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호산터미널서 검봉산을 보니 눈을 이고 있었고, 주중에도 두 번 눈이 많이 온다고 해서 눈산행을 기대하거나 혹은 출입통제가 되지는 않을까...걱정을 했는데, 엉뚱하게도 대설주의보는 전라도에 떨어지고 영동지역에는 그다지 눈이 많이 오지 않았다고 해서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상태로 토요일 낮 2시 22분 울진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오늘은 손님이 많다...싶었는데, 포항에 도착하니 거의 다 내리고 버스는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순조롭게 달려 6시 5분쯤 울진읍에 도착하였습니다. 대구서 오는 동생이 있어서 물어보니 차를 가져왔다네요...오는 중간에 먼저 죽변엘 가서 모텔 하나를 잡아달라고 부탁하고서 우리는 울진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시내버스로 죽변으로 향하였습니다.
비교적 넓고 깨끗한 모텔에서 기다리던 동생을 데리고 대게를 먹으러 갑니다...이제 죽변에서의 마지막 만찬이 될 듯한데다 오랫만에 만난 녀석 맛있는 거 사줄 겸하여 대게집으로 갔습니다...지난 번과 가격은 같은데(마리당 3만원), 대신 살점과 장이 이제 꽉 차서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그리고 게딱지밥도 지난 번 집보다 맛있고 다른 반찬들과 특히 서비스가 너무 좋아서 기분 좋게 먹고 나왔습니다...
자매식당에도 들러 닭볶음탕과 후라이드를 먹고 작별을 고히고 내일 코스는 등산인지라 적당한 선에서 잠을 청하였습니다...하지만 너무 더워서 좀 잠을 설쳤다능...ㅠ.ㅠ
6시에 기상하여 씻고 준비를 해서 나옵니다...공기가 상당히 차지만 날씨는 완전히 맑음이네요...그런데, 모텔 바로 옆에 이런게 있었다니...
날이 아직 어두워 잘 보이진 않지만 이곳 죽변면 후정리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이 아니라 향나무입니다...마을에서도 당집을 짓고 함께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네요...
작은 식당에서 물곰국을 시켰는데, 저야 뭐...워낙 물곰탕을 좋아라 하고 반찬으로 나온 잡어 식해도 너무 맛있어서 싹싹 비웠지만 두 분은 어째 좀 국물만 드시고...그리고 식사후 가게에 들러 조금 모자랄듯한 점심보충을 위해 삼각김밥을 산 다음 호산으로 출발했습니다.
상쾌한 동해대로를 타고서 20분도 채 걸리지 않아 호산터미널 맞은편 다리를 건너 둑방에 차를 두고서 오늘의 걷기를 시작합니다...
호산천은 생각보다 폭이 넓진 않지만 갈대가 무성하고 아직은 물이 비교적 깨끗합니다...저 LNG기지가 완성되면 이곳에 거주지들이 많이 늘 것이고 그러면 이 깨끗한 물도 아마 많이 오염될 듯합니다.
저 멀리 검봉산이 보이네요...근데 눈은 지난 주보다 더 없어진 듯합니다...
둑방길을 걷다 옥원마을 쪽으로 들어서니 곧장 언덕길이 나오네요...
짧지만 산길을 지나치고나니 사택들이 보이는데, 모두 한울 마크를 달고 있습니다...
모두 태양광전지를 이고있는 것은 좋은데, 단지 뒤를 지나는 송전탑에는 전선이 없군요...바로 맞은편 산으로는 송전탑과 송전선이 얽혀있는데...설마 이 아파트 단지 때문에 고압선을 없앤 것은 아니겠죠? 문제없다고 맨날 주장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길 바랍니다...
옥원마을 부근은 모두 LNG기지공사장으로 들어가는 듯한 도시락 업체와 식당으로 복잡하고, 이곳저곳에 공사를 하면서 길과 야산, 그리고 땅이 엉망입니다...덕분에 해파랑길 표식은 얼마 보지 못하고 수로부인길 표지만 보고 갑니다.
이 수로부인길 표지를 지나면 곧장 좌회전해야 한다고 두발로 앱이 가르쳐주던데, 문제는 야산을 깎는 건지...아니면 시설을 하는 건지...내내 공사장 차량이 들락거리고 산들이 깎여서 길이 없는줄 알았습니다...잠시 알바를 했다가 다음 마을로 들어가는 길을 공사장 옆으로 발견하고 다시 발길을...
저기 보이는 마을로 일다 들어갑니다...앞에는 공사현장이라 복잡합니다...
호환, 즉 호랑이가 출몰하는 것을 막아달라고 이 성황당에 제사를 지냈다는데, 무척 오래된 것이네요...
문제는...이 성황당 옆 좌측으로 난 길로 나가는 길이 모두 세 갈래가 있는데, 어느 하나도 해파랑이건 수로부인길이건 표시가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공사때문인건지 아니면 떨어져버린건지 모르겠으나, 길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지요...
우리는 산으로 들어가버렸고 그 산 위에서 아래와 같은 조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멀리 송전탑이 있는 능선으로 가야만 하는데, 우리는 일단 이 능선에서 앞의 능선을 넘어 내려가야만 하는 알바를 하게된거죠...
덕분에 등산 한 번 잘 하고 없는 길을 만들어 가까스로 앞의 낮은 능선 너머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나오니 비로소 옥원2리 마을회관이 있는 곳으로 다시 찾아 나올 수 있었습니다...성황당 다음에 이어지는 길을 잘못 찾으면 문제가 엄청 커지게 되므로 길을 확실히 표시해야만 할 듯합니다.
저 마을이 바로 마을회관이 있는 곳이고 우리는 현재 둑방길을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중입니다...
중간에 있는 저 길로 내려와야만 했는데, 우측의 산 능선 저 너머까지 갔다가 산위에서 마루금을 확인하고 알바산행을 1시간 이상이나 하여 겨울 찾아 내려왔습니다...ㅠ.ㅠ
억새와 갈대가 무성한 뚝방길을 걷다가 도로로 올라섭니다...
여기서부터는 해파랑길 표지들이 잘 붙어 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갑니다...
여기서부터는 산으로 들어가는 길...저 멀리 왼쪽의 능선으로 올라붙는 시발점이 됩니다...길은 편안한 잔자갈 깔린 임도입니다...
서서히 고도를 올리면서 저 멀리 보이는 검봉산쪽으로의 능선에 붙기 시작합니다...
드디어 마을들이 발 아래로 멀리 떨어지기 시작하고...
좌측으로는 바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길에도 눈이 깔려있는 구간이 점점 늘어나고 진흙탕이 된 곳도 많아서 힘들기 시작하네요...
제법 올라섰을까...? 문득 한쪽 하늘이 열리면서 웅장한 산세가 보입니다...산은 그리 높진 않지만 산세가 보여주는 힘...그게 강원도의 힘일까요?
저 멀리 동해바다쪽도 완연히 열려서 시원한 조망을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길이 좀 많이 가파르다고 느끼는 순간, 소공대비 표지판이 보이고 산마루금은 가장 높은 능선상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세종때 이곳 관찰사로 왔던 황희 정승이 가뭄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서 구휼미를 내어 삼척에서는 굶어죽는 사람이 없었기에 이러한 비를 세웠다고 합니다...
한시간 반이나 알바를 한 덕분에 힘도 빠지고 시간도 이미 점심시간인지라 여기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준비를 합니다...
간단히 물끓여 라면밥 만들고 삼각김밥과 바나나, 그리고 식빵까지...나름의 진수성찬에다 마지막 커피까지 마시고 나니 다시 힘이 나네요...
다시 출발한 능선길에서 만난 예쁜 소나무 한 그루...
그리고 가장 멋진 조망...아래로 임원항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배가 옵니다...
이런 조망때문에 등산이 힘든 줄도 모르나 봅니다...
앗! 그런데...두갈래 길에서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해파랑 리본과 수로부인 장승이 있습니다...
왼쪽길이 원래 수정된, 검봉산 자연휴양림 가는 길로 알고 있었는데, 너무 확실하게 왼쪽 방역상 출입금지란 푯말이 있는. 절터골로 가는 길로 표지기가 있어서 잠시 당황했습니다...하지만 리본이 새것이고 수로부인길도 표시가 당당하게 있으니 이쪽으로 길을 잡습니다...
여태껏 앞에 해파랑길을 가셨던 분들의 글과 사진들을 보자면 그때그때 바뀌어온 듯한 느낌인데, 확실하게 확정이 안된건지...아니면 이제 완전히 이 길로 정해진건지...이건 정말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자연휴양림으로 돌아가면 상당히(약 4km) 돌아간다고 들어서 우리는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 방향의 길로 내려갑니다...
잠시 눈길을 내려가자 고약한 냄새가 나고 개들이 바로 길가에서 우리를 격렬하게(?!!) 맞해주네요...
아마 농장인 듯한데, 주인이 그다지 우리가 이곳을 통과해서 내려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 봅니다...그래도 위처럼 농장의 끝자락 길에는 수로부인 표지기가 있어서 이길을 이용하는 것이 맞음을 말해줍니다.
여기는 눈이 엄청 쌓이고 녹질 않아서 진짜 눈산행을 즐길 수 있네요...ㅎㅎㅎ
함께 길을 걸었던 두 분입니다...
비벨님도 이번에 상당히 어렵고 긴 길을 잘 걸어주어서 고마웠고 대구의 동생은 총만 쥐면 무슨 유격대 대원인 듯한 포스입니다...ㅋㅋㅋ
제법 가파른 길을 낙엽과 눈때문에 조금 힘들게 내려섰습니다...여기가 원래 29구간의 종점이었던 절골터, 지금은 사기촌이라 부르는 마을입니다.
절골교라는 다리 이름처럼 원래는 절골터였다능...
멀리 따스한 햇살아래 버스정류소에서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시던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리고서 용화 해변으로 나가는 길을 물어봅니다...한참 더 가야될 모양입니다.
마을에서 잠시 푹 쉰 다음, 검봉산자영휴양림 방면으로 도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이곳이 산지라 그런건가? 길가에 이렇게 묘가 있네요...
산속이 아니라 마을과 길 바로 곁에 있으니 음택이라도 더 친근해보이고 왠지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멀리 로즈밸리 펜션이 보이네요...원래 해파랑길이 검봉산 자연휴양림을 거쳐 저 펜션쪽으로 내려온다니깐 이제 우리가 걷는 길도 곧 합체가 되겠네요...
펜션 곁 다리에는 이렇게 검봉산 자연휴양림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구요...오른쪽으로는...
용화로 나가는 길이 열려있고 해파랑길 표지기가 서있습니다.
오후의 지는 햇살이 눈부신 가운데 자그마한 계곡을 타고 차도 다니는 길이 열려있네요...
여기도 수로부인길 표시와 해파랑길 표지가 있습니다...
길이 잠시 세게 치고올라가더니 이렇게 고개마루가 나타납니다...
넘어가니깐 이렇게 눈이 쌓인 내리막길입니다...다행히도 눈이 얼어있어서 미끄러짐 없이 내려갈 수 있군요...
한참을 내려오다 뒤를 돌아보니 이렇게 눈이 제법 쌓여있네요...
이렇게 해서 마을로 내려오고...저 멀리 동해대로가 보입니다.
마을을 빠져나오다 뒤를 보며 오늘 걷고 고생했던 시간을 잠시 뒤돌아봅니다...
이제 해도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네요...
제 드디어 용화마을로 들어섭니다...
용화천을 따라 걸어나가니 저 멀리 용화 해양레일바이크 역이 보입니다...
처음에는 이끼가 끼었나...했는데, 물속에 왠 푸른 나무가...물은 정말 깨끗합니다...
해파랑길 표지판이 이렇게 서있군요...여기는 자연휴양림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표시가 있는데, 참...
얼른 확정이 되어서 혼란을 주지않도록 해야할 듯합니다...
이윽고 길가로 나오니 길 맞은편에 용화레일바이크 역이 있습니다...이제 이번 주에는 금요일 야간열차를 이용, 삼척으로 가서 추암공원서 이곳까지 이틀간 내려오는 방향으로 32, 31, 30구간을 탈 예정입니다...
24번 버스를 타고서 호산으로 가서 후배의 차를 찾아 내려오는데, 오늘따라 강구에서 포항시내 입구까지 어마어마하게 밀린다는 제보가 들어왔네요...우리는 영덕에서 차를 빼서 옥계 - 부남 - 청송 - 안덕으로 해서 화남을 지나 북영천IC를 타고 대구로 가서 옥현동에서 오랫만에 막창을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이집은 5년전부터 울 여행동호회 후배들과 자주 찾던 집인데, 미리 손질하고 삶아서 주기 때문에 느무 느끼하지도 않고 고소하고 맛있습니다...장도 그렇고 국도 그렇고 특히 시원한 물김치...압권이었습니다.
우리는 11시 54분 KTX를 타고서 부산으로 와서 헤어졌습니다.
좀 힘들고 빡세고 길었던 구간...게다가 덤으로 알바산행에 스틱 하나도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보람은 컸던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이뿐소나무 한그루도 놓치지않는 저섬세함~~
멋진 나무들이랑 예쁜 야생화들 사진 항그쓱 더 있어요...ㅋㅋㅋ
눈으로 잘 따라다니고 있습니다ㅎㅎㅎ
계속 잘 따라오이소! 공짜로 강원도 해안길 구경 다 시켜드리께요...ㅎㅎㅎ
아 참.. 마지막 사진 보이 안간 게 후회되는구만요^^
먹방의 유혹...ㅎㅎ 시간됨 따라오이소...
해파랑길의 연재스토리는 늘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재미가 있지요~^^
기다려주시다니 넘흐 감샤...ㅎㅎ
이제 종착역을 향해 점점 다가서고 있네요....같이 안가도 같이 다닌듯한 느낌^^
아직 한참 남았네요...거리도 멀고...걷다보면 어느날 속초에 도착하겠지요...ㅎㅎ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겨울의 강원도는 긴장감이 느껴진다는~~
감샤캄샤...강원도 산들은 원래 다 무서워요...ㅎㅎ
꾸준히 계속하시네.
오랫만에 글을 보니 재미가 소록소록.
고생 많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