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 세권의 책을 읽었다.
모두 소설.
소설을 이토록 애정깊게 읽은게 언제인가 싶다.
오랫동안 역사책에 빠져 그 방면의 책을 주로 읽었다.
역시 소설이 재미로선 최고다.
글읽는 맛은 소설을 따를 분야가 없을 듯하다.
이민진의 [파친코] 1.2편.
김훈의 [하얼빈]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
파친코.
일제강점기 식민지를 살고 지금도 일본에 사는 자이니치, 즉 재일동포의 애환을 그린 작품.
감명깊게 읽었고 드라마로 제작된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 볼 정도였다.
좋은 소설을 읽고 나서의 깊은 울림.
때마침 일본사를 관심있게 공부하던 중이라 더 깊이 다가왔다.
하얼빈.
한때 김훈의 문장에 매료돼 닥치는대로 읽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의 문장에 식상해져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그의 소설을 멀리했었다.
그러다 신간 소식을 여기저기 매체를 통해 접하곤 호기심으로 구매, 읽게됐다.
역시 일본 근대사의 이토히로부미를 다시 눈여겨 보던 중이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내용은 이미 알려져 있는것이라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그의 문장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문장은 여전했다.
한문장 한문장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완독에 여러날이 걸렸다.
아름답지만 내 부족한 지식으로는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문장.
거의 읽기를 끝낼 무렵 윤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다.
일부 언론에선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큰 결심 운운하고 일부에선 굴욕외교 운운함을 보고 듣는다.
새삼 안중근의 시대와 윤대통령의 시대는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같은 것일까?
꽤 깊은 고민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지금 막 읽기를 마친
아버지의 해방일지.
소설적인 측면에서 단연 최고.
소설이란 모름지기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빨치산'이라고 하는, 결코 쉽지않은 주제를 의도적으로 '가볍게' 그려낸 그의 문장에서 작가의 고뇌와 배려가 엿보인다.
어려운걸 쉽게 쓰는건 엄청난 숙성과 인내가 필요하다.
자신안에서 농익어 원도 한도 뭉그러져 있을때 그것을 객관화 시키고 남의 일처럼 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력으로 본 정지아는 빨치산 활동을 했던 아버지를 둔 격동의 시대, 이데올로기를 온 몸으로 겪은 작가이다.
거기에 호남 사투리의 정겨움.
우리 문학에서 호남 사투리의 다의성 함축성, 농익은 맛... 이 없었다면 우리 문학은 퍽 건조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바로 그녀의 오래전 장편소설
[빨치산의 딸]을 주문했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세상이 많이 바뀐 듯해도 아직도 우리의 역사는 저 험난했던 질곡의 시대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빨치산도 그렇고 일본 강점기도 그렇다.
새삼 세권의 소설을 읽으면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이 험난한 시절을 다시 생각해본다.
그럼에도
여러날 좋은 소설을 읽으며 큰 위안을 얻었다.
이런게 책읽기의 즐거움?
공치기에 바쁘시겠지만
아직 안읽은 분들에게 시간을 내 일독을 권해본다~^^ㅎ
공치는거 보다 훨씬 스트레스 안받는다, 이건 장담할수 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육프로님이야 공치는 재미도 프로시고요~^
전 공치는 연습이 요샌 별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김훈식의 문장…
“ 그의 문장에 식상해져서…”^^
저는 오래 전 시사 주간지에 실린 그의 미셀러니 몇 편을
우연히 읽으면서 그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 채
속으로 인문학적 스타일리스트다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더랬습니다
그로부터 한참 후 그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더군요
독서 성향이라고 하나요?
과학 분야를 공부한 쪽이어서
인문학의 주관성보다
과학의 객관성과 엄정성을 선호하다보니
독서 목록은 좀 딱딱한 편입니다
최근 애독했거나 애독 중인 책들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 즉 생산과 분배의 문제가 사람 살이의 핵심인데도 불구하고
거짓 소피스트들이 세상을 장악해서 거짓 궤변들로 세상을 뒤덮고 있는 시기여서
서가에서 이 책들을 뽑아내어 더욱 더 애독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독서의 범위가 그야말로 어마무시(?)하네요~^
저는 오늘 백문이 불여일견, 서울 덕수궁(옛이름 경운궁)터에 있는 석어당 단청안한 목조 2층 건물에 나와있습니다.
석어당은 선조가 임진란때 피난갔다 돌아와 머문 행궁인데 이 앞에 늙은 살구나무 한그루가 서있습니다.
코로나 이전 여길 살구꽃이 피면 꼭 한번 오겠노라 다짐했는데 그게 벌써 사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집앞 살구나무가 꽃을 피웠기에 만사 제쳐두고 서울로 길을 나섰고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맛 아름다운 절경을 보얐습니다.
봄꽃구경중 최고의 의미가 있는 꽃구경이 되었습디다.
이 석어당에 얽힌 사연이 넘쳐서 나중에 글 한편 써야할거 같습니다.
이 늙은 행화와 어리석은 임금의 딱한 사연이 얽히 석어당을 보는 일이 오늘 제겐 어떤 책보다 큰 의미로 다가오네요^^
@퍼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