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내각제를 탄생시킨 영국왕과 버블경제

1714년, 앤 여왕이 사망합니다. 앤 여왕은 스튜어트 왕조 최후의 왕으로 자식들이 모두 일찍 죽어 직계자손을 남기지 못하고 서거했습니다. 앤 여왕이 죽자 영국은 새 왕을 구해야 했고 윌리엄 3세때 만든 왕위계승법에 따라 독일 하노버 선재후국의 선제후(신성로마제국 황제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제후) 조지 1세가 영국의 새 왕으로 세워지게 됩니다. 그런데 새 왕인 조지 1세에게는 몇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조지 1세는 당시까지 하노버, 그러니까 현 독일에서만 살았고 단지 할머니가 영국 공주라는 이유로 왕위를 받은 사람인지라 영국에 대해서는 아는게 거의 없어서 영어조차 못하는 형국이었고 더 큰 문제는 하노버와 영국의 정치적 상황 차이였습니다. 하노버는 전형적인 절대군주 체제였던 반면 영국은 청교도 혁명, 명예혁명 등을 거치며 군주의 권한이 약해져 있었는데 조지 1세는 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왕이 영국 왕이 되기 전에도 하노버 선제후로서 십수년간 재위하고 있었고 당시 나이는 50이 넘었기에 하노버식 통치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영국식 통치방식은 너무 낯설고 익숙하지 못했습니다. 예시를 들어 하노버는 당시 많은 유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신하들이 왕이 있는 궁정으로 출근하여 일을 보는 시스템이었는데 영국은 반대로 왕이 의원들이 있는 의회로 가서 일을 봐야 하는 시스템이고 그렇다고 해서 하노버에 비해 뭐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있는 것도 아니라서 조지 1세는 영국 통치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영국 통치에 별 매력을 못 느낀 그는 원래 다스리던 하노버 통치에만 전념하고 영국 통치는 신하들에게 맡기게 되었고 이렇게 사실상 신하들끼리 통치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 때 '수상'이라는 직책이 생기고 수상을 중심으로 한 내각에 의한 통치가 시작되게 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조지 1세가 즉위하기 전인, 영국에는 '남해회사 '이라는 회사가 세워졌습니다. 남해회사는 남미 지역에서의 무역을 전담하기 위해 세워진 회사로(겉으로는, 실제로는 영국 정부의 빚을 떠넘기기 위해 세움) 이를 위해 1711년에 주식회사로 변모하고 노예무역 독점권을 얻었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남미 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스페인과 영국간에 전쟁이 터져 손해만 보자 자사를 무역회사가 아닌 금융회사로 전환하여 이익을 보고자 했습니다. 남해회사는 국채 인수(당시 국채의 신용도는 낮았습니다.)와 거액의 상납금을 대가로 주식을 일반인에게도 팔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얻어냈고 엄청난 대가로 권리를 얻어난 맨큼 권리를 이용해 엄청난 돈을 쓸어담고자 했습니다. 금융회사로 변모하고 주식을 일반인에게도 팔 수 있게 된 남해회사는 무리하게 주가를 높이기 시작해 1720년, 남해회사 거품사건이 벌어집니다. 다니엘 디포, 아이작 뉴턴, 헨델, 사라 처칠(윈스턴 처칠 조상) 같은 당대의 유명인들까지도 뛰어든 이 광기 속에서 당연하겠지만 극소수는 저점에 사사 고점에 팔아 먹대한 이득을 얻었지만(헨델, 사라 처칠) 나머지는 그러지 못해서 디포는 없던 재산도 다 잃고 뉴턴은 현재 가치로 20억이나 되는 돈을 잃는 등 영국 여기저기서 물린 사람들의 호소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조지 1세는 1721년 재정 전문가인 로버트 월폴을 수상에 임명해 사태수습에 나서게 했는데 월폴은 사태의 주범인 휘그당 출신이라 되도록 덮는 쪽으로 해결을 보고자 했지만 어쨌거나 남해회사 거품 사태로 인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성공했고 이 공로로 월폴은 1742년까지 수상직을 이어나갔고 현대에 월폴은 영국 최초의 수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물론 월폴이 영국이 진짜 최초의 수상은 아닙니다. 이전부터 제1 재무위원을 수상이라 불렀고 조지 1세때 정식으로 수상이라는 지위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전의 수상과 월폴의 다른 점은 월폴 때 수상이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는 내각책임제가 확립되었기 때문으로 조지 1세 역시도 수상이 나 대신 귀찮은 영국 통치 해준다니 괜찮겠다 싶어 수상에게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이전의 수상들과 달리 월폴은 내각책임제 하에서의 수상에서의 모습을 처음으로 갖췄기에 최초의 수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