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법수(法數)로 일컬어지는 숫자에는 어떤 삶의 의미가 깃들어 있을까?
숫자마다에 들어 있는 다양한 불교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보는 코너를 마련한다.
하나 된 마음의 여러 갈래‘여럿이 한마음이면 쇠도 자를 수 있고, 한마음으로 한 말은 난초향이 우러난다(二人同心其利斷金同心之言其臭如蘭)’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두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이 단결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공자님 말씀이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의 4대 경전 사서(四書)중 하나인 『역경(易經=周易)』의 계사(繫辭) 상전(上傳)에 나오는 말로, 공자가 한 말일 가능성이 높다. 역이란 말은 변역(變易), 즉 ‘바뀐다’, ‘변한다’는 뜻이다.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한 것이다. 『주역(周易)』이란 글자 그대로 주(周)나라의 역(易)이란 뜻인데, 하(夏)나라 때는 『연산역(連山易)』, 은(殷)나라엔 『귀장역(歸藏易)』이라는 역서가 있었다고 한다.
『주역』의 지은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내려온다. 그 중 하나는 공자(孔子)가 『주역』의 일부인 십익(十翼)을 썼으며 그 안에 계사(繫辭) 상전(上傳)이 들어 있으므로 공자의 말씀이라 해도 큰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같은 마음’은 단결한 마음이다. 현실적인 삶 속에 모여 있는 것이 삶이요, 모여 있던 것이 흩어짐을 죽음이라 하는 것이니 난초도 살아 있어야 향을 내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이 말은 특히 춘추전국시대의 생존 방식으로 손색이 없다 할 것이다.
원효(元曉) 스님이 의상(義湘) 스님과 함께 당나라로 불교 공부를 하러 갈 때의 일이었다. 밤중에 목이 말라 맛있게 물을 마셨는데, 아침에 깨서 보니 해골에 들어있던 더러운 물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구역질이 나서 토하였다. 이때 문득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一切唯心造)’는 깨달음을 얻게 되어 그냥 신라로 돌아왔다는 『삼국유사』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는 말은 대승경전인 『화엄경(華嚴經)』의 「보살설게품(菩薩說偈品)」에 나오는 말씀이다.
“삼세의 모든 부처를 알고자 한다면(若人欲了知三世一切佛) 마땅히 법계의 본성을 관하라(應觀法界性),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一切唯心造)”가 본래 내용이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낸다’는 말에서 한마음, 즉 ‘일심’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한마음 제대로 아는 것이 진리를 깨닫는 비롯이요, 맺음이라는 생각에 도량에서 새벽 예불 올리기 전 종을 울리면서 하는 게송(偈頌)에서 늘 암송한다. 실제로 한마음 깨달으면 부처요, 어두워 헛갈리면 중생인 것이다.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서 춘풍이불 아래 깊이깊이 넣었다가 사랑하는 님 오신 날 밤에 굽이굽이 펴리라”고 읊은 황진이의 시조처럼,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라는 말처럼, 기다리는 마음은 이상하게 더디 온다. 차를 운전할 때도 내가 가는 길은 차들이 몰리는데 다른 차선은 소통이 잘 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그런 느낌일 뿐이라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천태(天台)에서는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한마음에 삼천대천세계를 품는다(一念三千)’는 이론으로 정립하였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마음의 작용이 무한함을 나타내는 말이라 할 것이다.
한마음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맨 처음 다섯 수행자들에게 설하였다는 중도(中道), 즉 바른 길(正道)의 가르침을 살펴보자. 사성제(四聖諦, 苦·集·滅·道)의 끝이요, 결론인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진리인 팔정도(八正道)의 일곱 번째 지분인 정념(正念)의 념(念) 또한 같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다른 일곱 지분에 들어가는 정(正)자를 빼면 념(念)자가 된다. ‘념’자는 빨리어 ‘사티(sati)’를 중국어 한자로 번역한 것이다. 그런데 사티(sati)를 우리말로 바꿀 때 여러 가지 다른 견해가 있다.
한자어를 바로 번역해서 ‘기억’이라 하거나 ‘늘 깨어있음’이라 하거나 ‘마음 챙김’이라 하는 등 교학적 관심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진다. 이로 인해 약간의 혼란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바른 뜻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므로 바람직한 과정상의 혼란이다. 마음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낱낱의 흩어진 마음’이 헛갈리는 번뇌의 마음이라고 한다면, ‘모든 것이 굳게 뭉쳐서 합해진 마음’은 문제를 해결하는 깨달음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나는 ‘흩어진 낱마음’에 비교해서 ‘온마음’이라 부르고 있다. 온마음 또한 한마음과 같은 것이다. ‘하나 된 마음이 곧 온마음’이기 때문이다. 결국 일심(一心)이든 일념(一念)이든 동심(同心)이든 그것은 하나 된 마음, 곧 온마음인 것이다.
법현(法顯) 스님 중앙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한국불교태고종 열린선원 원장, 관악산 자운암 주지, 태고종 사회부장, 종단협의회 상임이사, 종교인평화회의 감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