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파이는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 세력 간에 맺은 동맹도 언젠가는 반드시 깨지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공공성을 띈 약속을 공약이라고 한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저마다 공약을 내 걸고 표 구걸에 나선다. 지난 달에는 광주의 모 초등학교에서 전교 회장을 뽑는 선거가 있었다. 출마한 후보자는 4명이었다. 한 어린이가 정견 발표를 하면서 원고에도 없는 즉석 공약을 내 걸어서 당선이 되었다. 즉석 공약은 “ 내가 당선이 되면 콜팝을 하나씩 돌리겠다 ”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자 낙선된 어린이의 학부모들이 지역 교육위원회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항의 내용은 선물을 돌리겠다고 하는 공약은 선심성 공약이라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항의가 거쎄지자 학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당선자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는 알려져 있지만 그 이후 어떻게 결말이 지어졌는지는 몰라 언급을 할 수가 없는 점이 유감이다. 요즘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을 뽑는 선거도 기성세대의 모습과 어쩌면 저렇게도 판박이로 닮았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만약, 위에 거론된 광주의 모 초등학교와 같이 선심성 공약을 내 걸고 당선된 어린이를 자진 사퇴를 시키고자 하는 엄격한 선거관리위원회가 우리나라에 존재하고 있다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선출직 공직자들 중 거의 대다수가 당선을 취소시킬 대상 군에 포함될 것으로 본다. 그러나 투표율 제고를 축구하는 광고마저 내릴 것을 요구하는 선관위 인데 헛 공약을 제지 한다는 것은 꿈속에서나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일까, 강원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의 엄기영 후보나 민주당의 최문순 후보가 내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각 후보당 약 7조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25% 수준에 지나지 않고 있으며 년 간 일반회계 예산은 대략 2조 5천억 원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그런데도 각 후보자가 내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일반회계 예산의 3배나 드는 돈이 들어가게 되니 지키지 못할 공약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지갑에 100원이 있으면 100원에 맞추어 예산을 짠다. 돈이 없으면 필요한 물품이 있어도 수입이 생길 때까지 참고 지낸다. 간혹 외상으로 구입할 때도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차후에 들어올 수입을 전제로 하여 외상으로 구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판은 다르다. 특히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앞, 뒤 가리지 않고 한 표라도 득이 될 것 같으면 지갑에 땡 닢 한 푼이 없어도 무조건 내 지르고 본다는 것이다. 일단 당선만 되면 언제든지 뒤집어엎어 버리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으니 공약 면에서만 보면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똑같은 짓을 서슴치 않고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이러했으니 어린이들이 보고는 “ 아, 선거는 저렇게 하는 구나” 하고 그대로 듣고 복사하여 어린이 대표를 뽑는 선거에 까지 전염이 되는 것이다.
하긴야 국가의 최고지도자라는 사람이 공약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몸소 앞장 서 실천하고 있으니 확실히 약속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서울만 하더래도 되지도 않을 뉴타운 공약을 피아가 없이 마구잡이로 대량 생산을 해 놓은 결과 공약만 믿다가 오늘날 망조들은 시민이 한 , 둘이 아니라는 것은 모든 언론들이 다 취급했으니 궁금하면 찾아서 서핑을 해보기 바란다. 이럴 때는 DJ가 남긴 유명한 말 한 구절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결코 없었다 , 다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이다 ” 라는 이 구절 말이다.
어제는, 모처럼 대구를 찾은 친이계 정두언이 강연회를 가졌다. 강연 대상 중에는 대구지역 신공항 결사 추진위원회 회원들도 다수가 참석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정두언이 “ 이명박 정부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나” 묻자 참석자들의 입에서 “ 성공해서는 안 된다. 성공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라는 말이 아주 크게 울렸다고 한다. 하루 전, 형님으로부터는 “MB에게는 TK 피가 흐르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이라는 것이 “ (다음 총선 때)화끈한 맛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반응 밖에 나오지 않았다면 , TK 지역 출신 친이계 국회의원들의 내년 총선은 안 봐도 이미 해답이 나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들이 향후 어떤 길을 선택할지 지금부터 지켜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할 것 같기만 하다. 후폭풍은 한참 불고 있는 중이다.
註 ) 콜팝이란 그릇 하나에 치킨과 음료를 함께 담아주는 어린이 인기 메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