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숲 12
외출인 박하
한요나 지음
분야 | 청소년 소설, SF(과학 소설)
초판 발행일 | 2024. 6. 20.
사양 | 144쪽(무선제본) 판형 | 128×188mm
정가 | 13,000원
ISBN | 979-11-6051-630-2 (43810)
주제어 | 사막화, 디스토피아, 탐험, 무력감, 우울, 외계인, 이주민, 연대, 희망, 우정
문의 | 마케팅부 김영호 02-739-1666, seedbook009@naver.com
■ 책 소개
모래바람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세상 속
‘함께’라는 희망의 불씨를 구해 오는 외출인 이야기
소녀, 내일이 되다! 청소년을 위한 SF 시리즈, ‘내일의 숲’ 열두 번째 책 『외출인 박하』가 출간되었다. 2022년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 이후 SF 청소년 소설을 차근차근 선보여 온 한요나가 이번에는 사막화된 세계 속 지구인과 외계인 간의 우정을 그려 냈다. 시로 먼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답게 소설 또한 감각적인 시 언어와 반짝이는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 청소년다움을 제대로 보여 주는 주인공들은 뿌연 모래 세상에도 찬란한 빛을 발하며 독자들을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끈다.
중학교 졸업만을 기다리던 박하는 어느 날 지구를 덮친 모래바람에 한 동짜리 아파트에 갇히고 만다. 흉흉해진 분위기에다 모래바람과 함께 등장한 괴물 곤충에 대한 소문까지 돌아 주민 누구도 외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박하는 아파트에서 아무 일도 맡지 못한 또래 여자아이들을 모아 ‘외출인’ 팀을 만든다. 한 조가 된 감이와 함께 바깥에서 자신들을 ‘막사인’이라고 부르는 이상한 아이들을 만나고 아파트로 돌아온 어느 날, 팀의 막내인 두 자매 란주와 태주가 실종되고, 제멋대로인 다나까지 자매를 찾겠다며 사라져 버리고 마는데……!
■ 출판사 서평
살아남은 사람에서, 살아 내는 사람이 되기 위한 용기
중학교 졸업만을 기다리던 박하는 여느 때처럼 저녁을 먹고 핸드폰으로 아이돌 무대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어디선가 불어온 폭풍이 하루아침에 온 세상을 모래로 뒤덮었다. 하루하루 더 나아질 거란 기대로 삶을 살아가던 박하는 무기력에 빠져 좀처럼 이불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한다. 우울감에 사로잡혀 대꾸조차 하지 않는 박하에게, 같은 층에 사는 버찌 언니는 계속 찾아와 세상 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정신을 차리고 내다본 창밖엔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박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결심한 듯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는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일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무기력에 빠져 있을 또래 여자아이들을 모아 ‘외출인’ 팀을 꾸린 것이었다.
“우리도 뭔가 하게 해 주세요! …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을 저 같은 여자애들이요.”
여태까지는 배제되었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모두가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다섯 명의 외출인 박하, 감이, 다나, 란주, 태주는 외출을 두려워하는 어른들을 대신해, 또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폐허가 된 바깥세상으로 향한다. 이들의 외출은 무력감에 대한 저항과, 구성원으로서 공정히 대우받겠다는 의지와 용기를 보여 준다.
청소년의 특권, 시험해 보고 사고 쳐 보기
한 조를 이룬 박하와 감이가 열 번째 외출에 다녀온 날, 외출인 팀의 막내인 란주와 태주 자매가 실종된다. 그리고 뒤를 이어 제멋대로인 다나까지 둘을 찾으러 밖으로 나가 버린다. 괴물 곤충이 전자파를 감지한다는 가설이 있는데도 세 사람 다 전자기기를 들고 외출한 데다가, 어른들은 서로를 탓하며 언성을 높이기 바쁘다. “이렇게 싸울 시간에 누구라도 나가는 게 맞잖아.” 그래서 박하와 감이는 다른 외출인들을 찾으러 직접 나가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싸움에 한창인 어른들 몰래, 앞서 나간 아이들처럼 핸드폰을 챙겨 밖으로 나간다.
외출의 주체가 중학생 아이들이고, 어른들은 아파트에 남아 살림한다. 언뜻 보면 이상한 이 역할의 전복은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낯선 세계에 대한 면역에서 기인한다.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에 이것저것 재 보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마음먹은 것이라면 저질러 버리고 만다. 결국 박하와 감이는 핸드폰을 들고 나간 덕에 아이들을 찾을 수 있었고, 어른들을 걱정시킨 데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이런 결론을 낸다. “외출할 때 시험해 보지 않은 게 많잖아. … 조금 더 사고를 쳐 봐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시험해 보고, 사고 쳐 보는 아이들다운 모습은 무모하더라도 새 가능성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독자를 응원한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공존에 대한 희망
박하가 바깥에서 만난 ‘막사인’들은 분명 또래 아이들 같으면서도 어딘가 이질적이다. 희한한 머리 모양과 디오·엑스라는 특이한 이름, 키가 크고 눈동자 색깔도 다른 모습에 박하는 주눅이 들면서도 설명하기 힘든 이끌림을 느낀다. 그리고 곧 다시 만난 디오와 엑스로부터 그들의 실체에 대해 듣게 된다. 막사인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었다. 지구에 불어닥친 모래폭풍도, 지구를 덮친 괴물 곤충 떼도 이들이 몰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박하는 이들을 원망하는 대신 그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한다. 막사인들이 의도치 않게 지구에 피해를 입히긴 했지만, 그들 또한 살아남기 위해 행성을 떠나왔을 뿐이다. 이처럼 박하는 막사인들을 자신과 같은 피해자로 바라보고, 그렇기에 적대가 아닌 연대를 선택한다.
이런 태도는 우리가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각에 균열을 낸다. 박하뿐 아니라 외출인들은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과 선입견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렇다면 하물며 저 먼 우주가 아니라 지구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끼리는 얼마나 더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겠는가. 이를 이해하고 우리 터전에 발을 들인 이방인에게 좀 더 가볍게 손 내민다면, 책 속 박하의 희망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서로 가진 것을 내주고 배우며 … 분명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의 숲’ 시리즈 소개
‘내일의 숲’은 여성 청소년이 주인공인 SF 시리즈다. ‘바위를 뚫는 물방울’ 시리즈를 통해 꿈을 이룬 여성들로부터 희망의 목소리를 빌려 어린이에게 전해 온 씨드북이, 이제는 SF라는 장르를 빌려 청소년과 함께 미래를 도모하고자 한다. 새로운 세상에서 활약하는 소설 속 소녀들처럼, 독자 여러분도 내일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 줄거리
중학교 졸업만을 기다리던 박하는 어느 날 지구를 덮친 모래바람에 한 동짜리 아파트에 갇히고 만다. 모래바람과 함께 등장한 괴물 곤충에 대한 소문까지 돌아 주민 누구도 외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박하는 아파트에서 아무 일도 맡지 못한 또래 여자아이들을 모아 ‘외출인’ 팀을 만든다. 그렇게 모인 다섯 명의 아이들은 바깥에서 자신들을 ‘막사인’이라고 부르는 이상한 아이들을 만난다.
■ 지은이 소개
지은이 한요나
소설과 시를 쓴다. 2022년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 청소년 장편소설 『버니와 9그룹 바다 탐험대』, 『태양의 아이들』, 장편소설 『오보는 사과하지 않는다』, 단편소설집 『17일의 돌핀』, 시집 『연한 블루의 해변』이 있다. Believer, listener, genre person.
■ 추천 글
SF를 사랑하는, 소녀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가슴 뛰는 독자들에게 선물 같은 시리즈 ‘내일의 숲’. 내일을 바라보는 청소년 SF 독자들을 위한 글들이 시리즈 이름처럼 풍성한 숲을 이루길 고대한다. -구한나리(소설가)
‘내일의 숲’ 시리즈는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여성에 주목한다. 사근사근한 로봇 안내원 여성,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친절하고 상냥한 기계 목소리의 비인간화된 여성을 넘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인간 여성이 과학기술의 시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어떻게 타자화의 벽을 넘어서야 할지 보여 주는 용기 있는 시리즈다. -정보라(소설가)
■ 차례
외출인 박하
돌아오지 않은 자매
벌레는 모래 속에서
이동
해뜰아파트
작가의 말
■ 책 속으로
15쪽_해뜰아파트는 (…) 외관이 멋진 아파트는 아니지만 튼튼하고, 마을 꼭대기에 있어서 모래바람의 피해도 적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우리 아파트에 살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6쪽_“딱 제 또래 여자애들만 하고 있는 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열두 살 이상 열여섯 살 이하의 소녀들이요. 우리 동네에서 쭉 자라서 길을 잘 아는 친구들로 ‘외출인’ 팀을 만들고 싶어요.”
58쪽_신비한 일들이 벌어질 줄 알았다. 나이가 든다는 게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앞으로 나의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에는 더 재밌고 신기한 일들이 생길 줄 알았다. 나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로 살았는데, 더 나아질 게 없는 세상이 와 버렸다.
113쪽_복도에 쭉 서서 창문을 향해 팔을 뻗고 있는 우리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망토를 두른 막사인들, 그리고 고글과 스카프를 두른 외출인은 같은 곳을 향해 팔을 뻗고 있다.
116쪽_“이 세계에 계속해서 해가 뜨는 이상 우리도 계속 살아갈 거야.”
121쪽_미래에도 계속 그런 따뜻한 것들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모여 노는 소리, 학교 체육관, 맛있는 과일 통조림, 막사인 친구들과 외출인 친구들처럼 따뜻하고 좋은 것들 말이다.
130~131쪽_“우리 외출할 때 시험해 보지 않은 게 많잖아. (…) 조금 더 사고를 쳐 봐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오늘.”
138쪽_우리는 이런 세상에서 희망을 가지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것이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건 뭔지 모르겠다. 더 용감해져야 하는지, 더 이성적이어야 하는지, 아무도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도 우리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139쪽_친구들과 더 넓은 세상으로 달려가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존재들을 만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도 수많은 인생이 자라나고 삶은 지속될 테니까.
139쪽_어떤 존재가 나타나도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괜찮다. 서로를 찾아 줄 존재들이 있다는 걸 믿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