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 스테이블코인 '페이팔USD(PYUSD)' 발행…결제·교환 지원
디파이 등 블록체인 서비스서 쓰일 가능성…스테이블코인 '메기' 될지 주목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 '페이팔USD(PYUSD)'. 페이팔 제공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글로벌 결제 대기업 페이팔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면서 가상자산 업계가 또 한 번 출렁이고 있다. 페이팔 이용자 수가 약 4억명에 달하는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 유의미한 반향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페이팔의 도전 'PYUSD'는 무엇?
지난 7일(현지시간) 페이팔은 스테이블코인 '페이팔USD(PYUSD)'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결제 대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페이팔USD는 페이팔 서비스 내에서 구매할 수 있다.
페이팔USD는 미국 달러와 1:1로 연동돼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코인 발행량 만큼의 준비금을 늘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100달러어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면 100달러 규모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페이팔USD의 경우, 코인 발행량 만큼의 자산이 미국 단기 국채 및 유사한 현금성 자산으로 뒷받침된다. 페이팔은 매달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 준비금 보유 현황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발행 파트너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 잘 알려진 팍소스 트러스트(팍소스)다. 팍소스는 뉴욕금융감독국(NYDFS)의 규제를 받는 신탁기업으로, 페이팔과 팍소스는 이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월터 헤서트(Walter Hessert) 팍소스 최고전략책임자(CSO) 코인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규제당국의 감독 하에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팍소스가 파산한다고 해도 (페이팔USD를 비롯한) 고객 자산은 보호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페이팔은 페이팔USD를 지원하는 외부 지갑으로 코인을 송금하는 것도 가능하며, 페이팔USD를 통한 개인간(P2P) 결제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비트코인캐시(BCH), 라이트코인(LTC) 등 페이팔이 지원하는 가상자산으로 코인을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페이팔USD 발행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플랫폼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이다.
◇단순 결제 넘어 블록체인 서비스까지…페이팔USD 확장성 주목
가상자산 업계는 페이팔이 이번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발판으로 가상자산 사업을 어떻게 확장할지 주목하고 있다. 페이팔이 그간 가상자산 시장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온데다, 사업 확장 시 시장의 '빅 플레이어'로 자리잡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스테이블코인 출시는 페이팔의 그간 행보에 부합하는 수순이다. 페이팔은 지난 2020년부터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가상자산(암호화페) 결제를 지원해왔다.
스테이블코인 출시로 선점하려는 시장도 가상자산 결제 시장이다. 페이팔 측은 "소비자와 결제 가맹점이 페이팔USD를 통해 법정화폐와 디지털화폐를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십년 동안 대규모 결제를 책임져온 페이팔의 경험을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했다"고 했다.
백훈종 샌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창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때는 페이팔 앱 내에서 가상자산을 구매하려는 수요도 꽤 발생했었는데, 하락장을 겪으면서 그쪽 매출이 줄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페이팔 입장에서는 단순히 앱 내 가상자산 거래량을 늘리는 모델보다는, 원래 사업 모델인 결제와 더 직접적으로 연관된 쪽으로 가상자산을 활용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은 이런 니즈에 잘 부합하는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단,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금융(디파이) 등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에서 활발하게 이용된다. 대출, 예치 등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서비스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페이팔USD 역시 이 같은 서비스로 활용처가 확장될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확장성이 가장 큰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코인을 발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페이팔 측은 "페이팔USD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발행되는 ERC-20(이더리움 토큰 발행 표준) 토큰으로, 외부 지갑 및 웹3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거래소에서도 (페이팔USD)를 채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USDT·USDC가 '능사' 아니다…스테이블코인 '메기' 되나
페이팔USD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메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테더(USDT)와 USDC가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시가총액 규모는 USDT가 약 834억달러로 세계 3위이며, USDC가 261억달러로 세계 6위다.
USDT 발행사 테더와 USDC 발행사 서클은 두 가상자산이 미국 외 지역을 타깃으로 하는 점을 들어, 페이팔의 등장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페이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파울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 테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더블록과의 인터뷰에서 "페이팔의 스테이블코인 출시가 테더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테더는 미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테더의 핵심 타깃은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이라고 강조했다.
서클의 최고경영자(CEO) 제레미 알레어(Jeremy Allaire)도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USDC 사용자의 70%가 미국 외 지역에 있으며,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서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페이팔USD가 일반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되기 시작할 경우 유의미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파이 프로젝트이자 스테이블코인 다이(DAI) 발행사인 메이커다오의 남두완 한국 대표는 "페이팔의 글로벌 인지도와 이용자 수를 고려하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상장을 시작했을 때 수요가 꽤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페이팔USD가 스테이블코인으로서 유의미한 입지를 다지게 되면 페이팔의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훈종 COO는 "페이팔USD로 결제하려는 고객 수가 어느 정도 확보되면, 준비금 자산인 달러 예금이나 국채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이 있기 때문에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테더 역시 이런 방식으로 매년 매출을 올린다"고 설명했다.
박현영 기자 (hyun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