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빛요정의 역전만루홈런을 꿈꾸며
달빛요정의 1집을 어찌어찌해 듣게 된 그날 정말 망치로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듯 정신이 없었다. 또박또박 들리는 발음에 가슴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서서히 올라왔고 완벽하게 공감되는 가사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정신을 차려 다시 앨범을 보니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InfieldFly]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왔고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졌다. 뭐 그렇게 심오한 것도 아니고 모르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순간들을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얹어 이토록 예리한 통찰력으로 건져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도대체 달빛요정은 누군가? (달빛요정 공식홈페이지: http://www.rockwillneverdie.com) 홈페이지를 보면 궁금증이 더 증폭된다.
2003년 2월, 홈페이지 오픈과 동시에 가내수공업으로(?) 제작된 앨범을 발매한 그는 순전히 입소문으로 1년 만에 1599장의 앨범을 판매 완료한다. 지금 나오는 1집에서 가장 주목되는 2곡이(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 내 인생) 방송금지곡으로 묶여 제대로 홍보를 못했음에도 중앙지와 각종 잡지에서 인터뷰 요청이 끊이지 않았고 작년 4월 정식으로 유통된 앨범은 꽤나(?) 많이 나갔다. 작년 12월 갖고 있던 장비까지 팔아 'Sophomore Jinx' 라는 흥미로운 타이틀의 EP를 발매하고 하고 라이브에 나선 달빛요정. 한차례 지방투어를 마무리한 그를 만나 지금까지 궁금했던 부분에 대해 1시간 40분가량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 달빛요정의 프로모션을 맡고 계신 아름다운 동행의 송선영 실장님도 인터뷰에 참여하셨습니다.
◎ 달빛요정 앨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InfieldFly
2003.02.06 발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SophomoreJinx
2004.12.10 발매
Intro 달빛요정: 그거 봤어요? 또 하던데. 인디 레이블 지원해 주는 거. 송실장: 아 그거. 김기자: 어디서 보셨어요? 달빛요정: [인디 속 밴드 이야기]에 들어갔더니 대문에 있던데요. 김기자: 아 저희 사이트에서 보셨구나. 신청하시면 되겠네요. 달빛요정: 작년에 지원했는데 안됐어요.
김기자: 어 그래요? 올해다시 해보세요. 될 만한데. 어쨌든 반갑습니다. 달빛요정님. [인디 속 밴드 이야기] 최다추천 뮤지션이신데 이제야 뵙네요. 송실장: 이런 얘기 들으면 보면 굉장히 유명한 거 같아.
달빛요정: 아 제가 인디도 아니고 오버도 아니고 그래서 그래요. 류감독: 아니 나는 인디 얘기 먼저 하고 싶은데요. [인디]라는 개념들이 좀 잘못된 거 같아요. [인디]하면 라면 끊여 먹어야 되고 배고파야 되고 지하에 있어야 되고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저희도 인디 사무실이라고 얘기할 수 있거든요. 근데 저희는 지하도 아니고 꼭대기에 있어요. (상상공장 사무실은 4층 ^^;) 저는 [인디]는 언더보다도 오버보다도 더 가능성 있는 문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존의 개념에서는 좀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고요. ‘못’이나 ‘달빛요정’을 그렇게 보거든요. 이쪽에서 시작하면 무조건 언더, 인디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어떤 계기나 자극을 받아서 시작하는 거잖아요. 달빛요정: 그렇죠. 제 꿈이 무슨 인디 음악 하는 것도 아니고요. 음악을 하려는 거지 인디 음악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무슨 인디 투사도 아니고. 펑크도 아니고. 가요를 하고 싶은데 안 들어주니까 인디를 하는 거죠. 아니 사람들이 듣기에는 인디가 된 거죠. 류감독: 저는 우리가 더 독창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인디]라고 가정했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것을 할 뿐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인디밴드다 뭐다하는 자체가 좀 고루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달빛요정: 근데 그 가치관 자체가 바뀔 수가 없다고 봐요. 미디어나 방송이 대중문화를 장악하고 있는데 지금 제 친구들만 봐도 TV에 안 나오면 가수 취급도 안 해주거든요. 결국 TV에 안 나오니까 인디인 줄 알잖아요. 어쩔 수가 없어요, 현실이 분명히 그러니까 저도 제 음악을 인디음악이라 하고 싶지 않지만 인디음악이 된 거고. 근데 또 인디 음악만 듣는 분들에겐 제 음악이 인디가 아니죠. 그 사람들이 듣기에는 제 노래가 가요거든요. 달리지도 않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겉으로 보이는 인디 음악의 이미지들, 외양적인 이미지들. 그러니까 가요 듣는 사람들한텐 제가 인디지만 인디음악을 듣는 사람들한텐 인디가 아니죠. 되게 어중간한 위치예요. 류감독: 저는 독특하고 재밌고 좋던데.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들을 잘 뱉어내고 있잖아요. 달빛요정: 예, 그건 제가 우리나라에서 젤 잘하죠. (일동웃음)
류감독: 그런 측면에서 저는 김민기 씨가 떠오르더라고요. 달빛요정: 그건 좀 과분한데. 류감독: 그때는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가 없었잖아요. 은유라던가 비유를 통해서 했던 건데 그분도 처음부터 저항을 하거나 그런 생각은 아니었을 텐데 주변에서 그렇게 보니까 또 의식이 생기고 그렇게 되어 가지 않았나. 가요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댄스처럼 흥겹게 가는 것도 있고 하시는 것처럼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있고. 메시지에서 그런 것들을 잘 잡아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잘 다가오고요. 그런 면에서 달빛요정 같은 경우에는 참 기깔나다고 할까요. (웃음) 달빛요정: 고맙습니다.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니. 김기자: 처음에 소문을 듣고 음악을 찾아서 들었는데 한방 맞은 기분이었어요. 달빛요정: 1집이 좀 그래요. 김기자: 음악을 잘 모르는 친구한테 이런 달빛요정 이야기를 해줬는데 (신선한 음악이 있다고) 얼마 있다 그 친구 싸이를 들어가 보니 배경음악이 달빛요정음악이더라고요.
* 김기자의 되새김: [인디]라는 말, 사실 여전히 애매하다. 지금은 홍대 앞에서 활동하는 밴드 내지 밴드 활동을 하는 팀들이면 인디밴드라고 부르는데 사실 본래의 인디는 굉장히 얻기 힘든 말이다. Indie 를 주류의 상업 자본에 대항해서 독립적으로 음반을 만들고 유통 및 판매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볼 때(직접 만들던 인디 레이블에서 만들던) 인디 레이블은 있어도 나름의 유통라인이 없기 때문에(본인이 on&off 라인으로 직접 팔지 않는 이상은) 엄격한 의미에서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 만들어 팔았다고 해도 뮤지션이 인디의 마인드를 지향하고 그러한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면(기획사에 컨택이 되지 않거나 단지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면) 본래적인 의미의 인디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있다. 그 주류의 상업자본이라는 것을 어디까지 볼 것이며 상업적이라는 것의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인가?(상업적이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하지 말고 한 번 생각해보자. 근데 인디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복잡한 문제 같지만 거꾸로 [인디가 왜 생겼을까?] 를 생각하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독립적으로 음반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뮤지션이 꿈꾸는 음악을 최대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일 텐데.(돈도 적게 들겠지만) 그런 측면에서 보면 다양성과 독창성이 돋보이고 오리지널리티가 발현되는 것을 인디라고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 같다. 물론 달빛요정의 말대로 인식이 바뀌는 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네이버 지식인에 들어가 보면 본래적인 의미와 함께 위와 같은 식으로 써 있는 답변이 많다.(되려 뮤지션들이 인디라는 단어에 더 부정적인데 단어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 때문인 경우도 있고 본인은 그런 마인드가 없는데 밴드 한다고 무조건 인디라고 하니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언어라는 것은 다수의 약속이다. 시간이 지나면 맞춤법도 변하고 단어의 의미도 변하는데 [인디]만 변하지 말라는 법 있나? 왜 꼭 그 단어에 집착 하냐고 묻을 수도 있는데 생각해봐라. 마땅한 다른 단어가 있나? 그냥 밴드? 언더? 비주류? 원래 [인디]라는 단어는 참으로 빛나는 단어다. 독창적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디]가 될 그날까지 가보자!
1. 근황부터 들어가죠. 지난 주말에 전주와 광주에서 공연을 하셨는데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2월 달에 부산, 대구 공연을 포함해 지역적 차이라던가 분위기라던가 지방투어에 대한 소감 부탁합니다. 달빛요정: 어차피 공연이라고 해봤자 지금까지 태어나서 6번한 거예요. 작년 12월에 한번하고 2월 달에 하고 그러니까 서울에서 2번하고 부산, 대구 갔다가 지난주에 신촌에서 한번한가죠. 서울도 그렇게 좋진 않지만 지방은 많이 열악해요. 음악 할 때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부산도 그렇고. 부산은 그래도 사람이 좀 오긴 하지만 이건 뭐 장비가 완전히 ‘헉’ 이러면서 널브러지는 수준이거든요. “엠프가 뭐 이래” 이러면서. 뭐 분위기도 좋고 사람은 오긴 해요. 사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 자기 돈 들여가면서 본전 치는 걸 목적으로 띄엄띄엄 내려가잖아요. 가면 분위기는 좋은데 하는 사람입장에서는 분위기만 좋지 리허설 할 때 그 스트레스는 --; ‘뭐야, 이거 사람들한테 권할 수 있겠어?’ 하다가도 막상 공연 시작되면 그냥 분위기로 가는 거죠. 그 정도로 열악해요. 사실 부산만 되도 괜찮은데 좀 작은 지역은 완전히 옛날 93~94년대 홍대 앞 클럽을 보는듯한 시스템으로 공연을 하더라고요. 좀 아쉽죠.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발전해서 너무 편중돼 있는데 어쩔 수 없어요. 문화적으로 문제가 많은 나라죠. 음악도 어느 한 장르에 편중돼 있고 발전 자체도 서울만 벗어나면 그런 상황이니까요. 김기자: 그래도 관객이 많이 모이나보네요. 송실장: 객관적인 기준은 없겠지만 지방 클럽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래도 오는 편이에요. 광주 같은 경우에도 예매 본 것 중에 제일 많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절대적인 수치는 적지만 뭐 그만큼 여건이 열악한 거죠. 분위기는 좋았어요. 이 친구가 얘기한 것처럼 지방 쪽에서 공연하기 힘든 건 현장구비 상태와 공연 컨디션 조건, 공연 인프라 때문이죠. 홍대 같으면 쌈지 바람이나 사운드 홀릭 등 클럽 자체 회원들이 있잖아요. 지방은 그런 폭이 너무 좁고 홍보할 수 있는 툴이 거의 없어요. 현지 방송 한두 번 출연하는 걸로 해결이 되진 않잖아요. 그런 거 외에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오는 건데. 사람이 오고 안 오고를 떠나서 [이 지역에서 공연을 한다]라는 걸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적어요. 서울은 비교적 많은데 큰 매체에 나가기가 힘든 거고 지방은 워낙 없는데다 나가도 사람들이 잘 모르고. 류감독: 그 부분에 대해서 저도 고민을 많이 했거든요. 아주 유명한 밴드가 어디에 갔더니 관객이 2명 왔더라. 그래서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데 저는 오히려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된 거 같아요. 왜 공연을 할 때 왜 클럽만 고집을 할까? 제가 겨울동안 국가 지원 사업 평가를 했거든요. 지방을 다니면서 평가를 했는데 거기는 진짜 차도 안 들어오는 오지에요. 그런데 한 달에 한번 구민들이 모이는 날이 있어서 공연을 하더라고요. 차라리 그때 가서 하면 효과도 더 좋지 않겠어요? 그들은 어떻게 보면 옛날 시네마 천국에서 보는 그 감성들이 있거든요. 사실 클럽은 인식 자체가 가는 사람만 가고 어린 사람만 가야되고 듣는 사람만 가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지죠. 그런데 어떤 지방이던 구민의 날 없는 데 없거든요. 그렇게 모일 때 차라리 그걸 타겟으로 다니면 효과가 훨씬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그러한 것은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상상공장에서는 향후 지방에서 그러한 프로그램들을 많이 하려고요. 지방 내려가는 이유가 방금 얘기했듯이 금전적으로 마이너스만 안 되면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다니는 거잖아요. 송실장: 그렇죠. 류감독: 그런 것들이 서로 어우러지게 된다면 같이 동참해 주시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달빛요정: 전 좋죠. 불러주시지 않는 게 문제인거죠. (일동 웃음) 송실장: 사실 그게 어떻게 보면 저의 역량과도 직결되는 부분인데 지역 네트워킹이 없다 보니까 지역 축제라던가 그런 부분을 잘 몰라요. 지금 이 친구를 포함해서 이다오, 황신혜 밴드, The bird라는 재즈 팀까지 전부 4팀을 하고 있는데 재즈는 사실 이쪽 밴드들보다 훨씬 더 폭이 좁죠.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가지로 시도는 하고 있지만 지역의 구민행사라던가 도시축제를 제가 잘 알질 못해요. 전에 제가 회사에 있을 때 블랙홀을 4년 동안 했었거든요. 블랙홀 같은 경우에는 90년데 초중반에 지명도가 꽤 높아서 블랙홀과 2년 넘게 전국을 다 돌아 다녔지만 당시에는 500석 이하의 공연장에서 한 적이 없었어요. 전북문화 예술회관, 학생회관 이렇게 큰 데서만 하다보니까 클럽은 저도 이번에 처음 도는 거예요. 클럽을 결정한 이유는 일단 섭외가 가능한 위주로 스케줄을 잡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고 물론 아쉬운 건 있지만 클럽에서 처음에 5명, 10명 온 건 별로 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번 공연으로 그 배수를 늘릴 수 있다면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처음에 조금 오고 나중에 많이 오는 게 행복한 일일 수 있죠. 계획을 잡고는 있는데 이 친구와 같이 활동하는 세션들의 일정이 맞아야 하고 이 친구와 저의 스케줄이 맞아줘야 하니까 변수가 있죠. 지금 부산이나 대구 쪽에서 리콜이 오고 있거든요. 요번 4월 22일 날 롤링홀 공연 끝난 다음에 6월 달에 정동극장 하기 전에 지방을 한 번 더 갈까 4월에 조그맣게 서울에서 할까 상의 중입니다. 지방을 가서 사람들이 5명이 오던 10명이 오던 물론 그런 적은 없습니다만 그 사람들한테 달빛요정이라는 음악을 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지역에서 하는 행사라던가 축제 등을 자연스럽게 컨택하려고 다니는 겁니다. 멤버들하고도 얘기를 한 게 한두 번 공연해서 승부 볼 게 아니니까 2년 정도 보고 스케줄을 잡고 있습니다. 류감독: 저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방법이 잘못됐다' 예요. 클럽 공연 보고 사람들이 더 오는 게 아니라 외부공연 보고 클럽으로 오게 돼 있거든요. 서울이나 그래도 사람이 많이 오는 부산, 대구 같은 지역을 뺀 나머지는 전략 자체를 그런 식으로 해서 ‘그 사람을 만나려면 클럽으로 가야한다’ 식으로 돼야지요. 일반 사람들은 클럽에 대해 잘 모르고 조금은 그곳을 무섭게 생각하잖아요. 가면 머리도 막 이렇고. 그게 인식이라는 거죠. 달빛요정: 그렇죠.
송실장: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달빛요정의 음악을 모르는 불특정 다수 앞에서 연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건 음악으로 풀 수 있는 부분이고 지금 현실적으로는 일단 달빛요정의 음악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 다가가서 조금이라도 전파시킬 수 있는 부분으로 접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류감독: 지금은 저희가 공연을 부탁하면 언제든지 오실 수 있다는 얘기죠? 송실장: 그럼요. 스케줄만 맞으면 갑니다. 달빛요정: 그럼요. 공연은 맨날 하죠. 김기자: 인터뷰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섭외를 --; 매번 방해하시는. * 김기자의 되새김: 이름 있는 밴드들도 지방에 갔다가 충격 먹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내려갈 엄두를 못내는 것도 있고 그렇다보니 그쪽 친구들은 공연에 목말라 하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서울도 평일에는 말이 아닌데 지방의 경우에는 그런 운영상황에서 음향시스템이나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뮤지션이 공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까지 고민하게 되는 환경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 축면에서는 류감독 님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한데 어차피 각 지방마다 한 달에 한 번 구민행사가 있고 축제가 있다면 그런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도 전략이다. 구민들이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좋은 음악은 감동을 주기 마련이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그 네트워킹을 밴드들이 하긴 힘들다는 건데 중간자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상상공장에서 준비하고 있다니 기대해보자. 혹시 아는가? 새로운 롤 모델이 만들어질지. 2. 처음부터 라이브를 염두 해두고 앨범작업을 했던 게 아니고 (예전 인터뷰를 보니 라이브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이야기들이 있는데) 예정에 없던 일이라 준비하는데 애로사항이 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작년 12월부터 라이브를 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클럽에서 라이브를 해보니 어떠신지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라이브를 생각하고 있는지? 달빛요정: 제 출신 자체가 작곡과 계열이었고 송라이터 출신이니까 연주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않아요. 밴드 음악을 되게 좋아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음악도 아니잖아요. 그전까지는 계속 미디로만 혼자 했으니까 4~5명이 모여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음악을 안 해봤어요. 해보니까 그런 재미가 있더라고요. 내가 좀 모자라는 부분을 전에는 밤새도록 혼자 했는데 드럼 치는 애한테 야 좀 쳐봐 하면 비슷하게 쳐주고 내가 하루 종일 찍어야 될 걸 걔는 금세 하고 밴드 멤버들 간의 그런 재미도 있더라고요. 이래서 밴드 음악을 한번 하면 얘들이 계속 하는구나. 그럼 생각도 들고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고요. 물론 결과물이 나오는 입장에서는 좀 다른 느낌이 있죠. 제가 음악적으로는 독선적인 게 강한 것도 있고 혼자안하면 내게 아닌 거 같아서 좀 그런 것도 있고요. 저는 혼자 막 하면서 어떻게든 뭘 하나 만들어 내는 스타일이거든요. 그 재미는 좀 없는데 같이 노는 재미는 있어요.
- 같이 하는 세션은 어떤 분들인지 소개 좀 해주세요. 달빛요정: 반은 동아리 후배들이고 인터넷 나머지는 음악 동호회에서 만난 후배들이거나 어떻게 아는 친구들이죠. 기타 치는 친구는 이재원이라고 동아리 뚜라미 후배고 건반 치는 친구도 동아리 후배 유승혜, 기타 치는 키 큰 친구는 김현우라고 음악 동호회에서 만났는데 실용음악과 출신이에요. 드럼 치는 친구는 허재평이라고 예전에 황보령 밴드에서 드럼 치다가 지금은 퀏츠도 하고 허클에서 베이스 치던 혁조랑 같이 밴드도 하고 하여튼 밴드를 많이 해요. 베이스 치는 친구는 미디 동호회에서 만난 정승팔. 원래는 일렉트로닉을 좋아하는 친구인데 부탁해서 하고 있는 거고요. 다 친한 동생들이예요. 제가 전속 엔지니어가 있어요. 허허(웃음) 전속 엔지니어 겸 로드 매니저가 있는데 정호중이라고 미국에서 엔지니어 공부하고 왔고 얼마 전에 나온 에브리싱글데이 믹스 서너 개 하고 그랬어요. 그 친구들이 공연 때 다 도와주는 거예요. - 연습은 어떻게 하세요? 요즘에 공연이 계속 있으니까 많이 하실 것 같은데. 달빛요정: 지방공연은 텀이 되게 적잖아요. 벌써 지난주에 3번하고 이번 주에 한번 하니까 4번이죠. 그 사이에 신곡 같은 걸 연마할 수는 없는 거고 그대로 맞춰보는 식으로 가는 거죠. 편곡은 다 돼 있어요. 음반이 있으니까 제가 했던 거에 대해서 라이브 느낌이 나도록 편곡을 하는 거고요. 연습은 처음에는 좀 빡세게 했는데 이제는 다 해봤으니까 합주실에 가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로 가볍게 호흡만 맞춰요. 너무 연습 많이 해도 지겨워요. 음악이 좀 그래서 많이 하면 지루한 음악이라.
* 김기자의 되새김: 달빛요정의 음악을 처음 듣고 한 대 제대로 얻어맞은 것 같은 신선함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1.5집이 나온 후까지 인터뷰가 늦어진 것은 라이브 때문이었다. 물론 원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앨범만 듣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라이브도 보고 싶었고 당시보다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만 같은 달빛요정의 1집 이후가 더 궁금했다. 어차피 매체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거기서 거기니까. 어쨌든 그는 1.5집을 내고 라이브를 하기 시작했고 지방투어까지 다녀왔다. 라이브를 보러 가기 전에 약간 걱정이 됐지만 사실 원맨 프로젝트인 달빛요정의 라이브가 뛰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 자체가 무리다. 이 씬에서 활동하는 밴드들과는 방법론적으로 틀리지 않나. 밴드 음악이 몇 달 연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무대 위에서 연주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냥 라이브로 그 음악을 듣고 싶었다. 특히나 달빛요정의 음악은 밴드 스코어의 라이브에서는 앨범 같은 느낌을 주기는 힘들다. (달빛요정이 엔지니어를 보지 않는 이상은.) 어쨌든 앞으로 더 나아지겠지만 역시나 중요한 것이 시스템이 안 좋고 사운드가 어쩌고를 떠나서 우선 곡이 좋으면 다 용서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밴드들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다. 연주를 잘하고 라이브를 잘해도 곡이 안 좋으면 누가 음반을 사겠는가.
3. 지난 목요일에는 일본 니혼 TV와 인터뷰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요. 어떻게 성사된 것인지 일본 진출은 어느 정도 진행 중인지 궁금하네요. 송실장: 연결은 제가 한 것이고요. 기회만 된다면 진출은 당연히 생각이 있습니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습니다. 그 인터뷰 코너는 사실 니혼 TV에서 우리나라 연예인 위주로 세븐, 휘성 등 뜬 가수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요. 그 프로에서 뮤직비디오 소개해주고 가수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일단 뮤직비디오가 있어야 되거든요. 전에 습작으로 만든 게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만들었어요. 당장의 효과는 미약하겠지만 계속 지명도를 쌓아 나가야죠. 어차피 그런 부분들은 이 친구가 계속 활동을 하면서 움직여 나가야 빛을 볼 수 있는 거니까요. 그리고 저는 매니저 출신이 아니고 음반 기획, 관리자 출신입니다. 다른 밴드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잘 몰라요. 제가 가요 쪽에서 일을 했지만 음악 기획하던 사람이고. 이 친구는 제 학교 후배라 알게 된 거고 이다오나 더 버드 같은 경우는 제가 음악 듣고 하나음악 조동진 사단에 가서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성사된 거고 형태도(황신혜 밴드) 학교 후배라서 일을 제가 도와주는 개념이죠. 외부에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매니저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형태가 다하거든요. 더군다나 형태는 재주가 많아서 공연보다 다른 걸 많이 하잖아요. 오히려 제가 형태 음반보단 책 돌리고 그런 상황이죠. - 처음에 두 분이 어떻게 만나셨어요? 송실장: 이 친구가 인터넷 상에서만 음반을 팔 때 저를 찾아왔어요. 음반을 낸 것도 몰랐는데 찾아왔죠. 한 6개월 정도 지나서 제가 [아름다운 동행]이란 팀을 운영하게 돼서 도와줄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이 친구한테 다시 연락을 했죠. - 학교 선배라서 찾아가신 건가요? 달빛요정: 제가 아는 음반 관계자가 없잖아요. 시디 나왔다고 드린 거죠. 뚜라미 선배셨으니까. 송실장: 뚜라미의 기본 개념은 창작곡 연구회입니다. 저는 활동할 시기가 이 친구와는 워낙 차이가 많이 나고요. 아주 먼 옛날에 고은 이정란이라는 팀이 있었는데 그때 제가 은이하고 정란이랑 같이 했었죠. 류감독: 앗 그래요? 그 얘기도 되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뚜라미’하면 고은하고 이정란 아니에요. 너무너무 좋았고 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의 어떤 정서가 너무 잘 들어오죠. 저도 되게 좋아하거든요 특히 고은이 씨 같은 경우. 송실장: 그러세요? 그때 서클 회원들의 습작으로 판을 냈는데 시장에서 그게 반응이 되게 좋았죠. 류감독: 음반도 갖고 있어요. 송실장: 그러세요? - 그럼 유통과 매니지먼트를 해주고 계신 거죠?
송실장: 그렇죠. 유통은 제가 유통사에다 대행을 준거고요. 매니지먼트를 제가 하는 거죠. 제가 매니지먼트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하는 거죠. 기존 가요와는 다른 매니지먼트로 하고 있어요.
4. 근황을 묻느라 첫 질문이 뒤로 좀 밀렸네요. 다른 인터뷰에도 많이 나와 있지만 좀 자세하게 처음에 음악을 접하게 된 계기와 음악적 행보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달빛요정: 신스 팝, 뉴웨이브 계열의 아하, 듀란듀란 을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듣기 시작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메탈리카가 판을 내서 메탈리카가 뒤흔들었죠. 록 들으면 기타치고 싶잖아요. 나도 ‘꽹’ 그런 거 하고 싶어서 집에 졸라서 기타하나 사가지고 친구들하고 놀고 그랬어요. - 근데 집에서 쉽게 사주셨어요? 보통은 안사주지 않나요? 달빛요정: 안된다고 하죠. 근데 그런 거 있잖아요. 10등 안에 들면 사준다.(웃음) 그렇게 해서 샀다가 고등학교 때는 띵까띵까 통기타 좀 치다가 피아노도 좀 치고 어릴 때 피아노는 배웠으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거였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피아노 치면서 곡 만드는 걸 시작했죠. 그러다가 대학에 들어가 뚜라미에서 정기 대공연 그런 거 하고 군대 가서는 군대가 아니지. 방위 가서 알바해서 장비사고 그 당시가 미디 음악이 처음 시작될 때였거든요. 저는 방위할 때 매일 집에 가서 사운드 카드 이런 거 사가지고 녹음해보고 그것밖에 안했어요. 미디만 했으니까 그때 많이 늘었죠.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가요계가 상황이 되게 좋았어요. 곡을 좀 쓸 줄 아니까 곡을 팔아먹어도 먹고 살 수 있겠구나 생각해서 하려고 했는데 졸업을 하고 나니까 이건 뭐. 98년부터 시작해서 안 좋아지려는 조짐이 보이더니 IMF터지고 (곡 몇 개 팔아먹었지만 다 깔리고) 취직하려고 했다가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습작앨범을 하나 낸 거죠. 내 인생의 20대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낸 게 인필드 플라이였는데 그게 반응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예요. - 혹시 집에 음악 하는 분이 계세요? 달빛요정: 전혀 없어요. 그냥 혼자 듣게 된 거고 친구 따라 듣는 거고
5. EP 타이틀이 ‘Sophomore Jinx’ 인데 참 재밌네요. 1집도 그랬지만 기획적인 측면에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항상 할 말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앨범이 나온 지 3개월 정도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 것 같나요? * Sophomore Jinx : 데뷔시에 큰 주목을 받은 경우 다음 경기나 작품으로 그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기 힘들다는 징후를 의미하는 용어. 달빛요정: 제가 의도한 반응하고 똑같아요. 그럴 줄 알았어요. 분명히 사랑노래 타령이다. 달빛요정 변했다. 분명히 그런 얘기 들을 줄 알았고 그래서 그런 말 못하게 ‘Sophomore Jinx’ 라고 이름을 붙인 거고 제가 이런 말하는 건 그렇지만 음악을 글로 평가하는 걸 되게 싫어해요. 나쁘게 얘기하면 ‘좆도 모르면서’ 내 입장은 그거죠. 해보라 그거죠. 잘 모르면서 어디서 번역이나 해가지고 평론이나 하면서. 이렇게 말하면 싫어하시겠지만 그런 사람이 분명히 있어요. 마치 번역을 자기 글인 양 쓰는 말도 안 돼는 그런 사람들 엿 먹이려고 그런 제목을 붙인 거예요.
사실. 제 음반이나 가사 자체가 다중적인 의미가 되게 많이 있어요. 원래는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를 싱글로 하고 싶었는데 싱글은 팔아먹을 수가 없으니까 EP를 낸 거고 정규 앨범에 들어가지 않은 노래, 러브송들을 쭉 넣어 논 거죠. 일종의 그것도 습작이에요. 그러고 보면 앨범이 반은 제가 믹스를 했고 반은 아까 말한 후배가 믹스를 했어요. 정식 녹음실에서 믹스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나올까 연습해 본거고 해보니까 2집 작업 땐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들이 있죠.
‘어차피 난 이것밖에 안돼’ 가 스트레이트 하고 노래에 욕설 같은 게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타이틀로 넣은 것도 있거든요. 그 노래가 95년도엔가 만든 거라 10년 정도 된 건데 그 당시 제 감성이에요. 서른셋의 감성으로는 유치해서 못쓰죠. 사실 10대 애들은 위한 건데 제 나름대로 의도가 있어요. 아 이렇게 욕설을 써주면 분명히 음악을 좀 많이 듣는 중 고딩들이 좋아할 것이다. 근데 반응이 다 그래요.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그 노래 듣고 속 시원해하니까. 요즘 힙합하는 애들이 욕설 들어가면 좋아하는 것처럼 그런 반응을 의도했던 거였고 나머지 노래들은 보너스 트랙 같은 성향이 강해요. 연습인거고 그래서 EP를 낸 거죠. 제가 1집을 내고 다 금지 먹어서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었고 올해를 넘기면 안 된다. 2004년을 넘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3개월 동안 해보니까 그동안 작업할 수 있는 게 딱 7개.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10월 달에 마스터링하고 정리해서 12월 달에 나온 거죠.
- [어차피난 이것밖에 안되]는 클린 버젼도 심의를 통과 못한 걸로 아는데요.
달빛요정: SBS만 통과가 안됐어요.
송실장: 나머지 방송국은 1번 트랙만 심의가 안 나고 클린 버전은 다 났고요. SBS는 클린 버전도 안 났어요.
- 바라던 데로 되셨네요.
달빛요정: 바라던 게 아니라 그럴 줄 알았어요.
달빛요정: 못 벌었죠. 벌릴 리가 있나요.
- 그것도 예측을 하셨을 거 같은데요.
달빛요정: 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러니까 ‘Show me the money’ 라는 곡 자체도 되게 부끄러운 노래예요. 사실 원래는 그게 옛날에 어떤 선배 형이 드라마 주제가 해달라고 해서 가볍게 쓴 노래거든요. 근데 들려주니까 가요 듣는 애들은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이제 드디어 음악의 퀄리티가” 이러면서 내가 아무렇게나 막 쓴 노래를 가지고 수준이 높아졌다고 하는 거죠. 아. 이게 진짜. --; 그때까지는 제목이 없었는데 그래서 Show me the money 로 제목을 붙였어요. 흥겨우니까 그거 좋아하는 사람들 많아요. 돈을 번다기보다는 다음 앨범을 내기위한 텃밭을 좀 갈아 논다고 할까요. 그렇게 해서 일단 대중적인 트랙이 하나 있으면 나중에 홍보하기도 좋고 사람들이 부담스럽게 생각하진 않으니까요. 제 노래가 심야 방송이 아닌 다음에는 라디오 방송에 나오기는 부담스러워요. 대낮에 그렇게 어둡게 얘기하면 기분 나쁘잖아요. “여러분 아름다운 아침이죠. 식사 많이 하셨어요?” 그러고 있는데 거기서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우리나라 인디 음악이 안 나오는 거 아니에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을 수 트랙을 만든 게 그거예요.
송실장: 근데도 안 나와.
달빛요정: 안 나오죠. 게임방에서 많이 나온데.
* 김기자의 되새김: [어차피난 이것밖에 안되]와 클린 버전 [어차피난 이것밖에 안돼]등 같은 곡을 2가지 버전으로 만든 건 1집에서 가장 훅이 강한 ‘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 내 인생’ 두곡이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책인데 ‘안되’와 ‘안돼’라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철자법상 안돼가 맞는데 일부러 틀리게 적은 것이란다) 달빛요정 참 재밌는 사람이다. 더구나 클린버전에선 [나에게 이 세상은 개좆같아]가 [나에게 이 세상은 가족 같아]로 변신했으니 ^^; 어쩌면 달빛요정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고 너무 많은 것이 예측가능해서 괴로운 건지도 모르겠다.
6. 사람들이 1집을 듣고 달빛요정한테 기대하는 게 있잖아요. 팬들 입장에서 EP가 크게 의외도 아닐 거 같거든요. 이미 보여줬던 모습들 중에 비중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일 뿐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앨범 타이틀을 Sophomore Jinx라고 붙이고 그런 식으로 곡의 비율을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달빛요정: 그러니까 그게 싫었어요. 그래도 제가 뮤지션인데 인터넷을 하다 보면 평론이 보이거든요. [달빛요정은 가사만 좋은 뮤지션] 이런 말 많이 봤어요. 저도 인정해요.
류감독: 다음 앨범은 기대가 더 많이 되네요.
달빛요정: 얼마나 좋은데요. 장난 아니에요.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을 것 같은데. 히히히
(일동웃음)
류감독: 나는 뮤지션들이 평론가들을 위한 음반을 안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전에 모 밴드하고 인터뷰를 했는데 자기들은 “평론가 말 절대 안 믿는다. 평론가 극찬→ 음반판매량 저조 ,평론가 악평→ 앨범판매 최고” 뭐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음반은 뮤지션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하는 거지.
달빛요정: 근데 신경이 쓰이니까요.
달빛요정: 저는 라이터이기 전에 리스너고 음악을 많이 들으니까요. 많이 다 듣죠. 유명한 웹진들 있잖아요. 그런 거 다 보고. 근데 보고 있으면 좀 한심스럽고. 거의 뭐 번역체 번역도 아니고 이건 평론가들이 자기 글발 세우느라고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현실을 더 인식을 못해요. 바보라고 그게.
* 김기자의 되새김: 첫 앨범으로 강하게 훅을 날리며 등장,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달빛요정. 미쳐 두 번째 앨범이 나오기도 전에 1.5집의 타이틀을 Sophomore Jinx 라고 이름 붙여 자신의 앨범에 대해 평을 할 평론가들의 뒤통수를 치고 Show me the money 로 자신의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의 뒤통수도 마저 친다. 앨범을 살펴보면 사실 맥락은 같다. 다만 비중의 부분에서 그가 왜 그렇게 했는지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숨겨진 의도가 파악된다. 그래서 질문했는데 솔직한 달빛요정 말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어쩌면 그래서 뒤통수를 맞아도 웃으며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의 그런 패기가 되려 신선하게 느껴지고 기대된다. 더 멋지게 우리의 뒤통수를 갈겨주길!
달빛요정: 글 작업을 했다기 보다는 독문과 출신인데 글을 쓰고 싶어서 문과대에 들어간 거거든요. 사실 남자가 문과대 들어가면 취직도 안 되고 좀 그렇거든요. 원래 국문과에 가려고 했는데 그때 독인이 통일돼서 아씨. --; 아버지가 외국어 하나 하지 않겠냐고 해서 갔는데 독일어는 재미 하나도 없고 독일 말이 또 되게 칙칙하거든요. 독일어 하나도 모르는데 지겹고 어려우니까 글을 많이 썼죠. 옛날부터 혼자서 끄적거리고. 친구들이 잡지사에서 많이 일해서 음악칼럼은 아니고 이것저것 두어 개 쓴 적은 있는데 잘 안 해요. 달빛요정 이름을 걸고 그런 칼럼 쓰는 게 사실 좀 쪽 팔리거든요. 부탁을 하니까 쓰긴 하는데 제가 어둡고 좀 그런 이미지도 있잖아요. 물론 저는 일종의 블랙코메디 같은 성격으로 노래를 만들고 ‘엿 먹어라’ 그 식인데 사람들이 보기에는 단어가 가진 일차적인 이미지 때문에 다르게 생각 하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은 국어 시간에 시를 배우면서 이해를 못하고 답을 외운 사람들이죠. 그 사람들한테는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이런 것들이 되게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예요. 충분히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어들인데 말이에요.
(일동웃음)
달빛요정: 아 내가 키 크고 진짜 사람들이 얘기하는 그런 빈티지 룩이 어울리는 사람이었으면 판을 500장은 더 팔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는데 뭐 어쩌겠어요. 팔자가 이런데.
달빛요정: 기획기적인 측면이라기보다는 노래를 싱글 단위로 안 들어요. 곡 제목은 하나도 몰라도 쭉 들어요. 가요는 잘 안 듣지만 외국의 판들 들어보면 앨범의 흐름이 있잖아요. 소위 말하는 프로그래시브 그런 팀들의 컨셉 앨범이 아니더라도 앨범의 구조가 잘 흘러가는 것들이 있어요. 그걸 생각하고 있는 거죠. 저도 소위 말하는 80년 대 중후반에 대해 그때는 잘 모를 때니까 핫뮤직 이런 거 보면서 위대한 앨범 핑크 플로이드의 무슨 앨범 아트록의 어쩌고 이탈리아 프로그래시브의 컨셉 앨범들이 완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때는 그게 진짠 줄 알았죠. 진짜긴 해요.
8. 누구나 살면서 가슴 한 켠에 응어리들을 가지고 살긴 하지만 겉으로 보면 그다지 가사와 같은 정서를 갖아야 하는 인물로 보이지는 않거든요. 음악을 하게하는 원동력이랄까 그런 정서를 갖게 하는 원인이 뭔가요?
달빛요정: 음악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음악을 좋아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음악을 하고 싶은데 이 나라에서 음악을 하면 안 된다는 그게 응어리죠. 무슨 말인지 아시잖아요. 음악을 되게 하고 싶은데 음악을 하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해요. 그게 계속 응어리가 돼서 내가 삐뚤게 세상을 보는 이유고. 사실 서른 셋, 넷 제 나이 정도 되면 적당히 돈 벌어서 어디 방하나 얻고 어디 가서 술이나 먹고 회식하면서 룸빠 한번 가고 이게 정상인데 뭐 나는 돈도 없고. 그거에 대한 한계인거죠.
- 그런데 거꾸로 보면 처음에 달빛요정이 직접 앨범을 만들고 홈페이지에서 판매를 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전해지고 사람들이 앨범을 구매한 걸 보면 그 시대를 관통하는 정서라고 할까요? 그런 게 분명히 발현됐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박민규 씨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있지만 누가 누굴 따라하고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시대의 정서가 그런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결과물들이 나오고 호응을 얻는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게 시대적 흐름도 중요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시점도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 음악작업을 하시는데 부담이 되진 않는지요.
달빛요정: 부담 되죠. 1.5집 내면서도 부담스러웠고 분명히 욕먹을 거라 생각을 했던 거고요. 근데 노래가 너무 많아서 사실 2집에도 새 노래 별로 없고 옛날 거 써요. 2000년 전에 만든 게 진짜 많거든요. 지금 2005년이잖아요. 그 뒤로 만든 건 한 5개. 그 당시 노래 가사가 훨씬 좋아요.
달빛요정: 가사를 먼저 쓰죠. 쓴다기보다는 가사를 머릿속에 먼저 생각하고 멜로디를 입히는데 내용을 생각하고 음절들을 조합해서 흥얼거리면서 만들어요. 그러니까 가사하고 멜로디가 같이 나오는 거죠. 그 멜로디에 맞는 발음이 있으니까 그럼 걸 다 생각해서. 제가 발음이 정확한 편이 아닌데 그나마 제 노래가 잘 들리는 이유가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이거든요.
- 귀에 쏙 들어오는 코러스도(일명 훅이 강한 사비) 그렇지만 솔직하고 통찰력 넘치는 가사도 둘째가라면 서러운데 가사에 대해 어떤 남다른 트레이닝이 있었나요?
달빛요정: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요. 누워 있다가 TV보다가 생각나고.
류감독: 왜 보니까 술 먹은 다음날 그때 제일 많이 쓴다던데(웃음)
달빛요정: 네, 맞아요. 러브송들은 다 그렇고요. 여자애들한테 채이고 바람맞고 하다가 누워가지고 뚱까 뚱까 만들고.
류감독: 그런 거 보면 굉장한 천재성을 지니고 있네요.
* 김기자의 되새김: 달빛요정의 음악은 어떤 사회적인 맥락들을 굉장히 자연스럽게 풀어나간다. 어떻게 보면 꽤 무거운 이야기들임에도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친근한 일상의 경험들을 솔직하고 똑똑하게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은 결국엔 다 러브송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어떤 부담감이 있는 것도 같다. 하지만 우리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그의 노래가 러브송일 뿐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니 러브송이라고 할 수도 있다. LOVE의 의미를 전 지구적으로 확대한다면. ^^
달빛요정: 처음 들어요. 고마워요(몹시 좋아하는^^;)어릴 때 엄마가 보내서 피아노 학원 다닌 거 외에는 저는 한 번도 뭘 배워 본적은 없어요. 제가 혼자서 독학한 거고 습작도 어느 순간 뭘 해야지 하고 의도해서 만든 게 아니라 하다 보니까 습작이 쌓이게 된 거고 그 습작 중에서 좀 건질만한걸 써먹고 있는 건데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의 표현이죠. 어차피 뭔가를 들려줘야 하니까. 제 노래가 좀 훅이 강한 편이거든요. 처음 들었을 때는 쉽고 부담이 없는데 자극적이진 않지만 듣고 나면 한동안 생각이 나거든요. 제가 습작한 결과물이 잘 된 건가보죠.
- 노래 연습은 따로 안하세요?
달빛요정: 공연 보셨잖아요. 그게 연습해서 되는 목소리가 아니거든요. 저 노래 못해요.
달빛요정: 저는 노래 만드는 걸 좋아했던 거고. 뚜라미 가서 노래는 한 번도 안했어요. 기타치고 피아노 치고 그랬죠. 저보다 노래 잘하는 애들 많이 있으니까. 노래방에 가면 잘 부르는 애들 있잖아요 가요스럽게. 사실 저 노래방가면 노래 진짜 못해요.(웃음) “니가 가수냐” 막 이러는데요.
송실장: 뚜라미에 노래 잘하는 사람 없어요.
류감독: 왜 고은이, 이정란 있잖아요.
송실장: 은이, 정란이 같은 경우 사실은 굉장히 연습을 많이 했어요. 대학가요제를 나가기 위해서 연습을 무지무지 많이 한 케이스고 실질적으로 여기가 노래하는 서클도 아니고 물론 뚜라미 출신가수는 있죠. 고한우라고.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창작곡 연구회일 뿐이에요.
달빛요정: 그냥 기타치고 놀면서 술 먹는 동아리에요.
송실장: 왜곡돼서 사람들이 노래하는 서클로 아는 거지 전혀 안 그렇습니다.
달빛요정: 그냥 연예하고 그런 거 있잖아요. 뚜라미에서 기타 배워서 과에 가서 여자애들한테 보여주고 그런 거지. 원래 기타 잡는 이유가 거의 작업 때문이잖아요.
김기자: 처음에 시작하게 된 이유 중 1/3은 그렇죠.
송실장: 니네 땐 그랬구나 (일동 웃음)
달빛요정: 원래 다 그런 거죠. 나도 음악 안했으면 여자 못 꼬셔요.
* 김기자의 되새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대부분 3가지 정도로 나뉜다. 하나는 교회에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모님이 기타를 사줘서, 여자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시작이야 다르지만 어쨌든 음악을 하는 것이 멋져 보이기 때문인 건 공통분모다.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다양할 수 있고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제일 궁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질문에 꼭 넣곤 한다. 어디선가 본 글인데 유명한 기타리스트에게 기타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고 했단다.(사람들은 그냥 웃어넘길 따름이었다.) 시작하게 된 그러면 어떤가? 그 사람이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과 그것으로 만들어 내는 세계가 중요한 것.
- 요즘에 곡 작업을 하시나요?
달빛요정: 대충 2집 곡이 다 있는데 어떻게 구성을 할까? 그런 게 좀 있죠. 곡 작업은 원래 마우스로 뭘 하는 걸 좋아해서 조금씩 해요.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컴퓨터 앞에 있는 걸 좋아하니까.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20대 때 만든 곡들은 2집으로 마무리 지으실 건가요?
달빛요정: 이젠 다 털어야죠. 곡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으니까. 게다가 또 어찌나 좋은지.
- 그것만 가지고 해도 몇 년은 걱정 없겠어요.
달빛요정: 한 5집까지 할 수 있다니까요. 진짜
* 김기자의 되새김: 달빛요정의 습작곡이 200여곡 정도 된다는데 참 그동안 많이도 만들었지 싶다. 어림잡아 10년 가까이 된 노래들일 텐데 만약에 만들어진 당시에 앨범이 나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인터넷 보급률 때문에라도 지금처럼까지는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하고 이 정서를 그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0여 년 전에 이런 노래를 만들고 혼자 애를 태웠을 달빛요정. 세상을 비뚤게 볼만도 하다. 한 가지 궁금한 건 이제 2집 이후로 달빛요정의 20대 정리가 되고 나면 그 다음 음악들은 어떨까?
10. 이번 EP 앨범 (녹음은 작업실에서) 믹싱의 일부와 마스터링은 스튜디오에서 작업되었는데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해보니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사운드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은가 보다. 믹싱을 한 정호중 씨와 (at Tone Studio(track1,2,3,6)) 마스터링을 한 곽석원 (at Seoul Studio) 씨에 대해서 소개 부탁합니다.
달빛요정: 믹싱한 친구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동아리 후배고 미국에 갔다 와서 한국에서 이쪽일 하고 있는 동아리 후배예요. 걔한테 하면 싸게 할 수 있고 말이 통하니까. 사실 싼 게 아니라 자기 돈 내서 믹싱을 했어요.(웃음) 원래 내가 돈을 줘야 되는데 자기가 돈을 내고 믹싱을 했으니 나는 공짜로 한 거죠. 해보고 싶어 하더라고요.
- 엄청 좋은 후배네요. 서로 이야기도 많이 했겠어요.
달빛요정: 그럼요. 10년 넘게 아는 후배니까. 한 학번 아랜데 거의 친구죠. 마스터링 한 분은 동아리 선배님의 동생 분이시고 형이랑 되게 잘 아세요.
송실장: 제 서클 친구의 동생인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가요음반의 30% 정도를 마스터링 했어요. 유명한 친구인데 저 때문에 이쪽 일을 시작하게 됐고 업무적이나 인간적으로 스타일을 잘 알고 맞춰주는 스타일이라 이쪽에서 마스터링을 하자고 했죠. 마음도 잘 맞고 음악도 잘 이해해주니까.
- 결과물에 대해서는 어떠세요. 스튜디오에서 작업도 했는데.
달빛요정: 노래 두 프로에 3곡을 했어요. 미쳤죠. 졸려 죽겠는데. 제가 믹스 한 것들은 사운드 자체가 후지긴 하지만 공을 들여서 어느 정도 가만을 하고 한 거니까 별로 안 아쉬운데 스튜디오에서는 돈 때문에 급하게 했거든요. 정상적인 믹스를 했으면 아쉬움이 없었을 텐데 돈 때문에 빨리 빨리 했던 게 좀 아쉽죠. 한 두 프로만 더 썼어도. --; 그런데 어차피 마스터링은 사람 귀가 자꾸자꾸 변하니까 뭘 해도 아쉬워요.
* 스튜디오에서 한 프로는 3시간 반이다.
- 부클릿을 보면 세션 베이스가 장혁조 씨로 나와 있던데 어떻게 아시는 사이인지?
달빛요정: 제가 기용이랑 친구잖아요. 기용인 영문과고 난 독문과에 소영인 불문과고. 원래 홍대에 문과가 4개 밖에 없어요. 한 층 쓰니까 얼굴 뻔히 다 알거든요. 기용이랑 원래 알았고 허클베리핀 애들도 다 알았고요. 혁조가 도와준다고 해서 같이 한 건데 원래 조건은 만장 팔면 베이스 하나 사준다는 거였는데 만장 팔리겠어요! 하하(너무 좋아함^^;) 알면서 속아주는 거지.
11. 신문기사를 보니 이번 EP 작업 때문에 장비도 팔았다고 하던데요.
달빛요정: 장비 다 팔았어요. 이제 아무것도 없어요.
- 2집은 어쩌려고 다 팔았어요?
달빛요정: 2집은 장비 빌려서 해야죠.
- 싸이월드 배경이나 컬러링, 벨소리 등 모바일과 웹 관련 쪽에서는 아예 돈이 들어오지 않나요?
달빛요정: 몇 십 만원 들어 온데요. 일 년 동안 몇 십 만원.
송실장: 컬러링 계약을 제가 하는데 다 묶어서 하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게 아홉 타이틀 정도 되요. 황신혜 밴드 요번 베스트 앨범도 그렇고. 그걸 Total로 해서 받아요. 달빛요정 얼마 이게 아니라 제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을 다 받는데 그 돈이 뭐 많이 들어오는 달이 삼십 몇 만원이고 평균적으로 보면 월 7만 원 정도. 그걸 이 친구한데 30% 정도 비중을 둬도 없다고 보는 거죠. 제가 얘기를 해도 잘 안 믿는 부분이 있어서 한번은 사무실에 왔을 때 보여줬어요.
- 리스트가 온다던데요?
송실장: 네. 정산 시스템이 있어서 제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에 대한 걸 다 보여줬죠.
- 제가 듣기로는 모바일 회사나 기업 쪽에 계약이 유리하게 되어 있다던데요. 수익배분이 어떻게 되나요?
송실장: 기본적으로 45~50%를 SK나 KTF 등의 망사업자가 가져가고 나머지 50을 CP와 음원 제작자가 나눕니다. 그러니까 천원 대비 150~ 200원 정도로 보시면 되요. 싸이 같은 경우 음원 하나에 도토리 5개니까 500원의 15~20%로 보면 되죠.
* 갑: 계약서를 작성하다보면 갑과 을이라는 것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갑이 주도적 입장에 있는 계약당사자이고 을은 갑에 비해 힘이 약한 쪽이라고 한다.
- 이전부터 저작권 협회 쪽에서 저작료와 관련해 지급되는 부분이 투명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송실장: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저작권 징수 단체가 하나 밖에 없는데 저작권 협회 운영의 투명성에 대해 작품자들한테 이미지가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증거 대라고 하면 할 말은 없고 그런 상황이죠. 송실장: 당장 현실적인 수입이 들어오리라 생각하는 건 무리죠. 우리나라는 땅덩이가 작기 때문에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제일 높잖아요. 그렇다보니 음악시장이 어떻게 보면 신모델이고 과도기죠.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정리가 되면 지금 보다는 낫겠죠. 그렇다고 그것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거고 활동할 건 활동해야 되고 다를 건 없습니다.
김기자: 그런 얘기는 인터뷰 하면 많이 하세요. 좀 인지도 있는 밴드들은 주변에서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는데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죠.
* 김기자의 되새김: 직접 만든 앨범 1599장과 정식 유통된 앨범이 4천장 가량 나갔지만 역시 그것으론 역부족. EP앨범 때문에 장비까지 팔았다니 더 할 말이 없다. ‘절룩거리네’와 ‘스끼다시 내 인생’이 심의를 통과했으면 좀 달라졌을까. 더 표현이 심한 곡들도 통과되던데 오죽했으면 EP는 클린버젼까지 만들었겠나. 좋은 노래를 만들어도 방송에 나가질 못하니 EP가 러브송으로 채워진 이유는 필연.
12. 홍대 출신이고 작업실도 이쪽이신데. 10년 넘게 홍대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음악씬과 홍대 앞 문화의 변화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류감독: 2가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음악씬 쪽하고 또 하나는 홍대 앞에 10년 넘게 있으면서 느낀 홍대 앞 문화의 변화라고 해야 되나요.
달빛요정: 다 봤는데요. 10년 정도 지나면 지금 갖고 있는 그나마 건강한 이미지들, 소위 말하는 ‘인디’라는 독립적인 이미지들 다 사라질 것 같고 건대입구처럼 유흥가만 있을 것 같아요. 여기 이제 집값 더 올라가면 망원동 쪽으로 가든가 근처 싼 데로 다 가겠죠. 제가 고등학교 때 보던 건대입구나 신천역을 봐도 거기가 무슨 문화적인 현상이 있던 곳은 아니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영업권이 2배는 넓어졌잖아요. 여기도 지금 보면 저 1학년 때보다 영업권이 2배 이상 늘었어요. 원래는 다 집이었는데 신문에서 하도 홍대, 홍대하고 클럽 문화라는 게 생기니까. 말이 좋아 클럽이지 오입하러 오는 데잖아요. 우리나라 애들끼리 그러면 별로 신경 안 쓸 텐데 미군들이 와서 그러니까.
류감독: 그런 거 갖고 노래만들 생각은 없어요?
달빛요정: 저는 사회 현상을 쓰진 않거든요.
류감독: 어어부 같은 경우는 홍대 관련해서 노래를 만들었던데요.
달빛요정: 그건 민중가요라고 보는데 저는 민중가요 하는 사람이 아니고 제 노래는 일종의 CCM 같은 거예요. 가볍게 제 메시지를 전파하는 거고 그 사람들이 박수치면서 부를 수 있는 노래거든요. 차라리 김민기 씨나 정태춘 씨처럼 가볍게 쓰는 게 좋지 옛날 80년 대 중후반 ~ 90년 대 초반에 ‘피의 노동자, 죽창으로 가라’ 이런 건 싫어요. 하다 보면 그렇게 되거든요. 딱딱하게 쓰게 되면 더 거부감이 있으니까 어느 정도 선을 그어요. 하고 싶은 얘긴 많죠.
류감독: 음악씬은요?
달빛요정: 홍대 앞에 음악 씬이 사실 우리나라 인디 음악씬이라고 봐야할 텐데 나도 클럽을 많이 다녀봤지만 96~97년 까지만 해도 다 카피였어요. 자작곡하면 재미없으니까 반 이상이 다 카피였죠. 근데 요즘에는 또 분위기가 달라서 자기 음악을 가지고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밴드들이 많이 있죠. 물론 오리지널리티는 없지만.
달빛요정: 작년에 마이언트메리 많이 들었고 잘 생각이 안 나네요.
- 요즘은 어떤 음악 들으세요?
달빛요정: 요즘에는 Nakashima Mika(웃음) 일본노래도 좀 듣고 펑크, My chemical Romance 이런 거 듣고 음악은 되게 잡다하게 들어요.
14. 홈페이지에서 이번 EP 소개글을 보니까 “이제는 아무도 음반을 사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음악을 할 것이다. 노래를 만들 것이다.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다. 입에 풀칠은 해야할텐데 ” 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적어놓았던데요. 개인적으로도 인터뷰를 하고 이 씬을 계속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듭니다. 과거 음악 관계자의 한사람이었고 현 뮤지션으로써 음반시장이 거의 완전히 망가진 부분에 대해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달빛요정: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술가를 너무 같잖게 본다는 거죠. 딴따라, 환쟁이 이거 아니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동을 해서 생산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워낙 못살았고 전쟁 나고 그랬으니까. 박정희 시절도 있었고. 뭔가 산업일군이 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아니잖아요. 지적 재산이 더 위대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입에 풀칠 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할 텐데 그게 안 되니까. 그게 문젠 거 같아요. 사람들의 인식.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 그렇고.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음반하나 만드는데 일주일이면 되는 줄 알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런 인식들이 바뀌어야죠.
- 어쨌든 지금 음악을 하고 있는 입장인데 입에 풀칠을 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비책은?
달빛요정: 대박을 쳐야죠. 앨범 한 3~4장 내면 저작권료도 좀 들어올 거고 뭐 어떻게 해가지고 공연도 좀 하고 섭외 들어오면 행사도 뛰고 나이트 한번 가고 하면 어떻게든 입에 풀칠은 하겠죠.
- 같이 음악 하는 뮤지션의 입장으로 홍대 음악 씬에서 활동하는 밴드들 보면 어떠세요.
달빛요정: 관심이 별로 없어요. 그쪽은 그쪽 음악 하는 거고 나는 내 음악 하는 거고. 걔네들이 보기엔 내 음악이 인디가 아니고 내가 보기엔 걔네들이 인디고. “왜 이렇게 가요 같아?” 그럼 말 많이 들었거든요.
- 허클베리핀도 그런 말 듣잖아요.
달빛요정: 사실 뮤지션들끼리 그런 얘기 할 수가 없잖아요. 조심스럽고. 그냥 자기 스타일 있는 거고 남의 스타일 존중해 주면 되니까.
- 근데 아까 얘기한 걸 보면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부족함을 많이 느끼시나 보네요.
달빛요정: 내가 음악을 몇 개 밖에 모르는 고딩도 아니고 다 찾아 듣는데 15년 동안 음악을 들었잖아요. 듣다보면 ‘아 이거 카피했군.’ 베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그거 문제 있는 거잖아요. 그래 놓고선 지네끼리는 훌륭하다 그러면서 가오잡고. 적어도 내 노래는 단순하고 쉽지만 표절이 아니라는 거 그거 하나 만큼은 자신 있거든요. 근데 이건 뭐 들어보면 카피거든. 법적으로 표절은 아니죠. 근데 해본 사람은 알아요. 요렇게 해서 요렇게 요렇게 했겠구나. 아 요거 표절이야. 그거 문제 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음악을 하는, 정신적으로 열심히 음악 하는 사람들이 인디 쪽에 몰려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중음악 작곡가들도 열심히 하지만 그쪽은 정말 돈 때문에 음악을 하는 거고 이쪽 사람들은 자기만족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고 있는 건데 그런 식으로 물을 흐리면 안 되죠. 만약에 그게 소문이 나서 “이건 어디 카피야” 이렇게 되면 “그러면 그렇지 인디가” 다 싸잡아서 얘기 할 거 아니에요. 우리나라 가요계가 욕먹는 게 한두 명이 물을 흐려놨는데 싸잡아서 그런 얘길 듣는 거잖아요. “우리나라 가요 좋은 거 있어 어차피 다 표절인데” 이렇게 되니까 물을 흐리면 안 된다는 거죠. 그나마 인디라고 불리는 판은 열정도 있고 순수한 판인데 그런 식의 카피는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 놀면 되잖아요. 공연 때만 하던가. 굳이 그걸 앨범으로 낼 필요까지 있어요.
- 그런 역할을 평론가들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달빛요정: 밴드와 친분관계가 있기 때문에 할 수가 없죠. 다 뻔히 아는데 할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 평론가가 얼마나 된다고 몇 명 되지도 않는데. 이 밴드랑 분명 술 먹었을 거라고요. 얼굴 아는 사인데 “야 이 새끼야 표절이냐” 하면 얼굴 붉어지고 완전 의절이잖아요. 그러면 평론가 입장에서도 좋을 거 없거든요. 우리나라 평론가들은 잘 안 까더라고요. 솔직해 지지 않는 거죠. 숨기고 있는 거고. 시장이 좁으니까. 가요계 쪽도 씬 자체가 좁으니까 함부로 못하거든요. 지금 좀 흥분해서 얘기 했는데 어쩔 수가 없어요. 어디다 대고 말도 못해요.
류감독: 저 같은 경우는 일렉트로닉을 굉장히 오래 들었는데 그게 7년 8년이 지난 요즘에 멜로디를 따는 거 보면 참. 이상하네. 왜 그럴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달빛요정: 제가 지금 그런 얘길 하는 거라니까요. 아 짜증나요 진짜. 공연 때 카피하는 건 상관없지만 이건 자존심에 대한 문젠 거 같아요.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 김기자의 되새김: 전에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었다. 오버에서 카피하면 다들 쌍심지를 켜고 뭐라 하는데 이쪽에선 아무도 뭐라고 안한다는 거다. 그걸로 돈 버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알려지지도 않을 텐데 라는 이유 때문이란다. 음악은 창작 아닌가? 돈을 벌고 안 벌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잘 몰라서 판단을 못하는 것이면 음악을 많이들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줘야하는데 친분관계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못한다면 이 문제는 풀릴 수가 없는 거다. 외계에서 뚝 떨어진 New face가 아닌 다음에는.
달빛요정: 취직을 했죠. 한 6개월
- 그럼 안 보이던 시기에는 주로 어떻게 지냈어요? 생활 패턴이라던가.
달빛요정: 그때가 IMF때인데 한 2~3년 정도. 그때 띄엄띄엄 곡 팔아먹고(다 팔아먹지도 못하고 아래 깔리고 하다가) 술 먹고 그냥 작업했죠. 별 거 안했어요. 그냥 음악 많이 듣고 그때 음악을 많이 들었죠. 표절하려고.(오버 쪽 작곡가로 일하는 걸 애기하는 것)
류감독: 그게 또 도움이 된 거 아니에요?
달빛요정: 그렇죠. 음악을 분석적으로 듣다보니까. 그 판은 어쩔 수 없어요. 표절하는 능력이 중요하니까. 스타일 카피를 잘 해야 되니까요. 요구하는 데로 해줘야 하거든요.
- 어떤 곡 갖다 주고 이렇게 만들어 달라고 한다고 하던데요.
달빛요정: 맞아요. 같은 리듬 다이 놓고 하니까. 샘플도 똑같고 요즘 장르라 그래봤자 발라드 아니면 힙합인데. 뭐 리듬 카피하는 게 어려워요. 대충 카피하고 대신 거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야마를 넣어야지. 뽕끼를 풍겨야 우리나라는 되니까 그게 능력이죠.
- 보통 음악 하는 분들은 대중적인 것에 대해 약간 반감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달빛요정은 아닌가 봐요.
달빛요정: 저는 그런 거 없어요. 듣기 좋으면 다 좋다고 생각하고 내가 좋으면 좋은 거죠. 하다 보니까 잘 다루는 악기가 통기타라서 어쿠스틱하니까 포크록처럼 들리는 거지 제가 어떤 장르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요. 공연 때 보셨잖아요. 좋으면 좋은 거죠. 재밌자고 하는 건데 인생.
- 거꾸로 봤을 때 대중들의 기호를 완전히 배제한 작업의 결과물이 많은 사람들한테 어필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요?
달빛요정: 그렇죠. 어떻게 될 수가 있겠어요. 뮤지션이 청취자의 머리꼭대기에 있으면 안돼요. 같이 놀아야지. 자기가 얼마나 잘났다고요. 사실 정상적으로 배운 사람이면 1년만 학원에 같다 넣으면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 얼마나 대단한 뮤지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냥 같이 놀아야지. 저 같은 경우에는 제 음악에 가사가 반이니까 그런 것들을 전달해 주고 있는 것뿐이지 내가 군림하듯이 하는 건 아니죠. 외부에서는 또 다르게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고맙습니다.” 이런 거고 ‘이런 사람들이 날 좋아해 주는 구나’ 이거죠.
- 전에 언니네 이발관하고 인터뷰 했을 때 나온 얘기가 본인들도 대중적인 걸 좋아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지 고민을 한다는 얘기가 있었는데요. 되려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사람들이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음반도 하나의 상품이잖아요.
류감독: 송실장님이 보시는 달빛요정은 어때요?
송실장: 좋은 거 있고 안 좋은 거 있어요. 일단은 음악을 표현하데 자유스러운 게 제일 맘에 들고요. 출발은 이 친구 선배로 했거든요. 그 옛날부터 저랑 같이 작업을 한 사람들은 제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보고 듣고 인터뷰 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했는데 이 친구 출발은 좀 미안한 얘기지만 음악은 잘 모르고 ‘후배 한번 도와주자’였어요. 같이 다니면서 음악을 듣게 됐죠.
해봐야죠. 아직 모르겠어요. 근데 이제 우리나라에 인디라고 통칭되는 모든 밴드들한테 정말 궁금한 게 그거에요. 출발은 좋아서 했겠지만 조직을 한 다음에 그 사람들이 밴드를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일단 현실적인 생활이 뒷받침 돼야하고 연습을 해야 하고 자기 음악에 대한 나름대로 관이 있어야 되고 공연을 하고 사람들과 만나서 그 음악을 진솔하게 전달해주고 평가를 받아야 되는 것까지의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아요. 게다가 그렇게 움직이는 팀들조차 많지 않은 것 같아서 사실은 되게 안타깝습니다.
류감독: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세요?
송실장: 다에요. 공연장 여건도 그렇고 사실 저는 이름만 들어서 몇 팀 알지 인디 밴드를 잘 몰라요. 하지만 그 사람들한테도 문제가 있다고 보거든요. 힘들어도 무대를 가지려고 하고 연습을 해야 되고 음악을 계속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있어야 되는데 하루 아침에 뜨는 건 없거든요. 물론 하루 아침에 뜨는 스타가 있을 순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공연을 하고 팀을 운영하는 쪽에서는 없다고 보거든요.
TV나 라디오에서 접하는 건 노래만 들으면 되지만 팀 음악이라는 건 같이 보고 느껴야 되잖아요. 그룹의 개념에 1/n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서로 모여서 그 팀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결국엔 연습과 자기네들의 생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거지 그냥 어떻게 하다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하다못해 원맨밴드인 달빛요정도 일주일에 2~3번 연습을 해요. 저는 이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연주를 세련되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음악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서 만큼은 기본에 충실해야죠.
류감독: 너무 힘들죠.
달빛요정: 이 친구한테 걱정되는 건 제가 아직 직접적으로 얘긴 안했지만 항상 사람은 직장생활을 하던 음악을 하던 자기도 모르는 순간에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거든요. 괜히 진도가 안 나간다거나 술을 먹고 안주하고 싶은 경우가 누구한테나 찾아오는데 그럴 때 자신이 항상 초심을 가지고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같이 일할 맛 나는 거죠.
류감독: 오늘 이렇게 인터뷰 진행되는 거 보면서 느낀 게 솔직하고 눈치 안 본다는 건데 계속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달빛요정: 모르죠. 결혼하고 얘 생기면 안 되거든요 그게.
류감독: 그러게요. 그리고 생각보다 굉장히 전략이 있고 충실해요. 감성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 내지르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송실장: 제가 직접적으로 얘길 해본 건 아니지만 이 친구는 아직까지 음악으로 해야 될 얘기가 참 많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고요. 하게 해 줘야죠.
류감독: 아까 가사로는 누구 못지않다고 했는데 민중가요 만들라는 게 아니라(저도 그런 건 싫어하는데) 저도 70년대 80년대 음악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때의 가사 같은 느낌이 지금은 너무 사라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보여주면 좋겠어요.
달빛요정: 현상을 그대로 가져와서 무겁게 나가기에 제 음악의 멜로디가 너무 밝거든요. 그런 것들은 다른 쪽에서 예를 들면 뭔가 공격적인 힙합 계열에서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류감독: 글을 써서 주세요.(웃음)
달빛요정: 저는 너무 무겁게 가고 싶지 않거든요. 즐거운 인생인데.
김기자: 글 좀 쓰셨으면 좋겠는데요.
달빛요정: 돈 안 되면 안합니다.
달빛요정: 얼마나 쪽 팔린데요. 내가 앨범내고 내가 보도자료 쓰려니. 우하하.
송실장: 요번에 그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것도 이친구가 정한 건데 조금 안타까운 건 그 용어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타이틀이 뭐냐고 전화가 와요. 어떻게 보면 운동용어니까.
달빛요정: 인필드 플라이는 누가 아나요.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달빛요정: 아니요. 제가 감사하죠.
인터뷰/글/사진 김기자 사진/류감독 2005.3.16 인터뷰 2005.4.9 기사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