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가는 단골집이다
변방에 홀로 있으니 혼밥에 혼술을 자주 하게 된다
나는 고정 메뉴로 내장탕에 대선소주 한병 이긴하지만 이집 차림표를 보면 눈에 띄는 음식이 있다
콩나물 해장국 5000원,
싼게 비지떡 이라니 내용이 부실하겠거니 하지만 저 음식 시켜드시는 노인들 상에 올려지는 콩나물 해장국은 내용에 있어 9000원짜리 해장국과 별반 차이없이 알차다 이 메뉴 만큼은 이문 남기지않고 실비제공 하는걸로 보인다 이집 주인은 부자로 소문난 사람이고 소탈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주위사람들 평이 좋다 나름의 상도常道를 정해놓고 실천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어려서부터 못먹고 자란 탓일까 나는 육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특히 내장을 좋아한다 해서 신라해장국 내장탕을 사먹기도 하고, 때로는 구포시장 가서 내장수육을 사와 집에서 먹기도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해보는건 어떨까? 시간 남아도는 백수가 못할것도 없지 싶었다
주촌 도살장은 집에서 차로 십분 거리다
한두번 가본곳 이지만 그래도 내비찍고 갔다 영문모를 속도위반 딱지에 맘아팠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건물 입구에 들어서니 호객소리가 여러곳에서 빗발쳤지만 두리번 거림없이 첫집에 들어갔다 눈이 똥그란 젊은 녀석에게 소 내장 달라했더니 두말않고 깜장 봉다리에 내용도 모를 뭔가를 주섬 주섬 담아서 저울에 달더니 사만오천원 이라한다 들어보니묵직하다
감으로는 팔키로쯤 되지 싶은데 암튼,
존나게 많다 손질은 어찌하면 되느냐 물으니 자기들이 손질 다 해놨으니 그냥 한번 삶아내고 그물 버리고 다시 삶으면 된다한다 과연 그럴까? 하면서 들고나왔다
"밥짓는 남자" 라든강? 암튼 똥똥하고 귀엽게 생긴 녀석이 유투브에 나와서 하란대로 따라했다 소금과 밀가루 뿌려서 질겅질겅 문지르기를 세번,
초벌 삶아 버리고 한시간반을 삶았더니 그럴듯해 보이는 내장수육이 스뎅 뽀시기에 담겨졌다 뿌듯한 결과물이다
서양의 어느 한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인간의 정신활동에는 세개의 영역이 있다
머리로 대표되는 이성과 지성의 영역
심장으로 대표되는 의지와 도덕의 영역
위장으로 대표되는 욕구와 욕망의 영역"
이성과 지성의 결과물이 학문이고
의지와 도덕의 결과물이 종교이며
욕구와 욕망의 결과물이 예술이다
이러한 결과물을 진,선,미, 라 칭하며
진, 에서는 참 인가 거짓인가를 가리며
선, 에서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것이고
미, 의 영역에서는 좋은가 나쁜가를 가리는 것이라 한다
깊이있는 고찰로 그 심오함을 통찰 하지는 못하나 나름 그럴듯한 객客소리로 들리긴 한다
내가 나를 알고자 했던적은 없었다
나는 나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설사, 내가 나를 알고자 했다손 치더라도 내가 나를 들여다볼 지적 능력이 없다
카메라가 자신의 내부를 찍어내지 못하듯이, 하지만 이제와 새삼 궁금해진다 왜 나의 정신세계는 고상,고매,고결,고귀,고고, 한 진, 선, 의 형이상학을 추구하지 못하고 위장으로 대표되는 허리하학적인 욕구와 욕망만을 갈구하는가... 많은 고민끝에 나온 결론은 "무식" 이다
그러하다...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평가받는 시간은 지났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들이 훨신 중요해진 시기다 무식하고 당당하게 살기로 했다
일주일 정도 내장탕만 먹었더니 입에 소똥냄새가 난다 남은 고기는 냉동실에 보관하고 또다른 먹거리에 관심 가져볼까 한다
아구수육?
첫댓글 욕구와 욕망의 결과물
다라이가득 예술 맞네요 ㅎ
먹고 또 먹고
냉동실까지~~
손이 엄청 큰가봐요 ㅎ
냉동실꺼 버림받지 않도록 잘 챙기셔요
잊혀지는건 서룹거든요 ㅎㅎ
저도 넘흐 눈 신경안쓰고
마이웨이합니다
손이 커서 그런건 아니고
요랑이 없어 그렇습니다
청도댁이야 남의눈 의식하지 않고 살아도 주위사람 불편하지 않을듯 합니다
워낙 겸손하고 밝은 긍정의 흰머리 소녀이시라
@함박산2
쉿~~~
흰머리라꼬
소문 쫌 내지마이소~
ㅋㅋ
가격이 착한가게 수준으로 부담없고 좋네요.
제 주변에 저런 가게 있다면 단골되렵니다.
콩나물 해장국 말고는 다 천원씩 올랐네요 작년에
열흘전쯤 갔었는데 메뉴판 사진찍을 생각은 못했고
김해맛집 검색하니 그집 메뉴판이 떠있더군요
따뜻한 남쪽이라 없는사람들 살기좋은 고장입니다
요리에 담긴 철학이 우와...멋지십니다.
그러믄요...남의 시선따윈 개나 줘얍죠.
일주일동안 같은 음식을...^^
소분해서 냉동실보관 강추 드립니다.
직접 요리하실 생각이 뇌섹남의 판단이십니다~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선지 해장국 안 먹어본지 오래 되었네요
여기는 옛날에 대덕식당 선지해장국 유명했는데
요즘은 맛이 별로라고 하더라구요
그렇군요
선지맛이 의외로 꼬소~ 하지요
선지국수도 좋아합니다
일주일 정도를 내장탕만?
소똥 냄새 날만도 하네요.
좌우지간 잘 잡숫고 건강 잘 챙기슈.
잘 먹으면 내 꺼지 남의 것이 아닙니다.
먹는 데는 돈 아끼지 마십쇼.
내 입으로 들어가는 거니까요.
요즘 등산도 못가고
낚시도 안가고
할짓이 없어 그러구 있네요
물론 잘 먹어야지요
감사합니다~^
음식을 잘 만드시나 봅니다.
하긴 요즘 유튜브 보면 음식은 물론 다른 일도 거의 다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있긴 합니다만. ^^~
잘하진 못합니다
그저 따라하며 흉내 내는정도지요
음식 한다는게 의외로 사람 기분좋게 합니다
그리보면 우리 어머니들 음식하는 재미라도 있어 잘 살아내셨던게 아닐까 싶은 억측도 해봅니다
너무 나갔나요
ㅋㅋㅋ
감사합니다~^
소주 4,000원이 신기해 보입니다. 저희 동네는 5,000원 된지 오래입니다.
시골이라 그런가봅니다
감사합니다~^
위장으로 대표되는 욕구와 욕망의 영역 딱 반세기전 제 컨셉인데 오직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라는 현실만 붙잡고 살아 남길 원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시방도 머리보다느 위장 위주로 살고 다른 잡다한 활동은 언제나 위장이 평안해진 다음에야 실행하는 편이고 그나저나 함박산님 고기 잘드십니다 생선은 질리지 않아도 육괴기는 쉬 질리던데 역시 산을 타시는 그 체력이 어디에서 나오겠습니까
글에서도 누린내가 나는 듯합니다 ㅋㅋ
작가님께만 솔직히 말씀 드리지요 술안주로 육고기가 제일 좋더라구요
술 마시기위해 고기 먹습니다 위장으로 대표되는 욕구와 욕망이 위장을 망치는 아이러니 이지요 참 슬픈 육식입니다
그냥 맛이 있어요. 장땡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