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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관중석의 이런 모습은 여야 대표의 ‘남 탓’ 연설문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한국 정치를 대표한다는 여야 대표는 상대를 비난하기 위한 작명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첫날인 19일 연단에 오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압구정(압수수색·구속기소·정쟁)’으로 명명하며 “압구정 정권의 실상을 국민에게 드러내겠다”고 외쳤다. 그러자 다음 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사돈 남 말(사법 리스크·돈 봉투 비리·남 탓 전문·말로만 특권 포기) 정당대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이 대표를 비난했다.
상호 대립·비판이 민주주의의 한 요소라지만, 과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는 “정파를 초월해 손을 맞잡자”는 제안이 적지 않았다. 상임위에선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적어도 TV로 생중계되는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서만큼은 품격을 보여야 한다는 게 여의도의 ‘불문율’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는 오직 국민을 위해 일하는 파트너여야 한다”며“국가안보·민생만이라도 협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다음날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야가 더 이상 정치적 이유로 민생을 외면하고 국민을 편 가르기 해서는 안 된다”고 화답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3개월 앞둔 국회조차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양보와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불과 7년 전 여의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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