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遇 / 陳子昻
♣1
微月生西海하여 / 서해에 떠오르는 초승달
幽陽始代升이라. / 은은한 빛줄기 비치기 시작하고
圓光正東滿하고 / 둥근 광채 이제 막 동쪽 하늘에 가득차기 시작했다.
陰魄已朝凝러라. / 달 속엔 이미 그림자 드리웠는데
太極生天地하고 / 태극에서 하늘과 땅 생기고
三元更廢興이라. / 삼원은 생기고 없어짐을 반복했다.
至精諒斯在러니 / 지극한 하늘의 이치 진실로 여기 있건만。
三五誰能征고? / 삼정오행의 이치는 누가 밝히겠는가?
♣2
蘭若生春夏하니 / 난초와 두약이 봄과 여름에 자라
芊蔚何靑靑고? / 무성하여 어찌 그리도 푸른가?
幽獨空林色하고 / 그윽이 홀로 빈숲에서 빛이 새롭고
朱蕤冒紫莖이라. / 붉게 늘어져 자주 빛의 줄기를 덮었구나!
遲遲白日晩하고 / 뉘엇위엇 해는 저물고
嫋嫋秋風生이라. / 하늘하늘 가을바람 불어온다.
歲華盡搖落하니 / 한 해가 다 가 나뭇잎 떨어지니
芳意竟何成고? / 꽃다운 마음 끝내 무엇을 이루었던가?
♣3
蒼蒼丁零塞은 / 멀고 먼 丁零의 요새
今古緬荒途라. / 옛날이나 지금이나 면면한 황량한 길
亭堠何摧兀고? / 망루는 얼마나 황폐하고 우뚝한가?
暴骨無全軀하네. / 들판에 버려져 형체가 없는 해골 위에는
黃沙幕南起하고 / 남쪽에서 일어난 황사 바람이 덮치고
白日隱西隅러라. / 하얀 태양은 서쪽 모퉁이로 숨는다.
漢甲三十萬이 / 한나라 군사30만의 대군이
曾以事凶奴러라. / 일찍이 이곳에서 흉노와 싸웠지.
但見沙場死러니 / 다만 사막의 전장터에서 죽은 사람만 보이니
誰憐塞上孤리오? / 변새에 남겨진 고아를 가엾게 여기는 자 누구인가?
♣4
樂羊爲魏將하여 / 위나라 장군이 된 악양은
食子殉軍功하네. / 아들을 죽여 끓인 국을 마셔 군공을 세워
骨肉且相薄하니 / 골육의 정을 또한 각박하게 행했으니
他人安得忠가? / 다른 사람이 보고 어찌 충의를 배우겠는가?
吾聞中山相이 / 나는 듣기를 중산국의 재상 秦西巴가
乃屬放麑翁이라. / 애처로운 울음소리에 새끼 사슴을 놓아주었다고 했다.
孤獸猶不忍이온 / 외로운 짐승의 정도 참을 수 없었음인데
況以奉君終가? / 항차 군주를 모시는 충성심은 어쩌겠는가?
♣5
市人矜巧智하니 / 시정의 사람들은 교묘한 지식만을 자랑할 뿐
於道若童蒙이라. / 도 앞에서는 어린 동자와 같다.
傾奪相誇侈하니 / 서로 앞에 서서 과시하기만을 다툴뿐
不知身所終이라. / 자신의 종말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
曷見玄真子가 / 어찌 알겠는가? 선인 현진자가
觀世玉壺中을 / 옥으로 만든 단지 속에서 세상을 보는 것을
窅然遺天地하여 / 통찰이 깊은 이는 속세를 떠나서
乘化入無窮이라. / 자연을 따라 무궁의 세계로 든다네
①玄眞子는 壺公의 별호로 《後漢書 方術列傳 費長房傳》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비장방은 汝南 인이다. 일찍이 市掾으로 있던 중에 시중에 약을 파는 노인이 있었다. 시장 입구에 항아리를 걸어 놓고 시장이 파하면 재빨리 달려가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곤 했으나 시장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비장방만이 성루에서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고 그를 찾아가 절을 올리고 고기안주와 술을 바쳤다. 노인이 비장방에게 신기가 있음을 알고 말했다. “ 그대는 내일 다시 찾아오라! ” 그래서 비장방이 다음 날 노인을 다시 찾아가자 노인은 그를 데리고 항아리 속으로 들어갔다. 옥으로 만든 화려한 집에 술과 기름진 음식이 가득찼다. 바장방은 노인과 함께 함께 음식을 즐긴 후에 항아리 속에서 나왔다.」。
♣6
吾觀龍變化하니 / 내가 용의 변화를 살펴보니
乃知至陽精이라. / 바로 지극한 양의 정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石林何冥密가? / 석림이 아무리 어둡고 빽빽해도
幽洞無留行이라. / 동굴이 아무리 깊어도 용의 길을 막을 수 없다네
古之得仙道면 / 고인이 행한 신선의 도를 깨달으면
信與元化並이라. / 참으로 자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지
玄感非象識하니 / 현묘한 감응만으로는 세상을 형상을 알 수 없으니
誰能測沈冥고? / 누가 능히 심오한 신선의 세계를 알 수 있으리
世人拘目見하여 / 속인들은 목전에 보이는 것에만 얽매어
酣酒笑丹經이라. / 향락에 빠져 도가의 단경을 비웃는다.
昆侖有瑤樹러니 / 곤륜산에는 신비한 옥나무가 있다는데
安得采其英가? / 어떻게 하면 그 꽃을 딸 수 있으려나?
♣7
白日每不歸하고 / 세월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青陽時暮矣러라. / 봄날은 어느덧 저물어 간다.
茫茫吾何思오? / 아득한 곳에서 나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林臥觀無始러라. / 숲에 누워 태고를 관망한다.
衆芳委時晦하니 / 만발한 꽃들은 시들어 봄은 보내니
鶗鴂鳴悲耳하네. / 두견새 우는 소리 나를 슬프게 하고
鴻荒古已頹하니 / 소박한 태고시대는 이미 사라졌으니
誰識巢居子리오? / 산림에 은거한 사람을 누가 알아주랴?
♣8
吾觀昆侖化하니 / 내가 하늘의 변화를 살펴보니
日月淪洞冥이라. / 해와 달은 깊고 어두운 곳으로 진다.
精魄相交會하니 / 정령과 혼백이 서로 만나 만들어내니
天壤以羅生이라. / 하늘과 땅은 그것으로 태어났다.
仲尼推太極하고 / 공자는 천지가 분화되기 전의 태극을 추산했고
老聃貴窈冥이라. / 노자는 무형의 도를 귀하게 여겼다.
西方金仙子는 / 서방의 금빛 신선 부처는
崇義乃無明이라. / 정의를 숭상함은 곧 어리석다 했다.
空色皆寂滅이니 / 허상뿐인 물질계는 모두 소멸하니
緣業定何成고? / 인연과 업보는 정해진 운명대로 어찌 이루어지는가?
名教信紛藉하여 / 올바른 가르침은 참으로 어지러워
死生俱未停이라. / 삶과 죽음 모두 멈추지 못한다.
♣9
聖人秘元命하시니 / 성인께서 천명을 비밀로 하셨음은
懼世亂其真이라. / 세상이 그 참뜻을 어지럽힐까 걱정해서였다.
如何嵩公輩가 / 어찌하여 숭공과 같은 무리가
詼譎誤時人가? / 실없는 말과 글로 사람들을 그르쳤는가?
先天誠爲美러니 / 하늘보다 앞설 수 있음은 아름다운 일인데
階亂禍誰因가? / 혼란으로 인한 재앙은 누구때문인가?
長城備胡寇러나 / 장성을 쌓아 오랑캐의 침략에 대비했지만
嬴禍發其親이라. / 진나라의 재앙은 친아들로부터 비롯되었다.
赤精既迷漢하고 / 적정자의 참언이 한나라를 미혹시키고
子年何救秦고? / 자년의 참언이 어찌 전진을 구했겠는가?
去去桃李花하고 / 속히 말없는 복사꽃 자두꽃 본받아야지
多言死如麻이리. / 말이 많으면 삼처럼 얽혀서 죽을 뿐이리
♣10
深居觀元化 / 깊은 곳에 살면서 조화의 힘을 살피니
悱然爭朶頤 / 약한 나라 병탄하려 다투다니 답답하구나
群動相啖食 / 떼지어 행동하며 게걸스레 먹으니
利害紛嶷嶷 / 이해가 서로 얽혔어도 알 만 하구나
便使誇毘子 / 디룩디룩 살쪄서 아첨하는 사람들
榮耀更相持 / 광영과 영달을 다시 서로 지키는구나!
務光讓天下 / 무광은 천하를 양보하는데
商賈競刀錐 / 장사치는 작은 이익을 다툰다!
已矣行採芝 / 그만 두게나 채지를 행하리라
萬世同一時 / 끝없는 세월 만사가 늘 같을 것이거늘
♣11
吾愛鬼谷子 / 내가 존경하는 귀곡자 선생
青溪無垢氛 / 더럽고 탁한 기운 없는 청계산에서
囊括經世道 / 세상을 구할 묘책을 품에 지녔으면서도
遺身在白雲 / 몸은 흰 구름 사이에 두고 있었다.
七雄方龍鬥 / 일곱 나라가 바야흐로 용과 호랑이처럼 싸우니
天下久無君 / 천하는 오랫동안 군주가 없었고
浮榮不足貴 / 헛된 영화는 족히 존귀하지 못하니
遵養晦時文 / 도를 쫓아 덕을 기르고 때를 기다렸다.
舒可彌宇宙 / 그가 덕을 펼치면 우주에 가득차고
卷之不盈分 / 덕을 말면 한 손아귀에 차지 않았다.
豈徒山木壽 / 어찌 산속의 나무처럼 장수하고
空與麋鹿群 / 부질없이 사슴과 어울리기를 꾀하랴?
①청계산 : 지금의 호북성 당양현 / 當陽縣) 북서쪽에 있는 산으로 옛날 교를 믿는 사람들의 수련장이 있었다. 귀곡자가 은거하여 제자들을 길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12
呦呦南山鹿 / 우우 소리내며 노니는 남산의 사슴
罹罟以媒和 / 먹이에 유혹되어 그물에 걸려들었다.①
招搖青桂樹 / 초요산에 자라는 푸른 청계수②
幽蠹亦成科 / 숨어 있는 좀벌레 때문에 속이 비었다.
世情甘近習 / 세상 인심은 군왕의 측근을 달게 여기나
榮耀紛如何 / 그 영화 얼마나 분분하고 덧없는가?
怨憎未相復 / 원망과 증오는 아직 보복하지 못하고
親愛生禍羅 / 골육의 정으로 인해 재앙의 그물이 생겼다.
瑤台傾巧笑 / 화려한 누각은 방긋 웃는 미소에 무너지고
玉杯殞雙蛾 / 옥술잔은 아름다운 여인을 죽게 한다.
誰見枯城蘖 / 누가 보았는가, 옛 도성의 나무 새싹이
青青成斧柯 / 파릇파릇 자라나 도끼자루로 쓰임을
①사슴을 사냥할 때 유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사슴을 呦鹿이라고
한다. 시경 소아 鹿鳴에 呦呦鹿鳴이라는 구절이 있다.
② 초요산에 자라는 푸른 청계수 : 山海經에 “초요산은 서해 가장자리에 있는 산으로 계소나무가 많다.”라고 했다.
♣13
林居病時久 / 병들어 오랫동안 은거한 산림에
水木澹孤清 / 물과 숲이 외로운 마음을 맑게 한다.
閑臥觀物化 / 한가하게 누워 사물의 변화를 관찰하니
悠悠念無生 / 끝없이 생각하는 무생 / 無生
青春始萌達 / 봄에 식물이 싹터 자라기 시작하지만
朱火已滿盈 / 여름이 되면 이미 다 자라 우거진다.
徂落方自此 / 시들어 떨어짐은 바로 여기서 출발하니
感歎何時平 / 나의 인생 감개는 언제나 끝날까!
①無生 : 도가에서 말하는 생명이 있기 전의 혼돈 상태를 가리킨다. “그녀의 애초를 살펴보면 본래 생명이 없었고,
생명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형체가 없었었고,형제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본래 숨결도 없었다.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한 사이에서 일변해 숨결이 되었고,숨결이 변해 형체가 되었고, 형체가 변해 생명이 되었고, 지금 다시 변해 죽게 된 것이니, 이것은 춘하추동 네 계절의 운행과 같은 것이다. <莊子, 至樂>
♣14
臨歧泣世道 / 기로에 이르러 어지러운 세태에 우니
天命良悠悠 / 천명은 참으로 심원해 알 수 없다.
昔日殷王子 / 지난 날 은나라의 주왕 / 紂王)은
玉馬遂朝周 / 현능한 신하들을 주 / 周나라로 보냈다.
寶鼎淪伊穀 / 보배로운 솥이 伊水와 谷水에 빠졌고
瑤台成古丘 / 화려한 누대는 황폐한 언덕이 되었다.
西山傷遺老 / 수양산에서 백이와 숙제는 상심했고
東陵有故侯 / 동릉에는 옛날 귀족이었던 召平이 살았다.
♣15
貴人難得意 / 귀한 사람은 임금의 마음 얻기 어렵고
賞愛在須臾 /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도 잠시뿐이라
莫以心如玉 / 옥같이 고결한 마음을 지니고서
探他明月珠 / 임금의 명월주를 찾지 말아야한다.
昔稱夭桃子 / 지난날 싱싱한 복사꽃으로 불리던 미인이
今爲舂市徒 / 지금은 곡식을 빻는 죄수가 되었다.①
鴟鴞悲東國 / 주공은 치효를 지어 동쪽의 봉국을 염려했고②
麋鹿泣姑蘇 / 크고 작은 사슴은 고소대에서 울었다.
誰見鴟夷子 / 누가 보았는가 鴟夷子皮 범려가
扁舟去五湖 / 일엽편주를 타고 오호를 떠난 사실을!
① 이 두 구절은 한고조 말년에 총애를 받은 戚부인이 고조가 죽자
呂太后에 의해 죄수가 되어 곡식을 빻는 형벌을 받은 일을 말한다. 후에 척부인은 사지가 잘리고 코와 귀가 잘려서 우리에 갇혀 있다가 살해되었다.
② 鴟梟 : 《詩經· 國風· 豳風)》에 실려 있는 시가로써 주공이 성왕을 위해 섭정을 하자 은나라 유민을 다스리던 무경 녹보를 감시하기 위한 그의 동생 관숙이 주공이 반심을 품고 있다고 유언을 퍼뜨리고 녹보를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도록 했다. 주공이 직접 진압을 위해
원정을 나가 반란을 진압했으나 성왕이 여전히 의심하는 마음을 풀지 않아 주공이 이 시를 지어 자기의 심경을 노래했다.
鴟梟鴟梟 올빼미야, 올빼미야! :
旣取我子 내 아들 잡아먹었으니 :
無毁我室 내 집만은 헐지 말아다오 :
恩斯勤斯 정성으로 보살폈는데 :
鬻子之閔斯 어린 자식이 불쌍하구나
迨天之未陰雨 하늘이 흐려 장마비 내리기 전에 :
徹彼桑土 저 뽕나무 뿌리 벗겨다가 :
綢繆牖戶 창문과 문을 엮었으니 :
今女下民 이제 너희들 천한 백성들이 :
或敢侮予 나를 감히 넘보지 못할 테지
予手拮据 내손이 다 닳도록 :
予所捋荼 내 갈대이삭 뽑아다가 :
予所蓄租 내집을 쌓느니라 :
予口卒瘏 내 부리가 병이 난 것은 :
曰予未有室家 아직 내가 살 곳이 없어서라네
予羽譙譙 내 날개는 부러지고 :
予尾翛翛 내 꼬리는 찢어졌으며 :
予室翹 翹 내 둥지는 위태로워 :
風雨所漂搖 비바람에 흔들거리니 :
予維音曉曉 나는 오로지 두려워 울 뿐이로다.
③오자서가 오왕 부차에게 간했으나 오왕이 듣지 않았음으로 오자서는
오나라의 멸망을 예언하면서 말했다. “ 저의 눈에는 지금 麋鹿이 고소대에서 뛰어 노는 모습이 보입니다.”라고 하자 부차는 오자서를 죽여 그의 머리를 자르고 시신을 부대에 넣어 전당강에 버렸다. 고소대는 지금의 절강성 소주시에 세워졌던 오나라의 궁궐로 오왕 합려가 건축을 시작해서 오왕 부차가 화려하게 증축했다.
♣16
聖人去已久 / 성인 떠나간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公道緬良難 / 공도는 멀어 참으로 회복하기 어렵게 되었다.
蚩蚩誇毗子 / 소란스럽게 법석떠는 아첨꾼들은
堯禹以爲謾 / 요임금과 우임금도 속이려했지.
驕榮貴工巧 / 교만에 차서 교활한 짓을 귀하게 여기고
勢利迭相干 / 권세와 이익을 위해 다투지만
燕王尊樂毅 / 연소왕은 악의를 존중해
分國願同歡 / 나라를 나누어 함께 즐기려고 했다.
魯連讓齊爵 / 노중련은 제나라가 내린 작위를 사양했고
遺組去邯鄲 / 조나라가 준 관직을 버리고 한단을 떠났다.
伊人信往矣 / 진정으로 부귀영화를 버리고 떠난 사람들이여!
感激爲誰歎 / 감격에 겨워 누굴 위해 탄식하랴!
♣17
幽居觀大運하여 / 깊은 곳에서 대운을 살피며
悠悠念群生이라. / 근심스레 백성을 생각한다.
終古代興沒이니 / 예로부터 번갈아 흥하고 망하여
豪聖莫能爭이라. / 뛰어난 성인은 다투지 않으리!
三季淪周赧하고 / 삼대는 周赧王에서 몰락하였고
七雄滅秦嬴이라. / 칠웅은 진나라 영씨에게 멸망당했다.
復聞赤精子는 / 다시 듣노니 적정자는
提劍入鹹京이라. / 칼을 뽑아들고 함양성으로 들어갔다네
炎光旣無象하고 / 한나라 위엄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晉虜復縱橫이라. / 나라의 포로들이 일어나 다시 횡행했다네
堯虞道已昧 / 요임금 순임금의 도도 이미 어두워지고
昏虐勢方行 / 우매하고 포학한 세력이 멋대로 행패를 부리는구나!
豈無當世雄 / 어찌 당대에 영웅이 없어서
天道與胡乒 / 천도가 오랑캐 군사와 함께 했을까!
咄咄安可言 / 놀랍도다! 어찌 말할 수 있으랴?
時醉而未醒 / 시대가 취하여 아직 깨어나지 못한 것을
仲尼溺東夏 / 공자께선 동방에 빠지고
伯陽遁西溟 / 노자는 서쪽 바다로 숨어들었다.
大運自古來 / 대운은 옛날부터
旅人胡歎哉 / 나그네 차지인 것을 어찌 탄식하랴!
♣18
逶迤勢已久 / 구부러진 길을 가는 세태는 오래되었고
骨鯁道斯窮 / 곧은 길을 가는 도는 사라졌다.
豈無感激者 / 어찌 강개한 마음으로 분발하는 사람 없을까?
時俗頹此風 / 시대의 풍조가 그런 기풍으로 쇠퇴시켰기 때문이다.
灌園何其鄙 / 정원에 물주는 일이 얼마나 비천한 일인가?
皎皎於陵中 / 고결하게도 陳仲子는 오릉에 은거했다.①
世道不相容 / 당시의 세태를 용납할 수 없었으니
喈喈張長公 / 안타깝구나, 한나라의 장장공이여!②
①陳仲子 : 춘추 때 제나라 사람으로 제나라의 卿相이었던 중자의 형은 녹봉이 萬鍾에 달했지만 중자는 그것이 불의라고 여겨 집을 떠나 於陵에 은거했다. 후에 楚王이 진중자를 불렀으나 사양하고 남의 집 정원에 물을 주며 생활했다고 했다. (맹자. 등문공 하)
②張長公 : 한경제 밑에서 廷尉를 지낸 張釋之의 아들 張摯다. 長公은 그의 자다. 관직이 大夫까지 올랐으나 당세의 권세가들이나 명망가들에게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 면직되어 종신토록 관직에 다시 나가지 못했다.
♣19
聖人不利己 / 성인은 자신을 이롭게 하지 않고
憂濟在元元 / 백성 구제에 온 정성을 쏟았다.
黃屋非堯意 / 황금빛 수레도 요임금의 마음에 없었으니
瑤台安可論 / 화려한 요대를 어찌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吾聞西方化 / 내가 듣건대 서방에서 온 불교는
清淨道彌敦 / 청정한 법도를 더욱 중시했다지
奈何窮金玉 / 어찌하여 금과 옥을 소진하면서
雕刻以爲尊 / 채색과 장식을 존귀하게 여기는가?
雲構山林盡 / 산림을 다 베어 높은 불당을 세우고
瑤圖珠翠煩 / 수많은 주옥으로 불탑을 장식하는가?
鬼工尚未可 / 그것은 귀신의 힘으로도 안 되는 일이었는데
人力安能存 / 사람으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誇愚適增累 / 백성에 대한 과시는 우환만 키울뿐
矜智道逾昏 / 거짓된 재주는 정치를 더욱 혼란시킨다. 。
♣20
玄天幽且默 / 하늘은 어둡고도 고요한데
群議曷嗤嗤 / 사람들의 의논이 어찌 그리 시끄러운가?
聖人教猶在 / 성인의 가르침은 아직도 존재하지만
世運久陵夷 / 세상 치란의 기운이 쇠퇴한지 오래다.
一繩將何系 / 밧줄 하나로 무엇을 묶을 수 있겠는가?
憂醉不能持 / 걱정하는 마음에 취한 듯 지탱할 수 없다.
去去行采芝 / 서둘러 은거해 나물이나 캐야지
勿爲塵所欺 / 더 이상 혼탁한 속세에 속지 않으련다.
♣21
蜻蛉遊天地 / 잠자리는 천지를 돌아다니며
與世本無患 / 다른 생물과 본래 얽힐 일 없다.
飛飛未能止 / 그런데도 훨훨 날지 못하는 이유는
黃雀來相干 / 참새가 날아와 간섭하기 때문이다.①
穰侯富秦寵 / 양후 위염은 진왕의 총애로 부유해지고
金石比交歡 / 왕의 환심은 금석처럼 단단해져
出入鹹陽裏 / 함양성의 출입을 마음대로 했으니
諸侯莫敢言 / 어느 제후라도 그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
寧知山東客 / 누가 알았겠는가? 산동의 나그네가 한 번 들어오니
激怒秦王肝 / 진왕의 마음을 격노케 할 줄을!
布衣取丞相 / 포의의 선비가 하루아침에 승상이 되어
千載爲辛酸 / 천년토록 시리고 쓰린 일이 되었다.
①전고는《戰國策‧楚策4》의 《莊辛謂楚襄王曰》이다.
장신이 초양왕에게 말했다. 『대왕께서는 잠자리를 보셨겠지요. 여섯 개의 다리와 네 날개를 지니고 천지 사이를 날아다니며 아래로는 미와 등을 잡아먹고 위로는 감로를 받아 마시니 스스로 여기기를 사람과 다툴 일이 없어 걱정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삼척동자가 점액을 조제해 실에 빌라 28척 위의 공중에서 그 몸을 낚아채서 아래로 개미들의 먹이가 되게 합니다.
잠자리는 미물에 불과하지만 참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로 하얀 낟알을 쪼아 먹고, 위로 잎이 무성한 나무에 살면서 힘차게 날갯짓하며 스스로
여기기를 사감과 다툴 일이 없어 걱정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도련님들이 좌우에 탄환을 끼고서 70척 위의 공중에서 목을 과녁 삼아 쏘아 맞히니 낮에는 잎이 무성한 나무 위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에는 조미료와 섞여서 순식간에 도련님들 수중에 떨어집니다.』
♣22
微霜知歲晏 / 서리가 내려 세모가 닥쳤음을 알겠으니
斧柯始青青 / 도낏자루도 애초엔 푸른가지였지.
況乃金天夕 / 그런데 바로 어느 가을 저녁에
浩露沾群英 / 짙은 이슬이 폭넓게 온갖 꽃들을 적셨다.
登山望宇宙 / 산에 올라가서 천하를 바라보니
白日已西暝 /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 빛을 잃었다.
雲海方蕩潏 / 구름 덮인 바다에 파도가 솟구치니
孤鱗安得寧 / 외로운 물고기 어떻게 평안을 얻을까?
♣23
翡翠巢南海 / 비취새는 남쪽 바다에 둥지를 틀고
雄雌珠樹林 / 암수가 함께 옥나무 숲에 살고 있다.
何知美人意 / 미인의 마음속을 알 수 없겠지만
驕愛比黃金 / 황금 못지않게 탐스러운 존재인 것을!
殺身炎州裏 / 남방의 무더운 곳에서 몸은 죽어
委羽玉堂陰 / 깃털이 비빈들의 거처 뒤쪽에 쌓인다.
旖旎光首飾 / 아름다워서 머리 장식을 빛나게 하고
葳蕤爛錦衾 / 빛이 고와 비단 이불을 화려하게 한다.
豈不在遐遠 / 멀리 있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니
虞羅忽見尋 / 사냥꾼이 갑자기 비취새를 찾아낸다.
多材信爲累 / 재능이 많은 것은 참으로 누가 되니
歎息此珍禽 / 이 진귀한 새로 인해 탄식이 절로 나온다.
♣24
挈瓶者誰子 / 병을 들어 물을 긷는 자 누구 아들인가?
嬌服當青春 / 화려한 옷을 입은 청춘의 몸이란다.
三五明月滿 / 보름이 되면 밝은 달 꽉 차오르지만
盈盈不自珍 / 둥글다고 진귀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
高堂委金玉 / 높다란 저택에는 금과 옥이 쌓여 있지만
微縷懸千鈞 / 가는 실에 천균의 무게가 매달려 있음이라!
如何負公鼎 / 어찌하나? 재상의 직무를 맡은 사람이
被奪笑時人 / 사람들에게 조소를 받고 있는데
♣25
玄蟬號白露 / 흰 이슬을 맞고 우니
茲歲已蹉跎 / 헛되이 가버린다.
群物從大化 / 세상 만물이 자연의 변화를 따르니
孤英將奈何 / 외롭게 핀 꽃 어이하나?
瑤台有青鳥 / 서왕모의 요대에 파랑새가 있는데
遠食玉山禾 / 멀리 옥산의 벼를 먹는단다.
崑崙見玄鳳 / 곤륜산에는 검은 봉새가 보이지만
豈複虞雲羅 / 어찌 높은 그물에 걸릴 걱정을 할까?
♣26
荒哉穆天子 / 황당하다, 주목왕이여!
好與白雲期 / 횐구름 타고 선계에 들려고 했는가?
宮女多怨曠 / 궁녀들은 대부분 늙어 감을 원망하고
層城閉蛾眉 / 성의 층마다에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갇혀있다.
日耽瑤池樂 / 날마다 요지에서 환락만을 탐할 뿐
豈傷桃李時 / 어찌 궁녀들의 청춘을 아파하리?
青苔空萎絕 / 푸른 이끼는 부질없이 시들어 죽고
白發生羅帷 / 비단 휘장 안에서 백발만 성성하구나.
♣27
朝發宜都渚 / 아침에 의도현 물가를 출발하니
浩然思故鄉 / 아스라이 고향이 그리워진다.
故鄉不可見 / 그러나 고향은 눈에 보이지 않고
路隔巫山陽 / 길은 무산에 가로막혀 남쪽에 있다.
巫山彩雲沒 / 무산은 채색 구름에 잠겨있어
高丘正微茫 / 그 높은 산이 멀리 어렴풋하다.
佇立望已久 / 우두커니 서서 오래 바라보자니
涕落沾衣裳 / 떨어지는 눈물이 옷을 적신다.
豈茲越鄉感 / 어찌 고향을 떠나온 느낌 뿐이랴?
憶昔楚襄王 / 그 옛날 초양왕이 생각난다.
朝雲無處所 / 무산 신녀 아침 구름은 간 곳이 없고
荊國亦淪亡 / 초나라 역시 말망하고 말았다.
♣28
昔日章華宴 / 옛날 장화대의 잔치에서
荊王樂荒淫 / 초영왕은 절제 없이 주색을 즐겼다.
霓旌翠羽蓋 / 무지개 깃발과 비취 깃을 꽂은 수레를 타고
射兕雲夢林 / 운몽택에서 무소를 활로 쏘았다.
朅來高唐觀 / 나 이제 고당관에 올라서서
悵望雲陽岑 / 슬피 운몽택 안의 운양봉을 바라본다.
雄圖今何在 / 웅대한 계책은 지금 어디 있는가?
黃雀空哀吟 / 탄환에 맞은 참새처럼 부질없이 슬피 운다.
♣29
丁亥歲雲暮 / 정해년이 저물어 갈 때
西山事甲兵 / 서산에서 전쟁에 참가했다.
贏糧匝邛道 / 식량을 짊어지고 공래산 길을 돌아서 오르고
荷戟爭羌城 / 창을 들고 강족의 성에서 전투를 했다.
嚴冬陰風勁 / 엄동설한에 음산한 산바람 거세고
窮岫泄雲生 / 궁벽한 산에서 운무가 피어올랐다.
昏嘻無晝夜 / 늘 어두워 밤낮을 구별할 수 없고
羽檄複相驚 / 긴급 문서에 다시 서로 놀랐다.
拳局競萬仞 / 몸을 숙여 높은 산을 다투어 오르고
崩危走九冥 / 낙석을 무릅쓰고 깊은 골짜기를 지났다.
籍籍峰壑裏 / 흐트러진 대오로 봉우리와 골짜기를 통과하여
哀哀冰雪行 / 고통과 슬픔에 차 빙설을 헤치고 나갔다.
聖人禦宇宙 / 성인께서 천하를 다스리실 때는
聞道泰階平 / 온 세상이 모두 태평했다고 들었다.
肉食謀何失 / 고관들의 계책에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藜藿緬縱橫 / 백성들이 먼 곳을 떠돌고 시체가 널려 있나?
♣30
可憐瑤台樹 / 화려한 누대의 가련한 아름다운 나무
灼灼佳人姿 / 곱고 선명한 미인의 자태다.
碧華映朱實 / 푸른 꽃에 붉은 열매 맺으니
攀折青春時 / 봄날에 휘어잡혀 꺾인다.
豈不盛光寵 / 어찌 성대한 영광이 없어서
榮君白玉墀 / 군왕의 백옥 계단 곁에서 꽃을 피웠겠는가?
但恨紅芳歇 / 다만 한스럽게도 붉은 꽃 다하여
凋傷感所思 / 시들어 떨어지니 마음이 아프다.
♣31
朅來豪遊子 / 호탕하게 노니는 자들
勢利禍之門 / 권세와 이익은 재앙의 문이라네!
如何蘭膏歎 / 어찌하여 난초와 기름이 탄식하며
感激自生冤 / 감정이 격동해서 스스로 억울해 하는가?
眾趨明所避 / 사람이 쫓는 바는 지혜있는 자가 피하는 바
時棄道猶存 / 시대가 버려도 도는 여전히 남아있다 하나
雲淵既已失 / 구름과 심연으로 이미 사라졌으니
羅網與誰論 / 세상을 덮고 있는 그물을 누구와 의논하랴?
箕山有高節 / 기산에는 허유의 고상한 절개가 있고
湘水有清源 / 상수에는 굴원의 맑은 원기가 있다.
唯應白鷗鳥 / 오로지 흰 갈매기와 응대하리니
可爲洗心言 / 더불어 마음을 씻는 말을 할 수 있으리?
♣32
索居猶幾日 / 쓸쓸히 외로운 곳에서 며칠을 지내니
炎夏忽然衰 / 한 여름에 갑자기 풀이 시든다.
陽彩皆陰翳 / 햇빛은 모두 그늘에 가려지고
親友盡睽違 / 친구들은 다 멀리 떨어져 산다.
登山望不見 / 산에 올라 바라봐도 보이지 않아
涕泣久漣洏 / 눈물만 계속해서 줄줄 흐른다.
宿夢感顏色 / 늘 용모가 쇠퇴해 지는 걸 꿈꾸니
若與白雲期 / 차라리 흰구름과 기약하련다.
馬上驕豪子 / 말 위의 오만한 자들이여
驅逐正蚩蚩 / 명리를 추구함은 어리석은 짓이라네!
蜀山與楚水 / 촉산과 초수는
攜手在何時 / 언제나 손을 마주 잡으려나?
♣33
金鼎合神丹 / 황금 솥으로 신선의 단약을 만든다니
世人將見欺 / 세상 사람들 모수 속아 넘가겠다.
飛飛騎羊子 / 거침없이 날아다니는 기양자가
胡乃在峨眉 / 어찌 아미산에만 머물고 있겠는가?
變化固幽類 / 모든 만물은 변화해서 사라지게 마련이니
芳菲能幾時 / 꽃향기가 얼마나 갈 수 있겠는가?
疲屙苦淪世 / 지치고 병들어 참으로 고통스럽고
憂痗日侵淄 / 근심과 후회가 날로 몸에 스며든다.
眷然顧幽褐 / 아위움에 검은 삼베옷을 돌아보니
白雲空涕洟 / 흰구름을 바라보며 공연히 눈물만 흘린다.
※騎羊子 : 周成王 때의 은자로 이름은 葛由이다. <列仙傳>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 갈유는 촉의 羌人이다. 주성왕 때 목각으로 양을 만들어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어느 날 아침 목각 양을 타고 촉중에 들어갔는데 촉중의 왕후와 장상들이 그를 따라 綏山에 올랐다. 아미산 남서쪽의 수산은 복숭아가 많고 끝이 없을 정도로 높았다. 그를 따라갔던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고 모두 신선의 도를 체득했다.”
♣34
朔風吹海樹하니 / 삭풍이 해변의 나무에 몰아치니
蕭條邊已秋이라. / 쓸쓸한 변방은 이미 가을이다.
亭上誰家子오? / 망루에 오른 자는 누구의 자식인가?
哀哀明月樓라. / 달 밝은 수루에 슬픔에 잠겨있다.
自言幽燕客이니 / 스스로 말하기를 유주의 나그네인데
結發事遠遊라. / 성년이 되어 멀리 고향을 떠나 종군하여
赤丸殺公吏하고 / 붉은 탄환을 집으면 관리를 죽였고
白刃報私仇하네. / 하얀 칼날을 잡으면 사사로운 원수를 갚아주었다.
避仇至海上하여 / 원수를 피해 해변 가에 이르러
被役此邊州라. / 이 변방에서 수자리를 복역했다고 했다.
故鄉三千里하고 / 고향은 삼천리나 멀리 떨어져 있고
遼水復悠悠라. / 요수는 또한 아득하기만 하다.
每憤胡兵入하여 / 오랑캐 군사들이 쳐들어올 때마다 분격하여
常爲漢國羞러라. / 언제나 중국의 수치로 여겼다고 했다.
何知七十戰하며 / 어찌 알겠는가? 전투를 70여회나 치르면서
白首未封侯를. / 머리 하얗게 변했는데도 후가 되지 못한 이유를!
※赤丸)과 白刃 : 《漢書 尹賞傳)》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 장안에 교활한 무리들이 점점 많아져 마을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관리를 죽이고 뇌물을 받고 대신 원수를 갚아 주었는데.
서로 구슬을 찾아 탄환으로 삼았다. 붉은 구슬을 집은 자는 무관을 습격하고 검을 구슬을 집는 자는 문관을 공격했으며 흰 구슬을 잡은 자는 죽은 동료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35
本爲貴公子러니 / 원래 나는 좋은 집안의 자제였는데
平生實愛才러라. / 평생토록 실로 재주를 아꼈다.
感時思報國하여 / 시국의 위험을 느껴 보국의 일념으로
拔劍起蒿萊러라. / 칼을 뽑아들고 초야에서 일어났다.
西馳丁零塞하고 / 서쪽의 정령까지 달려갔고
北上單于臺러라. / 북쪽으로는 선우대에 올랐다.
登山見千里하니 / 산에 올라 천리 밖 먼 곳을 조망하니
懷古心悠哉러라. / 옛 생각에 마음은 끝이 없다.
誰言未忘禍오? / 누가 재앙을 잊지 않았다고 하는가?
磨滅成塵埃러라. / 닳아 없어져 먼지가 되고 말았는데!
♣36
浩然坐何慕오? / 호연한 뜻은 무엇을 추구하기 위함인가?
吾蜀有峨眉러라. / 우리 촉 땅에는 아미산이 있다네.
念與楚狂子하니 / 초나라의 미치광이 접여를 생각하니
悠悠白雲期러라. / 유유히 흰 구름 따르기를 기약한다.
時哉悲不會하니 / 세월이여, 때를 못만났음을 슬퍼하여
涕泣久漣洏러라. / 눈물만 하염없이 흐른다.
夢登綏山穴하고 / 꿈속에서 수산의 동굴에 오르고
南采巫山芝러라. / 다시 무산의 영지를 캐러 남쪽으로 갔다.
探元觀群化하고 / 도를 탐구해 만물의 변화를 관찰하고
遺世從雲螭러라. / 세상을 등지고 구름을 몰고 다니는 용을 쫓는다.
婉孌時永矣러니 / 아름다운 자태의 용을 영원히 따르려고 하는데
感悟不見之러라. / 꿈에서 깨어나니 용은 간데없다.
♣37
朝入雲中郡하여 / 아침에 운중군에 들어가서
北望單于臺하네. / 북쪽의 선우대를 쳐다본다.
胡秦何密邇오? / 오랑캐와 관중 땅은 어찌 그리 가까운가?
沙朔氣雄哉라. / 북방 사막의 기세가 웅장하다.
藉藉天驕子는 / 어지럽게 흩어져 사는 교만한 오랑캐
猖狂已複來라. / 미쳐 날뛰더니 다시 침범했다.
塞垣無名將하고 / 변방의 성채에는 이름난 장수 없고
亭堠空崔嵬라. / 봉화의 망루는 헛되어 높기만하다.
咄嗟吾何歎가? / 아아, 내 어찌 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邊人塗草萊로다. / 변방 백성의 피가 들풀을 물들였는데!
♣38
仲尼探元化하고 / 구세에 뜻을 둔 공자는 도의 이치와 변화를 탐구했고
幽鴻順陽和로다. / 추위에 떠는 기러기는 따뜻한 양지를 따른다.
大運自盈縮하여 / 천체의 운행은 스스로 진퇴를 거듭해
春秋遞來過하네. / 봄과 가을은 차례로 왔다가 지나간다.
盲飆忽號怒하니 / 가을 폭풍이 갑자기 몰아치니
萬物相紛劘라. / 만물은 어지럽게 갈라지고 손상되었다.
溟海皆震蕩하니 / 넓은 바다가 모두 요동을 치니
孤鳳其如何리오? / 외로운 봉황이 이를 어찌 알겠는가?
※孤鳳 : 공자를 가리키나 한편으로는 시인 자신을 암시한다. 초나라의 광인 接輿가 공자가 탄 수레 앞을 지나가면서 “봉황새여, 봉황새여! 어찌 덕망이 그리도 쇠했는가? 이미 지나간 일은 다시 말할 수 없고, 앞으로 다가올 일은 쫓아갈 수 있다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지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위태롭다네!“”라고 노래 불렀다.《논어· 微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