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구 / 산호림
1. 조 우( 遭遇)
복지관에서 탁구운동을 한다. 그날도 탁구를 치고 있는데 못보던 여자가 조용히 들어오더니 의자에 앉아서 탁구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탁구칠 준비는 하지 않고 그냥 30여분간 앉았다가 들어올 때처럼 조용히 나가는 것이었다.
누구하나 같이 치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한달간 탁구장에 안와서 그여자에 관해서 잘 몰랐다
탁구대가 부족해서 탁구장에 들어오면 대개는 의자에 앉아서 자리가 빌 때까지 기다렸다가 탁구를 치는데 그여자는 달랐다 . 아예 처음부터 탁구칠 준비도 않고 그냥 앉았다가 나가는것이었다
다음날 탁구를 치고 난 후 땀을 식힐 겸 복도에 있는데 그녀가 나를 보더니 가볍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지나치려하자 나는 그녀를 불렀다 .
< 저기 여봐요 여사님> 내말에 그녀가 돌아봤다
< 일루 와보세요 . 왜 매일 탁구도 안치고 그냥 가세요?> 물었다
< 네에..실은 저는 탁구 하나도 못쳐요.>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자세히 보니 눈이 참예쁘다.
눈은 나이를 먹으나 젋으나 별루 변하지를 않는다.
< 그래도 이왕 오셨으니 자꾸 연습해야지요 누구는 처음부터 잘 칠수 있나요>
이거 누가누구한테 애걸하는지 전도가 바뀌었다
<어디서 연습해요? 모두들 잘 치던데.> 그녀는 실망하는 말이었다.
< 아 괜찮아요 누구나 처음에는 못쳐도 자꾸 치면 금방 늘어요 > 나는 힘주어 말했다
<보아하니 우리보다는 한참 어리신 것 같은데... 뭣하면 내가 가르쳐 드릴께요.> 나는 단숨에 말하고 마른 잎에 침을 발랐다
< 네? 저.저를 가르쳐줘요? .선생님은 탁구 아주 잘 치던데...> 칭찬하는 그녀의 눈동자가 두 번째는 더욱 예뻣다
2.시작 (.始 作)
이렇게 해서 김여사를 가르치게 되었다. 김여사는 못치는 정도가 아니라 탁구가 뭣인지 탁구공이 네모진지 동그란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탁구에 대해서는 아주 쑥맥이었다
그래서 가르친다고 했지만 너무 못치는 김여사를 어찌한담. 참으로 입장이 난처했다 어지간해야 가르치지....후회도 소용없었다
김여사는 그 예쁜눈으로 나를 뻔히 쳐다보는데 어찌 그만 둔다고 할수 있으랴.
그래서 이를 악물고 양팔 걷어 부치고 본격적으로 나섰다 .
<이제부터 김여사하고 전쟁이다 전쟁.>
3 진행 ( 進 行)
우리는 탁구는 복지관에서는 도저히 칠 수 없어서 탁구장으로 같이 같다
복지관에서 김여사를 가르친다는것은 사실 어려웠다 탁구대 하나를 독차지 할 수도 없고 또 다른 사람이 보면 흉을 보는 것 같고 뭐니 뭐니해도 김여사가 꺼리는 눈치였다 (아마 다른 여사님들의 눈총도 있었으리라. 나를 독차지한다고?.)
그래서 돈내고 탁구장에 가서 탁구장 제일 구석진 자리로 가서 그녀에게 탁구채 잡는 법 부터 공을 탁구채에 맞히는법. 써브넣는법 등을 하나씩 하나씩 처음부터 5살짜리 가르치듯이 했다
솔직히 말하지만 그녀는 운동신경이 다소 둔하다 그래서 그런지 발전이 더디다
우리는 탁구칠 때 탁구공을 이어서 계속 독딱똑딱 왔다 갔다 칠수 없다.
김여사는 겨우 한번 치고 두 번째는 탁구공이 엉뚱한데로 튕겨나간다
계속 공을 치면 그녀는 도저히 되받아 칠 줄 몰랐다
그녀기 되받아 치는 공이 엉뚱한데로 픽픽 달아나서 내가 줍다가 시간이 다 간다
그래서 공을 한번씩 만 치고 잡아서 다시 보내고 차라리 이방법이 났다. 5살짜리 딸내미 가르치는것처럼.
옆 탁구대에선 남녀가 연습하는 공이 똑딱독딱 쉴새 없이 왔다갔다 멋있다
남들이 보면 우리가 이상하게 친다고 할 것이고 아마 부부간에 치는가보다 할 것이다
- 아마 저남자 인내력은 태평양보다 더 넓을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3..과정 ( 過程)
어떤 운동이던간에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그것도 아무 댓가 없이 봉사하는 맘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여간 인내를 요구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지도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옆 탁구대에서 두사람이 신나게 탁구 치는 것을 보면 당장 가르치는것을 중지하고 잘치는 사람하고 탁구를 치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김여사의 적극적인 태도를 보면 탁구채를 다시 꽉 잡게 되었다
그렇게 그렇게 치다보니 벌써 4개월이 지났다 . 다행인것은 그녀는 혼자 살기 때문에 가정적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탁구를 칠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녀의 실력도 조금씩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처음처럼 탁구공을 한번치고 붙잡고 한번치고 붙잡고 이렇게 가르친다
< 김여사님 많이 늘었어요.> 나의 말에 그녀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면서 수줍은 듯이 웃는다.
그 때 마다 그녀의 눈동자로 인하여 < 암. 가르치야지 내가 가르치야지> 다짐하곤 했다
4. 슬럼프
둘이 식사를 하면서 그녀가 말했다. 탁구 시작한지 4개월이 되었다.
< 싸부님 아무래도 그만 둬야 할 것 같아요.> 그녀는 눈을 내려 깔으면서 말했다
< 왜요?> 놀라서 내가 물었다
< 전 실력이 너무 없어요 향상도 안되고. 그녀는 나를 뻔히 쳐다보며 말했다
< 아니 그정도면 됐어요 누구나 다 그래요 너무 실망하지 말아요 > 단숨에 말했다
물론 내말이 100프로 다 맞지는 않는다 50프로는 맞는다고 보면 된다
< 싸부님 정말 제가 탁구를 배우면 잘 칠수 있을까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뻔한 답을 물었다
< 그럼요 괜찮아요 걱정 말아요> 내말에 안심하듯 김여사가 안도의 미소를 띄었다
사실 가르치기가 힘이 드는 것 사실이지만 그녀가 더욱 힘이 들 것이다
그녀는 실력이 안 늘으니 싸부한테 미안하고 ,못치니 남들 보기가 창피하고, 이중으로 고역 이었으리라.
김여사는 언제부터인가 나보고 싸부라 칭했다
우리는 부부처럼 아니 남들 보기가 부부 모습 딱이다.
그래도 괜찮다 여기는 노인들은 없고 젊은 사람들뿐이고 아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도 남녀가 같이 운동하는 데 어쪄랴 싶었다
김여사는 간혹 그만 둘까하고 실망할 때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말려야했다
지루한 싸움은 계속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스스로 보람도 찾게 되었다
탁구에 대해서는 쑥맥이었던 그녀가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기도 했다.
사실 우리 60대에 운동을 배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 너무 늦은 감도 있고 더구나 그녀는 63살 여자이고 보니 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
나는 스스로 다짐했다, 이왕 시작했으니 그녀를 앞으로 2년만 가르치면 그녀가 65살 되면 복지관 탁구장에 혼자가서 다른 사람하고 대충이라도 탁구를 칠 수 있게 만들어보자 결심했다.
왜 꼭 그렇게해야하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결심해버렸다
나의 결심은 순전히 오기의 발동이었다 . 그래 가르쳐보자, 끝가지 가보자고-
5. 결 과 ( 結果)
우리는 슬럼프를 벗어나 열심히 탁구를 치고 있다
그녀의 실력은 보잘 것 없어도 6개월 전보다는 훨씬 잘 치니까 그러면 되었다
나는 가르치는 목표가 뚜렷하니 더욱 열심히 가르치게 되었다. 그리고 교수법을 바꿨다. 탁구칠 때는 농담을 주고 받지 안했다. 신중한 모습으로 진지하게 가르쳤다
어느 날부터 가르칠 때는 다소 엄하게 가르치니 그녀가 당황하는 것 같아서 내 속내를 밝혔다
< 나는 이제부터 2년간 당신이 홀로 설 때 까지 열심히 가르칠 테니 당신도 각오 하세요>
< 고마워요 지금까지도 정말 잘 가르치셨어요 마치 초등학교 1학년생을 지도 하는 것처럼 세세하게 가르쳐 주어서 고마운데 미래 청사진 까지 계획하셨네요>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김여사와 나는 열심히 탁구를 쳤다 7개월이 흐른 지금은 탁구공을 천천히 10번정도는 왔다갔다 한다.
그것만도 어디냐 싶었다
나는 탁구 칠때마다 조심하는게 있는데 손목이 아플때가 있다 그전에도 자주 그랬다
아닌게 아니라 손목에 엘보가왔다 . 아시다시피 손목엘보는 움직이면 아프다. 탁구 칠때마다 괭장히 아프다 .
그래도 참고 가르쳤다 .그녀가 알고 있으면 분명 안한다고 할까봐 아무말도 못하고 탁구끝나면 오후에 정형외괴에가서 물리치로 받고 다시치고 물리치료받고 하면서 가르치는것은 계속되었다.
나는 이젠 어떤 난관이 와도 그녀를 계속 가르칠것이다.이미 돌아올수 없는 루비콩강을 건넜다
그래서 우리는 쇼윈도 부부처럼 오늘도 계속 탁구를 친다
가끔은 < 사슴 눈망울 같은 그녀의 눈을 쳐다보는 재미도 있다.> . 끝.
![](https://t1.daumcdn.net/cfile/cafe/213AFB4157CA260617)
첫댓글 요즘 제가 탁구를 칩니다
남편을 따라가서 부지런히 치는데
처음에는 열번 왔다갔다 하더니만 이젠
사십번정도 왔다갔다합니다
그래도 잘한다고 칭찬해주니 더 치고 싶던데
잘 하셨어요 상상으로 빙그레 웃습니다..
탁구운동은 우리 60대에 알맞는 운동인것 같아요 .신실님은 처음부터 탁구를 칠줄알았지만 우리 짝궁은 아직도 영 영 입니다.
오셔서 고운 댓글 감사드리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사슴 같은 63 세의 눈망울..
어느 정도 일까요 ?
가르치겠다는 열정도 참 대단 하십니다.
글세요 아마 조맹숙님과 비슷할거에요. 머물어 고운댓글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편안하십시오.
긴 글을 읽으면서 참 대단한 인내가 필요한 운동을 하시는구나 ,,생각합니다,,,,^^
사실 내가보기에는 조금 지나친 부분도 있는데 !! ㅉㅉ
하여튼 눈망울에 빠지신듯도 하고 참 대단하신 사부님되십니다 ㅠ ㅠ
하여튼 긴 시간을 오셨으니 성공하시고 좋은일로 마무리 하시기를 바랍니다,,,
에구 그런분 여기있으면 나도 배우고 싶습니다,,,ㅎㅎ 하기사 눈망울이 문제지만 ㅋㅋ
9월 행복가득 하십시오,,,,
눈망울? 그냥 내생각입니다 ㆍ기회가 되면 잘가르쳐드릴께요ㆍ머물러 느낌 같이 나누게되어 감사합니다ㆍ 초가을의 문턱에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하십시오
정독하면서 두 분의 외모와 심경의 변화를 구절구절마다 상상해 보았습니다.
인연을 넘어 천륜이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무도장은 탁구보다 더 다양한 천태만상의 형상이 있습니다.
옛날부터 춤 배우려면 집 한 채 날려야 한다고 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분들이 상당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탁구와 비교 대상이 아니니
조선일보 별별 다방 사연 만큼이나 구구절절 사연이 많습니다.
나이드신 남자가 여선생님에게 리드 당하며 수개월 내지 몇 년 배운 사고댄스
사부의 손을 놓고 리드를 직접 해보려니
파터너가 제멋대로 자꾸만 엉뚱한 곳으로 가니
그 낙망, 절망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들 합니다.
허, ~~~???
네 그렇지요 어찌 무도에 비유 할수 있나요?
춤은 신체부터 기능까지 두루 두루 갖춰져야되지만 탁구는 안그렇죠ㆍ 그냥 탁구만 잘치면 됩니다
우리 노인들은 무엇이든지 취미로 운동하나쯤은 즐기면 될 것 같네요
오셔서 같이 느낌나누게되어 기쁨니다
항상건강하고행복한시간이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디ㅡㆍ
저도 신경이 둔해서 이 나이 되도록 운동쪽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살았어요.
6명이 달리기를 하면 꼭 5등입니다.나이들어 운동은 필수라는데 은근히 걱정이여요.
산호림님처럼 인내력이 태평양보다 더 넓을거 같은 사부님이 계시다면
저도 배우고 싶네요. 진행과정 또 부탁드립니다..ㅎㅎ
네. 그러세요 꼭 운동을 하십시오 탁구가 괜찮습니다
처음배울때가 가장 어려운데 누군가 같이칠사람 있을거에요 찾아보시고 우리 복지관은 평균 76세
로 탁구운동을 꾸준히 합니다 못하면 못하는데로 그릅져서 치면되고 잘치면 잘치는데로 그릅져서 탁구 치면 됩니다.
꼭 운동 하십시오 . 운동은 제2의 병원입니다 건강을 도와주니까.
오셔서 의견나누게되어 기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부단한 노력과 인내로 만남이 좋은 결실을 보게 되신것을 축하합니다
그러네요 감사합니다만 끝까지 갈려는지 솔직히 점점 지쳐갈려고도 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편안하십시오
눈이 예쁘면 마음씨도 고울껍니다. ㅎㅎㅎ
그동안 산호림님의 시어에 외로움이 보였는데, 탁구짝이 생겨 참 다행이다 생각듭니다. 많이 즐기시고 행복하세요. 응원합니다. :)
눈이 예쁘다는것은 제생각입니다ㆍ
그냥파트너일 뿐입니다
고운댓글로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평안 하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역시 여자는 늙어도 예뻐야한다는 생각이드네요 .ㅋㅋ
어쩜 그렇게 참을성 있게 가르칠수가 있답니까 .
저도 탁구라면 좀 하는 사람입니다만 ,
조금은 가르칠수가 있어도 , 그렇게는 정말 힘듭니다 .
그분이 만일 탁구를 잘치게 되어서 다른 사람들과 친다면 .............
질투 하게 되실것 같습니다
머물러 관심있게 느껴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이 예쁘다는것은 그냥 제 생각입니다
잘 배워서 당연히 다른 사람하고 쳐야지요
탁구는 아기자기 한 운동이라서 남녀가 같이 치면 더욱재미 있습니다ㆍ발걸음 고맙습니다
항상편안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아기자기한 운동은 사실 입니다.
저도 예전에 잼있게 단식게임 하는걸 보곤
부부냐고 하덩걸요 ? ㅎ
지금 생각하면 탁구는 일찍 잘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열성으로 가르쳐 주시는분 드물어요.
게임도 비슷한 파트너 라야 재미도 있고
둘이 하는 운동이라서
혼자서는 중간에 포기를 많이 하드라구요.
요즘은 엘보가 와서 팔 보호대 하고 운동을 하고는 있지만 좀 쉬어야 된다는데
그걸 못하니 오래 가네요.
그나마 힘드실때 사슴 같은 눈망울을 쳐다보는 재미라도 느끼신다니 다행 입니다.ㅎ
끝까지 파이팅 입니다.
ㅋㅋ 사슴같은 눈망울? 그냥 내생각입니다. 그러네요 탁구는 누구나 엘보가와서 골치아프지요.
빨리 나아서 운동을 해야 되겠지요. 저도 싫증날때가 있습니다 그냥 참고 하는수 밖에...
머물러 공감해주시고 고운 댓글로 같이 의견 나누게되어 기쁨니다
이젠 초가을 이 시작되었네요. 가을은 고은이님에게 풍성한 결실로 이어지지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편에 순애보 같은 글을 읽고 갑니다.^,^
오신걸음 감사합니다 , 가을에 풍성한 결실 얻으시기 바랍니다 건강 하세요.
기승전결...........결론은 아름다운 60대^^
문장이 다소길어서 읽기쉽게 하기위해서 나누어 놓았음
결론은 아직 미결의장임.
탁구는너무좋은운동이죠 ?저도3년첯는데 몸무게 9키로감량성공
박수! 축하합니다. 우리 60대에는 탁구가 알맞은 운동인것 같아요
. 계속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우리동네로한번오세요/탁구한번치게 분당선 신갈역2번출구 새천년아파트4단지탁구장
감사합니다 저는 지방에살고있어서 마음만갑니다 관심갖고성의있는 댓글 고맙습니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