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의 한약적 접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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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가 아니라면 배운 대로 성향정기산에 우황청심원이 투여되어야 할 텐데 병원에서 한약을 드시도록 허락하지는 않을 것이라 우려가 되었다. 내 가족 같으면 병원 모르게라도 투약을 하고 십선혈도 따서 혈액의 흐름을 틔워 주겠지만 몇몇 의사 선생님들은 한약을 중금속 중독을 일으키는 극약 수준으로 환자들에게 금기시하니 만일 병원 측에서 보호자 측의 그런 행동을 보면 잘못된 결과에 대한 부분은 모두 한약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며 걱정을 했더니 일단 MRI 결과를 보겠다고 하며 다시 전화하겠단다. 중풍은 초기 처치가 가장 중요한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병원에서 신속히 혈전용해제를 주사해 막힌 혈관을 뚫어 주면 정상을 회복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므로 그것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좌측 편마비에 의식도 있고 말도 하지만 다운 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에게 병원에 오면서 아이스크림 안 사왔다고 짜증을 낼 정도로 치매증도 함께 왔단다.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 일부가 죽으면 운동능력의 마비 뿐 아니라 지각능력의 마비도 따라올 수밖에 없다. 중풍환자들은 졸지에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용납할 수없을 뿐 아니라 일부 상실된 지각능력 때문에 아기처럼 사소한 것에 울거나 웃거나하는 단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간병을 하는 사람이 환자의 정신상태를 이해하고 지혜롭게 받아주어야 한다. 이틀 뒤 피곤에 절은 모습에 토끼처럼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잠을 거의 못자 너무 피곤하다며 약국에 찾아 오셨다. 일단 본인 약을 달라하시며 여러 가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시는데, 다른 보호자들이 한방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둥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는 둥 경희의료원이 좋다, 동서한방병원이 좋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서울대병원이 최고다라며 얘기하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단다. 아무리 다른 여러 의견을 말한다 해도 결론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자기 자신이므로 각각의 장단점을 피력하고는 지혜롭게 결정하시라는 의례적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졸중풍이라고도 하는 이 병은 발병과 변화가 급박하고 증상이 다양하다. 멀쩡하던 사람이 돌연히 넘어가 인사불성이 되거나 구안와사, 반신불수, 언어장애등의 후유증을 남긴다. 구급치료를 잘 한다 해도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다든지 세밀한 수작업이 힘들다든지 해서 완전하게 과거 상태로 가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갑자기 발병했다고는 하나 사실은 전조증상이 있게 마련이다. 손, 발가락 일부에 감각이 없다거나 팔, 다리 일부가 저리거나, 두통, 어지러움, 신체 한 쪽으로 힘이 없어진다든지 잘 넘어지는 경우, 일시적인 사지 마비감, 말이 답답하고 느려진다는 느낌, 비정상적으로 계속되는 하품등도 중풍의 전조 증상이다. 사실은 이때부터 치료가 시작되어야 졸중풍이 오지 않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몇 년 전 할머니 한 분께서 무기력하며 피로하다고 상담을 하시 길래 제가 보기엔 중풍전조 증상이니 한약을 드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알겠다고 할머니께서 가신 후 저녁 무렵 아이를 맡겨 키우는 며느리가 퇴근 후 와서 시어머님 한약을 해 달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돈이 아까운 할머니께서 다시 오셔서 자기는 약 안 먹어도 괜찮다며 취소를 하셨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약 2개월 후 그 할머니가 상담할 때 옆에서 다른 약을 사시던 이웃 아주머니께서 그 때 약사님이 중풍 온다고 한약 드시라던 할머니 며칠 전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가셨다며 “약 먹으랄 때 먹지” 하며 안타까워 하셨다. 사람은 어차피 누구나 사망이라는 단어로 마감을 하게 마련이다. 아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아쉬움보다 주변 사람들을 지겹게 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할 일이 많은 젊은 나이에 너무 많은 일을 한꺼번에 해치우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과로하다가 졸지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부모, 형제, 자매가 한숨을 쉬며 외면하려는 상황을 볼 때 마음이 아프다. 현재의 의료체계상 약국에서 중풍환자를 졸중풍 처음 상태부터 관리할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병원 응급실과 한방 병원을 거쳐 후유 상태에 온다든지 전조증 환자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상에서 보면 전조증 환자는 매우 많다. 하지만 이 경우는 본인은 별 것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상태인데 과장해서 약을 팔려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뚜렷한 경우가 아니면 중풍이라는 용어는 가급적 사용을 않는 것이 좋다. 이 때는 <강활유풍탕: 창출,석고,생지황,강활,방풍,당귀,만형자,천궁,세신,황기,지각,인삼,마황,백지,감국,박하,구기자,시호,지모,지골피,독활,두충,진범,황금,백작약,감초,육계>이나 <천마환:생건지황,강활,현삼,천마,우슬,비해,두충,독활,부자>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중풍이 열증이므로 寒이 熱痰과 상박하는 <천마환>보다는 <강활유풍탕>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어머니도 7년 전 중풍이 언어장애로 온 적이 있으시다. 말이 이상하다며 전화를 하셨는데 마치 술에 많이 취한 사람처럼 말이 꼬이고 빨리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腎이 허해서 풍이 오는 경우라고 판단되어 <지황음자>를 1제 해 드리고 곧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후조리로 <강활유풍탕>을 1제 드린 후 지금 85세의 연세에도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게 지내신다. 중풍의 발생 원인은 평소 기혈이 휴허하고 심, 간, 신 삼장의 음양이 실조 된데다 음식부절, 정지소상, 외사침습, 적손정쇠 등으로 기혈운행이 저애되어 기부근맥이 유양을 잃거나 음이 마르고 간양이 폭장하여 양이 풍이 되어 움직이며 痰과 火가 氣를 따라 逆하는 血에 붙어 청규를 몽적하여 상실하허를 형성하고 음양이 서로 유계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발생 병기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虛(음허, 기허), 火(간화, 심화), 風(간풍, 외풍), 痰(풍담, 습담), 氣(기역), 血(혈어)로써 간신음허를 근본으로 한다. 외사 침습으로 인한 것을 외풍이라 하고 진중풍 또는 진중이라고도 한다. 노인이 1,2월에 중풍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은 외사를 이길 기혈이 부족하고 맥락이 공허한 틈을 타 풍사가 경락에 들어가 기혈을 비조시키거나 외풍이 담습을 움직여 경락을 폐조하여 와벽불수를 일으키는 것이다. 내인으로 인한 것을 내풍이라 하고 류중풍 혹은 류중이라고도 하는데 임상으로 볼 때 내인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본 병의 발생 병정을 보면 경중완급에 따라 분류하는데 경한 경우 혈맥경락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이 맑고 정상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중경락으로 분류하며 중한 경우 항상 관련 장부에 파급되기 때문에 중장부로 분류하는데 이 때는 神志 변화도 있어 정신이 맑지 않은 상태이다. 中經絡 (1)락맥공허, 풍사입중 ▶ 증상: 기부에 감각이 없고 수족이 마비되어 돌연히 구안와사하고 언어가 불리하고 입가로 침을 흘리며 반신불수가 오기도 한다. 오한, 발열, 지체수축, 관절산통, 맥부삭, 설박백 등의 증세가 보인다. ▶ 치법: 거풍, 양혈, 통락 ▶ 방약: 대진범탕 (진범,석고,당귀,적작약,천궁,생지황,숙지황,백출,복령,자감초,황금,방풍,강활,독활,백지,지각,지모,세신,생강즙,죽력1술) ● 열증의 중풍으로 화장한 듯한 붉은 혈색이 보인다. 겨울에도 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사물탕>으로 양혈행혈시켰는데 ‘血行風自滅’이기 때문이다. 비장의 기운이 약해서 생긴 습이 담으로 전변되어 풍으로 진행되므로 백출,복령,감초로 비기를 올려 비습을 없애지만 중초의 열로 어느 정도의 습을 말려 설태가 박백태 정도이므로 창출이 아니고 백출이 사용되었다. 한증이면 소속명탕(방풍,방기,육계,행인,황금,백작약,인삼,천궁,마황,감초,부자)을 사용하는데 무한표실증에 사용한다. 중풍 온 자리가 찬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열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상열하냉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2)간신음허, 풍양상우 ▶ 증상: 평소 머리가 어지럽고 두통, 이명, 현운, 잠이 적고 꿈이 많으며 갑자기 구안와사, 혀가 굳어져 말이 안나오거나 수족이 무거워 들지 못하고 심하면 반신불수 증상이 온다. 설질홍, 설태가 니한 경우도 있고 맥현세 혹은 현활하다. ▶ 치법: 자음잠양, 식풍통락 ▶ 방약: <진간식풍탕> 백작약,천문동,현삼으로 자음유간, 식풍하고 용골,모려,구판,대자석으로 진간잠양시키고 우슬로 인혈하행시켰다. 천마,구등,국화로 평간식풍을 증가시킬 수 있다. 장석순의 의학충중삼서록에 기록된 명방으로 고혈압, 동맥경화의 치료에도 좋다. 진강작용이 강한 대자석이 들어가 효과는 좋지만 중금속중독의 우려가 있어 본인은 쓰지 않는 처방이다. 대신 안전하면서 효과가 순한 천마구등음(석결명,야교등,조구등,천마,우슬,복신,상기생,두충,황금,치자,감초)을 많이 사용했는데 열담이 심한 경우 담남성,죽력,패모로 청화열담시켜도 좋다. 中臟腑 중장부의 주된 표현은 혼미해 넘어져 인사불성이 된다는 것이다. (1)폐증 인사불성이 되어 이를 꼭 다물고 입을 열지 못하고 두 손을 꼭 쥐고 대소변이 막히고 지체가 뻣뻣하고 경련이 있다. 열의 유무에 따라 양폐와 음폐가 있다. 1)양폐 ▶ 증상: 위 증상외에 안면적색, 신열, 숨이 거칠고 입에서 더러운 냄새가 나며 설태황니, 맥현활삭 하다. ▶ 치법: 청간식풍, 신량개규 ▶ 방약: <우황청심원>이나 <안궁우황환>으로 신량투규하고 <영양각탕>을 투여한다. 영양각으로 청간식풍하고 국화,하고초,선퇴로 화강풍식하면 기혈이 하귀하고 구판,백작약,석결명으로 육음잠양하고 목단피,생지황으로 양혈청열한다. 2)음폐 ▶ 증상: 위 폐증 증세에 안색 창백, 입술 색이 어두우며 사지불온하고 담연이 옹성하며 설태백니, 맥침활완하며 조용히 누워 있다. ▶ 치법: 활담식풍, 신온개규 ▶ 방약: <소합향환>을 따뜻한 물이나 <척담탕>에 복용시킨다 반하,귤홍,복령,죽여로 조습화담하고 창포,담남성으로 개규활담했으며 지실로 강기함으로 풍담을 하행시켰다. 천마,구등으로 평간식풍해도 좋다. (2)탈증 ▶ 증상: 돌연히 혼미해 인사불성이 되는데 눈을 감고 입을 벌리며 코고는 소리가 나고 숨은 약하며 손이 펴지고 사지가 냉하며 땀이 많고 혀가 나른해지며 사지가 늘어지고 대소변실금, 맥세약 혹은 맥미욕절 상태가 된다. ▶ 치법: 회양구역, 구음고탈 ▶ 방약: <삼부탕>과 <생맥산>을 함께 사용한다. 인삼,맥문동,오미자로 기음을 보하고 부자로 구양회역한다. 땀이 멎지 않는 경우 황기,용골,모려,산수유를 가하여 렴한고탈할 수 있다. 임상에서는 폐증이 많이 보이고 탈증은 적게 보이지만 상호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구별점을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약을 달여 먹일 시간조차 없는 위급상황이라 병원 응급실로 달려 가는 것이 정석이지만 약사 자신이나 가족의 경우 빨리 취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치료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병원에서 별로 진전이 없던 환자가 한방치료로 개선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3)후유증 구급 치료를 통해 정신이 맑아진 후에도 반신불수 구안와사 언어불리 등의 후유증이 있는데 제 때에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침구, 지압, 안마, 재활치료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치료 효과를 높여야 한다. 1)반신불수 ▶ 증상: 기혈이 어체되고 맥락이 비조되어 지체가 궐해져 쓰지 못한다. 사지무력 외에 한 쪽의 수족에 부종이 온다. 안색위황, 어둡거나 밝지 못하다. 설자암태박백, 설체부정, 맥세삽무력 등이 보인다. ▶ 치법: 보기활혈, 통락활락 ▶ 방약: <보양환오탕> 황기를 다량 사용하여 보기하고 도인,홍화,당귀,적작약,지룡으로 양혈활혈화어한다. 전갈,우슬,상지,지별충,천궁을 가해 통락활혈을 더하면 좋다. 중국에서 중의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던 중 함께 수업을 받던 약사님 모친께서 갑자기 중풍으로 입원을 하셨는데 그 약사님께서 귀국하신 후 바로 이 보양환오탕 처방을 몇 제 해드리고는 완치를 시켜 지금까지 건강하게 아무런 후유증 없이 지내고 계셔서 더욱 기억이 남는 방제이다. 2)언어불리 *풍담조락: 풍담상조로 경락이 실화하여 혀가 굳어져 말이 막히며 지체가 마비되며 맥은 현활하다 ▶ 치법: 거풍제담, 선규통락 ▶ 방약: <해어단> 천마,전갈,담남성,백부자로 평간식풍거담하고 원지,창포,목향으로 선규행기통락하며 강활로 거풍한다. *신허정휴: 신허로 정기가 상승 못해 음암실어, 심계, 단기, 요슬산연 증세. ▶ 치법: 자음보신이규 ▶ 방약: 지황음자 (숙지황,파극,산수유,육종용,석곡,원지,오미자,백복령,맥문동, (포)부자,육계,석창포,박하 약간) 지황음자는 언어불리, 다리에 힘이 없거나 앉은뱅이에도 효과가 있지만 척추질환이나 치매등의 뇌위축증에도 좋은 치료 효과를 발휘해 가감방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3)구안와사 ▶ 증상: 풍담이 양명경락을 막아 안면신경마비가 온 것 ▶ 치법: 거풍, 제담, 통락 ▶ 방약: <견정산> 백부자는 거풍, 화담, 통락하고 백강잠,전갈로 식풍, 화담, 진경한다. 입이나 눈가가 흔들리면 천마,구등,석결명을 가해 평간식풍한다. 탕제로 할 때 국화, 진범, 천마, 박하를 가해 거풍청열작용을 돕는다. 모든 질병은 다 조심하고 예방해야 하는 것이지만 중풍처럼 남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질환은 특히 주의해야만 할 것이다. 중, 노년 이후에 발병하는 질환이라 옆에서 시중 들어줄 가족들의 시간이 없는 경우 요양원이라는 시설로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중풍 후유증의 하나로 기억력 장애까지 수반되는 이 병의 경우 고립된 불안감 또한 환자에게는 큰 고통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우리 부모님 세대는 자신들의 희생을 당연한 덕목으로 인식해 오셨다. 윗세대는 받들어 모시고 아랫세대에는 희생하시며 요양원에서 조차 “나는 잘 있다.” 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외로운 고통을 감추고 계실지 모른다. 앞으로는 우리 세대의 차례인데 누가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집안이 지저분해지고 몸이 힘들다 하더라도 가족들의 사랑과 관심이 함께 한다면 환자가 있다는 불행이 가족이 화합하고 단결되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자녀교육도 될 것이다. 미래에 올 수 있는 불행을 최소화 시킬 한약을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 약사들에게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 축복을 모든 약사님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