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와 청산도를 찾아서 < 2010년 4월 12일 월요일 흐리고 비 > 계몽아동문학회 봄 문학 기행이 4월 10일부터 4월11일까지 1박2일 동안 이루어졌다. 진도와 청산도를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나는 토요일 아침 6시 10분에 집을 나서서 덕천로터리로 갔다. 거기서 꿈이랑 이자경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광주로 갔다. 내 차에는 나와 꿈이랑 외에 모람 이하은, 절영 배유안씨가 함께 탔다. 다른 차 한 대도 같이 갔는데, 자하 양경화가 운전하는 차에는 소반 허명남, 박 일 선생님, 도담 안덕자, 세울 이영득- 이렇게 5명이 탔다. 부산에서는 9명이 계몽아동문학 봄 문학 기행에 참가했다.
원래 봄 문학 기행에는 계몽 회원만 참석이 가능하지만 회장님과 사무국장님, 총무 박경태씨의 양해를 얻어 계몽 회원이 아닌 제자들도 함께 갔다. 계몽아동문학회에는 기라성 같은 동화, 동시 작가들이 많기 때문에 세미나나 여행에 참석하면 배울 점이 많다. 나는 제자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 넣어주기 위해 여행갈 때마다 몇 명을 데리고 갔다. 그러다 보니 계몽아동문학 회원들도 부산 제자들을 스스럼없이 맞아 주었다. 우리를 따뜻이 맞아준 여러 회원들의 넓은 아량에 감사드린다.
우리는 진영 휴게소에서 만나 아침 대신 삶은 달걀도 먹고 찐 쌀도 먹고 쑥떡도 먹었다. 다시 차를 타고 광주 비엔나레 주차장까지 가서 그림 구경을 하다가 서울에서 온 회원들을 만났다.
이번 문학 기행에 참석한 사람들은, 문삼석 회장님, 오순택 사무국장님에다, 회원으로는 박경태 총무, 임정진, 조경숙, 김은아, 박소명, 지호원, 한상순, 원유순, 유은경, 김하늬, 손동연, 허호석, 이혜영, 강지인씨가 왔고, 비회원으로는 서울에서 이상교씨, 여행 안내는 광주의 동시인 이정석씨가 맡았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버스가 교통 체증으로 늦어지는 바람에 예정했던 일정을 몇 개 빼었다. 우리는 차 두 대를 광주 박물관 주차장에 대어 놓고 버스에 올라탔는데 좌석 27개가 꽉 찼다. 버스는 첫 번째 코스인 운림산방으로 달려갔다. 운림산방은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64번지 첨찰산 밑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소치 허련, 미산 허형, 남농 허건에 이르기까지 4대에 걸쳐 화가의 맥을 이어왔다. 호남 화단의 중심을 이루면서 남종문인화를 발전시켜왔다니 참으로 대단한 화가 집안이었다. 문학은 3대 이상 이어내려가기가 어려운데 한국화는 4대에 걸쳐 이어졌으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전시된 한국화를 감상하고 밖으로 나갔다. 연못과 대숲이 우거진 정원이 볼만 했다. 때마침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서 전시장 못지않게 바깥 풍경도 한 폭의 한국화였다. 이어서 진도 대교를 지나가다가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승리를 거둔 장소인 울돌목을 보았다. 물살이 아주 빨랐다. 저런 지리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슬기가 돋보였다. 그 다음에는 달마산 미황사를 보러 갔다. 나는 몇 년 전에 달마산을 등산한 적이 있는데 다시 찾아오니 감회가 깊었다. 내가 자동차를 운전한 뒤로 거의 사고를 내지 않았는데 이곳 미황사를 못 찾아 헤매다가 다른 차에 추돌을 당해 뒷 트렁크가 부서진 일이 있었다. 그 일이 떠올라 혼자 웃었다. 달이 뜬 미황사의 경치가 대단하다는데 날씨가 흐려서 달을 보지는 못했다. 이미 어둑해진 뒤라 어둠 속에서 미황사를 대충 보고 완도로 넘어갔다.
저녁은 완도 바닷가 식당에서 민어 찌개를 먹었다. 배가 고팠던 참이라 맛있게 먹었다. 호텔에 가서 짐을 풀어 놓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아침에 잠을 설쳐서 그냥 자려고 했는데 문우들이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 그래, 자러 왔나? 놀러 왔지. 이왕 노는 것, 신나게 놀자!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놀았다. 허호석 선생님은 연세가 많은데도 젊은이 못지않은 춤실력과 체력을 과시했고, 새로 나온 지호원씨도 노는 가락이 우리하고는 달랐다. 계몽팀, 비회원팀, 부산팀, 황금펜팀- 이렇게 4팀으로 나누어 시합하듯이 노래를 불렀다. 자주 못 본 조경숙씨를 만나서 반가웠고, 얼마 전부터 모임에 나온 지호원씨는 글나라 카페를 통해 계몽아동문학회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더 정답게 여겨졌다. 허호석 선생님은 개그맨을 능가하는 유머를 하셔서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흥겹게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 덧, 새벽 2시가 넘었다.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는데, 새벽 6시에 모닝콜이 울렸다. 잠을 별로 못 잤는데 잘 놀아서 그런지 몸이 생각보다 가뿐했다. 청산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는데 슬로우 걷기 축제를 시작한 참이라 많은 관광객이 몰려왔다. 배를 예약하러 간 이정석씨가 돌아와서 하는 말이 아침 8시에 타려고 했는데 배가 없어서 10시반으로 밀렸단다. 우리는 해궁횟집에서 해물 정식을 먹고 기다리는 시간을 이용하여 구계등 바닷가로 갔다. 이곳 구경도 참 좋았다. 몽돌이 깔려 있는 바닷가였다.
예덕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바닷가에서 사진도 찍고 바닷가 풍경을 돌아보기도 하며 놀았다. 풍경이 어찌나 좋은지 어디서나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누구나 배우나 탈렌트가 되었다. 꽃 피는 봄은 일 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사람도 그렇겠지. 모처럼 정다운 문우들과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이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이제 배를 탈 때가 되어 연안부두 터미널로 가서 배에 올랐다. 완도에서 청산도까지는 배로 약 50분 거리. 섬에서 다시 섬으로 들어가야 한다. 섬 안에 있는 섬인 셈이다. 청산도는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고, 최근에는 ‘봄의 왈츠’를 여기서 찍었단다. 섬에 내려보니 인터넷에서 보았던 것처럼 유채밭과 보리밭, 돌담이 어우러져 있었다. 유채밭은 요즘 어디나 흔하지만 유채밭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기는 쉽지가 않다. 제주도 올레길처럼 여러 구간이 지정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다시 급하게 나가야 할 상황이라 1구간만 걷기로 했다. 길에 시멘트가 쭉 깔려 있는 것만 빼면 다 좋았다. 담쟁이 덩굴이 뻗어있는 돌담에 유채와 꽃잔디 등 여러 가지 꽃이 액자처럼 담겨 있었다.
여러 문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1구간이 금방 끝났다.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하루나 이틀쯤 더 머물러도 참 좋을 것 같다. 여행 안내를 맡아준 이정석 시인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많은 것을 설명해 주어서 퍽 고마웠다.
배를 탔던 곳으로 다시 돌아오니 1구간을 잘 걸었다고 스탬트를 찍어 주었다. 이번 여행은 말로만 듣던 청산도를 여행한 것이 좋았다. 한 가지 흠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차를 많이 탄 것이다. 일정이 빠듯하긴 했지만 아주 멋진 봄 여행이었다. 내가 언제 이처럼 훌륭한 선배, 동료 문우들과 진도와 청산도를 또 둘러보게 될 것인가? 귀중한 여행이라 오래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완도로 나와서 해궁횟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는데, 먹은 메뉴는 '전복 비빔밥'이었다. 내가 해산물과 해초를 좋아해서 그런지 근래에 먹어본 음식 중에서는 최고였다. 다양한 해산물에다 특별한 해초무침들! 이건 우리만 먹기가 정말 아까웠다. 여행에 같이 못 온 제자들이 절로 생각났다. 아, 아깝다. 이걸 싸갈 수도 없고, 에라 사진이나 찍자.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삼석 회장님이 인사 말씀을 하셨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라는 별명처럼 부드럽고 인자한 회장님이 자상하게 여러 가지 말씀을 하셨다. 건강이 한 때 안 좋았다가 다시 회복되셨는데 앞으로 더 좋아지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계몽아동문학회가 아주 단합이 잘 되는 것은 덕으로 너그럽게 이끄는 회장님이 있고, 결단력있게 일을 추진하는 오순택 사무국장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바탕 위에 박경태 총무와 김향이, 이혜영씨가 잘 도와주고, 여러 회원들이 적극 참여하니까 모임이 활기가 있다. 강약과 신구의 조화가 환상적으로 이루어진 계몽아동문학회! 이 모임에 든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부산 제자들이 여러 가지 상을 받고 문단에 많이 진출한 데는 계몽회원들이 본보기가 되어준 영향이 크다고 본다. 그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 여행에 같이 간 제자들이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계몽회원들의 열정을 배워 좋은 글을 많이 쓰면 좋겠다. 함께 한 여행이 정말 즐거웠다. 운전하느라 고생한 꿈이랑, 자하 두 사람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
첫댓글 언니는 어디에?
나는 못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