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31회 소백예술제 기간이라 영주문인협회 주최의 시민과 함께 하는 시화전을 열었습니다.
예총 소속 여덟개 단체에서 분산 주최하기에 시화전은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집행부에서 시화전을 준비하는 데만 무려 석달이 걸렸고,
오픈하는 당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시화를 걸고 손남맞이를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가정집에서도 손님을 맞이할 때,
애써서 갖은 음식들을 한 상 가득 준비하고도 “차린 건 없지만 많이 잡수세요.”라고 겸손해 하는 것이 우리네 문화입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경우로, 칠순 잔치 등에 청첩장을 보내면서
“조촐한 자리지만 꼭 참석해 주세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조촐하다’란 말을 ‘변변치 못하다’란 겸양의 표현으로 쓰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이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조촐하다’란 말은 본디 “아주 아담하고 깨끗하다”란 뜻을 가진 낱말이지요.
그러므로 이 말은 자리를 마련한 쪽에서 쓸 말이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이 주인에게 “조촐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하고 칭찬할 때 쓰는 것이 알맞습니다.
“아주 아담하고 깨끗한 자리”에 만족했다는 인사로 건네는 표현인 것이지요.
어제 오픈 행사에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도의원 시의원 등이 대거 참석하셔서
문화예술 지원을 약속하시고 문협 임원진의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작품을 제출한 문협회원이 마흔 분, 하객 또한 그만큼이었으니 '조촐한' 자리는 아니었지요.
사람의 모습이나 행동이 깔끔하고 얌전한 것을 나타낼 때에도 ‘조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요즘처럼 무더운 초여름날에, 어머니가 낮잠에 빠진 아기 머리맡에 단정하게 앉아서,
부채로 더위를 쫓아주고 있는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조촐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시민회관 전시실에 오시면
민화의 우이함 속에 정감있는 시편이 숨 쉬는 조촐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