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창백한 피부의 상점 아가씨 두셋과 가까워지려고 해봤지만, 그들이 그녀를 두려워 하는 듯 보여서 시도는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그들은 그녀가 생각한 것만큼 자신들의 처지가 비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녀가 자신들이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는 항상 찰리란 사람과 아가씨들이 끔찍하게 엮이며 끝났다.
찰리는 흰색 외투를 입고 종이 옷깃을 단 젊은 남자로, 아가씨들이 결국 가장 마음에 둔 것은 이 남자뿐이었다.
투표권보 다 찰리가 훨씬 더 그 여자들에게는 절실한 문제였던 것이다.
퍼린더 여사라면 이런 분야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올리브 챈설러는 궁금했다.
동네 젊은 여자 들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항상 이런 뻔뻔한 남자 애인이 그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때문에 그녀는 어느새 그런 남자를 극도로 미워하게 되었다.
그런 남자의 희생양이 되는 여자들이 그들 없이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 어떤 대화를 나누든 자기들끼리 있으면 자나 깨나 그런 남자 얘기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았다)는 걸 생각하면 그녀는 화가 치밀었다.
낮은 임금에 허덕이며 늘 피곤한 자매들을 위한 저녁 클럽을 설립하겠다는 그녀의 오랜 꿈도 그 주된 동기가 그런 남자가 차지하는 지위를 그런 클럽으로 어느 정도 약화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데 있었다
클럽이 생겨도 문 앞에서 남자가 기 다리고 있는 모습이 확실히 예상되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이니, 아까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퍼린더 여사가 여전히 밀 지구에 집착해 토론을 다시 시작하자 올리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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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성의 민감함과 유연함에 대해 아주 자세히 분석한 적이 있다.
그래서 불안이나 긴장감이나 공포가 가하는 고문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적어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그녀는 결국 여성만이 모든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확신에 이를 수 있었다.
요컨대 인간 운명의 모든 짐이 여성에게 지워지고 있다.
남성이 진 것보다 훨씬 큰 짐, 참을 수 없는 운명의 짐이 우리 여성을 짓누르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비좁게 앉아 쇠사슬에 묶인 채 그저 가만히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온갖 인종을 감내하고 모든 상처를 끌어안는다.
희생, 피, 눈물, 공포, 그 모든 것이 우리 여성의 것이다.
여성의 기질 자체가 고통을 이겨낼 힘을 갖추고 있어서 남자들은 한계를 모르는 뻔뻔함으로 그 점을 이용한다.
가장 약한 자이기에 가장 많이 빼앗기고, 가장 관용을 베풀었기에 가장 심하게 속는다.
필요하다면 그녀는 이런 보편적인 사실에 근거해 남성을 고발할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이 처한 운명의 본질 자체였다고 할 이 심상치 않은 참혹함이야말로 억지로 떠맡겨진 터무니없는 짐이며, 목소리를 높여 보상을 요구해야 마땅하다는 것을 그녀는 간결하면서도 모든 것을 포괄해 주장할 것이다.
물론 여성 중에도 좋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녀도 기꺼이 인정한다.
확실히 세상에는 부정하고 음란하며 마음이 사악한 여성도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잘못도 여성이 입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 고통은, 혹여 그들의 비행이 끝없이 이어진다 해도 미리 다 보상해주고도 남는다.
이런 의견을 올리브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친구에게 쏟아냈다.
그것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이야기했지만, 언제나 힘찬 진리의 고동으로 울려 퍼지는 듯했다. 버리나는 엄청나게 감명을 받았다.
미묘한 불길이 그녀의 마음에 와닿았다.
아직 올리브만큼 복수를 갈망하는 마음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유럽으로 떠날 날 이 가까워지자(그녀가 어떤 식으로 이 계획에 몸을 던졌는지는 이야기할 것도 없다) 그녀도 마침내 친구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 그토록 오랫동안 부당한 세월이 흐른 후에(아마도 또한 그들이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에) 이제 남자들 차례라고, 남자들이 반드시 보상해야 할 차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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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금 자신이 운명의 위기에 맞닥뜨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위기의 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을 두려워해 뒷걸음질 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10번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벤치에서 일어섰을 때, 그녀는 확고한 결심에 도달해 있었다.
베이질 랜섬이야말로 그녀에게는 가장 가공할 위협이다.
그렇다면 이 위협으로부터 그녀를 구해줄 합의라면 어떤 것이든 받아들이기로 하자.
버리나를 버래지가 사람들에게 빼앗긴다고 해도, 그 남자에게 빼앗기는 경우에 비하면 올리브로서는 훨씬 잃을 것이 적을 것이다.
버리나를 그들에게 빼앗기고 가장 큰 상처를 입는 것은 그 남자이다.
그 남자야말로 가장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하숙집으로 걸어서 되돌아가, 맞아주는 하인에게 버리나가 집에 있냐고 물었더니, 미스 태런트는 오전 늦게 오신 신사분과 함께 외출하신 뒤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올리브는 그 자리에 물끄러미 서 있었다.
현관 앞의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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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자기 삶을 이끌어야 하며 다른 삶을 이끌어줄 수 없으니까.
하물며 그 타인이 그처럼 생각이 너무 다른 데다 독단적이고 염치없는 인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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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만, 이런 고함과 헛소리와 당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비현실적이고 우연적이며 착각입니다.
당신은 스스로 그런 것에 신경 쓴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그것은 환경이나 불운한 인맥에 의해 당신에게 강요된 것입니다.
당신은 매우 다정한 분이기에 어떤 부담이든 다 받아들이듯이 그것도 받아들인 것입니다.
당신은 항상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고, 그래서 이렇게 각지를 강연하고 다니면서 시위를 선동하려 애쓰죠.
예전에 당신 부모님을 기쁘게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미스 챈설러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요.
그건 진짜 당신이 아니에요, 절대로 당신이 아니라, 귀여운 공기 인형일 뿐이에요
(그것은 나름대로 매우 멋진 것임이 틀림없지만).
당신은 이 인형을 직접 만들어서 뒤에서 끈을 당겨 무대에 세워놓고 움직이거나 말하게 하고 있을 뿐, 당신 자신은 뒤에 숨어서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죠.
아, 미스 태런트, 남의 마음에 들고 싶은 문제라면, 그런 터무니없는 인형을 내팽개치고 당신 본래의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선다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많이 사로잡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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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노여인의 소박하고 겸허한 모습이 아직도 그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한동안 그는 그녀의 생애를 특징짓는 '허례허식의 부재'가 이제는 그녀에 대한 신성한 추억을 특징짓게 되었음을 여러 번 곱씹었다.
과거에는 거의 유명인이었고, 다른 누구보다도 활동적이고 열성적으로 어디에나 모습을 나타냈으며, 자선과 신조와 대의를 위해 생애를 온전히 바친 사람이었는데도 지금 그 사람의 죽음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겪은 이들은 케이프코드의 목조 가옥에 사는 세 젊은 여성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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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는 이미 사라졌지만, 대기실을 향해 되받아치는 그녀의 목소리가 랜섬의 귀에도 들렸다.
"나는 야유받고 비웃음당하고 모욕당하러 가는 겁니다!”
"올리브, 올리브!" 느닷없이 버리나가 새된 소리를 질렀다.
거의 회장의 맨 앞줄에까지 닿을 것 같은, 귀청이 찢어질 듯한 절규였다.
그러나 그때 이미 랜섬은 건장한 남자의 힘으로 그녀를 비틀어 떼어내, 태런트 부인이 버래지 부인의 팔 안에 몸을 던지게 놔두고는, 황급히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던 참이었다.
분명 1분도 지나지 않아 태런트 부인은 눈물 고인 눈으로 이 귀부인의 매력 넘치는 모습을 어렴풋이 보고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임이 틀림없는 고귀한 격려와 총명한 위무를 부인에게서 받아낼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미로처럼 뒤엉킨 중심 복도에는 이미 오늘 밤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분주한 발걸음으로 행사장을 빠져나오는 성급한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랜섬은 걸어가면서 버리나의 얼굴과 정체를 감추려고 긴 외투에 달린 두건을 그녀의 머리에 덮어 주었다.
이로써 남에게 들킬 염려도 완전히 없어졌다.
그러다 공연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군중의 흐름에 섞였을 때 문득 그는 무대 정면으로 뛰쳐나온 올리브 챈설러를 맞아 행사장 전체가 금세 물을 끼얹은 듯 완전히 조용해졌음을 깨달았다.
온갖 소리가 바로 그치고, 경의로 가득찬 정적 속에서 온 청중이 기다리는 눈치였다.
이 정도라면, 그녀가 어떤 변명을 해도(사실 그녀라면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저들이 그녀에게 의자를 던지는 등의 무서운 사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자신의 승리에 가슴이 뛰던 그도 이때만큼은 그녀에게 약간의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리고 어쨌든 아무리 격노할 때라도 보스턴 청중은 너그러운 마음만은 잊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다행이었다.
"아, 이제 저도 안심이 되네요!"
거리로 나왔을 때 버리나가 말했다.
그녀는 안심했다지만, 금세 그는 그녀가 두건 아래에서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부터 그녀가 들어가려고 하는, 화려함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두 사람의 생활을 생각하면, 지금 흘리고 있는 눈물이 그녀가 흘려야 할 마지막 눈물은 아닐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