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가을 채소, 밭뙈기 개간 그리고...
2023년 8월 30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칠월 보름날, 백중(百中)
오늘은 음력 칠월 보름,
백중(百中)날이다.
'백중날은 논두렁 보러 안 간다'
라고 하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말이 있다.
농부들이 여름날 휴한기에 휴식을 취하는
농민 명절로 여기며 즐기던 날이라고 한다.
불가에서는 스님들이 재(齋)를 설(設)하여
부처님을 공양하는 날로 정하여 큰 명절로
삼고 있다고 한다.
어제는 오후부터 비가 오락가락을 반복했다.
잠자리에 들기전까지도 내리긴 했는데 밤새
또 내렸는지는 모르겠다. 예보에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한다. 요즘같은 시기에는
비가 내리면 촌부 뿐만아니라 모든 농부님들
생각은 이중성이 되고, 양면성을 갖는 것 같다.
비가 내리면 한창 잘 익어가는 고추를 비롯한
열매 채소나 과일에게는 지장을 초래하겠지만
그 반면 한창 물을 필요로 하는 가을 채소들은
단비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괜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연의 이치이니까...
이따금씩 내리는 비를 맞아서 그런지 밭에는
가을 채소들이 무럭무럭, 쑥쑥 잘 자라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밭을 오가며 살펴보곤 한다.
거름도 시기에 맞춰 넣었기에 딱히 돌볼 것은
없다. 그저 들여다보며 잘 자라라고 혼잣말로
지껄이는 것 뿐이다. 농부 마음은 다 이럴게다.
두 군데의 밭에는 126그루 배추가 참 예쁘게
잘 자란다. 최근 몇 해는 배추농사를 망쳤는데
올해는 멘토 아우의 조언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해보는 중이어서 배추농사가 잘 되리라 믿는다.
첫 번째 파종한 무우는 꽤 많이 자라 보는 마음
흐뭇하다. 옥수숫대 잘라내고 두 번째 파종을
한 무우도 본잎이 돋아나 한 그루만 남기고 다
솎아주었다. 청갓과 함께 옆 이랑에 세 번째로
무우 파종을 하긴 했으나 조금 늦은 감이 든다.
쪽파도 심은 구덩이 전부 다 쑥쑥 잘 돋아난다.
가을 채소가 지금 이대로 무럭무럭 자라주기를
바라는 촌부의 마음이다.
어제는 이른 아침과 오전, 두 차례 나눠 밭뙈기
하나를 또 만들었다. 이것도 개간이라고 할까?
큰밭 입구 여백의 자그마한 넓이 땅에 무성하게
잡초들만 자라 그곳을 명이나물밭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씨앗을 받아놓았으나 뿌릴 마땅한
밭이 없어 망설이다가 거기 땅을 파기 시작했다.
명이나물이 자라면 정리된 느낌이라서 좋을 것
같고 나물도 얻게되니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솔직히 말해 삽질, 괭이질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수년간 잡초를 비롯한 야생초가 자라
뿌리가 켜켜이 뒤엉켜서 정말 힘든 작업이었다.
자그마한 밭뙈기 하나 일구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인줄은 미처 몰랐다. 그래도 끝내 해냈다.
오늘 비가 그치고 땅이 조금 마르면 정리를 하여
명이나물 씨앗을 뿌려놓을 참이다.
어제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건조기에서 잘 마른
붉은고추를 꺼내고 두 번째 수확한 붉은고추의
꼭지를 따고 닦아 건조기에 넣을 준비를 하는데
마을 아우들이 하나 둘씩 올라왔다. 무슨일인가
하고 나가봤더니 비도 오고하여 심심해서 놀러
왔단다. 가져온 떡을 나눠먹고 인근 치킨집에서
치킨, 족발, 메밀국수에 생맥주까지 배달을 시켜
한바탕 즉석 잔치가 벌어졌다. 이서방과 촌부와
아내까지 합세하니 '청바지클럽' 모임이 되었다.
흔히들 말하는 번개팅이 되었다. 그렇게 모여서
먹고 마시며, 즐겁고 신나게 한바탕 잘 놀았다.
2차로 바리스타 이서방의 향긋하고 맛이 좋은
커피로 마무리를 했다. 서로 정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이 된 산골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