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컬렉션 : 한글판 딱지본소설 - 약산동대[ 藥山東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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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2.19. 23:20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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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컬렉션 : 한글판 딱지본소설
약산동대
[ 藥山東臺 ]
『약산동대(藥山東臺)』는 광동서국에서 1913년에 출판되었으며 총 분량은 171면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약산동대』는 두 종이 있다. 다른 하나는 1921년 3월 2일 박문서관에서 출간된 4판이다. 본 해제에서는 광동서국의 자료를 대상으로 했다. 두 자료 모두 ‘저자 겸 발행자’ 란에는 이종정(李鍾楨)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이것이 이종정을 저자로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당대의 단행본들의 판권지에는 출판사 사주의 이름을 등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총 분량이 171면이지만 한 면에 인쇄된 글자 수가 많지 않아서 실제 내용은 그리 길진 않게 느껴진다. 행간을 넓게 설정했는데, 그 이유는 한자어를 한자로 병기했기 때문이다. 『약산동대』는 평양의 명소 중 하나인데, 작품 속에서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장소이다. 딱지본 소설은 기존의 고소설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록” 또는 “~전”이라는 제목을 붙이지 않고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를 선택해 제목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약산동대』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약산동대는 애정소설이며, 고전소설이다. 새로운 제목을 붙이기는 했지만 고전소설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춘향전』의 내용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춘향전』은 너무 인기가 많은 작품이어서 일제 강점기 거의 모든 출판사에서 『춘향전』을 경쟁적으로 간행하였다. 그러면서 제목을 조금씩 바꾸어서 『춘향전』과는 다른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을 심었다. 하지만 작품의 내용은 『춘향전』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방식으로 상업적 이익을 남기려는 출판사의 출판 양태의 일면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이해조는 『옥중화』를 통해 『춘향전』을 개작했다. 이후 『우리들전』, 『옥중화』, 『광한루』, 『오작교』 등등의 제목을 달리한 『춘향전』들이 생겨난다. 『약산동대』는 『춘향전』 개작의 초창기 작품에 속한다. 『춘향전』의 인기를 『약산동대』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줄거리를 확인해 보자.
충청도 회덕군(懷德郡) 동면에 사는 송성희는 대대 명문거족으로 벼슬을 하직하고 고향에서 여생을 즐긴다. 부인 정씨는 40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아들 경필을 낳는다. 경필은 점점 자라나 15세가 되자 문장과 재주가 다른 사람을 압도하였다. 경필은 넓은 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평양의 약산동대(藥山東臺)를 찾아 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글 읽는 소리에 끌려 찾아간 초당에서 빙옥과 마주친다. 경필은 빙옥과 인연을 맺기 위해 노파에게 중매를 부탁한다. 경필의 부탁을 받은 노파는 빙옥이 기생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경필은 빙옥과 인연을 맺고 싶어하는 자신의 뜻을 빙옥의 집에 전해주기를 요구한다.
노파는 빙옥의 집에 가서 경필의 뜻을 전한다. 노파는 밤이 늦자 경필을 데리고 빙옥의 집으로 찾아가 만날 수 있게 한다. 빙옥은 비록 자신이 기생이지만 첩이 되기를 원하지 않고 당당히 부인이 되고자 하는 자신의 뜻을 드러내면서 경필과의 잠자리를 거부한다. 경필은 예를 갖추어 부부의 연을 맺자고 약속한다. 빙옥도 경필의 뜻을 받아들여 자신도 경필을 남편으로 모시겠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