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소양호의 하루는 얼음 깨는 소리로 시작된다. 부지런한 낚시꾼들이 이른 아침부터 ‘겨울호수의 요정’ 빙어를 낚기 위해 얼음에다 구멍을 뚫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자그마한 얼음구멍을 통해 겨울을 낚고 추억을 엮는다. 이 때는 살을 에는 듯한 강바람은 숨을 죽이고, 차가운 얼음장 아래 강물은 흐름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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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남면 부평리 소양호 신남선착장. 300만평의 광활한 얼음 벌판 위에는 빙어를 낚으려는 강태공으로 가득하다. 일반 낚시터 같으면 가족을 두고 혼자 온 아저씨들만 가득할 텐데, 여기는 다르다. 아이를 데려온 가족에서부터 기다림을 즐기는 어르신, 그리고 겨울 속으로 무작정 뛰어든 여인들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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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엔 빙어낚시 포인트가 따로 없다. 산허리를 감돌며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얼음장 밑은 물 반 빙어 반이다. 빙어낚시는 매력은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려운 기술을 요하지도 않고 장비도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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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낚시에 필요한 것은 낚싯대와 미끼인 구더기. 미끼는 살이 토실토실 오른 구더기다. 선착장 부근에서 구입하면 된다. 낚싯대 2천~4천원, 미끼 2천원 등 5천, 6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오랫동안 낚시를 하려면 의자가 필요하다. 의자가 없으면 썰매를 빌려 않아도 좋다. 낚시를 위한 얼음 구멍을 뚫기가 쉽지 않다. 얼음 두께가 20cm이상이기 때문이다. 쇠막대기인 ‘써래’로 뚫으면 된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뚫었던 구멍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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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낚시는 의외로 싱겁다. 얼음구멍 사이로 낚싯줄만 드리우면 덥석 미끼를 문다. 그러나 쉽게 물지 않을 때도 있다. 해서 드리운 낚싯줄을 톡톡 튕겨주어야(고패질) 입질을 한다. 빙어는 작기 때문에 붕어처럼 찌가 높이 올라오거나 하는 시각적인 맛은 없다. 입질이 시작되면 톡톡거리며 찌가 살짝살짝 오르내린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낚싯대를 채면 된다. 주의할 것은 너무 힘을 주어 채면 빙어가 바늘에서 떨어지기 쉬우므로 천천히 끌어올리듯 해야 한다. 한 번에 서너 마리씩 낚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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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온 신승범(37.서울 잠실)씨는 잡은 빙어를 건져 올리는 대로 초장에 찍어 한입에 넣고는 소주 한잔을 털어 넣는다. 입맛을 쩝쩝 다시고는 초장을 듬뿍 찍은 빙어 한 마리를 아들 민수(8)군에게 권한다. 고개를 옆으로 흔들든 민수군이 마지못해 한입 베어 물고는 한마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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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에서 풋과일 맛이 나요” 빙어낚시가 지겨우면 스케이트나 썰매를 탈 수 있다. 앉은뱅이 썰매에서부터 캡슐썰매, 러브썰매 등 다양한 썰매가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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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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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겨울바람은 매우 무섭다. 경상도와는 확연히 다르다. 빙어낚시를 할 때는 장소가 사방이 트인 얼음판 위인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바람이 매우 차므로 방한복이나 모자, 장갑, 목도리 등으로 단단히 몸을 감싸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특히 아이들과 동행한다면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소주와 초고추장 역시 잊어서는 안 될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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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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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 요리로는 날 것으로 먹는 회, 양념과 채소와 함께 먹는 빙어무침, 튀김옷을 입혀 튀겨먹는 빙어튀김이 대표적이다. 빙어회는 아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초고추장을 찍어 입속에 넣기까지 빙어가 살아서 팔딱거리기에 초장이 사방에 튈 수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꼬리부분을 잡고 초고추장을 찍어야 한다. 약간 쌉싸름하면서 담백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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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무침은 오이, 무, 풋고추, 깻잎, 상추, 고추장 등을 빙어와 함께 버무린 것. 빙어 회에 비해 빙어가 살아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빨리 먹어야 한다. 빙어튀김은 빙어회나 무침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먹기에 좋다. 회에 비해 고소하면서도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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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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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어낚시대회와 빙어시식회 등 빙어를 주제로 한 행사와 빙상볼링대회, 얼음축구대회, 빙상골프, 빙상자전거 등의 레포츠 경기를 관람할 수 있고 얼음터널, 눈꽃동산, 얼음놀이터, 눈조각전시회 등의 행사도 마련된다. 이외에도 이색적인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이글루체험, 아이스카페 등도 준비되어 있다. 이와 함께 사라져가는 산촌문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산촌문화 체험관을 설치하고 전통썰매, 설피, 소발구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