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남 거창군, 함양군일대를 돌아다니고
내가 운영자로 있는 다음넷 오지여행에 올린 글을
이곳에도 올려본다
**************************************
오랫만에 찾아든 남도땅에
아침부터 추적거리며 비가 내린다
여름비는 봄비와 달리
요란스럽게 내리다 금새 개이고 어쩌다 햇빛도 나는 변덕쟁이다
민박집 창문너머로 보이는 "현성산"은 허리까지
비구름이 휘감겨 비를 뿌린다
민박집 뒤의 산은 "기백산"이고
그곳에서 북서쪽의 능선을 따르면 금원산이 된다
금원산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뻗은 능선길을 밟으면
민박집앞에서 보이는 현성산이 된다
등산지도에도 세 곳의 산은 같이 그려져 있다
기백산이 남성적 기개가 있는 산이라면
금원산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산이다
남성적인 분위기와 더블어
기백산은 학(鶴)의 이미지를 갖고있다
기백산을 중심으로
심진동, 화림동, 원학동등
세 개의 계곡은 옛날부터 안의3동이라 일컫는
명소 였는데
원학동 계곡이라는 이름도
금원숭이가 뛰어 놀았던 전설의 산 이름에서
원(猿)자를 따고 기백산에서 따온 이름이다
기백. 금원산의 "유안청"계곡과
"지재미골"로 흐르는 물이 바로 원학동계곡으로
흘러든다
원학동을 지도상에서 보니
"고학리"에서부터 북상하여 "위천면"을 지나
"수승대"까지의 "위천"을 따로 일컫고 있다
원학동 계곡은 문헌들을 찾아봐도
안의3동 중에서도
가장 많은 풍부한 이야기꺼리들을 담고 있다
특히 백제의 서동이 신라의 선화공주를 데리고
지나갔다는 갈기숲은 신라에 오가는
백제의 사신을 영접했다는 수승대와 함께
삼국시대 이래의 명소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지역은
나제통문이 있는 무주와 마찬가지로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역이었던 곳이니만큼
크고 작은 전쟁이 그칠 날이 없었을 것이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거창"은 경상남도의 가장 북쪽에 있으며
전라북도와 경계하고 있다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교통로상
요지에 있는 곳이니
거창은 그야말로 전략적 요충지일 수 밖에 없었겠다
또한
가야시대 이래의 크고 작은 산성(거열,황석등)들이
여러 곳에 남아있는 것만 봐도
이 지역 일대에서는 분쟁이 끊일 날이 없었다는 증거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거열산성에서
신라 문무왕 3년(663년) 봄 2월
백제 유민들이 신라 장수 흠순, 천존등의 군사들과
마지막까지 대항하여 싸운 곳으로
이때 신라군은 칠백명의 목을 베었다고 적고있다
그러나
꼭 10년뒤인 673년 백제유민들이 흘린 피를
앙갚음을 하듯
신라의 거열주(거창)대감인 "아진함"은
당군과 싸움에서 아들과 함께 전사하는 기록도 보인다
따라서
이 곳에 허다하게 눈에 뜨이는 누각과 정자들은
조선시대에 들어선 다음에야 지어진 것 들이겠다
근래에는
6.25전쟁이 막판에 이르러
지리산에서 토벌작전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자
이 일대의 남부군은 백두대간을 따라
북으로 이동 했다
그러나
이들은 추풍령에서 퇴로가 차단되자
지리산으로 못가고 덕유산으로 스며들게 된다
또 그중 일부는
덕유산에서 가지처럼 뻗은 산줄기를 따라
"월봉산"과 "금원산"까지 스며들었다
훗날
"이태"(李泰)는 南部軍에서
"이현상"이 이끄는 5백여명의 남녀 빨치산들이
알몸으로 목욕한 곳이
기백산 어느 북쪽 골짜기라고 밝혔는데
그곳은 바로 금원산의 유안청계곡이다
그만큼 수량이 풍부한 곳이다
덕유산을 근거지로 한 빨치산은
한때 거창의 산수리 학현마을에 경남군당을
둘 정도로 큰 세력이었지만
덕유산 빨치산은 사선대 전투에서
괴멸된 거창의 김영식부대와 최후를 같이 하게된다
역사를 거슬러 오르면
더 많은 이야기들의 얽혀 있겠다
비 오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난 회원님들 몇 사람과 "수승대"를 찾았다
위천면 소재지인 "장기리" 입구에서
"위천"을 왼편으로 두고난 직선도로를 따라 갔다
250여미터 가니 위천중학교 앞의 솔숲과
건너편의 공원 같은 것이 보이며
이곳에서 조금 더 올라와서 한 모틍이를 돌아드니
"척수대"가 보인다
척수대에서 50미터 정도 지점에
주차장이 있으나 일요일 이른 시각이라
매표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비 내리는 "위천"은 적막하기 조차 하다
월성계곡과 송계사 계곡의 물이 이곳으로 흘러든다
천에는 시멘트로 보를 만들어
잘하면 수영도 할 수 있겠다
그 건너편으로는 눈 썰매장도 보이고
야영장도 보이는 폼이 거의 완벽한 유원지 수준이다
몇미터나 갔을까?
물 가운데 거북같은 바위가 있고
이곳이 수승대란다
거북처럼 생긴 거대한 바위덩이다
이 거대한 바위에
옛 조상들이 후대사람을 위해 친절(?)하게도
경치 좋은 곳에서 놀고간 흔적을 남기고자
자기 이름을 빽빽하게 암각 시켜놓았다
명을 숭상하며 도입된 성리학은
理, 氣의 개념을 구사 하면서 인간의 생성과 구조,
인간 심성의 구조,
사회에서의 인간의 자세등에 관하여
깊이 사색하는 형이상학적 실천철학인줄 아는데
경치 좋은 곳에서 놀다가면서
자연의 보존법칙 따위는 교과과정에 없나보다
부끄러운 조상들의 낙서가 각인된
이 거대한 바위 허리를 감싸고 도는 물은
그래도
늘어선 노송과 정자와 바위를 한폭의 산수화처럼
감싸고 남실대며 흘러가는 것이 처연하게 아름답다
얼마나 더 갔을까?
퇴색은 되었지만 아름다운 누(樓)가 보인다 (1)끝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게시판
雨中旅行(1)
ridge
추천 0
조회 65
07.07.11 16:36
댓글 3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
첫댓글 영철아![안녕](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3.gif)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읽어 내려오면서 아는 산이라곤.....![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랑 덕유산.... 다음부턴 지도책 펴놓고 읽어야 되겠어. 글재주가 너무 아깝다. 모아서 책으로 엮으면 좋겠구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2편을 기다리며![~](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영철아 ^_![~](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좋은 취미에다 이렇게 훌륭한 글솜씨까지 요사이 산에 못가는데 부럽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잘 감상 하였어요..티비에서 보았는데 어떤 남자가 전국의 산을 돌아 다니며 절벽이나 바위에 새겨진 낙서를 지우는 일을 몇년째 하고 있는 훌륭한 산악인을 소개 하더군요..왜 아름다운 강산에 낙서와 이름들을 세기는지..참 유감입니다..자연을 보존하는데 더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실천이 아쉽군요..내가 이런말 하니까 안 어울리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6.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