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때문인가 조바심 때문인가?
밤새 3번을 깨며 겨우 새벽을 맞았다.
드디어 오늘 홍도에 간다.
얼마나 가고 싶었던 섬이던가!
내가 좋아하는 박고석 선생님의 작품에서 얼마나 많이
쳐다보기만 했던 섬이던가.
꼭 그 섬에 가서 선생님께서 이젤을 세웠던 그
자리에 서서 나도 한 번 붓을 빼어 들고 싶었다.
그래서 사생 장소를 확인키 위해 선생님의 작품을
스마트 폰에 일부로 담아두었던 터였다.
용산 역에서 9시 20분에 ktx를 타고 목포로 출발하였다.
12시 30분경 목포 역에 도착하니 여행사 현지 직원이 피켓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미리 대기 시켜둔 버스에 곧바로 올라타 목포
여객선 터미널로 이동하였고 정확하게 오후 1시에 쾌속선은 목포항을 출발하였다.
마치 이어 달리기를 하는 듯 일정이 숨
가빴다.
여행일정표를 보니 점심도 먹을 시간이 따로 없는 듯
보여,
미리 용산 역에서 햄버거를 사 두었고 그것으로
기차에서 간단히 요기하였다.
여행에 따른 안내도 버스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 동안
다 이루어졌다.
배는 1
시간가량 잔잔한 호수와 같은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섬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항해하였으나,
섬들이 드문드문 사라지고 먼 바다가 시작되자 그제야
출렁거리며 요동을 보였고,
사람들은 헛구역질을 하였다.
배는 흑산도에서 한 번 서고 3시 30분에 홍도에 도착하였다.
대기하고 있던 안내원의 팻말을 보고 어미를 만난
병아리들 마냥 쫑쫑대며 뒤를 따라 숙소인 호텔 <탑아일랜드>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운이 좋게도 앞 바다가 훤히 내다보이는
306호를 배정 받았다.
내일 새벽 저 창문을 열면 우린 방안에서도 일출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저녁을 먹기 전까지 두어 시간 자유시간이 있어 바닷가를 산책할 여유가
생겼다.
이젤,
캔버스 가방,
배낭을 모두 내려놓고 호텔방을
나섰다.
홍도는 1구와 2구 두 개의 마을이 개미모양으로 이어진 섬으로서 가운데 개미허리에 해당되는
부위를 ‘대목밭’이라 하는데 여기에 숙소의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대목밭 언덕위에 올라서면 선착장 항구가 내려다보이고 언덕을 넘어가면 곧바로
몽돌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공기가 이렇게 투명하고 맑을 수
있을까?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마을 풍경은 마치 사진으로만
보았던 지중해 풍경 같았다.
공해의 ‘ㄱ’자 조차 상상이 가지 않는 무한의 청정지역 홍도는 그렇게 산뜻한 첫
인상으로 나를 반겨 주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집 사람은 섬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
깃대봉(해발 365미터)으로 일몰 구경 나섰고,
나는 박고석 선생님의 작품에서 나왔던 모티프 중
하나가 홍도 1경의 남문바위임을 확인하고 1경이 잘 보이는 방파제로 나와 이젤을 폈다.
정 서쪽이 아니어서 장엄한 일몰 풍경은 아니었지만
점차 저녁놀로 물들어가는 남문은 바다와 하늘 그 사이에 우뚝 서 단아하고 맵시 있었다.
그림에 열중해 있는 동안 나의 다리와 손등은 모기들의 사정없는 공격 대상이
되었다.
나는 풍경에 심취했고 모기는 내 피에 심취되어
있었다.
나는 붉게 타는 노을을 캔버스에 담았고 모기들은 내
피를 자기들의 밥통에 채웠다.
2013.
8. 19.
대목밭으로 오르는 중
대목밭에 있는 초등학교
학꽁치를 잡고있는 낚시꾼을 만났다.
몽돌해수욕장
저 꼭대기가 깃대봉
식수가 귀한 홍도. 한 할머니께서 사 둔 물을 퍼 올리고 있다. 난 우물인 줄 알았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니 달이 덩그러니 떴다.
첫댓글 아름다운 비경 홍도
눈물 훔치고도 싶지만
홍도야 우지마라~
가락땜에
안울고 봅니다
자연이 안으로
글썽이게하는건
진솔한
파도빛 닮은
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박서방 .
우리 담엔
홍도에서 뭉쳐볼까나?
그럼 울지 않아도 되쟎아?
흐르고 싶은 건
흐르게 놔 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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