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탓하고 남을 탓하고 변명을 지껄이면서 살아왔다. 살면서 정말 되는 것 하나 없이, 뭐든 손대는 것마다 망치고 엉망진창이 되고…. 어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생기는 걸까? 정말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그 밑에 지하세계가 있다.
세상 탓, 남 탓, 온갖 변명거리를 늘어놓는 것은 어른이 할 짓은 아니다. 부끄럽게도 나는 아이(유아)와 청소년처럼 살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느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성경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3-19)
예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저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가 있겠구나 정도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구절이 내 눈과 마음에 새롭게 들어왔다. 베드로라는 이름을 빼고 내 이름을 넣어보았다. 그랬더니 답이 보였다. 강물은 강줄기를 따라 흐른다. 피는 혈관을 따라 흐른다. 흐름이 막히면 썩게 되고 죽게 된다.
그동안 나는 스스로를 옥죄고, 묶어버리고 무엇이든지 매고 살아왔던 것이다. 내 인생이 심각하게 꼬여있다고, 막막하고 답답하다고만 푸념하고 변명하고 탓하면서 살았다. 결국 내가 풀면 되는 것을! 무엇이든 내가 매면 매일 것이고, 내가 풀면 풀리는 것이다. 이 당연한 이치를 나는 책을 읽고 난 후에야 깨달았다. 책을 읽고 난 후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세상과 주변 환경에 감탄하고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감동하고 매 순간 감사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내가 나를 깨울 때 다른 사람 역시 깨울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고 살아간다.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나로 인해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매듭을 풀면서 살고 있다. 매일매일 감탄과 감동과 감사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 결과이다. 인생이 꼬여있다고 생각된다면 스스로 하나씩 풀어가면 된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이탈리아 로마 성 십자가 성당)
글 _ 이재훈 (마태오,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 사무국장)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신앙 안에서 흥겨운 삶을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가톨릭사회복지 활동에 투신해 오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매순간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01-01
첫댓글 내가 해결할 문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