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불량의 올바른 약제 선택
기능성 소화불량증, 구미서 15~20% 유병률 보고
삼환계 항 우울제, 내장감각 역치 높여 증상 호전
소화불량증, 병태생리 교정 약물 조합해 사용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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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풍 렬 교수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
소화불량증(dyspepsia)이라는 용어는 매우 다양하고 통일되게 사용되지 않아 여러 혼란이 있었다. 최근 로마진단 III에서는 소화불량증에 대해 정의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위나 십이지장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증상들, 예를 들면 속쓰림, 상복부 포만감, 조기 만복감과 같은 증상이 상부 복부에 있으면서, 역류질환 및 다른 기질적 원인이 배제된 경우로 정의하였다
[도표 1].
또한 로마진단기준 III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증를 두 군으로 나눌 것을 제안하였는데 하나는 상복부 불편 증후군이고, 다른 하나는 상복부 통증 중후군이다.
이러한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가장 흔한 소화기 질환중의 하나로 구미에서는 유병률이 전 인구의 15~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농촌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약 15.5%의 유병률을 보였고 또한 한국 갤럽에서 전화 설문조사를 이용한 남한 전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으로 추정된 사람은 8.4% 정도였다는 보고도 있다.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다양한 증상들로 구성되고 그 병태생리가 한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이질적인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금까지 다양한 병태생리적 기전들이 제시되어 왔으며, 이러한 기저병태생리의 다양성이 이 질환에 적합한 치료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 실제 임상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약제들이 증상의 완화를 위하여 사용되고 있지만 기능성 소화불량증에서 약제들의 유용성 및 효과를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경험에 준하는 여러 약제들의 조합으로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상적으로는 증상에 관련된 기저 병태생리를 추정해 보고 이를 교정해주는 치료약물들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소화불량증이 발생하는 원인들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원인에 따른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병태생리와 이에 따른 약제 선택
△ 위산에 대한 과감각
소화불량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정상 대조군에 비해 기저 산 분비는 동일하거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소화불량증 환자를 대상으로 십이지장 내용물이나 위산을 투여해 본 결과 전체적으로 약 33%에서는 증상이 유발되었다. 본 교실에서 소화불량증을 호소하는 한국인 12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위산을 투여하자 5명 증상이 유발되었으며 생리식염수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반면 정상 대조군에서는 위산 및 생리식염수에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또한 소화불량증 환자들에게 PPI 제제를 사용한 연구나 H2RA를 사용한 연구 등에서는 약제를 사용한 경우 유의한 증상경감을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소견은 위산에 대한 감각항진이 소화불량에 관여할 것을 시사하며 이러한 경우 H2RA나 PPI제제가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 배출기능의 저하
소화불량증에서 위 배출기능에 대한 조사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적게는 23%에서 많게는 59%까지 위 배출기능이 저하되어 있다고 보고된다. 본 교실에서 64명의 한국인 소화불량증 환자를 조사한 결과 위배출능의 저하는 36%의 환자에서 관찰되었다. 또한 소화불량증 환자들에게서 Prokinetics의 효과를 meta-analysis한 결과에 따르면 약 48%의 유의한 증상 호전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은 소화불량증에서 배출기능의 저하에 따른 여러 증상이 유발 가능한 것을 시사하고 있으며, 이러한 병태생리가 의심되는 경우 Prokinetics 처방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 내장 과감각
내장 과감각 또한 소화불량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본 교실에서도 이를 알아보기 위해 정상 대조군과 소화불량 환자를 대상으로 위 압력 검사를 시행한 결과 정상 대조군은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는 압력 범위 내에서도 약 38%의 소화불량증 환자들은 증상을 호소하였다. 이러한 내장 감각 항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제로 삼환계 항 우울제 등이 있다. 이러한 삼환계 항 우울제를 사용한 한 연구에서는 약제가 내장감각에 대한 역치를 높여 증상의 호전이 유발된다고 보고하였다.
△ 위 순응도
정상적으로 음식을 먹게 되면 위 저부에서는 이완이 일어나게 된다. 소화불량증 환자들에서는 이러한 식후 위저부의 이완장애가 나타나며, 이런 환자들에서 조기 포만감이 많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위 저부에 이완장애가 있으면 위내로 들어온 음식물의 분포가 정상인들과 달라져서 위저부를 포함한 근위부 위보다는 전정부를 포함하는 원위부위에 음식물이 주로 분포하게 되며 이로 인해 조기 포만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섭취한 음식물을 받아들이는 위저부가 이완이 잘 안되면 적은 양의 음식으로도 위 저부의 압력이 증가하여 포만감이 조기에 느껴진다는 설명도 있다. 이러한 위저부의 이완 장애에 작용하는 약제로는 세로토닌에 작용하는 sumatriptan,buspirone, cisapride, tegaserod 등이 있고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clonidine, NO donor로 작용하는 Isosorbide dinitrate, sildenafil 등이 있다. 그러나 sumatriptan은 장기간 사용에는 적합하지 않고 cisapride나 tegaserod는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지 않아 조기 포만감을 주로 호소하는 환자에서 buspirone 등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 자율신경 기능이상
자율신경의 기능이상이 소화불량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본 교실에서 소화불량증 환자 28명 중 14명 대조군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소화불량증 환자에서는 교감 및 부교감 신경 점수가 정상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러한 자율신경의 기능이상이 어떻게 소화불량증과 연관되어 있고 이러한 기능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 헬리코박터 감염
본 교실에서 조사한 결과 헬리코 박터 감염 여부에 따라 위배출능, 위 감각항진이나 이완장애 등은 차이가 없었다. 여러 기능성 소화불량증에서 헬리코박터 치료는 유의한 치료효과를 보여주지는 못 하였다.
요 약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여러 가지 다른 병태생리가 관여되어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이질적인 질환이다. 아직까지 모든 병태생리에 효과적인 약제는 없으므로 증상과 관련된 기저 병태생리를 추정해 보고 이를 교정해주는 약물들을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쉽게도 환자의 특정 증상이 특정 병태생리를 예측할 수 없어 증상만을 가지고 정확하게 필요한 약제를 조합해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서술한 여러 병태생리 기전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원인 중 어떠한 병태 생리가 각각의 개별환자에게 유발되었을 지를 환자의 병력, 이학적 소견, 검사결과 등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추정하여 약제를 선택하는 것은 기능적 소화불량증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도표 1] Rome III 진단기준에 따른 기능성 소화불량의 진단
1. 다음의 증상이 하나 이상은 있으면서
a. 불편한 상복부 포만감(Bothersome postprandial fullness)
b. 조기 만복감(early satiation)
c. 상복부 통증(epigastric pain)
d. 속쓰림(epigastric burning)
2. 이러한 증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질적 원인(상부내시경 검사 포함)이 없어야 함.
* 이러한 증상은 6개월 전에 시작하고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