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날씨는 여전히 차갑다. 3한4온 이라 하여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도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 추운 것 같다.
오후에 친구들과 함께 평소 주말 휴일처럼 부부 간에 스크린 게임을 하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최근에 본 기사 중에서 요지경 이혼 사유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 때 이 기사를 보면서 비로소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방송의 내용들이 정말 사실이었구나, 하는 것도 알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에서 저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질까”하는 생각이 사그러 들지 안 했다. 그런데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었다.
첫 번째, 기사는 30대 중반 한 여성이 자신을 시집에서 씨받이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남편이 ‘무정자증’인 사실을 모르고 결혼했다. 그 일로 임신을 하지 못하자 여성의 시부모는 “대를 이어야 한다.”며 시아버지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을 할 것을 종용했다. 그 일로 하여 며느리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그 대신 며느리는 제삼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임신하기로 하고 착상에 성공해 출산을 했다. 그런데, 아기가 커갈수록 생김새가 시아버지를 많이 닮아가자 여성은 고민에 휩싸였다. ‘시부모와 병원이 짜고 시아버지의 정자를 제공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 뒤늦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여성과 친정어머니는 격분해 딸을 부추겨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시집에서 우리 딸을 씨받이로 이용했다”며 시부모와 사위를 상대로 형사고소까지 한 기사다.
두 번째, 기사는 부부싸움에 이혼까지 가지 않아도 될 부부가 양가 부모가 합세하면서 결국 헤어지고 만 사건이다.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결혼한 남자는 아내에게 들통 나자 그는 아내에게 “게이 생활을 청산하고 결혼생활에 충실하겠다. 만약 약속을 어기면 당신에게 집을 주겠다.”는 각서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남자는 이후에도 과거 생활을 청산하지 못하고 동성애 사실이 발각되자 아내에게 집과 차를 위자료로 주고 맨몸으로 집을 나왔다. 1년 뒤 아들이 이혼한 사실과 재산을 며느리에게 모두 넘겨준 것을 안 남자 측 아버지는 “내 아들을 게이로 만든 뒤 협박해 재산을 갈취했다”며 며느리와 사돈을 협박죄, 명예훼손죄, 사기죄 등으로 형사 고소했다. 그와 함께 며느리가 가져간 재산을 분할해 달라며 아들을 원고로 한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양가는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다툼을 벌였지만, 소송은 모두 기각됐다. 억울한 분을 참지 못한 남자 측 아버지는 “아들이 며느리에게 준 집은 아들이 결혼할 때 자신이 사준 것으로 명의만 아들 앞으로 한 것이라고 하면서 명의 신탁을 해지하겠으니 집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일이 이렇게 되자 남자는 “부모 몰래 이혼하면서 아내에게 과거 생활을 청산하면 그때는 다시 받아 달라며 좋게 헤어졌는데, 아버지 때문에 아내와 다시 합칠 희망이 물거품이 됐다”며 참담해 한다고 했다.
세 번째, 기사는 부부 갈등이 양가 부모 때문에 생겨서 이혼 하는 경우다. 최근 부모들이 결혼한 자식의 부부생활에 시시콜콜 참견하는 부모가 늘면서 부부싸움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이혼에 맞소송까지 주도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리고 사연도 가지가지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결혼 3년 안에 교사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일 때문에 이혼 하는 일도 있고, 시어머니가 강력히 권해 성형수술을 받았다가 억울해서 성형수술 비를 반드시 시어머니한테 받아내겠다며, 이혼 소송에 나선 며느리들도 있으며, 장모가 부부 잠자리까지 간섭한다며 분개해 이혼을 청구한 남편도 있다. 그리고 수백억 원을 소유한 재산가를 처가로 둔 20대 후반의 한 남자는 장모가 자신을 시도 때도 없이 불러내 ‘종 부리듯’ 하고, 아침마다 전화해서 “간밤에 부부 잠자리는 잘했느냐” , “오늘은 딸아이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니 잠자리를 피하라.” 며 부부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간섭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해 “더는 장모에 휘둘리기 싫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한 남자는 “아내하고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고 한다. 그냥 우리끼리 잘 살게 놔뒀으면 이혼까지는 안 갔을 텐데…”라며 장모를 원망했다. 그리고 그 남자의 아내도 “엄마한테 시달리는 남편이 너무 불쌍하다. 미안해서 잡을 수도 없다.”며 자기 부모를 책망했다. 이렇게 부모가 나서서 이혼을 종용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이혼 상담을 하는 등 이혼 과정의 전반을 주도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정작 변호사는 이혼 당사자의 얼굴도 못 본 채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재판 때 법정에 가서야 처음으로 소송 당사자의 얼굴을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리고 성인임에도 부모가 준비한 자신의 소송서류에 이름만 올리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내 자식이 이혼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것이 싫다”는 이유에서라고 했다.
네 번째는 이런 경우도 있었다. 결혼을 반대하는 시부모를 피해 몰래 결혼식을 올렸던 30대 중반의 남자는 어느 날 신혼집에 시어머니가 들이닥쳐 남편을 끌고 가다시피 했고, 그 후 이혼소송을 당하자 “남편은 나를 사랑하는데 시부모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이혼소송을 걸었기 때문에 이혼소송은 가짜”라며 맞소송을 제기한 사건도 있다. 이렇게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혼을 추진하는 일이며, 부모나 장모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이혼을 하는 일이 너무도 허다하다.
참으로 요지경 사회 기사를 보면서 어른들은 며느리나 사위를 보기 전에 시부모 및 장인 장모 자격 과정부터 수련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격의 첫 번째 수련은 아들과 딸은 내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수련이고, 둘째 수련은 아들딸이 결혼하고 나면 자식이 아니라 우리 집 영원한 손님으로 대하는 수련이며, 셋째는 아들 딸 살림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 수련이 필수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의 수련 없이 맞이한 며느리와 사위는 고부간에 또는 장모와 사위 간에 갈등은 불가피 할 것이다.
나는 느낀다. 지금사회는 빠르게 유교적 전통이 깨져 가고 있고, 또 신 모계중심의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주변에서 보고 느꼈다. 그러므로 수련 과정 없이 절대 혼인부터 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을 비우는 수련도 중요하지만, 결혼한 아들과 딸이나 며느리나 사위가 부도덕한 행동을 하거나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할 때는 매섭게 꾸짖는 수련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수련이 안 되어 있을 때 그 가정은 곧 부도가 날 것이다.
이렇듯 기업이나 조직처럼 가정도 철저하게 경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계획 경영 없이 가정을 이끌어간다면 그 가정은 부도의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생물학적 신체는 중년층에서 노년층으로 향해 지금도 가고 있다. 그래서 가족 경영이 더욱 절실해지니 우리만은 가정 부도를 막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13년 1월 20일
첫댓글 쫌 글네요.
머리로는 이해를 한다만....
막상 본인들 앞에 놓인 일이라면
마음이 시키는 쪽으로 자꾸 끌려가긋쥬~
정말로 수련이 필요할듯요
가족도 경영이라,,,깊이 생각해볼 문제,,
잘 읽고 갑니다,,,감사합니다
성인이된자식들은 스스로 본인의삶을 살아간수있게 내버려두는게 서로가 좋을낀대....참 안타까운 실태들이 벌어지는걸 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