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조도 자수 병풍의 한부분입니다. 깁 바탕에 놓은 수가 무척이나 정교합니다
자수는 직물이 생겨 사람이 이를 재단하고 꿰메어 옷을 지어 입기 시작한 때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곧, 실용의 옷이 먼저 만들어 지고 다음에 이를 꾸미는 장식으로 자수가 생겼으리라고 여겨집니다. 동양 자수는 페르시아에서 맨 먼저 시작되어 비단길을 거쳐 중국에 전해 졌다가 마침내 우리나라에까지 왔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고대 자수품이 출토된 적은 없으나 직물이나 자수에 관한 단편적인 옛 기록을 보면 조금은 짐직할 수 있습니다. 삼국 시대보다 앞선 부여 시대에 흰옷과 자수가 높이 평가되었다는 기록이 "삼국지" 부여전에 기록되어 있으며, 삼국 시대에 이르러서는 이미 벼슬아치들이 입는 관복에 수가 놓여 있었음이 "삼국사기" 33권 잡지 제2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자수는 널리 보급되어 크게 성행하였던 삼국 시대에 이르러 "왜"에까지 전해졌습니다. 그들의 기록인 "일본 자수 연표2"를 보면 서기 430년쯤에 백제에서 자수 기술이 왜에 전해졌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시대에 전해졌음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로 고구려에서 가서익이 중심이 되어 몇몇 사람이 수 놓았다는 "천수국만다라수장"이 있습니다. 이것은 일본 국보로 지정되어 일본에 있는 절인 중궁사에 소장된 유품입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통일 신라 시대에도 불교 문화에 관한 자수가 성했음을 알 수가 있으며, 일반에서도 옷을 장식하는 장식 자수가 매우 성했고, 그 밖에 병풍, 부채, 마차의 장식, 집안의 치장들의 실생활에 자수가 고루고루 성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라 시대를 이은 고려 시대에 이르러서는 자수가 더욱더 성행하여 귀족은 말할 것도 없고 보통 사람들의 옷에도 장식으로 수를 놓는 일이 흔하여 그 사치 풍조가 너무 심하다 하여 여러 차례에 걸쳐 이를 막는 국법이 제정되기까지 했습니다. 고려 시대에 이미 자수가 널리 확대되었음은"고려사"와 "고려도경"들의 기록에서 짐작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전통은 그대로 조선 시대에 계승되어 오늘날 실제로 많은 유물을 통하여 그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조선 왕조에 이르러 자수는 이미 여자들 생활의 한 부분이 되었으며, 한국 전통 자수의 특징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조선 시대의 자수를 그 쓰임새에 따라 크게 나누면 불교 자수, 생활 자수, 감상용 자수, 옷에 놓인 복식 자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불교 자수가 쓰이는 데는 부처님을 수놓은 수불, 번기, 가사, 방석, 다라니 주머니, 탁의 들로 그 종류가 매우 여럿이며 길고 짧은 땀으로 밑그림의 빈 자리를 메우는 자련 수법으로 놓고 오래 된 것일수록 가는 실을 사용하였으며 근세에 가까와 올수록 굵은 실을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활 자수로는 관복을 입는 벼슬 아치의 신분과 권위를 나타내는 흉배에 놓인 자수가 있고, 보통 때에 입는 옷에도 더러 여러 군데에 장수와 복락과 부귀 영화를 상징하는 문양을 수 놓는 수가 있었습니다. 흔히 병풍과 같은 데에 놓이는 감상용 자수는 얼핏 보기에 그림과 같으며, 바탕 그림에 따라 산수도, 화조도, 십장생도, 백수전도, 평생도 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드는 것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품 가운데에 언제쯤에 누가 놓은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자수 병풍으로는 부산 동아대에 소장되어 있는 신사임당의 "조충도"를 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의 변천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날의 전통적인 한국 자수가 정착된 것입니다.
왼쪽으로 부터 수 놓은 밥상보(김종학 소장), 혼사때 쓰는 함보, 수 놓은 골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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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의 전통 자수의 무늬에는 가장 많은 것으로 자연을 나타내는 구름, 해, 달, 물결, 산수 들을 수 놓은 자연 무늬가 있습니다. 식물을 표현하는 무늬로는 사군자, 모란, 연화분, 석류, 천도 복숭아, 치자꽃, 목련, 나팔꽃과 그 밖에도 산과 들에 저절로 피는 풀꽃이나 나무에 피는 꽃의 무늬들이 있습니다. 동물 무늬로는 범, 사슴, 학, 박쥐, 나비, 원앙, 공작, 거북이, 해태, 산호, 타조, 꿩, 벌, 잠자리 들의 무늬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동물이 아닌 상상의 동물을 수 놓은 것으로 전통의 동양 자수에 나타나는 동물 무늬에는 용과 봉황, 기린들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식물의 무늬로도 실재하는 것이 아닌 것이 있는데 동양 자수에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불로초, 보생초, 당초 들이 있습니다. 또한, 좋은 뜻을 가진 글자를 수 놓는 길상어 무늬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부귀영화", "수복강령", "자손창세", 같은 문구도 있고 한 글자로 된 "수", "복", "길", "만", "희" 들도 있습니다. 이것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영원을 희구하고 기쁨, 향수, 애환들을 추구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또 현대 감각으로 보아도 매우 단정하고 아름다운 기하 무늬로 완자문, 사각형, 삼각형, 원형, 횡선, 점 들과 떡살문, 문살문 들과 같이 생활 공간에서 따온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은 매우 소박하고 사실주의적이며 어떤 것은 동화적이고 축제 분위기를 풍기며, 종교적인 청신녀들의 믿음과 정성에서 비롯된 무늬가 있는가 하면, 역사의 배경, 문화의 배경, 무속의 배경 들을 가진 여러 가지 무늬가 선, 면, 색상, 형태에서 이치에 맞게 풀어 놓아진 보기들이 있습니다.
여자들의 전유물이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은 생활용 자수, 감상용 자수, 복식 자수가 한때 우리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듯이 여겨진 적도 있었지만 경제, 문화 수준이 향상되자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호의 기풍이 새롭게 일기 시작하여 이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 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작가들이나 기능인이 충분히 훈련되어 있지 않고 그 생산과 제작의 규모나 기업의 관리 체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옛날의 빼어난 작품에 버금가는 작품이 나오기 여렵다고 생각합니다. 또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질이 좋지 않은 값싼 제품이 많이 생산됨으로써 오히려 눈높은 사람들의 불평을 사기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요즈음 나도는 갖가지 자수 제품을 보면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거기에 나타난 도안과 배색들을 전통 자수품과 견주어 보면 발전한 것이 아니고 도리어 뒷걸음질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전통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내려고 많은 노력을 하기보다는 손쉬운 방법으로 유행에 따라 양산되는 저질 제품으로 우선 수요에 충당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얄팍한 상술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학교에서도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수 시간이 많지 않고 그나마 자수를 전공하지 않은 선생님으로부터 배우기 일쑤이므로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는 여려울 듯 합니다. 우리의 전통 문화인 자수를 육성하고 개발하려면 자수에 대한 교육의 획기적인 방향 전환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고 그렇게 하여 자수 작가나 모든 여자들의 관심이 이에 모아져서 우리나라에 고유한 전통을 바탕으로한 자수 작품이 많이 나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 아울러 우리의 전통 문화가 우리의 마음 속에 더 깊이 심어지고 마침내는 세계에 심어지는 결과를 걷게 될 것입니다.
왼쪽은 조선 후기 것으로 짐작되는 수저주머니이고, 오른쪽은 수놓는 재주가 무형 문화재 80호로 지정된 한상수씨가 금실로 수 놓은 연불교 행사때에 행렬의 맨 앞에 세우는 깃발인 "연"입니다 |
첫댓글 아주 어릴적 엄마가 수놓는 걸보면서 자랐는데.. 이제는 80이 넘으셔서... 언니와 내꺼 가정 가사숙제는 언제나 울엄마몫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