
입원환자들을 주치의가 회진할 때마다 뒤에 우르르 따라 다니는 의사들
겉으로는 멀쩡한 의사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공부하는 의대생들이다
주치의를 보좌하며 병원에서 먹고자며 환자들을 보살핀다
위급상황이 벌어지면 주치의에게 연락해서 주치의가 달려오게 된다
이들 수련의 들의 비율이 너무 높다고 한다
병원 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환자입장에서 보면 비싼 진료비, 비싼 수술비, 비싼 입원비를 내고
미숙련 의대생인 수련의 들에게 치료를 받는다는 말이다
내 담당의사인 전문의 주치의는 하루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다
응급실, 수술실, 입원실 어디를 가더라도 이들 수련의 들 뿐이다
입원실 전문과 별로 층마다 있는 의국이라는 곳이 있다
병원에 가면 카운터 같이 차려져서 환자들을 돌보는 공간이다
입원실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보호자가 이 곳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간호사, 수련의 들이 주로 머무르는 공간이다
이곳 의국장도 물론 수련의 들이 맡아서 한다
그리고 그 권한이 아주 막강하다
가능하다면 이 의국장 자리 만이라도 전문의가 맡아야 한다
그래야 환자진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병원에 각종 약품, 시약, 의료기기, 용품 등을 납품하는 회사들이 있다
이 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도 의국에서 맡아서 한다
수련하는 의대학생인 의국장의 권한이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위의 전문의들과 과장들이 큰 결정을 하지만
작은 결정들은 이 의국장 들의 권한 내에 있다
나는 전공의라는 용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문의라는 용어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반영한다면 수련의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
아니면 전문의 조수 쯤으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일반의사로서의 기본 면허는 땄지만
아직 어떤 전문분야에서는 햇병아리인 그래서 공부를 하고있는
전문의 들의 궂은 일을 도와주고 배우고 있는 시다라고 보면 틀림었다
기형적인 우리나라의 병원운영 체제에서 부풀려진 수련의 들의 위상
아직 수련하는 중인 학생인 주제에 전문의 행세를 하며 큰 소리를 친다
그리고 국민들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정부와 극한투쟁을 한다
자기들이 전문의 자격증을 딸 때쯤해서 경쟁 전문의사 숫자가 불어나
자신들의 수입이 줄어들지 않을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지금 선배 전문의 들처럼 계속해서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것이다
경제선진국인 OECD국가 들 중 한국 의사들 수입이 최고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도 지방의료원에는 의사들이 없어서 생난리가 났고
분만을 위해 몇 시간씩 구급차를 타고 달려가야 한다
산부인과, 소아과가 없는 지방 소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건소에도 의사들 빈 자리가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지난 30년 동안 의사들의 숫자가 전혀 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줄었다.
몇 차례의 정부 의대학생 증원 시도가 의사들의 파업에 밀려 무산됐다
오늘도 그 선봉에 수련의 의대 학생들이 서 있다
그리고 교수들이 그 뒤를 떠받친다.
그 들은 아직 전문의가 아니다
전문의 자격증을 따기위해 아직 공부하는 의과대학 학생들이다
일종의 비전문 미숙련 수련의 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들 수련의 들의 병원 내 권한이 너무 많고 목소리가 너무 크다
마치 전문의 행세를 한다
전공의라는 용어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공의 대신 수련의라는 용어로 바꿔 불러야 하지 않을까?
사족 :
GS : General Surgery, 일반외과
CS : Chest Surgery, 흉부외과
ER : Emergency Room, 응급실
OS : Orthopedic Surgery, 정형외과
낭만닥터 김사부3에 출연했던 배우들의 전문과만 나열해 보았다
혹시 보신 분 들 있다면 이해가 가실 것이다
배문정 정형외과 전문의는 늘 뼈다귀를 갖고 논다
서우진은 이런저런 수술을 전천후로 진행하고
차은재는 혈관이나 심장계통 문제를 주로 해결한다
의사의 영어식 표현
Physician : 의사, 특히 내과의사
Surgeon : 외과의사
Medic : 의사, 수련의, 의대생, (군대에서)위생병
Specialist : 각 전문과의 전문의
Doctor : 의사, 개업의, 의사의 총칭
Pediatrician : 소아과 의사
Psychiatrist : 정신과 의사
Diabetologist : 당뇨병 전문의사
Dentist : 칫과의사
Veterinarian : 수의사
현재 파업의 선봉에 서서 큰 소리를 치는 우리 수련의 들을
미국에서는 Medic 이라고 부른다. 전문의와 전혀 다른 수준의 의사다
전쟁영화를 보면 곳곳의 전투상황에서 "메댁! 메댁!"을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메댁과 같은 등급의 단어로 불리는게 미국의 수련의 들이다
우리나라에서처럼 전문의, 전공의 라고 하면 그 구분이 조금 모호해 진다
종합병원의 높은 수련의 비율을 감추기 위한 꼼수가 아닐까? 의심해 본다
그런데 전쟁영화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Medic(위생병) 들을 보면
동료를 살리기 위한 사명감 하나로 포화를 뚫고 다니며 지혈을 하고
몰핀 주사를 놓고 혈관을 잡느라 온통 피투성이가 된다
치명상을 입고 죽는 병사들도 많지만 많은 병사들을 살려낸다
반면에 아픈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의료현장을 이탈한
우리나라 수련의 들을 보면 양자의 사명감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본연의 임무인 생명존중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의료현장을 떠났다
다 같은 Medic 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아 그렇군요. 잘 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