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에 대한 적대적 M&A가 2회전에 접어들었다. 지난 2월 1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의 적대적 M&A를 선언한 이후, 열흘 만에 야후 측으로부터 반응이 나왔다. 2월 11일 야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인수금액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M&A 제안을 거부했다. 야후는 재무 및 법무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안을 검토한 결과 인수가격이 너무 낮아 야후 주주들에게 정당한 이익을 보장해주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인수가격 문제만 해결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M&A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로도 보인다는 점에서, 사실상 야후로서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인수가격 흥정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야후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제리양에 이어 야후의 2대 주주 기관투자자인 렉메이슨(LEGG MASON INC)의 입장 표명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월 12일, 외신보도에 의하면, 렉메이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야후 주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인수가격을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야후가 현재의 상태로는 독자적인 경영을 하기는 곤란한 상태라는 견해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렉메이슨의 펀드매니저인 밀러(Bill Miller)씨는 자사 투자자들에게 보낸 2월 10일자 서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의 CEO인 발머씨 및 제리양씨와 회담을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인수가격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략적으로 야후 인수가 중요한 반면 야후는 독자노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야후 경영진의 마이크로소프트 M&A제안 거부의사 발표와 렉메이슨의 인수가격 문제제기에 대해, 2월 11일 마이크로소프트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양사 이해당사자들과의 신속하고 긴밀한 대화를 통해 양사간 M&A 실현이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요 기관투자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원만하고 신속하게 협상타결을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M&A 협상에 대한 설명을 좀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여기서 잠시 주요 기관투자자의 야후 지분보유 및 야후의 주요 투자기업 지분보유 현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도표1>에서 2007년 9월말 현재 주요 기관투자자의 야후 지분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렉메이슨이 8.86%로 가장 많으며, 그로우스펀드(Growth Fund of America) 4.88%, 바클레이즈글로벌 2.97%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야후가 보유한 주요 투자기업으로는 야후재팬과 중국 최대의 B2B기업인 알리바바를 들 수 있다. 2007년 9월말 현재, 야후는 야후재팬 지분을 34% 보유하고 있으며, 2008년 1월 현재 알리바바의 지분은 33.51%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야후의 최대 투자회사인 야후재팬은 1996년 야후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와 합작으로 야후의 일본판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회사이다. <도표2>에서 야후재팬의 지배구조를 간단히 살펴보면, 2007년 12월말 현재 소프트뱅크가 41.09%로 최대주주이며, 야후가 33.42%로 2대주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입장에서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M&A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야후재팬의 2007년 매출액은 2,579억 엔으로 전망되며, 영업이익도 1,223억 엔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또 사업부문별 매출액을 보면, 검색광고 등의 광고수입이 1,157억 엔이며, 야후부동산, 야후쇼핑, 야후옥션 등의 임대수수료 수입이 중심인 기업서비스 부문이 561억엔, 그리고 야후옥션의 개인이용료 수입이 중심인 개인서비스 부문은 737억 엔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 야후재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다음에, 2005년 10월에 야후는 중국 최대의 기업간 전자상거래 인터넷업체인 알리바바의 지분 46%(의결권 35%)를 인수하면서, 야후차이나를 알리바바에 넘긴다. 알리바바(Alibaba, 阿里巴巴)는 1998년 12월에 판매처와 구매처가 각각 필요로 하는 제품목록을 온라인상으로 제공하는 “알리바바온라인(阿里巴巴在线)”으로 설립되었다. 이듬해인 1999년 6월에 최초 설립자인 마윈(马云, 현 그룹 CEO)과 18명이 공동출자를 통해 알리바바그룹을 설립하고, 같은 해 9월 알리바바 중국어 사이트를 처음 오픈하면서 본격적인 B2B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였고,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전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찾을 수 있는 트러스트패스(TrustPass) 채널을 통해 유명해졌다.
아래의 <도표3>에서 알리바바의 사업실적을 살펴보면, 2007년 매출액은 19.2억 위안(약 2.5억 달러) 그리고 영업이익은 7.6억 위안(약 1억 달러)으로 예상된다. 또 지역별 매출을 보면, 중국지역이 5.2억 위안, 해외지역 매출이 13.9억 위안으로 해외매출 비중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홍콩, 스위스, 미국 등 30여 개 지역에 지점과 사무소를 개설해 놓고 있고, 2007년 6월 말 현재 2,400만 기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1월 6일 1주당 13.5홍콩달러에 8억5,890.1만 주를 발행하여 총 15억 달러를 조달하면서 홍콩거래소에 정식 상장하였다. 당시 그룹 대표인 마윈이 상장 주식의 22%를 소유하고, 기관투자자로는 야후가 7.26억 홍콩달러를 투자하여 상장 주식의 7.1%, AIG가 2.5%(2.716억 홍콩달러), 공상은행이 1.4%(1.552억 홍콩달러) 등을 각각 매입하였다. 그 결과, 야후의 알리바바 지분은 앞서의 <도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33.51%로 조정되어 최대주주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표3> 알리바바의 사업 현황
(주) 알리바바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제 이상의 야후 주요 투자회사인 야후재팬과 알리바바에 대한 기본이해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M&A에 대한 공방을 다시 설명해보기로 하자.
지난 2월 7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는 작년 4-12월 기간 동안의 매출액이 2조587억 엔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601억엔과 931억 엔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작년 11월 알리바바그룹의 홍콩증시 상장에 따른 572억 엔의 평가차익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손정의 회장은 휴대전화와 중국을 제패하여 아시아 최대의 네트워크기업을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또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휴대전화 사업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HSDPA로 고속통신환경이 갖추어지고 단말기 화면도 커졌으며 CPU속도도 향상되어 휴대전화가 인터넷 머신이 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전화통신회사가 휴대전화사업의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인터넷회사가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구글과 애플이 휴대전화에 인터넷을 접속하려 하고 있지만 소프트뱅크는 일찍부터 휴대전화시장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 등 중국의 대형 인터넷회사를 그룹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으며, 인프라, 검색, 컨텐츠에 이르기까지 일괄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소프트뱅크가 앞서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소프트뱅크는 2008년 2월 18일 현재 미국 야후에 대해서도 3.8%의 지분을 보유하는 대주주이자, 2005년 10월 기준으로 알리바바의 지분 16%를 소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M&A 제안에 대해 손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야후와는 야후재팬과 알리바바라고 하는 2개의 커다란 자산도 공유하고 있다. 미국 야후가 이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가 의사결정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막 서로간에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M&A제안에 대해 미국 야후의 최종적인 주주 구성이 어떻게 이루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제리양CEO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또 구글의 위협에 대해서도, 손회장은 중장기적으로 휴대전화를 인터넷 머신으로 연결시킬 생각이므로 구글을 중요한 경쟁상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글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아시아 시장을 튼튼히 지켜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아시아 시장을 지키면 결과적으로 세계 제1의 인터넷사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휴대전화는 원래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인터넷사업에 결코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도 검색 일변도에서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간에 총력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에 비해 야후의 사업모델은 이미 낡은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구글은 유튜브(YouTube)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남이 만들어 놓은 컨텐츠를 검색해서 찾는 것으로 말하자면 불법으로 업로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야후재팬도 검색기술을 개발해 동일한 사업모델로 대항할 수 있지만, 일본 방송사나 언론사 등의 맹렬한 반대와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는 생각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구글은 중국에서 시장점유율이 낮으며, 일본에서도 1등이 아니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아시아에서는 구글보다 야후가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3일, 머독(K. Rupert Murdoch)의 뉴스Corp 그룹도 돌연 야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뉴스Corp의 인터넷기업인 Myspace.com과 야후를 통합하기 위한 교섭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Myspace.com은 뉴스Corp의 그룹 계열사의 하나로서 인터넷을 통해 인맥을 넓히는 사회적 네트워킹 서비스(Social Networking Service) 분야의 세계 최대 인터넷회사이다.
지난 2월 4일, 뉴스Corp의 처닌(Peter Chernin) 사장은 결산발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전에 뛰어들 생각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M&A에 대한 구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인터넷광고 사업제휴 관계에 있는 뉴스Corp이 인수전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그러나 뉴스Corp의 돌연한 야후 인수전 참여는 야후 입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수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제스처라고 할 수 있으며, 뉴스Corp 입장에서는 인터넷광고 사업제휴처인 구글의 입장을 고려한 제스처라고 할 수 있다. 연이은 주가 하락으로 주가 띄우기에 안달이 난 월가 입장에서도 둘도 없는 주기 띄우기의 좋은 흥행거리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뉴스Corp의 야후 인수전 참여는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약발이 없는 위협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체력 면에서 뉴스Corp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뉴스Corp의 사업현황을 아래 <도표4>에서 간단히 살펴보면, 뉴스Corp는 2007년(6월말 회계) 매출액이 287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의 579억 달러에 비해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에 불과하다. 또, 영업이익은 45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의 230억 달러에 비해 1/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업이익률 면에서는 거의 비교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작정을 하고 달려든 이번 야후 M&A에 뉴스Corp가 체력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나 뉴스Corp 그리고 야후 모두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흥행을 하는 것은 월가의 주가 띄우기 흥행 분위기를 살려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표4> 뉴스Corp의 사업 현황
(주) 뉴스Corp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둘째로, 야후 주주 입장에서 세계 OS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타임워너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뉴스Corp의 성장 가능성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M&A는 인수제안 금액이 446억 달러에 달하는 거액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필연적으로 현금지불과 더불어 주식 맞교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야후 주주 입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주가 되는 것이 뉴스Corp의 주주가 되는 것보다 훨씬 자신들의 미래 투자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셋째, 뉴스Corp의 사업포트폴리오는 타임워너사와 거의 유사한 구조이지만 인터넷사업 부문이 매우 취약하다. 상기 <도표4>의 기타사업에는 뉴스Corp의 인터넷사업인 myspace.com.com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부분의 2007년 영업이익은 머독 회장의 사업호조 설명에도 불구하고 -1.9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Corp가 야후를 인수할 경우 기술개발 면에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의 세 가지 점에서 이번 뉴스Corp의 야후 인수전 참여는 잘 짜여진 각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에는 현재로서는 야후 주주 입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결론을 정리해보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는 야후의 대주주 기관투자자와 일본의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그리고 인수참여에 뛰어든 뉴스Corp와의 각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후의 대주주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인수합병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단지 인수가격에 대한 조정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위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야후 인수에 반대하는 분위기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아시아 휴대전화 인터넷시장 제패를 노리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치밀한 손익계산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뉴스Corp의 인수참여는 이번 야후 M&A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구글의 체면 살리기로 보인다. 이로부터, 최종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