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을 고를 줄 아는 사람에게
색깔을 고를 줄 아는 그대
자주색깔은 너무 고상해서 범인( 凡人)들은 쉽게 만질 수 없는 색
바보야*는 들꽃을 좋아하지만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젊고 아름다운 사람
고단한 삶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소리를 듣고 색깔을 고르고
스쳐가는 바람을 바라보며
미물(微物)과도 이야기하고 때로는 울고 울고
몽이도 피울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살아있는, 감미로운 웃음을 가진 여인을 더욱 좋아한다.
오늘은 10. 12. 토요일
새벽 차로 충남 두마면 계룡대로 출장 갔다.
회의는 오전에 끝
충남 계룡산 갑사 입구의 돌솥밥집에서 점심
코스모스 꽃길을 달려 공주를 거치고 충절의 고향인 예산을 스쳤다.
누렇게 벼 익는 냄새
볏나락 냄새를 화폭에 담고 싶다.
시인이 되어 시구(詩句)를 가을바람에게 나눠주고 싶다.
차는 거침없이 달려 도고온천에 도착
도고글로리(사우나)에서 사내들의 그것 크기를 몰래 눈대중하고는 속으로 낄낄거렸다.
서해대교와 평택항이 멀리서 보이는 횟집에서
바다새우(대하 大蝦)와 망둥이탕으로 저녁 한 끼
대하 냄새가 손가락에 배어 갯벌뿐인 바닷가를 오래 기억하게 한다.
집에 오니 자주꽃을 선사한 사람이 있어서
오늘은 기분 좋은 날.
2002. 10. 12. 바람의 아들
* 바보야 : 내 닉네임 가운데 하나.
* 자주꽃을 선사한 사람 : 충남 C고교 카페지기인 양짱(화가)이 자기의 글에 꽃 이미지를 올렸다.
2002년 10월 컴퓨터 시스템 개발사업으로 부하 장교들과 함께 충남 계룡대 군부대에 방문했던 날의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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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 4. 2. 화요일.
하늘이 맑고 밟고 환하다.
기온이 온화하여 산과 들판, 길거리에도 봄꽃이 많이도 피고 지고 할 것이다
월간문학지 5월호에 낼 글 하나를 골라야 하기에 예전에 쓴 일기장을 뒤적거리다가 위 글을 발견했다.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이런 일기라도 남아 있기에 옛 기억을 더듬는다.
이런 이유로 산문일기 쓰기를 좋아하며, 이 가운데 하나 둘을 골라서 문학지와 개인카페에도 올린다.
세월은 흘러가고,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은 자꾸만 더욱 희미하게 사라지지만 글과 사진이 남아 있으면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
문학지에 낼 글을 더 골라야겠다.
그저께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쓰레기장에 내다버린 서양 화초 튤립을 보았다.
뿌리째 뽑혀서 내던진 상태의 네 뿌리.
꽃대는 잘려졌고.... 볕에 말라서 죽어가는 튤립을 주워서 흙을 털어내고는 수돗물에 씻은 뒤에 내 아파트로 가져왔다.
헌 화분 흙 속에 알뿌리를 심고는 물을 부어주었다.
살아났으면 싶다. 살아나서 자구(새끼)를 쳐서 증식되었으면 싶다. 내년 봄에 화사한 꽃을 피웠으면 싶다.
나는 '물건 저장강박증'이 심한가 보다.
헌 물건이라도, 내버린 폐품이라도 주워서 이리저리 생각하면서 새로운 용도로 재활용하려고 한다.
위 튤립도 뿌리 째 뽑아 내버린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이를 주워서 보듬고 살펴주면 식물은 이에 보답한다.
이처럼 나는 글 하나를 써도 늘 알뜰하게 다듬어서 쓰려고 한다.
먼 뒷날에는 소중한 기억의 창고가 되기에 다듬고 또 다듬는다.
2024. 4. 2. 화요일. 최윤환
첫댓글 오늘은 연두색과 노란색 하얀색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봄은 딱히 한가지 색으로는 표현하기 힘든듯 합니다
소중한 기억 창고에 또다른 얘깃거리가 저장되겠네요
댓글 고맙습니다.
날마다 일기를 쓰지요.
나중에 더 나중에 읽으면 기억이 희미하게 되살아나더군요.
오늘은 2024. 4. 2. 화요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나가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군요.
지하전철 잠실역이 가까이 있기에 외국인도 엄청나게 많고....
애한민국에 외국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겠지요.
벚꽃이 오래 오래 피었으면 합니다.
품종개량을 해야 할 듯. 한 달 이상 오래 꽃 피우는 그런 벚나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