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운은 묘하게 슬프다.
이 단어의 끝 편에 있는 ‘시작’이라는 말이
상큼, 발랄 그리고 역동적인 느낌이라면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왠지 슬프고 코 끝을 찡~하게 만든다.
하지만 끝이 있어야 새로운 시작이 있는 법이다.
평화 누리길 앱에서는
70%의 매칭이 되는 순간 코스 인증용 뱃지를 보내주는데
조금 걷다 보면
앱에서 0%부터 시작하여 매칭률이 계산됨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시작이 되는 순간이다.
이것처럼 시작과 끝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그리 애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이 평화 누리길이던,
해파랑 길이든…
또는 어떤 국토 종단 길이든…
아니면 인생의 어떤 행로이든…….
어쨌든 드디어,
‘마지막’ 다섯 번째로 11코스 잔여 구간과 10코스 전체 구간의 길나섬에 나섰다.
이번이 평화 누리길 전 구간 도보를 마무리 단계인 것이다.
사실 189km라는 거리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이다.
왜냐면 초기 건설 이후 여러 차례 길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도보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시점이나 종점으로 오가기 위해
대중교통 포인트로부터 이동을 해야 하는데, 이 거리가 만만치 않은 경우도 많다.
물론 택시를 타거나 또는 낙하산을 타고 가는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또한 아무리 가이드 된 길을 따라 가더라도,
잠시 넋을 잃고 있으면 알바를 하기 십상이다.
결국 평화 누리길은 총 거리 200km를 넘는 거리를 걸어야 하는 대장정 코스다.
체감적으로도 그렇다.
비록 긴 거리는 아니지만,
“어쨌든” 강원도 철원이라는 땅에서 출발해서
경기도의 서편으로 이동을 해야 한다.
결국 “경기도”를 완전히 횡단하는 것이다.
이 길을 그냥 동네 산보 하듯이 자주 걸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참으로 대단하신 것 같다.
어떤 길도 그렇지만,
이 길 위에서는 단순히 걷는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도보자의 발과 함께 “눈”도 있었고 또 “생각”도 있었다.
그리고 그뿐이 아니었다.
길 위에서 간간히 만났던 길손도 있었다.
그렇게 다섯번째이자 마지막 투어를 시작했다.
참고로 두 해 전에는 10코스와 11코스를 묶어서 걸었는데
이번 투어는 그 거리보다 짧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을 했다.
그렇지만, 기후는 썩 그렇지 않았다….
하늘에는 무거운 구름이 가득했고, 대기는 뿌연 연무로 그득했다.
그래서 가시 거리가 좋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은 후덥 지근 했다.
연천군도 마찬가지였다.
[1] ‘11코스 방점’ I
이틀 전
왕징면 우정다리에서 길을 끝냈을 때
앱 기준으로 대략 46% 정도의 공정율로 마쳤기 때문에,
조금 보태보면 이미 11코스의 절반 가량을 걸은 셈이었다.
그리고 군남댐부터 시작해서 왕징면까지 오는 도중에는
개인적으로 11코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고구려 보루들이 산재되어 있는 산길이 있었다.
그런데
11코스의 나머지 54% 구간에서
내가 방점으로 삼을만한 곳이 딱히 머리에 떠 오르지 않았다.
일단 10코스가 표제로 삼고 있는 “임진적벽 길”은
청청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보아야 제격인데
맑고 밝지도 않은 날에 잘 보일 리가 없었다.
특히 아침에는 맑은 날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맑은 날이라고 해도 아침에는 연무가 가득한 것이 보통이다.
더군다나
임진적벽은 남쪽에 있고, 평화 누리길은 북쪽에 위치하고 있고
태양은 남쪽에서 떠오르므로 혹시라도 맑은 날이라고 해도
오전의 임진적벽은 역광 때문에,
강 너머는 그냥 거무스레하기 보일 수 밖에 없다.
이걸 다시 말하면, 임직적벽 길을 보기 가장 좋은 타임은
가을 날 오후쯤에 평화 누리길을 걸을 때이다…^^
또 다른 후보지로는 숭의전 근처인데,
도로에서 숭의전까지 가는 길이 좋았던 것 같은데 기억에 가물가물했다.
분명 뭐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뭐가 좋았는지 정확하게 기억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 길을 걸었는지 원…..^^
우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머지 네 번의 투어 때와는 다르게
거리가 부담스럽지 않아서 이번 투어는 사전에 별스럽게 생각을 하지 않았따.
그런데 막당 출발 당일인 어제
왕징면으로 가는 길이 생각과는 다르게 녹녹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녹녹치 않다는 것은 도보 출발지고 가기 무척 어렵다는 뜻이 아니라,
평소 길나섬을 하던 조금 이른 시간에
그곳에 도착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다는 뜻이다.
일단 왕징면을 출입 포인트로 잡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고,
또한 그곳을 지나 숭의전으로 가는 길은
교통이 다른 곳보다는 열악하다고 도보꾼들에게 회자되는 지역이다.
그리고 지난 번 왕징면에서 도보를 마쳤을 때는
전곡역까지 가는 버스를 쉽게 승차할 수 있었는데
역방향으로 가는 길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보통 도보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 할 때면
나름 교통의 패턴이랄까 아니면 축적된 느낌이랄까? 뭐 그런 것이 감각적으로 있어서
어렵지 않게 집으로 가곤 했다.
또한 늘 출입하던 곳으로 다니기 때문에 달리 고민의 포인트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것 같다.
일단 버스 앱으로 아무리 검색을 해도 그쪽 방향으로의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번 언급했던 것처럼 전곡의 버스 거점은 분산이 되어 있다.
전곡역 앞, 전곡 터미널, 그리고 전곡 재래시장 등 세 군데로 나누어 있는데
이 들을 모두 스캐닝 해도 팝업 되는 버스가 없다.
이런~…
이 상황은 해외에 갈 때와 유사했다.
외국의 알려진 커다란 도시의 거점 공항까지는 보통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목적지가 중소 도시인 경우이다.
그런 경우 환승이 골 때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항도 같은 공항이 아니고, 버스로 가야 하거나,
또는 비행기도 하루에 한 편…
여행사를 통해 가는 경우가 아니고 직접 계획을 하고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환승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해외 여행을 주저하시는 분들이 실제로 있다고 한다..
일단 군내 버스 중에는 오전과 오후의 노선이 다른 경우도 있다.
이의 구분을 위해 번호 뒤에 -1, -2로 구분해 놓는다.
예를 들면 55-1, 55-2 등이다.
물론 실제 버스 안쪽에는 이런 표시가 어디에도 없다.
그냥 행선지를 글로 적은 안내판을 기사님 앞쪽에 놓을 뿐이다.
그렇지만 버스 앱에서는 다르다.
이런 세세한 것들을 구분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다양한, 버스 번호 뒤에 붙은 부록 노선까지 검색을 해도
전곡에서 왕징면까지 가는 버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른 토요일 오전에 무슨 손님이 많다고
버스 배차가 다양할 리가 없을 것 같다.
혹시 오후라면 모를까?
가뜩이나 요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버스 노선 감축이나 차량 대수 감축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어쩌면 한 시간 이상도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아예 집에서부터 늦게 출발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출발 전 이른 아침부터, 여태 하지 않던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평화 누리길 코스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않고 다른 코스로 점프를 해도 된다고 하는데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적성 재래시장에서 출발해서
지난 번 끝낸 왕징면으로 가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이미 알려지다시피, 적성 재래시장까지 가는 길은 거의 공식이다.
전철을 타고 문산역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92번 또는 95번을 탑승하면 된다.
문산을 포함하여, 평화 누리길 8, 9 코스는 교통이 비교적 좋은 지역이다.
사실 이런 공식대로 따라가면 별로 고민할 건덕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두 해 전에 걸었던 것과 똑 같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때도 적성 재래지장에서 출발해서 군남댐까지 이어 걸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에는 이보다 짧은 거리다.
그래서 흥미가 조금 떨어졌다.
마지막 도보인데, 그리고 시간 여유도 조금 있는데
늦으면 어때? 돌아가면 어때? 하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조금 고생할지도 모르지만
챌런지 방식으로 가보기로 했다.
북한산의 승가봉에서 문수봉 가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청수동 암문으로 쉽게 가는 방법도 있고,
다른 하나는 문수봉 아래에서 바위를 타고 한참 올라가는 어려운 코스도 있는데
후자에서 더욱 짜릿함을 느낄 수 있듯이
조금 고생스러울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야 또 새로운 것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야 할 길이 구만리면 이런 옵션을 쓰지 않겠지만,
걸어야 할 거리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다시 한번 생각해도,
지난번 군남댐에서 왕징면까지 미리 걸었던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두천역부터 왕징면까지,
30분 이내의 다수의 환승을 활용한 가칭 ‘왕징면 가기’ 프로젝트를 세웠다.
이미 집에서부터 동두천역까지 2번의 환승 기회를 사용하기 때문에
남은 3번 이내에 환승을 해야 한다.
일단 좋은 옵션인지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
동두천역에서 출발하여 전곡역에서 정차하는 통근열차 대체버스 완행 버스가 있는데
거의 현찰 중심의 지불 방식이고
또한 교통카드가 되더라도,
그 버스 하차 이후 다음 대중 교통으로의 추가 환승이 가능한지 아닌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대체 버스가 정차하는 전곡역이
전곡 터미널과 재래시장과 한참 떨어져 있고
전곡역 근처에는 군내 버스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왕징면으로 가는 버스는 대부분 재래시장 앞에 있고
1~2대 정도만 터미널에 있다.
그래서 이 옵션은 거의 탈락이다.
탈락이 아닌 경우라면, 전곡으로 가는 군내버스 승차를 위해
30분 이상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뿐이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전철을 타고 드디어 동두천역에 도착했다.
전철이 서니, 역시 많은 사람들이 열차 밖에서 부터 뛰기 시작한다.
만일 나도 직행 대체 버스를 타야 한다면 뛰었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완행 버스는 상대적으로 널널하고
또한 전곡 터미널로 가는 군내버스인 39-2번 버스가
10분 뒤에 도착하기 때문이었다.
버스는 정시에 도착했고, 7시 정각에 출발했다.
그리고 난 39-2번에 승차 이후 버스 앱을 부지런하게 가동 시켰다.
전곡 터미널, 전곡 재래시장 근처의 정류장뿐 아니라,
검색의 범위를 좀 넓혀, 전곡에서 왕징면 쪽으로 가는 입구의 정류장까지 확장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시간에 왕징면으로 향하는 버스는 전혀 없다.
55-x번, 58번, 62번, 70, 82-x번 등이 모두 조용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82-1번 버스가 뜨는데, 그 버스를 타라면
한 시간 이상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게 그나마 있는 최선의 옵션이었다.
그런데 30분 이내 환승은 물 건너가지만
그보다도, 남모르는 도시에서 1시간여 이상을 길에서 그냥 기다리는 것도 좀 그랬다.
이른 아침에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걷는다면 모를까…
이곳 대신, 적성 재래시장으로 갈걸 괜히 이쪽으로 왔나 싶었다.
아는 길로 갈걸, 괜히 사서 고생했나 싶다.
내가 탄 버스는 소요산 앞에서 승객을 가득 태우고
한 15분을 더 달려 드디어 낯익은 적성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혹시나 해서 보았지만, 왕징면으로 출발하는 군내 버스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곳에는 의자가 있었다.
한 시간 동안 기다릴 수 있는 인프라는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순간
가곡님께서 댓글에 적으신 진상리가 생각났다.
진상리는 왕징면의 강 건너편에 위치한 곳이고
두 곳은 임진교로 연결되어 있다.
난 교통편을 왕징면 하나에 맞추었다면
선생님께서는 강 건너편까지 염두 해 두셨던 것이다.
난 한 수 앞만 보고, 선생님은 두 수 앞 아니 그 이상을 보고 계셨던 것이다.
수의 딸림을 절감했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아~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이제야 그 생각이 난 거지?
전철, 그리고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내내 왕징면으로 바로 가는 버스만 생각해서 검색했지
진상리 (정확하게는 진상리 삼거리)에서 하차하여
임진교를 건널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진상리는 전혀 레이더 범위에 넣어 두지 않았는데
그때부터 머리 속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터미널에 앉아서 버스 앱으로 검색을 시작하기 보다는,
현장인 재래시장이 코 앞이니,
일단 뭘 해도 재래시장 정류장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갑자기 발걸음도 바빠졌다.
터미널 밖을 나서니
나와 같이 하차해서 어딘가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저만치 앞에 보였다.
조금 걸어서
터미널에서 약 200~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재래시장 정류장에 도착을 했다.
마침 어떤 버스 앞쪽이 빼꼼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82번 이다.
역시 뒷 번호는 생략되어 있다.
마침 기사님이 버스 자리에 앉아 계신다.
내가 타고자 하는 82-1번 버스는 아니겠지만
혹시나 해서
“진상리” 가나요? 하고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여쭈었다.
그런데
기사님께서 턱으로 옆 차를 가리키며 저 차라고 하신다.
‘헉… 그래요?’
그래서 옆 차를 보니 55번이다.
55번도 버스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래서 일단 버스 기사님이 타라고 하시니
불문곡직하고 승차를 했다.
이 버스에도 기사님이 자리에 앉아 계셨다.
그 때 시간이 7시 27분.
진상리…
“진상”이라는 단어가 썩 긍정적으로 쓰이지는 않는데,
이름은 외기 편해서 머리 속에 기억해 두었다.
진상리는 어떤 동네지? 진상들이 많이 사나?....^^
그런데 그 ‘진상’이 엄한 곳에서 제대로 빛을 발휘한 것이다…….
진상리를 알려 주신 가곡님께 무한한 감사를 올렸다.
요즘 그런 것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 스치면서 건낸 짧은 이야기가,
또는 글 아래에 달린 댓글 한 줄이
어느 순간, 삶의 지침서가 되는 그런 경험들…….
각설하고,
자리에 앉아
내가 타고 있는 버스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버스 앱을 가동시켰지만 바로 안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출발도 하지 않은 버스는 앱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진상리로 간다고 하고, 일단 승차를 했으니
목적지로 가게 된 것이다.
또 이런 기회에
남모르는 동네에서 한번 내려도 보고,
또한 처음으로 임진교를 건널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북삼교, 임진교, 임월교, 비룡대교, 동이교, 장남교, 화이트교….
아마 한강 말고 이렇게 다리 이름을 많이 알고 다닌 강도 없을지 싶다…^^
3분 뒤인 7:30에 맞추어 버스는 출발했고,
그때부터 열심히 버스의 정체(?) 파악을 시작했다.
그런데 찾아 보니 55-9번 버스였다.
또한 버스 노선도 찾았다.
자~ 진상리 삼거리..
거기서 내리면 되는데
그 정류장이 노선 중에 어디 있지? 하고
55-9번 버스 노선을 따라가는데,
눈이 갑자기 커졌다.
아니~ 이런 이런~~
“우정다리”
그리고
“왕징 슈퍼/지서앞”
결론적으로, 진상리 삼거리에서 하차 할 필요도 없었다.
또한 우정다리도 아니었다.
평화 누리길 바로 옆에 있고,
또한 지난 탈출 장소인 “왕징 슈퍼” 앞에서
바로 하차하면 되었다.
그곳에서 평화 누리길 리본이 있는 곳은 불과 20미터 정도도 안되었다..^^
결국 진.상.리. 세 글자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이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보통 8시 이전에 도보 출발지에 도착하면
럭키 하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그 보다 이른 시간인 7시 50분에 도착을 한 것이다.
가곡님 덕분에 기대치도 않던 한 시간 이상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가르침이란 그런 것 같다.
혼자서 열심히 공부하고 뭔가를 분명 할 수는 있지만
만일 가르침이 있다면
좀더 편안하고 쉽고, 그리고 자신의 기대치 이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
오를 수 있는 산의 높이가 800미터에서 1000미터로 높아지고,
또한 걸을 수 있는 거리가 30킬로에서 40킬로로 늘어나는 것 같다.
집에 갈 수 있는 시간도 1시간 빨라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행운은 그냥 오지 않는 것 같다.
비록 작지만, 뭔가를 꾸준하게 생각하고
그 고민에 대한 결과일 것이다.
즉 생각을 자주 하다 보면
세상의 여러 가지들 중에서
꼭 필요 한 것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정렬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누리길 발걸음을 통해서 깨닫는 것도 많았지만,
누리길을 걷기 전부터 이런 깨달음을 얻는 것도 참으로 신기하고 상쾌한 경험이다.
[2] ‘11코스 방점’ II
석장천으로 오가는 길 도중에
철망에 막혔다는 것이 이미 이슈화가 되어서 그런지
임진교부터 보이기 시작한 AFS 방지용 철망이 눈에 뜨일 수 밖에 없었다.
철망은 방금 설치한 듯한 반짝이는 은색이었다.
숭의전으로 향하는 길에
한참 철망 공사 중인 곳도 볼 수 있었고
어떤 곳에서는 철망 중간 문을 내는 공사를 하는 곳도 있었다.
또 누리길을 따라 설치 되어 있는 철망 기둥 위로 노란 캡을 씌우는 여자분도 볼 수 있었다.
멧돼지의 키 크기를 감안해서
철망 높이를 조절해서인지,
그 높이는 거의 사람 눈 높이였다.
키가 크면 눈보다 조금 아래이고 키가 작으면 눈보다 조금 높았다.
철망 뒤를 보려면 까치발을 해야 했다.
임진교를 막 지나
길게 쭉 뻗은 뚝빵길을 걸어 가는데,
강 아래쪽 갈대 밭에 한 사람이 거닐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예전 같으면 그러려니 했을 터인데,
그 곳은 철망 저편이었다.
철망은 갈대밭 옆으로 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장면은 마치
DMZ 안쪽의 비무장 지대에 민간인이 있는 광경과 같았다.
군인도 아닌데,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곳부터 시작하여
철망이 주는 물리적인 효과 그리고 심리적인 부작용은 대단했다.
아직 멧돼지가 출현하지 않았는데 무슨 효과인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건 철망 자체로도 이미 존재하고도 남았다.
철망에 의해 가려지는 시야가 몇 %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많아야 15~20% 안쪽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철망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아직도” 80~85%가 남아 있었다.
물리적으로 80퍼센트에 근접하지만,
사람의 인지, 그리고 경험을 바탕으로, 나머지 20%도 대략 메워서 볼 수도 있다.
그 뒤편이 아미 알고 있는 사물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망의 효과는 참 컷다.
철망 때문인지,
걷는 도중 어느 순간에
철망 건너 편은 거의 보지 않고 걷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철망 건너편은 다름 아닌
10코스가 자랑하는 “임진적벽”이 있는 곳이었다.
물론 이른 아침, 그리고 비가 올듯한 날씨 때문에
그쪽을 잘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이전에 걷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특별하게 의식적으로 건너 편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의식 저 너머에서는
철망에 의해 이편과 저편이 갈려져 있던 것이었다.
평화 누리길 1코스에서도 그랬다.
철책 바깥으로는 염하강이 흐르고 또한 강 너머에는
돈대 이름을 줄줄 욀 수 있을 정도로 뻔질나게 다닌 강화 나들길 2코스 길이 있었지만
평화 누리길을 걷는 내내, 그 쪽은 전혀 보지 않았었다.
철책 때문에……..
시각적인 느낌도 그랬다.
차도 옆에 설치된 철망에서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너른 풀밭 위에 세워진 철망을 보니 그건 DMZ와 너무나 흡사했다.
“진짜” DMZ에 설치 되어 있는 철망 위로는
Y자형 지지대와 그 위로 둥근 원형의 철망이 있어 “철책”이지만
이곳에는 “철조망”과 다름 없는 “철망”이었다.
철조망이든 철망이든 상관없이
그들의 본래의 목적 기능인 저편 공간과 저편 공간을 확실히 구분해 놓고 있었다.
고속도로 때문에, 마을 이쪽과 저쪽이 분리된 것처럼
고라니를 포함한 동물들의 삶터도 분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철망을 따라 걷는 길은 마치 평화 누리길 1코스 그리고 3코스를 걸을 때와 유사했다.
그래서 이 길이 “임진적벽길”이 아니라,
언젠가는
“연천 철책길”로 명명해야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공간을 막은 것일 뿐인데,
심리적으로는 두 곳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던 것이다.
철망 너머를 제대로 보려면 까치발을 하면 볼 수도 있었지만,
그것이 썩 편한 과정은 아니었다.
또한 까치발을 하지 않아도 보이는
하늘에 떠 있는 동이대교를 볼 때도 그랬다.
철망 저편 보다는, 이편에 있는 교각을 보았다.
그런 것 같다.
자유로운 사고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열린 공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멋진가를…
그리고 철망이란 단순히 건너편으로 가기는 쉽지 않다~라는 심리적 요인 뿐 아니라
눈과 마음을 닫는 차단벽이라는 것을..
물론 AFS 방지라는 중요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참으로 멋졌던 곳이 이렇게 훼손 당하는 것이 안쓰럽기만 했다.
기존에 설치되었던 철조망들이 없어져도 부족할 판에,
이처럼 새롭게 이중으로 삼중으로 철조망이 채워지는 것을 보니
마음은 구름만큼이나 무거웠다.
그리고
이즈음의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도
그 동안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긍정적인 면을 발견 할 수 있듯이
물론 철망 때문에 생긴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임진적벽 길에서는 거의 강 건너편에 있는
적벽을 보고 걸었었는데
이제는 강 이편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강 건너편이 아니라 “이쪽 편”에도 적벽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비록 강 건너편처럼 크고 멋지지는 않지만……………..
그렇지만
오래 전에 설치된 시내의 육교, 고가차도도
그 당시는 큰 효과 때문에 설치 되었지만,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나면 기능도 쇠퇴하고
미관에도 그리고 환경에도 좋지 않아 허물듯이
당장 멧돼지 때문에 철망이 설치 되었지만,
또 언젠가 이 철망도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어
사라지는 날을 기대해본다.
[3] ‘11코스 방점’ III
당포성 알림 간판을 지나며
탱크를 저지하는 방호벽을 지났다.
그 사이 숭의전 입구를 오가는 81번 핑크색 버스가 지나간다.
숭의전이 시작 또는 끝 지점이라면 열심히 알아 보았을 버스다.
그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적벽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임진강이 보인다.
날씨만 맑았다면 이곳에서 보는 임진강은 절경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희미한 실루엣이라도 볼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곳을 조금 더 지나 길을 따라 올라가니 숭의전 입구가 보였다.
지난 번과는 다른 역방향으로 걸으니 처음 와보는 듯한 느낌이다.
아직 입구에 연등이 걸려 있는 입구의 이름 모를 절을 지나서
드디어 기억에 가물가물했던 방점 포인트에 들어섰다.
입구에 개도 있는데, 길손들이 종종 지나는지 짖지 않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곳부터는 비록 긴 길은 아니었지만
그 동안 아스팔트 길을 걸어 오느라고
수고한 내 발이 편해지는 시간이었다.
숭의전까지 이르는 산길은 길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아쉬운 대로 숲 속 길을 걸으니 좋았다.
나무 데크도 있고, 전망대도 있었고
둘레길 주위로 로프도 있었다.
길도 잘 닦여 있었다. 양쪽 주위는 연두 빛 천지였다.
그리고 짧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둘레길이었다.
나무들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임진강 물결이 참으로 예쁘다.
드디어 11코스 종점인 숭의전에 도착했다.
그 고즈넉하고 너른 공간에는 오직 나 혼자뿐이었다.
아직 오픈 할 시간도 안되었는지, 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안쪽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벽 옆에서 안쪽만 슬쩍 보았다.
그때 한 가족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그렇게 간단히 11코스를 마치고, 10코스 길로 접어 들었다.
[4] ‘10코스 방점’ I
이미 사전 예고 되었고,
또한 평화 누리길 앱과 트랭글 앱에도 모두 반영이 되었지만
10코스의 가장 멋진 부분인 숭의전부터 말농장까지 이어진 숲 속 길은
잠시 폐쇄된 상태였다.
공사 때문이었다.
순방향으로 따지자면
말농장부터 시작해서 숭의전 입구까지
임진강을 오른편에 두고 강을 따라 숲 속으로 난 길을 걸으며
강과 나무들이 만들어 낸 만곡 수변의 곡선을 보는 것이
가장 멋진 경험이었다.
특히 요즘 같은 봄 시즌에 연두색 물이 오르는 그곳의 풍경은
달력의 메인 페이지를 장식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숭의전보다 숭의전으로 가는 그 길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마치 용문사보다 용문사의 은행나무가 더 유명하듯이…………..^^
그런데 이곳의 입구들이 한참 공사 중이라서
어쩔 수 없이 길 전체가 폐쇄 되었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찻길을 따라 고개 넘어 뺑 둘러서 말 농장 입구까지 갈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언덕을 오르는 수고 좀 하였는데,
사실 수고가 문제가 아니라
방점 포인트인 곳을 가지 못하게 된 점이 가장 아쉽다.
다만 영원한 길 폐쇄가 아니라,
공사 기간 중 잠시라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서
그 다음 포인트로 생각한 곳은 석장천 부근이었다.
정확히 이야기를 하면
석장천 도하가 아닌,
그곳 근처에 있는 정글과 같은 녹색지대였다.
드디어 석장천에 도착했다.
다행히 큰 비가 오지 않아서 천을 우회하지 않고 천을 그냥 건너는데 지장이 없었다.
너른 푸른 밭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분명 뭔가를 캐는 것 같은데 멀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쑥을 캐나?
논란이 되었던 AFS 방지용 철망에는 문이 생겨서 양쪽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월담 아니 월망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다.
그 문을 통과해서
드디어 방점 포인트에 도착했다.
하천 부근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곳은 깊은 숲 속이었다.
누리길은 그 숲 중앙을 지난다.
숲 한 가운데 그어져 있는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난 그런데 그 잡초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절대로 반바지를 입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임진강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바이러스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깊은 숲 속의 아래는 무성한 초록색 잡초로 가득한데,
그 안에는 얼마나 많은 뱀이 있을까 가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숲 입구, 그리고 숲 바깥에는
무서운 가시박의 자태를 볼 수 있었다.
마치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켰듯이
가시박은 나무 하나를 통째로 배 안에 넣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겉보기에는 그냥 다 말라버린 억새 같은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렇듯 조금은 으시시한 곳이
방점이라는 것도 좀 아이러니하다.
아마 “좋은 곳”이라는 의미보다는, “다른 곳”이라는 의미가 크지 않았을까?...
[5] ‘10코스 방점’ II
다소 밋밋하고 또는 반대로 으시시했던 길지 않은 10코스의
진짜 방점 포인트는 실제로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예상치 못한 “길손”이었다.
비룡대교 방향으로 걸어올 즈음
마침 백학면 학곡리 마을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번에도 11코스 그리고 10코스 역방향 투어였기 때문에,
출발 때부터 누군가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조금 하고 있었다.
11코스는 조금 이른 시간이므로 확률적으로 낮은데 비해
10코스에서는 조금 기대를 하였다.
이틀 전, 11코스 고구려 보루가 있는 산 속에서 천안에서 오신 부부를 만난 것처럼
일면 몇 분의 길손을 만날 수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기대가 틀림 없이 맞아 떨어졌다.
학곡리 입구 쯤에서 마침 앞에서 걸어오시는 어떤 분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강릉에서 오신 분이라고 한다.
단순하게 “안녕하세요”만 했는데,
그 분이 강릉에서 오신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건 그 다음에 만난 정말 반가운 길손 때문이었다.
그 분을 지나 보내고,
카페 분인가? 아닌가? 보았다 아닌가? 하고 머리를 갸우뚱 하며 걷는데
마을 저편으로 몇 사람이 오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이쪽으로 손을 흔드시는 것 같다.
처음 보았을 때
토요일이라고 참으로 많이들 걸으시네~ 하고 싶었는데
둘 간의 간격이 점점 좁아지면서 자세히 보니 바로 길동무였다.
벨로스 부부님, 그리고 민나건 선생님,
그리고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색을
즐겨 입으시는 평화 누리길 지존의 늘해랑님.
평화 누리길 다섯 번째 만에 드디어 제대로 길손을 만나게 된 것이다.
네 번의 투어 동안 나름 길손에 대한 갈증이 있었고
특히 네 번째에는 나름 사전 전조가 있더니
다섯 번째 만에 드디어 그 갈증이 완전히 해갈되는
길손을 만난 것이다.
아웅~ 이런
세 분은 지난 강화 나들길 주문도 볼음도 등 강화도 서도면 투어 이후
근 두달 반 만에 만나 뵙는 격이고,
늘해랑 님은 근 2년 만에 뵙는 것이 아닌가 싶다.
늘해랑님은 강화로 가는 3000번 버스 안에서 한번 뵈었고
또 한번은 어디선가 우연하게 여러 명과 함께 뵌 적이 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예전보다 살이 엄청 빠지신 것 같다.
그때는 풍채가 무척 크셨던 것 같은데,
그 동안 너무 많이 걸으셔서 살이 빠지셨는지 훌쭉하시다.
늘해랑님을 만니 뵈니, 더 행복님이 생각났다.
다치신 발은 차도가 있으신건가?
어쨌든, 이렇게 정말 엉뚱한 곳에서
반가운 분들을 만나니 정말 기쁘기 짝이 없다.
서로들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면
어딘가 앉아서 커피 한잔하면서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오래오래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정도였다.
원래 기대하지 않은 만남이 더욱 극적인 것 같다.
미리 잣대로 재 놓으면 효과도 반감되고 흥미도 떨어진다.
그리고 잣대로 재어도 만나기 어려운 것도 이번 투어에서 느낀 점 중의 하나이다.
오래 전, 미국의 쬐그만 도시 뒤편에서
그보다 한참 더 오래 전 한때 여의도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를 우연히 길가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LA나 뉴욕도 아니고 쬐그만 시골 도시의 그것도 뒤편 길에서~…
처음에는 서로간에 알아보지 못했다. 분명 뭔가 있는데~ 하는 느낌 정도랄까?
그런데 나중에 어떻게 연락이 되어서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게 되었다.
그 때 얼마나 놀랐는지..
그리고 깨달았다.
누군가를 죽어라 하고 찾아 다녀도 만나기 힘든 곳이 이 세상이라면
누군가를 엉뚱한 곳에서 우연하게 만날 수 있는 곳도 이 세상이라는 것을……….
모~ 거의 그런 수준이었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여러 번의 대중교통으로 환승을 해가며
약 2시간 반 동안 움직여서 도착한 일명 “깡촌”에서
우연히 반가운 얼굴을 만난다는 것.
그건 노사연 씨의 노래처럼
이런 만남은 우연이 아닌 것이었다…^^
10코스의 방점은 다름 아닌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또한 길동무를 통해서
앞서 걸어가신 분이 강릉에서 오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마 서로들 인사를 주고 받은 모양이다.
이번에는 강릉 오신 분을.
그리고 며칠 전에는 천안에서 오신 분을……… 만난 것이다.
이 외에도 길동무와 아쉽게 헤어진 후 비룡대교을 지날 즈음
또 다른 길손을 만났다.
평화 누리길 카페 말씀을 드리니
카페에 가입하여 발은 살짝 걸쳐 놓았지만,
어쩌다 한번 정도 들어가시는 정도라고 하신다.
대부분 그런 것 같다.
암튼 우연하게도 재야(?)에서 평화 누리길을 걷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도 알게 된 것도 소득이라며 소득이 아닐까 싶다..
[6] ‘마무리’
다섯 번의 평화 누리길 투어는
내게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단순히 길이든,
아니면 복잡한 인생이든…..
그리고 길지 않은 짧은 기간에 임팩트 있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평화 누리길 덕분이다.
다섯 번의 투어를 통해서 평화 누리길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했다.
열린 공간과 길, 그리고 사람이라는 세 박자가
적절히 어울려 한다는 것을…….
이렇게 또 한번의 길나섬을 마감했다.
부제는 방점 헌팅이었다.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더 고차원의 시각으로
평화 누리길이 주는 또 다른 메시지를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 길은 참으로 멋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내 즐거웠다..……………………###
[7] ‘부록’
감악산 출렁다리가 개통을 하면서,
문산과 출렁다리를 다니는 새로운 버스가 생겼는데
그 버스가 2층 버스인 7700번 버스다.
이 버스는 주중에는 다른 정규 코스를 운행하다가
주말이면 버스 번호와 노선이 바뀌는데
운정, 금촌과 문산을 지나, 황포돛배와 적성시장을 거쳐 감악산 입구까지 운행한다.
그 버스는 2층 버스가 주는 너른 공간 때문에 쾌적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문산과 적성시장 사이에서 무정차로 달리는 이 버스를 타면 정말 느낌이 새롭다.
강화도를 다니는 3000번 버스도 2층 버스인 3000A번 버스가 있는데
정차하는 곳이 많아서 2층이라는 가치 외는 특별히 다른 것을 느끼기 어렵다.
10코스를 마치고 장남교에 도착을 했고 마침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썩 반가운 것은 아니지만, 마무리 하는 단계에서는 비가 좀 와주어도 괜찮았다.
머리 위에 맥주를 엎지는 못하지만,
살짝 적시는 비 정도야 애교로 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 걸었던 한북정맥 길 때도 그랬다.
목적지인 노채고개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기 위해 일동으로 걸어 가는데
파란 마른 하늘에서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비가 싫지 않았다.
장남교에서부터 시작하여 적성시장을 통과하면서
이제 집으로 돌아갈 ‘리턴 프로젝트’를 가동시킬 타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적성 전통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오늘의 도보가 완전히 끝나는 순간이었다.
정류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할 일이 있었다.
휴대폰의 각종 앱을 중지시키는 일이다.
평화 누리길 앱, 산길샘 앱, 그리고 트랭글 앱등.
그리고 이제 어떻게 집으로 갈까를 고민할 타임이다.
그런데 옵션은 모두 가능했다.
문산으로 갈 수도 있고 바로 동두천으로 갈 수도 있었다.
운 좋으면 지난번처럼 구파발로도 갈 수도 있다.
그리고 마침 건너편 정류장에는
남면을 거쳐 동두천까지 이어지는 25-1번 버스가 약 15분 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서울의 서편에 살면 나름 문산 쪽으로 가는 것이 편하지만
서울의 동편에 살면, 동두천으로 바로 가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그런데 그 때
저 멀리서 키가 훌쩍 큰 7700번 버스가 오고 있는 것이었다.
지난번 G2001번 버스처럼 이런 버스는 무조건 타줘야 해~ 하는 마음이 발동했다.
처음 타보는 버스이기 때문이다.
타보니 과연 좋았다.
구태여 2층으로 올라갈 필요가 없이 1층 좌석에 앉았는데
2층에는 나 밖에 없었다.
아니 버스 전체적으로 승객이 4~5명 밖에 되지 않았다.
버스는 잠시 황포돛배를 탈 수 있는 두지나루 입구를 지나고
그 이후로는 거침없이 문산으로 내달렸다.
옆 차창으로 그 동안 걸어왔던 평화 누리길 8, 9 코스 길이 보였다.
대부분 알 수 있는 곳들이었다.
여기는 어디, 저기는 어디~
버스로도 이처럼 한참 가는데,
정말 징글징글하게 걸은 것 같다.
조금 있으니, 버스는 문산역 앞에 도착했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조금 더~ 라는 생각으로 문산역에서 하차하지 않고 금촌역까지 이어갔다.
물론 집에 빨리 가자면 문산역이 답이고
금촌역까지 가는 것이 손해다.
그렇지만
그 동안 그냥 멀리서 간간하게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던 7700번 버스에서
평화 누리길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인증이었다.
평화 누리길 앱으로
완주 인증을 마쳤다.
진정으로 평화 누리길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타보려고 찜해둔 로망 버스 안에서.....................###
첫댓글 학곡리에서 혹시나 했는데 정말뵙게되서 엄청 반가웠어요.
우연한 만남은 기쁨이 배가 되는거 같아요. 또 봬요.
네 반가웠습니다. 제가 멀리 있으면 잘 못봐요. 평소에 안경을 쓰고 다니고, 또한 길동무 모임에서는 당연히 다들 아는 사람이고, 그런데 갑자기 길에서 나타나시니 못알아 보았었습니다. ㅎㅎ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어제 재미있었습니다. 가끔 밋밋한 길에서 그런 즐거움도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소그미 완주 축하드립니다
뵌것이 너무 반가워 인사가 늦었네요.
축하드립니다.
@벨로스 감사합니다. 벨로스님도 곧 완주하실건데요 모.... 부지런하게 뽑으시죠....
교통편이 불편해도 많은 누리꾼들이 평화누리길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행하게도 이번 평화누리길은 정모때문에 교통이 불편한 곳은 없었지만 평화누리길은 이생각 저생각없이 마음편하게 걷기만해도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길손과의 만남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솔솔하지요. 특히 길동무와의 만남은 특별하지요.
다섯차례에 걸쳐 2020 시즌 평화누리길에서 또 하나의 추억거리를 남겼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다음 숙제가 기다리고 있군요. 하루속히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길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일까 고민했었는데, 늘 그렇지만 어떤 길이든 기억에 남을 만한 일들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고요. 더불어 성묘도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길이란 것이 많은 변화는 없지만 자잘한 변화가 있는데, 그런 변화를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늘 여러가지로 감사드립니다.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소확행이지요.
사람마다 모두 같을수는 없겠지만 길위에서 큰 기대와 욕심은 금물이라는걸 알았습니다.
자연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돌아 보며 건강을 챙기는것이 최종 목적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엔 엄두도 못내던 평화누리길 불편한 교통에도 어느덧 일곱번의 완주가 목전이지요.
제일 큰 수확은 제 아내가 걸을수 먼길을 있다는게 참 다행이지요.
이번 길 완주에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평화누리길의 가치도 크게 평가되기를 바랍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벌써 일곱번의 완주이시군요. 어째, 어디에 어떤 꽃이 필 때가 되었는데, 이런 것까지 세세히 아시고 계시더군요. 매번 걸으실 때마다 세상은 새롭게 변해가는 것을 느끼시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것을 느끼실 만한 변화는 있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인증 방식 조차 아나로그에서 이제는 디지털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씁니다. 디지털 시대면 더욱 변화가 빨라 지게 되겠지요. 전자 인증이라도 세세한 기능들이 추가 되고… 그것들을 알아가다 보면 또 한 해가 훌쩍 지나갈 것 같기도 합니다. 늘 감사드리고, 또 지속적으로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