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글은 알통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써주신 탁구이야기 연작의 마지막편을 읽고 나서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제 코치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지난 세탁 최고의 하이라이트였던 경기 마쯔다이라 켄타 vs 마린.
동영상을 함께 보면서 코치님이 중얼거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저런 선수는 못 나와. 저런 식으로 서브 넣으면 맞아죽거든."
그와 함께 저와 제 동생이 들고 있던 중펜을 손에 들고 만지작 그리면서 한마디 더 보태셨습니다.
"당연히 중펜 선수도 못 나와. 이걸 가르쳐 줄 사람이 거의 없거든. 일선에서 중펜치겠다고 하면 "대가리박어"라고 할걸"
추가내용) 며칠전부터 다른 구장에 새로 레슨을 나가시게 되었는데 그곳 분들이 "새마음 새기분으로"를 외치시면서
전부 중펜으로 전향을 시도하신답니다... 코치님은 손가락에 무리가 오고 있다는 핑게로 제 서브블레이드인 이그니토
중펜을 납치해 가셨습니다. 과연 언제 제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2. 레슨은 원래 6개월로 끝이다.
"당연히 초등학교 선수애들 기준으로 말하는거야. 원래 기술적인 부분은 4학년 1학기 여름방학끝날때까지 다 잡는거거든.
어리니까 습득 속도도 빠르고 밥먹고 탁구만 치니까 당연히 6개월안에 모든 기술훈련은 끝나는거야.
그런데 생각해보면 기술훈련이란게 별거 있어? 보스커트와 드라이브. 이거 두가지만 확실히 잡으면 되는거지.
다른건 하다보면 느는거고. 그럼 생활체육은? 밥만 먹고 탁구치는게 아니고 하루에 너처럼 딱 두시간 친다고 가정하면
(대신 매일.) 기술의 완성은 3년이면 돼. 근데 왜 넌 4년 6개월 걸렸냐고? 넌 라켓을 하도 바꿔대서 그래 임마. ㅎㅎㅎ"
3. 그렇지만 생활체육에서 1부에 도달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3부수준에서 한계점에 부딪치지 않는가.
"그렇지. 2부와 3부를 가르는 선이 바로 "드라이브의 임팩트"에 대해 이해했는가 이해하지 못했는가. 여기서 갈리는거야.
구력이 오래되신 3부분들 치는거 보면 게임수나 볼이 흐르는 길은 선수이상으로 꿰뚫고 보시는 분들도 찾아보면 많아.
그런데 이분들이 자신과 동급또는 하위부수분들에게는 압도적으로 강한데 2부이상에겐 손쓸 겨를없이 지는 이유가 뭔가.
"상대편을 제압할 수 있는 구질"을 가지고 계시지 못하기 때문이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구질이라는게 볼의 스피드와 회전량과
비례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야. 엄밀하게 말하자면 "상대편의 예측범위를 넘어서는 볼의 변화".
4부 남자분이 탁구공을 부술듯이 온힘을 대해서 스매싱 쳐봤자
공이 어디로 올지 다 보이니 그립만 잘 잡아서 블록만 딱 대면 땡이잖아.
그런데 온힘을 다해서~~~ 넣는것 같은데 막상 오는 공은 비실비실 네트 간신히 넘어오는 너클서브. 이런건 받기 힘들다고.
드라이브는 힘으로 치는 것도 아니고 요령으로 치는것도 아닌... 감각으로 치는 것인데... 사실 이게 가장 레슨할 때 힘든거야."
추가내용) 저희 코치님이 보시는 1부와 2부를 가르는 선은 "게임수(요령/필살포인트패턴)와 포인트관리"입니다.
4. 그렇다면 코치님이 생각할 때 드라이브를 가장 효율적으로 가르쳐주는 레슨법이 있다면?
"없어. (웃음) 내가 생활체육으로 들어와서 느낀건 사람마다 모두 드라이브의 임팩트에 도달하는 과정이 다 다르다는 거였어.
그런데 같은 방법으로 가르치면 되겠어? 당연히 안되지. 아니 되긴 되지. 일단 어릴땐 다 돼. 그러니까 초등학교 선수부는 다 같은
방법으로 합숙하면서 똑같이 가르쳐도 돼. 그리고 사실 어른들도 일단 드라이브가 가능한 폼을 만들어버리면 당장 비슷하게는 돼.
그런데 그렇게 폼을 가르쳐서 드라이브를 익히게 해놓으면 3부에서 2부가 되는 결정적인 감각을 곧 죽어도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왜냐.. 폼으로 만들어 놓은 드라이브일 뿐 그 사람이 확실히 드라이브를 인지해서 치는게 아니니까.
이게 대부분의 생활체육탁구 현장에서의 레슨에 있는 문제점이야.
'이렇게 치면 드라이브가 잘 된다.' 라는 건 알고 있는데 '그런데 왜 그렇게 치면 드라이브가 잘되는데?' 는 모르거든.
탁구선수도 운동부니까 당연히 공부 안하는건 알지? 나처럼. (웃다가 꿀밤 한대 맞음.)
난 다른건 안봐. 일단 포핸드롱은 불필요한 힘이 팔에 들어가지 않도록만 폼을 잡아주지. 이땐 완전히 초보니까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은 잡아줘야 되잖아. 그런데 드라이브를 연습하는 단계로 넘어서면 사실 내가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아.
볼을 토스해주면서 볼에 전달되는 힘과 스핀만 보는거야. 내가 원하는 수준의 볼이 반구되어 오면
"좋아요. 지금 감각대로 다시" 라고 말하지. 솔직하게 말하면 그 과정에서 레슨받으시는 분의 폼은 절대로 안봐 (웃음)
대충 이렇게 한 달 정도 레슨한 다음에 그제서야 그분의 폼을 눈으로 보면서 토스를 해드려.
뭐 내가 하는 일은 이 단계에서도 별로 없어. 폼을 좀 세련되어보이게 약간 손봐드리는 정도?
알고 보면. "좋은 볼을 만들때의 그 감각 그대로" 라는 것이 실천만 잘하면 폼에서도 이상적인 폼이 되는것 같아.
그 최종적인 형태는 다 다른 형태를 띄지만 결국 임팩트 순간에는 같은 거거든."
5. 생활체육탁구의 최종목표는?
"알면서 뭘 물어봐. 당연히 건강한 즐탁이 최고지. 나처럼 선수생활때 무리해서 무릎이 작살나도록 칠 이유도 없고
정모씨 처럼 개인탁구교실까지 열어서 생활탁구를 생업으로 할 것도 아니라면 당연히 "자신에게 만족할 정도만큼의
실력에 도달하고 생활에 활력소가 될 만큼" 탁구를 즐기면 되는거야.
너도 이제 레슨 그만받고 쉬엄쉬엄 즐겨. 그거 아냐. 너 지금 구력수준이면 정식으로 돈받고 탁구장 개업해서
레슨해도 밥먹고 산다? 지금 페이스면 한 4개월 합숙 훈련받으면 런던 올림픽 나가긋어~~(웃음)"
글을 정리하고 다시 읽어보니 제가 탁구홀릭에 빠진 이유는 바로 코치님 때문인듯 합니다. (웃음)
1. 코치형님의 코르벨을 인질로 잡을까 계획중입니다. 2. 특히 블레이드는 '불만이 없다면 최소 2년은 쓴다'라고 생각하시는게 좋습니다. 러버 역시 최소 같은 품종으로 1년. 생각해보면 5부칠때의 1년 넘게 했던 용품방랑은 헛일입니다. 덕분에 지금 용품지식은 꽤 생기긴 했지만 탁구실력과는 별개죠. 3. 몇가지 부분에서 불만도 있습니다. 특히 그놈의 자뻑증세. 레슨도중에 누님들에게 "역시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멋지죠"라고 하시면 그게 되는 일인가요~~~ 그리고 7세트게임 한번 뛰면 다시 일어날 생각을 못하는 무릎..... 이부분은 불만보단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론 실기 모두 초보라서 카페 글 읽기만 해왔는데 레지스터님이 너무 부러워 처음으로 댓글 답니다. 1. 좋은 분으로부터 지도 받으시니 부럽고, 2.탁구 실력이 월등하니 부럽고, 3. 동생과 함께 운동하니 이또한 부럽고, 4. 글을 너무너무 잘쓰시니 부럽고, 5. 포용력있는 인품도 부럽지만, 6. 뭐니 뭐니해도 레지스터님의 젊음이 부럽습니다.
첫댓글 1등...일단은 이렇게 하고, 후정독..ㅎㅎㅎ첨으로 1착을 해봤습니다..덕분에...^^
2등. 저는 정독후.. 리플..^^
저의 글에도 정독후 허심탄회한 리플을 부탁합니다...등위은 한참 뒤라도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알통님 글도.. 정독했습니다..만.. 제가 글을 잘 안적다보니..--;
쌩쌩라이브 버전이라 읽으면서 혼자서 맘껏 웃었습니다. 정말 잼나당...^(^하하하^)^ 5번은 정말로 압권입니다...부럽다 부러워...약은 고만 좀 올려주시길 삼가 빌고 또 비옵니다...^#^
저도 제자신에게 지금 하고있는 탁구의 최종목표가 뭔지 반문하게 되네요. 글 참 재밌게 잘쓰시네요..^^
매우 도움이 되는 글 감사드립니다... 사례 하나 하나가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생생한 글 많이 올려주세요!!
좋은 코치님 밑에서 재미있게 탁구를 배우시는군요. 부럽습니다. 실례지만... 지역이 어디세요???(원정갈때 참조하려구요. ^^)
와~ 코치님 멋있으시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3번 얘기는 처음 들었을때.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이후에 3부 최상위급분들을 볼때 저렇게 잘치시는데 왜???? 하던 의문이 풀렸었습니다. 불과 몇개월전에 저 역시 3부였죠. 되새김질 해보면 3부에서 2부로 넘어온 계기 역시 코치님이 만들어 줬습니다.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 말씀입니다..좋은 코치님을 두셔서 행복하시겠습니다..부럽습니다..
좋은 경험담에 감사합니다.
1. 이그니토 중펜 하루빨리 무사 귀환하길 바랍니다. ^^ 2. 현재 쓰는 아리아에서 절대 바꾸면 안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3. 정말 가슴에 파악 와 닿습니다. 저런 코치님밑에서 배우셨으니 행복하시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
1. 코치형님의 코르벨을 인질로 잡을까 계획중입니다. 2. 특히 블레이드는 '불만이 없다면 최소 2년은 쓴다'라고 생각하시는게 좋습니다. 러버 역시 최소 같은 품종으로 1년. 생각해보면 5부칠때의 1년 넘게 했던 용품방랑은 헛일입니다. 덕분에 지금 용품지식은 꽤 생기긴 했지만 탁구실력과는 별개죠. 3. 몇가지 부분에서 불만도 있습니다. 특히 그놈의 자뻑증세. 레슨도중에 누님들에게 "역시 제가 생각해도 제가 좀 멋지죠"라고 하시면 그게 되는 일인가요~~~ 그리고 7세트게임 한번 뛰면 다시 일어날 생각을 못하는 무릎..... 이부분은 불만보단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너무나 공감되는 글이네요 특히 "드라이브의 임팩트에 도달하는 과정"---이 한마디가 저에게는 가장 크게 와닿네요^^; 몸으로는 느끼지만 설명이 힘든, 몸으로 느껴야만 알 수 있는 것들...탁구에는 그런 요소들이 있는 것이 또 매력인것 같습니다.
좋은 코치님과의 인연, 계속 이어가시길... 부럽습니다.
이론 실기 모두 초보라서 카페 글 읽기만 해왔는데 레지스터님이 너무 부러워 처음으로 댓글 답니다. 1. 좋은 분으로부터 지도 받으시니 부럽고, 2.탁구 실력이 월등하니 부럽고, 3. 동생과 함께 운동하니 이또한 부럽고, 4. 글을 너무너무 잘쓰시니 부럽고, 5. 포용력있는 인품도 부럽지만, 6. 뭐니 뭐니해도 레지스터님의 젊음이 부럽습니다.
훌륭한 코치님이십니다. 레지스터님 혹시 오핑 중펜 모임 블루오션에도 가입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거기에도 좋은 글 올려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 텐데요. 중펜 관련 많은 내용 열심히 읽어보고 있습니다. ^_^
오핑쪽은 거의 가지 않습니다.
항상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실력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이 부럽네요.
2009년 글을 2015년이 되어서야 읽다니
너무너무 좋은 그리고 잼나는 글입니다
작가신가요?^^
작가는 아닙니다만 본업이 텍스트를 쓰는것과 관련이 큰 편입니다.
참 훈훈한 대화입니다 ㅎ
아침 부드러운 미소속에 좋은시간을 함께한것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으로 부럽습니다. 지역이 어디신지....정말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