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참으로 자기에게 편리한대로 듣고 보나 봐.
카페에 글을 쓰러 들어 오는데, 설영이의 "경주 장항리 사지 아기사자"가 눈에 띄였는데
나는 어떻게 읽은 줄 아니, "경주 장항아리 사진 아기자기"
왜냐고? 내가 쓰려던 것이 장과 관계가 되는 글이었으니까.
각설하고.
지난 주말에 드디어 오랫동안 벼르기만 하던 일을 저질렀다.
막장을 담갔어. 40년 전에 서울을 떠났지만, 그곳에 살 때 먹었던 것들이
나이가 들면서 더 새록새록 간절해져. 그 중에 하나가 막장이었어.
우리집은 물론이고, 우리 친척들도 간장, 고추장, 막장 뿐이지 된장은 없었거든.
그런데 요새 나오는 고추장은 장인지 Jam인지 하나 같이 달달하다 못해 빵에 쨈 처럼
발라 먹어도 되겠어. 채 발효 되지 않은 메주와 고추가루 냄새까지 풍기며...
서울에서 거금을 주고 산 고추장도 혜자가 "그래도 달다" 였거든.
엄마가 돌아 가시기 전에, "엄마! 나 막장 담그는 것 한번 보여 줘. 엄마 가고 나면
누구에게 물어 볼 사람도 없고..."해서 그 때, 장 담그는 것을 보기는 했는데
그렇게 까지 했다면 레서피를 적어 두었을 법도 한데 난 그리 꼼꼼하지 못하거든.
한 2년 전 부터 인터넷을 뒤져서 메주, 고추가루, 엿기름, 소금, 보리등이 필요 한 것은
알았는데 고추가루를 한국산으로 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
이제는 이해가 돼. 왜 장 담글 때, 날을 받아서 하는지.
귀신은 끌어다 부친 것이고, 과학적으로 발효가 잘 되자면, 너무 추운 한 겨울이나
푹푹 찌는 한 여름을 피해서 햇볕이 한 몫을 하는 봄철이어야 했던거야.
나는, 내 마음이 동하는 날이 그날이라고 믿으면서 기억을 더듬고 인터넷을 켜 놓고
큼지막한 스테인레스 양푼을 가져다 놓고, 전날 사온 것들을 펼쳐 놓기 시작했어.
장인도 아닌 내가 마치 숙련 된 장인 모양 눈 대중으로 퍼 담기 시작했어.
인터넷의 용량들은 전부 kg 이고 이곳에서 산 것들은 전부 파운드라서
환산을 해도 이미 오차에서 오는 차이와 내게는 그 흔한 조리용 저울도 없어서
그 작은 용량들을 체중기에 올려 놔 봐야 오히려 눈금들이 제대로 작동하지를
못해서 더 복잡만 해 지니까, 무식하면 용감하게!
이것이 내가 따른 인터넷 용량이야.
메주가루 2kg, 보리 1kg(난 찹쌀로 대신했어), 엿기름 1.5kg, 굵은 소금 3kg, 고추가루 2kg, 물 10 리터
나한테는 이 마른 것들에 물이 들어 갔을 때 얼마큼 늘어날 거라는 감이 물론 없었다.
엄마가 고춧가루가 매울 때는 더운물을 부으면 매운 맛이 좀 가신다고 했었는데...
보리를 괜히 찹쌀로 바꾸었나? 엄마는 늘 멥쌀가루를 사용했던 것 같은데...
(이북은 추워서 보리재배를 하지 않아서, 이북사람들은 보리 사용에 익숙치 못하다.)
이것은 내 추측이지만, 보리를 쓰면 막장이 구수하겠고, 멥쌀이나 찹쌀을 쓰면 장맛이 달텐데
찹쌉은 너무 차지게 엉겨서 초짜인 내게 믹서기까지 동원하게 하는 수고를 덧 붙였다.
그리고 덜렁 거리느라 순서를 꼼꼼히 챙기지 못해서, 엿기름 물에다 삭혀서 끓이는 것을
끓인 엿기름 물에다 넣고 식혀서 믹서기에 갈아서 또다시 끓이는 수고까지 더해서
겨우, 겨우 신통맹통하게 장 모양을 만들었다. 내 말은 빛깔과 휘젓을 때 느낌이 장을
젓는 것 처럼 느껴지게 되었다는거야.
그런데, 나는 음식을 못하면서 맛도 보지 않는다.
소금은 간을 보면서 가감을 해야 되는데, 나는 날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맛 보기 싫어해서
통 간은 보지를 않고, 열심히 잘 섞이라고 휘저어 주기만 했다. 이러다 오른팔에 알 배기는 것 아냐...
인터넷에서는 바로 용기에 담지 말라고 했다. 아마 메주가루가 부를 것을 감안해서 겠지.
다음날, 큰 김치병으로 4병정도 나왔다. 난 큰것 2개, 그리고 반병짜리 김치병 4개를 만들어 돌렸다.
제일 위에는 김을 한장 덮어서 불순물이 내려 앉는 것도 막았다. 지금은 파리도 없는 때인데 뭘.
고모에게 막장을 들고 가자, "내가 담가서 너를 주어야 하는데... 기적이다! 네가."
"고모, 맛은 장담 못해요. 두셨다가 부활절 지나고 잡수세요. 햇볕 잘 드는 곳에다 놓고 예전에
장 뚜껑 열고 닫듯이 신경 써서 햇볕을 잘 쐬주시면 장맛이 살아 날거예요."
고모가 장을 작은 티 스푼으로 떠서 맛을 보시면서, "야~ 맛이 있겠다!"
장을 주겠다고 했더니, 누구도 마다하는 사람이 없었다.
장을 다 퍼 주고 나니까 醬人이 아니라 어른 丈人이 된 것 같다.
첫댓글 다 컸네
몇 년 양식을 준비했네. 그거 언제 다먹어?
나도 누가 된장 고추장 준다면 집에 있어도 달라고 해.
병 뚜껑에 누구네 된장..이름표달고 보관하지.ㅎㅎㅎ
나도 제목보고 오해했지. 막장이라해서 끝장..막장드라마...이런거로.ㅎㅎ
벌써 다 나누워 주었어. 맛이 제대로 들었다고 하면 다시 한번 담글거야. 내것은 그 때 챙겨야지...
나도! 뭔 막장같은 일이 벌어졌나 했네. 근데 참으로 용감하다. 난 정확한 레시피가 없으면 시도를 않는데..
무식하면 용감하단다. 실패하면 2가지 choice가 있어. 버리거나 내가 먹든가. 음식물 버리면 죄 받는다는 이상한 사상에 젖어서 난 주로 내가 먹어 줘. 그 막장은 앞으로 내가 20년 쯤 먹어 줘도 남았을 거야.
내 제목을 보니 누구도 감이 잡히지 않는 제목이네 sculpture of baby lion in kyungjoo janhangni temple site라면 좀.. 은영이는 박물관엘 가면 우리 설명이 아리송할땐 영어 설명을 보더라고 그리고 한자어도 빨리 이해가 되고. . 막장이 이 막장인줄은 나도 생각못했지 ..맛있겠다 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