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초의 산중일기. "
"땡초의 산중일기 "
땡초법우 조 숙 제
오늘도 병든 몸을 다스리기 위해 이른 기침을 한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푹신푹신하게 더위가 다가온다.
옅은 연무가 띠를 두르고 푸시시 깨어나는 뒷산의 고운 자태가
가히 장관이다.
부산을 떨면서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조깅을 한다.
조깅은 어느 운동보다 쉽고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
시간과 관심만 있으면 누구든지
쉽게 접할 수 있는 최상의 운동법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시작을 했다.
그동안 무리한 운동과 과격한 행동이 나의 병든 육신을 더욱더 거들나게 만들었나 보다.
빈 깡통처럼 되어 버린 육신 앞에 망연히 손을 놓기는 청춘이 울고,
마땅히 체력을 단련할 적당한 운동법을 고심하던 터에
불청객 병마가 태풍처럼 요동을 치고 난 뒤부터 이 조깅을 시작한다.
이제는 제법 숙달이 되어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조깅의 맛에 익숙해 졌다.
힘들수록 자신에게 채찍을 가해, 걷는 속도를 더하면
비 오 듯 몸은 젖어들어도 방울방울 맺힌 땀방울엔 생기가 돈다.
그렇다 . 어렵고 힘들수록 길은 한 길 뿐이다.
스스로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가 지름길을 내는 것뿐이다.
한 바퀴 , 두 바퀴 돌고나면 세상사 시름을 개운하게 하늘가로 날려 보낸다.
이 맛이 돈 안들이고 얻는 최고의 수확이다.
이것저것 세상살이를 생각하면서 걷노라면 제대로 운동이 되질 않는다.
이 때 만큼은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누가 이 무거운 짐을 나에게 지워 주었던가,
내 스스로 짊어진 삶의 무게가 아니던가.
ㅎㅎㅎ 그렇다 . 망상에 젖었다, 희망을 그렸다,
그림을 열두 번도 더 지웠다 그렸다를 번복을 한다.
하루에 골백번을 죽었다 깨어난다.
산비탈 모퉁이를 아우르는 데 어는 곳에서 울어대는
산새의 소린가 청아한 그 소리가 나의 발길을 더욱더 가볍게 한다.
같은 물을 먹어도 독을 만드는 독사가 있고 , 우유를 잦아내는 소가 있듯이
산속의 공기를 똑같이 나눠먹고서 미련한 나는 스스로가 만든 소음에 갇혀
신음을 하는데 저 산새의 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에 별빛처럼 날아와 보석처럼 박힌다.
경사진 언덕을 올라 하늘을 보며 호흡을 고른다.
두두물물 산해대지에 자비로 빛을 발산하는 태양,
내 좁은 가슴에 그 기운을 모은다.
드높은 하늘가엔 형상 없는 모습들이 면면이 웃고 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이 별것도 아니건만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은
내게 분명 문제가 있으리라.
모두가 내 이웃이련만 모두가 내 형제이련만,
나는 왜 그들의 따스한 손목잡고 속 시원히 부드러운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없다는 말인가.
하늘가에 세상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비친다.
우리들이 사는 길엔 화려한 꽃은 없다.
호박꽃, 민들레, 쑥부쟁이, 개망초.
장미꽃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다 제 각각의 몫이 있다.
그 길을 묵묵히 묵묵히 지키면 되는 것 아니던가.
남의 그릇에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다.
버려진 잔자갈이지만 한 톨의 꽃씨가 뿌려져 정원을 이루듯
거친 것 들이 모여서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힘없는 민초들이 세상을 지탱하는 법.
옛사람들은 모든 것이 부족한 가운데도
똑똑한 사람을 높이지 않음으로써 백성들을 다투지 않게 하고,
얻기 힘든 물건을 귀하게 여기지 않음으로써
백성들이 도둑질을 하지 않게 만드는 세상을 노래하지 않았던가.
그렇다. 배불리 먹지 않고도 든든하게 얼마든지 세상은 아름다운것 ,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이도 얼마든지 하늘 높이 날아 갈 수 있는 법은 있다.
아침 한 시간 조깅을 하고 돌아와 샤워를 한다.
아침 밥상에 풋풋한 호박잎이 올랐다.
내 입가엔 알 수 없는 미소가 돈다.
된장에 듬뿍 찍어 입을 떡 벌리고 먹는 호박잎의 맛은
가히 천하제일 성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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