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의 부활

[[포항]차태현]

어릴때 보았던 외국 동화책 중에‘알라딘의 요술램프’란 얘기가 있었다.

램프를 문지르면 큰 거인이 나와 주인이 시키는대로 무엇이든 해주는...

그 신기한 램프까지는 아니지만 난 그와 유사한 경험을 했다.

그러니까 25년전 쯤에 우연히 들런 스넥바에서 듣게된

미국의 전설적 스피커 JBL L65스피커와 마란츠 1250인티 앰프에서

흘러 나오는 그 신비로운 소리에 반해 어머님을 설득하여

힘겹게 꼭같은 스피커와 앰프 그리고 테크닉스 턴테이블과

티악 카셋 테크를 장만하게 되었다.

국산 오디오에서는 맛볼수 없었던 깊고 육중하고 맑은 소리에 빠져

LP도 500여장이나 사게 되었고 오디오 장식장과 감상용 소파까지 곁들었다.

참!
그 오디오를 더 많이,주인처럼 사용한 사람은 나보다 8살 아래의 남동생 이었다.

중학교에 들어 가면서 이상하게 바깥에 나가는 것도 싫어하고

몰래 ‘타이밍’이란 잠 안오는 약을 오랫동안 복용한 결과가 중3 무렵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얼굴에 핏기도 없었고 외부와의 연결을 끊고 학교도 가지 않고...

그 건강하고 좋던 얼굴..
착하고 친구들과 잘 놀던 성격이 어딜가고..

어느날 동생이 스스로 말하길.

자기를 병원(정신병원)에 입원 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몇년전 부친이 갑자기 돌아 가시고 한명의 형님까지 심각한 병에

고통 받고 있던 터라 집안 분위기도 침울했고 가족간의 대화는 사라지고

하나뿐인 막내인 남동생에게 신경을 못 써준 것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그때 난 너무나 어리석게도 바로 큰 병원으로 데려 갔으면 되었을걸..

보잘 것 없는 주간잡지 광고에 나온 서울 종로에 있다는

심리치료원에서 동생과 비슷한 중상의 환자들이 쉽게 치료를 받고

고쳤다는 얘기를 믿고 그 추운 겨울날 사람을,바깥을 두려워 하는

동생을 겨우 데리고 고속버스를 타고 천리길-서울로 갔던 것이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이곳 남쪽보다 위쪽이라 그랬는지 아님 내 마음이 그렇게

미리 얼어 버려 그랬는지는 몰라도...

서울에 도착하여 택시를 타고 바로 그 심리치료를 잘 한다는

종로의 어느 빌딩 한칸에 있는 그곳으로 갔다.

병원이 아닌 그냥 최면과 어떤 방법으로 정신적,심리적 치료를 해주는 곳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곳은 도무지 내동생을 맡길 만한 치료능력도 시설도 없는...

한마디로 바보같은 형이 너무나 어리석고 경솔한 생각과 판단을 하여

불쌍한 동생을 고생 시킨 꼴이 된 것이었지.

선불로 한달간의 치료비를 주고 근처에 하숙을 하기 위해 찾은 곳은
종로2가 뒷골목,

옛날 한옥들이 많은 주택가 집들중 하숙을 한다고

붙여논 표시를 보고 들어가 문칸방 하나를 얻었다.

동생은 천리길 낯선곳의 허름한 방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덮어 쓰고 누워만 있었다.

그때 나 역시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예민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 동생을 따뜻하고 제대로 옆에서 지키며

보살피지 못하고 그 좁은 방이 답답하여 동생의 치료가 끝나면

하숙집에 데려다 놓고 혼자 바깥으로 나와 이곳 저곳으로 바람을 쐬다

저녁 무렵에야 동생에게 돌아 가곤 했는데..

그 하숙집 아주머니가 내가 없을때 점심밥상을 들고

동생이 혼자 있는 방문을 노크해도 기척도 않고 문을 열고

밥상을 들여 놓아도 이불을 덮어 쓴채 나오지도 않으니

이상하게 생각하여 나중에는 내가 없는 낮에는 연탄불을 일부러 빼버려

동생이 추위에 못이겨 더 이상 그집에 못있게 하려 했던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아....

동생은 그동안 그 추운 겨울날 냉방에서 혼자 얼마나 떨었을까..

보름쯤 되는날 그 심리치료원의 원장이 그곳에선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니 큰병원으로 데려 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생과 나는 다시 대구의 ‘동산 기독병원’으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 왔다.

담당의사 선생님의 진찰을 받고 동생을 입원 시키기로 하고

출입문이 창살로 만들어져 함부로 나올수 없는 소위 ‘정신병원’ 입원실에

동생을 남겨 두고 나올때 그 긴 병원복도가 터져 나갈 것 같은 소리...

“작은 시아 !!”

(난 작은시아,우리 형은 큰시아 였었다)

하며 무섭고 겁에 질려 시아를 따라 집으로 가고 싶어 외쳐 대던 그소리...

아.....

그리곤 약 6개월을 용케 견디어 퇴원을 했다(중간에 탈출을 시도 하다 불잡힌 일도 있었지만)

집으로 돌아온 동생이 첨에는 좀 괜찮다 싶더니

조금 지나 다시 사람과 외부를 가까이 않고 ‘아티반’이란 신경안정제를

복용 해야만 겨우 누군가를 대하고 잠깐 밖으로 나올수 있었다

(그것도 오토바이 헬멧을 덮어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바로 그때 그 오디오를 사게 된 무렵 이었다.

대구의 그 병원에 한달에 한번 약 타러 갈 때 마다 꼭 사다준

일본제 ‘타미야’란 프라모델 제품들을 잠도 안자고 만들어 자랑하기도 했다.

음악과 오토바이 그리고 프라모델 만들기가 동생의 전부였다.
물론 신경안정제도..

그때 동생이 특히 좋아했던 음악은
팝그룹 KISS 의 ‘I was made for lovin` you’ 와

THE POLICE 의 ‘Every breath you take’였다.

그렇게 신경안정제의 양이 많아지더니 나중에는 하루에 40~50개를 먹어야

약효가 있게 되고 스스로 더 이상 삶에 자신이 없었던지

어느 무더운 여름날 살아 계실 때 가장 사랑해 주시던 아버지 무덤이 있는 곳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무덤앞에서 100여개의 안정제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그 뜨거운 여름 햇볕에 바짝 타 들어간 시체를 높은산 중턱까지 올라가

발견하고 바라본 어머님의 충격...(그때 내가 갔어야 했는데 큰 불효를 저질렀다).

약값을 위해 동생에 의해 팔려나간 오디오가 사라진 옆에는

LP판만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동생이 떠나기 전 무렵 순진한 어머니와 나는 못된 사람들의 꾐에 속아

아버님이 물려 주신 많은 재산들을 거의 없애 버린 상태였다.

동생이 떠나고 어머님과 나는 이리 저리 이사를 다니며

어려워진 살림을 이겨 내느라 그런 충격을 애써 잊으려

(마음속 깊은곳에는 항상 자리하였지만)서로 노력했다.

이사를 다니면서도 500여장의 LP판은 동생의 흔적이 남아 있었기에

계속 함께 가지고 다녔다(물론 그걸 들을 오디오가 없어 듣진 못하고)

JBL스피커와 마란츠앰프는 꿈속에서 잠깐 만났던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그러다 잠깐 사귀던 여자친구의 집이 넓어 보관차 특히 아끼는 것 100장쯤을 빼고

맡겼는데 그녀와 헤어지면서 차마 돌려 달라는 말을 못해

힘들게 간직해 왔던 400여장은 잃어버린 셈이 되었다.

그렇게 힘겨운 삶에 쫏겨 그냥 그렇게 살아오며 세월이 지나..
늦게 잘 된다는 사주팔자가 맞는지 하나씩 좋은일이 생겨

경제적으로도 조금씩 향상되었고..

뒤늦게 베트남으로 가서 결혼을 하고 난 뒤에는 더욱 하는일 마다 잘되어

경제적 여유를 가지게 된 어느날 우연히 누군가가 인터넷의 ‘실용 오디오’란 곳에

가면 예전의 명 오디오들이 판매되고 있단 말을 듣고 들어가 보니

정말 오랫동안 추억과 그리움으로..다시는 만날 수 없을거란

(생산이 중단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엇으니) 꿈속의 그 오디오들이

사진으로 보여지고 중고명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때 마침 수원의 어느 레스토랑 사장님이 내놓은 L65스피커를 사기위해

집사람을 차에 태우고 천리길보다 더 먼 그곳까지 달려가 싣고 왔다.

인크로우즈 우드의 독특한 내음이 뒷좌석에서 풍겨짐을 느끼며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던 내내 나에게 지나간 그때를 회상케 해 주었다.

마란츠 앰프도 바로 서울분이 내 놓으신걸 예약하여 고속버스로 받았다.

테크닉스 턴테이블은 같은 경북의 어느 식당을 하시는 분에게 양도 받고..

거의 25년 이상 내 깊은 가슴속에 동생의 환영과 함께

신비로운 소리로 기억해 오던 바로 그 오디오를 다시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

아....

여러분은 어떡 했을 것 같습니까?

마치 요술램프를 문지르면 오랫동안 잠자던 신비로운 거인이 나와

원하는 것을 다 해주듯 25여년 동안 잠자던 사랑하는 동생의 손길이 묻은 그 LP판을..

오디오,턴테이블에 얹어 놓고..

그것도 내마음 깊이 죽을때 까지 아픈 기억으로 자리하는 동생이

가장 좋아 하던 노래가 든 그 LP 판의 그노래를 다시 들을수 있게된 순간 앞에 임한다면..

LP판이 돌고 A면 첫째 칸에 있는 'KISS'그룹의 바로 그 노래를

25년만에 듣기위해 바늘을 놓는 그순간...

그래요...

마치 동생이 다시 살아나 찾아온듯..

저 먼 하늘로 간 동생이 하나님의 외출허락을 받고 바로 지구로 와서

사무실 넓은 창밖에서 1시 방향까지 앰프 볼륨을 높여 울려 퍼지는

예전에 좋아 하던 그 음악을 환한 미소의 얼굴로 나를 보며 함께 듣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의 감동은 차마 글로써는 잘 표현키가 어렵네요...

죽는 다는것..
그것은 무엇 입니까?

살아 있다는것..
이것은 무엇 입니까?

동생이 좋아 하던 그노래는

25년만에 부활하여
25년의 죽음을 이겨 내고

저렇게 힘차게 울려 퍼지는데...

우리 동생은 다시 그곳-하늘나라로 돌아가야 하니...

[[수원]김씨]

이제는 좋은곳에 계시겠죠...콧잔등이 시큰합니다...

[[安東]LOTTE(로테)]

bbbbbbbbbbbbbbbbbbbbbbbbb

[[땅끝]에어맨]

잔잔한 감동이 .......... ........

[[장수]우주]

비가 내리구 이씀니다 ~~

[[서울]거북이]

사람은 그를 기억해 주는 사람에 의해 영원히 산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안양]단단]

25년전의 동생에 대한 기억과 추억...당시의 음악은 우리를 언제든 알라딘 램프같은 힘을 갖고 있나봅니다...글 잘 읽었습니다....^^

[[서울]백랑]

잔잔하면서 슬픈 이야기군요.. 저는 대학시절 좋아하던 형이 자주 먹던 과자를 먹으며 그 형을 떠올리곤 했죠.. 그 형이 회사에서 목을 매고 저세상으로 가서... 기독교인이고 CCM을 다운받기 위해 하루종일 학교 실습실에서 지내던 사람인데.. 자살까지 할줄은 정말 몰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