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땅새의 이름이 방지가 된 것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을 썼는데 14화에서 보니 이성계가 땅새를 앞으로 아들처럼 여겨주겠다며 직접 이름을 내려주면서 아들들과 같은 항렬의 돌림자인 꽃다울 방(芳)과 땅새라는 이름에서 한 글자를 따와서 '방지'라는 이름이 완성된 것이더군요. 이방지가 가상의 인물이니 실존 인물들 사이에 극적인 요소를 위해 가상 인물들을 추가하면서 작가님께서 여말선초 시대에 훗날 주요 인물이 될 이방원과 함께할 또래의 인물을 구상하며 이런 부분을 상상하신 거 아닐까 싶네요. 물론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으니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네요.
14화에 이르러서 이방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고 정도전의 눈에 띄어 함께 개혁을 일으켜 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습니다. 다만 방지는 그간 너무 많은 희생을 보아왔기에 회의주의자로 변해버렸고 자신은 희생하더라도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들은 절대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게다가 권문세족들과 같은 윗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속아왔기도 하고요. 그렇기에 더이상 윗것들에게 속지 않겠다면 연희와 분이를 내어달라고 정도전에게 부탁합니다. 이 또한 방지가 직접 이 둘을 책임지고 지켜주겠다는 뜻인 듯 합니다. 이에 정도전 또한 아끼던 이들을 지키지 못했던 경험 속에서 자책했던 자신의 과거를 말하며 그간 자신이 죽었어야 했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방지의 마음을 알아줍니다. 이에 방지는 마음을 바꿔 합류하기로 합니다. 다만 아직은 정도전과 뜻을 함께 하기 보다는 연희와 분이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더욱 큽니다.
방지는 너무 오래도록 연희, 분이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인지 여전히 그들을 어린 시절로 기억하기 때문인지 기나긴 시간이 지나면서 이 둘도 많이 변했다는 사실을 아직 알아채지 못한 듯 합니다. 연희는 화사단에 세작으로 들어가 있으면서 무술을 익히고 사람을 죽이기도 했으며, 분이는 마을 사람들을 이끌어 몰래 땅을 개간하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눈이 밝아져 지금은 '분이 대장'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방지가 아직도 눈치 채지 못한 건 너무 오랫동안 아무도 믿지 않고 혼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사람 보는 눈을 많이 키우지 못한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무사로서는 스치기만 해도 기운을 느끼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무사 이외의 사람 사는 냄새는 맡지 못하는 것이죠.
정도전과 완전히 궤를 같이하는 것은 아니지만 18화에서 길태미를 만났을 때 방지의 눈은 형형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인겸을 등에 업고 수많은 백성들을 괴롭히던 길태미를 멋지게 벌해줍니다. "약자는 강자한테 빼앗기는 거라구! 세상에 유일한 진리는 강자는 약자를 병탄한다!! 강자는 약자를 인탄한다!!"라며 뻔뻔하게도 사람들 앞에서 외치는 길태미를 단숨에 베는 방지는 "강자는 약자를 병탄하지. 이렇게.."라고 말합니다. 방지의 타고난 신분은 낮으나 무사의 길을 선택하고 삼한제일검 길태미를 베어 강자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시대상을 고려했을 때 이방지라는 개인의 노력으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삼한제일검일까요? 아니면 더 높은 곳이 있을까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방지의 행보가 매우 궁금해졌습니다.
방지는 무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사람 죽이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성격'이고 원래는 자기도 아니었으나 그렇게 되었다고 무휼에게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방지가 사람을 죽이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누군가를 지키고, 또 상대방을 무술로 정복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휼이처럼 출세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기에 이름을 날릴 생각은 크지 않지만 삼한제일검을 베면서 자신의 이름을 밝힌 것을 보면 방지에게도 어느 정도 정복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제목인 <육룡이 나르샤>에서 '나르샤'는 '날아오르다'라는 뜻입니다. 이 여섯 용 중에서 네 번째 용이 방지로 소개되었는데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에 이어서 귀족이 아닌 자 중에는 방지가 가장 먼저 나옵니다. 과연 방지라는 용이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보겠습니다.
극 중에서 연희가 이런 난세에는 살아있다는 거 자체가 위험하다고 하던데요. 요즘 따라 마음이 편치 않은 소식들이 많이 들려서 그 대사가 유독 머리에 맴돌더군요. 지금의 시대가 난세인지 제 머리로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반한 회원 분들에게는 늘 좋은 일들만 있으셨으면 합니다. 다들 건강 유의하시고 다음 글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