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도의 산책로는 한적하고 오롯하다. 비, 바람에 수백년을 버텨온 동백나무, 소나무 등이 울울창창하게 우거져 있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세상살이로 찌든 때를 다 씻어내는 기분이 절로 든다.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경외로움이 느껴진다. |
【거제도=이지연기자】 대한민국에서 제주도(1845㎢)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 본섬의 면적은 약 378㎢.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를 품고 있는 거제는 어디로 눈을 돌려도 섬 천지다.
화사한 동백으로 유명한 지심도나,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매물도는 익히 들어봤지만 거제의 진짜 숨은 보석은 내도(內島)와 외도(外島)의 비교 체험이다. 안과 밖에 사이 좋게 누워 있어 이름도 내도와 외도로 붙여진 이 섬들은 각기 다른 색깔로 매력을 뿜어낸다.
■바다 위 예쁜 식물원, 외도
구조라 선착장에서 해상관광유람선을 타고 약 20분. 바다 위에 떠 있는 예쁜 식물원인 외도가 고운 자태를 드러낸다.
수심 30∼50m의 바다와 해발 80m의 기암절벽으로 둘러싸인 바위투성이 섬이었던 외도는 1969년 낚시하러 왔다 태풍을 만나 우연히 표류하게 된 이창호·최호숙씨 부부가 이 섬을 사들이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연중 따뜻한 기후로 인해 다양한 식물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부부는 이 섬에 나무와 꽃을 심고 정성스레 가꿨고, 외도는 아름다운 식물원으로 탈바꿈했다. 드라마 '겨울연가'를 비롯해 각종 광고의 단골 배경지로 등장한 것도 그 덕분이다.
외도의 첫 인상은 화사함 그 자체다. 선착장 입구에서부터 아열대 식물들이 한눈에 펼쳐지고 길을 따라 갖가지 진귀한 식물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이국적인 정취에 빠져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길을 오르다 보면 그 유명한 비너스 가든이 나온다. 영국 버킹엄궁 후원을 콘셉트로 조성된 비너스 가든은 외도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아름다운 조경을 집약적으로 잘 표현한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비너스 가든을 뒤로 하고 다시 섬의 정상을 향해 오르면 제1전망대에 다다른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끝도 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제2전망대에서는 외도의 품에 살포시 안겨 있는 내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손을 뻗으면 잡힐 듯 가깝게만 느껴진다.
외도에서는 아무리 정원이 예뻐도 넋을 잃고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섬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유람선에 승선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1시간여. 걸음을 재촉해야 하나라도 더 눈에 넣을 수 있다.
■사색의 원시림, 내도
구조라 선착장에서 조그만 도선을 타고 10분이면 닿게 되는 내도는 화려함을 품은 외도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10가구에 15명이 살 뿐인 작은 섬 내도는 소박하고 수수하기만 하다.
하지만 수수한 섬 내도의 첫인상은 섬을 따라 한 바퀴 돌다 보면 이내 카멜레온 같은 매력으로 바뀌게 된다.
내도의 산책로는 한적하고 오롯하다. 비와 바람에 수백년을 버텨온 동백나무, 소나무 등이 울울창창하게 우거져 있는 산책로를 걷다 보면 세상살이로 찌든 때를 다 씻어내는 기분이 절로 든다. 자연의 위대함을 온전하게 느끼기에 그만이다.
동백과 소나무 숲의 향긋한 내음을 맡으며 걷다 보면 해안 산책로로 이어진다. 바다를 곁에 두고 걷고 또 걷다 보면 쥐의 귀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서이말 등대와 외도도 볼 수 있다. 일본 대마도와 가장 가깝다는 내도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망망대해를 건너 대마도를 훤히 조망할 수도 있다.
해안을 바라보며 10여분쯤 걸었을까. 편하게 앉아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긴 의자가 눈에 띈다. 땀을 식히고 여유도 가져 보라는 배려처럼 느껴져 새삼 반가워진다.
돌아 내려가는 길은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것 같은 자연 그대로의 길이 이어진다. 야생 고라니, 흑염소의 조우는 내도에서는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내도에는 수령 백년을 훌쩍 넘긴 무궁화나무가 있다. 80대 중반을 넘긴 할머니가 16세 때 내도로 시집 오면서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수령 60년이 넘은 나무라고 들었다고 하니 어림잡아 130년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도 역시 지난 2003년 한반도에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 매미 때 큰 타격을 받았지만 이 무궁화나무만큼은 쓰러지지 않고 끝내 살아남아 굳은 절개를 지키고 있다.
내도의 산책로는 한 시간 정도면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길지 않은 코스다. 하지만 이곳저곳 발길을 돌리며 사색의 원시림 매력에 빠지다 보면 한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easygolf@fnnews.com
▲ 외도의 명소인 비너스 가든. |
■ 거제도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중부고속도로를 타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거쳐 거가대교를 이용하면 된다. 지난해 12월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 사이 8.2㎞ 구간을 해저와 해상으로 연결한 거가대교가 개통되면서 총 거리는 80㎞, 시간은 한 시간 이상 단축됐다. 통행료는 소형차 1만원, 중형차 1만5000원, 대형차 3만원. 외도에 가는 배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있지만 내도는 하루 두 차례 왕복 뱃길이 열려 시간대를 잘 맞춰야 한다. 외도를 돌아보려면 입구에서 입장료(성인 8000원, 소인 4000원)를 따로 내야 한다. 거제도는 해산물이 유명하지만 그중에서도 멍게비빔밥이 별미로 유명하다. 따뜻한 밥에 멍게와 김 등을 넣고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은 비릿하지 않고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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