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and sensibility.1995)
제인 오스틴 원작에
엠마 톰슨, 케이트 윈슬렛 출연
내가 좋아하는 작가와 배우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금쪽같은 영화이다.
이런 영화를 볼 때면 내 마음은 떨려와
아끼면서 보느라 어떻게든 시간을 연장하려고
중간중간 멈추고 커피를 타거나 하는 등
딴짓을 하는 수법(?)을 동원하며 보기까지...^^:
그런다 한들 속절없이 너무 빨리 끝나버려
엔딩 장면과 함께 소중한 걸 떠나보내는 듯한
그 익숙한 아픔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대부분 그렇듯
센스 앤 센서빌리티도 한적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남녀 간의 사랑과 오해,
그리고 갈등과 결혼이 주된 내용이다.
오스틴의 글은 역사와 사회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성과 세상사에 대한 그녀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예리한 통찰력이
아름답고 유머러스한 문체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그녀의 언어들은 뭐라 할까..
마치 금방 잡은 물고기의 은빛 비늘이 금빛 햇살에
반짝이는 것을 보는 느낌 같다고 해야 할까.
톡톡 살아있고, 통통 튀는 생기발랄함을 느끼게 된다.
언니 엘리너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며
모든 상황에서 합리적인 판단과
사려 깊은 행동을 보여준다.
마음속으로 에드워드를 연모하지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으로 인해 겪게 되는
괴로움과 슬픔도 조용히 속으로 삭인다.
엘리너 역의 엠마 톰슨
동생 마리안
언니와 달리 감성이 풍부하고 예술성이 있으며
사랑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정열적인 성향이 있어 실연의 고통으로 인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 정도로 상처를 받는다.
그러나 그 아픔을 통해 생각이 깊어지면서
그녀가 소용돌이를 겪는 동안 묵묵히 곁을 지키며
보살펴 주던 브랜든 대령이 참된 사랑임을 깨닫는다.
마리안 역의 케이트 윈슬렛
에드워드
물질욕으로 똘똘 뭉친 누나 패니와는 달리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과 배려심이 있으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알고 존중하는 사람으로
살짝 답답하고 내성적인 면이 있어 자신의 감정을
속 시원하게 표현하지 않아 연인의 애간장을 다 태운다.
에드워드 역의 휴 그랜트
브랜든 대령
나이가 지긋한 만큼 지혜와 연륜이 있다.
사랑하는 여인이 사랑앓이를 하며 방황할 때도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마음을 얻을 때까지
변치 않는 사랑으로 끝까지 지켜주며
끝내 그 사랑을 해피엔딩으로 일구어 내는
믿음직스러운 면모를 지녔다.(100점 짜리~!)
브랜든 대령 역의 앨런 릭먼
윌로비
개인적으로 나쁜 남자의 전형이라 생각하는 유형.
하지만 꼭 이런 남자에게 빠지게 된다는 것이 함정.
번지르르한 외모에 그럴듯한 입담을 장착하고
속아 넘어가기 딱 좋은 감성 무드도 갖추고 계심.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이기적으로 돌변하여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부류임.
윌로비 역의 그렉 와이즈
대쉬우드 가의 세 자매와 어머니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졸지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아들에게만 상속되는
19세기 영국의 유산상속법 때문이다.
바로 그걸 염려한 아버지가 임종 직전에
아들의 손을 부여잡고 새어머니와 이복누이들을
물질적으로 보살펴 줄 것을 신신당부했으나
부인 패니가 그럴 것 없다며 속닥거리자
그 아들은 아주 흔쾌히 수긍하며
아버지의 유언을 가볍게 패스해 버린 것이다.
그 와중에 어머니는 세상 물정을 도통 모르고
유약하며 따라서 경제관념 따위는
제로일 수밖에 없는 분.
집안에 돈이 다 떨어진 건 생각도 안 하고
그저 해맑은 얼굴로 그래도
소고기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고
딸에게 투정하는 스타일이다.
한 마디로 머리에 꽃바구니를 이고 사는 스타일.
집안을 이끌어 가는 건 큰 딸 엘리너의 몫이고
늘상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사는 그녀에게
감상은 한낱 나약한 사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케 패니의 동생 에드워드를 만나면서
엘리너의 마음에도 봄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온다.
둘의 사랑은 서로 마음만 맴돌 뿐 몇 발짝 떨어져
보일 듯 말 듯 , 말할 듯 말 듯 좀처럼 진전이 없이
갑순이와 갑돌이의 사랑만 보여주다가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눈치채고 방해하는
에드워드의 누나 패니의 교묘한 공작으로
런던으로 훌쩍 떠나버린 에드워드가
어느새 약혼을 해버렸다는 말이 들려오자
타는 그리움이 무너지는 허탈감으로 변해
그대로 주저앉아버린 엘리너의
가녀린 흐느낌 속에 끝난 줄 알았다.
설마? 설마!
그런 식으로 허무하게 끝나지는 않을 거라고
나의 감각의 촉수가 반전을 기대했던 바대로
그 약혼은 에드워드가 아닌 형의 약혼을
오해 한 것임이 밝혀지고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는 환희의 장면은
엘리너 역을 맡은 엠마 톰슨의 섬세한 연기에서
내가 겪은 일인 양 생생하게 전달되어 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행복한 결혼^^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제대로 여물지 않았을 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불행한 결과를 몰고 올지도 모른다.
거대한 폭우가 예고된 먹구름을
껴안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특히나 현실감각이 좀 부족한 몽상가라거나
낭만을 쫓는 성향의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론)
마리안의 경우가 그랬다.
언덕에서 비를 만나 급히 내려오다가
발을 삐끗한 그때에 어디선가 슉하고 나타나
불끈 들어 올려 준 그 남자가 마리안에게는
백마 탄 왕자님 쯤으로 보인다.
먼 곳을 그윽하게 응시하며 시를 읊거나
준수한 미소를 날려주는 그 남자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겨 그 남자가
세상의 시작이 되고 끝이 되는 지경까지 이르는데
사랑의 감정은 가짜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계산에 떠밀려 바람처럼 왔듯이
바람처럼 안개처럼 사라져버리는 남자였다.
꽃다운 소녀인 마리안에게는 깊은 상처가 패여
사경을 헤매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이런 인생 경험을 통해 사람은 성숙해지는 것이겠지.
창백한 동생의 모습에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는
언니 엘리너는 그 성격 대로 슬픔마저도 고요하다.
상황에 따른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복받치는 울음도 안으로 삼키는 엘리너는
윌러비가 청혼을 하지 않고 떠나버린 상황에서
가족들이 모두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과는 달리
조용히 계단에 앉아 혼자 홍차를 마시는데
터져나오는 울음을 홍차 한 모금에 의지하며
애써 감정을 추스리는 엘리너의 슬픔이
더욱 큰 울음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때가 되면 진짜가 눈에 보이는 것이다.
중년의 남자, 브랜든 대령을
가족의 친구로만 생각했었지만
되돌아 보면 언제나 한결같이
곁에 있어준 사람.
우직한 나무처럼 낮엔 그늘이 되어주고
밤에는 나뭇가지에 별을 달아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 비로소 눈 뜨게 된 마리안은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여기도 해피엔딩 결혼~
행복에 겨운 두 사람을 보는 것이
봄날의 꽃을 보는 것처럼
화사한 기분을 들게 했다.
영국 영어를 들을 수 있어서 만족스럽고
배우들의 연기는 소름을 돋게 하는 정도였고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언제라도 무조건 좋아서
보는 내내 내 마음이 행복했던 영화였다.
첫댓글 영화를 안보고도 한편의 영화를 본듯하네요~~
글이 참 매끄럽다는 생각! 감사합니다 ^0^
영화를 보세요~^^
@분홍꽃비 어디서 볼수있는지??
@라이프 재주껏 찾아 보셔야죠^^
@분홍꽃비 바다진주 ㅜㅜ
@라이프 웨이브에서 볼수있어요
@남시기 울집에 웨이브 안나옴 ㅜㅜ
밥봉사때 다운받아줌 보께~~ㅎ
@라이프 ㅎㅎㅎㅎ
제가 불법다운해서 usb에 담아갈께요
@남시기 감사 감사~~ㅋ
@라이프 밥봉사때 뵙겠습니당^^~
@남시기 이직 잘하고 즐건맘으로 보자구~~^^
@라이프 넹넹~~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세세하게 표현해 주신 줄거리 잘 읽었습니다.
분명 감상한 듯 한데 생각이 안났거든요.
요즘은 인간적인 휴먼 드라마의 영화가 너무 귀하여 지나간 8~90년대 영화를 뒤저보곤 하지요
귀한 영화 평과 줄거리
고맙습니다~^^
동감이예요~
80~90년 대의 정서와 풍경
사람 냄새 나는 스토리, 아날로그 감성
그리고 그 시절 특유의 화면이 참 좋고
그리워요
댓글 반갑고 감사합니다
편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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