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장날
김창덕
수술한 아들 위해
고기 한 근 끊었다
무 한 개, 콩나물 한 봉지, 대파 한 묶음
쇠고깃국 먹고 벌떡 일어나 놀이터를 누볐으면.
시계보다 바쁜 딸 위해
고등어 한 손 샀다
탁탁 쓱쓱 다듬고 착착 소금 뿌렸으니
노릇노릇 구워 먹고 발걸음이 날았으면.
혈압 높은 그이 위해
현미 한 되 팔았다
조물조물 콩나물무침, 보글보글 된장국 더한
고소한 이천쌀밥 눈코입으로 먹고 힘냈으면.
오랜만에 장날 나선 나 위해 뭐 없을까?
알록달록 봄옷들 사이로
저건 엄니 건데,
아부지는 산에 가시니까……
요건 어머님 거,
장마당을 돌다보니 안 먹어도 배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