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영화라는 깊은 고마움을 가지고 감상하였습니다. 아마도 올해 본 영화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통영화문법상 과연 갈등구조가 배치되어 있는지 의심해보기도 했습니다만 우리시대의 핵심 화두인 결혼과 성문제를 아주 진지하게 탐구해준 영화였습니다.
보통의 드라마문법상 갈등이라면 인물과 인물의 대결로 몰아가곤 합니다만, 여기선 주인공 남여들의 내적 가치관의 갈등을 깊이있게 탐색하고 있더군요.
많은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영화였습니다.
결혼을 앞둔 남여들로서 한동안의 갈등과 번민 속에 빠져들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든 사랑이 크지 않은 결혼을 선택하든, 결혼이라는 문은 지금까지의 독신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가는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결단의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망설이고 주저하면서 세상의 관성의 법칙을 따르듯이 들어가곤 하였지요. 한데 주인공 감우성(아...주인공 이름을 잊다니, 이럴수가.. ^^)은 스스로를 속일 자신이 없는 사람이었죠. 거짓말하며 살 자신이 없다... 최소한 저에겐 절실하게 와닿는 대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에게 공감하면서 때로는 분노하면서 흔들리는 나의 내면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나에게, 현대인들에게 결혼의 의미는 무엇인가, 올바른 결혼문화는 어떠해야하는가 많은 갈등과 번민을 유도하게 한 작품이었죠. 그래서 이 영화의 진지성은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에 파고들것 같았고 영화는 오래도록 이억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강한 갈등구조도 영화의 클라이막스도 느낄 수 없기에 많은이들에게 밋밋한 영화로도 보일 수 있는 이 영화를 올해 최고의 작품으로 뽑고 싶은 이유는 내 감성지수와 너무도 어울리는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깨끗한 감성영상의 표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모든 화면 모든 대사들이 깨끗하고 산뜻했으며 내 가슴에 깊이 파고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감우성, 역시 좋은 남자였습니다. 그런대로 좋아했던 엄정화, 이 영화를 통해 그녀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현대판 사랑의 여신이 있다면 그녀를 닮은 여신이 아닐지요.
나는 그들의 사랑이 비겁하고 비도덕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결혼관과 사랑관에는 많은 저항감이 있었지요. 흔들리는 나, 어떻게 소화해야할지 힘겨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사랑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릅답게 펼쳐졌지요. 그들의 사랑이 한 없이 부러웠습니다. 그들의 신혼여행... 한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러기에, 그렇기에 난 감우성에 동의할 수 없었군요. 저토록 사랑스러운 연인이 있다면 그 모든 걸 각오하고서라도 결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어떠한 댓가를 치루더라도.
난 이 영화와 대화할 수 있는 영화를 써보고 싶더군요. 감우성과 연희의 또다른 선택을 통해 또 다른 인생을 펼쳐보이고 싶어졌습니다. 기회가 되는대로 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꼭 사두고서 시간나는대로 감상하고픈 기분이었습니다. 빌려온 영화가 4편이나 되었기에 성급히 반환하고 말았습니다만, 몇번이고 몇번이고 질릴 때까지 감상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소제목을 달고 있었지요. 결혼식 맞선 데이트 신혼여행 파국 등... 이런게 바로 시퀀스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를 공부하시는 분들은 이 시퀀스를 통해 전체적인 영화구성을 참고할만 하겠습니다. 생활의 발견도 시퀀스를 달고 있지요. 그들 영화시나리오 구해지는대로 게시판에 올려볼 터이니 참고바랍니다.)
오락성 4.4 작품성 4.8 합계 4.6
2002 8 4 일 밤.
오버더 레인보우, 라이타를 켜라, 고,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에너미 라인즈, 나폴레옹, 마리이야기, 취화선, 블랙호크다운, 나쁜남자 등이 기억에 남고 비교적 제 취향에 맞는 영화들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