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의 이성열 예술감독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의 3월의 눈
공연명 3월의 눈
공연단체 국립극단
예술감독 이성열
작가 배삼식
연출 손진책
공연기간 2018년 2월 7일~3월 11일
공연장소 명동예술극장
관람일시 2월 18일 오후 7시 30분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이성열 예술감독,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의 <3월의 눈>을 관람했다.
신임 국립극단 예술감독 이성열은 연세대 사학과에 입학해 연희극예술연구회에 들어가며 연극을 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극단 목화(대표 오태석)에서 연기와 연출을 배우고, 제대를 해서는 극단 산울림(대표 임영웅)에서 연출을 익히며 산울림 소극장의 극장장을 맡기도 했다.
연극으로는 <아버지와 아들> <햄릿아비> <벚꽃동산> <과부들> <봄날> <여행> <그린 벤치> <자객열전> <미친극> <키스> <야메의사> <굿모닝? 체홉>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무용극은 <비천사신무> <두 도시 이야기> <유랑> <운수좋은 날>, 음악으로는 <톨스토이 IN Music> <드라마가 있는 음악회> <파가니니&리스트> ',죠르쥬>, 오페라는 <손탁호텔>(협력연출) 등을 연출했다.
1998 한국백상예술대상 "신인연출상" <굿모닝? 체홉>, 2005 서울연극제 "연출상" <Green Bench>, 2007 김상열 연극상 <물고기의 축제>, 2009 서울연극제 "연출상" <봄날>, 작품상으로는 1997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키스>· 2004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자객열전>· 2005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최우수작품상" <Green Bench> 서울연극제 "우수상" <Green Bench>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여행>, 2006 서울연극제 "우수상" <여행>, 2009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연극 Best 3" <봄날> 2013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배삼식(1970~) 작가는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인류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출신이다. 1998년 <하얀 동그라미 이야기>를 시작으로 번역극과 창작극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정극과 마당놀이, 음악극 등을 집필 공연하고, <열하일기만보>로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대산문학상, <먼데서 오는 여자>로 차범석 희곡상, <피맛골 연가>로 뮤지컬 어워즈 작곡작사상,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하얀 앵두>로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그리고 <거투르드>로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앞날이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작가다. 그는 <햄릿>을 바탕으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 창작극 <거트루드>의 극본은 물론 연출가로 정식 데뷔하여 그만의 섬세한 연출력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와 중앙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1945> <열하일기 만보> <벽속의 요정> <허삼관 매혈기> <최승희> <오랑캐 여자 옹녀> <은세계> <주공행장> <착한사람 조양규> <하얀 앵두> <벌> <이른 봄 늦은 겨울> <삼월의 눈> <맨 프롬 어스> <최막심> <피맛골> <뮤지컬 도도> <단원 김홍도> 를 발표 공연했다.
손진책(1947~)은 영주중학교, 대광고등학교, 서라벌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이다.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심청이 온다> <쾌걸 박씨> <변강쇠> <삼국지> <변강쇠전> <홍길동전> 그 외의 마당놀이 작품을 30년간 연출해 정착시킨 장본인이다.
한일 월든컵 개막식, 건국 60년 기념공연, 대통령 취임식, 핵 안보정상회의, 세계군인체육대회 등을 연출하고,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연출작으로는 <한네의 승천> <죽음과 소녀> <오장군의 발톱> <최승희> <디 아더 사이드> <주공행장> <열하일기만보> <남사당의 하늘> <템페스트> <벽속의 요정> <화선 김홍도> <아시아 온천> <삼월의 눈>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동아연극상, 허규 예술상, 이해랑 연극상, 한국백상예술대상 연출 상을 수상하고 국민훈장 목련장, 문화훈장 보관장을 받았다. 2017년 예술원 회원이 되었다. 손진책 연출은 "이 작품은 생성과 소멸에 대한 헌사"라면서 "삶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의미가 있다"고 전한다.
<3월의 눈>은 2011년 초연과 마찬가지로 한옥전문가 조전환의 한옥 한 채가 무대전체에 자리를 잡았다. 지붕은 없으나 대들보와 기둥이 실물과 다름없이 만들어지고, 창호지를 바른 미닫이문과 여닫이문이 달린 방이 대청 양쪽에 하나 씩 있다. 객석을 향해 대청에서 내려올 수도 있고, 대청 뒤쪽으로도 내려가게 되어있다. 배경 막 왼쪽에 집으로 들어오는 문이 있으나 객석에서 보이지는 않는다. 문과 대청사이에 높은 담장이 있고, 담장은 직각으로 꺾어져 무대왼쪽으로 연결되어 있다. 보이지 않는 문을 들어서면 집으로 들어오면서 좁은 마당을 통과하게 되어있다. 마당에는 우물이 있고, 높은 지대에 있는 한옥인지, 다른 한옥 지붕들이 배경 쪽으로 내려다보인다. 마루로 올라서면 대청 양쪽에 있는 방의 여닫이 문짝의 창호지는 누렇게 변색이 되기는 했으나, 뚫어지거나 너덜대지를 않아, 아직 새 창호지로 갈아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남녀 주인공이 문짝을 떼어 내 툇마루에 걸쳐놓고, 물을 뿜어 창호지를 뜯어내고는 풀을 쑤어 새 창호지를 붙인 후, 다시 문짝을 달아놓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대청마루 밑에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있고, 섬돌을 내려서면 무대 오른쪽으로 조그만 화분이 서너 개 놓여있다.
연극의 도입에 오른쪽 방에서 곱게 나이가 들고 자애로운 모습의 부인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를 흥얼거리며 나와 마루 왼쪽으로 걸어간다. 부인은 왼쪽 방 툇마루로 다가가 방문 앞에 놓인 둥근 체에 담긴 붉은 털실과 뜨개바늘을 꺼내 들고는 툇마루에 앉아 뜨개질을 시작한다. 잠시 후 대문에서 이집의 가장인 듯싶은 노인이 들어와 천정에서 늘어뜨린 줄을 잡고 신을 섬돌에 벗은 후 대청으로 올라선다.
노부인과 노인의 대화에서 이발을 못하게 된 사연과 뜨개질거리에 관한 얘기가 오가고, 노부인은 3월이 되었으니, 문창호지를 갈자고 제의한다. 나이든 사람들의 내외가 대개가 그렇듯이 가장은 늘 귀찮아하고, 부인은 그러한 남편을 일으켜 세우고 다구치고 하는 광경이 남의 집 일 같지 않다. 결국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남편은 창호지를 사러 밖으로 나가고, 부인은 오른쪽 방으로 들어간다.
이때 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한 무리의 남정네와 아낙네들이 집안으로 들이닥친다. 한옥이 있는 지역이 재개발지역인지,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이 집이 매각되었기에 건물을 뜯으러 온 사람들임을 알게 된다. 이들은 마루 창부터 떼어내기 시작한다. 곧이어 마을의 통장이라는 중년여인도 등장하고, 통장은 온전하게 보존된 한옥을 뜯어내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에 동조하듯 젊은 남녀 한 쌍이 사극영화촬영장을 찾아 이 마을로 들어오고, 세트장을 찾는 남녀에게 통장여인은 바로 이집의 한옥구조를 보도록 권한다, 뒤이어 등장한 일본인 관광객 남녀 한 쌍도 신기한 듯 집 구경을 하고 촬영을 하기 시작하는 장면에서 작금의 확대되어가는 아파트 건축과는 반대로, 점점 사라져가는 한옥과 전통가옥의 소멸이, 언젠가는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를 거라는 걱정과 함께, 한옥지정마을 이외에도 그 전통양식을 볼 수 있는 몇 채의 한옥이라도 군데군데 남아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가장이 창호지를 사가지고 돌아오고, 노부부는 물을 뿜어 낡은 창호지를 떼어내고는 풀을 쑤어 새 창호지를 함께 붙인다. 함께 작업하며 주고받는 동작이 여간 정겨운 모습이 아니다.
내외가 작업을 마치자 이집과 친분이 있는 양돈 사업가가 노숙자의 모습으로 등장해, 창호지를 갈고 남은 풀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에서, 구제역으로 파산을 해 걸인이 된 축산가들의 비참한 신세가 연극을 통해 관객의 가슴에 비수처럼 파고든다. 또한 손자며느리의 방문으로 비로소 노 가장은 독거노인이며, 손자의 부채를 갚아주기 위해 한옥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고, 노 가장은 홀로 양로원으로 가리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평생 해로한 부인과 함께 살던 한옥을 잊지 못하는 가장의 의식 속에, 항상 부인의 모습이 자애롭게 자리 잡고 있었음을 관객은 감지하게 되고, 관객 저마다의 눈에서 흐른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감동을 공유한다.
대단원에서 3월의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집을 나서는 노 가장에게 노부인이 한쪽 팔은 뜨개질이 덜된 붉은색 털실윗도리를 입힌다. 노가장이 집터와 함께 영원히 자리한 노부인과 작별하며 한옥을 떠나는 모습과 술잔을 들고 권하며 배웅하는 노숙자, 노숙자는 곧바로 뜯어낸 마루 밑에 들어가 잠이 들고, 노부인은 건넌방 마루 앞에 앉는다. 그때 집을 철거하는 사람들이 모두 등장해 다시 철거작업을 시작하려다가 노숙자를 발견하고는 일으켜 나가게 하고, 방의 문짝을 모조리 떼어내기 시작한다. 마루창도 역시 떼어내며 집안을 돌아다니지만 아무도 노부인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계속해서 쏟아져 내리는 3월의 눈과 노부인에게 조명이 집중되면서 공연은 관객의 갈채와 더불어 마무리가 된다.
노 가장 역으로 장민호 선생의 초연 이후 박근형, 변희봉, 오영수, 신구 그리고 오현경 선생의 배역교체로 이어지고, 오현경 선생은 일생일대의 적역을 맡아 많은 관객의 뇌리에 길이 남을 명연을 펼친다. 노부인 역으로 백성희 선생, 박혜진, 정영숙 그리고 손 숙 선생이 주인공을 맡아, 손 숙 선생역시 일생일대의 호연을 펼쳐 보인다. 무대 위의 오현경 선생이 백발의 미남처럼 보이지만 손 숙 선생 또한 백발의 아름다운 미녀모습으로 열연을 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하성광, 김정은, 유병훈, 이종무, 박지아, 이수미, 김 한, 양서빈, 이원희, 김수아, 이호철, 조남용 등이 출연해 성격창출에서부터 연기에 이르기까지 나무랄 데가 없는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 박동우, 조명 김창기, 의상 최보경, 한옥제작 조전환, 소품 김수희, 음악 김철환, 음향 유옥선, 분장 백지영, 조연출 최봉문 최성호 그 외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국립극단의 이성열 예술감독, 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의 <3월의 눈>을 한편의 감동적인 공연물로 만들어 냈다.
2월 1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