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을 사숙私淑하다
오태환
미리내란 낱말이 있습니다 '내'는 개울쯤 되는 줄을 알겠는데 '미리'가 뭘 뜻하는지는 아무래도 모르겠더군요 물어봐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미르'는 용龍이고 별의 옛말은 '빌다'와 어원이 같은 '비르'라는 건 눈치챘습니다)
한동안 별빛들을 바라봤습니다 별빛들이 그것들대로 엎질러지건 사수좌射手座로 휘건 전갈좌로 긁히건 아니면 몹시 비릿한 날것으로 쳐들어오건 아무튼 내 몸이 흐벅지게, 별빛들로 범벅이 될 때까지 바라봤습니다 내 살갗과 허파와 임파선淋巴線 그리고 발바닥까지 그냥 푸르르도록 투명해진 채 고스란히 별빛들로 범벅이 될 때까지 그것들을 사숙私淑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미리'가 무슨 뜻인지 알든 말든) 내 어머니의 처녀적 옥양목 맑고 서늘한 새 옷 내음새도 맡아 봤을 것이며 내가 생각하는 여자가 어디서 때그락때그락 저녁밥 먹는 모습도 지켜볼 것이며 훗날 내 죽음의 빈터에서도 상냥하게 잘 놀다 갈, 별들을 참 오랜만에 私淑하면서 미안했습니다 나는 무릿매를 맞듯이 몸이 아팠습니다
첫댓글 훗날 내 죽음의 빈터에서도 상냥하게 잘 놀다 갈 별들을 보고 싶어지는 밤, 감사히 읽고 가옵니다. 선생님
아무튼 내 몸이 흐벅지게, 별빛들로 범벅이 될 때까지 바라봤습니다 ...나는 무릿매를 맞듯이 몸이 아팠습니다 .....
훗날 내 죽음의 빈터에서도 상냥하게 잘 놀다 갈, 별들...아름다운 시향으로 승화하신 글을 읽으니 마음도 행복해지네요...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