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올해는 이팝나무의 꽃이 어느 해 보다도 잘 피었다. 흰색의 꽃잎이 온통 나무를 뒤덮고 핀 모습은 나라에 좋은 일이 있을 징조로도 여겨진다.
‘손님 덕에 이밥’이라는 말이 있다. 이밥의 사전적 내용은 ‘입쌀로 지은 밥’ 즉 흰 쌀밥을 뜻한다. 나무도 예로부터 쌀밥나무가 있어 ‘이밥나무’가 지금은 ‘이팝나무’로 변하여 불리어진다. 설에 의하면 쌀밥은 왕족과 양반인 이씨(李氏)들이 많이 먹었기에 이 씨들이 먹는 밥 즉 ‘이밥’으로 불리었으니 가난한 백성들의 배고팠던 심정이 어떠했는지 짐작이 된다. 선조들의 삶이 얼마나 궁색하였으면 흰 꽃이 소복하게 모여 피는 것만 보아도 밥으로 생각하여 쌀밥나무로 이름을 지었을까? 생각하면 서글퍼다 하겠다. 쌀이 남아도는 요즈음의 우리는 그 심정을 알지도 느끼지도 못하며 살고 있는 형편이다.
이팝나무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옛날 경상도 어느 마을에 열여덟 살에 시집을 온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는데 시어머님이 끊임없이 트집을 잡고 구박을 하며 시집살이를 시켰는데 어느 날 집에 큰 제사가 있어 며느리는 조상께 드리는 쌀밥을 짓게 되었다. 항상 잡곡밥만 짓던 며느리가 모처럼 쌀밥을 지으려니 혹시나 밥이 잘못 될까 봐서 며느리는 밥에 뜸이 잘 들었는지 밥알 몇 개를 떠서 먹어 보았는데, 마침 그 순간에 시어머니가 부엌에 들어와 그 모습을 보고 제사에 쓸 메밥을 며느리가 먼저 퍼먹는다고 갖은 학대를 당하여 그 일로 인해 며느리는 뒷산의 나무에 목을 매어 죽었다. 이듬해에 며느리의 무덤가에서 나무가 자라더니 흰 꽃을 가득 피워 냄으로 쌀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된 나무라 하여 동네 사람들은 이 나무를 이밥나무라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팝나무의 다른 이름은 입하목(立夏木)이라고도 한다. 여름으로 들어서는 입하에 꽃이 피기에 입하가 연음이 되어 이파-이팝으로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지금도 전라북도 일부 지방에서는 ‘입하목’으로 부르고 ‘이암나무’라고도 불리어지는 곳도 있다. 이팝나무는 한 해의 풍년과 흉년을 가늠했던 나무로 그 해에 이팝나무의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면 흉년이 드는 것으로 여겼기에 농사를 짓던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사였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마을과 지방의 신목으로 추앙을 받으며 풍년과 흉년을 점치는 기상목이 되었다. 꽃이 피면 한 해의 농사를 점치는 관계로 사람들이 나무의 꽃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던 나무이다. 요즈음 같으면 봄날의 꽃놀이로 즐거움을 더하는 일이겠지만 당시로는 꽃이 민초들의 생명줄 같은 모습으로 보였으리라. 늦은 봄 이팝나무 꽃송이는 온 나무를 덮을 정도로 달려서 멀리서 보면 5월의 나무에 때 아닌 흰 눈이 내린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갖게끔 꽃송이가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 쌀밥처럼 보인다.
이팝나무는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낙엽성 교목으로 경상도와 전라도 같은 따뜻한 남쪽이 고향이며 서쪽으로는 인천까지 동쪽으로는 포항까지 자란다. 대구 달성군 옥포면 교황리에는 300년 이상의 이팝나무가 군락으로 척박한 토양에서 자생하고 있는데 나라 전체의 천연기념물로는 8그루가 지정되어 있고, 대구 경북지역에는 천연기념물 정도의 거수(巨樹)는 없는 상태이나 가창의 행정리에 400년생이 시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달성공원, 가창초교, 고모역, 경산 자인의 계정 숲, 경주의 황성공원에도 이팝나무 노거수가 있다. 역사 속의 인물과 나무로는 대구 출신 음악가로 유명한 현제명 선생의 나무로 노거수가 동산동 제일교회의 마당에 시의 보호를 받고 있다. 또한 이팝나무는 대구의 앞산에 자생하는 나무로 알려지기도 한 일이 있기에 우리는 더욱 이팝나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이 나무를 봐야 할 것이다. 올해도 5월의 늦은 봄을 타고 앞산순환도로에 흰 꽃을 온통 뒤집어쓰고 하얗게 도로의 양쪽을 수놓은 모습을 시민들은 즐겁게 보았으리라. 평소 같으면 출퇴근에 밀리는 시간들이 지루하기만 한데 이팝나무의 꽃이 활짝 핀 5월의 길은 오히려 밀리는 것이 꽃구경으로 인해 즐거움이 된듯하다. 꽃이 지고 난 자리는 정말 쌀가루를 뿌린 듯 하얗게 낙화된 모습도 보기가 좋고 은은한 꽃향기도 맡을 수 있다. 꽃이 지고 난 뒤로는 잎이 무성하게 자라며 제법 어린 아이들의 손바닥 만 한 잎은 그늘도 지워주고 열매도 맺혀서 자라는데 가을이 되면 콩알 만 한 굵기의 타원형 열매가 추운 겨울까지도 검은 색깔을 보이며 대롱대롱 달려 있음을 볼 수 있다.
대구의 남구청에서는 이팝나무를 1994년 구목(區木)으로 지정을 하여 가꾸고 있으며 나무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도심에 적합성이 부족한 대구의 시목(市木)인 전나무 대신 공해에도 강하고 병충해도 적으며 토양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 잘 자라 가로수로도 훌륭한 점을 들어 이팝나무를 ‘시목’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주장을 펴기도 한다. 신천의 상동교에서 청소년 수련원까지 650여 그루가 한 그루도 실패를 보이지 않고 자라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다. 팔조령 가는 길도 개통을 보면서 이팝나무를 심었는데 꽃을 많이 피웠고, 경산시에서도 자인까지의 국도에 헌수운동으로 길게 심어 놓았기에 아마 앞산순환도로와 함께 10여 년 후쯤은 이팝나무의 명물도로로 유명해질 것이라 여겨진다. 서울에서는 청계천이 복원되면서 수로를 따라 심은 수종이 이팝나무였는데 상태를 확인 차 찾아 본 나무의 상태는 척박한 좁은 틈의 시멘트 도로변에 좌우로 심어진 상태라 앞으로 자라는데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고, 도시의 먼지를 까맣게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 측은했으며, 밤경치 좋으라고 어린 나무에 발광다이오드를 마구 감아서 전기를 흐르게 하니 그만 좀 풀어 편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의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에서도 이팝나무를 많이 보급하여 심었고, 나무의 유명세가 올라가면서 예전에는 잘 볼 수 없었던 이팝나무가 주변에 많이 볼 수 있어 좋은 가운데, 경북 포항의 흥해향교 이팝나무 군락지가 2020년 12월7일 천연기념물 제561호로 지정되어 이팝나무에 대한 관심과 나무사랑이 더욱 높아질 것을 생각하니 2021년 5월에는 지역의 경사로 26그루의 노거수가 피워내는 흥해향교 뒷산의 이팝나무 꽃구경을 갈 것이다.
대구수목원에 제일먼저 심은 나무가 이팝인데 달성유가초교의 운동장일부가 도로 편입으로 두 그루가 반출 이식된 것인데
한 그루는 고사하고 한 그루만 살아남은 수목원의 전체 수목들의 대표목이라 할 수 있다.
잎
꽃
열매
행정리의 400년 대구보호수 이팝나무(기상목과 정자목의 역할)
꽃이 핀 모습이 밥그릇에 담은 쌀밥처럼 보이나요? 놋그릇을 받들고 찍었다면 그리 보였으리라 여깁니다.
첫댓글 봄 기운이 감도는 비교적 포근한 날씨의 상쾌한 아침 입니다!!
오늘도 여유로운 마음과 풍요로운 마음으로 즐겁고 행복이 가득한 휴일이 되길!
이팝나무의 열매가 포도알처럼 참 예쁩니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