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는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영혼이 의지할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든 상징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던 국가 최고의 사당입니다. 1392년 태조가 새 왕조(조선)를 세운 후, 1394년 한양을 새 도읍지로 정한 이듬해 궁궐과 종묘, 사직단을 완공했는데 풍수지리와 유교적 이념을 따라 궁궐은 백악산 기슭의 명당에, 좌측엔 종묘를, 우측엔 사직단을 두었습니다.
처음 종묘에 방문했을 때, 그 아름다움에 크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인근의 창덕궁과 창경궁의 장엄함과 화려함과는 달리 신성함이 깃든 장소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찾은 종묘는 그때 받은 느낌 그대로였어요.
▼ 외대문(外大門, 정문)
소박한 모습의 외대문(外大門, 정문)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돌로 만들어진 길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쪽은 세자, 동쪽은 왕이 다녔던 길이며, 좌우 양쪽보다 솟아있는 가운데 길은 조상신이 다니는 ‘신로(神路)’라고 합니다. 신로는 그 의미를 존중하고자 보행을 금하고 있습니다.
창덕궁과 창경궁의 후원처럼 이곳 또한 울창한 숲과 연못이 조성되어 있어 무척 아름답습니다. 한겨울이라 알록달록 화려함보다 푸른 소나무의 고고함이 돋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연못을 지나면 ‘향대청’이라는 건물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데요. 제사 예물을 보관하고, 제향에 나갈 헌관들이 대기하던 곳이지요.
▼ 향대청
향대청 남쪽에는 제향(祭享)때 임금이 머물면서 사당을 바라보며 선왕(先王)과 종묘사직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붙여진 ‘망묘루’와 그 오른쪽에 작은 신당이 있습니다. 이 신당에는 특이하게도 고려의 왕인 공민왕과 왕비 노국대장공주의 영정이 모셔져 있습니다.
▼ 망묘루
▼ 고려 공민왕 영정 봉안지당(高麗 恭愍王 影幀 奉安之堂)
다음에 보게 되는 건물은 왕이 제사를 준비하던 ‘재궁’입니다. 재궁 북쪽에는 임금이 머무는 어재실, 동쪽에는 세자가 머물던 세자재실(世子齋室)이 있고, 서쪽에는 어목욕청(왕이 목욕하는 건물)이 있습니다.
어재실에는 십이장복을 입은 왕의 모습을 볼 수가 있는데 십이장복은 대한제국 선포 후 고종황제와 순종황제께서 국가의식에 착용한 예복이라고 합니다.
▼ 어재실
▼ 십이장복을 입은 왕의 모습
좌우에 있는 세자재실과 어목욕청에서는 종묘대제의 의례와 제도를 그림과 글로 알기 쉽게 표현한 8폭 병풍인 ‘종묘친제규제도설병풍’, 임금님께서 종묘 안에서 이동할 때 사용하던 가마인 ‘소여’ 등을 볼 수가 있습니다.
▼ 종묘친제규제도설병풍
▼ 소여
재궁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면 화려한 요소들을 모두 배제하여 소박하지만, 위용이 느껴지는 건물이 보입니다. 이곳이 바로 조선시대 최고의 사당인 '종묘 정전'입니다.
종묘 정전은 건물에 모실 신위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건물을 옆으로 증축하여 규칙적이며 좌우로 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넓은 묘정 월대((月臺, 중요건물 앞 넓은 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이내 숭고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에 시선을 빼앗기게 됩니다.
정전 내부는 볼 수 없지만, 별도로 안내하고 있는 ‘정전 신위봉안도’를 통해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 위치와 내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정전 신위봉안도
월대 아래 동쪽에는 공신당(功臣堂)이, 서쪽에는 칠사당이 있으며 공신당은 역대 왕을 보좌한 공신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칠사당은 일곱의 작은 신들에게 왕실과 백성이 무탈하기를 기원하는 사당입니다.
정전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영녕전이 있습니다. 이곳은 또 다시 종묘 정전에 온 것처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영녕전은 정전에 있던 신주를 옮겨 모시기 위해 세종 때(1421년)에 지은 건물로 종묘 정전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장엄한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 영녕전
▼ 영녕전 신위봉안도
정전과 영녕전 밖에는 ‘악공청’ 건물이 하나씩 있는데 종묘제례시, 주악하는 악사들이 대기하는 건물입니다. 악공청 또한 이곳의 여느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악공청
조선의 역사와 함께한 신성하고 아름다운 장소인 종묘는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이곳에서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과 11월 첫 번째 토요일에 역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종묘제례(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가 행해지는데 제례 의식에 맞춰 ‘종묘제례악(1964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이 뒤따릅니다.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의식인 종묘제례와 종묘제례악은 전통과 예술성을 인정받아 200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절제되고 아름다운 건축과 신성함이 깃든 장소, 주말에는 종묘를 천천히 산책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 관람 시간 (종묘는 *시간제 관람으로 운영, 예약 링크 )
- 02월~05월 09:00~18:00
- 06월~08월 09:00~18:30
- 09월~10월 09:00~18:00
- 11월~01월 09:00~17:30
* 시간제 관람 : 관람 시간 내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하며, ‘문화재안내해설자’의 해설을 들으며 관람이 가능합니다.
* 단, 매주 토요일,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 명절 및 국경일은 예약없이 자유 관람이 가능합니다.
※ 매주 '화요일'은 휴관입니다.
■ 입장료 : 대인 1,000원
■ 주소 : 서울 종로구 종로 157 (훈정동)
※ 지하철 이용 시, 종로3가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1호선-11번, 3호선-8번, 5호선-8번 출구)
[참고] 서울역사박물관, 종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