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1052047025&code=990101
[사설]노동자 사망사고 잇따르는 CJ대한통운과 손 놓은 당국 (경향, 2018.11.05 20:47:02)
공공운수노조와 노동건강연대, 노동당 등 8개 사회·노동단체가 5일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 박근태 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을 처벌해달라고 관계 당국에 요구했다. 노동건강연대 등은 또 최근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박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8개 단체가 사법기관에 CJ대한통운 대표의 처벌을 강력 요구한 것은 정부의 행정조치만으로는 제대로 사업장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으로 판단된다. CJ대한통운에서는 최근 3개월 사이 노동자 3명이 잇따라 사망했다. 지난달 30일 대전물류센터에서는 30대 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여 중상을 입고 숨졌다. 앞서 8월에는 같은 곳에서 택배 업무를 하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감전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또 옥천터미널에서는 50대 노동자가 쓰러진 후 사망했다. 노동건강연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지금까지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만 7명이나 된다.
CJ대한통운은 택배업계 점유율 1위의 물류배송 전문기업이다. 대기업이면서 열악한 작업환경은 물론이거니와 간접고용, 외주화 등으로 위험을 하청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경영 행태를 일삼아왔다. CJ대한통운에서의 노동자 연쇄사망은 ‘안전불감’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 회사는 사망 사건 발생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지난 8월 아르바이트생 사망 사건 때에는 물류센터 노동자들에게 사고 은폐를 종용하고 거짓진술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사망 사건은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살인 경영’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당국의 안이한 대응도 큰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아르바이트생 감전사 이후 대전물류센터에 대한 특별감독을 벌여 위법 사실을 밝혀내고도 CJ대한통운에 과태료 650만원만 부과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검찰은 같은 달 이 회사 대표이사 3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사망사고를 낸 기업이 책임을 회피하고 당국이 손을 놓은 사이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 정부와 검찰은 이제라도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기업 이윤을 위해 노동자가 희생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당장 끊어야 한다. 국회도 계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입법을 서두르기 바란다.
http://www.nocutnews.co.kr/news/5058233
'잇단 사망사고' 민주노총 "CJ대한통운 사업주 처벌하라" (대전CBS 김미성 기자, 2018-11-08 17:02)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잇단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민주노총 대전본부는 8일 오후 대전 대덕구 문평동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을 외주화해 연쇄산재사망이 발생한 CJ대한통운 사업주를 처벌하고, 국회는 기업살인법 제정으로 원청 사업주 처벌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난 8월 초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학비를 마련하겠다던 청년 비정규직노동자는 일하던 중 감전사로 사망했다"며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 산업안전보건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 수십 건의 안전 관련 위반사항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CJ대한통운 대전 물류센터와 하청업체는 총 7500여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물었다. 전체 과태료 중 CJ대한통운에는 고작 650만 원만 부과시키고 나머지 6800여만 원은 하청업체에게 부과됐다. 노조는 그러면서 "매번 지적 되는 '안전 불감증'과 노동부의 '사후 약방문식' 대처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며 "대한민국은 한 명의 노동자가 산재 사망할 경우 사업주는 평균 400만 원의 과태료를 내면 그만"이라고 꼬집었다.
또 "아직도 기업살인처벌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청 사용주들의 무책임한 태도와 안전무시를 조장하고 있다"며 "CJ대한통운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은 노동자 개인의 죽음을 넘어서, 대기업이 얼마나 후진적인 안전관리를 하며 노동자가 죽은 뒤에도 아무런 대책이 없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http://kilsh.tistory.com/1781?category=649356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87645
산업안전보건법,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오마이뉴스, 18.11.15 08:24 l 김재광(kilsh)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노무사, 월간 일터 2018.11월호)
[모두를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을 만들자] ①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부 개정안이 10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한편, 국회의원들의 부분적인 여러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다. 법과 제도라는 것은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기도 하고, 변화된 사회를 뒤쫓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언제나 산안법은 변화된 사회를 아주 느리게 뒤쫓고 있다.
고용 형태와 성장하는 안전보건에 관한 요구에 맞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간 산안법이 주안점을 두었던 전통적인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조차 노동자의 건강 유지 및 증진하는 것에 모자람이 크다. 또한, 이 모자람조차 적용 제외되는 노동자와 사업 영역이 너무도 광범위하다. 따라서 이번 개정이 어떤 모습이건 간에 추가 개정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산안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것인가?
적용 대상의 확대
정부의 전부 개정안은 산안법의 법 취지를 변경하였다. 안전 및 보건의 유지 증진의 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변경하였다. 법 취지 외에 '일하는 사람'에 대한 정의나 그 적용에 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어 선언적 의미에 지나지 않지만, 매우 중요한 변화임이 틀림없다.
유연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은 지속해서 전통적인 고용 관계를 해체하여, 법률적으로 사용자의 의무를 가볍게 하거나, 아예 해소하면서 제공된 노동력으로 사업 이익을 확대하는 것을 조장, 독려하였다. 이 같은 결과로 외주화, 파견, 위장도급을 시작으로 프랜차이즈, 프리랜서, 플랫폼 기반노동 등으로 나타났으며, 이 변화된 노동력 사용과 제공의 관계가 확대되고 공고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의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영향도 있겠으나, 상당한 부분은 노동시장의 유연화 전략과 정책의 결과이다. 현재의 고용시장 상태는 극단적인 양극을 이루면서 동시에 이윤 극대화를 위한 '사용자 책임 탈피 노동력 사용' 경향의 확대상태라고 할 것이다. 이렇게 분절되고, 파편화된 노동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것은 당연하나, 이를 이유로 현재 발생하고, 확산하는 부작용에 대한 대처에 손을 놓아둘 수만은 없다.
즉, 유연화 된 노동시장에 대한 법, 제도적 복구의 노력(분명하고 투명한 고용 관계의 구축)과 더불어 이러한 노동시장에서 허우적거리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후자에 해당하는 것 중 하나가 산안법이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이에 의존하면서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법상 '근로자'가 아니기에 보호받을 수 없는 노동자, 다시 말해 개정법이 언급하는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는 절박하고 현실적인 시대의 요구이다. 법상 '근로자'가 아니면서 '일하는 자'들은 상대적으로 더욱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으며, 집단적 대응을 하기에도 취약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산안법은 '누구의 건강을 유지 증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있어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외형상 고용 형태가 불명확하더라도) '노동력 제공하는 모든 자'를 모두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에 개정법이 제시하는 '일하는 사람'의 개념을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자'들로 구상하고, '타인의 노동력 제공 이익을 얻는 자'를 '사용수익자'로 정의하여 산안법 상 '사업주'에 해당으로 하는 책임을 모색하여야 한다.
일부 '특수 고용 형태 근로자'를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현재의 산안법과 같이 고용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위험을 초점으로 하는, 노동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는 명실상부한 '노동안전보건법'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통해 실질적인 보호법익을 확대하여야 한다.
한편, 이번 법 개정과 무관하게, 또 다른 차원에서 현행 법 제도를 통해 산안법의 적용을 확대할 수 있다. 산안법은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하게 되어있지만, 정작 산안법 시행령을 통해 일부 적용되지 않은 사업을 규정하여 그 적용을 배제하고 있으며, 각종 규정 적용에 있어 규모의 예외를 둠으로써 또다시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시행령에서 적용 제외되는 사업은 대부분 생산 및 건설업이 아닌 사업이 해당하는데, 사고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정도가 작을 수 있으나 증가하는 직업성 질환의 발생 추이를 살펴본다면 결코 무시할수 없는 상태이므로 시행령에 의한 적용제외는 점점 그 타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시행령 등의 개정으로 그 적용제한을 시급히 풀어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 확대는 사회적 이익의 확대
현행 산안법의 체계는 '사업주' 및 '근로자' 준수의무를 규정할 뿐 사실상 명문화된 노동자의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는 인간인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적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실제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 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기제이다.
사업장에서 재해가 발생하여 관리 감독 기관인 고용노동부에 비난의 화살이 갈 때 언제나 망가진 오디오 마냥 반복되는 변명이 있다. 바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인력으로 수많은 사업장을 관리, 감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상태를 보자면 한편 수긍이 가지만 마냥 인정할 수만은 없다.
그간 고용노동부의 행태는 차치하고, 설사 인력이 지금보다 2배가 늘어난다 한들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여전히 사업장의 수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는 유력한 방법은 일하는 노동자가 관리감독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를 현재의 노동자가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고, 개선하는 하나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관계기관의 감독 또는 처벌을 요구하는 공무원의 협력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산안법은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할 권리, 거부할 권리를 명문화하고 개별 및 집단적 개입을 보장해야 한다. 산안법에 규정된 각종 조사와 검사 그리고 평가에 어떤 형식이건 노동자가 참여하고, 이에 대한 결과와 의미를 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알리고,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용하고 있는 물질에 대한 성분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왜곡 없이 파악할 수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관련된 작업 방법 및 공정, 노동강도, 사용 물질, 보호조치 등이 변화할 때 해당 노동자의 의견을 구하고, 집단적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
지역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권한을 확대하여 지역 사업장 관리감독에 노동자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기준을 낮추고, 심의와 의결의 권한을 확대하여야 한다. 이럼에도 위험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즉각적인 작업 거부 및 중지의 권한이 개별적, 집단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동자의 권리가 확대되면 될수록, 당연히 안전과 보건의 유지 증진은 확대될 것이고, 관리감독의 인원 부족만을 탓하지는 않게 될 것이다. 노동자의 권리 확대는 단순히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행정력의 보완, 노동재해의 예방, 이로 인한 직간접적 사회적 비용의 감축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이익의 확대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정신과 사회 심리적 건강의 포용
현재의 산안법은 신체안전 및 건강을 중심으로 규정되어있다. 현재 헌법도 이점에 있어 다를 바가 없는데, 현대 산업 사회에서 확대되고 심화하는 질병에 있어 심리적, 정신적 질병을 무시할 수가 없다. 노동재해도 마찬가지로, 최근 산안법 개정에서 고객 응대 노동자의 안전 문제가 규정화되고, 직장 내 괴롭힘 등이 근로기준법과 산안법 등에 편입하려 하는 것은 이를 반영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분명 긍정적이기는 하나, 땜질하듯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안법 상 의무인 보건 조치에 명문으로 정신건강 장애에 대한 예방 의무를 명시하고, 이에 대한 구체 의무를 시행령, 규칙, 고시, 지침 등으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사업이 어떤 종류이건 간에 신체와 정신의 건강은 균형 있게 예방하고, 보장해야 한다.
한편, 노동자의 심리적, 정신적 건강의 문제는 사회 심리적 차원에서 조명되어야 한다. 즉 해당 조직문화와 업무와 관련한 조직 내외 관계 그리고 업무성과 설정 등과 같은 것을 살펴야 한다. 앞서가는 국가들에서는 이미 사회 심리적 요인을 사업장 건강에 영향 요인을 파악하고, 부정적 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연구 및 제도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문제로 주목받는 감정노동, 직장 괴롭힘, 고객 응대 노동, 정신 스트레스의 증가는 작업장의 건강 장애 환경을 물리적 요인만으로 국한해서는 예방할 수 없다. 사회 심리적 요인을 작업장의 건강 영향으로 포함하여 산안법은 이에 대한 예방 사항을 규정하여야 한다.
법 성격과 체계를 바꿔야
현재 산안법은 사업주를 수규자로 하는 법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노동자의 권리와 권한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노동자는 보호의 대상이며 동시에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개별적이건 집단적이건 관계 없이 그래야 한다. 노동력을 받는 사업주 또는 사용자는 당연히 안전배려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의무를 다하고 임금을 지급한다고 하여 노동력을 포함한 노동자의 모든 신체와 정신의 처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용자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안전과 보건을 파악하는 것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노동자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위협하거나, 증진을 방해하는 노동환경에 대해 개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부할 수 있어야 비로소 자신을 보전할 수 있다.
사용자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로서는 온전히 자신을 보존하기 어렵다. 따라서 산안법의 법 취지와 같이 안전과 보건의 증진 유지를 위해서는 노동력을 사용하는 자의 의무와 노동력을 제공하는 자의 권리를 균형 있게 설정하여야 한다. 법의 성격과 체계를 바꾸어야 한다
http://kilsh.tistory.com/1782?category=649356
[특집2] 28년 만의 산안법 개정, 노동·시민사회 총력 모아야 (월간「일터」, 2018.11.19 19:35,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 실장)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의 역사는 노동자 죽음과 투쟁의 역사이다. 30년 전 문송면, 원진 레이온 노동자의 죽음과 사회각계 각층의 투쟁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으로 이어졌다. 2018년 28년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 제출도 기간의 죽음과 투쟁이 만들어 낸 것이다.
문송면, 원진레이온 투쟁으로 진행된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의 핵심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노사 동수 규정을 비롯한 노동자 참여권 확대와 정기 안전보건교육 실시, 직업병 예방을 위한 화학물질 조사 및 조치 의무와 건강관리 수첩제도 등 14개 항목'이었다.
그 이후에도 근골격계 질환 집단 산재신청, 석면, 철도 지하철 궤도안전, 병원 감염성 질환, 청소노동자 씻을 권리, 전기 안전, 타워크레인 안전, 산재은폐, 감정노동 보호 등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시행규칙 조항 하나하나에 노동자의 피 눈물이 배어 있다.
최근 7~8년은 하청 산재사망 문제를 지속 제기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29조가 계속 개정되어 왔고, 구의역 참사 이후에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 의원입법 법안도 발의되었다. 산재사망 기업 처벌강화는 10여 년 전부터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진행하면서 기업살인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계속되어 왔으나, 실질적 입법 투쟁이 진행된 것은 2012년 민주노총과 민변 등이 특별법 안을 준비하고 추진하면서부터 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시민재해를 포괄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 투쟁으로 이어져, 2017년에야 입법발의가 되었다. 20대 국회 환노위에는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이 법사위에는 재난안전에 관한 특별법 형태로 의원입법 발의안도 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산재사망 처벌강화는 입법발의도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18대, 19대 국회에서는 심의도 없이 회기만료로 폐기를 반복했다. 20대 국회에도 도급금지, 처벌강화, 안전보건정보 노동자 알 권리 등 다수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어있다.
28년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은 개정되는 '주요 내용만 8개 분야의 32개 조항'에 달한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 법률은 그대로이면서 순서와 배치를 바꾸어 놓거나, 하위 법령에 있던 것을 법률로 올려놓은 것도 많아 조문 비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은 경총을 비롯한 사업주 단체와 보수 전문가들이 '후퇴, 졸속, 일방 강행' 등의 프레임을 만들고, 최소한 '법 개정을 지연시키거나 회기 만료로 또 다시 쓰레기통으로 폐기 처분'하게 만드는 길로 가게 만들거나, '취지는 좋으니 통과시키고 보자'라는 안일한 대처로 몰고 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2월 입법예고안에 대한 입장에서 '28년만의 전부 개정안'이라고 하기에는 노동자 정신건강에 대한 대책이 누락되어 있고, 노동자 참여와 관련 조항이 없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이후 감정노동 보호와 관련해서는 법안이 별도로 통과되었고, 일터 괴롭힘 금지와 관련해서는 근기법, 산안법, 산재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법사위에서 계류된 상태이다.
노동자 참여 확대 조항의 핵심인 명예산업안전감독관 권한을 비롯해 세부 내용들은 대부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관련 사항으로 법률에서 다루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러나, 노동자 참여 확대가 전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애초부터 제출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국무회의를 통과한 산안법 개정안이 현행 법 대비 진전된 내용과 문제점을 최대한 정리해 보려한다.
첫째, 일하는 사람으로의 보호대상 확대
개정안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문에 '일하는 사람'을 명시했다. 그러나, 실제 내용에서는 사업주 정의에 특수고용, 배달노동 등의 중개사업주, 프랜차이즈 본부만 구체적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사업주를 명시했다. 다만, 정부의 책무에 '일하는 사람의 안전 및 건강의 보호증진'을 명시하여 정부의 사업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현재의 산업안전보건법이 구체적 안전조치, 보건조치를 명시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이하 하위 규칙)은 사업장 전체에 대한 조치로 근로자 여부를 따지지 않는 조치가 많고, 구체적으로 조치 대상을 정할 수 밖에 없는 보호구 지급, 안전교육, 건강검진 등은 '소속 노동자'로 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구체적 실물 내용이 반영된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일하는 사람'의 정의가 없어 대표적인 산재보고의 경우에도 사업주는 어디까지가 대상인지 알 수 없다 라는 주장을 펴면서, 일하는 사람 조항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 사업주 정의 자체가 '근로자를 사용하는' 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산재보고는 고용사업주가 하는 것이므로, 경총과 보수 전문가의 주장은 과도한 해석이다. 오히려 문제는 특수고용 노동자 정의가 '주로 하나의 사업' 이라는 산재보험법 특수고용 정의를 그대로 차용하고 있어 건설기계, 화물, 택배, 퀵 서비스 등 위험도가 높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적용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개사업주의 경우에도 이륜자동차로 한정하고 있고, 프랜차이즈 본부의 경우에도 '소속근로자' 로 한정하여 가맹점에 자회사 형태로 인력 공급이 되는 경우에 대한 보호조치가 누락 된다. 이에 개정 논의과정에서 범위대상 확대와 보호조치 내용의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원청 책임의 확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9조는 그 태생이 건설, 조선, 제조업의 하청 산재에 대한 보호조치로 계속 추가 확대되어 왔다. 그러나, 서비스업 등 여타 산업의 다양한 하청산재 문제를 포괄하지 못했고, 임대 위탁 등 다양한 계약형식으로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원청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 병원, 지하철의 청소 노동자, 삼성전자 서비스 등등 다양한 하청 산재 문제가 도급의 정의, 일부 도급, 형식상 임대 위탁인 경우 등을 빌미로 법령에 있는 원청의 의무는 실제 감독, 처벌 과정에서 번번이 누락되었다.
개정안은 도급의 정의를 확대하고, '관계 수급인'정의를 도입하여 다단계 도급 시에 도급인이 누구인지 불명확했던 점을 원 도급인으로 명확히 하였으며, 도급인이 제공, 지정하는 장소도 포괄하게 하는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안전교육의 확인의무를 추가하고, 작업환경측정, 위험성 평가 조항에서 하청 노동자 공정까지 포괄하도록 하고, 노동자 대표가 원청의 하청 산재예방 조치를 요구하면 사업주가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개정안에 대해 '임대' 정의가 포함되어야 건설현장, 제조업 현장의 장비 임대계약 형식의 고용과 서비스업의 장소임대 형식의 사실상 하청 문제가 해결된다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타워크레인으로 한정하여 원청 책임강화로 입법예고 되었던 법안을 건설기계 등으로 일부 확대했고, 다른 문제는 반영되지 못했다.
또한, 경총 및 보수전문가들이 원청 책임확대를 반대하면서, 원 하청 책임 명확화를 주장하고, 원청 책임확대가 불법파견 판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수용하여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 조항을 추가 명시했다. 안전보건의 기본 조치인 안전교육은 원청에 확인의무만 부여하고, 보호구 지급은 하청 사업주에게 부여하고 착용지시 등은 제외하는 결과로 된 것이다.
또한, 발주처 책임강화를 비롯하여 건설업의 별도 절을 만들어 건설 산재사망 감소 대책을 추진하면서, 건설업이 주 대상이지만 법령상으로는 원청의 책임으로 되어있던 공기단축, 위험 공법 변경금지, 원 하청 산보위 등의 규정이 건설업으로만 한정되게 되었다.
셋째, 산재사망에 대한 처벌 강화
산재사망에 대한 솜방망이 기업처벌에 대해 그동안 민주노총은 세 가지 문제를 제기해 왔다. ① 산재사망에 대해 평균 500만원 이내의 솜방망이 벌금과 형사 처벌 사례가 전무 한 점 ② 하청산재사망에 대한 원청 처벌이 안 되고 있는 점 ③ 기업 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안 되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출되었던 것이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이며, 시민재해까지 포괄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다. 그 동안 정부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서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의 양벌 규정으로 해결될 수 있다며 법원과 검찰의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형사 처벌과 기업 법인의 벌금을 분리하여 법인 벌금을 10억원 이하로 개정했다.
또한, 기업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에 산재예방계획을 보고하고 집행하게 하여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의 최고책임자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을 제출했다. (물론 이 또한 재판을 통한 실질 처벌이행은 지난한 과정이겠지만) 아울러 경총과 사업주 단체에게 가장 민감한 제도인 수강명령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에 있었던 산재사망에 대한 1년 이상의 하한형 도입과 건설업의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산재사망 시 원청에게 3년 이상 하한형 처벌은 경총과 건설협회, 보수 전문가들의 공세에 밀려 삭제되었다. 당연 조항이었던 '수강명령'도 할 수 있다로 개정되는 등 후퇴했다.
하한형 처벌은 국내에도 형법과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에 유사법례가 있는 조항이다. 고용노동부 연구보고에 따르면 2016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범 중 전과자 비율은 21%로, 9범 이상인 경우도 91명이나 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실태가 반복적 산재사망으로 귀결된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경총과 보수전문가들은 형사 처벌 조항 도입을 근원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법무부 관료들은 사업주 단체의 논리와 똑같이 "과실범인데 왜 하한형 까지 도입 하느냐"며 반대했다. 결국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내부 심사까지 끝난 조항이 막판 뒤집기를 당했다.
10월 31일 바른미래당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하한형 도입을 삭제하고 7년 이상을 10년 이상으로 강화한 처벌 조항까지 문제 삼았다. 현재 국회에는 산재사망에 대한 하한형 도입에 대한 의원입법 발의안이 2개 있으나, 건설업 불법 하도급 산재사망 하한형은 발의안이 없는 상태이다. 민주노총은 추가 입법발의를 통해 하한형 도입이 국회에서 병합 심사를 통해 반영되도록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다.
넷째, 위험의 외주화 금지
도급금지는 2013년 국회의원 산업안전보건법 입법발의가 있었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생명안전업무의 도급 금지를 포함한 특별법' 발의가 있었고, 구의역 참사 이후에는 철도안전법 등 추가발의가 있었다. 현재 20대 국회에는 4개의 도급금지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그 동안 정부는 도급금지는 위헌조항이라는 경총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하여 반대하더니, 이번 개정안에는 도급금지를 명문화 하고, 도급인가제도 정비, 도급인가의 경우 재하도급 금지하고, 관련 처벌조항 도입 등이 제출되었다.
원청의 의무로 적격 수급인 선정의무도 도입되었으나, 처벌 조항은 없다. 도급금지의 경우 그 동안 그 대상의 기준 문제가 쟁점이었고, 개정안은 현행 도급인가 대상을 그대로 도급금지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개정안은 도급금지는 도입했으나, 그 대상과 범위는 고용노동부 자체 조사결과로 22개 사업장에 852개 사업장으로 한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국무회의 통과 법안에서는 일시 간헐적인 경우도 제외하고, 기술적 문제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적용 제외를 열어두는 것으로 후퇴했다. 또, 하위 법령의 위임 규정도 없어 추가적 확대는 계속 입법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총과 보수전문가들은 '외국의 입법례가 없다, 과잉입법으로 위헌이다'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외국의 경우에는 한국과 같은 사실상 인력 공급, 불법 파견형태의 도급이 없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아니라 민법이나 형법 조항을 통해 하도급의 변경 시 부당한 고용문제나 노동조건의 저하가 있는 경우 처벌하고 있다.
원하청이 산업의 특성처럼 되어 있는 건설업의 경우에도 미국, 영국 등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발주 계약 지침을 통해 원청이 하도급을 주지 않고 직접 고용으로 시공하는 비율을 50%, 60%이상으로 하고 있다. 보수 전문가들은 외주화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적격 수급인 선정의무에 처벌 조항을 도입하는 것이 예방조치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탁상 위의 법 조문으로 현실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적격 수급인 선정의무는 화학물질 관리법 하위 법령에서 도입된바가 있으나, 보호구 지급 등 산업안전보건법 준수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어 적격수급인이라는 규정이 극단적으로 협소하다. 중국위생안전법도 유사한 내용이 있으나, 구체적이지 않고 협소하다.
결국 적격 수급인 조항에 처벌 조항을 도입하면 '적격수급인'기준이 포괄적으로 되어 보수 전문가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 처벌로 되거나, 보호구 지급 등 협소하게 규정되어 현실적으로는 의미 없는 조항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격수급인 선정 조항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도급금지 조항을 무력화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이미 도급금지의 범위와 추가확대의 대상과 절차를 법 조문으로 제시한 바가 있다. 도급금지 법 개정안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와 국회 투쟁이 필요하다.
다섯째,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부 보고제도와 영업비밀의 제한
화학물질 독성정보와 관련한 현장의 현실은 이렇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있기는 한데 산안법에서 영업비밀로 할수 없다고 규정한 것도 영업비밀로 기재되어 있거나, 영업비밀 대상인 경우에도 아무런 절차나 기준 없이 기업 마음대로 영업비밀로 하고 있다. 화학물질 관리법에서는 기업의 영업비밀 남발에 대해 법에서 별도의 기구를 두어 심의를 하도록 2년 전에 이미 개정되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전혀 진행 되지 않고 있었다. 개정안은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하여 법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화학물질을 기업이 비공개 남발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영업 비밀에 대한 기준은 산재예방정책심의위에서 다루고, 영업비밀을 하려면 사업주가 안전공단에 신청 심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고, 화학물질 독성 정보에 대해 노동자 대표, 질병판정위원회, 의사, 대행기관 등이 요청하면 정보공개를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들의 반대가 가장 강력한 법안이다. 이에 입법예고에서 3년으로 되어 있던 기간을 5년으로 후퇴하고, 국외기업에 대해서는 별도 조항을 추가 하는 등 수정되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더욱이 부칙에서는 보고의무를 5년 이내로 하고 있다. 이미 화학물질 관리법에서 민간이 참여하는 심의기구 별도 운영을 하고 정착화 되고 있어 개정 요구를 하였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다.
여섯째, 제도의 실질화를 위한 조치
개정안에는 각종 안전보건제도의 실질화를 위한 조치도 포함되거나 추가 개정되었다. 유해위험 방지계획서 제도의 경우 하위령에 있던 이행평가를 법령으로 명문화 했다. 위험성 평가의 경우에는 노동자 참여를 추가했다. 특수건강검진제도와 작업환경 측정제도와 특수건강진단의 경우에는 전문기관을 두도록 하여, 제도는 있으나, 현장에서는 실질 효과가 없고 대행기관의 돈벌이로만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었다.
노동자의 작업거부에 대한 사업주의 불이익 처분에 대한 형사 처벌 조항이 도입되고, 역학조사에 노동자 참여, 메탄올 중독사고 등 의료정보에 대한 고용노동부 통보가 가능하도록 한 조치등도 기간의 현안 투쟁에서 제기된 문제가 반영된 조항이다. 작업중지의 경우 기존에는 기계 기구에 대한 사용중지 등만 법령에 있고, 작업중지는 정책과 지침으로만 진행되어 사업주 단체의 끊임없는 소송과 제기가 있었으나, 노동부 작업중지를 법제화 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예고안의 전면 작업중지는 폭발, 누출 등 협소한 범위로 축소되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노동자 대표의 작업중지권은 아예 입법예고에서 조차 제출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이 밖에도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보칙으로 있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을 본조 산업안전관리체제로 이동하는 등 체계 변화를 통한 제도 실질화도 일부 반영되어 있다.
개정안이 이제 국회로 이송되었다. 경총과 건설협회 및 보수 전문가들의 공세로 후퇴도 많이 했지만, 국회에서는 보수 야당이 또 다시 칼날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보다 면밀한 분석과 현장과 밀착한 교육선전을 통해 후퇴된 내용을 다시 살리고, 개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보수 전문가의 호도에도 휘둘리지 않고, 취지는 좋으니 그대로 통과시키자는 안일한 대처도 경계하면서 노동·시민사회의 총력을 모은 공동투쟁을 다시 한번 제안 드린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1251626001&code=940702
“안전관리 주요 업무까지 외주화, 'KT 화재' 언제든 터질 문제였다” (경향, 이혜인 기자, 2018.11.25 16:26:00)
“상설적으로 케이블 설비를 관리하는 인원들을 다 자르고, 중요 업무를 도급업체에 다 넘겼다.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문제였다.”
지난 24일 KT아현지사 화재로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한 것은 KT가 2002년 민영화 뒤 인력을 대대적으로 줄이면서 핵심 시설관리까지 외주업체에 맡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KT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2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6만명이 넘던 직원 수가 민영화 전후로 구조조정되는 과정에서 2만3000명으로 줄었는데, 감축된 만큼을 전부 비정규직으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KT사업보고서를 보면 1998년 5만6600명이던 정규직 직원은 2017년 말 기준 2만3420명으로 줄어들었다. KT는 민영화 다음해에만 6000여명을 내보냈고, 2014년 8304명 대규모 명예퇴직까지 매년 인력 감축을 거듭했다. 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며 인건비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주력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대비는 부족했다는 점이 이번 화재로 확인된 셈이다.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1989년 입사한 조 위원장은 민영화 과정에서 통신의 공공성이 무너지고 인력감축으로 국가 기간통신망 안전이 위협받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조 위원장에 따르면 KT는 개통과 애프터서비스, 창구 업무는 물론이고 케이블 관리까지 핵심 업무들을 도급으로 전환했다. 그는 “KT 내에 케이블을 관리하는 케이블매니저(CM)팀이 있지만 본사 직원들이 맡고 있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하청업체들이 대부분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시적으로 안전 관리를 해야 하는 CM팀같은 핵심업무 인원들까지 대폭 줄인 탓에 위험성이 늘 내포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들에게 들어보면 이번 사고 뒤의 복구작업 역시 하청업체 직원들이 대거 나와서 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KT에서 근무해온 노조 관계자도 “이번 사고는 통신구를 담당하는 팀에서 화재 위험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회사는 유선네트워크에 대한 시설 투자와 관리 인력을 계속해서 줄여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 후 지하에서 올라오는 분진 때문에 3~5층의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시스템이 다 다운돼 있다”며 “빠른 시일 내 복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KT 전현직 직원들로 이뤄진 KT민주동지회는 성명을 내고 “한 곳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가 5개구 지역의 통신을 모두 마비시킨 것은 KT가 비용절감을 위해 지점별로 분산돼있던 통신시설을 소수의 집중국으로 모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아현지점의 사고 당시 근무자는 단 2명”이었으며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핵심업무를 모조리 외주화해서 신속한 피해복구도 어려웠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주동지회는 “아현지점에 자동 소화 장치 등 화재를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설비가 갖춰져있지 않았고, 화재 시 통신회선을 우회 복구할 수 있는 대책(백업플랜)도 부재했다”며 “안정성을 위한 투자는 도외시하고 비용절감에만 급급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KT 뿐 아니라 다른 통신사들도 비용절감을 내세워 망 관리 인력을 줄이거나 외주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16년에 인터넷망 관리를 담당하는 협력사 직원들에게 주는 수수료를 40% 줄였다. 3000명이던 인터넷망 관리 직원 수는 이듬해 1800명으로 줄어들었다. 박장준 LG유플러스 노조 정책국장은 “KT 상황은 통신사들이 공통적으로 처한 상황”이라며 “방송통신 사업자들이 직접 책임지고 망을 유지·관리하는 노동자들을 확충해야 하는데도 핵심적인 업무들을 점점 외주로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정책국장은 “하청업체 직원들은 원청이 내주는 일만 하게 돼 있기 때문에 관리·감독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민영화 전보다 직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맞지만, 같은 업계에 있는 다른 통신사들에 비해서 KT의 정규직수가 4~6배 가량 많다”며 “망과 관련된 설비 설계, 관리, 감독 등 주요업무는 전부 KT 본사 직원이 맡아서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8112611121835982
[KT화재]국회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위험의 외주화 여전" 질타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2018.11.26 11:12)
김종훈 의원 "과도한 비용 절감, 안전관리 소홀이 원인"
이철희 의원 "소상공인 2차 피해 보상 적극 나서달라"
KT 아현지사 화재와 관련해 2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정부와 KT를 향한 질타가 쏟아졌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KT 화재 관련 긴급현안보고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가 민영화 이후 수익극대화를 추구하다보니 장비를 집중시키고 하는 과정에서 대형사고가 난 것"이라면서 "사고가 야기된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T 입장에서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다보니 소상공인 등 2차 피해 보상에 소극적일 수 있다"면서 "정부가 이 부분에 특별히 신경써 달라"고 말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은 "아현지사 사고 현장에는 스프링클러도 없었고 소화기도 겨우 한 대가 있었다"면서 "이렇게 중요한 시설에 'D등급'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대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T가 비용절감을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면서 일부는 비정규직으로 채워나갔다"면서 "이 과정에서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안전관리는 더욱 소홀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KT가 최근 국사 효율화를 하면서 (아현지사가) D등급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장비를 집중시킨 측면이 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또 "오늘 오후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와 긴급회의도 소집했다"고 덧붙였다.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시 통신3사간 협조할 수 있는 매뉴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it/871804.html
불난 아현지사에 KT소속 관리자 없어… ‘공공성 역주행'이 부른 통신대란 (한겨레, 김재섭 기자, 2018-11-26 14:51)
CEO들 수익·비용 절감에만 골몰
지점 축소 개편, 재난 대비 외면
“올 게 왔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했다.”
서울 아현동 케이티(KT) 통신구 화재로 통신대란이 빚어진 데 대한 케이티 직원들의 반응이다. “화재 발생이야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이어진 통신대란 사태는 공공성보다 수익성과 효율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경영을 하다가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아현국사는 원효지사 등 주위 지사·지점에 있던 네트워크 설비들을 끌어다 놔 서울 한복판의 4~5개 구를 관할할 정도로 큰 규모의 설비가 운영되고 있었지만, 간부(상무보 이상)급 관리책임자 없이 원효운용팀 소속 직원 2명이 관리를 맡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케이티 임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현국사의 경우 D등급이라는 이유로 고위급 책임자 배치 대상에서는 제외되고, 책임자가 없다 보니 이중·우회 선로 확보를 위한 투자와 24시간 근무자 상주 등 안전관리 업무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이번 화재에 따른 피해지역이 예상외로 넓었던 것도 케이티가 원효지사를 인터넷데이터센터(IDC)로 재개발하면서 그곳에 있던 통신망 설비 등을 아현국사로 옮긴 탓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적으로 D등급 국사는 모두 27곳에 이른다. 이번 통신대란이 국가의 핵심 인프라인 통신망이 민영화된 이후 효율성 일변도의 경영 전략을 추구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해관 케이티 새노조 대변인은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부동산 개발·매각에 집중하면서 케이티 지사·지점 조직이 네트워크와 고객서비스 부문으로 분리돼 각각 집중화와 광역화 과정을 거치는데, 네트워크 설비들은 부동산 개발 가치가 떨어지는 곳으로 이관·집적되는 흐름을 보였다”며 “이런 흐름이 황창규 회장 취임 이후에도 이어져 이번 통신대란 사태를 불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망과 관리의 효율성을 최우선에 두다 보니 지사·지점 등을 통폐합하는 등 비용이 수반하는 안전 중심의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과는 거꾸로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석채 회장 시절 케이티는 ‘국사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전국의 지사·지점을 재편해, 326개였던 지사를 236개로 축소했다. 이는 황창규 회장 취임 뒤에도 이어져 236개가 182개로 재편됐다. 부동산 개발과 인건비 절감이 목표였다. 재편 대상이 된 지점 가운데 상당수가 아현국사와 같은 ‘폐쇄형 전화국’으로 전락했다. 케이티가 우회로 구축 등 통신망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왔다는 것은 설비투자가 해마다 크게 줄어든 데서도 엿볼 수 있다. 2013년 3조3130억원에 이르던 케이티의 연간 설비투자는 지난해 2조2500억원까지 줄었고, 올해도 예상치(가이던스)는 2조3천억원이지만 3분기까지 집행된 금액은 1조1080억원에 그쳤다.
케이티 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통신 대란은 민영화 이후 분산돼 있던 통신 장비를 집중시키고 통신 공공성을 불필요한 비용 요소로 취급하는 잘못된 경영의 필연적 귀결”이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통신회사가 본분을 잊고 멀쩡한 장비 꺼가며 절감·폐국·통합 등 숫자놀음만 하고, 엉뚱한 미래사업에만 치중하면 앞으로 이런 일은 얼마든지 또 일어난다” 등 케이티 내부 직원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케이티는 이런 지적에 대해 “비용 절감과 설비투자 효율화 노력이 없었다면, 케이티는 이미 살아남기 어려운 처지로 몰렸을 것이다. 언론 등이 아현국사에는 왜 우회로와 화재방지 시스템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는데, 그렇게 하면 이용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하염없이 늘어난다”고 반박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127001026
안전사고 배후엔 ‘위험의 외주화’ 있었다 (서울신문, 기민도 기자, 2018-11-27 1면, 2018-11-26 23:08)
KT 통신대란·KTX 단전·고양저유소 화재
비용 절감 위해 인원 감축·시설관리 소홀
안전업무까지 하청업체 넘겨 ‘불씨’ 제공
국가 재난에 준하는 ‘통신 대란’을 일으킨 서울 KT 아현지사(국사) 화재, 충북 오송역 KTX 단전 사고,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 등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배후로 ‘위험의 외주화’가 지목된다.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인원을 줄이고 시설 투자와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비정규직 직원에게만 떠넘긴 것이 안전사고의 ‘불씨’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국가 중요 산업의 무분별한 민영화와 자회사를 세워 돈이 되지 않는 안전 업무를 넘기는 것이 ‘위험의 외주화’의 대표 경로다.
지난 24일 지하 통신구(통신 케이블 등이 지나는 통로)에서 불이 난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는 마포구·서대문구·중구·용산구 등을 담당하는 주요 거점인데도 주말 출근자는 2명에 불과했다. 2002년 민영화 이후 비용절감을 이유로 국사·지사·지점을 통폐합하면서 이곳도 ‘폐쇄형 전화국’으로 강등돼 지점장 등 팀장급 이상 관리자가 없는 전화국급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전·현직 KT 직원들로 구성된 KT전국민주동지회 측은 “아현지사처럼 백업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D등급으로 분류된 전국 27곳의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면서 “민영화 과정에서 직원들을 많이 해고했기 때문에 시설은 그대로 남아 있거나 오히려 더 커졌어도 본사 관리 직원은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KT가 민영화 이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국가신경망인 케이블 관리를 하청업체에 넘겼다”고 말했다.
실제 1998년 5만 6600명이던 KT의 정규직 직원은 지난해 말 기준 2만 3420명으로 줄었다. 황창규 회장 취임 뒤에도 2014년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8300여명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2013년 3조 3130억원에 이르던 설비투자는 지난해에는 2조 2500억원까지 줄었다. 이에 KT 관계자는 “통신구는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개 정규직원과 하청업체 직원이 공동으로 관리한다”면서 “효율성 측면에서 하청업체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충북 오송역 역내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경남 진주에서 서울로 향하던 KTX 414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3시간 넘게 열차 안에서 어둠과 싸워야 했다. 일부 승객들은 승무원들에게 내려달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승무원들은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10년차 승무원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1명의 승무원이 20량 가까이 되는 열차의 반을 돌아다니며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면서 “승무원들이 받은 교육은 비상 사다리 설치나 심폐소생술뿐이며, 단전 사고에 대비한 안전 교육은 없었다”고 밝혔다.
KTX(18량 기준)에는 코레일 소속 팀장 1명과 코레일관광개발 승무원 2명이 탑승한다. 팀장 1명과 승무원 1명만 타는 KTX도 적지 않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열차 내 안전 업무는 팀장이 맡는다. 2015년 2월 대법원도 “KTX 승무원은 안전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팀장이 승무원에게 안전업무 지시를 내리면 불법 파견이 된다”며 “본사에서 승무원을 직접 고용해 안전 매뉴얼을 교육하고 안전 업무를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7일 발생한 경기 고양의 저유소 화재 당시에도 관리 주체인 대한송유관공사의 안전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대한송유관공사는 1990년 설립된 뒤 10년 동안 해마다 880억원이 넘는 시설 투자를 했지만 2001년 민영화되면서 투자 금액이 반 토막 났다. 설립 초기에 투자가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민간 기업으로 넘어간 뒤 투자 금액이 급격하게 줄었다는 점에서 ‘민영화의 그늘’로 비쳐진다.
저유소 화재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근무자는 4명에 불과했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통제실에서 근무한 1명은 다른 업무를 하면서 불이 난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대한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유소 8곳 중에서 7개 저유소는 외부기관에 맡기는 정밀진단을 11년에 한 번, 안전점검은 매년 1회 자체 검사를 해 관할 소방서에 보고하면 됐다.
건설 현장은 안전 책임자까지도 비정규직 직원으로 채우는 현실이다. 포스코건설에서만 올해 상반기 5건의 산재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7월 해당 건설사 본사와 시공 현장 24곳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한 결과, 안전관리자 315명 중 259명(82.2%)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100대 건설사의 정규직 안전관리자 비율은 20~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영호 건설노조 조직국장은 “비정규직 신분으로는 비용에 관련된 사안으로 본사에 의견을 내거나 현장의 노동자들을 관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473
조중동 지면엔 ‘위험의 외주화’가 없다 (고발뉴스닷컴,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2018.11.27 08:33:08)
[신문읽기] 조선일보에 영향 받았나…오늘은 동아일보가 ‘이석기’ 주목
<안전사고 배후엔 ‘위험의 외주화’ 있었다>
오늘자(27일) 서울신문 1면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국가 재난에 준하는 ‘통신 대란’을 일으킨 서울 KT 아현지사(국사) 화재, 충북 오송역 KTX 단전 사고,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 등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배후로 ‘위험의 외주화’가 지목된다”는 내용입니다.
서울신문은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인원을 줄이고 시설 투자와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비정규직 직원에게만 떠넘긴 것이 안전사고의 ‘불씨’를 제공했다”면서 “국가 중요 산업의 무분별한 민영화와 자회사를 세워 돈이 되지 않는 안전 업무를 넘기는 것이 ‘위험의 외주화’의 대표 경로”라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언론이 ‘위험의 외주화’를 주목할 때 조선과 동아는 ‘테러’를 떠올린다
사실 어제(26일) 정치권에서도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거론됐습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이번 사고는 KT가 최근 통신지사 효율화를 통해 D급 시설인 아현지사에 많은 회선을 집중시켜 벌어졌다”고 언급한 겁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번 화재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KT의 ‘효율 지상주의’를 지목했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 대응이 주목됩니다.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KT전국민주동지회가 지난 25일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날(26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도 ‘KT 민영화 이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초연결사회’로 진입한 IT시대에 통신사업의 공공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IT환경은 공공성은 외면한 채 수익 극대화에만 매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KT 아현지사 화재는 이런 점을 외면한 채 일반 기업처럼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몰입할 경우 얼마나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입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T가 민영화 이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국가신경망인 케이블 관리를 하청업체에 넘겼다”고 한 발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IT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열악한 것과 ‘민영화’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 적지 않은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위험의 외주화’를 주목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겨레는 오늘 1면 <불난 아현지사에 KT소속 관리자 없어… ‘공공성 역주행'이 부른 통신대란>에서 “화재 발생이야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이어진 통신대란 사태는 공공성보다 수익성과 효율성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경영을 하다가 불렀다”는 KT 직원들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 역시 오늘 4면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이석채·황창규 전·현 회장 체제에서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몰두하다 안전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정부와 정치권 반응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영향 받았나 … 동아일보 지면 여기저기에서 ‘이석기 내란음모’ 거론
하지만 조중동 지면엔 ‘위험의 외주화’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어제(26일) ‘KT 통신대란’에서 이석기 내란선동(?)을 언급한 조선일보에 영향을 받아서였을까요? 오늘(27일)은 동아일보가 나섰습니다.
오늘 동아일보 1면 제목은 인데요, 동아일보 취재진이 주말인 지난 25일 오후 8시 보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국가보안시설인 혜화타워를 방문한 ‘취재 경험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동아는 3면과 사설에서도 관련 내용을 비중있게 실었습니다. 재밌는 건, 지면 여기저기에서 ‘이석기 내란선동(?)’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음과 같은 대목입니다.
“만약 혜화타워가 화재나 테러 피해를 입는다면 대한민국의 통신이 사실상 마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혜화타워는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9년이 확정돼 수감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참석한 2013년 모임에서 공격 대상으로 거론됐다.”(1면)
“만에 하나 혜화타워에 외부인이 들어가 불을 내거나 테러를 저지른다면 KT 아현지사 화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실제 2013년 5월 서울의 한 종교시설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모임에서는 한 참석자가 ‘통신의 경우 가장 큰 곳이 혜화국이다. 몇 개의 문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3면)
“내란 선동 혐의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2013년 경기동부연합 조직원 모임에서 공격할 시설 중 하나로 KT혜화타워를 들었다. 당시 녹취록에는 ‘혜화국의 경비가 엄하지 않다’는 정탐보고까지 나와 있다. KT는 이석기 사태 이후 혜화타워의 보안 태세를 강화했다고 했으나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사설)
물론 통신망이 중요한 국가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대비를 갖춰야 하는 건 분명합니다. 조중동이 그렇게 강조하는, 이른바 테러세력이 이런 상황을 고의적으로 발생하게 한다면 대한민국은 혼란 그 자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통신업계가 안전·비상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제가 봤을 땐 이번 화재사건 근본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공공성 역주행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 없이 ‘테러’에만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은 또 다른 정치공세로 보입니다. ‘화재에 따른 통신대란’마저 ‘색깔론’으로 접근해 ‘안보’와 연결시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용도로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화재에 따른 통신대란’마저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조선·동아
오늘 한겨레가 지적한 것처럼 이번 화재 사고는 “통신망과 관리의 효율성을 최우선에 두다 보니 지사·지점 등을 통폐합하는 등 비용이 수반하는 안전 중심의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과는 거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측면이 더 커 보입니다.
저는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이런 효율성 최우선주의에 대해 성찰을 주문하는 게 온당한 태도라고 보는데 조중동 지면을 보면 한쪽에선 ‘테러’를, 다른 쪽에선 ‘자영업자 피해 막심’만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 피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위험의 외주화’ 문제나 장애인, 독거 노인의 피해 역시 중요합니다. 문제는 조중동 지면엔 전자만 있고 후자는 거의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요즘 조중동 지면을 보며 ‘점점 위험하다’고 느끼는 게 저 혼자만의 생각일까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1997.html
화재 복구 외주노동자 “통신선 새로 깔 KT 정직원은 없다” (한겨레, 정환봉 선담은 기자, 2018-11-27 16:23)
화재 복구 현장 외주노동자 인터뷰
“구조조정 과정서 현장직 모두 감축
신규 선로 까는 일은 100% 외주화”
효율화에 밀려난 이들이 ‘대란’ 수습
케이티(KT) 서울 아현동 통신국사(통신망 관리거점)의 통신구 화재로 24일 ‘통신대란’이 일어난 지 사흘이 흘렀다. <한겨레>는 사고 직후부터 현장 복구에 참여하고 있는 외주업체 노동자 ㄱ씨와 26일 늦은 밤 통화해 복구 현장 상황과 이번 사고의 문제점 등을 들었다.
ㄱ씨는 26일 밤 기준으로 “(인터넷 등을 연결하는) 광케이블은 접속 오류 등을 제외하고 99% 복구가 되었지만, 아현동 관내 유선 전화는 복구가 하나도 안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현 통신구와 광케이블로 연결만 되면 유선 전화 작동이 가능한 서울 용산 등은 대부분 복구되었지만, 아현 지역 내에서 구리선으로 연결된 유선 전화는 하나도 복구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다. 구리선은 통신구 내에서 복구 작업을 해야 하지만, 현재 현장 감식 등으로 통신구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또 구리선의 경우 두께가 두꺼워 도로 등으로 우회해 매설 작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만 광케이블은 도로 매설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은 빠른 복구가 가능했다.
1. D등급 아현국사 화재에 21만 인터넷 암흑 된 이유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30년 가까이 선로 작업을 한 ㄱ씨도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합선이 원인이라면 전기가 원인이어야 하는데, 누전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다. 동선이나 광케이블에서는 스파크가 나지도 않는다. 30년 가까이 일했지만 어떻게 화재가 일어났는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ㄱ씨는 앞서 경찰이 밝힌 대로 사람의 실수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없다고 봤다. 그는 “통신구는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데가 아니다. 작업에 들어갈 때는 작업자 이름과 연락처 등을 다 적어놓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출입 통보를 한 뒤에야 들어갈 수 있다. (당시 통신구로 들어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람 때문에 화재가 벌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이주민 서울경찰청장도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문도 이중이고 자물쇠 장치 등으로 담당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형태”라며 방화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는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그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통신구 화재로 기지국 2833개가 연결이 끊기고, 인터넷 21만5000여 가입자(아이피티브이 포함)가 통신 암흑 상태에 처했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20%인 5개 자치구에서 ‘통신대란’이 벌어졌다. 복구도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사연을 보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신구 등급부터 살펴야 한다. 과기부는 통신구를 에이(A)부터 디(D)등급으로 나눠 관리하는데, 아현 통신구는 가장 등급이 낮은 디등급이다. 에이부터 시(C)등급은 정부가 직접 관리하지만 디등급은 통신사가 자체 관리를 한다. 또 에이부터 시등급의 경우 정부가 백업망을 갖추도록 권고하지만, 디등급의 경우 그런 지시조차 없다. 서울 5분의 1을 마비시킨 아현 통신구가 디등급에 머문 이유를 ㄱ씨는 케이티의 통신국사 통폐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석채 전 회장 때부터 전화국을 많이 매각했다. 사실 아현국사가 그렇게 중요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통신국사가 매각되면서 시설이 그쪽으로 이전됐다. 디등급인 국사가 갑자기 대형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통신국사를 팔아 디등급이었던 아현국사가 대형화됐지만, 누구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채로 방치돼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해관 케이티 새노조 대변인은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한국의 땅값이 싸고 통신 장비값이 비쌌다. 그래서 대규모 장비가 아닌 작은 장비를 여러 곳에 분산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이익이었다. 하지만 점점 땅값이 비싸지고 장비 가격이 싸졌다. 이 때문에 케이티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동산(통신국사 등)을 팔거나 임대업에 사용했다. 대신 아현국사처럼 상대적으로 싼 곳에 장비와 시설을 집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변인은 “원효, 신촌, 가좌, 은평 등 이번 화재로 통신장애가 발생한 지역의 국사들에도 다 장비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그걸 다 아현으로 집중화시킨 것이다. 지금 원효 등에는 장비는 다 빠지고 요금 등을 받는 직원들만 남았다”고 덧붙였다.
2. 2002년 민영화 이후 KT 직원 수 2만 줄어
2002년 민영화 이후 케이티는 국사만 줄이지 않았다. 인력 감축도 함께 진행했다. 케이티 사업보고서를 보면, 민영화 직전인 2001년 12월 기준 직원 수는 4만4094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2만3817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중에는 통신선로를 까는 직원도 포함됐다. 그런 이유로, 현재 불이 난 아현국사 현장에서 통신선로를 까는 작업은 케이티 직원들이 아니라 외주업체 직원들이 전담하고 있다. 1100여명의 화재 복구 작업자들 가운데 케이블 포설 등 현장 복구를 하고 있는 작업자 중에는 케이티 정직원들이 없다는 얘기다. ㄱ씨는 “케이티가 구조조정이 들어가면서 현장직을 다 감축했다. 이제 신규 선로를 까는 작업은 100% 외주화됐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이번 화재 뒤 케이블 포설 작업자 가운데 케이티 정직원은 없다. 케이티 직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본사에도 통신선로 작업을 하는 직원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신규 충원을 하지 않고 있으며 주된 업무는 긴급 복구 정도다. 이번 처럼 선로를 새로 까는 일은 외주사가 다 맡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케이티 관계자는 “현재 현장에 포설 작업을 하는 본사 직원이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네트워크 업무를 담당하는 본사 직원도 여럿이 나가 함께 복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케이티 외주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일용직이다. 올 5월 전주시비정규노동자지원센터가 전주 지역에서 일하는 78명의 케이티 용역업체 통신노동자를 상대로 한 ‘긴급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실태 보고서)를 보면, 64.1%가 일용직이었고, 기간제가 11.5%를 차지했다. 정규직은 7.7%에 불과했다. ‘케이티 상용직 노동조합’이 소속되어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관계자는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올해 하반기 통신외선공 평균 공임(일당)은 28만1811원이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는 케이티 외주업체 평균 임금은 16만원 수준이다. 외주업체들은 평균 낙찰률이 80% 수준(22만원가량)이라 일당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 주장을 따르더라도 하루 6만원을 덜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근무일은 일정치 않다. 여느 일용직처럼 공사가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실태 보고서를 보면, 이들의 한 달 평균 근무일은 16.8일이다.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통신국사는 통폐합되면서 발생한 ‘대란’의 뒷수습을 하는 것은 모두 ㄱ씨와 같은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평소에도 어렵고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늘과 땅밑을 오간다. 높은 전봇대 위를 올라 전선을 정리하고 차량이 오가는 도로 밑 미끄러운 맨홀을 기어 내려가 끊어진 선을 잇는다. 하지만 어려운 일을 한다며 대접을 받았던 것은 너무 오래전 일이다.
3. “고된 일 하는 케이블 매니저보다 휴대전화 더 파는 직원 우대”
케이티 직원 ㄴ씨는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케이블 매니저(통신선로 관리) 일이 좀 지저분하다. 맨홀이나 지하통신구 들어가야 하니까 기피 직업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여기서 일을 잘하면 우대하는 전통이 있었다. 고된 일을 하니 존경받은 것이다. 하지만 요즘엔 회사가 아무런 대우를 안 해준다. 오히려 휴대전화 몇 대를 더 파는 사람들을 더 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 매니저들이 있는 부서에서도 휴대전화를 몇 개 팔았냐를 가지고 회의를 한다. 담당 부서에서조차 전문가가 우대받는 것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팔아 매출에 기여한 직원이 우대받는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ㄴ씨는 또 “(민영화 전인) 1999년 삼각지역 공사장 근처 지하통신구에서 불이 났을 때는 복구 작업에 투입된 직원 대부분이 본사 소속이었다. 물론 외주업체 직원도 있었지만 주축은 본사 ‘케이블 매니저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현장에 파견된 본사 소속 직원은 홍보팀 등 일부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케이티는 2002년 민영화 이후 본사 소속 케이블 매니저는 한 명도 안 뽑고 모두 외주로 돌렸다”고도 했다. 이젠 케이티 본사에서 현장에 나가 통신선로 복구 작업을 할 수 있는 직원 중 막내가 50대 중반이라고 한다.
ㄱ씨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바라지 않냐고 물었다. 그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건 케이티다. 우리는 약자라 회사(외주업체)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하고, 회사는 케이티 눈치를 봐야 한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고 일당이라도 좀 더 올랐으면 하지만 현장 개선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ㄱ씨는 이틀 동안 24시간 넘게 통신선로 복구에 매달린 뒤 26일 밤 겨우 퇴근을 했다. 자신을 “우리는 일용직이다. 일당에 일한 날짜를 곱해서 받는”이라고 설명한 ㄱ씨와 같은 일용직들 덕에 서울 지역 다섯개 자치구는 통신 마비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이, ‘효율화’ 때문에 일어난 ‘통신대란’을 앞장서 수습한 셈이다.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5259
취약한 사회 (한국기자협회보, 구정은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 2018.11.28 14:18:35)
[언론 다시보기]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전화가 불통이다. IPTV로 즐겨 보던 중국드라마를 못 보게 된 것 정도는 별일 아니지만, 인터넷만 끊긴 게 아니고 전화가 아예 먹통이 된 건 처음이었다. 우리집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사고가 났구나 하면서 동네를 서성이다가 3G 연결망이 이어진 곳을 찾아 뉴스를 확인했다. KT 아현지사에 화재가 났다고 했다.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다행이지만, 정보기술(IT) 사회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가족 중 한 명이 어느 통신사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다. 이날 먹통 사태에 대해 대뜸 꺼낸 말은 “KT가 금융사업에 치중하면서 엔지니어들을 많이 잘라냈다”는 것이었다. 일요일, 우리 부서의 이혜인 기자가 취재를 해보니 그동안 KT가 구조조정을 참 많이도 했던 모양이었다. 그 회사만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비효율적인 방만 경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 인력을 줄이라고 소리치는 언론들이 적잖았을테니까.
정규직 직원들을 몰아내고 외주화한 자리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이 일한다. 아마 상당수는 하청업체의 비정규직들일 것이다. 돈을 아끼기 위해 심지어 그 노동력마저 줄인다. 5개구 지역의 회선이 집중된 아현지사에 사고 당시 근무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그런 곳이 KT뿐이겠는가. 그저 이 사회의 취약점을 확인시켜준 것뿐이다. 통신망으로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를 탓하며 문명비판적인 감성에 빠져들기엔 우린 너무 많이 왔다.
월요일자 경향신문 기획기사. 의사 대신 수술 가운을 입고 집도를 하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얘기가 실렸다. 환자들 처지에서 보면 대리수술을 시키는 의사나 메스를 잡는 영업사원들이나 모두가 불법행위를 하는 범죄자다. 하지만 영업사원들이라고 그게 불법인 줄 몰랐을까. 먹고살기 위해 그랬을 것이다.
그 직장에서, 그 직업을 가진 이들이 해야할 일이 외주화라는 이름으로 ‘바깥’으로 밀려난다. 때론 돈에 눈먼 사람들이 불법으로 ‘대리’를 내세운다. 그 ‘안’의 누군가를 믿고 맡겼던 일들이, 책임도 권한도 밥그릇도 제대로 갖지 못한 다른 이에게 맡겨진다. 하청은 합법이고 대리수술은 불법이라는, 얼핏 매우 커 보이는 차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여러 불법파견 논란에서 보이듯 그 차이가 실은 종이 한 장 두께밖에 안 된다. 이익을 위해 아래로, 아래로 일을 떠내려 보내는 것이 이젠 당연한 현실이 됐다. ‘국가기간통신망 관리조차 외주화해서야’라는 개탄에 동의할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보듯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하면 그땐 이해관계자들이 들고 일어나 분노를 뿜어낸다.
그것이 숱한 사고의 원인이고, 위험성의 본질이다. 온전치 못한 일자리를 떠안아야 하는 이들뿐 아니라 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이런 현상은 위험하다. 누군가의 일을, 삶을 잡아먹는 것으로 떠받치는 사회는 취약하다. 통신이 끊어진 날, KT 사태를 보며 든 생각이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130002006
보수 업무 외주화로 KT엔 기술자 전무… 협력업체 직원들만 지하구 속 고된 작업 (서울신문, 기민도 기자, 2018-11-30 2면, 2018-11-29 22:32)
흰 안전모 쓴 KT 직원은 밖에서 지시
12시간씩 작업해도 시중임금 절반 뿐
대부분 일용직… “시중단가 70%라도”
동케이블은 완전복구까지 오래 걸려
“KT가 아니라 KT 회선을 쓰는 시민을 위해 최대한 빨리 복구하고 싶어요.”
‘통신대란’을 유발한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KT의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통신 선로 가설 및 보수 업무를 외주화한 KT에는 관련 기술자가 없기 때문이다. KT 로고가 찍힌 하얀 안전모를 쓴 KT 직원들은 밖에서 지시를 하고 있었고, 협력업체 이름이 적힌 안전모를 쓴 노동자들은 방진복을 입고 불에 탄 지하구 속에 들어가 작업을 했다.
협력업체 직원 A씨는 “KT에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그들이 지시하는대로 무조건 빨리 복구해 주려고 다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인터넷과 무선전화 등은 99% 정도 복구됐다. 35년차인 A씨는 하루 12시간씩 나흘째 작업에 투입됐다. 2000년 여의도 공동구 화재 때 복구 작업에 투입된 뒤 18년 만에 다시 통신구 화재 복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 B씨는 “여의도 화재 당시에는 KT(당시 한국통신) 직원인 케이블 매니저가 많았고, 외주 협력업체는 몇 명 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90% 이상이 협력업체 직원”이라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와 복구 노동자들에 따르면 화재 이후 KT는 수도권에 있는 70여개 협력업체에 복구 협조를 요청했다. 협력업체는 강북망, 서부망, 강남망으로 나뉘는데 화재 발생 당일에는 강남망 협력업체까지 현장에 왔고, 지금은 강북망에 있는 협력업체 23곳이 주간과 야간 4개 팀으로 번갈아가며 한 번에 20~30명이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
현재 복구 작업은 선을 외부로 빼는 ‘가복구’이기 때문에 ‘완전 복구’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C씨는 “특히 구리선인 동케이블은 부피가 커서 복구가 더 어렵다”며 “이 선 일부가 소상공인들의 카드 결제, 유선전화 등과 연결이 된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대개 덤덤했으나 자신의 계약 조건을 말할 때는 목소리가 흔들렸다. C씨는 “시중 노임단가 28만원의 50~60%만 받고 있다”며 “협력업체 사장들은 원도급에서 공사금액 자체를 줄이니까 자기들도 임금을 올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고 답답해했다. KT 관계자는 “협력업체 노동자들 임금은 협력업체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그것까지 저희가 관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일당으로 살아가는 일용직이다보니 복지나 상여금 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주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가 전국 KT 하도급업체 53곳의 노동자 211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나이가 56세인데도 2년간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23명(10.9%)에 불과했다. B씨는 “지상과 지하에서 20㎏ 가까이 되는 연장을 가지고 일을 하다 보면 교통사고도 나고 전신주에서 떨어지기도 한다”며 “시중 노임단가의 70%라도 받고 싶다”고 호소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5825
“통신 재난 일으키고 5G 외치는 황창규 정신못차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2018년 12월 05일 수요일)
KT민주화연대 화재참사 회견 “KT 직원 복구할줄 몰라, CCTV 팔면서 자사 장비엔 CCTV 없다니…퇴진해야”
KT화재 사건에 민영화 이후 수익위주 사업에 몰입했던 황창규 KT 회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통신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황창규 회장의 퇴진이 출발점이라는 요구다. 거의 재난 상태의 통신 대란을 일으켜놓고도 황 회장이 아직도 5G 운운하는 건 정신못차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KT민주화연대가 5일 서울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연 ‘민영화-외주화가 부른 KT 화재 참사, KT 통신공공성 강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황창규 퇴진 목소리를 높였다.
30년째 KT에서 네트워크와 전화국 업무를 해온 강세구 전 KT민주동지회 의장은 이날 규탄발언에서 “88올림픽을 거치며 디지털로 바뀐 통신시설이 90년대 중반 인터넷을 쓰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했다. 그래도 백업시설을 철저히 하고, 서비스에 지장없도록 근무자를 항상 훈련시키는데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2년 민영화 이후 달라졌다. 수익성 위주 경영은 백업시설 늘어나는 통신시설 받쳐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강 전 의장은 “이석채 회장 시절 대량 명퇴가 이뤄지고, 수익성 위주 전화국과 통신망이 집중돼 무분별하게 네트워크 근무자들이 명퇴당하고 백업시설도 갖춰지지 않다 보니 근무자들의 피로도가 쌓여갔다. 그로 인해 이번 아현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네트워크 근무자들은 늘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조마조마하며 근무했다”고 말했다.
강 전 의장은 또 아현과 같은 중요 통신국사가 전국적으로 수십군데 있는데도 국가가 관리해야할 A~C급이 아닌 D등급으로 분류된 점도 우려했다. 그는 “강남 서초 송파 동작 과천을 담당하는 양재국사도 D등급으로 분류돼 있고, 300만명이 사는 인천도 D등급이다. 전국적으로 수도권 수십군데가 아현과 같은 D등급이다. 과기정통부나 통신사업자들이 관리를 제대로 않고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화재 현장에 CCTV가 없었던 점도 KT 경영방침과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 전 의장은 “황창규 회장 들어와 8403명을 명퇴시켰는데, 이번에 백업투자를 안한 대표적인 것은 사고현장에 CCTV가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 KT는 ’기가아이즈‘라는 (지능형) CCTV 팔려고 난리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장치를 감시해야 하는 곳에는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황 회장에게 “박근혜 부역, 정치자금법 위반, 화재와 통신대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복구하고 있는 KT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거셌다. 나남균 KT 상용직노조 지회장은 자신을 KT화재 현장에서 복구작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속한 노조라고 소개하면서 이번 아현빌딩 화재 후 통신대란 사태를 두고 “KT가 무리하게 통신시설을 하나로 통합해 통신구의 문제가 생기면 전 지역에 통신불능 사태에 빠지게 되는데, 이번 사태가 바로 그 사례”라고 지적했다.
나 지회장은 “이번 화재 사건의 경우 여러 케이블이 통합돼 있다보니 복구하는데 시간이 걸려 유선전화와 카드결제가 원활하지 못하다”며 “또한 고성능 소형화가 이뤄진는데도 정작 유지보수해야 할 기술요원은 명퇴시켜 지역별로 한 두명이 있을까 말까한다. 장애가 생기면 무조건 협력업체에 의뢰한다”고 전했다.
특히 복구현장에서 KT 직원들은 실질적으로 복구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나 지회장은 “KT 직원들이 복구현장에서 지시나 할 뿐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 지하 통신구 들어가 작업하는 직업은 전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다. 복구 업무를 정직원이 해야 함에도 그동안 인원감축과 전화판매나 시키다 보니 정직원들은 기술력이 없다. (복구업무는) 고되고 힘든 기피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시 긴급복구 책임도 저버리고 능력도 없는 KT 에 묻고 싶다. 하청업체는 30년간 임금착취 하면서 자신들은 집사고 땅사고 해외여행 다니고, 골프친다. 노동자는 목숨걸고 선로 깔고 노예처럼 대우받으며 사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창규 회장을 두고 나 지회장은 “군통신 부대 통신망이 끊기고 국민의 삶과 경제에 타격을 주고도 황 회장은 사과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느냐. 아직도 정신못차리고 5G를 외칠 수 있느냐. 통신공공성 회복을 위해선 황창규를 퇴진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신재 KT서비스노조 지부장도 “KT 본사에서 단가를 줄이고, 갑질 관리사를 낙하산으로 보낸다”며 “지금 화재 사태를 불러온 계기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지호 KT스카이라이프 지부장은 “이석채와 황창규가 자신들의 임명과정의 정통성이 취약해 실적 올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석채는 위성과 주파수를 팔아먹었다. 이들은 통신공공성에 대한 생각자체가 없는자들이다. 이번 화재사건은 이석채와 황창규의 태생적 취약성, 실적지상주의가 낳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지부장은 KT 계열사와 자회사 가운데 변변한 곳이 없다면서 “정당성이 부족한 황 회장과 측근들이 전문성, 경영능력과 무관하게 낙하산을 자회사에 계속 배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회사의 건전한 발전과 일자리 회복을 위해서라도 공공성이 복원돼야 하며, 이를 위해 박근혜 적폐인 황창규는 빨리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김태현 KT민주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화재 사건을 두고 “민영화 이후 진행된 외주화 속에서 발생했다는 원인은 이미 다 드러났다”며 “이제 근본적 대책을 세우는 일로 나가야 한다. 그건 민영화와 외주화된 통신의 공공성 복구하는 일부터”라고 강조했다.
김현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도 “외주화로 인해 발생한 KT 아현사고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DJ 노무현정권부터 진행된 외주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이다. 그냥 어물쩍 넘어가려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나도원 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통신대중화로 인해 이번 사건이 위험성을 체감하고 있다”며 “위험 신호가 이미 왔기 때문에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권이 KT를 재공영화할지는 의문이다. 노동자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희성 민중당 공동대표는 “일반적 교통사고도 고의책임이 드물지만 그래도 과실의 책임을 묻는다. 이번 화재사건도 마찬가지인데, 사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고의인지 과실인지, 원인 얘기는 따지지 않고 있다”며 원인과 책임규명을 촉구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간사는 시민들의 피해보상을 강조했다. 김 간사는 “황창규 회장이 적절한 피해보상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정부에 제출한 방안을 보면 ’SKT 참고하겠다‘고 했다. 2014년 불통사태때 SKT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700~3000원 피해보상 뿐이었다. 큰 피래를 내고 제대로 피해보상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재발발지를 위한 시설투자를 하겠느냐. 이번에도 정부와 KT가 피해보상을 않고, 어물쩡 넘어가려 하면 반드시 이런 사태가 재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황창규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통신 대란 복구 인력이 KT하청업체 노동자들이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전화국별 케이블 관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KT는 작은 규모의 통신선로 장애에도 하청업체에 복구를 의뢰하고 있으며 고장복구시간으로 하청업체들을 평가하고 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좋은 평가를 위하여 반강제적으로 아현 복구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실적 제고를 위해 돈 된다 싶은 전화국, 동케이블 등 통신시설을 마구잡이로 팔아치운 점도 지적됐다. 이들에 의하면 이석채 시절 326개였던 지사/지점이 236개로, 황창규 때 다시 182개로 줄었다.
이들은 “국회에 보고된 통신시설 관리 등급에는 전국적으로 A~C등급 29개, D등급 354개로 되어 있다”며 “그러나 국사최적화로 시설이 집중된 곳으로 알려진 아현, 양재, 가락 등 주요 시설은 모두 D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KT가 비용절감을 위해 등급상향을 위한 보고를 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 KT는 무분별한 인력감축과 외주화, 통신시설 집중화 중단 △정부와 KT는 기간통신망 시설관리 투자를 확대하고 △통신적폐 황창규 회장 퇴진, 통신분야 낙하산 CEO를 근절하며 △문재인정부는 KT의 재공영화 추진계획 수립 등을 촉구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3064.html
중대재해기업 처벌법 도입…산재 패러다임 변화 필요 (한겨레, 박기용 기자, 2018-12-04 20:45)
[보이지 않는 죽음, 산업재해] ④ 안전, 새로운 안보
산재 원인은 비용 절감에서 비롯
재해 사망 때 자본 손실 더 커야
안전조치 강화해 산재 예방 효과
“영국 같은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한국에서 해마다 2000명가량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기본 원인은 노동 현장에 있다. 안전장치나 조처가 미흡해서다. 전문가들은 산업안전보건 행정이 우선 개혁될 필요가 있다고 두루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지난 9월 활동을 마무리하며 낸 보고서에서 “(근로감독관들이) 재해조사 시 법 위반만 지적해 재해조사와 감독 간 차별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심층적·구조적 원인을 종합 규명하는 일은 소홀히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개혁위 보고서를 작성한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안전공학)는 “단기적으론 산업안전보건 담당 감독관의 전문성을 확보해야겠지만, 영국처럼 전문 행정조직인 산업안전보건청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노동자 참여도 확대돼야 한다. 1981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1990년 꼭 한차례 전부 개정됐다. 온도계 공장에서 일했던 15살 문송면의 수은 중독과, 915명이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직업병 판정을 받고 231명이 사망한 원진레이온 참사를 거쳐 1988년 노동자 투쟁이 이룬 성과다. 당시 법은 산업안전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도록 했다. 그 뒤 근골격계 질환, 청소 노동자의 ‘씻을 권리’, 감정노동 문제 등이 제기됐고 모두 제도화됐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재 예방에 노동자 참여가 꼭 필요하지만, 산재가 집중된 소규모 사업장이나 하청, 특수고용 노동자는 아직도 산업안전보건위 참여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안전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문송면·원진노동자 산재사망 30주기 추모조직위원회’가 연 ‘노동안전보건과제 대토론회’에서 백도명 서울대 교수(환경보건학)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산재사망률이 급격히 감소하지만 같은 기간 자살을 제외한 외부 원인 사망률과 비교하면 그 변화 속도가 같다. 결과적으로 산재에서 자체적으로 사망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 교수는 “비용을 줄이려는 경향이 산재의 근본 원인”이라며 “결국 산재는 누가 돈을 쓰고 책임을 질 것이냐 같은 이해관계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선 실장도 “아직도 일어나는 재래형 사고들은 다단계 하청구조 같은 노동 조건과 연결돼 있지만 전문가라는 이들은 주로 기술적 접근만 한다”며 “우리도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도입하는 등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해 사망으로 자본이 입는 손실’보다 ‘안전조치 강화로 인한 손해’가 더 큰, ‘생명<비용’의 구조를 바꿔야 궁극적인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함인선 한양대 교수(건축학)는 “산재는 ‘싸구려 공사’의 사전 징후로 건물을 이용하는 이들도 위험에 빠뜨린다”며 “안전 비용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그 피해를 결국 일반 국민이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야말로 안전보장이라는, 새로운 ‘안보’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0481
KT 아현지사 화재 "문제는 민영화·외주화" (미디어스, 송창한 기자, 2018.12.05 13:39)
"이석채·황창규 체제 KT, 구조조정·외주화로 통신공공성 약화시켜"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정부와 KT가 근본적인 사고 원인을 짚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영화 이후 이어진 KT의 실적위주 운영과 외주화가 이번 화재의 원인임에도 정부와 KT는 요금보상책만 논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T 민주화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중당 등 20개 단체는 5일 오전 광화문 KT본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KT의 민영화와 외주화가 아현 화재 참사를 불렀다며 통신공공성 강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통신은 공공서비스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국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며 "하지만 민영화된 통신업체들은 비용절감에만 매달렸고, 이는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통한 비정규직 확산과 안전성 투자 미비로 이어졌다. 이런 폐해가 집약된 결과가 이번 화재로 인한 '통신대란'"이라고 비판했다.
2002년 민영화된 KT는 정부 지분이 없는 완전한 민영기업이다. 그러나 KT 회장직에는 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 회장직에 전문성이 결여된 정권의 코드 인사가 임명되어왔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은 이번 아현 화재 사고가 KT의 민영화와 업무 외주화, 전문성 없는 CEO의 무리한 실적위주의 경영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이석채 회장은 임기 초반 직원 5992명을 명예퇴직시켰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황창규 회장은 취임 3개월 만에 구조조정을 실시해 직원 8304명을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KT의 공공서비스 유지 인력과 설비투자는 상당 수 줄어들었고, 회사 경영은 핸드폰 판매실적 등에 집중돼 아현 화재는 '필연'이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실제 아현 사고 현장을 긴급 복구하는 데 투입된 인력은 대부분 KT의 하청업체 노동자들로 알려졌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KT에는 케이블선 관리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석채-황창규 회장 경영시기 KT의 전화국·동케이블 매각 문제도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회장 시절 326개였던 지사는 236개로 줄어들었고, 황 회장 시절 지사는 다시 182개로 감소됐다. 통신시설 매각으로 각 지사에 통신시설 집중화가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중요성이 높아진 각 시설에 대한 등급분류와 관리다. 아현국사 화재 당시 국회에 보고된 통신시설 관리 등급을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A~C등급까지는 29개, D등급은 354개 였다. A~C 등급 시설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아현국사와 같은 D등급은 관리대상이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D등급 중 A~C등급으로 변경해 관리되어야 할 국사는 최소 30~40개소로 추정되고 있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통신시설 집중화를 실시하고도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아현국사의 경우 CCTV마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현재까지도 화재 발생 원인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태연 KT민주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화재 당시 정부와 통신사 CEO는 공공재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혔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 요금 보상을 얼마만큼 하겠다는 수준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는 간단하다. KT민영화 이후 비용줄이기 위한 외주화 속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라며 "해야할 일은 KT의 공공성을 복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세구 KT전국민주동지회 전 의장은 "KT에서 30년을 근무했는데, 2002년 민영화 이후 달라졌다. CEO들은 수익성 위주로 경영을 이어가 공공성 투자는 줄어들고, 백업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피로도가 누적됐다"고 분석했다.
강 전 의장은 "결국 아현사태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조마조마해가며 근무를 해왔다"며 "아현과 같은 집중 통신국사는 전국적으로 수십군데에 이른다. '통신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황창규 회장 사퇴 등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제대로 된 선례를 남겨야 공공성을 확대하고 재발 방지를 논의할 수 있다"며 "정부와 KT가 확실히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민생팀장은 "화재 사고 다음날 황창규 회장은 추가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마련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정부 대책 회의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KT는 2차 피해 방안에 대해 2014년 SKT사례를 참고하겠다고 했다. 당시 SKT는 고작 하루 이틀 치 요금감면을 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1S8CJNSX57
[잇단 온수·배수관 사고 왜] 노후 배관 많은데···외주화에 점검도 소홀 (서울경제, 고양=오지현·김정욱기자, 2018-12-05 17:30:29)
압력 못버텨···이틀 새 3명 참변
1년 2회 열화상카메라 촬영이 전부
지역난방公, 그마저 하청업체에 맡겨
지하시설 철저점검 ‘발등의 불’로
허술한 지하 인프라 관리로 이틀 새 3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졌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난방시설을 포함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각종 지하 인프라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경기 고양시 백석동 온수관 폭발 사고는 노후한 배관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열 수송을 총괄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현장감식 결과 27년 사용한 노후 관로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파열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열 수송관의 경우 일반적으로 수명이 40년이 넘지만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에는 열 수송관이 설치된 지 오랜 시일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노후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열 수송관에 대해 매일 시행하는 육안점검 외에는 1년에 2회(해빙기·동절기) 열화상카메라 촬영이 점검의 전부다. 근처 열병합발전소에서 일괄적으로 열을 공급받는 ‘지역난방’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파주·일산·고양·분당·용인·수원·화성 등의 지역에서 유사한 사고가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 온수관 폭발 사고로 손모(69)씨가 현장에서 전신 화상을 입고 사망하는 등 시민과 소방관 26명이 다쳤으며 인근 지역 2,800여가구의 난방이 중단됐다.
지하배관 사고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경기 파주에서 배수관 공사 사고로 인부 2명이 숨졌고 같은 날 부산 해운대에서도 지하에 매설된 온천수 관로가 부식되면서 56도의 온수가 터져 나오는 등 지하배관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백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복합재난대응연구단 단장은 “우리나라는 30~40년 전 개발 위주로 구축해놓은 지하시설물이 많은데 이제 그 시설물들이 노후화돼가고 있다”며 “이제는 개발보다는 과거 구축해놓은 시설물에 대해 체계적이고 꼼꼼한 관리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백 단장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상하수도 등 지하시설물을 올 1월부터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열 수송관의 안전관리 업무는 지역난방공사와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에서 담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경찰은 지역난방공사가 안전 관리·감독 업무상 소홀한 점이 없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일산동부경찰서 관계자는 “5일 오후부터 지역난방공사 관계자, 하청업체 직원, 현장에 있던 피해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3360
KT 아현지사 화재는 무엇을 말하나 (시사IN, 김연희 기자, 2018년 12월 08일 토요일 제586호)
2000년대 중반 이후 KT는 장비 집중과 부동산 개발에 매달렸다. 통신장비를 한곳에 몰고 투자 가치가 높은 건물을 매각했다. 케이블 매니저 업무 외주화로 통신망 관리는 부실해졌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KT 아현지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고층빌딩이 들어선 충정로 사거리에서 골목으로 빠지는 길목에 자리 잡은 6층짜리 건물이다. 겉보기에 왜소한 이 건물 하나에 인터넷 회선 21만 개와 무선통신 기지국 2800개가 연결돼 있다.
11월24일 오전 11시께,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났다. 서울시 서대문구·마포구·용산구 일대와 은평구·중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부에서 KT 통신망이 마비돼 주말 동안 통신 대란이 벌어졌다. KT에 가입된 무선전화, 유선전화, 초고속 인터넷, IPTV 서비스가 두절됐고, KT 회선으로 카드 결제를 하는 상점은 큰 타격을 입었다. 경찰에서도 KT 유선망을 사용하고 있어서 서울 용산·마포·서대문·남대문 경찰서와 관할구역 파출소에 112 신고 시스템이 차질을 빚었다. 119 연결이 지연되는 사이 응급환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통신장애를 겪은 지역은 서울시 면적 6분의 1에 해당한다. 2010년 이후 KT는 용산구 원효지사를 비롯해 인근에 있는 지사 4곳에서 나눠 관할하던 통신망과 통신설비를 아현지사로 몰아넣었다. ‘장비 집중화’라 부를 수 있는 이 과정은 KT의 사업전략 변화와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통신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이동통신 업체들은 비통신 영역으로 진출할 방법을 고심한다. KT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부동산 개발이었다.
공기업인 한국통신으로 출발한 KT는 각 지역의 노른자위 땅에 부동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유선전화가 보급되던 1960 ~1970년대는 통신장비가 비쌌다. 장비당 회선을 짧게, 많이 연결하기 위해 시내 중심부에 한국통신 전화국을 세웠다. KT가 전국에 보유한 전화국 부지는 440여 개다. 이후 통신장비 성능이 개선되고 장비가 소형화되면서 필요 공간이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KT는 통신장비를 한곳으로 집중하고 투자 가치가 높은 건물을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개발에 나선다. 서울 강남의 영동전화국과 동대문의 을지지사 자리에 고급 호텔이 들어섰다. 영등포 전화국은 오피스텔로 개발됐다.
안전설비나 비상시설은 ‘장비 집중화’ 수준을 따라가지 못했다. KT 아현지사 통신구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화재를 키웠다. 소방법에 따르면 통신사업용 지하 통신구가 500m 이상인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는 500m 미만이었다.
아현지사는 왜 ‘D등급’으로 남았나
KT 아현지사에는 비상사태에 대비해 통신을 우회할 수 있는 백업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통신시설을 A·B·C·D 등급으로 나누는데 아현지사는 중요도가 가장 낮다고 할 수 있는 D등급이다. A·B·C 등급은 과기부가 전수 점검을 하지만 D등급은 사업자가 자체 점검하게 돼 있으며, 백업 시설을 둘 의무도 없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까지 포함해 서울 시내 중요통신시설 114개 중 90개, 전국 915개 시설 가운데 835개가 D등급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화재가 KT에서 났지만 다른 통신사도 사정이 비슷하다. 오히려 장비 집중화 정도는 후발주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심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통신시설 등급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른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의 ‘중요통신시설 지정기준’에 따른다. 재난 발생 시 피해 범위를 기준으로 A등급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영남권·호남권 등 ‘권역 규모’, B등급은 광역시·도 규모, C등급은 시·군·구 3개 이상 규모에 해당한다. 중요통신시설에 대한 등급 분류는 각 통신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시행해 과기부에 신고하게 되어 있다.
정부 관리·감독 체계의 허점은 여기서 드러난다. 피해 규모로 보면 KT 아현지사는 C등급에 해당하지만 D등급으로 남아 있었다. A등급에 속하는 지사는 모니터링 직원이 24시간 상주해야 하는 등, 등급이 올라갈수록 통신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통신사 처지에서는 등급 상향을 꺼리게 된다. 아현지사로 다른 지사의 통신장비가 합쳐진 이후 등급 평가를 다시 했는지 묻자 KT 홍보실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다. “(등급 평가는) 정부에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주기를 공개하기는 어렵다. 통신구와 관련된 정보는 보안이 굉장히 까다롭다.”
인력 감축도 사고 원인의 한 축으로 꼽힌다. 2002년 민영화를 계기로 KT는 구조조정을 감행했다. KT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한국통신 정규직 직원 수는 5만6600명이었으나 민영화 한 해 뒤인 2003년에는 3만7650명, 지난해에는 2만3420명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줄어든 직군이 통신망 신설과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케이블 매니저(CM) 직군이다. 케이블 매니저 직군 신입 공채는 1997년이 마지막이었다. 해당 업무는 외주화돼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이 맡고 있다. KT 아현지사 케이블 복구 작업에 투입된 인원도 협력업체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해관 KT 새노조 대변인은 이번 사고를 “예고된 인재”라고 말했다. “한국통신 시절부터 같이 일한 동료들과 ‘이렇게는 오래 못 간다’는 얘기를 했다. 기초가 무너지는 게 보였다. ‘장비 집중화’라는 이름으로 설비를 한곳으로 모으면서 정작 사고가 나면 대피할 수 있는 뒷문(백업 시설)은 만들지 않았다. 동시에 케이블 매니저 업무는 모두 외주화하면서 정작 통신업체의 기본인 통신망 유지·관리는 부실해졌다.”
이번 사고 이후 통신을,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공공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11월28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KT 불통사태 관련 통신공공성 확대 및 피해보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을 맡은 조형수 변호사는 “통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큰 재난이 오는 것을 확인했다. 통신사들이 이익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통신 재난으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과 피해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090932001&code=940100
외주로 떠넘긴 도시 안전의 현실 (경향, 김태훈 기자, 2018.12.09 09:32:00)
도시는 밀집의 공간이다. 인구만 집중되는 것을 넘어 이들의 생활을 돕는 다양한 인프라 역시 갈수록 촘촘해진다. 그러나 통신이나 전력·수도·교통 등 각종 인프라가 엮어내는 망이 더욱 촘촘해질수록 재난이나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 입는 피해의 범위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사회기반시설을 관리·통제하는 데 활용되는 네트워크의 영향이 커지면서 한 영역의 사고가 다른 영역으로 이어지며 피해가 확대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CCTV 감시·대응 인원의 한계
“CCTV 카메라는 상당히 빽빽하게 설치돼 있다. 문제는 카메라로 전송되는 영상이 실시간으로 수십 개의 모니터에 나타나도 그걸 지켜보는 사람의 눈은 단 두 개뿐이라는 점이다.” 국가기반시설로 분류되는 한 기관의 보안업무 용역을 맡고 있는 민간 보안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CCTV는 이미 국가의 주요시설은 물론 민간 사업장이나 일반가정에서도 범죄·사고 예방과 보안 목적으로 보급돼 ‘제2의 눈’ 역할을 하고 있다. 보안이 필요한 시설 주요지점에 설치된 CCTV 카메라로 찍힌 실시간 영상은 전담요원이 상시 감시하고 있는 통합관제실로 전송된다. 필요한 경우 먼 거리에 떨어진 기관의 본부나 지휘통제 부서로도 바로 전송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가 일어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사람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1~2명에 불과한 관제인력만으로는 무단침입이나 시설파괴와 같은 각종 사고에 즉각 손쓰기 어려운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없이 작동되는 감시설비를 유지·관리하는 데 필요한 인력의 수와 예기치 못한 비상시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의 수가 차이나는 점은 어쩔 수 없는 딜레마다.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에 대비해 배치할 상근인력의 규모를 정하는 것은 공공영역이건 이윤이 목적인 기업이건 모두 쉽게 결정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라고 가정한 사고나 재난이 일어날 경우 현장뿐만 아니라 정부 시스템이나 도시의 생산활동 전반에 파급이 미친다면 대비 수준은 더욱 높아져야 할 수밖에 없다. 공적 영역의 안전과 보안을 외주화하는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이미 ‘국가중요시설’을 방호하는 업무가 용역업체에 외주화된 것은 일반적이다. 공항과 철도, 발전소 등 국가안보는 물론 시민들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중요시설’ 방호업무의 전부 혹은 일부가 용역업체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댐과 발전소 등 34개 국가중요시설을 운영하는 한국수자원공사 등 외주 방침을 철회하고 방호인력 정규직화를 완료한 곳도 있지만, 가장 높은 등급인 ‘가’급 국가중요시설인 인천국제공항을 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의 경우처럼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작업에 진척이 더딘 곳들도 상당수다.
국가중요시설은 통합방위법에 따라 국방부가 관계기관과 함께 지정하는 시설이다. 국가안보 목적을 최우선으로 공공기관, 공항, 항만, 주요산업시설 등 적에 의하여 점령 또는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될 경우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설이 등급에 따라 지정된다. 전문성을 띤 민간업체에 용역을 맡기는 것 자체를 문제라 하긴 어렵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들 용역업체가 비용 절감을 위해 비정규직인 특수경비원에게 방호업무를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업무를 하지만 공공기관에 직고용된 정규직 청원경찰과 달리 이들 특수경비원은 처우 수준에서 큰 차이가 난다. 공공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외주화의 문제는 단순히 특수경비원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라거나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점을 넘어 말 그대로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KT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화재로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한 사태 역시 인력과 비용을 감축하려는 외주화가 배경에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KT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주력해 오면서 안전 문제는 도외시한 결과가 이번 사태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은 KT가 이번 사태와 관련된 케이블 관리 업무 등 핵심 업무들을 하청업체에 도급으로 넘겼다며 “KT 본사 소속으로 통신케이블을 관리하는 케이블매니저 팀이 있지만 대부분은 본사 직원이 아니라 하청업체에 넘겨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민영화 과정을 거친 KT는 약 6만명에 달하던 정규직 직원 수를 구조조정을 통해 2017년 말 기준 2만3420명으로 줄였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은 비정규직인 하청업체 직원으로 대체했다. 조 위원장은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케이블매니저 팀이 대폭 줄어 이번에 화재가 난 뒤에도 하청업체에서 나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외주화와 구조조정을 거치며 일상적인 안전 관리는 물론 사고 대처까지 외부 업체에 맡기면서 신속한 대응을 놓치는 문제가 그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외주 용역업체의 비용절감 여파
외주화의 필연적 결과인 용역업체의 비용절감이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번지는 것은 통신분야의 문제만은 아니다. 11월 20일 충북 오송역에서는 전기 공급이 끊겨 KTX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3시간 넘게 깜깜한 열차 안에서 무작정 대기해야 했던 사고가 벌어졌다. 일부 승객들이 하차를 요구했지만 승무원들이 받은 안전교육이 비상사다리 설치나 심폐소생술에 그쳤기 때문에 단전사고에는 매뉴얼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 것으로 전해졌다. KTX 열차에는 코레일 소속 팀장 1명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 승무원 2명이 탑승하는데, 문제는 팀장이 소속이 다른 승무원에게 안전업무 지시를 내리면 불법파견이 되기 때문에 적절한 지시를 내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10월 7일 경기 고양시의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 화재가 났을 때도 2001년 민영화된 송유관공사가 비용절감을 위해 근무인력을 줄인 것이 결과적으로 큰 사고로 이어졌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근무자는 4명에 불과했고, CCTV를 통해 저유소 전체를 관제하는 통제실에서는 1명밖에 근무자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업무를 보는 와중에 화재 사실을 뒤늦게야 알아차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넓게 활용되는 CCTV가 갖고 있는 문제에 인력 부족만 있는 것은 아니다. KT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화재로 드러난 통신망 작동불능 사태는 ‘초연결’ 사회로 나아간다는 네트워크 기반 사회의 민낯을 보여줬다. 화재로 서대문구와 중구, 마포구 등 서울시 5개 구 일대에 광범위한 통신장애가 발생하면서 인근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용하는 CCTV 회선 중 일부도 먹통이 됐다.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보안용 CCTV 회선을 제공하는 KT와 같은 통신서비스 업체에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심각한 경우 국가중요시설을 포함한 핵심시설의 보안에 구멍이 뚫릴 여지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CCTV가 화재와 같은 사고나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감시용으로 쓰이지만 정작 화재로 회선이 녹아버리면 무용지물이 되는 역설은 늘 잠재돼 있다고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철도 등 주요 인프라와 시설에 운용되는 CCTV를 납품하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CCTV 회선 역시 통신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CCTV용 회선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목적의 통신회선이 같은 경로로 지나갈 때가 많기 때문에 통신망의 두절은 관련업무 전반을 마비시킬 정도로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 아현지사 화재에서도 불에 탄 광케이블 망은 비교적 빨리 복구됐지만 구리선을 이용한 통신망은 복구가 늦어 이용자들의 피해는 더 커졌다. KT가 보안용으로 제공하는 전용회선 역시 지국 간 연결은 광케이블로 이어져 있어도 개별 기관이나 업체와 지국이 연결될 때는 구리선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아 같은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때문에 도시형 재난이 벌어질 때는 무엇보다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비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아현지사 화재를 비롯해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일대에서 온수관이 터져 1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일대 온수 공급이 중단된 사고가 벌어진 것에도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보완조치가 미흡했다는 문제가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관리 개념으로 보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요인 때문이라고 쳐도 피해가 확대되는 부분은 대부분 대비책 소홀로 즉각 대응과 수습에 나서지 못해 2차 피해가 커지는 데서 나타난다”며 “도시 기능의 발달로 한 분야의 사고가 다른 분야에까지 여파를 불러 피해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렇게 중첩되는 피해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와 경기 고양시 백석역 온수배관 파열사고는 모두 지하로 통과하는 인프라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다. 통신선과 열수송관을 포함해 전선과 수도 등 국가안보와 국민 생활에 모두 필수적인 기반설비가 한 곳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자칫하면 피해는 다방면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이 지하공동구를 관리하는 책임소재가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와 지자체, 공기업 등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관리 전반을 담당하는 주된 통제기구가 없다. 갑작스러운 안전문제에 대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대처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셈이다.
■국민 생활 기반설비 한 곳으로 지나가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지하공동구는 200만㎡ 이상의 면적에 도시를 개발하는 경우 필수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현재 지하공동구가 설치된 지역은 전국에 30곳이 있고 서울에만 7곳에 설치돼 있다. 전력과 수도, 통신 외에도 쓰레기 수송을 위한 관로 등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가스관이나 하수도관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불의의 사고는 물론 특정한 의도를 가진 테러나 공격이 일어날 경우 한 방에 도시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는 급소인 셈이다. 좁은 터널 형태로 도시 내부 곳곳으로 그물 같은 모양의 통로가 이어져 있기 때문에 특히 주요 기관과 기업, 그리고 인구가 밀집한 서울에서 공동구의 기능이 마비될 경우 국가경제가 한동안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지하공동구를 관리하는 일차적 책임은 지자체에 있지만 통합방위법 상의 국가중요시설이기도 하므로 서울의 경우 전담 방위임무를 맡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방어에 나설 정도로 핵심시설이다. 여기에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국토부와 행안부가 담당하는 구조로 대응체계가 갖춰져 있다. 하지만 KT 아현지사 화재는 여러 관로가 함께 지나는 공동구가 아닌 단독구였다. 통신망 화재 피해 외에 다른 부분으로 피해가 확산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민간업체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이런 단독구에서의 사고는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 사각지대에서 발생한다는 점이 문제다. 규모가 큰 지하공동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이들 단독구는 관계부처나 기관도 전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시 피해가 크게 확산될 수 있는 국가중요시설과 주요 인프라에 대해서는 비슷한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최대한 예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배관 노후 문제의 경우 문제가 없는 배관이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배관을 교체하도록 하는 등 비용을 아끼지 않고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44501&code=11131200&cp=nv
관리비 깎아 외부에 맡긴 안전, 참사 근원이 된다 (국민일보, 최예슬 기자, 2018-12-10 04:02)
KTX 사고 계기 살펴본 실태
코레일·난방공사·KT 외주화
저가입찰 맞물려 불안 커져
‘KTX 탈선’ ‘통신대란’ ‘온수관 폭발’ 등 최근 시민의 일상을 흔드는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각각의 사건은 평온한 시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반 시스템에서 발생했다. 저비용, 효율화를 내세우며 안전관리 등을 하청업체에 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재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최근 여러 사고가 안전 시스템 미흡에 따른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인재(人災)였다는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온수관 파열 사고의 경우 지역난방공사가 노후화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사고를 막지 못해 관리의 허술함이 도마에 올랐다.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도 통신 ‘먹통’ 사태에 대안(백업회선 등)이 없었고 스프링클러 등 안전장비가 미비해 질타를 받았다. 이번 KTX 탈선사고에 대해서도 임남형 충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사고 방지 시스템이 있었다면 열차가 T자형으로 심하게 선로를 이탈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심 재난의 원인에는 공통적으로 안전관리의 외주화가 있었다. KT는 통신에서 가장 중요한 통신선 개설 등 업무를 50개가 넘는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도 백석동 온수관의 안전관리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KTX의 경우 지난 3년간 선로가 900여㎞ 늘었는데 관련 정비인력과 예산은 도리어 줄었다. 코레일은 지난 8월에야 정규직 전환 대상 6769명 중 국민의 생명·안전과 연관된 업무 종사자 1513명을 본사가 고용하고, 5256명은 계열사를 통해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종선 철도노조 차량국장은 “오랜 시간 정규직·비정규직이 각자 분담했던 업무를 조정하는 문제, 여전히 인력이 부족해 외주를 아예 없앨 수 없는 점 등 난제가 남아 있다”며 “조직 안정화에는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주화는 저가 입찰 등 관행과 맞물려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외주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외주화를 통해 책임을 전가하고 비용을 깎는 데만 집중하는 관행이 잘못된 것”이라며 “책임관계를 명확히 하고, 비용보전을 충분히 해준다는 전제로 외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외주화는 책임과 권한이 없는 사람들에게 국민의 안전을 맡기고 있는 것”이라며 “외주화 등으로 비용 삭감에 신경 쓸 게 아니라 ‘블랙스완’(예기치 못한 재난)에 대비할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재난이 일어나면 1차적으로 재난 대비에 실패한 것이지만 그 후 2차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하지만 온수관 폭발 사태만 보더라도 관 밸브가 빨리 잠기지 않아 1시간 넘게 온수가 배출되는 등 대응이 미흡했다”며 “외주화는 이러한 대응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재난 관리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고, 여건도 되지 않는다”며 “관리자들이 책임을 지고 예방과 대응을 도맡는 체계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전관리를 외주화할 경우 이를 담당한 하청업체가 계약 당사자인 원청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8월 전자제품 공장 화재로 9명이 숨진 인천 남동공단은 민간업체가 소방 점검을 맡아 왔으나 참사를 막지 못해 ‘부실 점검’ 논란이 있었다. 이영주 교수는 “하청업체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외주화로 인한 안전 부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3971.html
기계에 끼어 사망한 24살 비정규직 노동자 4시간 방치 (한겨레, 정환봉 선담은 최하얀 기자, 태안/송인걸 기자, 2018-12-11 16:57)
문 대통령 면담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기자회견에서
이날 새벽에 숨진 24살 발전소 하청 노동자의 죽음 알려져
비정규직 대표 100인 “더이상 죽지 않게 해달라” 호소
24살 청년은 방탄소년단 노래를 즐겨 불렀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뭐든지 잘 먹었는데, 특히 치킨을 좋아했다. 사람들은 청년을 두고 “밝으면서도 조용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렸으며, 열정이 넘쳤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 9월17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현장설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생애 첫 직장이었는데, 1년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조건이었다. 청년은 얼마 전 가족에게 ‘힘들기는 한데 배우는 단계이니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청년 김용균(24)씨는 그러나, 밤샘 일을 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다. 11일 오전 3시20분께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 트랜스포머 타워 04시(C) 구역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서 현장 점검을 위한 순찰 업무를 하던 도중이었다. 김씨를 발견한 동료 이아무개(62)씨는 경찰에서 “전날 밤 근무에 투입된 김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찾다 보니 기계에 끼여 숨져있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10일 오후 6시에 현장에 투입돼 11일 아침 7시30분까지 발전소 내부 4~5㎞ 정도 거리를 혼자 걸어서 순찰하는 업무를 맡았다. 하지만 김씨는 밤 10시21분 이씨와 한차례 통화했고 14분 뒤 사고 현장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기계에 끼여 숨진 지 4시간여 만에 발견됐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화력발전소에서 김씨는 동료 11명과 함께 1일 4조2교대로 일했다. 주간-야간-휴무-휴무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주간일 때는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 저녁 6시30분까지 11시간, 야간일 때는 저녁 6시30분에 출근해 13시간이 지난 다음 날 아침 7시30분에 퇴근한다. 근무 시간에는 휴식이 없다.
김씨의 비극적인 죽음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알려졌다. 비정규직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기자회견을 연 ‘비정규직 그만 쓰개!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지난달 12일부터 나흘간 문 대통령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청와대와 대검찰청, 국회 앞 등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했다.
자신을 “20년째 전기를 만드는 노동자”라고 소개한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태성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오늘 동료를 잃었다. 24살 꽃다운 청년이 석탄 이송하는 기계에 끼여 머리가 절단났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또 “지난 10월18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그런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다. 이제 더는 내 옆에서 죽는 동료를 보고 싶지 않다”며 “하청 노동자이지만 국민이다. 제발 더 죽지 않게 해달라. 그 길은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의 처참한 죽음과 이후로도 그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오랜 시간 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자회견장은 금세 흐느끼는 소리로 가득 찼다. 더구나 김씨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 참가 신청을 위해 2달 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 고용으로’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씨에 이어 발언자로 나선 케이티(KT) 외주업체 노동자 김철수씨는 “지금 이야기를 듣고 나도 똑같은 상황에서 차에 치여 맨홀에 빠져 죽은 동료가 생각났다. 내 손으로 밧줄 끌어 올려서 119타고 대학병원에 갔다. 응급실에서는 현장 즉사라는 판정을 받았다”며 “(회사는 동료를) 산재처리 하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처리해 숨기려다가 변호사 통해 산재처리 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발생한 케이티 아현국사 화재 이후 선로를 복구하는 작업은 모두 김씨와 같은 외주업체 직원이 맡고 있다. 하지만 수당은 수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통신선로 까는 일만 수십 년 했다. 일당이 14만원이다. 우리 인건비는 왜 안 오르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집에 돈 150만원 가져다주면 생활이 안 된다. 더이상 빚도 낼 수 없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찾았던 노동 현장인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도 무대 위에 올랐다. 그는 “5월12일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 와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다시 상기시키고 싶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절박한 심정이다. 한낱 꿈, 희망이 아닌 절박한 심정이, 우리의 마음이 전해지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기간제 교사, 화물차 운전 등 비정규직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나선 노동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겪고 있는 차별과 불평등 문제를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였다. 2017년 5월12일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찾던 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희망을 꿈꿨다. 1년6개월이 지난 오늘, 인천공항에서는 그 어떤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강릉선 케이티엑스(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했던 8일 오전 7시35분 가장 당황한 것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무원이었다. 누구도 이들에게 현재 어떤 상황이고, 무슨 조치가 취해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철도공사가 아닌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었기 때문“이라며 “케이티엑스 선로이탈과 케이티 통신 대란을 비롯한 연이은 사고의 다른 이름은 위험의 외주화다”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대표 100인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과 사용자 처벌,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파견법·기간제법 폐기 등을 요구하며 문 대통령에게 “청와대든 광화문 광장이든 티브이(TV) 토론이든 어디서도 좋으니 한 번 만나달라”고 요구했다.
김씨의 죽음도 한국의 어느 노동 현장과 마찬가지로 한국서부발전이 단가를 낮게 제시하는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면서 2인1조 업무를 돌리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동료 노동자들은 입을 모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 지회가 이날 공개한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주요 안전사고/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는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추락 사고나 매몰 사고, 쇠망치에 맞는 사고나 대형 크레인 전복 사고, 김씨와 같은 협착 사고로 숨졌다. 부상자도 19명이었다. 김씨와 함께 일한 한아무개(26)씨는 “컨베이어벨트가 힘이 세니까 기계에 몸이 달려가는 일이 종종 있는데, 2인1조로 일하면 안전 스위치가 있어서 다른 동료가 줄을 당기면 기계가 멈춘다”며 “순찰할 때 한 사람씩만 들어간 게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과 노동당국도 회사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김씨가 1인 근무를 하게 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쪽은 경찰에서 ‘근무 매뉴얼에 2인1조 근무 원칙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버홀(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진행하는 계획 정비) 중에는 2인1조를 반드시 구성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상 운영 중 순찰은 혼자 하게 되어 있다”며 “우리가 그 제도를 만든 건 아니고 이 업무를 책임지고 하는 한국발전기술이 그렇게 운용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하루 근무자가 12명이지만, 운전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 현장 근무 인원은 6명에 불과해 관례적으로 1인 근무를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근무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법 위반 여부 등도 가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111740001&code=940702
입사 석달, 꼼꼼했던 24살 용균씨는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졌다 (경향, 배문규 기자, 2018.12.11 17:40:00)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홀로 설비를 점검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발전사들이 힘들고 어려운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업체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은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 벨트에서 한국발전기술 소속 현장운전원 김용균씨(24)가 11일 오전 3시23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고가 나고 1시간 뒤에야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입사 3개월차인 김씨는 현장에서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을 해왔다. 10일 오후 6시 출근했고, 밤 10시쯤 운용팀 과장과 통화 후 연락이 끊겼다. 과장과 팀원들이 찾아나섰다가 숨진 김씨를 발견했다. 태안 화력발전소의 석탄취급 설비 운전을 위탁받은 한국발전기술 노조 관계자는 “꼼꼼하게 일한다고 평판이 좋았는데 평소 잘 안 보던 곳까지 살피려다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컨베이어벨트 길이가 몇 ㎞에 달해 위치를 파악하는데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2인1조 근무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직원들이 4조2교대로 12시간씩 일하는데, 야간에는 근무자가 적어서 더 위험할 수 밖에 없었다. 노조 관계자는 “비용을 절감한다며 인원을 줄여서, 두 사람이 넓은 시설을 둘러보려면 따로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며 “사고가 났을 때 다른 사람이 있어야 장비를 멈출 수 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고 했다.
외아들인 김씨는 군 제대 이후 발전소에서 경험을 쌓으려던 사회초년생으로 전해졌다. 한국서부발전 등 발전소 운영사들은 설비를 점검하는 등 운영과 안전관리에 꼭 필요한 업무마저 외주화했으며,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외부 컨설팅까지 받으면서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사고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에는 이번에 사고가 난 태안화력발전소 3호기에서 노동자 1명이 구조물 사이에 끼어 숨졌다. 같은 달 1일에는 가스폭발사고로 2명이 다쳤다. 발전소 직원들이 사고를 신고하지 않고, 직원 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후송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지난 9월에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바다로 추락해 2명이 숨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 지회가 이날 공개한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주요 안전사고·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는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추락 사고나 매몰 사고, 쇠망치에 맞는 사고나 대형 크레인 전복 사고, 김씨와 같은 협착 사고로 숨졌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2012~2016년 346건의 안전사고로 발전소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이 중 337건인 97%는 하청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이 기간 사고로 숨진 40명 중 37명이 하청노동자였다. 한국발전기술 노조 관계자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설비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보니 안전 문제가 있어도 바꾸기 어렵다”면서 “본사의 정기 안전회의에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참석해 의견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더이상 없길 바랐지만 또다시 외주화가 노동자를 죽였다”며 발전회사들을 비판했다. 사고 몇 시간 뒤인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대통령, 비정규직 대표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에 나온 비정규직 노동자 이태성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정규직 안해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그런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습니다. 하청노동자지만 우리도 국민입니다. 죽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 길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055/NB11741055.html
2인1조 규정 유명무실…'홀로 작업' 20대 노동자 참변 (JTBC, 정영재 기자, 2018-12-11 20:45)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져…5시간 만에 발견
사람 없다며 '2인 1조' 규정 지켜지지 않아
"3년 전부터 시설 개선 요구했지만 반영 안 돼"
[앵커] 오늘(11일) 새벽,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20대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석탄을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 아래서 숨진 지 5시간 만에 발견됐는데 2명이 함께 일해야 하는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또, 사고 신고도 시신을 발견한지 1시간 뒤에 했는데 이유가 있었습니다. 정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소방관들이 설비 아래서 남성의 시신을 꺼냅니다. 서부발전 산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3개월 전부터 일을 시작한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 25살 김모 씨입니다.
김 씨는 어제 오후 10시쯤 혼자 설비 점검을 나갔다가 연락이 끊겼습니다. 직원들이 찾아 나섰지만 5시간이 지난 새벽 3시 20분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옥내저탄장에서 9·10호 발전기로 가는 석탄운반타워 컨베이어벨트 아래였습니다.
벨트 아래 좁은 공간에 떨어진 석탄을 빼내는 작업은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규정상 2명이 함께 나가야 하지만 사람이 없다며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경찰과 119 신고는 시신 발견 1시간이 지난 새벽 4시 30분이 돼서야 접수됐습니다.
[동료 직원 : 저희가 119신고를 하려고 해도 못 하게 합니다. 밖으로 나가면 안 되니까요, 사건이.]
발전소 측은 이미 숨진게 확인돼 119 신고를 안했고 경황이 없어 경찰 신고도 늦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동료 직원들은 3년 전부터 시설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구간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4034.html
멈추지 않는 ‘위험의 외주화’…산재사망 90%가 ‘하청노동자’ (한겨레, 이지혜 최하얀 정환봉 기자, 2018-12-11 21:33)
24살 목숨 앗아간 태안화력 사고
정규직 2인1조 점검 업무가
민간에 맡겨진 뒤 나홀로 근무로
발전사 5곳 사고, 97%가 외주 업무
사망 40명 중 37명 하청노동자
‘위험의 외주화’가 빚은 참사가 또다시 젊은 하청 노동자 김용균(24)씨의 목숨을 앗아갔다.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기계에 끼여 숨진 김씨가 지난 9월 입사한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씨가 맡았던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 운전·정비는 민영화된 중소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1∼8호기는 한전산업개발이, 김씨가 숨진 9∼10호기는 한국발전기술이 운전과 정비를 책임진다. 설비는 한국서부발전 소유지만, 발전소 운영은 민간 하청업체들이 총괄하는 구조다. 김씨를 고용한 한국발전기술은 애초 공기업이었으나 2014년부터 칼리스타파워시너지 사모투자 전문회사가 지분 52.4%를 보유하고 있다. 운용사인 칼리스타캐피탈의 이승원 대표는 한국발전기술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발전소 정비 분야 시장개방이 저가 수주 경쟁과 위험의 외주화로 이어져 이번 사고를 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고가 난 한국발전기술처럼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가 운영을 맡은 경우, 정비·안전 등 비수익 부문의 비용 최소화는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발전소 정비·운영은 1980년대엔 한전 및 한전 자회사가 책임지는 공공 독점이었으나, 1994년 한전케이피에스(KPS) 파업을 계기로 정부가 민간 개방을 주도해왔다. 발전소 정비를 책임지는 한전 자회사가 파업하자, 필요시 이들을 대체할 인력과 기술을 민간 시장에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정부는 하나둘 생겨난 작은 규모의 민간 정비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2013년부터는 국내 정비 일부 물량에 대해 경쟁 입찰을 의무화(발전정비산업 1단계 개방)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한국발전기술도 한전케이피에스와 경쟁 입찰을 거쳐 석탄설비 운용·정비 계약을 낙찰받았다”며 “정부 시책에 따라 경쟁 입찰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쟁 입찰 물량을 한층 더 늘리는 ‘2단계 개방’을 추진하려 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되며 일시 정지된 상태다.
하청업체 노동자의 열악한 안전 문제도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공공운수노조는 한국남동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사고 346건 가운데 337건(97%)이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동안 이곳에서 산재로 사망한 40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37명(92%)이었다.
하청 노동자는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십상이다. 업체 규모도 작고, 김씨와 같은 1년 단위 계약직 노동자를 주로 고용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숙련을 쌓기도 어렵다. 노동계는 김씨가 밤중에 위험한 작업을 ‘혼자’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김씨가 하던 일은 원래 발전소 정규직이 2인1조로 하던 업무였는데, 발전소 외주화 구조조정을 통해 하청업체로 업무가 넘어갔다”며 “그동안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인력 충원과 2인1조 근무만 받아들여졌어도 김씨는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8년 6월까지 한 사건에서 3명 이상 숨진 산업재해는 모두 28건이었다. 이 사건들로 숨진 노동자는 모두 109명인데 이 중 93명(85%)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이 가운데 원청 사업주가 처벌받은 사례는 단 한건도 없었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노동계 기자회견에선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성토가 터져 나왔다. 이날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강릉선 케이티엑스 열차가 선로를 이탈했던 8일 오전 7시35분 가장 당황한 것은 열차에 타고 있던 승무원이었지만, 철도공사가 아닌 코레일관광개발 소속이라는 이유로 누구도 이들에게 현재 어떤 상황이고, 무슨 조처가 취해지고 있는지 말해주지 않았다”며 “케이티엑스 선로 이탈과 케이티 통신 대란을 비롯한 연이은 사고의 다른 이름은 위험의 외주화”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지금이라도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우리도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을 도입하는 등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74035.html
발전소 정비 ‘시장개방’ 정책…위험 외주화로 사고 이어져 (한겨레, 최하얀 기자, 2018-12-11 21:45)
태안발전소, 서부발전이 소유했지만 운영은 하청이 총괄
소규모 민간정비업체 ‘무한경쟁’ 내몰리자 안전분야 소홀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운전·정비는 민영화한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1∼8호기는 한전산업개발이, 김아무개(24)씨가 숨진 9∼10호기는 한국발전기술이 운전과 정비를 책임진다. 한국서부발전이 설비를 소유하고 있지만, 발전소 운영은 민간 하청업체들이 총괄하는 구조다. 김씨를 고용한 한국발전기술은 애초 공기업이었으나, 2014년부터 칼리스타파워시너지 사모투자 전문회사가 지분 52.4%를 보유하고 있다. 운용사인 칼리스타캐피탈의 이승원 대표는 한국발전기술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정부의 발전소 정비 분야 시장 개방이 저가 수주 경쟁과 위험의 외주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발전소 정비·운영은 1980년대엔 한국전력공사와 한전 자회사가 책임지는 공공 독점이었으나, 1994년 한전케이피에스(KPS) 파업을 계기로 정부가 민간 개방을 주도해왔다. 발전소 정비를 책임지는 한전 자회사가 파업하자, 필요시 이들을 대체할 인력과 기술을 민간 시장에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정부는 이어 하나둘 생겨난 작은 규모의 민간 정비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2013년부터는 국내 정비 일부 물량에 대해 경쟁 입찰을 의무화(발전정비산업 1단계 개방)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한국발전기술도 한전케이피에스와 경쟁 입찰을 거쳐 석탄설비 운용·정비 계약을 낙찰받았다”며 “정부 시책에 따라 경쟁 입찰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쟁 입찰 물량을 한층 더 늘리는 ‘2단계 개방’을 추진하려 했지만, 지난해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되며 일시 중단됐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121115067637082
28년 만의 산안법 전부개정, '아우성 치는 기업들'…'52시간' 재현?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 2018.12.12 04:32)
[the300 페이스법]⑥여야, '위험의 외주화' 막자 한 목소리, 하도급 안전강화 요구하는 노동계
#나는 산업안전보건법이다.
나는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일이 나의 사명이다. 산업안전과 보건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는 일도 맡았다.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구의 잘못인지를 가리는 일이다.
나는 노동자의 피와 눈물을 먹어야 변한다. 1981년 태어난 나는 1990년 탈바꿈했다. 온도계 공장에서 일하던 미성년 노동자 문송면의 수은 중독, 원진레이온 참사 등이 동인이 됐다.
이번에도 사고가 출발점이 됐고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게 명분이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삼성 중공업 크레인 사고 등 하청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에 내몰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크레인 사고가 발생한지 두달 뒤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청이 파견·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나를 28년만에 바꾸겠다는 이들의 정신이다.
#재해발생 사업장은 모두 멈춰라? 나는 공짜가 아니다
나는 공짜가 아니다. 안전에는 댓가가 필요하다. 28년만에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장관이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에 대한 가장 강력한 재제다.
기업들은 반발한다. 작업중지가 해당 기업뿐 아니라 산업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한다. 현대자동차는 완성차 공장과 부품공장의 생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로 자동차를 생산한다.
각 단계별 어느 한 군데에서 생산이 중단되는 경우 자동차 생산 전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처럼 생산과정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경우가 아니더라도 개별 부품 생산의 중단이 산업 전체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존재한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말부터 연초까지 고용부로부터 작업중지 명령을 받은 6개 기업의 경우 사업장당 600억원에서 1200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내 다른 사업장이나 외부 협력사, 원료 납품기업 등에 대한 피해를 고려하면 액수는 더 커질 수 있다.
사망사고로 사업장 전체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을 받았던 한 기업은 888억원의 손해를 입고 영업이익의 24.8%가 사라졌다. 작업중지 명령 해제까지는 18일이 소요됐다. 특정구역 전체 작업중지 명령을 받았던 기업도 1100억원의 손해를 봤다. 작업중지가 해제되기 까지는 29일, 약 한달의 기간이 소요됐다.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영업을 계속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조업을 멈추고 안전을 점검하는 일이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들이 예상할 수 있는 명확한 조항을 만들어주는 것 또한 필요하다. 잘못한 사업장을 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잘못이 없는 사업장까지 멈추는 것은 과잉제재라는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특히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라는 표현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 있다는게 기업들의 불만이다. 작업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고용부 공무원의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로비를 잘 하는 대기업은 피해가 적고 그렇지 못한 중견중소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는 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안전관리 범위, 넓다고 능사는 아니다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는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대상을 생산관련 도급 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장소’에서 모든 도급과 모든 작업장소로 확대했다. 원청 사업장에 위치한 식당, 조경, 경비, 통근버스 등 모든 업무에 대해서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한 마디로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안전을 원청 기업이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원청의 안전관리 능력이 하청보다 뛰어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원청의 안전관리 능력이 하청에 비해 뛰어남에도 하청 기업과 노동자에 안전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비용절감만을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서비스 관련 하청의 경우 하청이 산재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산재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안전관리에 대한 전문성 또한 하청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위험장소에 집중돼야 할 안전보건활동이 분산돼 오히려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정된 자원을 모든 작업장소로 확대하려면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투입자원을 늘리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필연적으로 비용과 직결된다. 도급자가 법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한 행정력 또한 한정적이다.
원청이 하청 기업 소속 노동자에게 지시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노동당국에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직접지시를 내리는 경우 불법파견의 징후로 판단한다. 안전보건에 관련된 행위라 하더라도 하청 기업 소속 노동자에게 지시하기가 어렵다.
원청에게 모든 관계수급인 노동자에 대한 산재 예방조치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관계수급인이란 1차 하청에게 다시 재하청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을 말한다.
한 반도체 사업장의 경우 1차 하청이 129개 업체에 달한다. 모든 관계수급인으로 이를 확대하면 원청은 약 5600개의 업체 노동자에게 산재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많은 비용이 들 뿐더러, 안전관리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물질안전보건자료 제출, 영업비밀 유출로 이어질수도
안전을 위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제출·공개하도록 한 규정도 불만이 많다. MSDS 제출의무 신설은 노동자가 화학물질 정보를 취득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영업비밀 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법에서도 고용부가 노동자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인정하는 경우 화학물질 제조자 또는 취급사업주에게 MSDS 제출을 명할 수 있다.
고용부가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감시인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지만 현행법으로도 화학물질 제출이 가능하다는게 기업들의 주장이다. 모든 화학물질을 제출하도록 강제돼 기업의 부담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미 화학물질관리법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제·개정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주장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 비슷한 화학물질 정보를 고용부와 환경부에 중복제출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의료인과 소방서가 치료목적이나 화학사고 대응을 위해 MSDS를 제출받고 있으나 고용부에 제출하지는 않는다.
영업비밀 누출 우려는 또 다른 문제다. 한 가지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경우 수입·제조 정보가 흘러나가도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일반인 전체를 대상으로 MSDS가 공개되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자동차 배터리용 전해액 첨가제로만 사용되는 한 화학물질은 배터리의 수명을 길게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의 노하우다. 해당 기업이 그 화학물질을 수입·제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경쟁사들에게 해당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 사용하는 화학 제품명이 공개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정된 시한폭탄, 경제냐 안전이냐
나를 둘러싼 국회의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지난달 1일 국회에 제출된 내 법안은 아직 담당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 2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된 후 정치권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산재를 예방하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위험한 작업은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맡기고 사고나면 노동자와 하청업체가 알아서 수습하도록 하는 관행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청의 실질적 지시 하에 발생한 산재는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당시 국회 환노위원장)도 지난 3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합리적 해법을 국회가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해당 토론회에서 “‘위험의 외주화’와 ‘안전의 양극화’를 외면한 채 비정규직의 희생을 강요하는 국가의 경제정책을 종식시켜야 한다”며 “다양한 형태의 간접고용 확산으로 균형일터의 산업안전 차별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험의 외주화’는 안 된다는게 그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가 논의를 시작하면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문제가 먼저 걸린다.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기업들의 반발, 개정안 수준으로도 부족하다는 노동계의 재반발 등이 예고돼 있다. 실제 노동계는 원안에서 제시됐던 하한형(최소한의 형벌을 규정한 것)이 빠졌다는 이유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국면에서 반복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579
'위험의 외주화' 청년 비정규직 또 죽였다 (매노, 김미영 기자, 2018.12.12 08:00)
태안 화력발전소 24세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
위험의 외주화가 또 한 명의 젊은 비정규 노동자 목숨을 빼앗아 갔다. 공공운수노조와 한국서부발전에 따르면 11일 새벽 3시23분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한국발전기술 소속 계약직 현장운전원 김용균(24)씨가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죽은 채 발견됐다. 민주노총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내고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 1인 근무가 그를 죽였다"고 지목했다.
혼자 설비 점검 … 언제 죽었는지 알 수도 없어
한국발전기술은 태안 화력발전소 석탄운송설비 운전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다. 김씨는 한국발전기술 1년 계약직 현장운전원으로 채용된 지 석 달 만에 변을 당했다.
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인 10일 오후 6시께 출근해 석탄을 저장소에서 보일러로 운송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순찰하는 일을 했다. 김씨는 같은날 밤 9시30분께 한국발전기술 과장과 전화통화를 한 뒤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료들이 김씨를 찾던 중 새벽 3시20분께 컨베이어벨트에 끼인 고인을 발견했다. 고인이 언제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6시간 가까이 그의 행적을 아는 사람이 없다. 혼자 일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24시간 돌아가는 발전소에 석탄을 공급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는 일은 주요 업무"라며 "인력이 부족해 2인1조 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컨베이어벨트에 문제가 생기면 육안으로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기계가 가동 중인 상태여서 대단히 위험한 작업"이라고 전했다.
발전소 산재 사망자 92% 하청노동자
위험의 외주화가 청년 비정규직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수개월 전에는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청년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2년 전에는 서울지하철 구의역에서 젊은 하청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울먹이며 말했다.
"오늘도 동료가 죽었습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꽃다운 나이의 비정규 노동자였습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규직 안 돼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 달라고 했는데 오늘 또 동료를 잃었습니다. 하청노동자지만 우리도 국민입니다. 죽지 않게 해 주세요. 그 길은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는 것입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를 신청하는 인증샷이 고인의 마지막 사진이 됐다. 사진에서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석탄가루가 묻은 시꺼먼 방진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5개 발전사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7천800여명에 이른다. 원청인 발전회사들은 "경상정비는 생명·안전업무가 아니라서 직접고용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정규직 전환을 외면하고 있다.
발전소 비정규 노동자들은 "언제까지 동료가 죽는 것을 지켜봐야 하냐"며 "죽지 않게만 해 달라"고 호소한다. 발전소에서 일어난 산재 사망사고 10건 중 9건이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서부발전을 포함해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346건의 사고 중 337건(97%)이 하청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발전노동자 40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는데, 92%인 37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이준석 지부장은 "발전소 정규직이었다면 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발전회사들이 온갖 위험하고 힘든 일은 비정규직에게 떠맡기면서 정규직 전환 요구는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상시·지속적이고 안전·생명에 직결되는 업무는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214&aid=0000899245
[시선집중]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의 외주화’ 이젠 멈춰야” (MBC, 2018-12-12 09:15)
- 작년에도 사망사고 발생, 반복되는 발전소 안전사고
- 화력발전소 3년마다 용역업체 바뀌어.. 비정규직 고용불안 노출
- 5년간 발전소 산재사고 97% 하청노동자.. 원청, 책임지지 않아
- '죽음의 외주화' 이젠 멈춰야
- 공기업 민영화 정책-공공부문 정규직 정책 상충돼 문제 발생
■ 방송 : MBC 라디오 표준FM 95.9MHz <심인보의 시선집중>(07:20~08:30)
■ 진행 :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 대담 :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 진행자 >저희가 관련해서 20년 동안 화력발전소 노동자로 일해온 비정규직 노동자 분을 연결해서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연결돼 있는데요. 간사님 안녕하세요!
☎ 이태성 >네, 안녕하세요. 저는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는 용역노동자 이태성입니다.
☎ 진행자 >어제 그 유가족들 만나셨습니까?
☎ 이태성 >네, 만났습니다.
☎ 진행자 >굉장히 젊은 청년이지 않습니까? 취직한지 3개월 밖에 안 됐고요. 유가족 분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 이태성 >우선 그 발전소에서 죽음의 외주화로 운명을 달리하신 25세 故 김형균 노동자 고인의 명복을 빌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유족께 또 조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어제 저희가 유족을 만나 뵈었는데요. 유족께서는 저희에게 이런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발전소에서 작년에도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올해 또 사망사고가 발생한 걸로 알고 있다. 왜 이 죽음이 멈추지 못하고 계속되는지 생때같은 아들이 왜 죽었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달라고 간곡히 말씀하셨습니다.
☎ 진행자 >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주로 어떤 일을 합니까?
☎ 이태성 >전국에 발전노사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발전소 전체 설비를 일상적으로 정비하는 정상정비를 하고 있고요. 또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을 이송하거나 요즘 사회 문제가 많이 이슈화되고 있는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시설의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시적으로 노동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정규직들은 어떤 일하고요?
☎ 이태성 >정규직도 전기를 생산하는 중요 공정 중에 보일러 터빈을 운전하는 운전업무들을 하고 있고요. 저희 하청 용역노동자들을 관리감독하는 업무도 같이 병행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그럼 이분들의 근로환경은 좀 어떻습니까? 왜 이렇게 사망사고가 자주 나는 거죠?
☎ 이태성 >우선 발전소 용역노동자의 근로환경은 매우 열악합니다. 화면에서 보도에서 보시는 여러 매체들에서 보시면 거의 탄광과 같은 수준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들은 3년마다 한 번씩 입찰을 통해서 용역노동자는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바뀌는 구조에서 심각한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습니다.
☎ 진행자 >그럼 지금 한국발전기술이란 회사가 계속하는 게 아니라 이것도 얼마 전에 들어온 회사입니까?
☎ 이태성 >예, 3년마다 한 번씩 입찰을 통해서 수주 받은 회사이고요. 그래서 저는 지난 10월 18일에 국정감사장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더 이상 죽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 제발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 라고 이 말에 모든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 진행자 >1년 전쯤에도 동료의 죽음을 목격하셨죠?
☎ 이태성 >네, 네.
☎ 진행자 >통계를 보니까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8년 동안 12명 하청노동자가 죽었다고 하고요.
☎ 이태성 >저희가 지난 5년간 발전소에서 산재사고를 파악을 해봤는데요. 346건 중에 노동자가 다치거나 죽었습니다. 이중에서 337건, 97%가 하청 노동자의 업무에서 발생했습니다. 사망사고도 40건 중에 37건이 하청 노동자에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발전사는 무재해산재보험금 112억을 감면 받았습니다. 그 의미는 원청과 하청관계이기 때문에 원청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 진행자 >그럼 계속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해결책이 필요합니까?
☎ 이태성 >우선 더 이상 위험의 외주화는 없습니다. 죽음의 외주화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원초적 질문들이 존재를 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진행됐던 발전소 민영화,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됐던 공기업 선진화 산업정책, 최근 촛불로 탄생된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제로화 정책인 노동정책이 충돌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 노사, 정부, 국회까지 참여하는 통합적인 해결기구를 통해서 문제 원천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 진행자 >문제의 원천이란 것은 그러면 발전산업의 민영화를 중단해야 된다는.
☎ 이태성 >네, 맞습니다. 민영화 공기업 산업정책과 공공부문 정규직 정책이 충돌하는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 진행자 >예, 알겠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을 집권 초기에 강하게 약속을 했었는데 아직까지 안 되고 있죠. 발전노조 쪽에서는.
☎ 이태성 >거의 지금 0%라고 판단됩니다.
☎ 진행자 >왜 그런 거죠?
☎ 이태성 >하나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각 기관별로 노사정협의체를 구성해서 자율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같이 첨예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협의 과정에서 많은 파열음과 합의과정에서는 상당히 발전사의 강압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 진행자 >그렇군요. 정부에서 아무리 얘기해도 발전사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거군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https://www.ytn.co.kr/_ln/0103_201812120956072553
반복되는 죽음의 외주화...24살 하청노동자의 죽음 (YTN, 2018-12-12 09:56)
■ 진행 : 이승민 앵커
■ 출연 :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최진녕 변호사
앵커: 역시 안타까운 죽음이 또 발생했습니다. 어제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24살 하청업체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먼저 이게 어떻게 된 사고인가요?
[최진녕] 너무 가슴 아픈, 마치 몇 년 전에 2호선에서 스크린도어, 그때 사건과 거의 비슷한 사건입니다. 구의역 사고와. 이번 같은 경우는 물론 지하철이 아니고 태안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화력발전 같은 경우에는 석탄을 쓰지 않습니까? 그래서 석탄을 이렇게 이동시키는 컨베이어벨트를 계속 제대로 돌아가는지 감시하는 일을 2인 1조가 원칙적으로 하고 있는데 야간에 말씀하신 것처럼 어제 새벽 3시에 그와 같은 근무를 하시던 20대 청년이 그와 같은 기계에 끼어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사건이 새벽에 발생했는데 실제로 그 업무는 10일 10시 정도에 일에 투입됐다고 합니다.
그 이후에 연락이 안 돼서 백방으로 찾던 도중에 알고 봤더니 새벽 3시 정도에 이른바 협착사고로 사망했던 것을 발견했던 것인데 발견 즉시 이 부분이 경찰에 신고되지 않고 1시간 뒤에서나 이런 부분이 밝혀져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지금 현재 고용노동부 같은 경우에는 문제가 되고 있는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운행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결국은 숨지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의문이 드는 게 사실 이런 작업장에서는 2인 1조로 근무를 하는 게 기본적인 원칙이잖아요. 그런데 입사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어떻게 보면 일이 미숙할 수도 있는 이런 젊은 청년이 새벽에 혼자서 일을 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거든요.
[염건웅] 규정 자체는 있었어요. 2인 1조로 일하게 되어 있는 규정이 있었는데 문제는 뭐냐. 지금 이 화력발전소가 외주화된다는 거죠. 그래서 이런 특별하게 안전에 대한 점검을 해야 되는 부분까지도 외주화를 시켰고 이 청년 같은 경우도 외주 노동자였고요. 1년 단위로 계약을 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숙련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이런 부분에 외주 노동자들을 점점 감축시키는 상황, 그리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그리고 본사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그런 상황들이 겹쳐지면서 어제도 사실은 4조 2교대로 12시간씩 일해야 되는 건데 이렇게 하면 결국은 컨베이어벨트를 다 관리감독을 할 수 없는, 확인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왜 컨베이어벨트 같은 경우에는 2인 1조로 해야 되냐면 한 명이 만약에 위험 상황일 때 한 명이 거기서 옆에서 스위치를 꺼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을 지키지 않았다는 거죠. 그러니까 서로 2인 1조로 했었겠지만 각기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는 거예요. 서로 간에 바쁘다 보니까 다른 컨베이어벨트를 서로 점검하다 보니까 결국은 이런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거죠. 그래서 지금 태안화력발전소 같은 경우도 이번에 사고가 났지만 이미 지난 11월 15일에도 노동자 한 명이 기계 사이에 끼어서 숨졌던 그런 적이 있었고요.
같은 날 1월에도 가스폭발 사고로 2명이 다쳤던 그런 상황이 있었고 그리고 또 발전소 직원들이 이때 당시에도 사고가 났는데 신고해서 구급차로 호송한 게 아니라 직원들 차량으로 후송했다는 거죠.
그러니까 은폐하려고 했던 그런 시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고 지난 9월 같은 경우도 영웅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바다로 추락해서 2명이 숨진 상황이 있는데 이런 사고들이 결국 지금 8년 동안 발전소에서 모두 12명이 추락사고나 매몰 또 쇠망치에 맞는 사고 또 대형 크레인 전복사고, 이런 협착사고로 숨졌던 것들이 모두 외주 노동자에서 발생했었고 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346건의 안전사고 중에서 97%가 하청 노동자에게 발생했다라는 건데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드리면 1980년대 한전 및 한전 자회사가 파업을 했단 말이죠.
거기에서 한전 KPS가 파업을 하다 보니까 안전점검 파업을 하다 보니까 이것을 외주화시키자, 경쟁력을 갖추자 해서 지금은 입찰을 시키고 외주화시켜버렸더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앵커: 그러게요. 그런데 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과 관련된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이 자리가 결국 숨진 청년의 추모 기자회견이 되고 말았죠.
[최진녕] 그렇습니다. 저도 그 사진을 봤었는데요. 문 대통령께 얘기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달라는 그런 취지로 했었는데.
앵커: 지난 1일에 그 청년이 그런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더라고요.
[최진녕] 그렇습니다. 그렇게 했었는데 결국 이 부분이 마지막 메시지가 돼버린 안타까운 실정인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몇 년 전에 있었던 구의역 사고 같은 경우에도 결국 위험 점검하는 것을 외주화를 해 놓은 그런 상황 속에서 그때 문제가 생겼는데 그것을 다시 내주화 내지는 정규직화하는 그런 과정에서 프로세스가 있는데 그 부분이 이와 같은 발전소 측에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앞으로 고용노동부 측에서 좀 더 강력한 행정지도 이런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주길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그리고 최진녕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1212_0000500310&cID=10301&pID=10300
민주 "태안발전소 사고, 위험의 외주화…재발방지 환경마련"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2018-12-12 11:36:23)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건에 대해 "위험의 외주화를 바로잡기 위한 법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노동환경 만들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12일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헀다"며 "입사 3개월 차, 25세 꽃다운 청춘의 안타까운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고인이 하던 업무는 원래 정규직 사원들이 맡던 일로, '위험의 외주화', '위험의 비정규직화'의 현주소라는 점에서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고인이 사망 추정시간으로부터 4~5시간이 지난 이후에나 발견됐다는 점"이라며 "만약 혼자가 아닌 2인 1조로 컨베이어 점검을 했더라면 보다 빠른 대처로 고인의 희생을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관계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2인 1조의 원칙을 어기고 입사 3개월 차의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에게 컨베이어 점검 작업을 홀로 시킨 경위와 안전관리 소홀 등 위법한 사항은 없었는지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비용절감과 효율화를 추구한다는 미명하에 필수인력을 대폭 감축하고 생명 안전 분야를 외주화해 끝내 비정규직의 젊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일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권에서부터 외주화돼왔던 공공기관 생명안전업무의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왔다"며 "민주당 또한 파견용역 노동자의 안전과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해 둔 상태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74091.html
비정규직 숨진 자리에 ‘징계·과태료’ 표시판 세워졌다 (한겨레, 송경화 기자, 2018-12-12 11:33)
숨진 김용균씨의 동료, 10월 산자위서 호소
“원-하청 갑을관계와 늘 ‘빨리빨리’ 채근
협력업체, 사람 죽어도 숨기는 데 급급
사고 난 자리엔 ‘징계 및 과태료’ 표지판
더이상 옆에서 죽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
우원식 “가격 싼 업체에 정비 맡겨
‘위험의 외주화’ 초래한 민영화 문제”
28년 만에 나온 ‘산업안전법’ 전면 개정안
국회 환노위서 한번도 논의 안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여러 상임위원회 가운데 가장 기업에 친화적인 위원회로 꼽힌다. 해마다 산자위 국정감사 때는 어느 재벌 총수가 나오는지, 나오지 않게 됐는지가 화제다. 노동자가 설 일은 별로 없다. 지난 10월18일 산자위 국정감사장에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이가 참고인으로 발언대에 섰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였다. 그를 부른 이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민주당에서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약자’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해온 그였다. 이태성 간사 뒤로는 각 발전사 사장 등 에너지 공기업 간부들이 도열해 앉아 있었다.
우원식: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님. 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일하시죠?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인데, 어떤 업무를 하는지. 정규직 전환에 운전하는 분들은 정규직 전환하는데, 정비 맡으신 분들은 민간 위탁으로 대상이 안 되고 있는데요. 운전과 정비가 어떻게 다른가요?
이태성: “저희처럼 발전소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한전에서 함께 일해왔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민영화 정책에 따라 민간으로 개방이 됐습니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저희 업무는 석탄을 공급하는 업무인데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핵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운전과 정비는 떼어낼 수 없는 상충 관계입니다. 발전소의 모든 기기를 점검하고, 저희는 정비하고 있습니다.”
우원식: “운전, 정비가 하나로 연결된 것이죠?”
이태성: “네, 그렇습니다.”
우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담당 간부인 박성택 당시 에너지산업정책관에게 질의했다.
우원식: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 발전 설비는 발전사 소유고요. 정비 업무는 발전소 업무가 아닌가요?”
박성택: “발전소 업무의 일환입니다.”
우원식: “미국, 호주,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설비 안전성을 위해 발전 회사가 자체 정비를 하는 게 보편적인데요. 우리나라도 한전의 자회사로 정비업을 담당하는 공기업을 만든 게 발전 설비의 안전성, 신뢰성 확보 위해서죠?”
박성택: “나라마다 회사마다 양태는 다릅니다.”
우원식: “근데 이거를 2013년부터 민영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비 시장을 민간에게 개방한 이유 뭐죠?”
박성택: “정비 시장의 민간 기업 육성은 20년 된 얘기인데 당시 케이피에스(KPS)가 독점으로 하던 걸, 파업 사태가 있었고…. 그 차원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 있다는 측면에서 시작됐습니다.”
우원식: “경쟁을 위한 효율성,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였죠?”
박성택: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우 의원은 화면에 자료를 띄우더니, 연설에 가까운 발언을 시작했다.
“이렇게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자면서 민영화를 했는데 2011년에 발전설비산업 경쟁력 강화 용역이 있었는데요. 내용을 보니까 참가 자격을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2013년에 (실제) 할 때는 굉장히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예컨대 800㎿급 이상의 물량을 할 때는 500㎿급 설치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당진화력 9·10호기 할 때는 200㎿로 바꾸고 태안 9·10호기는 아예 빼버렸어요. 그리고 시공 경험을 A·B급으로 분리했는데 실제로는 A급 없애버리기도 했고요. A·B급을 나눠서 심사하기로 가이드라인 정한 걸 합해서 A·B급을 합산해 버리면서 A급이 다 없어져버렸습니다.”
우 의원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공동계약의 경우 구성원별로 각각 평가해서 지분율 곱하기로 가이드라인 해놓고 당진 7·8호기는 지분율 가중치를 없애는 등 기준을 완화해버렸어요. 적격심사 기준을 확 낮췄습니다. 그런 결과 발전 5사에 모든 민간 회사가 들어올 때 적격 비율을 다 확보하게 됐고요. 만점 비율이 80%입니다. 실력 평가는 없애고 가격 경쟁력만 남았어요. 이러다 보니 싼 회사가 들어왔고요. 국제 경쟁력과 전혀 관계 없이 그야말로 싼 회사, 싼 가격으로 경쟁하는 이 민영화의 결과가 무엇입니까.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우 의원은 하청업체 산업재해 현황을 표로 만들어 띄웠다.
“남동발전 59건 재해 중 협력사가 89.8%고요. 남부발전은 147건 중 협력사 147건 100%입니다. 발전 5사 5년간 위험의 외주화로 산재보험료를 112억원 감면했어요. 이게 무슨 민영화입니까? 발전사의 일을 그 회사 직원이 해야 하는데 외주화하고 싼값에 하고 국제 경쟁력 강화한다더니 외국 나간 거 하나도 없고 실력이 아니라 싸게 들어온 회사에 주고…. 이게 무슨 민영화입니까? 국민에게 생명과 안전, 전기라는 소중한 것들을 위해, 국민 복리를 위해 이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런 민영화 하면 안 됩니다.”
우 의원의 목소리는 격앙됐다. 이번 질의에 할애된 시간은 17분가량이었다. 우 의원은 이태성 간사에게 “비정규직 문제도 그런 일환으로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회사를 다니면서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의 노동의 상태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말해달라”고 했다.
이태성 간사가 입을 열었다.
“노동자는 그대로입니다. (반면) 용역업체는 3년에 한번씩 바뀝니다. 그것이 진짜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업체가 인수했다면 저희도 올바르게 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년간 그런 구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대한민국은 늘 ‘빨리빨리’ 주의, 원-하청 간의 갑을 구조 속에서 저희는 업무 지시를 발전소에서 직접 받습니다. 정비를 하면서 일도 때론 같이 합니다. 용역계약 기준에 안전사고 발생하면 감점을 줍니다. 그렇기에 협력업체는 사고가 발생해 사람이 죽어나가도 숨기는 구조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동료를 하나 잃었습니다. 점심 시간에 무리하게 작업하다가 머리가 파열돼서… 수원에 응급센터가 있는데도 협력센터 간부의 차를 타고 나가다가 1시간 만에 숨졌습니다. 가슴이 아프고 슬펐습니다. 더 슬픈 것은 그가 죽은 자리에, 이런 표시판이 세워졌습니다.
‘원인: 안전수칙 미준수, 조치 결과: 사건 조사 후 징계 및 과태료.’
저는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간사는 울먹였다. 공기업 간부들과 국회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계속 들었다.
“사람이 죽어도 잘잘못을 가리고, 징계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한민국의 공공기관 화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5600명의 노동자가 매일 죽음을 걱정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에너지정책과 문재인의 국정 1호 과제인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충돌되는 지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존경하는 국회의원들과 정부, 발전사, 저희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제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더 이상 옆에서 죽는 모습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정규직, 안 해도 좋습니다. 더 이상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제가 국회의원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마지막 말씀입니다.”
이 간사는 두달 뒤인 지난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오늘 동료를 잃었다”며 다시 울먹였다. 이날 새벽 3시20분께 태안화력 9·10호기 현장에서 기계에 끼여 숨진 하청업체 비정규직 김용균(24)씨의 죽음을 전했다. 2016년 ‘구의역 사고’ 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없었고, 정부가 지난달 1일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려 28년 만에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번도 논의되지 못했다고 국회 관계자는 전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5906
KT 퇴직간부들 알토란 같은 고용 이모작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
KT상용직노조 “강원‧경북 23곳 중 18곳 고위간부는 KT 퇴사자”
“원·하청 긴밀한 인적 관계 있는데도 불법행위 관리감독은 않아”
전직 KT 간부들이 지역 케이블 설치‧보수를 맡는 KT 하청업체에 사장 등 고위직에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은 원청 KT가 하청업체의 불법경영에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KT상용직지부(KT상용직노조)가 조사해 확보한 통계를 보면, 강원과 대구경북 지역에서 KT 케이블 설치·보수를 맡는 대다수 하청업체에서 KT 원청에 근무하던 직원과 간부가 회장‧사장 등으로 재직 중이다.
강원 지역 KT 하청업체 10곳 가운데 8곳에선 본사와 국사, 지사 내 전직 팀장부터 지사장에 이르는 인사 15명이 하청업체 사장‧부사장‧상무 등 고위 직책을 맡았다. 대구경북 지역에선 13곳 가운데 10곳에서 본사‧국사‧지사에서 과장급 이상 직책으로 근무하던 15명이 하청업체 회장 등 부장급 이상 간부로 가 있다.
노조는 전직 KT 퇴사자가 협력업체 간부로 가는 현상이 전국에 퍼져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 144개 업체가 KT와 원하청 계약을 맺고 있다. 이들 하청업체는 원청인 KT의 케이블 설치·수리 업무를 위탁 수행한다. 업체들은 통신케이블 설치수리 노동자들을 일용직 형태로 고용한다. 노동자들은 전신주 위나 맨홀 밑에서 하루 평균 10시간 일한다.
하청 임원들이 원청 KT 전직 간부들로 채워지고 원청의 관리와 지시 아래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KT상용직노조는 이들 하청업체 경영진이 KT 원청 측과 맺는 긴밀한 인적 관계를 바탕으로 노동자를 대상으로 불법행위를 지속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원청은 변동 없이 계약을 갱신한다고 했다. 노조는 “전직 KT 간부들은 KT에서 고액연봉을 받다 하청업체에 자리를 마련해서 퇴직하는데, 하청업체의 바지사장이나 부사장 직함을 달고 다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다. 이들은 노조를 탄압하고 교섭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한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하청업체들은 KT가 이들에게 지불한 발주대금에서 노동자들 몫을 가로채왔다. 원청은 노무비 명목으로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시중노임단가에 따라 하루 28만~32만원가량을 책정해 지급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일당은 평균 16만원에 그친다. 노조는 또 하청업체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퇴직금과 4대보험료를 가로챘으며 △법정수당은 지급하지 않고 △안전모 등 보호구를 지급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산업안전기본법 등을 위반해왔다고 주장했다.
KT는 해마다 전국 KT 하청업체와 계약을 갱신하는데, 이 명단을 대외비로 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하청업체가 불법을 저질러도 이 명단은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KT상용직노조 대구경북지회는 지난 10월22일부터, 강원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하청업체의 불법행위를 규탄하며 무기한 파업을 벌여왔다. 이들은 원청인 KT가 하청업체에 불법행위를 중단하도록 관리‧감독하라고도 촉구했다. 그러나 KT는 “쟁의조정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노조와 면담을 거부해왔다. 강원지회와 대구경북지회는 지역 하청업체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에 고발하고 체불임금을 진정했다.
KT 측은 “퇴직자의 재직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하청업체에 재직하게 된 경위도 알 수 없다. 이들은 전직 KT 임원이었을 뿐, 퇴사자들이라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불법행위를 관리‧감독하라는 요구에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http://news1.kr/articles/?3499581
'죽음의 외주화'…장관 긴급회의 소집한 날 또 사고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18-12-12 12:27)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참변 등 잇단 사고 발생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업무를 보던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에너지시설의 안전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 고양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고양 저유소 폭발 등도 모두 에너지시설이다. 에너지 시설은 화재, 폭발 등 대형 사고의 위험이 높아 근무자와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의 근본적 원인으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지목되면서 에너지 공기업들의 사업장 관리 소홀 및 하청 근로자의 열악한 근로 환경 등 총체적 부실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서부발전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3시20분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을 하는 20대 하청근로자가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져 있는 것을 동료 직원이 발견했다. 이 근로자는 태안화력 환경연료설비 업무를 맡고 있는 외주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직원으로 이 업체는 서부발전과 업무 위탁계약을 맺어 태안화력 9~10호기 설비 관리를 맡고 있다.
이곳은 1년 전인 지난해 11월에도 40대 하청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전례가 있고, 지난 5월에는 발전소에서 불이 난적도 있어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지난 4일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지역난방공사의 열수송관 파열 사고와 지난 10월7일 발생한 저유소 폭발 사고 때도 지적됐다. 이들 사고 모두 외주업체가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인력과 비용 절감을 위한 외주화로 안전 관리는 물론 사고 대처까지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재난관련 한 전문가는 "잇따른 에너지 시설 사고 대부분이 외주 업체나 하청 근로자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공기업 본사 직원들이 직접 안전 업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시설 운영과 안전관리를 총괄하는 산업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발생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를 계기로 산업부가 장관 주재로 31개 에너지 관련 산하기관 대표자회의를 긴급 소집한 11일 당일에 태안화력에서 사망사고가 난 것이다.
성 장관은 회의 소집 이튿날인 12일 열린 회의에서 "현 정부는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사고 발생 시에는 무관용 원칙 아래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후보시절부터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에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제도개선과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산업 현장의 변화는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 한 인사는 "문재인정부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약속했지만 아직도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처벌은 말뿐 아직도 사용자에 의한 하청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계속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5926
20대 하청 사망원인은 발전소 핵심업무 외주화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2018년 12월 12일 수요일)
서부발전 “2인1조 작업이 원칙”, 현재 인력으론 불가능…하청노동자에 ‘안전 위반시 벌점’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11일 새벽 홀로 밤샘 근무하다 기계에 끼여 숨진 노동자 김용균(24)씨 참변의 원인이 발전소 핵심업무인 운전‧정비를 외주화한 데 있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김씨 노동조건이 원청 소관이 아니라며 회피하고 있다.
김씨는 당일 4~5km에 이르는 현장을 점검하는 일을 맡았다. 10일 저녁 6시부터 11일 아침 7시까지 이어지는 밤샘 업무였다. 발전소에서 석탄을 이송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운행하는 곳에 점검창을 열고 들어가 구조물을 일일이 확인하고, 떨어진 석탄을 줍는 일이었다. 현장점검에 배치된 인원은 1명, 김씨뿐이었다. 김씨가 일한 팀에는 현장 6명, 제어실 6명으로 12명이 일했다.
김씨가 하던 업무는 본래 2인1조가 원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화력발전소에서 정비를 맡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해당 구역은 4~5km에 이르러 1명이 전담하기엔 광범위해 2인1조로 움직여야 한다. 그게 가능하려면 인력이 현재의 2배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한국발전기술 쪽 현장 운영관리자는 “야간 위험직종에 2인1조 근무하는 게 맞다. 2인1조 수칙을 공공연히 알면서도 라인 범위에 비해 인원이 적기 때문에 1인 근무를 해왔다”고 진술했다.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서부발전은 “2인1조 원칙을 세우고 수행하는 것은 협력업체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원청이 인력규모와 조직도를 결정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결정권은 서부발전에 있다고 말한다. 이태성 간사는 “원청이 발주할 때 설계 인원을 미리 정한다. 원청이 개입하는 용역계약서에도 업무 조직도가 분명히 들어간다. 원청은 각 팀에 인원이 얼마나 구성되는지도, 2인1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고서 인력 규모를 설정했다”고 했다.
발전소 운전‧정비 업무는 1977년부터 한전 자회사 한전KPS가 독점해왔다. 그러다 김영삼 정부때인 1994년 정부가 경영효율성과 국제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정비시장을 민간에 개방했다. 김씨가 일하던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는 서부발전이 2015년 민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과 계약을 맺어 2016년부터 가동됐다. 현장인력은 그대로 두고, 원하청 계약은 3년마다 경쟁입찰로 업체를 바꾸는 방식이다. 민주노총은 11일 낸 성명에서 “김씨가 일했던 업무는 원래 정규직이 했고, 당연히 2인1조였다. 그러나 외주화를 거치며 만성 인력 부족으로 1명이 맡게 됐다”고 했다.
서부발전은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안전수칙 서약과 위반 시 벌칙도 직접 적용해왔다. 서부발전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적용하는 서약서에서 ‘위험인지 시 작업 중지 및 거부권 행사’ ‘작업 전 안전교육 이행’ 등 10개 수칙을 준수하도록 했다. 위반자는 작업현장에서 즉시 퇴출하고 소속 하청업체엔 입찰에 벌점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서부발전 측은 “정규직 직원에게도 수칙을 적용하고, 지키지 않으면 인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벌칙 서약은 하청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며 “안전수칙을 지키라는 뜻이지만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키기 어렵고, 퇴출 압박감에 시달려 신고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현장 운영과 정비 등 핵심 실무를 하청업체가 맡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사상사고는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된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5개 발전사에서 2012~2016년까지 5년 동안 발생한 사고 가운데 97%(346건 가운데 337건)가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다. 2008~2016년까지 9년 사이 산업재해로 숨진 40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37명이었다. 지난해 5개 발전사가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실에 제출한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서부발전 내 태안 사업장에서 6명이 작업 중 와이어가 끊어지거나 구조물이 무너지는 등 사고로 숨졌다. 6명 모두 하청 노동자였다.
민주노총 등 29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이 꾸린 ‘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12일 오후 충남 태안 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군을 죽인 건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라 비용절감을 목표로 안전과 생명, 공공성은 내팽개친 공공기관과 정부”라고 했다. 이들은 “벨트 아래 떨어진 석탄을 제거하라는 업무지시서가 없었다면, 홀로 작업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김군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근로감독관을 보내 사고원인을 현장 조사하고 있다.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태안경찰서는 “2인1조 수칙 등 사측의 관리감독과 사망사고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형성된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https://www.ytn.co.kr/_ln/0103_201812121423296025
"죽지만 않게 해달라" 바람에도 비정규직 청년 또 숨져 (YTN, 2018-12-12 14:23)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노동악법 없애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 해 주십시오."
계약직 신분이었던 김 씨는 이런 내용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마지막 메시지가 됐습니다. 사진을 찍은 지 열흘 만에 그는 작업 현장에서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24살,이제 세상과 부딪치며 꿈을 키워갈 나이였습니다. 군 제대 후 계약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정규직이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힘들지만 배우는 단계인 만큼 견뎌내겠다"며 가족들에게 듬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사고 당일, 저녁에 출근해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을 했고 밤 10시쯤 연락이 끊겼습니다.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은 김 씨는 5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됐습니다.
누군가 함께 일하고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왜 5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했을까. 현장 조사 결과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확인됐습니다. 2인 1조로 근무하는 게 원칙이었지만 사고 당시 김 씨는 혼자 일해야 했습니다.
하도급 회사들은 열악한 수익구조를 이유로 임의로 인력을 줄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사고 역시 이와 연관된 것인지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도 억울한 죽음 앞에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이번 사고 당시 두 명이 근무했다면 사고 즉시 벨트 옆에 설치된 정지 버튼을 눌러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합니다. 또 "회사 측에서 3년 전 현장 인원을 15명에서 12명으로 줄인 뒤 사고 위험성이 늘 있었고 수년째 인력 재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특별 안전 점검이 필요한 업무까지 외주업체에 넘겼고, 그 인력마저 줄이는 상황이 겹치면서 외주 노동자들의 사고 위험을 더 키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염건웅 /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 : 8년 동안 발전소에서 모두 12명이 추락사고나 매몰 또 쇠망치에 맞는 사고 또 대형 크레인 전복사고, 이런 협착사고로 숨졌던 것들이 모두 외주 노동자에서 발생했었고 또 2012년부터 2016년까지 346건의 안전사고 중에서 97%가 하청 노동자에게 발생했다라는 건데...]
1980년대 한전 및 한전 자회사가 파업을 했단 말이죠. 거기에서 한전 KPS가 파업을 하다 보니까 안전점검 파업을 하다 보니까 이것을 외주화시키자, 경쟁력을 갖추자 해서 지금은 입찰을 시키고 외주화시켜버렸더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제 비정규직 대표자 100명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촉구하기 위해 연 기자회견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습니다.
"저는 오늘 동료를 또 잃었습니다."
정규직 안돼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했던 그들의 간절한 바람이 또다시 무너졌습니다. 사건의 본질,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희생의 반복을 막기 힘들 수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81212115900063?input=1179m
태안화력 인명사고 '직원들 입단속·사건축소' 의혹(종합) (태안=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2018-12-12 15:22)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용균(24)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가운데 회사 측이 사건 발생 직후 직원들의 입단속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사고가 난 태안화력 협력업체 한국발전기술㈜ 직원들에 따르면 전날 사고 발생 직후 담당 팀장이 일부 직원들에게 '언론 등 외부에서 내용을 물어보면 일절 응답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사람이 죽었는데 이런 말 하는 게 어이가 없어서 내용을 녹음하고 항의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사고 발생 직후 1인 근무가 문제가 될 조짐을 보이자 발주처인 서부발전 측 한 간부가 "외부에 사고가 난 곳은 자주 순찰을 하지 않는 곳이라고 이야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사건축소 의혹도 제기된다. 숨진 김씨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사고가 난 곳이 매 근무 때 2∼3회가량 순찰하고 일지에 서명도 하는 곳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국발전기술 측은 현재까지 1인 근무에 대해 "회사 내부 지침에는 현장 운전원은 1인 근무가 가능하게 돼 있다"며 "운전원은 순찰 위주이지 정비나 점검을 하지 않도록 한다. 간단한 조치 등은 가능하지만, 정비나 점검 등 문제가 생기면 외부에 요청하도록 매뉴얼이 돼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다수 현장 직원은 "운전원 업무가 순찰만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사무실에 와보면 알겠지만, 삽 같은 장비들이 왜 비치돼 있겠는가. 석탄이 쌓이거나 사소한 문제가 생기면 운전원들이 직접 장비를 들고 현장에서 조치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부발전 측은 대외적으로 경찰신고를 사고 발생 18분 뒤인 오전 3시 50분에 한 것으로 발표했으나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사고 발생 후 1시간여 뒤에 했다며, 사고 수습보다 대책 마련 등으로 시간을 경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부발전은 이날 "어제 발표한 경찰신고 시간은 확인결과 애초 시간보다 30여분 지난 오전 4시 25분으로 정정했다"며 "현장에서 누가 신고한 줄 알고 있다가 안 된 것을 알고 뒤늦게 신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오전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숨진 김씨의 빈소가 차려져 직장동료들이 문상을 시작했으나 서부발전과 협력업체 경영진 등의 출입은 막고 있다. 장례일정 등은 유가족과 노조가 협의 중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181212129400004?input=1179m
노동부, 하청노동자 사망 태안발전소 특별감독 착수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2018-12-12 16:11)
고용노동부는 12일 석탄 운반 설비에 끼여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 대해 특별감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특별감독은 근로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 22명이 투입돼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 실태 전반을 점검·감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서는 지난 11일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에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24) 씨가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2인 1조 근무 규정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서부발전은 작년 11월에도 보일러 교체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협착 사고로 숨졌다.
노동부는 이번 특별감독에 대해 "같은 사업장에서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사업장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문제의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책임자와 법인에 대해 형사 입건과 과태료 부과 등 엄정한 조치를 할 방침이다.
노동부는 한국서부발전과 작업 방식, 설비 등이 비슷한 발전 5개 기업 본사와 석탄화력발전소 12곳에 대해서도 긴급 안전보건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하청 노동자 안전보건을 위한 원청의 의무 이행 실태와 정비·보수 작업 중 관련 규정 준수 여부 등이 초점이다.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노동부는 지난달 1일 하청 노동자 대상 안전보건 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http://news1.kr/articles/?3499858
19살 비정규직 '구의역 참사' 2년…24살 계약직으로 '되풀이'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김도엽 기자 | 2018-12-12 16:44)
'위험 외주화' 경제논리에 '2인1조' 수칙은 불가능
"달라진 게 없다…위험업무 무분별한 도급 막아야"
꽃다운 청춘을 앗아간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여 만에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 도중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은 안전 관리를 어렵게 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인명사고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12일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3시32분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24)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한국발전기술이라는 외주하청업체에 소속된 1년 계약직 노동자였다.
김씨가 맡은 업무는 현장 운전원으로, 그는 석탄운송설비 점검 야간 근무 도중 컨베이어 벨트 사이에 말려들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2인1조 근무가 원칙인 위험 업무였지만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요구한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사람이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해당 작업장에서 벌어진 인명사고만 해도 이번이 벌써 3번째다.
김씨를 직접 가르쳤다는 A씨는 '너무나 성실했던 친구'라고 그를 회상했다. A씨는 "사고 현장은 위험하다고 말했는데, 첫 직장이고 젊은 사람이다 보니 아무래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에 하지 말라는 일도 했던 것 같다"며 "6일이 생일이었는데 1주일도 안 돼 이런 사고가 일어나니 참담하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이번 사고에 대해 "100% 인재다. 조치도, 예방도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기에 처참한 사고가 일어났다"며 "사고 현장 업무를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인력이 너무 적다고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 운영 자금이 없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무시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역시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미 태안 화력발전소의 동료들을 정규직 시켜주지 않아도 좋으니 죽이지만 말라고 요구했다"며 "사측은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시신만 수습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유족들이 굉장히 화가 나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는 2016년 5월28일 일어난 '구의역 사고'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군(19)은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 점검에 홀로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만성적 인력부족으로 인해 그는 늘 홀로 여러 건의 작업을 도맡아야만 했다. '구의역 사고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 역시 부족한 인력으로 보수용역을 수행하면서 안전보다 속도를 우선시한 탓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진상조사단 시민대표로 참여했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생명을 앗아간 사고의 근본 이유는 위험 업무의 무분별한 외주화"라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외주화를 하고, 외부자의 업무 수행이다 보니 정규직에 비해 잘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불필요한 외주화를 자제하고, 꼭 외주가 필요하다면 직영 인력과 동일한 인원을 뽑아서 안전 수칙과 여러 가지 시설 여건을 확보해야 한다"며 "원청의 책임성을 법제화하거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는다면 이번과 같은 무방비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나아가 법 개정을 통해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실질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최유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외주 하청을 주게 되면 원청에게 작업을 요청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안전 관리를 할 수 없다"며 "철도, 발전, 공공기관 업무를 위험 업무 도급 금지 대상으로 하는 산언안전보건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한다.
http://www.vop.co.kr/A00001361783.html
‘위험의 외주화’ 잇는 원동력, 사망사고에도 업주에 책임 묻지 않는 사법부 (민중의 소리, 김지현 기자, 2018-12-12 16:46:35)
2010년부터 2018년 12월11일까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안전사고 및 사망사고 현황.ⓒ한전산업개발 발전노조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을 하던 20대 하청 노동자가 지난 11일 기계에 끼여 숨졌다. 발전사들이 힘들고 어려운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죽음이 데자뷔처럼 반복되고 있다. 사업주는 파견용역근로자에 대해 산재보험 가입의무가 없어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1월에도 같은 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1명이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0년 이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2명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원청업체들은 노동자의 죽음이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막기에만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 발생 이후 경찰 신고는 시신 발견 1시간 여가 지난 오전 4시 25분 접수됐다. 태안 화력발전소 측은 故김용균 씨가 이미 숨진 게 확인돼 119 신고를 안했고 경황이 없어 경찰 신고도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밖으로 사건이 나가면 안 된다’며 발전소 측에서 신고를 못하게 했다는 취지의 직원들의 폭로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지속적인 단속을 통해 산재 관련 불량 현장에 대해 작업 중지 뿐 아니라 형사입건 등 사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해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사법조치는 과연 효력이 있을까? 막상 사법처리로 나아간다 하더라도 사법부가 원청업체에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 10월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와 이 회사 임원 이모(55)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3년 1월 경기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인명 사고와 관련해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에 형사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화학물질 설비 관리를 맡은 이 회사 직원 3명과 실제 현장에서 유지·보수를 한 하청업체 측은 관리 책임이 인정돼 하급심에서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당시 이 사고로 협력업체 소속 현장 작업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노동자의 죽음에도 법원은 ‘화학물질과 관련한 안전보호구 구매, 시설 점검 관련 업무 관련 결재의 최종 승인자가 각각 부장급·팀장급에 그친다’는 점에서 임원인 이씨에게 죄가 될 정도의 책임이 없다고 본 것이었다.
재판부는 또 “이씨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적용한 삼성전자 측의 책임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면서 삼성전자 측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하청업체 측의 책임만이 인정돼 벌금형의 가벼운 처벌만이 따르게 됐다.
아울러 2년 전 국민을 슬프게 한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의 책임자에 대한 판결 역시 솜방망이 처분이 내려졌다. 지난 6월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옛 서울메트로 용역업체인 은성PSD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이정원 전 서울메트로 대표에게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하청업체 대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원청 대표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서울지하철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하청노동자 사고는 구의역이 세 번째였다. 앞서 2013년 성수역과 2015년 강남역 사고가 있었다. 법원은 성수역 사고에 대해 “원청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발견할 수 없다”며 내사 종결했고, 강남역 사고는 “원청이 하청의 유지·보수업무에 대한 지시·감독 권한이 없고 인력운용에 개입할 권한도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중대한 산업재해에 사법부가 원청업체 등에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경우는 앞에서 꼽은 몇 가지 사례뿐만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거의 100%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중순까지 한 사건에서 3명 이상 숨진 산업재해는 모두 28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들로 노동자 110명이 목숨을 잃고 126명이 다쳤다. 그러나 현장 책임자 등 피의자 52명(법인 제외)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는 단 2명뿐이다. 나머지 책임자들도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법원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재판 현황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대법원 사법연감에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의자의 형사재판 건수는 모두 5109건(1심 기준)이었으나, 이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0.5%인 28건뿐이었다. 절반 이상(3413건)이 벌금형이었다.
노동자가 내몰린 현실이다. 업체 측은 ‘위험’을 하청으로 떠넘기고, 사건이 발생하면 나 몰라라 덮으려한다. 설령 사법조치가 내려지더라도 사법부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 책임을 가볍게 여긴다. 이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원청업체의 ‘죽음의 외주화’는 계속될 것이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4142.html
‘2인1조’ 실종…태안 비정규직 참사, ‘구의역 김군 사건’ 판박이 (한겨레, 태안/선담은 기자, 황춘화 기자, 2018-12-12 17:01)
태안발전소 사고, 개인의 실수? “컨베이어벨트가 아닌 외주화가 죽였다”
‘2인 1조’ 따르지 못한 김용균씨 죽음, 2년 전 구의역 김군 죽음과 닮아
11일 새벽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2016년 5월 19살 김아무개 군이 서울 구의역에서 홀로 안전문을 수리하다 기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진 지 2년 7개월 만이다. 두 사람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고, ‘2인 1조’로 작업하지 못하고 홀로 일하다 숨졌다. 노동계에선 되풀이되는 하청 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를 당장 중단하라’는 외침이 나오고 있다.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대책위)는 12일 충남 태안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하고 비용 절감만 외쳤던 발전소 운영이 하청 노동자를 죽음에 몰아넣고 있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되풀이되는 죽음을 막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고 김용균씨는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납시다’는 피켓을 들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만 하고 돌아보지 않는 대통령,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역시 “우리 아들이 (하청업체로) 가게 된 이유는 고용이 안 됐기 때문이다. 서류를 들고 반년 이상 헤매다 찾은 곳이 여기였다”며 “대통령께서 고용을 책임지겠다고, 우리 아들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라며 눈물을 흘렸다.
고 김용균씨의 죽음을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는 한국서부발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대책위와 한국서부발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입사 3개월차인 김씨는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연료 설비운전 파트’ 소속 직원이었다. 이 파트 직원들은 4조2교대로 12시간씩 교대근무(주간-야간-휴무-휴무)를 했다. 김씨의 조는 5명이었다. 5명이 6㎞가량의 컨베이어벨트를 돌며 현장을 점검했다. 대책위는 “하청업체의 업무지시서에는 설비 운영이 지연되지 않도록 설비가 떨어지면 즉시 제거하라고 되어 있다”며 “김씨는 (업무지시서에 따라) 막대기로 (컨베이어벨트에 떨어진) 석탄을 치우려다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이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김씨가 자신의 업무가 아닌 일을 하다 사고가 났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김씨의 업무는 순찰하면서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라며 “이상이 발견되면 보고를 해야 하고, 낙탄 치우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 내려와 석탄을 제거하는 게 맞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이 사고 원인으로 김씨의 규정 위반을 지적하고 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2인 1조’ 근무만 지켜졌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사고 당시 다른 사람이 컨베이어벨트를 멈췄다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민주노총은 “김씨가 하던 일은 원래 발전소 정규직이 2인 1조로 하던 업무였는데, 발전소 외주화 구조조정을 통해 하청업체로 업무가 넘어갔다”며 “그동안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2인1조 근무만 받아들여졌어도 김씨는 숨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2인 1조’ 근무가 불가능했던 이유는 ‘경쟁 입찰’ 시스템 때문이었다. 한국서부발전은 2015년 7월 석탄설비 운용·정비 사업을 경쟁 입찰했고, 한국발전기술이 해당 사업을 낙찰받았다. 문제는 한국서부발전의 발주가 해당 영역의 인원을 정하는 형태가 아닌 사업비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낙찰을 받기 위해선 낮은 금액을 써내야 하고, 하청업체는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2인 1조’를 운영하지 않았다. 대책위는 “김군을 죽인 것은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다. 발전사가 직접 운영해야 할 업무를 민영화, 경쟁 도입 운운하며 하청업체로 넘긴 외주화가 죽였다”며 “서부발전은 뻔뻔하게 개인의 실수 운운할 것이 아니라 고인과 고인의 가족에게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균씨의 죽음은 구의역 김군의 죽음과 닮았다. 2016년 5월28일 서울메트로의 안전문 유지 보수 업무를 맡은 하청업체 은성피에스디의 강북사무소 ‘갑판 A팀’ 소속 김군은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출동을 완료’ 해야 한다는 규정을 맞추느라 ‘2인1조’ 수칙을 따르지 못하고 홀로 승강장 안전문 수리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김군이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에 이상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오후 5시께 나머지 동료들은 모두 현장에 나간 상황이었다. 서울메트로와 하청업체인 은성피에스디 사이에는 ‘접수 뒤 1시간 이내에 출동을 완료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지연배상금을 청구한다’는 계약이 체결돼 있었고, 김군은 동료를 기다릴 시간이 없는 상황이었다. 사고 이후 원청인 서울메트로의 대응 역시 한국서부발전과 닮았다. 서울메트로는 “(2인 1조로 출동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사고”라며 김군의 과실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는 비단 김용균씨와 김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침 이후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4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전소 상시지속 업무를 직접고용을 전환하라”고 촉구해왔다. 하지만 발전회사들은 외부 컨설팅까지 받으며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5개 발전사가 노무법인 ‘서정’에 의뢰한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컨설팅 최종보고’ 문건을 보면, 고 김용균씨의 업무였던 ‘연료환경 설비운전’ 업무는 “직접 전력 생산 업무가 아니어서 전력공급과 연관이 없을 뿐 아니라 전력 공급계통과 무관, 정전 발생에 의한 사고 위험과의 관련성 낮다”며 직접고용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대책위는 이날 한국서부발전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1시간 가까이 늦게 경찰에 신고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책위는 “경찰과 119 소방 쪽에 접수된 최초 신고시간은 11일 새벽 4시29분인데, 한국서부발전이 발표한 최초 경찰 신고시간은 11일 새벽 3시50분”이라며 “두 신고시간 시점이 40여분이나 차이가 나는데, 그사이 서부발전이 사고 현장 증거 등을 은폐한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http://www.electimes.com/article.php?aid=1544601780170428002
‘위험의 외주화’…사망사고 발생에도 해법 요원 (전기신문, 장문기 기자, 2018년 12월 12일(수) 17:03)
사측, '인건비 부담으로 2인 1조 어려워'
발전정비 노동자 정규직화 '수면위로'
지난 11일 오전 3시 23분, 태안화력에서 협력업체 직원 김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24세 꽃다운 나이였다. 김 씨는 서부발전 소속이 아닌 한국발전기술 소속이었다. 한국발전기술은 서부발전으로부터 태안화력 9, 10호기에서 석탄취급설비 운전을 위탁받은 회사다.
김 씨는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업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변을 당했다.
사고 이후 ‘사측에서 2인 1조 근무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이 지적은 ‘발전정비 노동자의 정규직화’ 주장으로 이어졌다.
▲‘2인 1조’ 강제 규정 없어…인건비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
현장에서는 설비 운전을 담당하는 근로자가 1인 1조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에서 2인 1조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김 씨의 경우처럼 1인 1조 근무가 일반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관계자도 “(2인 1조 근무가)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며 “한국발전기술 사내규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발전기술은 경찰 조사에서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지만 인력수급 문제 때문에 1인 1조 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2인 1조 근무 규정이 사내규정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소재를 가려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인 1조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2인 1조 근무가 이뤄진다면 사고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하겠지만, 인건비가 두 배로 들기 때문이다.
▲발전정비 노동자 정규직화…가이드라인 깜깜무소식
김 씨의 사망은 발전정비 노동자 정규직화 문제에도 불을 댕겼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위험의 외주화 중단,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지난 5월 법무법인 태평양이 발표한 법률자문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발전공기업이 정비인력을 직접 고용 시 민간 정비회사는 핵심인력을 잃게 되는데,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현재 정부가 발전정비 분야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20년이 넘도록 진행돼 온 발전정비 경쟁 도입 정책과 상충하면서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발전정비 경쟁 도입 정책도 2단계 경쟁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져야 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 정책과 부딪히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결국 발전정비 노동자 정규직화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올해 안에 발표하기로 약속한 ‘민간위탁 근로자 정규직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논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올해 안에 발표한다는 계획만 있을 뿐 아직까지도 발표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http://www.nocutnews.co.kr/news/5075068
[칼럼]부끄러운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 언제까지 (CBS노컷뉴스 구성수 논설위원, 2018-12-12 17:13)
"정규직 안 해도 좋습니다. 더 이상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18일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장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 비정규직 발전노동자가 울먹이면서 한 발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 노동자와 같은 발전소(태안화력발전소)에 근무하던 2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고로 숨졌다. 야간에 홀로 석탄운송설비를 점검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숨진 김용균 씨(24)는 태안화력발전소의 석탄취급설비 운전을 위탁받은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이었다. 김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 9월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입사 3개월차인 김씨는 현장에서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일을 해왔다.
발전소 운영사들은 설비 점검 등 운영과 안전관리에 꼭 필요한 업무마저 하청업체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하청업체에게 외주화하는 업무는 힘들고 위험한 일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이뤄지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는 이번 김씨의 사고처럼 죽음을 불러올 수 있어 '죽음의 외주화'라는 말까지 나온다.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는 통계가 사실로 보여준다. 지난 2012년부터 5년간 한국남동발전 등 5개 발전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346건 가운데 97%인 337건이 하청노동자업무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2008년부터 9년 동안 이곳에서 사고로 사망한 40명 가운데 하청노동자가 92%인 37명이었다.
위험과 죽음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는 발전소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공기업과 대기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2015년 한화케미칼 울산공장 폭발사고,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지난해 잇따른 크레인충돌·전복사고, 지난 9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CO2 누출사고 등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사고의 희생자는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이들의 희생은 구조적인 문제다. 하청업체 노동자는 출발부터 산업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하청업체는 대부분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 노동자도 김씨와 같이 1년 단위 계약직을 주로 고용하기 때문에 숙련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본사 직원들이 기피하는 힘들고 위험한 일을 담당한다.
근무여건이나 처우도 열악하다. 숨진 김씨가 했던 설비점검 업무는 원래 발전소 정규직이 2인 1조로 했다고 한다. 그런 업무를 입사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김씨가 야간에 혼자 감당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김씨의 죽음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 임금 체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아무도 맡지 않으려는 어렵고 위험한 일을 맡기면서 사지로 몬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사회적 약자를 사지로 모는 것은 국제사회에 명함도 내밀 수 없는 비겁한 일이다. 이것은 해당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해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기업문화의 일부가 된 측면도 있다.
수많은 기업에서 해마다 발생한 사례가 그것을 증명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큰일 난 것처럼 떠들다가도 다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잠잠해지는 것이 반복돼 왔다.
사고 뒤 재발을 막기 위해 관련법 개정안이 그동안 여럿 발의됐지만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정부가 지난달 1일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아직까지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를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74178.html
[사설] 또다시 찾아온 비정규직 청년의 죽음 앞에서 (한겨레, 2018-12-12 18:30)
사진 속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손팻말을 든 그의 낡은 안전모에 자꾸 눈길이 갔다. 수많은 선배가 썼을 그 안전모, 24살 청년은 채 몇달도 써보지 못했다.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는 2010년 이후 이미 11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진 곳이다. 우리 사회가 원인과 해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는지, 분노보다 절망감이 더 크다.
11일 새벽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김용균씨는 여러 시간 방치돼 있었다. 누군가 한 사람만 있었더라도 안전장치를 작동해 기계를 멈출 수 있었겠지만, 불과 입사 3개월 차인 그의 곁엔 아무도 없었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2인1조’ 근무를 요구해왔지만 서부발전이나 하청업체 쪽은 위험업무가 아닌 단순업무라는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컨베이어 운전이 필수유지 인력에 해당하고 그동안에도 노동자들 부상이 잦았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작업환경과 규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위법 여부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
‘2인1조’ 근무 등이 지켜지지 않는 환경을 ‘위험의 외주화’와 떨어뜨려 생각하긴 힘들다. 발전정비 분야의 경우 2013년 본격적인 경쟁 도입 이후 외주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발전소가 통상 1~2년마다 입찰 가격과 안전사고 등을 기준으로 업체를 바꾸다 보니, 하청업체들은 노동자의 안전한 작업환경 보장은커녕, 사고가 있어도 숨기기 급급하게 된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발전소 산업재해 346건 가운데 97%인 337건, 사망사고 40건 가운데 37건의 피해자가 하청업체 노동자였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 나온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정규직 안 해도 좋다. 죽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까지 호소했지만, 또다시 들려온 청년의 죽음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19살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진 2년 전 서울 구의역 사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없다. 정부가 지난달 1일 낸 전면 개정안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 한번 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 정부의 생명·안전 분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환된 실적은 미미하다. 김씨의 부모는 “왜 우리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또 얼마나 겪어야 이게 시정될 수 있는 건지 누군가 말해달라”고 절규했다. 정부와 국회는 뭐라 답할 것인가.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74190.html
구의역 사고 2년여…‘위험 외주화 방지법’ 손도 안 댄 국회 (한겨레, 송경화 기자, 2018-12-12 19:24)
2년 전엔 앞다퉈 ‘입법 경쟁’
민주, 위험 하도급 금지 등 7개법
정의당은 기업살인처벌법 발의
“기업 부담 반대 커” 상임위 계류
정부, 28년 만에 개정안 냈지만…
원청 책임 사업장 전체로 확대
사업주 ‘징역형 5년’ 처벌 강화
탄력근로제 현안 막혀 논의 뒷전
2016년 5월 비정규직 노동자가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이른바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노동자들의 안전사고에 대해 기업의 엄중한 책임을 묻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2년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28년 만에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 역시 탄력근로제 확대 이견 등 현안에 막혀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이던 2016년 6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7개를 패키지로 발의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사내 하도급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처 의무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이 중심이 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으로 노동자가 사망에 이를 경우, 범죄 행위로 간주해 가중 처벌하는 이른바 ‘기업살인처벌법’(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고, 당시 국민의당에서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을 발의하며 입법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 강화의 경우 기업에 큰 부담이 되거나 지나친 규제가 된다는 반대 논리가 만만치 않다”며 “여야 원내대표 선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통과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 같은 뜨거운 이슈에 산업안전 관련 논의는 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지난 10월30일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원청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처를 해야 할 범위를 ‘일부 위험한 장소’에서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선고할 수 있는 징역형의 상한을 현행 1년에서 하청 사업주와 같은 5년으로 높이는 내용 등을 담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은 1990년 이후 28년 만이다. 재계가 “처벌이 지나치다”며 반발하면서 지난 2월 입법예고된 지 8개월 만에야 국무회의에서 확정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가 숨졌을 때 사업주가 받게 되는 하한형(1년 이상)이 빠지는 등 내용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마저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의원은 “보수야당이 탄력근로제 개정을 요구하며 법안심사를 거부해, 정기국회 때 노동 관련 법안심사 소위를 한번도 열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당 역시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자성이 나온다. 노동계 출신의 한 의원은 “지금 남 탓 할 것 없다”고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가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가 열리는 대로 조속히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48788
위험의 외주화로 죽어가는 비정규직 청년노동자들... “태안 화력발전소 사고, 구의역 사고와 판박이” (노동과세계 편집실, 2018.12.12 19:45)
대책위 12일 오후 기자회견, "고인을 죽인 것은 위험의 외주화"
13일 저녁 7시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추모 문화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24)씨 유족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으로 구성된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칭)는 12일 오후 한국서부발전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13일 저녁 7시엔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김씨를 추모하는 문화제가 열린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구의역 참사와 태안 화력발전소 참사 모두 ‘하청노동자 1인 근무’에서 비롯되었다"며 “이 사고는 2년 전 구의역에서 홀로 승강장안전문을 고치다 사망한 구의역 참사와 판박이 사고다. 예산과 인력을 빌미로 홀로 일할 수밖에 없었던 하청 노동자의 현실은 장소를 바꿔서 반복되었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씨를 죽인 것은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하청업체로 떠넘긴 위험의 외주화다. 한국서부발전에서는 지난 8월 태안화력 관리자가 하청노동자에게 안전작업 허가서도 없이 업무를 재촉한 사실도 폭로됐다"며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외주화하고 비용절감만 외쳤던 발전소 운영이 하청노동자를 죽음에 몰아넣었다"고 했다.
또한 "서부발전은 김씨 개인의 실수가 원인인 것처럼 호도하는데, 석탄 컨베이어 벨트 아래 떨어진 석탄을 제거하라는 지시서가 없었다면, 혼자 작업하지 않았다면 김씨를 잃지 않았을 것"이며, 대책위는 "정부가 바뀌어도 되풀이되는 청년 하청노동자의 죽음과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김씨의 어머니는 “아들만 보고 살았는데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된 책임자들은 원청까지 다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0분쯤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 컨베이어 벨트에서 현장 점검을 위한 순찰 업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김씨는 사고 발생 뒤 5시간 정도 방치돼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119는 김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 1시간이 지나서야 이 사건을 접수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김씨가 혼자 근무를 한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대책위는 “고 김용균씨는 사고 열흘 전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납시다’는 피켓을 들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만 하고 돌아보지 않는 대통령, 책임지지 않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도 말했다.
김씨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곧바로 태안화력 하청업체에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3개월 만에 사고를 당했다. 김씨의 빈소가 차려진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는 동료 노동자들의 문상이 줄을 잇고 있다. 대책위와 비정규직 100인 공동행동은 13일 오후 7시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93923&ref=A
하청노동자는 투명인간?…서부발전, 사망사고에도 무재해 인증 (KBS 뉴스 구경하 기자, 2018.12.12 21:08)
[앵커] 태안 화력발전소는 최근 3 년 동안 각종 사고로 노동자 4 명이 숨졌는데도, 정부로부터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증을 받고 산재 보험료를 20 억원 넘게 감면받았습니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사망자들이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죽어서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야 했습니다. 구경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2013년, 크레인 해체 작업을 하던 노동자 2명이 추락해 1명이 숨졌습니다. 지난해에는 노동자 1명이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최근 3년 동안 4건의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졌습니다. 끊이지 않는 사고에 이 발전소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는 얼마 전 국회에서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이태성/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 "제발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더이상 옆에서 죽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태안 화력발전소는 3년째 무재해 사업장으로 정부 인증을 받았습니다. 숨진 노동자가 있는데도 무재해 인증이 가능했던 건 숨진 노동자 모두가 하청업체 소속이라 사업장 재해 기록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히려 태안 화력을 운영하는 서부발전은 재해 방지에 노력했다며 정부로부터 5년간 산재보험료 22억여 원을 감면받았습니다.
또 서부발전은 무재해 포상금이라며, 직원들에게 4770만 원을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우원식/더불어민주당 의원/산자위원 : "위험이 있는 업무를 외주화할 것이 아니라 원청회사가 그 업무를 담당해야 합니다. 그래야 책임을 가지고 이 문제를 바라보고 안전한 작업장으로 작업환경을 바꾸게 되거든요."]
협력업체의 재해를 외면하고 무재해를 자화자찬한 건 서부발전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한전과 한수원, 발전 5개사에서 5년간 재해를 입은 하청업체 노동자는 1065명에 이르지만 무재해 인증을 받고 또 497억 원이 넘는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습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93925&ref=A
산업재해 사망자 90% ‘하청’…‘위험의 외주화’에 재발 (KBS 뉴스 이승철 기자, 2018.12.12 21:10)
[앵커] 이번 사고로 숨진 20 대 청년 고 김용균 씨도 역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습니다. 실제로 피해자가 많이 발생하는 대형 산업재해를 살펴보면 사망자의 90 % 가 하청업체 소속입니다.
원청 대기업들이 위험한 일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관행때문에 안전사고가 번번이 재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승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이 무너져 여섯 명이 숨졌습니다. 올 5월엔 충남의 한 고속도로에서도 교량 하부 점검을 하던 노동자 네 명이 난간이 떨어져 숨졌습니다. 모두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입니다.
최근 6년간 세 명 이상 숨진 비교적 큰 산업재해를 살펴봤더니, 사망자 10명 가운데 9명 정도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비율이 높은 건 많은 기업들이 '위험한 작업'을 외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조선과 전자 등의 주요 제조업체를 상대로 물었더니, 응답자의 40% 이상이 "위험한 작업이라서 하청을 준다"고 답했습니다.
[김철/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 "원청 기업은 위험업무를 외주화함으로써 재해를 낮춰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을 수 있고, 이에 따른 책임을 회피할 수 있으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력 산업은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20년 전부터 정비 업무를 민간 하청업체에 넘겨왔습니다.
문제는 발전 5개사에서 하청업체들이 차지하는 업무는 40% 정도지만, 산재로 숨진 노동자 가운데 하청업체 비율은 90%가 넘는다는 겁니다.
원청업체들이 원하는 비용에 맞추다보니, 하청업체들도 노동 환경의 안전보다는 인건비 등을 줄이는 데 급급해, 사고 위험이 더 커졌다는 주장도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의 폐단을 막기 위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했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588/NB11741588.html
발전사 인명사고 97%, 하청 업무서…'위험의 외주화' 심각 (JTBC, 정영재 기자, 2018-12-12 21:09)
10여일 전 피켓 든 20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구의역·실외기·제철소서…하청 노동자의 비극
[앵커]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요구하면서 10여일 전 피켓을 들었던 이 젊은이는 바로 어제(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씨였습니다.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가 열차에 치여 숨진 김 군.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다 추락해 사망한 수리기사. 그리고 제철소에서 냉각기 교체작업 중에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진 4명의 직원. 그리고 어제 세상을 떠난 25살의 김용균 씨까지. 이들 앞에 공통적으로 붙었던 이름은, '하청업체' 노동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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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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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만 않게 해달라는 외침이 무색하게 국내 5대 발전사들의 인명사고 중의 90% 이상이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영재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곰팡이 슬어있는 천장, 치우지 못한 택배 박스들. 좁은 방 머리맡에는 해야 할 일들을 눌러쓴 종이만 남았습니다. 어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방입니다.
김 씨는 심장질환으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던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항상 화목한 가정이라고 말하던 김 씨였습니다.
[김씨 어머니 : 일자리 없어서 그런 데까지 갔는데…그렇게 열악한지는 나도 몰랐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피켓을 든 지 열흘 만에 숨진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성훈/동료 직원 : 나 이거(피켓) 들고 찍고 이제 정규직 되고 하면 그때 더 인정받겠죠 라는 거예요.]
태안화력발전소 10기의 운영은 모두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습니다. 김 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는 한국발전기술이 운영을 맡고 있는데 사모펀드 지분이 절반 이상인 회사입니다. 수익에 집중하다보니 안전에는 신경을 덜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2016년 현장 근무 인력 3명이 줄었고 2인 1조 근무는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석탄 처리 업무를 재하청 주기도 했습니다.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인명사고 346건 중 97%가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습니다. 김 씨와 함께 일했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 사고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4214.html
‘풀코드’ 당길 한 사람만 있었어도…그는 살았다 (한겨레, 이지혜 최하얀 기자, 2018-12-12 21:17)
‘비정규직 사망’ 태안화력발전소
비상시 기계 멈춤장치 있지만 혼자 일하는 밤엔 무용지물
노조, 위험 작업 2인1조 요구
회사는 “단순 업무” 수용 안해
‘합격’ 나온 안전검사, 부실 논란도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김용균(24)씨의 목숨을 앗아간 기계가 유해·위험기계로 지정돼 있었지만, 충분한 안전조치를 강제할 근거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목숨을 구할 장치도 있었지만, 이 기계를 작동해줄 단 한 사람이 없었다. 컨베이어벨트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28조 6에 따라 의무적으로 안전검사를 받아야 하는 유해·위험기계로 지정돼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컨베이어 운전원 김씨는 이날 새벽 ‘홀로’ 일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졌다.
김씨의 파트장인 한아무개씨는 “사고 기계에 비상시 기계를 멈출 수 있는 ‘풀코드’라는 장치가 있었지만, 홀로 근무할 때는 무용지물”이라며 “기계에 빨려 들어가는 사람이 스스로 풀코드를 당길 수는 없지 않으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풀코드를 작동시킬 한 사람만 있었어도 목숨을 살렸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풀코드는 레버를 당겨 긴급하게 컨베이어벨트를 정지시키는 장치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92조는 컨베이어 기계에 풀코드와 같은 비상정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해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유해·위험기계였지만, 유해·위험을 방지할 안전조치는 허술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상 유해·위험기계는 안전검사를 받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사용중지 명령도 내려질 수 있다. 사람이 숨질 만큼 위험했지만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는 지난해 10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정해진 의무안전검사에서 ‘합격’을 받았다. 고용청 등의 형식적인 검사가 아까운 목숨을 앗아갔다는 비판이 거셀 수밖에 없다. 보령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정기검사에서는 갖춰야 할 조건만 충족하면 합격이 나온다”며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컨베이어 설비 안에 노동자가 아예 들어갈 수 없도록 조처하는 것도 사업주 책임”이라고 말했다.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2인1조 근무’도 강제 조항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줄곧 ‘2인1조 근무’를 요구해왔지만 회사는 단순 업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험 업무’로 취급되지 않는 김씨의 업무는 용역 입찰 조건에도 ‘2인1조 근무’는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특정 유해·위험 작업에 한해 관리감독자가 작업에 동행하도록 정하는데 김씨가 한 업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위험의 신호는 꾸준히 있었다. 파트장 한씨는 “고장이 잦아 일상다반사로 기계에 치여 손목을 삐거나 멍이 드는 경상을 안고 산다”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들은 컨베이어벨트 작동 상태를 살피고 정비 부서에 이상 여부를 알리는 작업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주장해왔다. 컨베이어 운전원들은 평소 기계에서 떨어진 석탄을 치우는 ‘낙탄 제거’ 업무까지 떠안았다. 지난 1월 김씨가 속한 연료운영팀의 ‘팀장 운전지시서’를 보면 “고착탄을 제거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면 고착탄 과다 누적으로 과부하 발생. 고착탄 등은 수시 확인 후 즉시 제거한다”고 적혀 있다. 동료들은 낙탄 작업을 하다가 벨트에 빨려 들어간 것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무방비 상태의 발전소에서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2014년에 동료가 보령화력발전소에서 김씨와 똑같은 방식으로 숨졌는데 그때도 사람이 끼여 기계가 고장 나니 그제야 발견됐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에도 태안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가 보일러 교체작업 중에 협착으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태안발전소의 잇따른 사고를 지적하며 뒤늦게 특별감독에 나서기로 했다.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공개한 발전소 민간정비업체 현황을 보면, 5개 발전 공기업이 한국발전기술 등 8개 민간정비업체를 통해 사용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2017년 말 기준 807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0%가량인 2523명이 김씨와 같은 운전·계측 업무를 한다. 민간정비업체는 발전사와 1~3년 단위로 정비 계약을 맺어, 현장 노동자들은 발전소가 위탁업체를 바꿀 때마다 새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최근 5년간 발전소 안전사고는 346건으로 이 중 97%인 337건이 비정규직에게 벌어졌다.
https://www.ytn.co.kr/_ln/0115_201812122214584702
태안화력 하청 노동자 사망 대책위 구성..."죽음의 외주화 중단" (YTN, 이성곤 기자, 2018-12-12 22:14)
앵커: 이 사진 기억하시는지요? 2년 전 구의역에서 홀로 안전문 정비 작업을 하다 사고로 숨진 19살 김 모 군의 가방에 들어있던 것들입니다.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컵라면을 챙겨다녀야 했던 열아홉 살 청춘의 비극은, '위험의 외주화'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상을 알렸는데요.
어제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했죠.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밤샘 근무를 하던 24살 비정규직 청년이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이번에도 '2인1조' 작업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는데, 위험의 외주화, 그리고 비용 절감이라는 경제 논리가 청년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안타까움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상곤 기자의 보도로 보시겠습니다.
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24살 김 모 씨는 석탄 이송 설비를 점검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뒤 태안 화력발전 하청업체에 1년 계약직으로 입사했고, 3개월 만에 석연찮은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대책위는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진행된 '위험의 외주화' 때문에 비극이 일어났다며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측에 즉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이태의 / 태안화력 사망사고 시민대책위원회 임시대표 : 비정규직 당사자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법률단체, 인권단체, 종교단체 다 모여서 이 죽음 더 이상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
또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석탄을 제거하라고 지시했던 서부발전이 사고를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성훈 / 태안화력발전 협력업체 노동자 : 지시해놓고 안 하면 안 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가해놓고 이제는 서류 꾸미기에 바쁘고 변명하기 바쁘고…. 뭐가 두렵습니까?]
[김 모 씨 / 숨진 노동자 어머니 : 앞으로도 이런 일 겪어야지 시정이 되는 건지 바로 지금 시정이 될 수 있는 건지 말씀해주세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희망도 없어요.]
지난 2010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는 12명.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오는 17일부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 대해 특별감독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213031008
[사설] 또 ‘나 홀로 작업’ 참변, ‘위험의 외주화’ 근절 헛구호였나 (서울신문, 2018-12-13 31면, 2018-12-12 23:02)
2인 1조 근무 규정 안 지켜져…원청 책임 강화 법 개정 시급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현장 점검을 하던 스물네 살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그제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지난 9월 입사해 경력이 3개월도 채 안 된 새내기였다. 원래 2인 1조 근무 규정이 있으나 그는 혼자 작업해야 했다. 노조는 “안전 차원에서 2인 1조 근무 규정을 준수하라고 발전소 측에 요구해 왔지만, 비용절감을 이유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인 1조’의 기본적 원칙이 비용절감이라는 핑계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으려면 안전에 드는 비용을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재작년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지난해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등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기업과 사용자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으니 기가 막힌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2010년부터 지금까지 하청 노동자 12명이 추락 및 매몰 등으로 사망했다. 한국남동발전 등 5개 발전사에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산재로 사망한 40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는 37명이라고 한다.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면서 젊은이들이 험한 일을 기피한다고 비난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3일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 영상 메시지에서 “안전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정부는 한 달 뒤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산업재해 발생 때 원청과 발주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유해·위험성이 높은 14개 작업의 도급은 전면 금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를 위해 관련 법을 올해 하반기에 개정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월 입법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 법률안은 아직 국회에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산안법 개정안은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규정을 신설하고, 안전 및 보건 조치 대상을 확대하는 등 기존보다 훨씬 강화되고,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 대책인 만큼 하루빨리 입법화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말로만 위험의 외주화 근절에 목청을 돋우고, 정작 이를 실행할 법 개정은 소홀히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하청업체 노동자가 목숨을 걸고 불안한 일터로 향하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서둘러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규직 안 돼도 좋으니 더 죽지만 않게 해 달라”는 이들의 절절한 호소를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213001015
“생과 사의 경계선, 낮이고 밤이고 혼자 일합니다” (서울신문, 태안 기민도 기자, 2018-12-13 1면, 2018-12-12 23:02)
하청노동자 37명 숨졌는데… 원청업체, 무재해 보험금 112억 감면
‘비정규직 참사’ 태안발전소 르포
스물넷 꽃다운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맞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사고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거센 바닷바람에 주황색 출입금지 줄이 이따금 펄럭일 뿐 인기척은 없었다. 김씨가 기계에 끼여 숨진 뒤 5시간 만에 발견된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외딴섬 같은 곳이었다.
12일 찾은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안에는 전날 사고가 무색할 정도로 ‘안전제일’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비정규직 직원 A(25)씨는 “만약 2명이 함께 근무를 했다면 곧바로 조치를 취해 벨트를 멈추게 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용균이가 살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담당하는 연료석탄운영과 12명 중 중장비를 다루는 사람을 빼면 겨우 5명이서 컨베이어 점검을 한다”며 “5명이 6㎞에 이르는 긴 라인을 챙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비정규직 직원들도 “우리는 낮이고 밤이고 둘이 근무한 적이 없다”면서 “컨베이어 벨트에 수북하게 쌓인 석탄가루를 치우는 일(낙탄 처리)을 하는데 이게 얼마나 위험한지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사고 이후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김씨의 업무는 순찰하면서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라며 “이상이 발견되면 보고를 해야 하고, 낙탄 치우는 업무를 하는 사람이 내려와 석탄을 제거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용역업체가 보낸 지시서에는 탄 처리 업무가 포함돼 있다. 용역업체 운영실장 지시서인 ‘CV-08H 벨트 손상에 따른 복구지연 관련 특별지시 사항’에는 “고착탄에 의한 정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착탄 발생 부위를 특별 관리하고 간섭탄은 즉시 처리 바란다”고 쓰여 있다.
정규직 직원들도 “저렇게 위험하게 일을 하는지 이제야 알게 됐다”며 혀를 내둘렀다. 26년차 정규직 직원 B씨는 “예전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비율이 9대1 수준이었는데, 분사되고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서 3D 업종이 모두 외주화가 됐다”면서 “최근 들어온 직원들은 탄 처리가 정규직 업무였다는 걸 알지도 못한다”며 씁쓸해했다.
20년 전부터 시작된 발전소 외주화로 태안화력발전소의 운전 및 정비는 민간 중소기업이 담당한다. 1~8호기는 한전산업개발, 김씨가 숨진 9, 10호기는 한국발전기술이 맡고 있다. 애초 공기업이었던 한국발전기술은 2014년부터 사모펀드인 칼리스타파워시너지 사모투자 전문회사가 지분 52.4%를 갖고 있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3년마다 입찰 계약을 하다 보니 임금 인상이 어렵고, 임금을 올리려면 사람을 덜 뽑거나 재도급화를 해야 한다”면서 “도급의 도급화가 위험을 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부발전 관계자는 “분쟁이나 소음이 심한 지역은 2인 1조로 운영한다는 규정이 한국발전기술 업무 절차서에 있다”면서 “우리는 위탁을 주기 때문에 직원들을 어떻게 투입하는 것까지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만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2012~2016년 346건의 사고로 전국 발전소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이 중 97%(337건)가 하청 노동자였다. 숨진 40명 중 37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하청 비정규직들이 죽어가는 동안 원청 업체들은 ‘무재해 산재보험금’ 112억원을 감면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태안발전소에 대한 특별감독에 나선다고 밝혔다. 근로감독관, 안전보건공단 소속 전문가 22명이 투입된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213003005
[스러지는 비정규직] 40m 철탑 오른 하청노동자 “본사, 비정규직 직접고용해야” 호소 (서울신문, 김헌주 기자, 2018-12-13 3면, 2018-12-12 23:02)
LG유플러스 본사 앞 단식농성 14일 만에 노동자 2명 통신용 철탑서 고공농성 사투
“하청 하위 30% 퇴출에 직원들 해고당해”
노조, 사측 부분 자회사 직접 고용안 거부
與을지로위원장, 곧 사측 만나 중재 의사
14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LG유플러스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철로 된 차디찬 사다리를 한 계단씩 밟아 40m 높이의 철탑에 올랐다. 원청업체인 LG유플러스를 상대로 직접고용을 해 달라며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후의 수단으로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김충태(41) 수석부지부장과 고진복(41) 서산지회 조직차장이 서울 강변북로 한강대교 북단에 설치된 통신용 철탑에 올라갔다. LG유플러스 본사로부터 300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곳에서 이들은 ‘비정규직 끝장내자’, ‘LG가 직접 고용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아내와 3명의 자녀를 둔 김 수석부지부장은 동갑내기인 고 조직차장과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14일째 단식 농성을 하는 중이었다. 이날 전주지회 박철(37) 정책차장을 비롯해 13명의 조합원 동료들이 단식 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는 모습을 본 이들은 “더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에 고공농성을 계획했다.
이들은 철탑에 올라가기 직전 ‘시민들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글을 조합 온라인 소통방에 올렸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저희는 이곳 철탑에 올랐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에게는 비정규직의 굴레를 물려줄 수 없어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노동자, 한 가족의 가장, 한 아이 아빠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LG유플러스 하청업체(홈서비스센터)에 소속돼 인터넷 설치·수리를 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은 2014년부터 직접고용을 주장해 왔다. 이후 지난 6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직접고용 투쟁 전면화를 선언한 뒤 지난 10월 15일부터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고공농성 현장에서 만난 제유곤 지부장은 “LG유플러스가 해마다 하청업체를 영업 실적에 따라 줄 세워 하위 30%를 퇴출시키면서 하청업체 직원들까지 덩달아 해고되고 있다”면서 “LG유플러스 유니폼을 입고, LG유플러스 고객을 만나는 기사들도 정직원으로 대우해 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지난 9월 LG유플러스가 비정규직지부에 ‘부분 자회사 직접 고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현재 노사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 안은 2600명의 홈서비스센터 직원 중 절반인 1300명을 2021년까지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 직원은 기존처럼 외주 체계로 운영하겠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박홍근 의원은 비정규직지부에 조만간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만나 중재를 해 보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제 지부장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내 우리 사회 수많은 비정규직 직원들의 눈물을 닦아 줬으면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46192&code=11131200&cp=nv
태안화력 비정규직 사망… ‘죽음의 외주화’ 멈춰야 (국민일보, 태안=전희진 기자, 2018-12-12 23:06)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져… 2인 1조 규정과 달리 혼자 근무, 민노총 등 대책위 “정부 책임”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근로자 김용균(24)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사고를 두고 ‘죽음의 외주화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12일 충남 태안군 서부발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하청업체로 떠넘긴 위험의 외주화가 김씨를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지난 8월 태안화력 관리자가 하청노동자에게 안전작업 허가서 없이 업무를 재촉한 사실이 폭로됐다”며 “힘들고 위험한 업무는 외주화하고, 비용 절감만을 외쳤던 발전소가 결국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서부발전은 김씨가 실수 때문에 사망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지만, 컨베이어 벨트 아래 떨어진 석탄을 제거하라는 지시가 없었다면 김씨 혼자서 작업하다 변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특히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김씨는 2개월 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구했지만 대통령을 만나기 전 세상을 떠났다”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에 대한 약속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바뀌어도 청년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한 김씨의 어머니는 “이런 사고는 부모로서 당해야 할 일이 아니다. 아들이 겪은 것과 같은 사고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대통령이 약속하지 않았나. 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씨의 빈소가 차려진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는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날 야근을 하고 퇴근한 직장 동료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앞서 김씨는 11일 오전 3시20분쯤 태안군 원북면에 위치한 태안화력 9, 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채 발견됐다. 서부발전의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 근로자인 김씨는 전날 오후 6시쯤 출근해 컨베이어를 점검하고 오후 10시 이후부터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석탄 컨베이어벨트의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연료 설비운전 파트’ 소속이었던 김씨는 당시 규정과 달리 2인 1조가 아닌 혼자서 근무를 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발전소의 한 간부는 직원들에게 ‘사고 발생 지점이 자주 순찰을 하지 않는 곳이라고 말해 달라’고 하거나 외부에 대응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등 직원들의 입막음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사고를 조사 중인 태안경찰서는 현장 목격자 등 김씨의 동료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마친 상태다. 경찰은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의 관리책임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날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 대해 특별감독에 착수했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2121435313330?did=NA&dtype=&dtypecode=
[사설] “죽지만 않게 해달라”는 ‘위험 외주화’ 하청노동자의 절규 (한국일보, 2018.12.13 04:40)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10일 밤 비정규직 하청업체 노동자인 24세 청년이 설비 점검 중 석탄 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발전소 운전ㆍ정비를 맡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위험 외주화’에 의한 사고다. 한 사람이 기계에 끼여도 동료가 기계를 멈출 수 있도록 ‘정규직이 2인 1조로 하던 업무’가 외주 체제에서 1인 순찰제로 바뀌는 바람에 막지 못한 사고로 보인다.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이번 사고는 발전소 관리 업무가 민간으로 넘어간 뒤 경쟁입찰을 통해 하청업체가 맡았을 때부터 예견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익 창출을 업무 최우선 순위에 두는 민간, 그것도 하청업체에 안전업무를 맡기다 보니 비용 최소화를 위해 인력을 줄이는 발상이 작동하고, 그 과정에서 안전관리도 소홀해지기 일쑤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일을 떠넘긴 원청기업은 ‘나 몰라라’ 하는 게 다반사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2012~2016년 서부전력 등 한전에서 분사한 5개 발전사에서 일어난 사고 가운데 97%가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다. 2008년 이후 9년 동안 산재 사망자 40명 중 하청노동자가 37명이었다. 이번 사고도 입사한 지 3개월도 안 된 20대 청년이, 비록 1년 후 정규직 전환 조건이었다고는 하나, 비정규직 상태로 익숙하지 않은 야간근무를 혼자 하다 발생했다. “기업의 90%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다는 노동계 주장을 감안하면 제대로 감독도 못하고 사후 대책만 남발하는 정부 책임이 크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려고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했거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원청 사업주 처벌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에 발의됐다. 하지만 환경노동위에서 법안을 제대로 한번 논의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기국회가 끝났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호소하기 위해 11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대표자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발전소 하청노동자는 이번 사고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규직 안 해도 좋으니 더 이상 죽지만 않게 해달라.” 국회의 태만이 또 꽃 같은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81212004880
‘2개월 → 2주 안전교육’…24살 청년의 죽음에 깔린 '위험의 외주화' (세계일보, 안승진 기자, 2018-12-13 07:00:00)
[이슈톡톡] 용균씨 죽음의 고리 "위험 내모는 발전소, 짜내는 협력사, 안전교육은 사인만"
“성실하고 정열적으로 일했다. 요령조차 못 피우던 아이였는데....”
충남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운전원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24)씨의 동료들은 1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같이 회상했다. 이들에 따르면 외동아들이었던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인 부모를 돕기 위해 일찍 사회 현장에 뛰어들었다. 첫 직장이다 보니 누구보다 책임감 있게 일을 했다고 한다. 김씨의 부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애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전날 새벽 홀로 발전소 설비를 점검하다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인 1조’로 일하는 안전 원칙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은 인재(人災)였다. 김씨는 사고가 나기 열흘 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 전환은 직접고용으로’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올렸다. 김씨가 ‘위험의 외주화’를 경고하며 찍은 사진은 그의 마지막 모습으로 남았다.
◆ 위험의 외주화…“2인 1조 수차례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2016년 ‘2인 1조’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공 사망사건은 또 재현됐다. 이번에도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홀로 컨베이어 벨트 점검에 나선 김씨는 오후 10시쯤 담당 과장과 통화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6시간이 지난 새벽 3시에야 현장을 찾은 동료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옆에 한명만 있었어도 컨베이어 벨트 운행정지 버튼을 눌러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대표 이태성씨는 12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20년 넘게 일했지만 컨베이어 벨트 점검을 ‘2인 1조’로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수차례 요구했지만 인원 자체가 2인 1조가 될 수 없는 구조였다”라고도 토로했다.
김씨의 죽음의 중심엔 하청업체 외주화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가령 인건비, 안전관리 등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이 ‘100’이라면 하청업체들은 최저가 입찰을 따내기 위해 ‘88’ 정도 수준까지 비용을 낮춘다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컨베이어 벨트 점검은 과거 정규직이 2인 1조로 하던 업무였지만 외주화 과정에서 1명에게 떠맡겨졌다. 심지어 업무를 맡은 김씨는 지난 9월 입사한 3개월 차 직원이었다. 이씨는 “최저가 입찰로 인건비, 안전관리비 등이 이미 정해져서 오기 때문에 아무리 인력 충원을 요청해도 무리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 발전소 사망사고 97%가 비정규직…위험 업무 부추기지만 책임 피하는 외주화의 ‘고리’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노조가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5년간 발생한 발전소 안전사고는 346건으로 이중 337건(97%)에서 비정규직이 다치거나 사망했다. 사망한 노동자 40명 중 37명(92%)은 비정규직이었다. 이처럼 발전소 본사는 위험한 업무를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했고 작업 관리라는 명분으로 실질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박태환 발전산업노조위원장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원청이나 용역업체 관리자를 통해 제대로 빨리 끝내라는 식의 업무 압박을 받고 있다”며 “그렇지 못하면 벌점을 통해 다음 계약에 불이익을 받게 되니 안전을 도외시하더라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 8월 한국서부발전에서는 원청 관리자가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에게 ‘안전작업허가서’도 없이 업무를 재촉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사고가 나면 책임은 오롯이 하청업체에게 주어졌다. 하청업체는 사고로 인해 계약 연장에 실패할 것을 고려해 정규직이 아닌 1~2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 위주로 고용하고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청업체가 사고를 일으키거나 바뀌어도 비정규직 직원은 그대로 일을 한다”며 “관리하는 하청업체만 바뀌다보니 사실상 변하는 건 없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이처럼 1~2년 단위로 고용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업무에 대한 숙련도가 낮을 수밖에 없지만 안전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었다. 2개월가량 산업안전교육을 받는 정규직과 달리 실제 김씨는 2주 가량의 교육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대표 이태성씨는 “김씨는 2주간 격일로 사인정도 하는 형식적인 안전교육을 받았다”며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 노동계 “공공기관 직접고용 해야”…국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촉구
노동계는 김씨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공공기관 직접고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험한 업무의 책임을 하청업체에게 돌릴 게 아니라 원청이 직접고용을 통해 책임지고 예방대책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조선소, 발전소, 건설현장 곳곳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다”며 “(김씨 사고도) 공공기관 효율화란 이름으로 자행한 인력감축, 외주화 구조조정이 부른 참사”라고 지적하며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씨 유족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인 ‘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칭)’도 12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는 1년 6개월 전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지만 발전사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거부해 왔다”며 “대통령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기만 했어도 이와 같은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위원회는 이어 “우리가 (정규직 전환을 직접고용으로 하라는)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의 뜻을 실천하겠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되풀이되는 청년 하청노동자의 죽음,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바로잡자는 입법 움직임도 일고 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관계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2인 1조의 원칙을 어기고 입사 3개월 차의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에게 컨베이어 점검 작업을 홀로 시킨 경위와 안전관리 소홀 등 위법한 사항은 없었는지에 대해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파견용역 노동자의 안전과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해 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이날 “안전관리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태안화력발전소에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을 조속히 정규직화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ttp://www.edaily.co.kr/news/read?newsId=01361206619438192&mediaCodeNo=257&OutLnkChk=Y
하청 12명 죽어도 '무재해' 인증… "죽음의 외주화 멈춰라"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2018-12-13 오전 7:24:45)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관련, 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대책위는 “죽음의 외주화”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숨진 A씨(24)는 11일 충남 태안화력 9·10호기 발전소에서 연료공급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A씨는 태안화력 하청업체에 1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비정규직 노동자로, 군 제대 후 일을 시작해 3개월 만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대책위는 비용절감 등 이유로 발전소 내 위험 작업을 하청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하며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측에 작업하청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실제 지난 2010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하청 노동자가 12명이나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서부발전은 무재해 인증을 받아 5년 동안 산재보험료 22억원을 감면받았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사망은 사업장 재해 기록으로 남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부발전은 직원들에게 무재해 포상금 4700여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고용노동부는 17일부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를 상대로 특별감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055616
'2인 1조' 근무 했더라면…'비정규직 청년 사망' 특별감독 착수 (SBS 뉴스 , 정혜진 기자, 2018.12.13 07:33)
<앵커> 그제(11일) 새벽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꽃다운 20대 비정규직 청년이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진 채 발견됐죠.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2인 1조 근무만 했더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석탄을 나르는 기다란 컨베이어 벨트. 이틀 전 숨진 24살 김용균 씨는 이 캄캄한 곳에서 벨트가 잘 돌아가는지 순찰하면서 청소하는 일까지 했습니다.
[故 김용균 씨 비정규직 동료 : (청소하려면) 상체가 (컨베이어 벨트 시설에)좀 들어가야 되지 않습니까. 보이다시피 그렇게밖에 구조가 안 되어 있잖아요. 확인하려면 천상 머리를 좀 넣든 멀리서 보든 손을 넣어서 봐야 됩니다.]
발전소의 정비 하청 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이 현장에 내려보낸 지시서입니다. 운전원들에게 벨트 구석구석에 낀 석탄 찌꺼기 등을 제거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근무 인원은 단 1명. 벨트에 끼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도와주거나 벨트 가동을 멈춰 줄 동료가 없는 겁니다.
[故 김용균 씨 비정규직 동료 : (안전장치) 그걸 만든 이유가 뭐겠습니까. (2인 1조로) 옆에 누군가 동료가 문제가 생겼을 때 세우라는 거예요.]
이 발전소 하청 업체 노동자 참사는 거의 해마다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곳 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 8년 동안 외주업체 노동자 1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태안 발전소 운영사인 서부발전 등 5개 발전사에서 산재로 목숨을 잃은 40명 중에 90%가 넘는 37명이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발전기술이 사고 직후 직원들 입막음에 나섰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박준선/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냐, 회사에서 이런 거 얘기하면 얘기하지 말라. 그런 시도들이 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고용노동부는 사건 축소 의혹과 함께 김 씨의 시신이 5시간 넘게 방치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특별감독에 착수했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705/NB11741705.html
처우개선 피켓 든 지 열흘 만에…'위험의 외주화' 심각 (JTBC, 정영재 기자, 2018-12-13 08:26)
발전소 운영 모두 '하청'…사모펀드 지배 회사도
인력 줄여 2인 1조 근무 못 해…하청에 재하청까지
[앵커] 이틀 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씨는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였습니다. 앞서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다가 열차에 치여 숨진 김 군, 에어컨 실외기를 고치다가 추락해 사망한 수리기사, 그리고 제철소에서 냉각기 교체작업 중 유독 가스에 질식돼 숨진 4명의 직원도 역시 하청업체 노동자였죠. 죽지만 않게 해달라는 이들의 외침이 무색하게 국내 5대 발전사들의 인명 사고 중 90% 이상은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곰팡이 슬어있는 천장, 치우지 못한 택배 박스들. 좁은 방 머리맡에는 해야 할 일들을 눌러쓴 종이만 남았습니다. 그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업체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방입니다.
김 씨는 심장질환으로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던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취업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항상 화목한 가정이라고 말하던 김 씨였습니다.
[김씨 어머니 : 일자리 없어서 그런 데까지 갔는데…그렇게 열악한지는 나도 몰랐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피켓을 든 지 열흘 만에 숨진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성훈/동료 직원 : 나 이거(피켓) 들고 찍고 이제 정규직 되고 하면 그때 더 인정받겠죠 라는 거예요.]
태안화력발전소 10기의 운영은 모두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업체에 맡기고 있습니다. 김 씨가 일했던 태안화력발전소 9, 10호기는 한국발전기술이 운영을 맡고 있는데 사모펀드 지분이 절반 이상인 회사입니다. 수익에 집중하다보니 안전에는 신경을 덜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2016년 현장 근무 인력 3명이 줄었고 2인 1조 근무는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석탄 처리 업무를 재하청 주기도 했습니다. 5개 발전사에서 2012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인명사고 346건 중 97%가 하청 업무에서 발생했습니다.
김 씨와 함께 일했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 사고가 자신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습니다.
https://www.ytn.co.kr/_ln/0103_201812130903458103
[김호성의출발새아침] “故 김용균 사망, 명백한 기업살인...은폐시도 의심” (YTN라디오, 2018-12-13 09:03)
□ 방송일시 : 2018년 12월 13일 (목요일)
□ 출연자 :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故 김용균씨 사고, 명백한 기업살인
-신입에게 숙련기간도 없이 대형 장비 맡겨
-랜턴도 없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작업하다 사고
-연락두절 당시 조치했다면 결과 달랐을 수도
-사고현장 최초 발견 1시간 후에 신고...은폐 시도 의심
-3년마다 한 번씩 용역회사 입찰 경쟁...고용불안 가중
-화력발전소 운전·정비 정규직 전환 0%
-죽음의 외주화 막기 위해선 ‘산안법 개정안’ 통과돼야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그제 태안의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각종 산업현장의 사망사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위험의외주화’, ‘죽음의 외주화’ 이런 이야깁니다. 관련된 이야기를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로부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간사님, 안녕하십니까.
◆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이하 이태성): 안녕하세요.
◇ 김호성: 저희 YTN TV를 통해서도 관련된 소식을 전해주셨잖아요. 이른 아침입니다만 짧게 이번 사고 개요를 좀 정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태성: 우선 삼가 고 김용균 노동자의 명복을 빌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제대로 된 업무 숙련기간이 없이 2주 만에 신입사원에게 4kg에 달하는 설비를 책임지게 하여 발생한, 사실상의 기업 살인에 해당합니다. 2인1조가 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사고는 석탄이 이송되는 벨트에 발생한 석탄을 처리하던 중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랜턴도 없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서 벨트에 끼여서 사망한 사고입니다.
◇ 김호성: 제가 과거에 영월광업소 폐광되기 이전에 취재를 했을 때 컨베이어벨트에서 석탄이 실려 나오는 현장을 저도 직접 봤거든요. 대단히 여러 사람이 함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수의 사람들, 2인1조 조금 전에 언급하셨습니다만, 이런 것이 작업현장의 환경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단 얘기잖아요.
◆ 이태성: 네, 그렇습니다. 발전소의 용역 노동자들은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근로조건이 매우 열악합니다. 사실상 탄광과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3D 업종입니다. 하지만 또 중요한 문제는 3년 마다 한 번씩 경쟁입찰을 통해서 노동자는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회사가 바뀌는 구조여서 심각한 고용의 불안에 시달리고 있고요. 문제의 본질은 돈이라는 경영원칙이 작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 김호성: 원청·하청 업체와의 관계를 말씀하신 건가요?
◆ 이태성: 네, 그렇습니다.
◇ 김호성: 이 같은 문제제기가 그동안 현장에서 있어오지 않았겠습니까?
◆ 이태성: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이 문제의 원초적인 질문에 대한 것이 존재합니다. 그것은 지난 20년 동안 진행됐던 발전소의 민영화, 그다음에 그 과정 속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통해서 공기업 선진화라는 산업정책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촛불로 탄생된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인 노동정책과 산업정책이 충돌되는 부분이 분명히 지금 있습니다.
◇ 김호성: 비단 그러면 이번 현장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현장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읽히는 부분이네요.
◆ 이태성: 네, 그렇습니다.
◇ 김호성: 수익창출이 업무의 안전 부분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런 환경이 해결되지 않는 한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긴데. 자, 그렇다면 김용균 씨가 고용된 회사가 어떤 회사입니까?
◆ 이태성: 현재 화력발전소에는 운전에는 6개와 정비에는 9개의 용역회사가 3년마다 한 번씩 말 그대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맹수처럼 입찰경쟁을 합니다. 그분이 근무하고 계셨던 한국발전기술이라는 회사는 최초에는 한국남동발전이라는 원청인 회사의 자회사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민간 회사인 태광파워에 매각돼서 현재는 계열사인 한국발전기술에 근무하고 계시고 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호성: 이번에 이 사건으로 인해서 꼭 밝혀져야 할 점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고 계시는지요?
◆ 이태성: 우선 많은 언론에서도 제기했는데요. 최초 발견시간이 3시 22분인데, 발견시간보다 1시간이 지난 04시 29분에 119와 112에 신고가 됐습니다. 굉장히 의문되는 부분인데요.
◇ 김호성: 한 시간 이상 걸렸네요, 한 시간 이상.
◆ 이태성: 네, 그렇습니다. 이는 발견 후에도 또 다른 은폐를 시도했던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용역업체 팀장과 연락이 두절됐던 게 10시 정도였는데요. 그 과정 속에서 관리감독이나 조금만 신경 써서 조치를 했다면 결과가 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유족들이 태안화력의 사망현장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어려운 발걸음인데요. 반드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다시 한 번 고인의 죽음이 명명백백 규명되길 바랍니다.
◇ 김호성: 예. 이게 지금 외주 또는 하청 노동자들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는데, 정규직 전환 정책 때문에 이 같은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멈춰져 있게 되는 환경이다, 이런 지적이 있습니다. 어떤 이야긴지요?
◆ 이태성: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정규직 정책은 저희도 해당이 되는데요. 저희가 속한 운전과 정비는 지금 정규직 전환이 0%입니다. 그나마 진행되고 있는 발전의 운전 분야는 1년째 제자리걸음에 있고요. 발전의 또 정비를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한 3000명이 되시는데요. 이분들은 아예 전환 대상에서도 제외가 됐습니다.
◇ 김호성: 그렇다면 말이죠. 여기에서 따르는 대안 같은 건 제시되는 게 없나요? 예를 들자면 원청사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예를 들자면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 이태성: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번에 국회에서 풀리지 못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과, 산업재해를 은폐할 경우 형사처벌을 신설하는 등의 산안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서 앞으로는 이런 원청의 책임과 처벌이 강화되는 법들을 통해서 죽음의 외주화가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호성: 예를 들자면 지난번 강릉 KTX 사고 때도 보면 말이죠. 외주사에 소속돼 있는 승무원한테는 사고가 난 것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전달이 안 됐어요. 그래서 외주 분들에게 승객 안내만 하도록 하는 것이고, 위기상황이라든가 그 상황에 대한 조치라든가, 이런 것들은 정규직원만 하게 돼 있거든요. 그렇다면 산업재해 현장에서 비정규직 신분으로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안전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계속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실제로 현장에서 그렇습니까?
◆ 이태성: 현장에서도 그런 구조로 계속 진행되고 있고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발전소의 민영화와 경쟁입찰이 폐지되지 않으면 결국 이런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될 것이고요. 전기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수유지업무라고 해서 노동3권인 파업권까지 제약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이뤄져서 이런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는 길일 것입니다.
◇ 김호성: 앞으로 계획 어떻게 세우고 계십니까?
◆ 이태성: 우선 국민 여러분께, 25살의 꽃다운 청춘이 세상을 떠나갔습니다. 늦둥이 외아들이라고 합니다. 국민 여러분, 그의 죽음을 꼭 기억해 주십시오. 저희는 오늘 7시에 광화문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비정규직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서 정말 1100만 비정규직의 아픔을 헤아려주시길 간곡히 소망 드립니다. 저희가 오죽했으면 정규직 안 해도 좋다고 말씀드렸겠습니까. 제발 죽지만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을 꼭 만들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이 기억해 주신다면 저희 그 죽음의 외주화 반드시 중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 이태성: 감사합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였습니다.
https://www.ytn.co.kr/_ln/0103_201812130956010424
태안 비정규직 참사...'구의역 사고'와 판박이 (YTN, 2018-12-13 09:56)
■ 진행 : 이승민 앵커
■ 출연 : 배상훈, 前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 / 김태현, 변호사
앵커: 국내 주요 사건사고를 짚어보는 뉴스픽 시간입니다. 배상훈 전 서울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 그리고 김태현 변호사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첫 번째 주제어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2년 전 구의역 참사와 판박이, 잠자는 위험 외주화 방지법이라고 저희가 주제어를 뽑았는데요. 태안화력발전소 사망 사건으로 안타깝게 젊은 청년이 목숨을 잃었죠. 하루아침에 아들은 잃은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 글쎄요. 어떻게 헤아릴 수 없을 텐데요. 일단 어머니의 목소리 한번 들어보시죠.
[김 모 씨 / 숨진 노동자 어머니 : 앞으로도 이런 일 겪어야지 시정이 되는 건지 바로 지금 시정이 될 수 있는 건지 말씀해주세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희망도 없어요.]
앵커: 희망이 없다면서 울부짖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셨는데요. 24살 청년 김용균 씨.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취업을 하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었다고 하죠?
[배상훈] 요즘 젊은 청년들이 원서를 내게 되면 반 년 이상, 1년. 최소한 1~2년 정도는 서류를 여럿 냈고 또 그렇게 취업하는 게 정규직인 경우는 거의 드물고 비정규직. 그러니까 지금 현재도 하청업체로 가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그런 안타까운 사정을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부분인 거죠.
앵커: 그런가 하면 동료들의 얘기도 들어봐야 할 텐데 이 청년,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일을 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움을 주는 것 같아요.
[김태현] 그러니까 어머니한테 그렇게 얘기했다는 거잖아요. 하청업체 힘든데 본인이 원래 가고 싶은 곳이 한전이니까 하청업체에서 경력을 좀 쌓으면 나중에 한전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그러니까 내가 힘들어도 견디겠다라고 어머니한테 얘기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동료들 증언을 봐도 그런 거죠.
애초에 사실 그렇게 급하게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직장을 또 잡아야 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본인이 가장 역할을 해야 하니까 어떤 형태로든 비정규직이라도 들어가서 일을 열심히 하고 그래서 한전으로 가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면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일을 하시겠지만 남들보다 더 성실하고 열심히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고 동료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동료들이 김 씨가 숨진 이후에 석연치 않은 태도를 보인 한국서부발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한번 들어보시죠.
[이성훈 / 태안화력발전 협력업체 노동자 : (지시해놓고) 안 하면 안 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가해놓고 이제는 서류 꾸미기에 바쁘고 변명하기 바쁘고... 뭐가 두렵습니까?]
앵커: 서류를 꾸미고 변명하기에 바쁘다. 그러니까 한국서부발전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히 그냥 개인적인 실수로 덮으려고 한다, 이런 지적인 것 같아요.
[배상훈] 인식의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청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갖고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서부발전에서는 컨베이어벨트로 석탄이 올라가는 것 불량탄을 빼내는 일은 김용균 씨의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자기들도 지시한 바가 없다. 그런데 대책위 쪽에서는 아니다, 시간이 제한되어 있고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그건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 인식에 차이가 있는 거죠. 당연히 거기에 순찰하는 일을 하게 되면 그 일도 할 수밖에 없는 건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걸 시켰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 아니냐, 그러니까 즉 위험을 알고도 시킨 것이 아니냐라는 게 대책위 쪽이고 서부발전 쪽은, 태안화력발전 쪽은 그것이 아니다. 명확히 그런 일을 시킨 바가 없다. 그래서 서류에 대한 조작 얘기라든가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그뿐만 아니라 이게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서 신고도 늦게 했다, 이런 지적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거든요.
[김태현] 그렇죠. 신고도 늦게 했다는 얘기도 있고 아까 말한 것처럼 업무 지시, 그런 이야기도 있는데 그런데 사실 저는 그게 본질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보세요, 업무지시, 그러니까 태안발전소 쪽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그 직원은 예를 들어 컨베이어벨트만 떨어지면 되지, 떨어지는 거 주울 의무는 없어요.
그건 지시사항이 아니야가 맞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뭐가 중요하느냐면 대한민국의 어떤 직장인이, 그게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협력업체든 아니면 원청 소속이든 간에 딱 일을 했을 때 뭐가 떨어져 있어. 이건 내 일이 아니지? 그러니까 회사에다 보고하자. 이렇게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 하죠. 그렇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이 방송국에서도 기자분들 계시고 경비업무 따로 계세요. 그러면 기자분들은 취재만 하면 되지, 회사에 이상한 사람이 출입하는 거는 경비하시는 분들이 할 일이지 기자분들이 할 일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상한 사람 들어오면 나는 기자니까 취재만 해야 하니까 저건 안 해야 되지 하고 안 합니까? 다 한다고요.
그러니까 발전소 얘기가 맞을 수도 있는데 서류상은 그건 본질이 아니라는 거죠. 그건 우리가 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그 은폐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제 아마 이 사고가 터지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사고가 터진 다음에 아마 본인 입장에서 이걸 잘 정리해야 그다음에 원청업체인 태안발전소 쪽에 피해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이렇게 쉬쉬했던 것 같은데 글쎄요.
이게 쉬쉬한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람이 어찌됐든 간에 본인들 소속은 아니고 하청업체 소속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사망한 사고로 이렇게 은폐한다고 이게 안 알려지겠습니까?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 보면 유족 입장에서 보면 사고난 이후에 발전소에서 빨리 뒷수습을 해 주고 빨리 유족에게 사과하고 빨리 보상 문제 합의해 주고 이러면 분노가 덜 할 수도 있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야, 어떻게 하지? 우리 발전소 사고 터졌는데 또 터지면 큰일난다, 언론 취재 들어올 거고 그러면 안 돼. 유족들 더 섭섭하고 이 하청업체 직원들 입장에서도 벌써 몇 명째냐, 또 이런 일이 생기는 거 아니냐는 걱정과 분노는 커질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어제 저희 이 시간에도 살짝 짚어봤습니다마는 이게 사실 근무장에서는 2인 1조로 근무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젊은 청년, 20대 젊은 청년 혼자 심야시간에 근무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게 사고를 막을 수 없었다라는 얘기도 있어요.
[배상훈] 구조적인 문제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대책위 쪽에서는. 왜냐하면 2인 1조의 인력을 투입할 수 없는 구조다. 왜냐하면 2인 1조가 되면 전체적으로 하청을 받고 할 때는 사업비 단위로 하는 거지, 인력 단위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사업비 내에서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2인 1조로 하게 되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당연히 2인 1조는 불가능했고 혼자, 말하자면 10시에 그 컨베이어벨트가 움직이는 상황에서 보고 확인하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뒤에서 그걸 봐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거는 자기가 해결하려다가 기계에 낀 상태를 뒤에서 봐주지 않고 바로 스톱했으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상황들, 그러니까 서부발전과 태안화력발전소의 기본적인 업무방향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이 사고가 최근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최근 3년 동안 4건이나 있었는데 이 사업장이 무재해 사업장으로 지정됐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김태현] 어떻게 보면 법의 규정의 미비를 이용하는 건데 장소는 태안화력발전소가 맞습니다, 장소는. 그런데 사고가 나서 재해를 받았던 근로자가 어디 소속이죠? 태안화력발전소 소속은 아니라고요. 하청업체 소속이죠. 그러면 하청업체가 재해가 일어난 회사지, 태안발전소는 재해가 일어난 회사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약간 규정에 그런 미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이런 것 때문에 무재해 사업장 인증받아가지고 오히려 보험을 감면을 받았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그 희생자들이 어느 업체에 소속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업장에서 일하다가 사고가 났다, 이런것을 실질적으로 봐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소속만 보다 보니까 소속 어디야? 태안화력발전 아니네? 이거 하청업체네. 그러면 하청업체가 되어 버린단 말이죠. 이게 사실 어떻게 보면 현실과 규정에 너무나 괴리가 있는 건데 이런 부분들은 산업인력관리공단 이쪽에서 조금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배상훈] 기본적으로 무재해 사업장이라는 개념을,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산업안전보험공단에서도 알고 있는 거죠. 이게 사업장 개념이 아니라 사업장은 거기서는 원청과 하청이 분리되어 있어서 같이 일해도, 그러니까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 일해도 그 사업장의 개념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는 겁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걸 묵인하는 형태 아니겠습니까? 묵인하는 이유가 기본적으로 산재보험료를 감면해 받고 포상금 받고 이런 것들을 다 해 왔다는 걸 정부가 모르겠습니까?
그러면 이거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라고 대책위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죠.
앵커: 정말 정부 입장에서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앞서 저희가 주제어에서도 언급을 했습니다마는 사실 이번 사고를 통해서 2년 전에 발생했던 구의역 사고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은 사고인데 이때 당시에 이런 사고를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겠다, 이런 법안이 줄줄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배상훈] 기억하실 겁니다. 스크린 도어,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고죠. 2016년도입니다. 아직 기억이 생생하실 겁니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셨고요. 지금 얘기되고 있는 법상도 정의당에서는 기업살인처벌법, 그리고 민주당의 위험하도급금지법. 여러 법안들이 엄청나게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들이 상임위에서 얘기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문제가 이거죠. 분명히 사회적 이슈를 제기했지만 법을 제정되는 건 한참 뒤에, 그것도 얘기도 되고 있지 않다는 것, 지금의 문제가 되는 거죠.
앵커: 이런 법이 왜 처리가 어려운 걸까요? 뭔가 논란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요.
[김태현] 항상 돈이 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런 게 따라붙어요. 예를 들어서 위험의 외주화가 아니라 내부에서 다 하게 되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그런 부분들, 그런 부분들의 어떤 산업논리적인 측면, 비용절감적인 측면의 반대논리가 항상 붙는 것들이 있는데 그건 기본으로 깔려 있는 거고. 또 하나 국회에 노동쪽에 워낙 큰 이슈들이 몰려 있잖아요. 최저임금 문제 있죠, 탄력근로제 문제 있죠. 그러니까 그런 문제들이 있다 보니까 그 논의에서 밀리는 거죠. 지금은 워낙 뜨거운 이슈들 때문에. 그런 측면들이 있는데 저는 사실은 안전 업무를 꼭 하청업체에 주는 게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일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그러니까 하청업체에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잘 줘야 되는 거죠.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예를 들면 아까 배상훈 교수님 말씀하셨는데 하청업체 도급을 주다 보면 기본적으로 입찰을 할 때 최저입찰을 합니다. 그러니까 야, 제일 싸게 하는 데 가져와. 이렇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하청업체에서는 싸게 해야 되니까 2인 1조로 못 맞추는 거죠, 인건비를. 그러니까 사실은 비단 이 문제만 아니라 공공기관 입찰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예요.
건설 업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거 최저가 입찰하지 말고 어느 정도 기본 조건은 맞추게 해야 한다. 그래서 평가를 하자, 이런 얘기를 하거든요.
예를 들면 한전에서 입찰을 준다고 해도 입찰조건에 무조건 2인 1조로 해야 돼. 이거 안 하면 너희 다들 하청에 못 들어와 하게 되면 그럼 하청업체에서 2인 1조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 문제죠. 예를 들어서 서부발전에서 하청 주지 않고 이걸 직접 한다고 합시다.
그래도 야, 이거 직접 해야 하는데 인건비 줄여야 하니까 우리 2인 1조 하지 말고 한 사람씩 하자 하면 똑같아요, 사고 나는 건. 결국 이 안전에 대한 규제, 예를 들어 규제 철폐도 중요하지만 안전에 대해서 엄격하게 이런 업무를 무조건 2인 1조로 해야 한다.
인건비가 100만 원이 들든 1000만 원이 들든 1억이 들든. 이런 식의 어떤 내부 기준이라든지 법령 개정이 있어야지 비단 무조건 예를 들어서 외주 주지 말고 안에서 해, 직접 고용해. 이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인건비 줄이려고 한 사람이 다 감당하게 2인 1조 안 하면 똑같아요, 사고 나는 건.
앵커: 그런데 또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생각 안 할 수 없으니까.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 걸까요?
[김태현] 그러니까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하잖아요. 안전에 대한 규제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 규제 철폐가 전 정부, 현 정부가 다 모토고 모든 대통령들이 규제 철폐를 얘기하지만 그런다고 하더라도 이런 부분에 대한 규제까지 철폐하는 게 맞느냐. 이건 사실 감독과 규제를 강화해야 될 필요가 있다라는 거죠. 예를 들면 전부 예입니다.
한전의 예를 들어 내부 규정 감사를 통해서 이런 업무들은 무조건 외주를 주든 아니면 내부에서 하든 무조건 2인 1조로 하게 해야 한다. 이런 예를 들면. 그런 식의 어떤 제도 개선은 필요하겠죠. 그러면 실제로 외주를 주려면 주고 너희들이 하려면 하고. 최소한 사고 나지 않게 2인 1조는 맞춰. 스크린 도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라는 거죠.
앵커: 그러니까 모든 사업장, 위험요소가 있는 모든 사업장에서 일단 기본적으로 2인 1조로...
[김태현] 2인 1조가 하나의 예인데 지금 2인 1조 얘기가 나오니까. 최소한 사고가 나지 않게 어떤 안전 장치는 강화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는 거죠, 제도를요.
앵커: 알겠습니다.
http://news1.kr/articles/?3500428
與 "두 야당이 정치적 흥정하는 사이 24세 청년 사망"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정상훈 기자 | 2018-12-13 10:35)
태안 비정규직 사망 관련 "참담…구의역 사고 닮아"
"한국·바른미래, 탄력근로제 핑계로 법안 심사 거부"
더불어민주당은 13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근로자 사망 사건과 관련 정부를 향해 철저한 원인조사와 사고 관련자 엄벌을 당부하는 한편 야당을 향해 조속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처리를 촉구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인 김용균 씨가 사망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3년 전 구의역에서 안전사고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숨진 이후 여야 의원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여러 건 발의했다"며 "상시 위험 작업에 대한 사내 하도급을 금지하고 원청과 사업주의 책임 강화가 법안의 주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또 다른 비정규직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주당은 야당과 협의해 서둘러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2016년 구의역 안전사고를 언급하고 "똑 닮은 사고가 발생했다"며 "(구의역 사고 당시) 그 작업을 묵인했던 정비용역업체와 서울메트로 전 대표는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산업안전보건법이 여러 건 발의됐고, 통과됐다면 김씨와 같은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앞장서서 산업안전보건법을 꼭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정책위수석부의장은 "해당 발전소는 지난 3년간 4명의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음에도 무재해사업장 인정을 받아 산재보험료를 감면 받았다"며 "참으로 참담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수석부의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 안전보다 돈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산업계의 고질병이 빚은 참사"라면서 "특별근로감독에 나선 고용노동부가 철저한 원인조사로 사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의 철저한 반성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야당의 대승적 협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탄력근로제를 핑계로 (해당 개정안의) 법안 심사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두 야당이 정치적 흥정을 하는 사이 24살 청년 노동자의 삶이 무너졌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게 없다"며 "모든 노동자가 안전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처리에 야당의 대승적 협력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http://www.vop.co.kr/A00001362012.html
구의역 김군도, 제주 이민호군도, 태안 김용균씨도…‘2인 1조’였으면 안 죽었다 (민중의 소리, 이승훈 기자, 2018-12-13 10:51:56)
근로감독관, 故김용균 동료들 “옆에 누군가 있었다면…”
서울 구의역 김 군도, 제주 특성화고 이민호 군도 그랬다. 사고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2인1조로 짝을 이루어야 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도 점검지침으로 규정된 2인1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 11일 새벽 하청업체 계약직 신입사원 김용균(24) 씨는 혼자 일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김 씨의 동료들은 “그동안 요구해 왔던 2인1조만 제대로 지켜졌어도, 이런 일 없었다”며 한탄했다.
항상 안전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회사는 경영 효율성 등의 명목으로 직접고용으로 채용해도 될 직원들을 외주화를 통한 간접고용 형태로 채용했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외주화 인력을 고용해 업무를 처리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서로 떠밀었다. 인력충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원이 항상 부족했기에 2인1조 또한 지킬 수 없는 규정이었다.
김 군도, 민호도 그랬다
2016년 5월28일 발생한 구의역 김 군 사고에서도 2인1조가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4시59분 서울메트로는 협력업체 은성PSD에 스크린도어 고장 사실을 통보했다. 은성PSD 소속 정비 노동자들은 신고를 접수한 뒤 1시간 이내에 현장에 출동해야만 했다. 이 규정을 어기면 패널티를 받는다.
김 군은 오후 5시50분 홀로 구의역에 도착했다. 전철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려면 반드시 전동차가 오고 있는지 망을 보는 사람이 필요했지만, 김 군은 혼자였다. 인력이 부족해 지키려야 지킬 수 없는 매뉴얼이었다.
인력이 부족한데 고장까지 잦아 늘 바쁘게 돌아다녀야 했던 김 군은 끼니도 제 때 챙기지 못했다. 그가 매고 다녔던 가방엔 컵라면이 들어있었다. 컵라면도 먹지 못했던 그날, 김 군은 혼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역으로 진입하는 전동차를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만 17세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도 혼자서 상하작동설비를 손보다가 압사사고를 당했다.
지난 2017년 11월9일 민호는 생수를 만드는 제주도의 한 공장 상하작동설비가 있는 구간에서 ‘혼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이상을 발견한 민호는 멈춰있는 설비를 손보다가 갑자기 작동한 설비를 피하지 못했다. 혼자였기에 민호는 사고 이후에도 한동안 방치됐다. 몇 분 뒤 다른 현장실습생이 근처를 지나다가 민호의 상태를 확인한 뒤에야, 직원들이 달려와 조치를 취했다. 출동한 119대원들에 의해 후송됐지만, 결국 민호는 목숨을 잃었다.
민호의 마지막을 지켰던 아버지는 민호의 잘못으로 미루려는 사측에 울분을 토했다. “잘못은 인정도 안 하고, 합의금? 그 돈 필요없다. 그 돈 내가 줄 테니, 아들을 살려내라.”
“누가 옆에 있었다면…”
11일 새벽 태안화력발전소 석탄운송설비 타워에서 발생한 사고에서도 2인1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24살 하청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 씨는 혼자서 분진이 날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다가, 소음까지 있어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어두운 곳에서 혼자서 일을 보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 근로감독관조차 “그 과정에서 누가 옆에 있었다면”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따르면, 사내에 ‘점검지침’이란 것이 있다. 이 지침에는 ‘분진과 소음이 발생하는 지역은 둘이서 동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故김용균 씨의 동료들은 “입사한 이래 2인1조로 일해 본 적 없다”고 한탄했다. 2인1조로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故김용균 씨와 같은 곳에서 일하는 이태성 한전산업개발 발전노조 사무처장은 “줄곧 현장에 맞는 교육과 2인1조 시스템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며 “그런데 용역업체이고, 외주화되다보니 인력충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용균 씨가 정확히 언제 사고를 당했는지는 현재까지 알 수 없는 상태다. 10시21분쯤 회사 동료와 통화를 한 뒤, 10시35분경 사고 현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CCTV에 찍힌 게 용균 씨의 마지막 모습이다. 발전소 행정지원처에서 작성한 ‘태안화력 인명사고 동향보고’에 사고발견 시점이 3시22분이라고 기재한 것을 감안하면 최대 5시간가량 방치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용균 씨의 동료 윤모 씨는 “동료가 껴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벨트를 돌렸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http://www.ekn.kr/news/article.html?no=403403
연이은 '노후 온수관' 파열사고...안전관리 외주화가 원인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2018.12.13 12:31:10)
"허술한 관리, 안전분야 외주화 관행 누적에 따른 결과"
지역난방公 "443개 지점 모두 보강 또는 교체"
최근 2주 사이 경기도 고양, 서울 목동, 안산 등 수도권 온수관이 줄줄이 파열되면서 노후 온수관에 대한 종합 대책과 정밀 진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국적으로 설치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 배관은 10곳 중 3곳 이상이다. 현재 지역난방공사가 관리하는 열수송관 총 2164킬로미터(㎞)가운데 32%에 달하는 686㎞는 20년 이상 사용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고양) 외에 SH(목동)나 지역도시개발공사(안산), 지자체들이 관리하는 온수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노후배관 교체는 물론 전반적인 안전관리 외주화 관행과 허술한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3일 산업통상자원부 세종청사에서 백석역 열수송관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대책을 브리핑했다. 지역난방공사는 1991년 매설된 열수송관 연결구간의 용접부 덮개가 파열된 게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현재 전국 총 443개 지점에 이 같은 연결구간 용접부가 있으며 약 80%가 수도권에 있다. 난방공사는 내년 3월말까지 443개 지점을 모두 보강 또는 교체할 계획이다. 열수송관 매설 지역과 인근 땅의 온도차가 3도 이상이라 누수가 의심되는 203개 지점에 대해서는 내년 10월말까지 교체공사 등을 끝내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같은 사고의 근본 원인이 기술적 부분보다 관리소홀과 안전업무의 외주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헌석 에너지정의정의행동대표는 "여태 발생한 사고는 기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 발생한 게 아니다. 오래됐으면 보수하고 교체하면 된다. 여태 안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게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결국 관리주체들이 관리를 소홀하게 한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안전에 관련된 사안들을 외주화를 통해 값싸게 해결하려고 했던게 10년, 20년 이상 누적되면서 터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앞으로 정부는 지역난방공사는 물론이고 코레일 등에서 발생한 사고들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모든 관련 기관들의 안전관리 업무에 대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역난방공사는 노후 열수송관 교체와 유지보수를 위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832억원을 집행했다. 해당 기간 총 7건이나 20년 이상 된 수송관의 부식에 따른 사고가 발생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점검업무는 안전 자회사가, 교체공사는 외주로 이뤄지고 있었다"며 "앞으로 더욱 관리를 강화하거나 회사 자체적으로 책임지고 관리를 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난방공사는 지난 4일 파열된 열수송관이 수명을 다한 위험한 구간이라는 사실을 사고 전에 이미 알고 있었는데도 바로 조치하지 않아 관리소홀 문제도 불거졌다. 고양지역 총 1220개 구간(341km) 열수송관의 약 10%에 해당하는 127개 구간(34.1km)이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대여명이 ‘0년’이 안되는 위험등급 1등급으로 분류됐다. 사고 구간은 사실상 기대수명 40년보다 7년을 더 사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바로 보강·교체 공사를 했으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도 전날 에너지 기관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문제의 열 수송관은 자체 위험도 조사를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조치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동안 관행에 안주하고 무사안일한 업무처리에 젖어 있던 임직원의 의식 전반과 업무시스템을 환골탈태의 각오로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난방공사는 전날까지 56건의 인명피해와 74건의 재산피해를 접수해 보상 협의를 진행 중이다.
https://www.ytn.co.kr/_ln/0115_201812131328171778
[취재N팩트] 태안화력 하청 노동자 참사...'위험의 외주화' 중단 촉구 (YTN 이상곤 기자, 2018-12-13 13:28)
앵커: 그제(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습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오늘부터 촛불집회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 연결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곤 기자! 먼저 이번 사고 상황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태안 화력발전소 9호기와 10호기에 석탄을 공급해주는 설비에서 24살 김용균 씨가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 11일 새벽 3시 반쯤입니다. 김 씨는 태안 화력발전 협력업체에 1년 계약직으로 입사해 석탄 이송 설비를 점검하며 3개월째 일을 하고 있던 노동자였는데요.
전날 6시쯤 출근해 혼자 석탄 컨베이어벨트 점검에 나섰고, 오후 9시 반쯤까지는 생존상태가 확인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연락이 끊기면서 동료들이 김 씨를 찾아 나섰고, 김 씨는 5시간이 넘어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김 씨는 사고 발생 열흘 전 비정규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에도 동참했었는데요.
하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한 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말 한 번 들어보시죠.
[김 모 씨 / 숨진 노동자 어머니 : 앞으로도 이런 일 겪어야지 시정이 되는 건지 바로 지금 시정이 될 수 있는 건지 말씀해주세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희망도 없어요.]
앵커: 사고에 대한 원인 조사도 이뤄지고 있을 텐데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은 어떤가요?
기자: 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태안화력 9호기와 10호기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하청업체 규정상 2인 1조로 근무하게 돼 있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에서 2명이 함께 나가야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대처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숨진 김 씨와 함께 일했던 노동자들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이 개인의 실수로만 몰아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데요.
위험을 충분히 알고도 컨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석탄을 제거하라는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겁니다. 동료 노동자의 말 들어보시죠.
[이성훈 / 태안화력발전 협력업체 노동자 : 지시해놓고 안 하면 안 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가해놓고 이제는 서류 꾸미기에 바쁘고 변명하기 바쁘고…. 뭐가 두렵습니까?]
경찰은 현장 목격자 등을 상대로 조사를 마쳤으며,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업체인 한국기술발전의 안전 관리 소홀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들을 입건할 계획입니다.
앵커: 이번 사고가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판박이라는 말도 있는데,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가 태안화력만의 문제는 아닐 텐데요?
기자: 지난 2010년부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는 이번 사고를 포함해 모두 12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적지 않은 수치인데요.
국내 5대 발전사들에서 발생한 인명사고를 살펴봐도 97%가 하청업체 업무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최근 9년 동안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40명 가운데 하청업체 노동자가 37명으로 9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동계에서는 하청업체가 비용 절감을 통해 원청으로부터 사업을 따내는 데 집중하다 보니 노동자들의 안전 관리가 소홀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때문에 위험한 작업을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에 맡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도 구성됐다고요?
기자: 어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습니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 인권단체 등 50여 곳이 참여했는데요. 이들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가 예산과 인력을 이유로 혼자 일할 수밖에 없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당장 중단할 것으로 촉구했습니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다른 하청업체로 바꾸고 노동자를 1회용 소모품처럼 버리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오늘부터 숨진 김 씨를 추모하고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서울 광화문과 충남 태안 터미널 앞에서 동시에 열기로 했습니다. 태안 터미널 앞 집회는 고인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날까지 매일 밤 열 계획입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도 오는 17일부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 대해 특별감독에 들어가 현장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일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대전에서 YTN 이상곤[sklee1@ytn.co.kr]입니다.
http://www.upinews.kr/news/newsview.php?ncode=1065589787022020
태안 화력발전소 '2인1조' 요구 묵살, 누구 책임? (UPI뉴스 / 장기현 기자, 2018-12-13 14:09:52)
노조 측 "수차례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아"
서부발전 "인력 관리는 우리 몫 아냐"
하청업체 "노동부 조사중이라 언급 곤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을 하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발전소 측이 노동자들의 '2인 1조' 준수 요구를 묵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신대원 한국발전기술 노조지부장은 1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오래 전부터 위험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2인 1조로 일을 할 수 있게 개선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며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발생한 예견된 인재"라고 지적했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 컨베이어 운전원 김씨는 지난 11일 새벽 '홀로' 일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졌다. 김씨 동료들에 따르면 이 컨베이어벨트에는 비상시 멈출 수 있는 '풀코드'라는 장치가 있다. 레버를 당겨 긴급하게 컨베이어벨트를 정지시키는 장치다. 2인 1조로 근무했다면 다른근무자가 이 장치를 작동시켜 김씨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신 지부장은 "지난해에만 11월에 두 차례 사상자가 있었고, 8년 간 태안화력발전소 내에서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5년 간 발전소에서 발생한 산재 97%가 하청 노동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다 떠넘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충남 태안군 서부발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하청업체로 떠넘긴 위험의 외주화가 김씨를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는 "힘들고 위험한 업무는 외주화하고, 비용 절감만을 외쳤던 발전소가 결국 하청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청년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한 김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겪은 것과 같은 사고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국발전기술은 태안 화력발전소 석탄운송설비 운전을 담당하는 하청업체로, 원청은 한국서부발전이다. 숨진 김씨는 지난 9월 17일 1년 근무 시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입사한 지 넉 달 만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원청인 서부발전 관계자는 "위탁사인 발전기술에서 '2인 1조'에 관한 규정 등을 담은 작업 매뉴얼을 승인받게 돼있다"면서도 "전량 위탁하기 때문에 업무지시를 할 수도 없고, 인력을 바꿔서 운영해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청업체인 발전기술 관계자는 "'2인 1조' 규정과 관련해 고용노동부에서 조사 중에 있어 언급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95710
한국당 의원의 "싸구려 노동판", 거기서 일어난 죽음 (오마이뉴스, 18.12.13 16:02 l 장제우(solidarity77))
[주장] 태안화력 김용균씨의 죽음과 뿌리깊은 노동 경멸
2018년 12월 11일 오전, 국회 교통위원회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말다툼의 와중에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은 상대 의원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어디 싸구려 노동판에서 왔나. 어디서 와서 싸구려 말을 함부로 하고 있어."
국회의원들 간의 고성과 막말이야 흔한 일이고, 노동자를 비하하는 발언도 으레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엔 왠지 눈에 걸렸다. 같은 날 새벽 하청업체 "싸구려 노동판"에서 스물네 살 먹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몸과 머리가 분리되는 끔찍한 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싸구려 노동판'의 '싸구려 상식'
나는 능력이 모자라고 배움이 짧아 "싸구려 노동판"을 전전했다. 이 바닥에서는 '안전'이라는 권리가 최소한으로 지켜진다. 고 김용균……님처럼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협착이라 하는데, 나도 한 공장에서 가벼운 협착사고를 겪은 적이 있다.
거대한 기계가 아닌 데다 다행히 빠르게 손을 빼낼 수 있어서 며칠 동안 손이 부어 오르는 정도에 그쳤었다. 웃기는 건 기계를 고치러 온 외부 기술자도 수리 와중에 손이 끼는 부상을 당했다는 것이다. 기술자라고는 해도 거친 기름밥을 먹는 육체 노동자여서 그런지 작업 중 안전에 그리 예민하지 않았고 다친 것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경험한 곳 중 가장 "싸구려 노동판"은 다들 친숙한 어느 생활용품 전문점의 물류센터였다. 그 곳은 정말 빠르게 사람들이 들락날락한다. 나 역시 한 달을 채 채우지 않았다. 그곳 제품 특성상 육체적으로 엄청나게 고되지는 않았지만, 근무 방식이 너무나 기계 부속품처럼 여겨졌다.
중앙에는 15m 정도의 컨베이어가 있고 10명 가량이 양 옆에 정렬한다. 사람의 뒤에는 4m쯤 되는 책장 모양의 제품 보관대가 있다. 대기하다가 신호가 울리면 보관대에 있는 제품을 찾아다가 컨베이어 위 박스에 넣어야 한다. 이 동작을 수백 번 하루 종일 반복하는데, 한 시간만 지나도 종이 울리면 자동으로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어서, 수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다니는 사람도 30%는 되는 듯했다. 급여야 뭐 당연히 최저시급 수준에 이따금 야간 작업을 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가졌던 불만은 보관대의 상단에 있는 제품을 꺼내는 일이었다. 보관대의 높이가 있는 만큼 가볍고 안전한 사다리를 이용해 작업하는 것이 내 생각엔 '상식'에 부합했다. 하지만 남성이 책장 형태의 보관대를 타고 올라가 상단의 제품을 꺼내는 것이 그 "싸구려 노동판"의 '상식'이었다. 그 싸구려 상식에 따라 오르고 내릴 때 조심한다면 다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자칫 삐끗하면 낙상의 위험이 상시 도사리고 있었다. 정말 재수 없어서 머리부터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크게 다칠 위험이 있었다. 설사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해도 그렇게 일을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적응의 동물이어서, 몇몇 젊은 남성들은 보관대를 빠르게 오르고 내리며 (어쩌면 주위의 여성을 향해) 자부심의 미소를 짓고는 했다.
가장 건강에 해로웠던 일은 각종 자동차 부품을 커다란 박스에 포장하는 일이었다. 박스로부터 나오는 가루와 먼지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싸구려 노동판"에서는 각자가 알아서 일반 마스크를 쓰든가 말든가 하는 것이 '안전'의 전부였다. 그래도 독성 물질을 다루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런 곳에서 산재로 죽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안전한 일이다.
그냥 사람이 싸구려다
고 김용균님이 어찌하여 그리 끔찍한 사고를 당하게 되었는지, "싸구려 노동판"을 전전한 입장에서는 굳이 언론 보도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냥 사람이 싸구려다. 싸구려는 싸구려답게 대하고 다루는 거다. "싸구려 노동판"에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은,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이 잘하고 있듯, 천대와 경시의 대상이다. 안전하게 일 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단지 일상에 불과할 뿐이다. 압도적인 산재 사망률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평온하게 나오는 산업재해발생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싸구려 노동판"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 사측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을 개정하는 등 국회 차원의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어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오히려 노동자에게 해가 될 것이라는 '선의'의 우려가 준동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의'에 심취한 이들이 즐겨 말해왔던 바와 같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선 경제와 노동자를 걱정하는 '선의' 때문에, 노동자가 죽고 다치는 지옥문이 열리고 있다. 노조의 역량이 미진한 한국에서는 법이라도 잘 만들어서 허술한 안전 관리를 반드시 보강해야 한다. 그래도 현실에서는 빈 틈이 많겠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노동계에서 주장해온 '위험의 외주화' 근절도 보완될 필요가 있다. 원청 정규직이라 무사하고 하청 비정규직이라 무사하지 않은 그런 환경은, 결코 지향할 만한 사회가 아니다. 소속과 지위와 무관하게 일터는 안전해야 한다. 원청에 소속되면 안전할 확률이 올라가는 것도 맞고 무분별한 외주화 속에 이 부문의 위험이 증가한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외주화나 하청이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근원은 아니다.
경쟁에서 탈락하면 별 도리 없이 "싸구려 노동판"에 가야 하고, "싸구려 노동판"에 속한 이상 비루하게 살아도 어쩔 수 없다는 우리 사회의 지배 이념이 노동자가 안전할 토대를 근본에서부터 허물어뜨린다. 외주화를 금하여 위험을 해소하자는 주장은 결국 하청업체는 "싸구려 노동판"일 뿐이라는 고정관념에 전제해 있다. 이런 식으로는 수많은 작업장에서의 안전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한국인의 묘한 이중성
한국인들은 "싸구려 노동판"을 대함에 있어 차가운 무관심과 뜨거운 관심을 동시에 드러내는 묘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왼쪽 성향이 좀더 강한 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싸구려 노동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 구의역 사망 사고나 태안화력 사망 사고처럼 드라마틱하게 비통한 일이 터졌을 때 "싸구려" 동정이 잠시 일어날 뿐, 웬만해선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또 한편으로 사람들은 "싸구려 노동판"으로부터 멀어지는 데 뜨거운 관심을 보인다. 한번 그 곳에 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사생결단의 경쟁에 몰입한다. "싸구려 노동판"의 문제가 지속되는 것은 사람들이 여기에 무관심해서가 절대 아니다. 그 반대로 "싸구려 노동판"에 끼지 않으려는 관심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는 "싸구려 노동판"을 피하는 데만 온 힘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그러한 삶의 결과가 스물 네 살 고 김용균님이고, 열 아홉 살 구의역 김군이며,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적게 낳는 현실이다.
혹자들은 "문평성대"라며 흡족해 했지만, 아래쪽 그늘진 곳에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비명이 멈추지를 않아 왔다. 누굴 탓하려는 게 아니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니지 않냐는, 넋두리라도 해보는 거다.
맨날 하는 소리들이 반복되는 것도 싫증이 난다. 먹고살 만한 노조가 자발적으로 임금을 깎는 등 연대심을 발휘해야 자본의 멱살을 잡을 수 있다는 "노조 역할론"도 언제부턴가 지겹기만 하다. 재정도 확대하고 세금도 인상해서 복지든, 사회 인프라든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허무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도, 이명박도 감방에 넣었건만 아래쪽의 어려움은 그다지 변한 게 없다. 여전히 강고한 적폐들이 방해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말 청산해야 할 적폐,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은 아무도 몰아내야 한단 말을 안 한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어쩌면 아주 극소수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https://www.ytn.co.kr/_ln/0102_201812131646574189
[생생경제] "그래서 어떻게 바꿀 겁니까?" 故김용균 씨 엄마 외침에 응답해야 (YTN 라디오, 2018-12-13 16:45)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오늘 가장 뜨거운 경제뉴스를 제일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시간입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숨진 스물넷 김용균 씨는 제대로 된 업무 숙련 기간도 없이 2주 만에 혼자 4kg에 달하는 설비를 책임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랜턴도 없이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서 석탄이 이송되는 벨트에 발생한 석탄을 처리하던 중 벨트에 끼여서 사망합니다. 과연 이 일이 개인의 부주의와 불운 때문일까요? ‘을’들과 함께 한 매주 수요일 ‘을아차차’ 코너가 지난주에 막을 내리자마자 이런 참사가 벌어져 마음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을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분입니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 나오셨어요. 안녕하세요? 안 뵀으면 좋으면 좋았겠는데, 우리 소장님을 이런 문제로 안 만났으면 좋겠는데...
◆ 안진걸> 좋은 일로 봬야 하는데, 저도 면목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 김혜민> 용균 씨가 외아들이었대요.
◆ 안진걸> 어머님이 절규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많은 국민들이 2년 전 구의역에서 돌아가신 김 군 사망 소식에 이어서 2년이 지났으니까 많이 좋아졌겠지, 위험 업무를 무조건 외주화시키고, 특히 둘이 해야 할 업무를 혼자 하는 것. 구의역 사망사고 현장을 제가 가봤거든요? 정말 기차가 들어오는 데에서 바로 앞입니다. 거기에 정말 혼자서 몰두해서 해야 하고, 또 얼른 다른 역으로 옮기게 되어 있었잖아요? 가방 안에 가슴 아픈 컵라면이 있었고요. 그러면 정말 두 명이서 해야 하는데, 혼자 하다 보면 빨리 고치고 옮겨야 하니까 밥 먹을 시간도 없고요. 그러면 바로 그때 동료가 한 명 있으면서 기차 들어옵니다, 잠깐 쉬세요, 이렇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 찰나의 순간에 기차에 치이신 거거든요. 마찬가지로 이번에 돌아가신 김용균 님도 새벽에 밤샘근무를 하다가 11일 새벽입니다. 지금 CCTV가 없습니다. 밤에 컨베이어 벨트가 도는, 굉장히 장거리의 컨베이어 벨트거든요? 밤에 거기로 들어가는 것이 CCTV에 찍힌 것이 마지막입니다. 10일 밤에. 그리고 11일 새벽에 돌아가신 것으로 발견됐는데, CCTV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고, 동료들도 정확히 어떻게 된 지 알 수가 없어요. 보지를 않았기 때문에요.
◇ 김혜민> 그래서 유족들은 지금 보상보다는 어떻게 우리 아들이 이런 환경에 처해졌고,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를 알고 싶다, 이렇게 울부짖고 있습니다. 제가 오프닝에서 온수관 이야기를 했던 이유도 결국은 사망 사고가 나서 정부에서 온수관 조사를 했거든요? 그러면 구의역 사건이 있었을 때, 우리가 조금 더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개했어요? 그리고 추모했고요. 사실 우리 모두의 책임이에요. 그때 그러고 잊어버렸거든요. 뒤에 그 얘기는 조금 더 해보도록 하고요. 회사가 서부발전이잖아요. 한국 서부발전. 제가 홈페이지에 가봤더니 기업 구분, 공기업. 매출액, 4조 2,224억 원. 평균 연봉, 7,000만 원 이상에서 1억 미만. 이런 공기업이에요. 이 공기업에서 외주를 준 거예요. 왜 외주를 줬을까요, 이런 안전 작업을요?
◆ 안진걸> 원래 이렇게 매출이 엄청난 공기업이잖아요. 사실은 일반 민간 기업과 달라서 이윤만 추구하거나 주주에게 배당을 해주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 절감에 목매달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한국전력이었던 것을 이렇게 분할해서 공기업으로 만들었던 역사부터가 어떤 것이냐면, 공기업이 비대하니까 분할해야 하고, 또 일부 민영화한다는 신자유주의적인 논리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조금 작게 만들고, 시장이라는 큰 시장에 가급적이면 맡긴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아시겠지만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면, 이윤논리 때문에, 비용 효율 논리 때문에요. 너무나 많은 참사가 발생한 역사가 있는데, 우리 한국도 그것을 그대로 답습했던 거죠. 그래서 서부발전이 발전회사로 이렇게 쪼개져있는데, 그 발전회사 안에서 또 위험한 업무나 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업무는 최소 입찰로 하도급을 주는 겁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경쟁 입찰을 하는 것 아닙니까?
◆ 안진걸> 경쟁 입찰을 하는데, 그 자체도 굉장히 잘못된 것이죠. 자기들이 상시적으로 안전하게 해야 하는 업무니까 서부발전 정규직 직원들이 2인 1조로 나눠서 하시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을 비용을 절감한다는 미명하에 외주를 주고요. 또 그런 곳이 산재가 많이 발생하게 되어 있으니까, 서부발전은 산재가 나더라도 서부발전의 산재로 기록이 안 남고, 외주회사의 산재로 되잖아요. 이렇게 관리나 책임은 떠넘기고요. 그런데 발전회사에서 석탄을 공급하는 것보다 핵심적인 일이 어디 있습니까? 예를 들면, 제가 백 번을 양보해서 입구에서 경비를 하는 분들이나, 주차를 안내하는 분이면 외주 줄 수 있겠다, 그것도 가급적이면 정규직을 써야 한다는 사회적 논리가 있지만요. 그런데 핵심적으로 컨베이어 벨트에 석탄을 싣고, 그것을 나르고, 그것이 제대로 들어왔는지 관리하고, 우리 용준 님 같은 경우에는 떨어지는 석탄을 이렇게 올리는 것. 낙탄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올리고, 또 쓰레기 치우고요. 그러니까 석탄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가루가 날리겠습니까? 관리도 해야 하잖아요? 그 와중에 뭔가에 끼어서 불의의 사고가 생긴 것 같은데요. 이런 업무야말로 핵심적으로 정규직이 직속으로 했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2인 1조로 했어야 했고요.
◇ 김혜민> 방송국에도요. 저는 여기 직원이잖아요? 저는 정규직이에요. 제작 필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정규직이어야 해요. 왜냐하면, 그래야 회사의 생각도 직원을 통해 실현할 수 있고, 직원 역시 회사의 보호를 받으면서 제작할 수 있는 거예요.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시는 것처럼 발전 회사에서 석탄을 다루는 업무가 굉장히 핵심적이고, 중요한 업무인데, 이것을 외주를 줬어요. 제가 서부발전, 이름이 너무 낯익어서 봤더니 올해에 라오스에서 댐 건설했었는데, 수력발전 댐이 무너졌던 사건이 있죠? 그 댐이 SK 건설과 한국 서부발전의 합작 설립이었어요.
◆ 안진걸> 그래서 을아차차에서도 라오스 댐 전문가들 몇 번 인터뷰해서 폭로도 하고 그랬잖아요? 그런 식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때도 그런 지적을 했잖아요. 비용을 절감하는 과정에서, 또는 사고를 인재인데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현지에서도 말했는데, 그런 기업의 문화가 인간과 안전 중심이 아니라 이윤과 효율 중심으로 가는 역사 속에서 서부발전이 라오스에서도, 물론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그런 일이 있었고요. 이번에는 고의는 아니죠. 당연히. 사람이 죽기를 바랐겠습니까? 다만 우리가 이런 것을 사회적 타살이라고 하는 이유는 뭐냐면, 2년 전에 분명히 2인 1조로 해야 할 작업을 혼자 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사실이 나오는 겁니다.
◇ 김혜민> 그러니까 죽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죽을 수도 있는 환경 가운데에 그 노동자를 보냈다는 것. 제가 이 기사를 보고 가장 눈물을 쏟았던 부분이 뭐였냐면요. 랜턴도 지급이 안 됐대요. 핸드폰 플래시로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고 현장에 가니까 핸드폰 플래시가 켜져 있는 상태로 떨어져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그 부분에서 정말 눈물을 쏟았어요.
◆ 안진걸> 네, 맞습니다.
◇ 김혜민> 왜 이런 것이 지급이 안 됩니까?
◆ 안진걸> 그러니까 그것도 다 비용 절감에 올렸을 것이고요. 서부발전 관계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우리 일이 아니라 도급 업체인 한국 발전이 알아서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분쟁이나 소음이 심한 지역에서 2인 1조로 하라는 규정도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본인들이 규정이 있으면 뭐 합니까? 그것을 최소 비용으로 입찰해서 떠넘겼는데요? 위험한 업무를요. 그리고 거기서 알아서 관리한 것이었거든요? 그리고 산재는 많이 발생했지만, 한 번도 자기들은 무산재 기업이라고 포상을 받았어요, 오히려. 이런 일이 반복된 것이거든요? 요즘에 CCTV가 엄청 많이 설치하잖아요. 너무 많이 설치해서 문제잖아요? 그런데 당연히 설치되어 있어야 할 위험한 작업장에 설치되고,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있어서 방송으로라도 주의를 줄 수 있잖아요? 지금 2인 1조로 해야 하는데, 혼자 왔느냐고 하는 지적도 할 수 있고요. 혼자 하더라도 그쪽은 위험한 것 같으니까 주의해라, 새벽인데, 밤샘근무 중인데, 이러면서 계속 환기도 시킬 수 있잖아요. 저는 조금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조명도 제대로 안 되어 있고, CCTV도 없는 것으로 봤을 때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정작 그런 것이 잘 되어 있어야 할, 환하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일해야 할 곳에 CCTV도 없고, 조명도 잘 하지 않은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 김혜민> 이야기를 더 못하겠어요. 너무 마음도 아프고, 미안하기도 하고요. 대안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이야기를 해보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하다가 김 군의 사망 사고가 있었어요. 그 후에 국회에서 앞다투어서 입법 경쟁하듯이 법안 발의를 했단 말이에요? 어떤 법안들이 발의되었습니까?
◆ 안진걸> 일단 가장 핵심적인 법이 최근 대형 산재사고라든지, 사망 사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거의 95%가 비정규직이고, 하청업체에서 발생했잖아요? 문제가 된 서부발전에서도 지난 8년 동안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숨졌는데, 그중 97%가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아무래도 정규직들은 권리를 주장하기에도 편하고, 노동조합의 보호도 받을 수 있고, 또 예를 들면 직속 직원들이니까 아무래도 관리자들이 조금 더 신경을 쓰겠죠. 흔히 말하는 한솥밥 먹는 동료들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디에 떠넘겨 버리면 퇴근하고 모르는 것이거든요. 최근에 생긴 모든 산재 사망 사고의 특징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위험 업무를 아예 외주를 방지하자, 정규직으로 쓰게 하자, 직접 관리하게 하자고 하는 법이 7개, 8개가 제출되었는데 그게 통과되지 않았던 것이고요. 방금 전에 제가 오면서 YTN 뉴스를 잠깐 봤는데, 강병원 의원 나와서 일부 야당이 반대해서 통과가 안 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야당 의원님이 그러면 정부도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받아치던데요? 여기서는 책임을 묻지 말자고요. 어쨌든 정부도 최근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냈어요. 10월 정도에 냈어요. 너무 늦었죠, 정부도. 어쨌든 민주당도 할 말이 있는 것은 맞아요. 그때 당시에 박근혜 정권 시절이었고, 야당이었죠. 법안 많이 냈어요. 그리고 기업살인법이라고 해서 기업이 잘못하면 살인 비슷하게 처벌하자는 법도 냈어요.
◇ 김혜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냈었죠.
◆ 안진걸> 법안 낸 것은 맞아요, 민주당과 정의당이.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소극적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정부도 법안을 너무 늦게 낸 것도 마찬가지이고, 어쨌든 최근에 민주당도 여당이 됐잖아요. 1년 반이 됐잖아요. 노력을 한다고는 했지만, 부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책임을 이 자리에서는 따지지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위험한 업무, 외주 업무는 하청 못 하게 해주고요. 두 번째, 반드시 2인이 해야 하는 업무라는 것은 우리가 성격상 알 수가 있잖아요. 입구에서 경비를 하는 경우라든지, 주차 안내를 해야 하는 경우는 혼자 해도 되잖아요? 그런데 이런 위험한 현장은 2인 1조로, 저는 2인 1조를 의무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서부발전도 자기들은 매뉴얼에 있다고 하지만, 최소비용을 하청업체한테 준단 말이에요. 그러면 하청 기업이 2인 1조로 할 수 있겠습니까? 못하는 거죠. 저는 이 대목에서 눈물이 났어요. 풀 코드라는 장치가 있대요. 풀 코드가 뭐냐면, 컨베이어 벨트가 사고가 생길 수 있잖아요. 영화 같은 것을 보면 사람이 낄 수도 있고,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물건이 떨어져서 잘못하면 고장이 날 수도 있잖아요? 매뉴얼을 당겨서 기계를 정지시키는 장치 이름이 풀 코드라고 해요. 한 명만 있었거나, 두 명만 있었거나, 아니면 어느 누구라도 얼른 내렸으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정말 저도 반성 많이 해보거든요. 이런 것을 왜 의무화 못 했을까, 우리가 시민감찰단 활동을 하면서도 이런 풀 코드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거잖아요? 이런 업무들은 무조건 2인 1조로 아예 법으로 의무화했으면 좋겠어요. 혼자서 해도 되는 업무 말고, 2인 1조가 반드시 필요한 업무들이 있잖아요? 한 명은 보조를 해주거나 아니면 위험한 상황을 예방해야 할 상황이 있는 경우는 2인 1조 의무화. 이게 제일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아까 2시쯤에 저희가 노종면의 더 뉴스, 여러분도 들으셨을 텐데, 거기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도 그런 말을 했어요. 어떤 정치인이 노동자들을 죽게끔 내버려 뒀겠느냐, 그런데 여러 가지 산적해 놓은 안건 중에서 이 안건이 밀렸다는 거예요.
◆ 안진걸> 그 설명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더라고요.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을까요?
◇ 김혜민> 지금 말씀하셨지만 통계가 말해주고 있거든요? 지금 사망한 사람의 95%가 하청업체고, 비정규직이에요. 그래서 제가 서두에 여러분들께 질문을 드린 거예요. 이게 개인의 불운입니까? 아니거든요.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국민들이 움직여주셔야 할 것 같아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이게 얼마나 진행됐습니까?
◆ 안진걸> 처음에 대통령께서 인천공항공사 방문해서 화제가 됐잖아요? 첫 번째 외부 일정이었거든요. 상당히 많이 진척이 됐습니다. 그다음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많이 진척했는데, 다만 문제는 완전 정규직화가 된 곳이 있는가 하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도 있습니다. 그것을 합쳐서 현재 수십만 명이 되기는 됐거든요. 그런데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이게 외주 하청이랑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자회사의 예산을 조금만 배정하면 거기서 또 2인 1조로 안 하고, 1인 1조로 한다, 이런 식으로 된다는 것이거든요? 저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다시 한번, 그때 인천 공항을 찾았던 그 마음처럼 이런 사고도 있었고, 특히 이번에 숨진 김용균 님이 더 가슴 아픈 것이 며칠 전에 대통령님 만나주세요, 라는 1인 피케팅 캠페인을 했었잖아요. 자기가 비정규직으로 일을 해보니까 이게 심각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동참했을 것 아닙니까? 정규직화를 계속 추진하되, 그것이 제대로 된 정규직화, 그다음에 안전 예산이 확보되는 정규직화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집중 점검이 필요하고, 지금 여야가 선거제 개편 때문에 논쟁 중이기는 하지만, 선거제 개편 논의하는 그 자리에서 먼저 이것부터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30분이라도 짬을 내서 먼저 위험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은 금지하고, 반드시 2인이 해야 하는 업무는 의무적으로 2인이 하게 하는, 그래서 그것이 아예 법으로도 강제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처벌도 받게 하고, 심지어 외주 하청줄 때도 그게 아예 법으로 조건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 김혜민> 그래야죠. 그러면 사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굉장히 필요하고, 해야 하지만 단시간에 다 할 수는 없단 말이에요. 일단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면 소장님이 보시기에 일단 1순위는 이렇게 위험 업무에 노출된 분들?
◆ 안진걸> 일단 공공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 넓은 의미에서요. 그다음에 위험 업무, 안전 업무와 관련된 것들은 우리나라 국민들,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분들이잖아요. 지금 예를 들면 소방관 선생님들하고, 경찰관 선생님들이 비정규직이라고 여러분들이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이분들이 처우도 안 돼서 열악하면 업무에 전념도 못하는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위험 업무, 안전 업무는 완전 정규화, 2인 1조 의무화, 그다음에 공공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부터 먼저 정규직화 하고요. 그다음에 민간 시장에서도 원래 지금 국가 부도의 날 영화가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전까지는 정규직이 원칙이었어요.
◇ 김혜민> IMF 이전에는요.
◆ 안진걸> 그 이후로 비정규직이니, 정리해고니, 고금리니, 이런 문제가 생긴 거거든요. IMF가 강요해서요.
◇ 김혜민> 실제 그 이후에 우리나라 자살률도 굉장히 높아졌고요.
◆ 안진걸> 살벌한 나라가 됐죠. 그전까지는 인정 많은 나라에서요. 그다음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지금은 없어져 버렸는데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어렵다고 하더라도 상시 지속업무는 정규직으로 뽑는 원칙을 다시 확립해야 합니다. 지금 2년 이상 못 쓰게만 해놨거든요. 그게 아니라 상시, 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쓰고, 그것을 비정규직으로 못 뽑게 하고, 예외적으로 본인이 원한다고 하거나, 진짜 단기 업무이거나, 아니면 고액 프리랜서의 경우는 알아서 비정규직으로 해도 되도록 하면 우리 사회가 더 안전해지고, 그러면 당연히 정규직인 분들도 일을 더 열심히 해서 기업의 생산성도 올라갑니다. 이게 어떤 무리한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자본주의적 방식이거든요. 인센티브를 주고, 소속감을 줌으로써 생산력도 높이고요. 그다음에 계속 노동자들이 다치고, 죽고, 아프면 그 회사 일이 잘 되겠습니까? 그 회사로도 엄청난 타격이 되고, 일도 안 되는 것이거든요.
◇ 김혜민> 제가 자살률 이야기를 했는데, YTN 라디오 저희가 특집으로 자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제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사실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그 이유가 제가 성격이 좋아서라든지, 능력이 돼서가 아니고요. 제가 든든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밑에 있고, 안정적인 직장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저도 가족이 없고, 안정적인 직장이 없다면, 저도 자살의 유혹에 시달릴 거예요. 이런 맥락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해야 한다고 사회가 주장하는 겁니다.
◆ 안진걸> 조금만 더 덧붙이면 저출산 문제도요. 이미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공무원인 사람과 비공무원인 사람, 정규직인 분과 비정규직인 분. 대기업 다니는 분과 중소기업 다니는 분의 출산율이 차이가 나요. 방금 피디님이 말씀하신 것과 비슷한 이치거든요. 공무원이고, 정규직이고, 대기업 다니는 분들은 애도 많이 낳거든요? 저출산 대책, 방법은 그겁니다. 다 좋은 일자리, 정규직, 물론 다 좋은 일자리에 들어갈 수는 없겠죠, 다 대기업 갈 수도 없고요. 그렇지만 가급적이면 우리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공부문 서비스를 늘리고, 그만큼 사람도 뽑고, 그다음에 비정규직을 원칙적으로 못 쓰게 하고, 기본적으로는 정규직으로 쓰게 만들고, 급여 차이는 있다고 하더라도요. 이렇게 하면 출산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통계상으로도 이미 나와 있거든요. 당연히 자살률도 줄어들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출산율은 세계 꼴찌, 자살률은 세계 1위잖아요? 정말 근본적으로 촛불시위 혁명 당시 초심으로 문재인 정부나 여당이나, 그리고 계속 입법에 발목 잡는 야당이나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온 국민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핵심은 세월호 참사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안전한 나라, 그다음에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비리 저지르고, 나쁜 짓 하지 말고,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고, 제일 시급한 것부터 해달라는 절박한 호소였거든요. 그때로 다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 김혜민> 누군가에게만 우산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우리 모두에게 우산이 필요합니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 법안, 꼭 통과되기를 바라고요. 정부와 여당은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요. 국회의원분들, 이 부분에 있어서 해결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가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신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님, 고맙습니다. 우리 매주 한 달의 한 번, 월요일마다 을들의 이야기 계속할 거예요.
◆ 안진걸> 이 문제를 한 달의 한 번씩 법이나 상황이 어떻게 진척되는지 보고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김혜민> 네, 꼭 그렇게 해서 잊지 않을 거예요.
◆ 안진걸>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같이 발로 뛰겠습니다.
http://facttv.kr/facttvnews/detail.php?number=23118&thread=21r02
민주 "2인1조 원칙 무시…태안발전소 사고 원인은 죽음의 외주화" (팩트TV, 2018년12월13일 16시47분)
더불어민주당은 13일 태안화력발전소 20대 하청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 “구의역 김군 사고의 데자뷰 같다”며 “힘없고 돈 없는 비정규직에게 위험한 업무를 떠넘기는 ‘죽음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에도 2인 1조로 일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최근 5년 간 발생한 발전소 안전사고의 사고 희생자 97%(337건)가 비정규직이고, 사망한 노동자 40명 중 92%(37명)가 비정규직”이라면서 “이는 힘들고 위험한 업무를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긴 것이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3년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 당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대법원은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에 책임이 없으며 하청업체의 책임만 인정해 벌금형이라는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면서 “덕분에 원청업체는 산재 감소로 산재보험료 수백억 원을 감면받는 특혜를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청 업체가 작업 관리를 명분으로 빨리 끝낼 것을 압박하니 하청업체는 안전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그렇다보니 하청업체가 노동하는 1~2년 단위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업무 숙련도가 낮을 뿐 아니라 안전 교육조차 형식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명보다 돈을 우선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이 국회 계류 중인 파견용역 노동자의 안전과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4289.html
2명 중 1명이 또 다른 ‘김용균’…“사고 현장 무서워서 못간다” (한겨레, 태안/선담은 기자, 2018-12-13 15:44)
고 김용균씨 빈소에서 만난 또 다른 20대 김용균들
“이러려고 1년6개월 동안 뺑뺑이 돌렸냐!”
12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군청로 보건의료원 상례원 203호. 태안화력 9·10호기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고 김용균(24)씨 빈소에서 정적을 깨는 고성이 들려왔다. 강문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비서관 등 청와대와 고용노동부 관료들이 노동조합 간부들과 사고 처리절차 등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온 고성이었다. ‘1년6개월’은 지난해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이후 흐른 시간을 일컫는다.
‘높은 사람’들의 논의가 오가는 테이블 대각선 방향에 앉은, ‘소년’도 ‘아재’도 아닌 20대 남성 10여명이 그들을 멀뚱히 쳐다봤다. 김용균씨처럼 한국발전기술에 소속된, 한국서부발전 하청 노동자들이다. 김용균씨가 일자리를 찾아 경북 구미에서 태안으로 흘러왔듯, 이들도 멀리는 부산부터 경남 창원, 전남 여수, 강원도 정선과 강릉, 전북 전주와 익산, 충남 보령 등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태안에 왔다. 발전소 업무 경력 34년의 이아무개(62) 과장은 “태안발전소에서 근무하는 한국발전기술 직원 절반가량이 20대이고, 30대까지 포함하면 3분의 2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유는 “경력자보다 20대 신입사원 급여가 더 싸니까.” 그렇게 뽑힌, 얼굴에 여드름 자국도 채 가시지 않은 20대 남성들이 원청이 꺼리는 위험 업무에 투입됐다.
27살 강아무개씨는 강릉 출신이다. 강씨가 태안까지 와서 굳이 발전소에 취직한 건 어른들이 했던 말들 때문이다. 고향 강릉에는 안인화력이 있다. 어른들은 입버릇처럼 “아이엠에프(IMF) 때도 발전소 직원들은 잘리지 않고 월급이 꼬박꼬박 나왔다”고 했다. 4년제 대학 토목과에 진학했다가 가세가 기울자 한 학기 만에 자퇴하고 입대했던 강씨는, 전역하고 카메라와 휴대전화 렌즈를 만드는 공장에 취업했다가 곧 그만뒀다. 2교대 근무로 낮과 밤을 바꿔 일하면 한 달에 300만원을 벌 수 있었지만, 좀 더 미래가 있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었다. 폴리텍대학에 진학해 6개월 공부하면서 기계정비산업기사와 설비보전기사 자격증 등을 취득하고, 어른들의 말처럼 안정적인 발전소를 찾아 태안으로 왔다. 문제는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서 일하면, 어른들 말처럼 ‘발전소 직원’이 되는 줄 알았다는 점이다. 김용균씨처럼 현장 점검을 위한 순찰 업무 등을 하며 3년4개월을 보냈지만, 요즘은 이 직업에 안정성도 미래도 없다는 걸 깨닫고 있다. “원청 정규직들처럼 석탄 분진이 날리지 않는 깨끗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28살 박아무개씨는 2015년 태안화력 9·10호기가 시험 운전을 할 때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했다. 그리고 지금은 김용균씨와 달리 ‘정규직’ 신분이다. 김용균씨도 1년을 일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준다는 조건으로 입사했었다. 문제는 그 ‘정규직’이라는 신분이 발전소 정규직과는 다른 등급의 것이라는 점이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의 계약이 끝나면 언제든 일감이 떨어질 수 있다. 전북 익산에서 온 박씨는 4년제 대학 기계공학과를 1년 만에 자퇴하고 군 제대 뒤 공장에서 보안요원 아르바이트를 했다. 역시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고, 폴리텍대학에 진학해 2년 동안 용접 실무를 배운 뒤 한국발전기술에 입사했다. 하지만, 박씨 역시 제대로 된 안전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원청 직원들이 꺼리는 위험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정규직이라고 해도 어차피 하청이라 소용없어요. 문재인 정부가 끝나면 저희 계약이 연장된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한국발전기술은 2015년 12월부터 3년 동안 한국서부발전과 하청 계약을 맺었다. 원래대로라면 3년 계약은 이달 31일 끝난다. 그러나 계약 만료는 내년 6월까지 반년 미뤄진 상태다. 하청 노동자들은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이 정권이 바뀔 때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바뀔 때까지 (계약 연장을) 끌 거예요. 정부 바뀌면 다 뒤집힐 테니까. 그때까진 계속 질질 끌겠죠.” 부산에서 온 한국발전기술 소속 중장비 기사 강아무개(40)씨의 말이다. 강씨가 한 마디 더 덧붙인다. “여긴 돈 못 버는 애들만 와 있어요. 예전에 다른 발전소에 있을 땐 40대 초반인 제가 제일 어린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여긴 거의 신입이에요.”
근무를 마치고 작업복을 입은 채 늦은 저녁 빈소를 찾은 한아무개(25)씨는 말수가 적었다. 그는 발전소에서 김용균씨와 제일 친했던 동료다. 한씨는 회사 ‘형님들’ 사이에 껴서 말없이 귤껍질만 깠다. 한씨는 귤껍질을 까는 손을 보면서 새삼, 석탄을 만져야 하는 발전소 일이 싫다고 했다. 일을 마치고 나면 손톱 사이사이에 석탄가루가 껴서 까만 때가 낀 것처럼 보였다. 이따금 휴대전화에 석탄가루가 묻은 걸 보면 짜증이 난다고 했다.
“취직이 안 돼서 (태안에) 왔어요. 눈을 낮추다 보니까 여기 왔어요. 원래도 특별히 가고 싶은 회사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그냥 이름 많이 알려진 곳?”
경남 창원이 고향인 한씨는 경북 구미 출신인 김씨와 고향이 가까운 편이어서 친했다. 둘이 만나면 주로 회사 얘길 했다고 했다. “원래도 발전소 안에 위험한 게 많아서. 컨베이어벨트 힘이 세서 발을 헛디디거나 하면 빨려 들어갈 수 있죠. 공구도 많이 쓰니까 손을 다치기도 쉽고.” 그래서 한씨는 “항상 떠나고 싶기는 한데, 갈 데가 없으니까” 태안에 있다. “사무직을 하고 싶은 건 아닌데, (발전소) 일이 좀 더럽잖아요.”
그는 귤껍질을 다 까고 스마트폰으로 김씨의 기사를 검색했다. 한씨는 세상 사람들이 친한 동생의 죽음에 대해 남긴 댓글을 한참 읽어내려 갔다.
“신기해 가지고요. 작년에 3호기에서 사고가 났을 땐 기사가 조금 뜨고 지나갔는데 이번엔 이렇게 많이 떠서….” 지난해 11월 태안화력 3호기 보일러실에서 44살 노동자가 김용균씨처럼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 지회가 11일 공개한 ‘태안 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주요 안전사고/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2010년부터 8년 동안 이 발전소에서는 모두 12명의 하청 노동자가 추락 사고나 매몰 사고, 쇠망치에 맞는 사고나 대형 크레인 전복 사고, 김씨와 같은 협착 사고로 숨졌다.
고향을 떠나 발전소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연고가 없는 태안에서 서로를 위무하는 가족이 되어 지냈다. “시골 동네”라 별다른 놀 거리도 없는 동네에서 20대 하청 노동자들은 서로 숙소를 번갈아가며 고기를 굽고 술 마시는 걸 유일한 낙으로 지냈다. 지난 6일은 김용균씨의 생일이었다. 김씨를 조카처럼 예뻐했던 중장비 기사 ‘강씨 아저씨’는 사고 3일 전 김씨에게 삼겹살과 통닭을 사줬다. 3차도 갔지만, 뭘 사줬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술도 마셨다. “얘네가 나이가 어리니까 집에서 요리를 안 해 먹어요. 햇반에 참치캔 하나 열어서 밥 먹고…. 그래서 다 같이 밥 먹는 일이 많죠.”
밤 10시. 김씨의 죽음을 추모하는 20~30대 하청 노동자 20여명이 모여 소주잔을 돌렸다.
“나 거기(사고 현장) 무서워서 이제 못 가겠어요. 어린 애가 된 것 같아요.”
“너 무서우면 내가 같이 손잡고 가줄게. (웃음)”
‘소년’도 ‘아재’도 아닌 20대 하청 노동자들은 친구를 집어삼킨 발전소가 두렵지만, 누구도 크게 슬퍼하거나 눈물 흘리지 않았다. 사고가 난 9·10호기는 가동을 멈췄지만, 발전소는 내일도 계속 돌아간다. “갈 사람은 가야지.”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한다며 누군가 말했다. 운영팀은 새벽 6시30분, 정비팀은 아침 9시에 출근하기 위해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13일 아침 태안에는 눈이 내렸다. 열세 번째 죽음은 내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오늘도 또 다른 김용균들은 새하얀 눈을 맞으며 시커먼 화력발전소로 들어갔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131654001&code=940702
[위험을 떠맡은 사람들①]김용균씨의 동료들은 오늘도 혼자서 컨베이어벨트를 돈다 (경향, 남지원 기자, 2018.12.13 16:54:00)
김씨는 전날 새벽 혼자서 근무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었고, 벨트를 비상정지시켜줄 사람이 없어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20대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공분을 일으켰다. 위험한 작업은 2인 1조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게 사망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 ‘위험의 외주화’가 근본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김씨의 죽음 뒤에도 동료들은 똑같이 ‘혼자’ 일한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태안화력발전소 9·10기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1~8호기는 변함없이 돌아가며 전력을 생산한다. 1~8호기에서 일하는 김씨의 동료들은 혼자 근무하다 똑같은 사고를 겪을까 두렵다고 호소한다.
ㄱ씨는 밤새 홀로 일하면서 “내가 당할 수도 있었던 일인데 그동안 용케 잘 피해갔을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김씨처럼 그도 ‘연료공급설비에 찌꺼기 같은 이물질이 끼면 제거하라’는 업무지시를 늘 받았다. 피곤에 지쳐 야간근무를 하다가, 돌아가고 있는 컨베이어벨트 위로 무심코 몸을 숙였던 일도 많았다. 2인 1조로 근무한다면 동료가 옆에서 막거나 비상정지 버튼을 눌러줄 수 있지만 지금 같은 근무 형태에서는 불가능하다.
김씨 사고가 난 뒤 한국서부발전은 고위험작업이나 분진·소음설비를 다룰 때 2인1조로 작업하라는 안전지침을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ㄱ씨는 “그런 지시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다 지시가 내려온다고 해도 (2인1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발전소들은 2000년대부터 운전·정비업무를 민영화했고, 그 여파로 민간업체들끼리의 저가입찰 경쟁이 심해졌다.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압박에 인원은 늘 빠듯하다. ㄱ씨의 동료 ㄴ씨(45)는 “이런 사고가 나면 일시적으로 2인1조 원칙을 지키라는 안전강화 업무지시가 구두나 문서로 내려오기는 하는데 인원이 부족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운전·정비업무가 외주화된 뒤 작업자들 안전보다는 업무처리를 빨리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압박을 받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은다. 비용 줄이기 경쟁과 원하청의 불평등한 구조 탓이다. 태안화력발전소 정비업체 중 하나인 금화PSC에서 일하는 송상표씨는 지난 8월 발전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발전사는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항상 ‘언제까지 가능하냐, 언제까지 고칠 수 있냐’고 재촉한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우리도 작업을 거부하고 싶다. 하지만 다음 입찰에 영향을 줄까봐 작업을 거부한다는 말이 입 안에서만 맴돌 뿐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안전작업 허가서가 없다”는 하청업체 관리자에게 한국서부발전 직원이 “처장님 팀장님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일이니 빨리 하라”며 작업을 독촉하는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지킬 수 없는 안전수칙을 내려보내 놓고, 사고가 나면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청업체들이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원청에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는 사고가 일어나자 하청업체는 구급차 대신 승용차에 태워 병원에 보냈다. 사고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노동자는 1시간 만에 숨졌다.
그 뒤 하청업체는 ‘안전수칙을 위반한 작업자는 현장에서 퇴출한다’는 처벌규정을 공지하고, 근무자들에게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불이익을 받겠다’는 서약서를 쓰게 했다. 산업재해로 처리하지 않기 위해 업체가 개별적으로 보험을 들어놓고 사고를 숨기는 일도 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용역계약을 입찰할 때 안전사고가 많은 업체에 감점을 주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발전노조,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태안화력대책위는 13일 오전 노동부 보령고용노동지청과 면담해 김씨 유가족과 대책위가 사고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왜 신고가 늦어졌는지, 왜 사고 뒤에도 방치됐는지, 누구의 책임인지, 김씨의 죽음을 둘러싼 문제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장례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1213_0000502144&cID=10807&pID=10800
태안화력 비정규직 근로자 사망사고 쟁점 정치권으로 확대 (태안=뉴시스, 권교용 기자, 2018-12-13 17:29:27)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해결방안 관철될 때까지 집회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한국발전기술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24) 씨의 사고의 쟁점이 시민단체 및 정치권에 까지 확대되고 있다.
고 김용균(24) 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 20분께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근로자로 석탄운송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동료에게 발견됐다.
태안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10일 오후 6시께 출근해 11일 오전 7시 30분까지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를 점검하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밤 10시 20분께 같은 회사 직원과 통화 이후 연락이 안 돼 같은 팀 직원들이 김씨를 찾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사고 현장인 9.10호기 컨베이어 벨트 작업을 중지시키고 시신을 태안의료원에 안치한 상태에서 관계기관의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관철될 때까지 촛불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는 지난 12일 한국서부발전소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장례 절차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우선이라는 유족의 의지에 따라 국민에 비정규직의 실상을 알리고 고인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동시에 개최한다”라고 전했다.
시민대책위는 13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과 태안읍 태안터미널 앞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동시에 가질 계획이다.
정치권도 고 김용균 씨의 빈소를 찾는 등 추모의 발길을 이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강문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비서관 등은 지난 12일 빈소를 방문해 조문한 뒤 고 김용균 씨의 유족과 동료들을 만나 위로하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재발방지대책에 관해 대화를 가졌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13일 고 김용균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핑계로 위험한 작업이 방치된 이 사고를 계기로 위험한 작업장 개선에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 임직원과 고 김용균 씨가 근무했던 협력업체 임직원 등은 사고 다음 날 빈소를 찾아 조문하려고 했지만, 유족과 직장동료들에게 저지당해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https://www.yna.co.kr/view/AKR20181213015852003?input=1195m
노후 열수송관 이상징후 203곳…정부 통합관리 '허점'(종합2보) (세종=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2018-12-13 17:31)16곳 사고발생 가능성…긴급점검서 빠진 목동·안산서도 온수관 파열
지역난방공사, 이상징후 지역 늑장공개……"정밀진단후 내년 1월말까지 대책마련"
지난 4일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참사를 계기로 20년 이상된 열수송관 686㎞ 전구간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상징후가 나타난 곳은 203곳에 달했다.
13일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황창화)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12일 새벽까지 전국의 온수배관 2천164㎞ 가운데 20년 이상된 686㎞를 대상으로 열화상 카메라 21대와 93명을 투입해 긴급 점검을 벌인 결과 주변지역과 섭씨 3도 이상 지열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 203곳을 확인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10도 이상으로 지열차가 커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어 보인 지점은 16곳이었다.
공사는 "긴급점검 과정에서 발견된 5개 지점은 이미 굴착을 하였는데, 굴착결과 4개 지점은 이상이 없었으며, 1개 지점은 미세누수로 배관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13일 현재 2곳은 굴착 중이고 나머지 9곳은 관할 구청 등과 협의해 굴착할 예정이다.
공사는 "백석역 사고의 경우 열수송관 연결부 용접부위가 내구성이 떨어져 파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43곳에 대해서는 동절기내 직접 굴착해 전량 보수하거나 교체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난방공사 관할은 아니지만, 11일과 12일에도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와 경기 안산시 고잔동에서도 비슷한 온수관 파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목동은 서울시 산하 서울에너지공사가, 안산은 안산도시개발이 각각 맡고 있는데 이번 난방공사 긴급점검 대상에서 민간으로 분류돼 빠진 곳들이다.
공사와 민간이 전체 열수송관 관리를 거의 반분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번 20년이상 노후관 686㎞(공사 전체 수송관의 32%) 긴급점검도 공사가 관리하는 곳에만 한정됐다.
민간관리 노후관 점검은 백석역 사고 다음날 성윤모 산업장관 기자간담회에서도 따로 언급되지 않았던 부분이고, 실제로 공사의 긴급점검 당시 추가로 온수관 누수 사고가 발생해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황창화 사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난방공사 30여년 역사에서 온수관에 금이 가거나 찢긴 사고는 왕왕 있었지만 백석역 같은 폭발형 사고는 처음이었다"면서 안전관리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면서도 민간 관리부분은 사실상 사각지대임을 시인했다. 그는 공사 차원에서 민간과 협력하겠다면서도 "앞으로 산업부를 비롯한 정부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민간까지 안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후관은 주로 고양 일산, 성남 분당 등 1990년대초 지어진 1기 신도시에 주로 배치돼있다. 공사측은 그동안 주요 문제지점을 특정해 밝히지 않은 것은 부동산 집값을 고려했다기보다 국민 불안을 염려해서라고 해명했다. 공사는 기자회견에서 바로 해당지역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6시간 가까이 돼서야 뒤늦게 자료를 공개했다.
지역별 지열발생 203개소 가운데 서울 중앙지사 관할지역(여의도, 상암, 반포지역 일부)이 78곳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분당(49곳), 고양(일산, 24곳), 강남(서초 일부 포함, 18곳), 용인(15곳) 순이었다. 그밖에 대구는 12곳, 수원은 7곳이었다.
지열차가 커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어 보인 16곳 가운데 실제로 미세한 누수가 발생한 고양 한 곳은 배관 밸브를 교체했고, 나머지 지점에서는 아직 별다른 누수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공사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부위 또는 구간이 발견된 경우에는 즉시 보수공사를 시행하겠다"며 "지열차가 발생하는 지점 203곳 등 이상징후가 나타난 부위나 구간에 대해서는 최신 정밀장비와 기법 등을 활용해 13일부터 내년 1월12일까지 정밀진단을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그 결과를 토대로 내년 1월말까지 종합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공사는 지하매설물 관련 외부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해 1998년 이전에 설치된 열수송관의 보수 및 교체대상 선정기준을 마련하고, 열수송관 유지보수예산을 연 200억원에서 연 1천억원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공사는 "열수송관 관로점검과 감시시스템 점검을 맡은 외주 인력과 업무는 올해 안에 자회사로 전환(112명)하겠다"면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CCTV를 활용해 열수송관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안전관리 외주화 등을 2016년부터 본격화했기 때문에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도 당시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받았다. 공사 측은 지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1명이고 화상 등 부상자는 모두 55명이라고 확인했다.
황창화 사장은 "장례비를 지원하고 보상과 치료비 등을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유족 및 사고 피해자와 열공급 중단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다시 사죄한다"고 덧붙였다. 난방공사 관계자는 "온수관에는 보통 100도가 넘는 펄펄 끓는 난방용 물이 흐르고 있으며, 지표면에서 1∼2.5m 깊이에 매설돼 있다"며 "폭발형 사고는 예외적인 만큼 시민들이 너무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057091
11명 숨졌는데 과태료 '0원'…책임 떠안는 하청업체들 (SBS 뉴스, 백운 기자, 2018.12.13 20:30)
<앵커> 그런데 이렇게 하청업체 사람들에게 위험한 일을 맡긴 태안발전소는 정작 사고가 나도 별로 책임지는 게 없습니다. 하청업체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8년 동안 태안 발전소에서 많은 인명사고가 났는데, 발전소가 낸 과태료는 한 푼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백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태안 발전소의 하청을 맡으려면 '최저가 경쟁 입찰'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고 김용균 씨가 속했던 업체도 6개 업체가 달려든 경쟁에서 수주 예상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으로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소 인력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도록 내몰렸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태성/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 (화력발전소에서) 2인 1조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가슴 아팠던 건 우리 고인께서 헤드 랜턴조차 없는 일터에서 일을 하다가 사망을 하셨다는 겁니다.]
인명 사고가 나면 책임은 하청 업체가 져야 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태안 발전소에서 숨진 하청 노동자는 11명, 다친 노동자도 61명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원청인 발전소가 인명사고 때문에 물은 과태료는 한 푼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11월 하청 노동자가 숨졌을 때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과태료 1억 1천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인명사고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설비 미비 등을 이유로 부과한 것이었습니다. 그마저도 원청과 하청들이 절반씩 나눠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령고용노동지청 공무원 :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기본적으로 그 근로자에 대해서는 소속 사업장의 사업주가(하청업체)가 책임이 있거든요.]
인명사고가 나도 발전소 측이 입는 직접적 피해는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익을 많이 가져가는 쪽이 책임을 더 많이 지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성규/공인노무사 : 산재 사망이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정말 능력 없는 소규모 영세 업체에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짜 이득을 가져가고, 진짜 의사결정을 하는 원청 대기업에 그 책임을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청업체가 사고 책임을 모두 떠안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수익성에 하청 노동자의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지금의 상황은 절대 바뀔 리 없다는 지적입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94737&ref=A
얼마나 더 죽어야?…‘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5년간 방치 (KBS 뉴스 김연주 기자, 2018.12.13 21:16)
[앵커] 위험의 외주화를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하청업체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관련 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다른 쟁점 법안에 밀려 5년 넘게 법안 심의조차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요. 김연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는 법안은 2013년 5월 처음 발의됐습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불산 누출 사고로 숨진 게 계기가 됐습니다. 위험 업무에 대한 도급을 금지하고 사망사고가 나면 원청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는데, 해당 상임위에서는 법안 소위 안건으로도 못 올라갔습니다. 쟁점 법안에 밀린 탓이었습니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의원/2013년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발의 : "노동악법 5개 법안에 당시 정부와 여당이 집중을 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은 아예 논외가 돼 버렸죠."]
3년이 지난 2016년.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스무 살 비정규직 청년의 사망에 여론은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국회에서는 민주당에서만 7건의 법안이 나왔습니다. 정의당도 노동자가 사망하면 범죄로 간주해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냈습니다.
그런데 역시 법안 소위에서도 논의 한번 안 됐습니다. 논의 순위에서 뒷전이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의원 : "이런 사고가 계속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회가 결국은 기업 편에 서 있다는 것이고..."]
지난달에는 정부가 위험의 외주화를 골자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습니다. 그러자 경영자총연합회는 원청 책임을 확대하는 것이 과도하다며 반대 의견을 담은 책자를 국회에 냈고, 아직 상임위 소위는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13일) 대부분 정당이 고 김용균씨 사망에 애도를 표했지만,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이 언제 처리될 수 있을지, 기약은 없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214008007
20년 넘은 열수송관 203곳 이상 징후… ‘SOC 부실 관리’ 도마에 (서울신문, 세종 황비웅 기자, 2018-12-14 8면, 2018-12-13 22:18)
지역난방公, 전국 열수송관 긴급 점검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를 계기로 20년 넘은 열수송관 686㎞ 전 구간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을 실시한 결과 모두 203곳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이는 주변 지역과 섭씨 3도 이상 지열 차이가 발생하는 곳이다. 고양에 이어 서울 목동, 경기 안산까지 불과 열흘 새 잇따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황창화 지역난방공사 사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상 징후가 발견된 203곳 중) 지열 차가 커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16곳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굴착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세 누수가 발견된 1곳은 이미 배관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상 징후가 발견된 203곳 중 78곳은 서울 반포·상암·여의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울 강남(서초 일부 포함 18곳)과 경기 분당(49곳), 고양(일산 포함 24곳), 용인(15곳), 수원(7곳) 등 수도권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지방에서는 대구에서 12곳이 이상 지역으로 분류됐다.
황 사장은 “백석역 사고의 경우 열수송관 연결부 용접 부위가 내구성이 떨어져 파열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43곳은 내년 3월 말까지 직접 굴착해 전량 보수·교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긴급 점검을 마친 공사는 이날부터 내년 1월 12일까지 정밀진단을 추가로 실시한 뒤 1월 말까지 종합안전관리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는 11일과 12일에 발생한 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와 경기 안산시 고잔동의 온수관 파열 사고는 제외됐다. 목동은 서울시 산하 서울에너지공사가, 안산은 안산도시개발이 각각 맡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가구 기준 50%의 시장을 점유하고 나머지는 민간 회사들이 맡고 있다. 에너지공단에서 연 1회 민간 사업자들을 점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총 38개 지역난방사업자 가운데 32개의 민간 사업자가 있는데 지난 5일 합동 특별대책반을 꾸려서 민간 사업자들과 긴급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는 또 지난달 고양시 전체 열수송관을 대상으로 ‘기대여명’을 평가하는 위험현황도 조사를 했다. 총 1220개 구간(341㎞)의 10%인 127개 구간(34.1㎞)은 사용할 수 있는 기대여명이 ‘0년’ 이하인 위험등급 1등급으로 분류됐다. 실제 사고 구간도 기대수명(40년)보다 7년을 더 사용한 것으로 평가돼 사고 위험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황 사장은 이번 사고가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에 대해 “열수송관 관로 점검과 감시시스템 점검을 맡은 외주 인력(112명)과 업무는 올해 안에 자회사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유지보수 예산도 현재 연 200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81214003014
비정규직 年 2118명 목숨 잃는데… 국회, 보호법안 처리 ‘0건’ (서울신문, 김헌주 김진아 기자, 2018-12-14 3면, 2018-12-13 22:30)
멀고 먼 비정규직을 위한 나라
2013년 사내 하도급 금지법 통과됐다면 2016년 ‘구의역 김군 사고’ 막았을 수도
위험 외주화 방지법안 7개 등 반짝 발의, 경영계 반대· 다른 쟁점 막혀 폐기 수순
홍영표 “또 다른 희생 없게 서둘러 처리”
지난 11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 사망 사건의 배후에는 국회와 정부의 무책임이 도사리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목숨을 잃을 때마다 국회와 정부는 부랴부랴 비정규직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정작 국회의 문턱을 넘은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기 때문이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3만 3902명에 이른다. 해마다 노동 현장 사고로 2118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망자 대부분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위험의 외주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원청업체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위험한 일은 모두 하청업체에 떠넘기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억울하게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도 ‘위험의 외주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 법안을 내놓았다. 2013년 5월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동료 의원 17명과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과 관련해 상시로 행해지는 사내 하도급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도급인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라는 검토 의견을 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로 이 법안은 논의 테이블에서 조용히 사라졌고,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군이 사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는 김군 사고를 계기로 그해 6월 앞다퉈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으로 불린 7개 법안을 ‘패키지’로 국회에 제출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국민 안전과 밀접한 철도, 원전 유지 보수 업무 등을 도급 금지 항목에 포함하자고 요구했다. 정부 역시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의 도급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를 넘지 못했다. 경영계가 “도급 금지는 계약 체결 자유를 제약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선거 표’를 의식해 더는 밀어붙이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달 28년 만에 ‘도금 작업 등 위험한 작업의 도급 금지’를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들고 나왔을 때에도 다른 쟁점에 밀려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김용균씨가 ‘제2의 김군’이 되고 말았다.
정병욱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일부 작업만이라도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는 정부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단계적으로 전 산업에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우 금속노조 조직국장은 “파견법상 불법파견에 해당되지 않으면 외주화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면서 “정부가 강력히 처벌해야 하는데 지금은 사고가 나거나 고소·고발이 있을 때만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법안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집중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또 다른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야당과 협의해 서둘러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https://www.ytn.co.kr/_ln/0103_201812132253575024
'죽음의 외주화' 계속되는 동안 관련법 국회 계류 (YTN, 2018-12-13 22:53)
■ 진행 : 나연수 앵커
■ 출연 :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앵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살 청년 김용균 씨 사망 사고를 계기로 하청 노동자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미 국회에서는 3년 전에 구의역 19살 김 모 군 사망 사고 이후에 비슷한 산업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나와 있었습니다. 왜 처리가 안 되고 있는지 성토하는 목소리가 큰데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원님은 1991년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일을 하시다가 점검 차 나간 산업현장의 참담한 모습을 보시고 정치를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28년이 지나서 아직도 비슷한 환경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건데 이번에 사고를 보시면서 좀 신경이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한정애] 그러니까 제가 산업안전현장을 다녔던 게 제가 한 20년 정도를 다녔었는데요. 그때하고 지금하고 많이 바뀌고 있는 건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했었던 사고이기도 합니다.
앵커: 지금 어제, 그제 이 사고 소식 전해진 이후에 국회에서도 많이 분위기가 이쪽에 관심을 가지고 뭔가 해보려는 그런 분위기가 있죠?
[한정애] 네. 그렇습니다. 한 3년 전에 구의역 사고가 있었을 때 굉장히 많은 의원님들께서도 법을 내주셨고요. 그리고 마치 그때 이것이 될 것처럼 했었지만 실제로는 당시에는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반대를 하는 바람에 논의조차 되지 못했고요. 오히려 그 당시 박근혜 정부에서는 우리가 노동악법이라고 해서 한 5개 정도 되는 파견을 확대하고 하는 이러한 법을 통과시키기에만 급급해서 야당이었던 저희도 그 법을 좀 막는 데 바빴었고요. 그렇게 해서 해당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었습니다.
앵커: 지금 그 법안이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법률 개정안 지금 이 안인데요. 어떤 내용들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까?
[한정애] 일단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돼 있습니다. 우리가 하청 사업장이 뭐가 그렇게 힘들까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그냥 맡겨지는 일을 하면 될 거 아니냐라고 생각을 할 수 있는데 하청 노동자라고 하는 사람들 또는 하청업체라고 하는 사람들이 정말 쉽게 이야기하면 못 하나를 박을 수가 없어요.
앵커: 원청에서의 효과가 없으면.
[한정애] 왜냐하면 장비도 하청업체 장비가 아니고 설비 하나하나가 하청업체의 것이 아니고 원청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무언가를 예를 들어서 이게 안전상으로 굉장히 위험하니까 어떤 방어 장치 같은 것들을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먹어도 원청에서 그것을 허락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태인 거죠.
앵커: 그러니까 온전히 노동력, 인력만을 지금 제공하는 것이죠?
[한정애] 인력만을 제공하는 방식인데 그 일 자체가... 그런데 이런 것도 있죠. 원청은 자기 노동자들이 가서 일하는 곳이라고 하면 훨씬 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겠죠. 그런데 외주화시키고 그냥 하청업체가 하는 업무니까 안전하게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방식인 거죠. 그냥 우리는 외주를 줬으니까 당신들이 알아서 해라. 사고 안 나게 해라, 이게 그냥 조건이에요. 사고만 나지 않게 일만하라는 것인데 사고가 나지 않게 하려고 하면 사실 설비 자체를 당신들이 어떤 방식이든지 생산에 지장이 없다라고 하면...
앵커: 안전설비를 갖춰서...
[한정애] 그렇죠. 갖추어도 좋다. 또 하나는 그 비용을 우리가 부담을 하마. 또 설비 동작을 중지시키는 것을 겁내지 말라 이렇게 돼야 돼요. 대한화력발전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많은 장비들이 컨베이어벨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컨베이버벨트라는 게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렇게 보면 예를 들어서 벨트에 뭐가 끼어 있어서 아, 내가 손으로 빼내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게 아니라 빼려고 손을 집어넣는 순간 손이 같이 휘말려버리거든요. 생각보다 굉장히 빨리 돌아가기 때문에. 그래서 그렇게 동력이 전달되는 장치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에는 만약 무엇이 끼어 있으면 손으로 하지 말고 무조건 장비를 세울 수 있어야 되거든요. 그러면 장비를 세우는 것에 대해서 겁내지 않아야 돼요.
그런데 외주업체라고 하는 사람들이 예를 들어서 원청에서 별 큰 문제도 아니었는데 왜 장비를 세우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 다음에는 그러면 내가 비슷한 사건이 있을 때는 장비를 세우지 아니하고 어떤 식으로라든지 이거를 처리해야 되겠다라는 스스로가 위축된다고 할까요. 이럴 수가 있는 거죠. 그런데 아마 그런 방식의 업무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해당되는 김 군의 경우에는 위험한 상황이...
앵커: 세우려고 했는데 사람이 없었잖아요.
[한정애] 정지 장치는 여기저기 설치는 돼 있습니다. 컨베이어벨트를 세울 수 있는 장치는. 그래서 본인이 봤을 때 저게 문제가 되어서 내가 그러면 이 컨베이어벨트를 세우고 작업을 해야 되겠다라는 판단을 했으면 그 장비를 세웠으면 됐는데 문제는 내가 겨우 수습기간인데 3개월도 되지 않았는데 그리고 나는 정규직이 되려고 하면 1년이나 지나야지만 되는데 내가 이 장비를 세웠을 때 너 왜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세웠어라는 말을 들으면 혹시 나중에 문제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분명히 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비를 세우지 아니하고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라고 하면서 사실은 위험 속으로 들어가게 돼버린 거죠.
앵커: 직장생활 3개월차의 어떤 마음으로 그때 그렇게 위험한 작업을 했는지는 사실 직장 생활 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수가 있을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원청의 책임을 좀 더 무겁게 하고 그것을 담보하도록 법안에서, 법률안에서 규정을 하신 건가요?
[한정애] 지금 제가 낸 법안에는 원청의 사업바운더리라고 하는 원청의 공장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전에 대해서는 원청이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일단은 규정을 해 놨습니다. 우리가 내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것을 그게 아니라 내가 외주를 줬기 때문에 당신들이 책임지세요라고 하는 것은 방금 말씀을 드렸다시피 못 하나를 박지 못하는데, 그러면 권리조차 없는데 어떻게 할 거냐, 그러니까 안전과 관련해서는 원청이 책임을 지는 걸로 하고 만약에 사고가 났을 때는 지금은 원청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게 돼 있어요. 사고가 났을 때도 원청이 책임을 같이 병과해서 지게 돼 있고 우리가 또 하나는 악의적으로 동일한 사고가 반복해서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것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도 없어요.
그런데 동일한 재해가 반복해서 난다는 것은 사업주가 너무 관심이 없는 거고 전혀 안전에 대해서 확보를 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특정기간 내에 동일한 사고가 반복될 경우에 가중처벌할 수도 있다라고 하는 그런 근거조항도 마련을 한 법안이었는데 제가 사실 저 법을 19대 때도 냈었습니다.
앵커: 그때도 처리가 안 되고 지금 20대 때 또 냈는데 안 됐군요.
[한정애] 또 사실은 20대 국회 열리자마자 이것부터 준비해서 냈었던 것인데도 여전히 별 관심을 받지 못했고요. 그나마 문재인 정부에 와서는 사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좀 줄여보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17년 5월에 출범하고는 그해에 연구용역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근본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래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되는지라고 하는 것이 연구용역을 통해서 올해 초쯤에 나왔고요. 올해 초에 나온 거를 가지고 이제 노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입법 예고를 하고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니까 사용자들의 경우에는 굉장히 반발이 심하죠. 왜냐하면 원청의 책임을 이래저래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것들을 설득하고 또 노동계들을 설득하고 하는 그런 작업을 거친 뒤에 정부가 11월 달에 정부개정안을 또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기국회 마지막에 그러면 정부가 냈던 법과 여러 의원님들이 낸, 제가 낸 법까지 포함해서 이번에 산업안전법을 개정하는 것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했으면 좋겠다라고 요구를 했었습니다마는 탄력근로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된다라고 하는 것 때문에 탄력근로제를 처리하지 않으면 다른 법은 하나도 논의할 수 없다라고 해서 실제 산업안전보건법도 전혀 열어보지도 못하고 정기국회를 지나버렸죠.
앵커: 발의 날짜를 보니까요, 2016년 6월 7일이거든요. 그러니까 2년하고도 지금 반년이 훨씬 지난 상황인데 이게 국회에 계류중인 것이고 그래서 이렇게 안타까운 사고가 또 발생했습니다. 오늘 홍영표 원내대표가 법안 처리 빨리 하겠다, 이런 말씀을 하시던데요. 지금 어쨌든 여당 안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을 하고 다시 한 번 논의가 되고 있는 분위기인 거죠?
[한정애] 그렇습니다. 저희가 지난번 정기국회에서도 이것을 우선적으로 처리를 하자라고 요구를 했었던 법이기 때문에 임시국회가 열린다라고 하면 저희는 이 법은 반드시 처리해야 된다라고 보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국회가 물론 많은 여러 가지 사회적 상황들, 이런 것들을 제도화를 하지만 국민의 생명,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 이상 시급히 처리해야 될 법이 과연 뭐가 있겠는가. 예산안도 처리한 상황에서. 그렇다고 한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최소한 내년부터는 이렇게 이렇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 법만큼은 꼭 처리해야 된다고 봅니다.
앵커: 오늘 선거제 개편 걸고 단식 중인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이 법안 처리 연말 국회에서 해달라 이 얘기를 하시던데 가능할까요, 연내 안에 처리가 되겠습니까?
[한정애] 조금 걱정인 것은 자유한국당인데요. 오늘도 나경원 원내대표께서 탄력근로제를 또 들고 나오셨어요. 탄력근로제가 아니면 또 다른 것도 마치 안 되는 것처럼 말씀을 하셔서 저희가 환노위에서 얘기를 할 때는 탄력근로를 올해 처리 못 한 것에 대해서 홍영표 원내대표의 유감표명이 있으면 다른 법안들을 논의해 볼 수 있겠다라고 해서 제가 좀 홍영표 원내대표께 유감표명 해 주십시오라고 해서 오늘 공식적으로 사실 유감표명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나경원 원내대표가 다시 또 탄력근로를 또 얘기를 하시면서 저렇게 나오시면 이렇게 급하게 처리해야 되는 법에 대해서는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저는 의구심이 들고요.
탄력근로제의 경우에는 경사노위에서 당사자인 노와 사가 논의를 해서 한번 답을 찾아보겠습니다라고 해서 시간을 조금만 주십시오. 그것도 많이도 아니라 1월 한 달 정도 주십시오라고 했기 때문에 저는 국회가 이것은 기다려주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것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런 것들. 산업안전보건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금 탄력근로제 설명하신 것 지금 현재 상황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동시간제도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다음 주에 출범을 시켜서 여기서 논의를 하겠다는 것인데 지금 자유한국당에서는 12월 임시국회 때 탄력근로제를 논의를 따로 하겠다. 그러니까 별도로 하겠다는 것인가요?
[한정애] 별도로 하겠다는 게 사실 말이 조금 안 되거든요. 왜냐하면 당사자들이 모여서 당사자가 생각하는 안과 예를 들어서 지금 노동계가 걱정하는 것은 임금의 삭감이 될 우려 부분과 그다음에 내 건강권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장시간 노동이 될 가능성이 큰데. 그러면 그 건강권을 어떤 방식으로 보호를 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하는 것들에 대한 의사표명이라고나 할까요. 또는 제도와 관련된 여러 가지 방안들을 논의를 하는 건데 당사자들이 논의를 해서 충분하게 합의가 되는 지점으로 해서 가지고 온다라고 하면 국회가 그것을 처리하는 게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국회가 논의를 한다라고 해도 그러면 우리 마음대로 논의를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노동계 의견도 들어봅시다라고 그러면 경영계 의견을 또 들어봅시다라고 할 텐데 그렇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라는 거죠. 그냥 경사노위에서 논의를 오히려 해서 그 결과물을 합의서를 받아서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제가 보니까 시간도 절약하고 훨씬 더 효율적인 국회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봅니다.
앵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지금 탄력근로제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데 이것보다는 시급한 문제는 조금 먼저 처리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고요.
[한정애] 그렇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발의된 개정안 이외에 혹시 여기에 들어있는 내용 이외에 워낙 급한 문제라고 하시니까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들 특히 비정규직 또 하청 노동자한테 집중되는 위험한 문제들을 좀 방지하기 위해서 제도적으로 좀 어떤 것들이 보완이 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세요?
[한정애] 가장 큰 부분은 지금 정부가 낸 정부개정법률안에도 포함이 돼 있는데요. 일단 위험한 작업 경우에는 외주화를 하지 말고 외주화가 아니라 원청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하고 그리고 그 외의 여러 가지 업무들을 물론 사내에서 외주화를 할 수는 있습니다. 사내 하청을 줄 수는 있습니다마는 하청을 준다라고 하더라도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원청이 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게, 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라고 하면 나중에 저는 원청이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우리가 결국은 해당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도 해야 되고 안전권을 보호를 해야 된다라고 하면 이것을 하청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하는 것까지도 갈 수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건강한 노동력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데요. 특히나 저출산 시대에. 그렇다고 하면 일하는 노동자들이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노동 손실이 일어나지 않는 방식으로 일선 현장에서 계속 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정말 중요하다라고 보고요.
다시 한 번 부탁드리지만 우리 야당에서 좀 대승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발 조건 걸지 마시고, 이런 저런 조건 걸지 마시고 이것만큼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부분이고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니까 이것만큼은 아무 조건 없이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 이렇게 천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이번에 여러 가지 사고도 있었고요. 이건 정말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귀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 주시지 않을까 싶은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같이 국회의원들 머리를 맞대달라고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겠습니다.
[한정애]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의원님, 마지막으로 지금 19대, 20대에서 계속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을 하시면서 여러 가지 법안들을 발의를 하셨습니다. 감정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법안 실제로 처리가 된 것도 있고 아직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것들도 있는데 그래도 좀 저희가 희망을 얻고 싶거든요. 지금까지 우리 노동환경이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방향으로 나아지고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부분 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정말 쉽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두 가지 부분 하나씩 짚어주신다면요?
[한정애] 그래도 20대 국회 들어서 또 문재인 정부 들어서 저희가 했던 게 말씀하신 것처럼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도 법안을 환노위에서는 만장일치로 지금 올렸습니다만 법사위에서 계류가 돼서 좀 안타까움이 있는데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처리하면서 우리 환노위에서 안타까운 게 이런 게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가 양진호 회장 건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처벌 조항이 안 들어가 있습니다. 그렇고 사업주가 예를 들어서 정말 악의적으로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이렇게 했을 때 아무런 처벌조항이 없어요. 그래서 처벌조항을 넣는 것에 대해서 야당 일부에서 반대를 해서 처벌조항은 들어가지 아니하고 그냥 의무조항 정도로, 권고사항 정도로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해야 될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다 정도만 된 것이죠. 그런데 지금 보시다시피 양진호 회장의 경우에는 본인이 사업주가 괴롭히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이런 사업주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역할까지를 방기하고 문제를 만들어내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조항을 포함했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된 것이 좀 안타까워서 그 부분들은 조금 부수적으로라도 저희가 법안을 또 다시 개정안을 내서 처리하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산업 현장의 여러 가지 위험한 상황들, 죽음까지도 초래할 수 있는 이런 위험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밑으로 내려가는 이런 구조, 국회에서 꼭 바꿔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함께했습니다. 의원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한정애] 고맙습니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103712
동료에게 시신 수습 시킨 서부발전…시신 옆에서 벨트 돌리기도 (참세상, 박다솔 기자 2018.12.13 23:05)
[인터뷰] 고 김용균 씨 동료 “협소한 곳에서 헤드랜턴도 없이 일하다 사고당해”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기계정비산업기사와 설비보전기사 등 어려운 자격증을 취득한 꿈많은 청년. 군 제대 후, 6개월간의 구직 끝에 어렵게 직장을 구한 입사 3개월 차 사회 초년생. 사망하기 직전까지 쉬지 않고 작업장을 돌아다니며 낙탄을 처리했던 노동자. 불과 일주일 전인 12월 6일, 동료들과 함께 생일을 맞이했던 24살의 청년. 태안화력 9·10호기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이야기다. 김 씨의 동료들은 ‘위험의 외주화’가 노동자를 죽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죽음 이후의 비인간적 조치들에 대해 분노했다. 고인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던 동료 A씨를 만나 사망 전후의 조치들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들은 왜 분노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인과 어떤 관계였나?
특별한 인연이 있어서 형, 동생하던 사이였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밖에서 함께 술도 마시고, 지난주 고인의 생일도 같이 보냈다. 축구도 함께 하면서 친해졌다. 대학교 다니면서 기계공부하고, 정비공부해서 기사 자격증까지 딴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죽음 이후의 조치들이 어땠나?
고인은 11일 오전 3시 23분 동료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발견자가 방제센터에 연락했고, 방재센터는 중앙제어실에 연락하고, 관리자들이 서부발전에 연락을 돌리는 동안 1시간이 지났다. 이후 경찰이 과학수사대를 대동하고 와서 점검을 다하고 119를 불러서 시신을 수습했다. 119에서 2명, 방제센터에서 2명 밖에 없으니 인원이 모자란다며 팀원들을 불러 시신 수습을 시켰다. 알려진 바대로 시신 상태가 좋지 않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저녁을 함께 먹은 동료의 시신을 처리하라는, 그런 쓰레기 같은 조치를 한 거다. 더군다나 시신을 그대로 둔 상태로 옆에 컨베이어벨트를 정비해 돌리게 했다. ‘방제센터에 연락했으니, 먼저 이것부터 돌려야 한다’고 시킨 거다. 시신 수습까지 3시간이 걸렸다. 최초 발견자의 경우 현재 트라우마가 심하다.
-이런 잘못된 조치들을 책임져야 할 곳은 어딘가?
하청, 원청 누구도 책임을 피하지 못할 거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선 사망자의 동료자, 시신 수습한 사람들을 만난 게 아니라 서부발전 측 사람들하고 돌아다니다가 일이 끝났다며 가버렸다. 고인의 유족이 쫓아가서 항의했더니 그제야 심각성을 인식한 것처럼 보였다.
-시신이 4시간 이상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늦게 발견된 원인은 뭔가?
고인은 10일 오후 9시 35분쯤 섹터를 점검하겠다고 연락했다. 원래 섹터 한 바퀴 도는데 3, 4시간이 걸리니까 그동안은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고인과 근무지가 겹쳤던 최초 발견자가 일 때문에 연락했지만, 워낙 분진이 심하고, 소음이 심하니 못 들었겠거니 하고 혼자 일을 했다. 하지만 새벽 1시가 되도 돌아오지 않길래 전원이 찾으러 나섰다.
-점검하는 섹터를 혼자 도나?
발전소라는 게 석탄을 이송하기 때문에 분진이 심하고, 기계가 계속 돌아가니 소음이 심할 수밖에 없다. 절차서를 보면 분진이 심하고 소음이 심한 곳은 2인 1조로 다니게 돼 있는데 전 섹터가 그런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이 절차서의 존재 자체도 모르고 있었다. 그냥 위에서 시키니까 일을 한 건데, 고인의 경우 여기가 첫 직장인데 얼마나 열심히 했겠나. 경찰이 CCTV로 고인의 동선을 파악했는데, 정말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후레쉬를 비추고 낙탄 처리하는 일을 반복했다. 서부발전에서 꼬투리를 잡고 싶어도 그렇게 못 할 거다.
-작업은 얼마나 위험한가?
컨베이어 벨트는 1000톤짜리를 분당 45m 이송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rpm이 2000이 넘어간다. 그냥 옷이 끼면 바로 끌려들어가 갈리는 거다. 작업 공간이 넓지도 않다. 넓으면 설비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굉장히 협소하다. 그곳에서 랜턴으로 불을 비추며 일을 해야 하는데 손으로 들고 하는 게 힘드니 헤드랜턴을 요구해도 안 사주는 업체였다. 고인은 헤드랜턴을 지급 받지 못해 손으로 들고 일했다. 삽을 써야 하는데 한 손에 랜턴을 들어야 하니 그게 일이 되나? 또 마스크와 헬멧를 쓰면 시야가 굉장히 좁아진다. 잘 보고 해야 하는데 분진이 날리니 보호 안경을 착용한다. 그런데 업체가 자기들 입맛에 맞는 싼 안경을 사서 지급하다 보니 그 안경을 안 쓰는 노동자도 태반이다. 습기가 차서 오히려 안 보이는데 누가 쓰겠나.
-이런 사고들이 자주 일어나나?
굉장히 많다. 작은 사고들은 얘기도 못 하고, 어딘가 부러지고, 손끝이 잘려야 하청에서 처리하는 수준이다. 하청도 산재 처리를 안 하려고 갖은 수를 다 쓴다. 지난해 11월 태안화력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도 그렇지 않았나. 사고 덮으려다 근로자가 찍은 사진 한 장으로 공론화가 된 거다. 사망자가 구급차에 실려 가는데 그걸 숨기고 통제하고 다 막아놓은 것을 현장 노동자가 사진 찍어서 알렸다. 이번 일도 동료들이 자기 직을 걸고 말하기 시작했기에 알려진 게 아닌가 싶다.
-고인의 부모님은 어떻게 계시나
서부발전, 한국발전기술 사람들이 분향소에 오려고 하면 어딜 들어오냐고 내쫓고 계신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발전기술 모 임원이 처음 와서 한 말이 ‘이 친구가 너무 열심히 일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는 막말이었다. 시신을 확인한 부모에게 그게 할 소린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참담함을 느꼈다.
-원청인 서부발전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우리가 문제제기 하는 것에 대해 은근히 압박이 들어오는 것 같다. 오늘 저녁, 서부발전이 우리 출퇴근 기록부, 업무지시서, 일지를 다 가져갔다. 우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려는 것 아니겠나. 을의 입장에서 보면 그 자료를 보면서 노동자 잘잘못을 따지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압박도 된다.
-계약서에도 서부발전의 눈치를 보는,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발전기술과 맺은 근로계약서를 보면 갑의 회사, 즉 서부발전에서 근로자 개인을 안 좋게 보면 잘리게 돼 있는 부분이 있다. 서부발전에서 퇴사하길 원하면 퇴사해야 한다고 계약서에 박아놨다. 그리고 올해부턴 인원을 확 줄였다. 15명으로 돌아가던 과가 지금은 12명, 딱 최소의 인원으로 유지된다. 이렇게 인원을 축소할 때 노동자와 어떤 협의도 없었다. 갑의 위치에서 그저 시키면 업체는 따르고, 하청 노동자들도 따라야 했다.
“우리 아들은 잘못됐지만, 너희는 부디 안전하게”
한편, 13일 고 김용균 씨의 유가족과 노동조합이 노동부 관계자, 산업안전공단, 태안화력 서부발전 관계자 등과 함께 사고 현장을 조사했다. 유족은 서부발전 관계자에게 “신고는 왜 늦게 했나” “혼자 일하도록 지시를 다 내려놓고 관리감독은 누가 한 거냐”라고 따졌지만 관계자는 “지시는 우리가 내릴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휴게실 앞에서 고인 또래의 동료를 끌어안고 “우리 아들은 잘못됐지만 너희는 안전하게 일해야 한다”라며 오열했다.
고인의 동료들은 서부발전 원청이 현장을 훼손하고 산재 축소를 시도한 흔적들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석탄이 쌓여있던 현장이 안방처럼 깨끗해졌다”라며 증언하며, 현장에 있는 화이트보드가 티끌 하나 없는 점 등이 수상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앞서 태안화력 시민대책위는 노동부 보령지청과 면담을 진행하고 △사망조사에 노동조합참여 및 유가족 현장방문 △사망재해 발생 장소에 대한 부분 작업중지를 전면 작업중지로 변경 △작업해제심의위원회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전문가 참여 및 회사 안전보건계획서 제출시 노동조합 합의 △특별근로감독 실시 및 노동조합 참여(12월 17일부터 2주간) 및 종합안전진단 명령시 노조추천 단체 지정 △동료들 트라우마 치료 즉시 실시 등을 약속 받았다.
태안화력 시민대책위는 14일 유가족과 함께 진행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법적 작업 환경, 원청의 사고 축소 은폐 흔적 등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 원인을 사진과 함께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4381.html
4년전에도 똑같은 ‘비정규직 참변’…변한 게 없다 (한겨레, 박기용 기자, 2018-12-14 05:00)
2014년 보령화력 발전소에서
홀로 밤근무하던 아기 아빠도
컨베이어에 끼여 숨진 채 발견
안전 위한 2인1조 도입은 외면
사고 사망자 10%가 ‘기계 협착’
화력발전소 안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졌다. 한 사람은 2018년 12월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24)씨, 또 다른 사람은 2014년 11월18일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숨진 30대 초반 박아무개씨다. 박씨는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딸아이를 둔 아빠였다.
날짜와 장소만 달랐을 뿐, 두 사고는 닮은꼴이었다. 두 발전소는 직선거리로 60㎞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깝다. 박씨의 죽음 뒤 4년이 흘렀지만, 위험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비상정지장치(풀코드)만 설치됐을 뿐이다. 그조차 2인1조 근무 체제가 도입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억울한 죽음이 반복됐다.
13일 <한겨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14년 보령화력발전소 사고 조사보고서를 입수했다. 보령화력발전소(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 내 탈황설비에서 현장운전원으로 일하던 박씨는 2014년 11월18일 밤 9시20분께 건물 3층에서 김용균씨처럼 컨베이어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도 김씨처럼 발전소 운전·정비 업무를 하청받은 한전산업개발 소속 비정규직이었다. 그도 김씨처럼 담당구역 순찰, 설비 운전상태 점검 등을 했다. 둘 다 4조2교대로 일했다.
사고가 일어난 당일 박씨는 야간 근무였다. 저녁 6시30분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7시에 퇴근할 예정이었다. 탈황설비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인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곳이다. 컨베이어벨트가 황산화물 제거 때 쓰이는 석고를 운반한다. 김용균씨가 컨베이어에서 낙탄(떨어진 석탄)을 제거하듯이, 박씨도 중간중간 컨베이어벨트 위 석고의 움직임을 바로잡아줘야 했다.
박씨도 김씨처럼 홀로 죽음을 맞았다. 사고 목격자도 없었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은 고장나 있었다. 박씨는 컨베이어벨트 바로 옆 통로의 안전난간을 넘어 벨트 위로 올라갔다가 넘어져 기계 안으로 말려들어간 것으로 사고 조사보고서는 추정했다. 김용균씨와 달리 주변에는 ‘풀코드’(레버를 당겨 기계를 정지시키는 장치)도 없었다.
사고가 일어난 이후 조사를 맡았던 근로감독관 등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비 등의 작업을 할 때는 기계 운전을 정지해야 하고(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92조), 비상정지용 장치를 설치해야 하며(규칙 192조), 이상을 발견하면 제어실 담당자에게 연락해 설비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쪽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컨베이어벨트 모든 곳에 비상정지용 장치를 설치할 수는 없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가 되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안법상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해서 노동자가 숨지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피의자의 1%도 되지 않는다.
박씨와 친하게 지냈다는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사고 뒤에 안전난간과 비상정지장치가 추가 설치됐지만 석고나 석탄을 제거할 때마다 컨베이어벨트를 멈출 수는 없는 일이고, 분진 때문에 폐회로텔레비전으로 작업자 안전을 모니터링하기도 어렵다”며 “2인1조로 일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령화력발전소 박씨의 죽음이, 태안화력발전소 김씨의 죽음을 막는 교훈이 되지는 못했다.
박씨와 김씨처럼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지는 이는 해마다 7~8명에 이른다. 지난해 기계·기구에 몸과 옷이 끼여 숨진 노동자는 102명이었다. 해마다 1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이렇게 숨진다. 전체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 가운데 끼임(협착) 사고 사망자는 10명에 1명꼴로 ‘추락’ 다음으로 많다.
이용득 의원은 “경제적 효율만 따진 민영화와 외주화로 노동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 수익구조가 열악한 하도급 업체들은 인력을 줄이고, 안전 설비에도 충분히 투자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런 구조를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74380.html
[단독] ‘2인1조’ 내부지침 있었지만…원청·하청업체 스스로 뭉개 (한겨레, 송경화 최하얀 기자, 2018-12-14 05:00)
우원식 의원 하청업체 자료 입수
‘소음·분진지역 2인1조 점검’ 적시
원청업체 승인하고도 “통상 1명 근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24)씨 소속회사인 한국발전기술이 ‘설비 순회점검 구역 출입 시 2인1조로 점검에 임한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11일 새벽 혼자 밤샘근무를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기계를 멈출 수 있는 한명만 있었어도 목숨을 살렸을 것”(‘풀코드’ 당길 한 사람만 있었어도…그는 살았다)이라는 안타까움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발전기술이 ‘2인1조’ 지침만 제대로 지켰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겨레>에 공개한 한국발전기술의 ‘석탄취급설비 순회점검 지침서’를 보면, 한국발전기술은 설비 순회점검의 ‘안전·보건 사항’에 “점검 구역의 소음 지역 및 분진 지역 출입 시는 2인1조로 점검에 임하도록 한다”고 적시했다. 한국발전기술은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에서 석탄취급 설비 운전을 위탁받은 하청업체다.
이 회사 연료운영팀에서 일하던 김씨는 컨베이어벨트 작동 현황을 살피고 기계에 떨어진 석탄을 치우는 ‘낙탄 제거’ 업무를 해왔는데, 노동조합은 작업의 위험성을 근거로 회사 쪽에 줄곧 ‘2인1조 근무’를 요구해왔다. 두명이 함께 있어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풀코드’(긴급하게 컨베이어벨트를 중지시키는 장치)를 당기는 등 서로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발전기술은 ‘단순 업무’라며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체 지침도 무시했다. 홀로 일하던 김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 쪽은 경찰 조사에서 ‘근무 매뉴얼에 2인1조 근무 원칙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 내부 지침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검토 및 승인을 통해 완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서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관련 팀들의 검토를 거쳐 2017년 4월 최종 승인을 받았다.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11일 <한겨레>에 “오버홀(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진행하는 계획 정비) 중에는 2인1조를 반드시 구성해 다니게 돼 있지만, 정상 운영 중에 순찰할 경우에는 혼자 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한국서부발전이 승인한 ‘내부 지침’ 내용이 드러나자, “(2인1조) 지침은 있지만, 점검은 과거부터 통상 1명이 다녔다”고 말을 바꿨다. 또 “현장에선 순찰까지 2인1조로 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원청업체의 방조 아래 노동자들이 위험한 ‘1인 근무’에 내몰린 셈이다.
우원식 의원은 “하청업체가 작업의 위험성을 감안해 ‘안전·보건 사항’으로 2인1조를 규정해놓고도 비용 절감을 위해 현장에선 이를 지키지 않아온 탓에 이번 사고를 막을 최소한의 기회를 놓친 것”이라며 “특히 원청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이 지침을 승인까지 해놓고 ‘2인1조 지침을 몰랐다’고 하는 둥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ttp://www.nocutnews.co.kr/news/5075961
24살 청년 노동자에 떠민 '죽음의 외주화' (CBS노컷뉴스 김민재 기자, 2018-12-14 05:00)
하청노동자 아무리 죽고 다쳐도 원청은 '나 몰라라'
정부,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 시작…아직 갈 길은 멀어
하청 산재에 대한 원청 책임·처벌 명시한 28년 만의 산안법 전부개정
처벌의 '하한선' 되살리고 위험작업에 대한 도급 금지 범위 확대해야
태안 화력발전소 사망사고를 낳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정부는 원청과 하청의 산업재해를 통합 관리하고 원청의 산재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통합 관리를 위한 통계 작업도 쉽지 않은데다, 원청기업이 빠져나갈 구멍이 곳곳에 숨어있어 아직 남은 과제가 더 많아 보인다.
◇정부,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 추진하지만…통계 범위·신뢰도 등 남은 과제 산적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총 12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2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2주 간격으로 안전사고가 일어나 노동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등 최근 3년 동안 4건의 사고로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원청인 태안 화력발전소는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책임지고 처벌을 받기는커녕, 정부로부터 무재해 사업장 인증까지 받아 정부로부터 5년간 산재보험료 22억여원을 감면받았다.
사망한 노동자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기 때문에 산재 통계가 하청업체에만 남을 뿐, 원청인 태안 화력발전소 사업장의 산재 기록으로는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원·하청 산업재 통합관리제도를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제조·철도·지하철 업종 가운데 원청의 상시 노동자 수가 1천명 이상인 사업장 119곳을 선정, 원청의 산재 지표에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의 산재까지 포함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2차, 3차 하청에 하청이 재하청을 낳는 국내 현실에서는 어디까지 원하청 산재를 통합관리할 범위로 봐야 하는지부터 불분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박종식 연구원은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에 사업장에 들어와서 납품하는 하청업체도 포함해야 하는가. 2차·3차 하청 등을 어떻게 다룰지는 애매한 문제"라며 "물론 법으로 정하기 나름이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세하고 폐업도 잦은 하청업체 자료를 원청이 단순 합산해 보고하는 방식이다보니 통계 결과의 신뢰도마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청 산재에 대한 원청 책임·처벌 명시한 산안법, 실효 거두려면…
게다가 하청업체의 산재가 아무리 많아도 그 자체만으로는 원청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거나 처벌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 이를 감안해 정부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대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안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부개정안이다.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전부개정될 산안법 개정안에는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 외에도 원청, 발주자(건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배달앱 사업주도 산재 예방을 위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이러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 뿐 아니라 원청업체의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이를 어길 경우 하청업체 고용주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아울러 노동자 사망사고에서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면 현행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했던 처벌 기준을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높였다.
하지만 노동계는 "애초 법 개정의 취지가 대폭 훼손됐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입법예고 당시 고용노동부가 구상했던 개정안의 수준에서 크게 후퇴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최명선 안전보건국장은 "그동안 산안법 23조, 24조의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하던 것에 비하면 많이 진전된 것"이라며 "개인을 처벌하고 기업을 양벌규정하면서 벌금이 너무 낮던 것을 분리해 벌금을 매기도록 한 점도 높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래 산안법 개정안에는 1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하도록 했는데, 국무회의를 거치며 이 부분이 사라졌다"며 "사실상 형사처벌의 하한형이 없다면 상한형을 7년에서 10년으로 늘려도 의미가 없는, 면피성 조항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산안법 위반 혐의로 열린 형사재판 건수는 총 5109건, 이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0.5%인 28건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인 3413건이 벌금형에 그쳤고, 액수도 겨우 4~500만원 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사망 산재 사고에는 반드시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국장은 "원청업체 안에서도 현장관리직만 '꼬리자르기' 식으로 처벌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산안법 개정안에도 경영진도 처벌할 수 있는 기초 근거를 마련했지만, 더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 원청 경영진이 확실히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개정안에 도급이 금지된 유해·위험한 작업 범위가 너무 좁다"며 "이미 '위험의 외주화' 금지 범위를 더 넓힌 의원발의안이 발의된만큼 도급금지 범위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81213005080
비정규직→정규직, 중소기업→대기업…계층이동 사다리 무너져 [김현주의 일상 톡톡] (세계일보, 김현주 기자, 2018-12-14 06:00:00)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세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 11일 새벽 석탄 이송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인이 된 김씨는 발전소 현장설비 하청업체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2인 1조 근무가 원칙인데도 혼자 어둠 속에서 야간 근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6년 5월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정비용역업체 비정규직 김모(당시 19세)군이 숨진 사고와 유사합니다.
당시 입사 7개월밖에 안 된 김군은 2인 1조 근무 매뉴얼과 달리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변을 당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제주시의 한 음료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졸업반 이모군이 나홀로 근무를 하다 제품 적재기에 끼여 숨졌습니다.
통계청 발표기준 8월 현재 임금노동자의 33%에 달하는 661만4000명이 비정규직입니다. 새 정부 출범 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지시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였지만, 현장에선 진통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되풀이되는 사고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을 내세워 안전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최저가에 낙찰한 하청업체가 비정규직을 쥐어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사고부터 철저히 원인을 밝혀 원청·하청업체 가릴 것 없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구의역 참사 때도 원청과 하청의 책임 떠넘기기 식의 촌극을 보며 국민은 환멸을 느꼈습니다.
물론 고용 유연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는 어렵다'는 기업 현장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대다수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주체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는 현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젠 전면적으로 비정규직을 보듬어야 할 때입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임금 차별을 해소해 동일임금 동일노동을 실현하고,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작업장 안전 강화 역시 최우선 과제입니다. 특히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영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외되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다 사고로 숨진 김모(24)씨의 빈소가 차려진 충남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는 12일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오전 마련된 빈소엔 전날 야근을 하고 퇴근한 직장동료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찾아와 조문하고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전 일찍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김씨 직장동료와 노조 관계자들을 만나 사고 경위를 들었습니다. 이어 재발방지책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방안을 놓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오후에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조규선 전 서산시장 등과 함께 빈소를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으며, 송낙문·전재옥 태안군 의원도 조문하고 돌아갔습니다.
고인이 다닌 협력업체 임직원 등은 오전 일찍부터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려 했으나 직장동료 등의 저지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강문대 대통령비서실 사회조정비서관과 고용노동부 직원들도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이들은 조문 후 김씨 직장동료와 노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앞으로의 처리절차 등을 이야기하고, 하청업체 비정규직의 어려움 등을 청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원들이 "형식적인 설명회 등은 필요 없다"며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는 등 고성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빈소를 지키고 있던 직장동료와 노조 측은 이날 오후 2시 인접한 서부발전 본사를 찾아가 정문 앞에서 '고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김씨 부모가 참석해 생전의 아들 모습을 회상하고 "우리 아들 살려내라"고 외치면서 오열해 집회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를 잡은 김씨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하청회사에) 들어가게 된 것은 고용이 안 됐기 때문이다. 여기저기 서류 내며 반년 이상 헤맸다"며 "대통령께서 고용 책임지겠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나는 우리 아들밖에 보고 살지 않았다. 다른 욕심도 없었는데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고 흐느꼈습니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0분쯤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운송설비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근무 도중 숨지는 인명사고 반복…'위험의 외주화' 해결돼야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여 만에 또다시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 도중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데 대해 전문가들은 안전 관리를 어렵게 하는 '위험의 외주화'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인명사고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김씨가 맡은 업무는 현장 운전원이었습니다. 석탄운송설비 점검 야간 근무 도중 사고를 당했는데요. 2인1조 근무가 원칙인 위험 업무였지만 그의 옆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요구한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사람이 늘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국정감사에서 이미 태안 화력발전소의 동료들을 정규직 시켜주지 않아도 좋으니 죽이지만 말라고 요구했다"며 "사측은 공장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시신만 수습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유족들이 굉장히 화가 나 있다"고 힐난했습니다.
이번 사고는 2016년 5월28일 일어난 '구의역 사고'와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19)군은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 점검에 홀로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습니다. 만성적 인력부족으로 김군 역시 늘 홀로 여러 건의 작업을 도맡아야만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생명을 앗아간 사고의 근본 이유는 위험 업무의 무분별한 외주화라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외주화를 하고, 외부자의 업무 수행이다 보니 정규직에 비해 잘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법 개정을 통해 위험 업무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실질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착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인가요?"
한번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머물러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향하던 계층이동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박광용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10일 황인도 한은 차장, 전병유 한신대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대응: 해외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엔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박 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임금 근로자가 1년 후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2004~2005년 3.6%에서 2015~2016년 2.0%로 하락했고,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15.6%에서 4.9%로 급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갈수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고착화된다는 뜻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로 본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심화됐습니다. 1980년대 초 1.1배에 불과하던 대규모사업체(종업원 300인 이상)와 중소업체 임금격차는 2014년 1.7배로 확대됐습니다.
대규모사업체 임금 프리미엄 추정치는 이 기간 중 6.3%에서 46.1%로 급등했습니다. 임금 프리미엄은 근로자의 경력, 학력, 연령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대규모사업체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더 받는 임금을 의미합니다.
비정규직 임금은 2000년대 중반 정규직의 62%에 불과했으나,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소폭 개선되면서 지난해 70%대로 상승했습니다. 이를 통해 국내 노동시장의 분절성이 그만큼 강해졌고, 이에 따른 양극화도 심화됐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갈수록 심화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건강한 시장 형성에 치명적이라 서둘러 이를 개선해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면 생산성이 저하되고 소득불균형이 심해져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구조를 개선하려면 산업이나 업종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되도록 하고, 임금과 작업방식을 유연화하는 기능적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박 위원의 주장입니다.
연구팀은 스웨덴이나 네덜란드의 사례를 예로 들며 장기간 사회적 논의를 거친 합의에 따라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스웨덴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추구하는 연대임금정책 추진으로 임금 불균형을 크게 축소시켰습니다. 네덜란드는 여러 차례의 사회적 협약을 통해 네덜란드식 유연안정성 모델을 정립함으로써 효과를 봤습니다. 연구팀은 "우리도 이런 사례를 참고해 노사정 모두가 참여하여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비정규직법 사각지대' 법의 보호받는 기간제·파견 근로자 감소
최근 정부가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규직 비중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정규직법 사각지대'가 드러났습니다. 법의 보호를 받는 기간제·파견 근로자는 줄어든 반면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용역, 도급 등 기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박우람·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달 19일 '비정규직 사용 규제가 기업의 고용 결정에 미친 영향'이라는 제목의 KDI 정책 포럼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2002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근거하면 비정규직이란 무기계약·전일제를 핵심 요소로 하는 정규직 이외의 모든 고용 형태를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지난해 8월 기준 임금근로자의 32.9%가 비정규직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중 기간제가 14.7%, 시간제가 13.4%, 용역이 3.5%, 파견이 0.9% 등입니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7년 7월 비정규직법을 시행했습니다.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칭하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과 큰 틀에서 가장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에 제한을 두고 차별적 처우를 개선코자 한 것이 골자입니다. 기간제 근로자는 2년 이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돼야 하며, 파견 근로자 역시 2년 초과 근무 시 직접 고용돼야 합니다. 시간제·기간제·파견 근로자에 대한 차등 대우는 노동의 질·강도, 권한 및 책임의 차이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만 허용됩니다.
KDI가 한국노동연구원의 1~4차 연도(2005년, 2007년, 2009년, 2011년) 사업체 패널조사 자료를 사용해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기업의 고용 결정에 변화가 있었는지 관찰한 결과, 규제 대상인 기간제·파견 근로자의 고용 비중이 줄고 정규직 비중이 늘었습니다. 다만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용역, 도급 등 기타 비정규직의 비중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법 시행 이전 기간제·파견 근로자의 비중이 여타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10%포인트 높은 사업장의 경우 법 시행 이후 정규직 고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약 11.5%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기간제·파견직 등 법의 테두리 내에 있는 비정규직의 고용 비중은 53.3% 줄었지만, 기타 비정규직의 고용 규모도 10.1% 함께 증가했습니다.
노조가 있는 경우 이러한 역기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유(有)노조 사업장에선 법 시행 후 기타 비정규직이 16.4% 증가한 반면,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선 6.9%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정규직 증가 효과는 유노조 사업장(8.2% 증가)보다 무노조 사업장(12.6%)에서 더 두드려졌습니다.
◆대기업 정규직 전환에 더 소극적
노조 유무 자체보다는 이를 포함한 근로 조건의 경직성 정도가 더욱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규모가 크고 근로조건 변경이 어려운 기업일수록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16년 9월 무작위로 선정된 50인 이상 사업체 1000곳의 최고경영자 및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사용 기간(2년)이 만료된 기간제의 무기계약직·정규직 전환 계획 및 처우 등을 설문조사한 결과, 취업 규칙 및 단체 협약 변경 등 근로조건 변경이 어려울수록 전환 가능성이 떨어졌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이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박우람 위원은 "사용자가 평가한 근로조건 경직성 등을 통제할 때 노조 유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및 전환 이후의 처우와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면서도 "노조가 있는 대규모 사업체일수록 근로조건 변경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 유무는 근로조건 변경 경직성을 통해 비정규직 수요와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DI는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의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비정규직 수요 자체에만 집중할 것이 아닌, 근로 조건 자체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박윤수 연구위원은 "그간의 비정규직 정책은 주로 비정규직 사용을 얼마나 규제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사실 동전의 양면인데, 항상 정규직은 다수를 차지하고 정치적 힘도 강하다 보니 비정규직을 얼마나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만 반복돼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법적 규제만으로는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고 법의 보호를 받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간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며 "규제만이 항상 모든 해법은 아니다. 규제가 갖는 순기능과 역기능의 크기는 정규직의 유연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남용을 계속해서 규제하되 정책을 양쪽으로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전통적인 노동 유연성의 개념을 '고용'에서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으로 확장해 근로자가 필요로 하는 고용 안정성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노동 유연성을 균형 있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http://imnews.imbc.com/replay/2018/nwtoday/article/5066068_22669.html
컨베이어 세울 사람만 있었어도…'효율'이 빚은 참사 (MBC뉴스 남재현 기자, 2018-12-14 06:33)
◀ 앵커 ▶ 태안 화력발전소 사망사고와 관련해서 만약 컨베이어 끼임 사고 현장에 누군가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아쉬움의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2인 1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비용절감이라는 핑계가 이를 막고 있습니다. 남재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석탄 가루로 뒤덮인 컨베이어벨트 점검 현장에서 숨진 신입사원 김용균씨는 늘 혼자 일했습니다.
[故 김용균 씨 동료] "분진이 날리면서 랜턴 빛에 다 붙어서 랜턴이 없으면 올라가기 참 까탈스러운 공간이거든요."
잃어버린 모자 랜턴을 다시 지급해 달라고 말도 못했던 김 씨에겐 휴대전화 손전등이 유일한 길잡이였습니다.
[故 김용균 씨 동료] "손전등 랜턴으로 비추고 (작업을) 하다보니까. 좀 더 가까이, 좀 더 가까이 하다보니까 사고가 난거죠…."
동료들은 옆에 누군가 있어 컨베이어벨트 멈춤 버튼만 눌렀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故 김용균 씨 동료] "순찰이나 안전점검 같은 거 할 때 이렇게 돌발 사고가 터지면 옆에서 누구 하나가 보고라든지 응급처치를 해야 되는데…."
2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에서 19살 김모 군이 숨졌을 때도, 지난해 제주에서 17살 밖에 안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목숨을 잃었을 때도, 혼자가 아니었다면 살 수도 있었을거란 탄식이 나왔습니다.
[조영희/故 김용균 씨 사망 진상규명 시민대책위] "힘들고 위험한 업무는 외주화 하고 비용절감만 외쳤던 발전소 운영이 하청 노동자를 죽음에 몰아 넣고 있다."
위험에 노출된 하청 업체 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외침은 이윤과 비용절감을 위한 위험의 외주화라는 벽에 늘 가로막혀 있습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664
이 죽음 앞에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매노,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2018.12.14 08:00)
지난 화요일 비보가 날아들었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이었다. 연이어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있었지만, 또다시 청년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소식에 가슴이 턱 막혀 오면서 먹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에 석탄 발전설비 운송 컨베이어벨트 가동 상태를 점검하다가 기계에 끼여 숨진 것이다. 숨을 거두고도 홀로 4시간 넘게 방치돼 있었다. 화력발전소에서 2인1조로 하던 일을 2015년부터 경쟁입찰로 하청업체에 외주화하면서 혼자서 감당하게 됐다. 이로 인해 컨베이어벨트 점검 중에 빨려 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기계를 멈출 사람이 없었고 수시간 방치된 것이다. 심지어 며칠 전에 안전모 랜턴을 분실한 김씨는 계약직 신입사원이었기 때문에 감히 추가 지급을 요청하지 못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휴대전화 손전등에만 의존하고 있었다고 한다. 입사 석 달 만의 참극이다. 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2010년부터 12명이 사망했다. 매해 쉬지 않고 재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망자가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로 무재해 사업장 인증을 받고 산업재해보험료 22억원을 감면받았다는 부분에서는 당당한 몰염치와 탁상행정에 기가 찰 뿐이다. “정규직은 아니어도 좋으니 일하다 죽지는 않게 해 달라”는 동료 노동자의 절절한 호소가 얼마나 더 계속돼야 하는지 가슴이 아프다.
지난달부터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KT 아현국사 화재 사고, KTX 경강선 탈선사고에 이르기까지 안전보다는 비용절감을 우선한 결과가 위험신호처럼 반복해 나타나 있다. 종로 국일고시원 참사에서는 건물주가 임대료 등의 문제를 이유로 스프링클러 설치를 거부했고, 화재로 인해 고시원에 사는 18명의 생명이 희생당했다. 서울 서북권과 고양 일대 통신망을 책임지는 KT 아현국사에는 관리자조차 배치되지 않았다. 서울의 4분의 1이 통신 마비를 겪으면서 112·119 같은 긴급 신고전화도 먹통이 돼 환자가 목숨을 잃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KTX 경강선 탈선사고에서는 신호케이블이 오래전부터 반대로 꽂혀 있었다는 황당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하마터면 대참사로 번질 뻔한 사고 원인 중 하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리는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월호 참사부터 4년, 구의역 사고부터 2년, 한국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얼마나 더 많은 사건의 이후가 필요한 것인지 두렵지 않을 수 없다.
촛불이 타오르고 정권이 바뀌고서는 많은 청년들이 가졌던 기대가 그러한 것이다. 지난 ‘적폐’는 걷어 내고,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새 정부에 대한 기대로 결집돼 있던 것이다. 새 정부 2년차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정부와 국회가 촛불 이후로 안전보다 비용을 우선해 온 흐름에 얼마나 제동을 걸었는가를 돌아볼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는 ‘위험의 외주화’와 ‘기업살인’을 막기 위한 법·제도 정비가 기업 부담을 이유로 하는 보수야당 반대로 막히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도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에 관한 논의가 실종되고 정치적 공방으로만 소모됐다. 노동중심 사회를 말했던 문재인 정부도 최저임금 논란과 같이 점진적일지라도 개혁 목표와 일관성이 실종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2022년까지 논의하기로 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갑자기 연말에 연내 입법해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은 이를 잘 보여 준다.
청년들에게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한창 회자됐던 때가 불과 3년 전이었다. 세월호 사고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여러 사건에 대한 환멸과 연이어 터져 나오는 문제에도 변하지 않는 사회를 보는 청년들의 자조와 무기력을 표현한 말이다. 촛불이 바꾼 변화와 함께 여전히 바뀌지 않은 강고한 구조 앞에, 다시 ‘헬조선’을 생각해 본다. 지금이라도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남아 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죽음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국가와 기업이, 그리고 한국 사회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660
서부발전 청년노동자 죽음 부른 위험의 외주화 멈추려면 (매노, 편집부, 2018.12.14 08:00)
한국서부발전의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한국발전기술 계약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서부발전에서 하청회사인 발전기술 계약직 노동자로, 나홀로 작업을 하다 숨졌다는 점에서 2016년 구의역 김군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구의역에서 청년노동자가 고장난 센서를 고치러 전동차가 다니는 스크린도어 안쪽에 들어갔듯, 서부발전 청년노동자는 석탄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가 멈추자 원인을 확인하려 목숨을 걸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죽음, 하청노동자의 비극은 언제쯤 그칠까.
또 ‘안전’문제로 접근한다면 죽음의 외주화는 계속된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안타깝게도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묘책, 비방(秘方)은 없다. 문제 자체가 구조적이고 한국 사회를 굴러가게 만드는 시스템과 관련한 것이라 근본적이고 총체적 개혁만이 이와 같은 죽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묘책이 아니라 정공법, 비방이 아니라 모두가 다 알지만 바꾸지 못하는 그것을 건드려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안전’ 문제로 봐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단순히 안전 문제로 접근할 때, 앞선 많은 사례가 그러했듯 현장의 관행과 문화, 개인의 문제로 축소된다. 진정한 변화는 없이 요란한 구호만 넘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 뻔하다. 무분별한 외주화 문제와 효율성 잣대로만 접근하는 일자리 대책, 사람을 기계처럼 대체가 가능한 존재로 인식하는 현장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 사회에서 이와 같은 사건은 자리만 바꿔 반복될 것이다.
고용구조와 조직을 운영하는 원리, 노동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더 이상 청년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일이 없어진다. 청년일자리를 늘리기만 하면 무엇하나, 저임금, 고위험, 불안정 일자리는 청년들의 수명만 단축할 뿐이다.
하청업체에 안전 맡기면 산재은폐만 반복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의 97%는 하청노동자들에게 발생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원청과 하청업체가 갑을관계에 있기 때문에 사고를 은폐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발전소는 안전수칙을 위반할 경우 작업자를 퇴출하고 업체에 경고를 준다. 2회 이상 반복되면 해당 작업에서 퇴출한다는 서약서를 받기도 한다. 노동자 사망이 아니면 안전사고가 나도 산재요양 신청을 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한다. 산재은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발전소의 연료환경설비·경상정비는 가장 힘든 일이어서 정규직 노동자들이 꺼리는 업무다. 공공기관의 민영화·외주화 정책이 확대되면서 공공성보다는 공공기관이 돈벌이에 나서게 되면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원청이 하청에 안전조치를 잘 하라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 하청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으려면 고용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사가 직접고용해서 설비운영 책임을 직접 질 때만 가능하다. 하청업체에 맡겨서는 아무리 개선하라고 해도 결국 산재를 은폐하는 결과만 나올 게 자명하다. 노동자 안전을 위해서는 발전소 직접고용이 가장 빠른 길이다.
외주화 금지 범위 확대 산업안전보건법 통과시켜라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결국에 이렇게 되고야 말았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와 원청 책임·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법안이 경총·자본의 반대와 국회의 정치공방으로 표류하는 동안 또 한 명의 20대 청년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2013년 외주화 금지와 처벌 강화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이래 사고 때마다 앞다퉈 각종 법안이 발의됐지만 그때뿐이었다. 2010년 이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12명이 죽어 나갔지만 현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외주화가 없어지지도 않았고, 원청이 책임을 지거나 처벌받지도 않았다. 노동자만 죽어 나갈 뿐이었다. 과연 누가 이 청년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인가.
현재 국회에 이송된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은 도급금지 범위가 협소하고, 산재사망 하한형 처벌과 건설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산재사망 하한형 처벌이 삭제되는 등 입법예고 당시보다 많이 후퇴됐다. 경총과 건설협회를 비롯한 사업주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후퇴한 것이다. 그럼에도 경총과 전경련은 전부개정안 반대를 더욱 강화하면서 핵심적인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매년 2천400명이 죽어 나가는 현실에 대해 “지금 이대로”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유해위험 업무 도급금지 범위를 확대하고, 정기적으로 확대하는 조항이 추가돼야 한다. 또한 건설업 불법하도급 사망과 산재사망에 도입됐던 하한형 처벌이 입법예고당시로 원상 복귀돼 국회에서 즉각 통과돼야 한다. 원·하청 수탈구조가 아닌 외국의 법·제도와 비교하거나, 원청·하청 책임 운운하며 현실을 호도하거나, 처벌 강화를 반대하는 사업주단체와 보수 전문가·법조계 주장은 하청노동자 죽음의 행진을 방조하는 것일 뿐이다. 아울러 선도적으로 진행돼야 할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빈 수레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즉각적인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비정규직, 하청업체, 20대, 나 홀로 작업 끔찍한 평행이론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부소장)
2016년 5월 스무 살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지하철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2018년 12월11일 스물네 살 청년이 세상을 떠났다. 이번에는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업무 중 사망, 20대의 꽃다운 나이라는 공통점 말고도 이 두 사람에게는 ‘하청업체 소속’ 이라는 꼬리표가 하나 더 붙는다. 끔찍하고 잔혹한 평행이론이다.
구의역 사고 이후 우리는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추모의 물결을 타고 ‘기업살인법’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여전히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서부발전은 ‘위험의 외주화’가 얼마나 잔인한지를 보여 준다. 지난 5년간 서부발전의 태안·서인천·평택 등의 발전소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5명, 부상자는 39명이나 된다. 이 중 95.5%인 42명이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다쳤기에 서부발전은 44명이 사망했거나 다쳤지만 무재해 인증을 받았고 산재보험료 22억4천679만원을 감면받았다. 그야말로 위험의 외주화가 벌어다 준 돈이다.
사망한 청년의 어머니는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희망도 없다”고 울부짖는다. 이 울부짖음에 대한 답은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국회에 계류돼 있는 원청에 책임을 묻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이제는 끔찍한 평행이론을 끝낼 때다.
철저한 재해조사로 안타까운 사고 재발 막겠다 (고광훈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장)
젊은 노동자가 끔찍한 사고로 목숨을 잃어 너무 안타깝다. 현재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소에 대한 특별감독에 착수했고, 서부발전과 작업방식과 설비가 비슷한 발전 5개사 본사와 12개 석탄화력소에서도 긴급 안전보건 실태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철저한 재해조사로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고용노동부는 도급인(원청)의 하청노동자 안전조치 의무 장소를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도급인이 하청노동자 안전조치와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수준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사고를 접하고 나니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빨리 통과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원청이 안전·보건조치 규정을 잘 지킬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넓혀 나가겠다. 앞으로 특별감독 등을 전담할 산업안전감독관이 확충되는데, 사업장에 적정한 지도·감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95041&ref=A
[뉴스 따라잡기] 24살 비정규직의 죽음…여전한 ‘위험의 외주화’ (KBS뉴스, 김병용 기자, 2018.12.14 08:31)
[기자] 사흘 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근무 중이던 2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로 숨졌습니다. 비정규직이었던 고 김용균 씨는 야간에 혼자 일하다 사고를 당했는데요. 2인 1조 근무 규정 위반부터, 그동안 위험 우려는 계속 제기돼 왔다 등 예견된 사고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어제저녁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요.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난 24살 고 김용균 씨를 추모하는 자리입니다. 한 쪽에는 분향소도 마련됐습니다.
[이기문/경기도 안양시 :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나와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왔죠."]
[차홍선/서울시 서대문구 : "이런 일이 고쳐지지도 않고, 더 심화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너무 슬프고……."]
사고는 사흘 전 새벽이었습니다. 저녁 6시쯤 출근해 야간 근무를 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 씨가 새벽 3시 반쯤 숨진 채로 발견되었는데요. 석탄운송설비 점검 중에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협력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점검하다가 이송되던 컨베이어 벨트에 접촉이 되다가 어디서 끌려간 것 같아요."]
첫 직장을 얻어 근무한 지 3개월 남짓. 처음으로 품안에서 떨어졌던 아들은 그렇게 엄마 곁을 떠났습니다.
[故 김용균 씨 어머니 : "잘 지냈다고 거기서도 잘 지낸다고 그리고 문자를 마지막으로 한 것도 있는데……. 공부도 알아서 하고 무엇이든지 엄마, 아빠하고 상의하고 너무 나무랄 데 없는 애예요. 그런 애가 저희한테 없어요. 이제는……."]
구직활동 반 년 만에 태안발전소에 입사했지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이들은 공중의 생명, 안전과 밀접한 '필수유지업무'가 아니라며 정규직 전환도 배제돼왔습니다.
[故 김용균 씨 어머니 : "애가 힘들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너 거기서 나오는 게 안 낫겠냐고 그랬는데 경험 쌓는다고 갔기 때문에 조금 버텨보겠다고 얘기하더라고요."]
하지만, 갑자기 숨진 채 발견된 김 씨의 모습에 어머니도, 동료도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故 김용균 씨 어머니 : "이건 말이 안돼요. 우리나라 선진국이라고 하면서 이런 환경에서 일하게 만드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요."]
[이성훈/故 김용균 씨 동료 : "너무 착했죠. 자기가 할 것을 성실하게 하고 깔끔하게 하려고 끝까지 하려고 그러다 보니까 거기에 휩쓸려서 이런 사고가 난 거죠."]
한발 더 나아가 동료들은 예견된 사고였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김 씨의 업무는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 벨트가 잘 돌아가는지 순찰하면서 떨어진 석탄을 빼내는 일.
[故 김용균 씨 동료/음성변조 : "(컨베이어) 롤러가 계속 돌고 있는데, 돌고 있는데 (석탄을) 이렇게 끄집어내려 하다가 낄 수도 있고 말려 들어갈 수도 있고 그런 업무죠."]
하지만, 이런 업무에 입사 석 달이 안된 김 씨는 2주 교육 뒤 투입됐습니다.
[故 김용균 씨 동료/음성변조 : "안전 교육도 더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것도 하나도 없고 그냥 넣어놓고 보는 거예요."]
2인 1조 근무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故 김용균 씨 동료/음성변조 : "2인 1조였으면 사고 당할 일도 없어요. 남이 이렇게 도와주고 해야지 벨트 멈출 수 있고 그런 거니까……."]
[이성훈/故 김용균 씨 동료 : "너무 무섭고 위험하죠. 생각해 보세요. 그 큰 기계를 혼자 가서 청소하다가 잘못되고 운전하다 잘못되면 누가 옆에서 도와주냐고. 아무도 없잖아요."]
때문에 직원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2인 1조 등 근무 여건 개선 요구를 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故 김용균 씨 동료/음성변조 : "많이 돌아오는 게 그냥 돈이 없다. 이런 이야기. 그러면 저희 입장에서는 아 돈이 없구나……."]
이에 대한 회사 측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협력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일상 점검은 혼자 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해 왔죠."]
서부발전 측은 세부 업무 규정은 하청업체 측에 맡겼다는 입장인데요.
[한국 서부발전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쪽에 매뉴얼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요. (협력업체에) 업무절차서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에 규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고 처리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확인 1시간여가 지나서야 경찰 신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국 서부발전 관계자/음성변조 : "서로 신고를 한 줄 알고 경찰신고를 제때 못한 그런 측면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태안 화력발전소의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2년부터 모두 10건에 이르는데요. 공교롭게도 숨진 노동자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 때문에 재해기록은 남지 않았습니다. 최근 3년만 해도 4명이 숨졌지만, 3년째 무재해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인건비를 싸게 하기 위해서나 아니면 고용을 좀 더 유연하게 정리하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쓰지만 사고 위험까지 전가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이러한 일들이 빈번한 것이죠."]
김 씨의 동료들은 과연 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까요?
[이성호/故 김용균씨 동료 : "그 건물 이제 못 올라가요. 거기 어떻게 올라가서 어떻게 이 일을 해요, 제가."]
[이태성/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 "이제 위험의 외주화는 없습니다. 모든 외주화는 죽음으로 연결됩니다. 경쟁입찰이라는, 발전소의 민영화라는 그리고 또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는 분명히 중단되어야 합니다."]
구의역 사고 이후 다시 2년 만에 반복된 청년 노동자의 죽음. 하지만, 이같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법안은 최초 발의 5년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5939
조선·동아 사흘째 김용균을 위한 지면은 없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2018년 12월 14일 금요일)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동아 사흘째 김용균씨 소식 한 건도 보도 안해…한겨레·경향·서울신문 1면 보도
24살 청년 김용균씨가 산재 사고로 숨진 지 4일째다. 하지만 김씨 장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씨 죽음과 관련한 문제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서다. 왜 신고가 늦어졌고 왜 사고 뒤에도 방치됐는지 등 책임 소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김씨 원청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용균씨 죽음을 은폐하려 언론동향부터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9월 김씨는 태안 화력발전소 설비 하청업체 한국서부발전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생애 첫 직장에서 밤샘 근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14일 자 9개 중앙일간지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 서울신문이 1면에 일제히 이 소식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12면에 이 소식을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사설로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씨가 숨진 11일부터 14일 현재까지 김씨 관련 기사를 지면에 단 하나도 보도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용균씨 죽음 은폐하려 언론동향부터 챙겼다”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13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김용균씨 추모 촛불집회 사진도 함께 실었다.
신문은 “서부발전이 지난 11일 김씨 사망사고 이후 작성한 보고서에는 언론보도 동향 항목이 있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의 죽음을 원청인 서부발전이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서부발전은 사고 신고를 40분가량 늦게 해 이 시간에 대책회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조치 내용’ 항목에 오전 3시50분에 경찰에 신고하고 오전 4시35분에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 신고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도 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 “4년 전에도 똑같은 ‘컨베이어 참변’…변한 게 없다”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한겨레도 13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용균씨 추모 문화제가 사진도 1면에 실었다.
한겨레는 김씨 말고도 지난 2014년에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하다 숨진 딸아이 아빠 30대 초반 박아무개씨 사연도 보도했다. 한겨레는 “날짜와 장소만 달랐을 뿐, 두 사고는 닮은꼴이었다. 박씨의 죽음 뒤 4년이 흘렀지만, 위험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비상정지장치(풀코드)만 설치됐을 뿐이다. 그조차 2인1조 근무 체제가 도입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억울한 죽음이 반복됐다”고 썼다.
신문은 1면에 이어 3면에서 “2명 중 1명이 또 다른 ‘김용균’… ‘사고 현장 무서워서 못간다’”와 “‘2인1조’ 내부지침 있었지만… 원청·하청업체 스스로 뭉개”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1면에 “그가 스러져도… ‘혼자’ 컨베이어벨트를 돌았다”라는 제목을 달고 김씨와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경향신문은 “김씨는 전날 새벽 혼자서 근무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었고, 벨트를 비상정지시켜줄 사람이 없어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20대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공분을 일으켰다. 위험한 작업은 2인 1조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게 사망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 ‘위험의 외주화’가 근본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김씨의 죽음 뒤에도 동료들은 똑같이 ‘혼자’ 일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씨의 사망 소식 이후 사흘 연속 한 건도 이 소식을 지면에 보도하지 않았다.
http://www.peoplepower21.org/Labor/1601990
[논평] 계속되는 ‘위험의 외주화’, 예견된 비극을 막지 못한 국회와 정부는 책임 통감해야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2018.12.14 10:13:25)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故 김용균 님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
국회는 조속히 노동안전 입법 추진하고, 정부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 권고 이행 등 적극적인 행정조치 취해야
2018.12.11. 새벽,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홀로 설비를 점검하다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비극적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비정규직 노동자 故 김용균 씨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번 사고 뿐만 아니라 2015년 강남역 정비노동자 사망사고, 2016년 구의역 정비노동자 사망사고, 2017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사고, 2018년 CJ대한통운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사고 등은 오로지 이윤을 극대화하고 단기 성과를 높이기 위해 위험을 외주화한 결과이다. 하지만 산업안전 보호입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역시 노동안전을 위한 행정 조치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발전소 노동자의 죽음은 예견된 비극이었던 것이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는 정부와 국회가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노동안전 법안을 입법화하고 행정 조치를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언제까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치할 것인가. 언론에 따르면 고 김용균 씨가 속한 하청업체는 원청업체인 한국서부발전에 작업 시설이 위험하다며 올 한해 28차례나 화력발전소 시설 개선을 요구했지만 묵살되었다고 한다. 故 김용균 씨 스스로 생전에 불법파견 책임자에 대한 처벌, 정규직 전환 시 직접고용 요구 등을 주장하는 캠페인에 함께했지만 제대로 입법적, 행정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또 다시 황망한 사고의 희생자가 되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와 국회는 그제서야 앞다투어 관련 입법과 대책을 내놓지만, 시간이 지나 관심이 사라지면서 제도개선은 유야무야되는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국회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정부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의 권고를 적극 이행하는 등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를 적극 취해야 할 것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181214062100063?input=1195m
4년 전 보령화력서도 태안화력과 유사한 사고 있었다 (태안=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2018-12-14 11:17)
2014년 11월 하청업체 소속 30대 노동자 작업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져
"2인 1조 근무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안 돼 사고 반복"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숨진 김용균(24) 씨 사고와 유사한 사례가 4년 전 다른 화력발전소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11월 태안화력발전소처럼 충남 서해안에 있는 보령화력발전소에서도 하청업체 소속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날짜와 장소만 다를 뿐 두 사고 상황이 너무도 똑같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참변이 발생했는 데도 위험에 내몰린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무체계 및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등에 따르면 2014년 11월 19일 오후 9시 20분께 충남 보령시 오천면 보령화력발전소 7·8호기에서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박모(31)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박씨는 석회석의 이산화황을 제거한 뒤 석고를 이송하는 탈황설비서 설비 등을 점검하는 원전원으로 일했다. 고 김용균 씨도 운전원이었고,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혼자 야간 근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한 점도 같다. 4년 전 보령화력에서는 사고 직후 설비가 멈추면서, 박씨가 동료에 의해 비교적 일찍 발견됐던 점 정도만 김씨 사례와 다르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김씨와 박씨가 거의 똑같은 사고로 숨졌다"며 "2인 1조 근무 등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안타까운 목숨이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박씨와 김씨 모두 설비를 점검하는 운전원이었으며, 다만 박씨는 탈황설비에서, 김씨는 석탄을 취급하는 설비에서 일했다는 점만 다르다"고 말했다.
이 간사는 이어 "보령화력에서 사고가 난 뒤 해당 설비 주변에 펜스가 설치된 것 외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먼저 생명부터 보호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ttp://www.naeil.com/news_view/?id_art=298237
'용두사미' 국회입법에 비정규직 죽어난다 (내일신문, 구본홍 기자, 2018-12-14 11:51:24)
이슈 불거지면 앞다퉈 법안 발의하지만 '흐지부지'되기 일쑤
'위험 외주화 방지법' 통과됐다면 김용균씨 희생 막았을 수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국회의 '용두사미'식 입법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위험을 떠넘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법안이 진작 통과됐더라면 아까운 희생이 반복되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발의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은 10여개에 달한다. 상시적이고 위험한 작업의 하청을 금지하거나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사고발생시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들이다.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던 김 모군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여야 각 당은 앞다퉈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안'들을 발의했다. 그해 6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위험한 업무의 하청을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8월에는 당시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위험사업장에 대한 원청기업의 산업재해예방조치를 의무화하고 사고발생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놨다. 소병훈, 신창현 민주당 의원과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도 유사한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숨지면 기업에 형사처벌과 벌금을 부과하는 '기업살인법'도 4건이 발의됐다.
올 10월말 정부가 내놓은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에도 원청사업주가 안전조치를 해야 할 범위를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위반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 구의역 사고 직후만 해도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은 쉽게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사고가 나도 원청업체가 책임지지 않는 부당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컸던 까닭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반대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현안에 우선순위가 말리면서 이들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STX조선해양 폭발사고, 포스코 냉각탑 가스질식사 등 힘없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사망하는 사고는 계속됐다.
문제가 발생하면 정치권이 당장에라도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할 것처럼 나서지만 결국은 흐지부지되고 마는 일은 반복돼왔다. 올초 사회적 이슈가 됐던 '미투'는 대표적인 예다. 서지현 검사의 성희롱 피해 고발로 '미투' 바람이 불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야정치권은 연일 '미투법안'을 쏟아냈다. 미투와 관련돼 발의된 법안은 100여건이 넘는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1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데이트폭력 등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를 담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안이 처리되는 등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투 관련 대부분 법안들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성폭력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전공의법 개정안, 학교 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과 사립학교법 개정은 국회 계류중이고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사항을 노사협의회 협의 사항으로 명시토록한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법 개정안, 사업주의 성희롱이나 징계 미조치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법 개정안 등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유치원 3법'도 한국당의 반대로 정기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에서 '유치원 3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한국당과의 이견이 큰데다 선거제도 개혁 문제로 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의 공조도 어려워 연내 통과가 불확실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유치원 3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209587
4년전 보령화력서도 유사사고…“2인1조 적용 안돼, 비극 반복” (중앙일보, 박광수 기자, 2018.12.14 12:03)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컨베이터벨트에 몸이 끼는 사고로 숨진 가운데 이와 유사한 사례가 4년전 다른 화력발전소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1월 19일 오후 9시 20분 충남 보령시 오천면 보령화력발전소 7‧8호기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박모씨(31)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했다. 박씨는 석회석의 이산화황을 제거한 뒤 석고를 이송하는 탈황설비 등을 점검하는 운전원으로 일했다.
숨진 김씨 역시 운전원이었고,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발생 일자와 사망 장소만 다를 뿐 상당 부분 유사하다. 심지어 혼자 근무하다 사고를 당한 점도 비슷하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는 “김씨와 박씨와 거의 똑같은 사고로 숨졌다”며 “2인 1조 근무 등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이태성 간사는 “박씨와 김씨 모두 설비를 점검하는 운전원이었고, 다만 박씨는 탈황설비에서 김씨는 석탄을 취급하는 설비에서 일했다는 점만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보령화력에서 사고가 난 뒤 해당 설비 주변에 펜스가 설치된 것 외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먼저 생명부터 보호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95999
"사건 터져야 잠깐 관심" 국회서 잠든 '위험의 외주화' (오마이뉴스, 18.12.14 14:26 l 조혜지(hyezi1208))
'사업주 책임 강화' 앞에서 멈춘 산안법... 홍영표 "임시국회서 반드시 처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한 지 벌써 1년 반, 구의역 스크린도어에서 꽃다운 목숨을 잃고 제도 개혁을 약속한 지 2년 반이 되었는데 그동안 뭐했냐는 질책에 할 말이 없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국회는 반성문을 쓰고 있다. 산업재해 사고로 사지에 몰리는 비정규직 문제, 즉 '위험의 외주화'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해 온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전 을지로위원장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을 하며 그렇게 외치고 주장했던 일을 여당이 되어서도 이루어 내지 못한다면... 잠을 이루기 어렵다"고 썼다.
2016년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 중 비정규직 청년이 홀로 사망한 구의역 사고와 쌍둥이 사례인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여론의 화살은 국회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 법만 통과 됐더라면 죽지 않았다'는 매서운 질책도 함께였다.
"상임위 문턱도 못넘고 제자리 걸음"
특히 지난 11월 발의된 사업주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을 비롯해, 유해·위험 업무를 하는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보장한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률안' 등 산재 법안들이 줄줄이 소환됐다. 모두 만년 대기 상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라도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처리하자고 야당에 제안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재사고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출돼 있는데, 이번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해찬 대표는 당장 내주 당정 협의를 통해 산재 사고 근절을 위한 입법 논의를 진행할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최근 들어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많이 발생해 안타깝기 그지없다"면서 "당에서도 비정규직 사업 현장에 대해 잘 점검하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인 남인순 의원은 통계를 가져왔다. 남 의원은 "공공운수노조 조사 결과 5개 발전사에서 9년간 발생한 산재 사망 40명 중 37명이 하청 노동자였다고 한다"면서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 조치 위반의 경우 원청의 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국회서 통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진 최고위원은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한 "여전히 (관련 법안이)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못 넘고 28년 만에 정부가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도 제자리걸음이다"면서 "나경원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2년 전보다 못한 한국당
자유한국당은 관련 사고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같은 날 원내대표 및 상임위원장 간사단 연석회의 등 회의는 물론 공식 논평에서도 문제 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 2년 전인 구의역 사고 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밝힌 반성과 비교해 봐도 현저히 다른 모습이다.
당시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은 2016년 6월 7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들이 구의역에 붙인 포스트잇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면서 "작은 종이에 희생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죄송해야 할 주체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 위원장은 또한 "새누리당이 비정규직,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새누리당이 약자를 위해 일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도록 더 치열하게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에도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발의한 바 있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처리가 더딘 이유를 사용자 측의 반대와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발목 잡기'에서 찾았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반짝 관심을 갖는 언론과 정치권의 태도에도 쓴소리를 던졌다.
한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원청 책임을 강화한 방식에 대한 법안 작업이 들어갔고, 올해 2월 입법 예고를 했는데 사용자 측의 반대가 심해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면서 "지난 11월 정부안을 도출했다. 자유한국당이 탄력근로제 등을 가지고 또 조건을 걸면 어렵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원이 2013년 제출한 사업장의 산재 발생 건수와 재해율 공표를 의무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한 의원은 또한 "(사고가 발생해) 갑자기 이슈로 떠오르는 현상도 불편하다"면서 "평소에는 관심도 갖지 않다가 사건이 터져야만... 계속해서 사고는 나고 있다. 이슈가 잠잠해지면 또 (해결 노력이) 없어져서야 되겠나.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게 줘야 할 약속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7년 11월 '위험의 외주화' 해결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업주와 노동자의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권했다. 근로 계약에 따라 원청, 하청의 책임을 모호하게 두는 대신, 모든 노무에 대해 산재 책임과 보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책임강화 방안 마련 및 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원청 측은 산재에 따른 경영상 손실 등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하도급 관계를 맹목적으로 선호하면서도, 그 관계를 근거로 산재 위험에 대한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산재 발생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23&oid=156&aid=0000024586
[논평] 또 다시 발생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청춘의 비극,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 2018-12-14 16:10)
지난 11일 새벽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다시 발생한 안타까운 비정규직 젊은이의 비극적인 사고 앞에 비통한 심정이다. 故 김용균씨의 명복을 빌며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들을 잃게 되신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안타까운 故 김용균씨의 사망사고는 불과 2년 7개월전 구의역 김군의 죽음과 닮아있다. 당시 김 군은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 비정규직원으로서 업체의 ‘접수 뒤 1시간이내 출동을 완료’ 한다는 규정 규정을 맞추느라 ‘2인1조’ 수칙을 따르지 못했다. 서울메트로는 김군이 ‘2인1조’를 지키지 못해 일어난 사고라고 김군의 과실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김용균씨의 사망사고 또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사망원인으로 김씨 개인의 규정위반을 지적하고 있지만, 현장노동자들은 ‘2인1조’ 근무만 지켜졌어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청업체의 현실은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낙찰을 받기위해 금액을 낮출 수밖에 없었고,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에 ‘2인 1조’ 운영이 되지 못하면서 고 김용균씨의 안전은 지켜지지 못했다.
원청과 하청사이 위험 업무 떠넘기기와 무리한 제반여건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하루하루 사지로 내몰고 있어 개선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산업통장자원부는 올해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 수립을 발표하고 ‘발주자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10개월이 지나도록 ‘안전관리 가이드라인은 초안 작성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정부가 손을 놓고, 원청은 위험부담과 책임을 하청으로 돌리는 사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직원들은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채로 매일 죽음까지 걱정하며 일하고 있다.
더 이상 비정규직 청춘의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이 담보된 근무환경 마련에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141638001&code=940100
김용균씨 사망현장 조사 공개 “3억 때문에… 살인 병기 속에 우리 아들이…” (경향, 전현진·권순재 기자, 2018.12.14 16:38:00)
김씨 부모 “열악한 환경에 말문이”
발전소 측 사고 위험성 알았지만
설비 개선 비용 3억원 이유 무시
사고 시각도 늦게 신고 은폐 의혹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사고를 당한 작업 현장에는 늘 죽음의 위협이 도사렸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과 김씨가 소속된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은 사고 위험성을 알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3억원의 돈이 추가로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김씨 동료 ㄱ씨는 전국공공운수노조와 발전비정규연대회의가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사망사고 현장 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에 나와 사고 현장을 직접 설명했다. ㄱ씨와 주최 측은 “노동자들이 28차례 작업 현장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지만, 서부발전에서는 ‘이렇게 고치는 데 3억원이 드니 다른 방법으로 고쳐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ㄱ씨는 “낙탄(떨어진 석탄) 때문에 발생하는 분탄(석탄가루)이 쌓이면 기기 회전에 영향을 줘 컨베이어벨트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며 “사고가 난 지점은 분탄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라 기기 개선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낙탄과 분탄 발생을 근본적으로 줄여 위험한 작업·노동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요구였다. 서부발전은 ‘바큠 클리너’라고 불리는 호스 형태의 흡입 기기만 시공했다. 김씨는 비좁은 공간에서 막대한 양의 낙탄과 분탄 제거 작업을 혼자 하다 사고를 당했다. 노동자들이 요구한 기기 개선이 이뤄졌다면 참담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주최 측은 사고 경위와 원인도 설명했다. 김씨는 10일 2인1조로 일해야 하는 작업장에서 휴대폰 조명에 의지해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10일 오후 6시30분쯤부터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 주위의 낙탄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낙탄 제거 작업은 600m 이상 이어진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 밑으로 나 있는 수십개의 구멍에 들어가야 할 수 있다. 상체를 집어넣어 기기에 이상이 있는지 소리를 듣고 낙탄을 제거해야 한다.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옷깃이 조금만 끼어도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 동료 ㄱ씨는 이런 위험의 근본 원인을 지적한 것이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발전소 측이 경찰 신고 시간 조작 등 사고를 은폐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 정책국장은 “발전소 측은 경찰에 신고한 시간을 11일 오전 3시50분이라고 밝혔는데, 실제 경찰에 신고한 첫 시간은 오전 4시25분이었다”며 “국가시설이라는 이유로 촬영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 부모도 이날 브리핑에 참여해 진상규명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김미숙씨는 “아이가 두동강 난 걸 사진으로 보고 이야기도 들었는데, 아이가 죽고 우리도 같이 죽었다. 아무 희망도 없다.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마지막으로 어떤 모습이었는지 물으니까 머리는 이쪽에, 몸은 저쪽에, 등은 갈라져 타버린 채 벨트에 끼어 있었다고 했다. 플래시(조명)가 켜져 있던 휴대폰은 옆에 떨어져 있었다”면서 “어제 아이가 일하던 곳에 갔는데, 너무 열악한 환경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이런 곳에 우리 아들을 맡기다니….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살인 병기(속으)로 내몰겠느냐”며 울었다.
브리핑을 주최한 노동단체는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죽음의 외주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꽃다운 청춘이 성실하게 일한 죄로 죽었다. 사망 시간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돈의 논리에, 공기업 선진화라는 논리에 죽었다.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있지만, 외주화는 곧 죽음이기에 죽음의 외주화라는 말이 맞다”고 했다.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태안경찰서는 이날 김씨와 함께 근무한 동료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야간에 2인1조로 근무하는 게 원칙이지만 회사의 인력수급 문제로 1명씩 근무했다”는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진술을 확보하고 하청업체와 원청업체를 상대로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15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김씨 유품을 공개하고 ‘죽음의 외주화’ 중단을 요구하는 추모 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2141564798512?did=NA&dtype=&dtypecode=
[단독] 6년간 ‘또다른 김용균’ 8명이나…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한국일보, 홍인택 기자, 2018.12.14 16:55)
발전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에서 최근 6년간 발생한 사망 사고 피해자가 모두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위험의 외주화’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 11일 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간 근무를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고 김용균(24)씨 역시 하청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한국일보가 14일 입수한 서부발전의 ‘안전ㆍ재난 관리 실태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서부발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5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단 2건을 제외한 56건이 협력회사에서 발생했다. 특히 총 8건의 사망 사고 피해자가 모두 하청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연도별 사망 사고 현황을 보면, △2012년 1명 △2013년 1명 △2014년 3명 △2016년 2명 △2017년 1명으로, 해마다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사망 사고가 없던 2015년은 대신 부상 사고가 19건이나 일어났고, 피해자 중 17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11월에도 김씨와 같은 태안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계에 머리가 끼여 숨졌다.
그러나 감사 보고서에서 서부발전은 되레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사고의 책임을 돌렸다. “도급사 근로자 등 안전 취약계층에서 작업 등 부주의, 절차 미준수 등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해 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감사 보고서는 “온정주의를 배제한 작업자 안전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은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구조의 문제는 쏙 빠졌다. 하청업체들은 저가로 수주 경쟁에 내몰려 노동자의 안전 문제는 뒷전에 놓기 십상이다. 또 보통 1~3년 단위 계약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업무 숙련도가 낮은 상태에서 현장에 배치돼 위험에 노출되기도 쉽다.
전국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관계자는 “껍데기에 불과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떠 맡으면서 죽어나가고 있다”며 “위험 업무를 정규직화해서 위험 요인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3년마다 입찰을 따내야 하는 하청업체는 사고가 나도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하다”고 덧붙였다.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발전 공기업들은 재해 방지 노력을 기울였다고 산재보험료 감면 특혜까지 누렸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사고는 통계에서 뺐기 때문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전력 등 발전 공기업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7개 전력기관에서 5년간 감면 받은 보험료가 49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부발전도 22억 4,679만원을 감면 받았다.
서부발전은 ‘무재해 기록’을 홍보하며 직원들에게 포상금도 지급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실은 서부발전이 5년간 4,770만원을 ‘무재해 포상금’ 명목으로 나눠줬다고 밝혔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74475.html
한국발전기술에는 김용균씨와 동갑인 ‘재하청’ 노동자가 있다 (한겨레, 선담은 송경화 기자, 2018-12-14 16:55)
서부발전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일부 위험 업무 다른 업체에 재하청
재하청 낙탄 처리 업무 맡은 노동자 8명 가운데 2명이 20대
책임 피하고 비용 절감하려는 의도…”낙탄처리원 급여 최저임금 수준”
충남 태안화력 석탄이송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고 김용균(24)씨가 소속된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가 위험 업무 일부를 떼어 재하청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청이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행하는 ‘위험 업무의 외주화’가 1차 하청업체로도 모자라 2차 하청업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서부발전은 김씨의 사망과 관련해 “(업무) 지시는 우리가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14일 <한겨레>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 석탄취급설비(연료운영팀) 인원현황’을 보면, 한국발전기술 태안사업소에서 김씨가 일했던 연료운영팀 소속은 모두 60명이다. 이 가운데 20대는 23명, 30대는 11명으로 20~30대 젊은 청년 노동자가 5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료운영팀 직원 60명 가운데 낙탄 처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이가 10명인데, 이 가운데 8명은 한국발전기술이 또다시 재하청을 준 업체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낙탄 처리 업무는 컨베이어벨트가 화력발전의 연료인 석탄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기계에서 떨어지는 석탄을 치우는 업무를 말한다. 낙탄을 치우지 않을 경우 컨베이어벨트의 정상적인 작동에 문제가 생기거나 자연 발화가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재하청 업체 소속 8명 중에는 24살 조아무개씨, 29살 권아무개씨 등 20대가 2명 포함되어 있었다. 원청인 발전소에서 한국발전기술 같은 하청업체에, 또 하청업체가 또 다른 재하청업체에 위험 업무를 외주화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도급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안전 업무와 관련한 노동법상 책임을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사고와 관련해 원청인 서부발전이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이유다.
아울러 하청 재하청 구조를 통해 비용을 줄여 이윤을 내려는 의도도 있다. 원청 입장에서는 단가를 낮게 제시하는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려 하기 때문에 하청업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적게 드는 젊은 노동자들을 고용해 계약 단가를 맞추려 한다. 이러한 하청업체의 재하청 구조에 대해 박준선 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은 “하청업체가 재하도급을 주는 건 더 낮은 인건비로 직원을 고용하는 등 비용을 줄여 이윤을 내기 위한 것”이라며 “낙탄처리원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발전기술의 한 직원은 12일 <한겨레>와 만나 “경력자보다 20대 신입 사원의 급여가 더 싸기 때문에 (하청업체인) 회사가 젊은 직원들을 많이 뽑았다”고 말했다. 하청 구조에 따른 ‘위험 업무의 외주화’ 피해가 경력자에 견주어 인건비가 낮은 20~30대 청년 직원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김용균씨의 죽음을 세상에 알린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이에 대해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뒤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정규직 전환에 희망을 걸고 김용균씨와 같은 발전소 비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정규직이 될 수 없다고 해도 회사가 쉽게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하루하루 버티는 청년 노동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121415561116875
[일이삶]24살 청년근로자 죽음으로 몬 '위험의 외주화'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8.12.14 17:21)
원청업체 경영진 외에 기존 노조도 위험작업 기피...위험작업 도급 금지하는 법 개정안 추진
산업 현장에는 언제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조선소, 건설현장, 발전소 등에서는 매년 꾸준히 산업재해 사망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사고는 주로 하청업체 직원에게 발생한다.
지난 11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하청업체 근로자 김모씨(24) 역시 마찬가지 경우다. 서부발전 등 발전 5개사에서 하청업체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40% 가량으로 절반에 못 미치지만, 산재로 숨진 근로자 중 하청업체 소속은 96.6%에 달했다.
'위험의 외주화'는 이처럼 사고 위험성이 높은 작업을 하청업체 직원에게 떠넘기는 산업현장의 잘못된 관행이다. 원청업체 노조는 위험작업을 떠넘기기만 할뿐 이에 대한 안전은 책임지지 않는다. 노조 입장에서는 조합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사측은 자신의 사업장 안에서 아무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처리를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무재해 사업장'으로 남아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난 서부발전도 최근 5년간 산재보험료 22억원을 감면 받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화력발전 5개사가 5년간 감면 받은 산재보험료만 497억원에 달한다.
고용부가 산재 사업장 보험료를 감면해주는 '개별실적요율제도'는 사업주의 산재예방 노력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이처럼 산재를 은폐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고용부는 그동안 20%~50%이던 감면 비율을 내년부터 20%로 낮춰 시행한다.
원청업체 노사는 근로조건 문제로 갈등하다가도 위험작업의 외주화에서만큼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에 손을 맞잡는다. 노사 가릴 것 없이 '갑'이 돼 하청업체에 빠른 작업을 강요하다보니 안전관리 역량도 부족하고 인원도 적은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위험한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처우가 열악한 하청업체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미숙련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하고,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도 2인1조 작업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한 김씨는 계약직 직원이었다.
원청업체 노사 모두 하청의 안전에 신경쓰지 않는다. 발전비정규연대회의가 14일 오전 서울 정동에서 가진 '사망사고 현장조사결과 공개브리핑'에서 사망한 김씨의 동료 A씨는 서부발전이 기기 개선을 거부해 김씨가 죽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A씨는 "김씨가 투입됐던 낙탄(떨어진 석탄) 제거작업의 사고 위험성이 높아서 기계를 교체하는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했었다"면서 "원청에서는 시설비용에 3억원이 들어간다며 기기변경 대신 석탄가루를 빨아들일 수 있는 청소기만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다. 유해 위험성이 특히 높은 △수은 제련 등 중금속 취급 △도금작업 △비소 등 독성 높은 12종 허가물질 취급 사업장은 사내 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이 직접 수행하도록 했다. 또한 작업의 위험성을 막론하고 하청업체를 선정할 때 안전관리 역량을 고려하도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동계에서는 도급을 금지시킨 분야도 너무 좁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데 이 법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위험작업의 도급 금지'라는 원칙을 한시라도 빨리 세우고 법을 시행하면서 금지 분야를 늘려나가는 게 맞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원청업체가 사업장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최대 징역 1년에 처해지도록 처벌기준도 강화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81214141800001?input=1195m
산업위, 태안화력 노동자 사망 현안질의…"위험의 외주화 안 돼"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2018-12-14 17:43)
서부발전 사장 "2인 1조 근무 의무화, 인력 단가 적절성 검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14일 긴급현안질의를 열고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와 경기 고양 백석역 온수관 파열사고 경위와 대책을 듣고 주문을 쏟아냈다. 산업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태안화전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위험한 작업을 외부 협력업체에 맡겨놓고 관리·감독 업무에 소홀했다고 질책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은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문제"라며 "철저한 원인 파악을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홍일표 산업위원장은 "하청업체에서 안전수칙을 충분히 지키며 일할 수 없는 환경이어서 이런 사고가 났다는 지적이 있다"며 "2인 1조로 작업해야 하는데 서부발전의 감독이 소홀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종배 의원도 "단순히 위험하고 분진·소음이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외주를 주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은 "적정 용역비 산정이 안 돼서 하청업체 직원들이 혼자 근무하게 된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부발전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김용균(24)씨는 지난 11일 태안화전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2인 1조 근무 조항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사고 당시 김 씨는 홀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병숙 서부발전 사장은 현안질의에 출석해 "한국발전기술(협력업체) 내부지침에 '2인 1조' 근무 조항이 있지만 잘 시행되지 않았다"며 "분진·소음 발생 지역에 대한 현장 점검은 2인 1조 근무를 의무화하고, 운전설비 무인화 등을 통해 사고 발생을 원천 차단할 방법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인력 설계 단계에서 저희가 책정하는 단가가 적절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산업위는 또 지난 4일 백석역 온수관 파열사고와 관련해 황창화 한국난방공사 사장으로부터 재발방지대책을 들었다. 황 사장은 "조직, 인력, 예산, 업무 등 시스템 전반을 안전 최우선으로 해서 전면적으로 개편하겠다"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를 하고 감사기관의 감사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안질의는 한국당 홍일표·정유섭·이종배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등 소수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산업위 관계자는 "일정을 긴급하게 잡은 데다 금요일 오후여서 많은 의원이 참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1234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죽음의 외주화 뒤에는 역시나 국회가 있었다 (미디어스, 탁발 | 2018.12.14 17:54)
[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1990년, 가수 정태춘은 자신의 다섯 번째 앨범 ‘아! 대한민국’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앨범에서 가장 아프고 또 가장 많이 알려진 노래 ‘일어나라 열사여’에는 한 문장이 반복된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얼마나 암울하고 분노했으면 이런 노래가 나왔을까 싶다. 이제는 이 노래를 기억하는 이조차 많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이 노래가 떠오르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참혹한 죽음을 맞이한 스물네 살의 청년이 있다. 다시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라는 21세기 한국에 어울리지 않고, 존재해서도 안 될 말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을 뚫고 터져 나왔다.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슬픔과 분노의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가스누출사고로 두 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사고라서 더욱 안타까움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 김용균 씨가 숨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지난 3년간 4명이 사고로 숨졌음에도 해당 사업장은 무재해로 인정받아 5년간 20억 원의 산재보험료를 감면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된다. 사람을 넷이나 죽게 했는데도 무재해 사업장이라는 훈장을 자랑하는 이 부조리에 노동자는 절망하고 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30년간 4명도 많을 텐데 3년간 아까운 생명 넷을 빼앗은 현장에서 그들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들이 하청업체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근래 벌어진 노동현장에서 일어났던 대형 사고들의 공통점이자 “죽음의 외주화”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단 하나의 원인이었다. 사고가 나서, 인명을 잃어도 정작 그 일을 시킨 원청기업에는 사고기록조차 남지 않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고 김용균 씨도 사고 당시 2인1조의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매번 하청기업 노동자의 사망에 반복되는 인재의 증거이다. 아니 사고가 아니라 미필적 살인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원청기업 노동자였다면 이런 식으로 무모하게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재사망의 90%가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통계는 잔인한 ‘죽음의 외주화’가 얼마나 만연된 노동현실인가를 말해준다.
이처럼 하청업체 외주노동자들이 목숨을 담보로 위험에 내몰리는 동안 아무리 쓸모없는 국회라도 누군가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 5년 전 스크린도어를 점검하던 비정규직 외주노동자의 죽음은 우리 사회를 크나큰 슬픔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 당시 민주당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7건의 법안이 발의되었고, 정의당에서도 2건의 발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국회에는 이번 유치원 3법의 통과를 막은 것처럼 사회의 부조리를 제거하려고 해도 막고, 방해하는 세력이 항상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KBS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있기 전에 지난달 정부가 국회에 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역시 상임위조차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는 법 개정안이 5년째 방치됐다는 사실은 국회가 안타까운 청년들의 죽음의 배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 직무유기로 아까운 젊은 생명이 죽어나가는데도 국회는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마당에 국회의석수를 늘리자는 연동형비례대표제 관철을 위해 단식투쟁을 하는 모습은 차라리 서글플 따름이다. "더 이상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해줍시오"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에 국회가 귀를 기울였다면 또 아까운 생명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96045
매달려 버티다 사망한 노동자, 12m 발밑엔 그물 하나 없었다 (오마이뉴스, 18.12.14 17:58 l 윤성효(cjnews))
창원마산 산호동 공사현장... 유가족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
"우리 아버지 너무 억울합니다." 한 달 열흘 전 경남 창원에 있는 한 공사 현장에서 작업중에 추락해 사망한 이아무개(58)씨의 아들이 "아버지의 사고가 세상에서 잊히지 않게 도와 달라"며 호소하고 나섰다.
산재 사고가 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고 장례도 치렀지만 유족들은 "의문점이 많다"며 현장을 찾아 조사하기도 하고, 경찰과 고용노동부를 찾아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참사'는 지난 11월 5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 산호동 소재 마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벌어졌다. 공사 현장은 철골구조와 판넬로 건축하고 올해 말까지 공사 완료할 예정이었다.
이씨는 12.8미터 높이 에이치(H)빔 구조물에 앉아서 작업하다 이동하던 중 추락해 사망했다. 안전모와 안전화, 안전벨트를 모두 착용했지만 사고 현장에는 추락을 대비한 망이나 발판 등 안전장치는 전무했다. 그곳에서 이씨는 빔에 매달려 구조해 달라고 외치다가 버티지 못하고 떨어졌다.
고인의 아들은 "아버지가 추락해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4시간을 울면서 달려갔다"라면서 "아버지는 아무런 안전장치 하나 없이 12.8미터 높이에서 작업하다 추락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 다음날 작업... 보존 조치도 없었다"
이어 그는 "사고 다음 날 현장에 가보았다. 작업자들이 출근해서 사고 지점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정리정돈을 하고 있었다"며 "이후 노동부에 연락해서 작업자들이 현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장례를 치르고 나서 현장에 가보니, 안전망과 안전고리를 연결할 수 있는 줄(로프)이 설치되어 있었다"며 "그런데 작업자들은 로프가 있음에도 연결하지 않고 작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제지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은 "사고 후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관리자가 빈소에 찾아와 사과했지만, 대표자는 오지 않았다. 전무이사 이외에는 누구도 오지 않았다"고 했다.
하청업체 소속인 고인은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닷새 동안 일했다. 업체 측은 참사가 난 뒤에야 고인의 근로계약서와 작업일지를 챙겼다. 현장에서 일했던 작업자들에게 이씨와 관련한 인적사항을 물어 서류를 작성하고 도장도 파서 찍어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이를 '사문서 위조'에 해당한다며 같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사고 현장은 사고 이후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졌다가 지난 11월 26일 해제됐다.
원청업체 "다음날 안전망 설치할 계획이었는데..."
산재사망사고가 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아직 합의가 되지 않고 있다. 아들은 "산재사망사고가 났는데 대표자는 아무런 조사도 받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우리 아버지는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원청업체 현장소장은 "현장에서 작업하다 보면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당시 현장에는 안전망과 안전줄이 없었던 게 맞다. 다음 날에 안전망을 설치할 계획이었다"며 "고인이 잠시 매달려 있는 상황 속에 구조를 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못했다"고 했다. 현장소장은 이어 "당시 사장은 외국에 나가 있어 조문하지 못했고 전무이사가 가서 유족을 만났으며 욕을 많이 들었다"며 "유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것이고, 합의가 되고 나면 사장이 유족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하청업체 관계자는 "많이 안타깝다. 작업자들은 매일 하는 일이니까 당시에 방심했던 것 같다"며 "산재가 확정되고 나면 합의가 될 것이다"고 했다. 근로계약서와 관련해 그는 "사고가 난 뒤 현장에서 서류를 갖추어야 한다고 해서 작업자들한테 물어 근로계약서와 작업일지를 만들었고, 도장을 파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일할 때는 안전발판이나 안전망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는데, 당시 현장은 그렇게 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은 사고 이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가 심사위원회를 열어 지난 11월 26일 해제했고, 해당 업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에 수사지휘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http://www.sisajournal-e.com/biz/article/192833
[외주화의 비극]① ‘스물넷’ 하청 비정규 노동자의 죽음은 외로웠다 (시사저널e, 2018.12.14 17:09:55(금) | 이준영 기자)
위험설비 즐비한데 ‘왕복 2㎞’ 나홀로…동료들 “근로 개선 더디고 비용절감으로 인원 부족”
최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24)가 석탄운송설비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2016년 서울 구의역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김아무개(19) 군이 홀로 승강장을 점검하다가 죽었다. 외주화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잇따라 죽었다. 인원이 부족해 혼자서 많은 업무를 맡았고 작업 환경도 위험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 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사저널e는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문제를 중심으로 공공부문과 민간 기업 외주화 실태와 원인, 대책을 취재해 보도한다. [편집자주]
“젊은 친구가 죽었다는 게 마음 아파서 촛불집회에 나왔다. 한창 인생의 아름다운 나이인 24살에 회사의 기계가 됐다.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특히 발전소는 전기를 만들어 많은 이들이 쓰게 하는 공공성 측면이 강하다.”
지난 13일 저녁 7시 충남 태안터미널 앞 사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있던 김아무개씨(55세) 이야기다.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도 촛불 집회가 열렸다. 태안화력발전소에 일하다 죽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고(故) 김용현(24)씨를 추모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촛불집회였다. 이날 집회에는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다. 노동자들 외에 이 지역 근처에 사는 시민들도 촛불에 참여했다.
기자가 직접 찾은 집회 현장에는 태안 소재 여고생들도 있었다. 태안여고를 다니는 이아무개양은 “학교 선생님이 여기서 촛불집회를 한다고 알려줘 참여하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씨는 지난 11일 새벽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운송설비에서 운전 업무를 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지회장에 따르면 용균씨는 왕복 2㎞에 달하는 구간을 홀로 맡아 작업하다가 사고로 사망했다. 인원 부족으로 김 씨가 사고를 당한 순간 그 곁에 아무도 없었다.
용균 씨 부모는 사고의 진상규명을 마칠 때까지 장례 절차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지난 13일 용균 씨 어머니와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공단, 이준석 지회장이 사고 현장 조사를 했다. 이준석 지회장은 “김용균 씨 어머니가 아들이 일한 작업장과 시설들을 보고 이렇게 열악한데서 일할 줄 몰랐다며 우셨다”며 “김씨 부모님은 사고 진상규명을 할 때까지 장례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 “사고 원인, 위험 업무 외주화”…근로환경 개선 더디고 인원 부족
용균씨의 죽음을 부른 태안화력발전소 사망 사고의 원인은 위험한 업무의 외주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외주화의 특성상 근로환경 개선이 더뎠고 인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용균씨는 한국발전기술 소속 1년 계약직 현장운전원이었다. 한국발전기술은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다. 서부발전은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한다.
용균씨가 맡았던 일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설비를 운전하는 업무를 담당했었다. 한국발전기술지부에 따르면 이 업무는 주로 컨베이어벨트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주변에 석탄 등이 떨어져 있을 경우 치우는 업무였다. 용균씨가 홀로 맡았던 구간은 왕복 2㎞에 달했다. 용균씨는 홀로 이 업무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사고의 순간 용균씨를 구해낼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다.
사실 이 업무는 서부발전 정규직원이 2인 1조로 해왔던 일이었다. 그러나 서부발전이 2015년 경쟁 입찰 시스템(외주화)을 도입하면서 2인 1조 시스템이 없어졌다. 서부발전의 발주는 사업비 중심이었다. 하청업체들은 낙찰을 받기 위해 낮은 금액을 써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가 줄고 2인 1조 시스템도 없어졌다.
운전 업무의 외주화 도입 후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업무가 힘들고 위험하기에 인력 증원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준석 지회장은 “김씨가 혼자 맡았던 업무 구간은 너무 길었다. 한국발전기술지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발전기술에 인원 증가를 요청했었다”며 “그러나 원청인 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은 기존 계약금액이 정해져 있기에 어렵다고 했다”고 말했다.
용균씨 사고가 있긴 전에도 하청 노동자들은 근로 설비 개선도 요구했었다. 컨베이어벨트 구간에 떨어진 석탄을 청소할 때 사람이 직접 몸을 구부려 들어가는 대신 고압의 물로 청소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만약 이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면 사망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부발전 측은 “고압의 물로 떨어진 석탄을 청소할 경우 겨울에 얼고 타워가 높아 또 다른 위험이 있다”며 “대신 진공 처리 할 수 있도록 해놨다”고 말했다.
이러한 외주화 방식은 서부발전 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동, 남부, 중부, 동서발전까지 모두 같은 상황이다.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에 따르면 2017년 10월 기준 위 5개 발전사의 도급 인원은 경상정비 업무 3063명, 연료환경설비운전 업무 2283명이었다. 이 발전사들은 이 업무들을 금화PSC, 한전산업개발, 일진파워, 한국발전기술, 수산 등의 하청업체에 맡겼다.
위험의 외주화로 발전소에서 일어난 산재 사망사고 10건 중 9건이 하청노동자에게 일어났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 발전노동자 40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이 가운데 92%인 37명이 하청노동자였다. 5개 발전사에서 2012년~2016년까지 5년간 발생한 346건 사고 중 337건(97%)이 하청노동자 업무에서 발생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96072
노동자의 죽음은 신문 부고란에도 실리지 않는다 (오마이뉴스, 18.12.14 18:38 l 엄재희(ccdm1984))
[민언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씨 사망 소식...조중동은 3일간 단 1건 보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3일 밤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 시민 수백 명이 모여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이들은 김 씨의 죽음이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때문이라며 비정규직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2014년 구의역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 군도 작년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를 당한 노동자도 올해 4월 이마트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수리하다 사망한 20대 청년도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1~2015년 주요 업종별 30개 기업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노동자의 95%가 하청노동자였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 김 씨의 죽음을 단순한 사고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기 위한 움직임도 커지고 있습니다.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들은 15일 저녁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중동은 3일간 단 1건 보도
언론 보도는 어떠했을까요. 한겨레‧경향‧서울신문은 김 씨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총 42건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각각 한겨레 16건 서울신문 14건 경향신문 12건이었습니다. 이들은 우리 사회가 김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원인분석과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내놨습니다.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3일간 단 1건만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가 사건 발생 3일째인 14일 1건의 기사를 내놓은 것이 전부였습니다.
지난달 조선일보는 유성기업 노조원이 회사 상무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3일간 11건을 보도했습니다. 민주노총 조합원이 잔혹하게 사람을 때렸다며 대서특필한 것입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가 '잔혹하게'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고도 4시간이나 방치되었다는 소식에 조선일보는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상전이 하인을 때리면 뉴스가 되지 않는다. 하인이 상전을 때리면 뉴스가 된다"는 자조는 현실이었습니다.
김 씨가 죽은 날 조선일보 부고란에는 어느 교수와 어느 은행장의 죽음이 전해졌습니다. 사회에서 이렇다 할 직함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신문 부고란에도 실리지 못합니다. 이처럼 이름 없는 젊은 노동자의 죽음은 신문 지면에도 부고란에도 실리지 않으며 '없던 일'로 취급당합니다. 죽음의 무게가 사람마다 다른 사회인 것입니다.
서울신문 "한국서부발전이 언론 동향 챙겨"
한편, 서울신문은 14일 <용균씨 죽음 은폐하려 언론 동향부터 챙겼다>(12/14 기민도 기자)에서 김 씨가 사망한 태안 9‧10호기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사고 직후 '언론동향'을 챙겼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신문은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서울신문이 13일 확보한 서부발전의 '태안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컨베이어 점검 중 안전사고 보고' 에는 '언론 동향' 항목이 있다. 보고서는 지난 11일 오전 사고 발생 이후 서부발전 산업안전부가 작성했다. '언론 동향'에는 '없음'이라고 적혀 있다. 김씨의 죽음이 보고서 작성 시점까지는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보고서를 본 한 노동자는 "자기 집 앞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죽어도 이러진 않을 것"이라면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고 말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들은 노동자가 죽어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실제로 조선‧중앙‧동아일보와 같은 주요 신문사는 사실상 침묵했습니다. 또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총 12명의 노동자가 안전사고로 사망했지만, 그때마다 침묵의 카르텔은 유지되었습니다. 만약, 언론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일하다 죽는' 불합리한 세상을 바꿔보자고 나섰더라면 김 씨는 오늘도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위험의 외주화, 비정규직 문제를 짚은 한겨레․경향
한겨레는 <멈추지 않는 '위험의 외주화'…산재사망 90%가 '하청노동자'>에서 이번 김 군의 죽음의 배경에 '위험의 외주화'가 있음을 짚었습니다. 한겨레는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발전소 운전·정비는 민영화된 중소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1∼8호기는 한전산업개발이, 김씨가 숨진 9∼10호기는 한국발전기술이 운전과 정비를 책임진다. 설비는 한국서부발전 소유지만, 발전소 운영은 민간 하청업체들이 총괄하는 구조다. 김씨를 고용한 한국발전기술은 애초 공기업이었으나 2014년부터 칼리스타파워시너지 사모투자 전문회사가 지분 52.4%를 보유하고 있다. 운용사인 칼리스타캐피탈의 이승원 대표는 한국발전기술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경향신문도 <입사 석달, 꼼꼼했던 24살 용균씨는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졌다>에서 "발전사들이 힘들고 어려운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업체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익만을 쫓는 민영화 정책과 비용 절감을 위한 위험의 외주화-비정규직화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라는 틀 안에서 노동자는 손쉽게 쓰다 버리는 파지 같은 존재입니다. 고인이 된 김 씨는 살아생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동악법 없애고, 불법파견 책임자 혼내고, 정규직전환은 직접고용으로'를 요구했습니다. 그의 유언이자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언론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74499.html
민주, ‘위험 외주화‘ 막기위한 첫 실무회의 (한겨레, 서영지 기자, 2018-12-14 19:00)
민주당, 입법 전략 논의
19일엔 당정청 모여 검토
이해찬 대표 “근본 대책을”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노동분과위원회가 14일 국회에서 회의를 열어 ‘제2의 김용균’ 사건을 막기 위한 국회 입법전략과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에서 새벽에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숨진 김용균씨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이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2016년 6월에도 이번 사건과 비슷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 7개를 패키지로 발의한 바 있지만, 이후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지난 10월에는 정부가 원청이 안전조치를 해야 할 범위를 사업장 전체로 확대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28년 만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의 탄력근로제 확대 주장에 막혀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늘 회의에서 19일께 당과 청와대, 산업부, 노동부 등이 함께 모여 당정청 논의를 하는 방안도 검토됐다고 한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와 관련해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회 입법전략과 김용균씨의 분향소에 가는 문제 등 실무적 의견을 나눴다. 오는 16일 김씨의 어머님이 광화문에 오신다고 해서 이해찬 대표와 민생연석회의 위원장인 남인순 최고위원이 만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위험의 외주화 사업장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비정규직이라서 본사에서 책임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 외주 발주사업에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현장을 잘 점검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회의를 마친 뒤 남인순 의원에게 따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근본적이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 다음주에 당정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http://www.vop.co.kr/A00001362800.html
태안발전소 사망사고에 원청, 인원충원도 없이 “불가피하면 2인1조 시행” 공문 (민중의 소리, 이승훈 기자, 조한무 수습기자, 2018-12-14 20:20:06)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원청이 책임면피에 급급한 안전지침을 하청업체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원충원도 없이 ‘불가피할 경우’ 2인1조를 시행하라는 지침이다.
14일 한국서부발전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사고 발생 이후 2인1조를 포함한 안전지침을 하청업체에 공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공문의 주요내용은 점검 시 석탄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고 운전 중에는 접근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불가피할 경우, 2인1조를 시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애초 ‘인원충원 없는 2인1조’는 지켜질 수 없는 지침이다. 인원이 없기 때문에 2인1조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원청은 일단 사고가 났으니, 이같이 허술한 사후약방문식 지침을 내려 보냈다.
관련해서 서부발전 관계자는 “인원을 추가 고용하는 것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며 “(직원들의) 시간을 조정하든지, 점검 범위를 조정하는 식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지침을 내려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 이대로 2인1조로 점검 업무를 해야 한다면, 적은 인원 문제로 평소 1명만 투입되던 점검업무에 2명이 투입되면서 직원들의 업무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4조2교대 12시간씩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업무강도를 높이거나, 노동시간을 더 늘려, 문제 확대를 막겠다는 의미다.
또 실제 이 같은 지침이 정말로 현장에 내려졌는지 확인한 결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발전이 운영 중인 1~10호기 중, 사고로 9·10호기는 ‘작업중지’ 명령으로 일부가 멈춰있고, 1~8호기는 정상운영중이다. 사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운영 중인 ○호기에서 김용균 씨와 같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 씨는 “사고 이후에도, 이전에도 사측으로부터 2인 1조로 작업하라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故김용균 씨의 사고 이전과 이후에도,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험근무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A 씨가 속한 하청업체는 故김용균 씨와는 다른 하청업체로, 서부발전 관계자가 공문을 보냈다는 그 하청업체다. 이어 A 씨는 “고인이 일했던 똑같은 컨베이어 벨트 회전체에서 지금도 일하고 있다. 흠칫흠칫 놀란다.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직원들하고 가끔 사고를 얘기한다. 모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작업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태성 발전비정규연대회의 간사는 “‘작업 중지’에서 제외된 1~8호기 모두 김용균 씨가 사고를 당한 설비와 같은 것으로 안다. 설비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다고 해도 설비 돌아가는 메커니즘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874510.html
“위험 알고도 조처 안해”… 국회 산자위, 태안발전소·열 수송관 사고 질타 (한겨레, 김미나 서영지 기자, 2018-12-14 20:39)
산자위 긴급현안 보고, “위험의 외주화 점검해야”
서부발전 사장 “2인1조 원칙 안지켜져…
석탄 설비 공간 무인화 방안 고려”
지역난방공사 사장 “10월 취임해 현안 인지 못해”
현안 보고 참석 의원은 29명 중 5명
산자위원장 쪽 “각 당에 미리 연락”
민주당 간사 “협의 없이 일방 통보”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가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과 한국지역난방공사 황창화 사장을 불러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산자위 위원장인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세계 10위권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후진적인 사고가 난다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리·감독 업무에 소홀했던 관계 기관을 질책했다.
지난 11일 새벽 한국서부발전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용균(24)씨는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2인 1조 근무 조항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사고 당시 김씨는 홀로 근무중이었다. 한국서부발전은 2015년부터 3년간 태안 화력발전소의 설비 운영 업무를 계약금액 206억원에 한국발전기술에 맡겼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일정이 지체될 경우 하청업체에서 벌과금을 납부해야 하는 조항 때문에 안전 규칙을 지키기 어려웠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2인 1조로 작업하게 돼 있음에도 서부발전이 감독을 소홀하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적정한 용역비 산정이 안 돼서 하청업체 직원들이 혼자 근무하게 된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이에 대해 “한국발전기술의 ‘2인1조’ 내부 순회 점검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며 “철저하게 분석하고 수정안을 내어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직원이 책임감을 가지고 할 일을 단순히 위험하고 분진·소음이 많이 발생한다며 외주로 돌리는 것, ‘위험의 외주화’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원만하게 보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건 말로만 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발끈했다. 김 사장은 “석탄 설비 공간을 무인화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산자위 소속 의원들은 최근 경기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 이어 전국적으로 잇달아 불거진 열 수송관 파열 사고에 대해서도 한국지역난방공사의 황창화 사장을 질책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2016년부터 ‘노후 배관이 많고, 사고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을 했었다”며 “그때 정리했으면 이런 사고가 없었을 것이다. 이동 인구가 많은 서울 한복판에서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황에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창화 사장은 “지난 10월에 취임해 현안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이상 징후 구간에 대해 정밀 진단을 시행하고 종합적 안전 대책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사고 전 이미 위험현황 자료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사전에 충분한 관심이 없었다면서 “열 수송관의 기대 수명이 ‘제로’라고 점검해놓고도 사전에 대비하고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캐물었다. 홍일표 의원은 “관리 현황이 솔직히 엉터리”라며 “현재 위험 지역에 있는 주민들에게 그 사실을 미리 알려 주의하라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한편, 이날 현안보고는 국회 산자위원 29명 가운데 5명만 참석한채 진행됐다. 김용균씨의 죽음으로 ‘죽음의 외주화’ 비판이 쏟아지고 전국에 깔린 노후 열수송관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긴급히 현안보고가 소집됐지만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가 의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현안보고에 홍일표 위원장과 자유한국당의 정유섭·이종배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이 참석했다.
홍일표 위원장 쪽은 “두 사안 모두 현안인데다 경각심을 느낄 필요도 있어서 (현안보고를) 긴급하게 잡았다. 홍 위원장이 현안 보고를 받자고 제안을 했고 각 당에 연락을 했다”며 “(의원들이) 너무 안와서 우리도 민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의원은 “외부 일정 중에 현안보고가 있다고 해서 급히 참석했는데 4명 밖에 없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회의가 열리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한 의원은 “회의가 열리는줄 알았다면 당연히 참석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산자위 간사인 홍의락 의원은 <한겨레>에 “이종배 자유한국당 간사와 통화는 했는데, 오늘 상임위를 여는 것에 대해 합의를 한 적은 없다. 위원장 독단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우리 당이 관심을 갖고 있으니 좀 더 얘기를 해보자고는 했다. 이후 간사간 협의없이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 시간을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4512.html
사망 참사 당일에…‘악마의 컨베이어벨트’ 다시 돌렸다 (한겨레, 이지혜 기자, 2018-12-14 20:59)
태안화력 김용균씨 사망 뒤 작업중지 명령에도 ‘80분 가동’
김씨 어머니 “주검을 석탄수레로 옮겼다니” 가슴 쥐어뜯어
하청노동자 김용균(24)씨가 기계에 끼여 숨진 이후 태안화력발전소가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을 어기고 작업을 재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공운수노조는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김용균씨 사망사고 현장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서부발전·한국발전기술·공공운수노조·유족과 전날부터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서 태안화력이 사고 당일 고용부 작업중지 명령을 어기고 1시간20분간 컨베이어벨트를 재가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조사에 참석한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오전 5시37분에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이 태안화력 9·10호기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는데 당일 오전 6시30분부터 7시50분까지 9·10호기와 연결된 컨베이어벨트가 재가동됐다”고 밝혔다. 이는 김씨와 같은 조에서 일한 동료들의 증언과 메시지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공공운수노조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현장 작업자들은 카카오톡 단체채팅창에서 오전 6시31분께 “09f 기동 좀 요” “네 기동할게요”라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울러 노조는 서부발전 쪽이 사고를 은폐·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오늘(14일) 서부발전에서 하청노동자들에게 ‘공공기관 내부에서 함부로 사진촬영을 하지 않겠다’고 각서를 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애초 서부발전이 밝힌 최초 경찰 신고 시각은 오전 3시50분이었으나 실제 신고는 35분 뒤인 오전 4시25분에 이뤄진 것으로 밝혀진 것에 대해서도 조 국장은 “은폐 시도가 아니었을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조사에 참여했던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한국이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정부가 이렇게 열악한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의 동료 ㄱ씨는 “컨베이어가 작동할 때는 탄가루가 날려 굉장히 어두운데 이동경로에 턱이나 장애물이 곳곳에 있고 기어서 이동해야 하는 곳도 있어 위험하다. 안전장치인 ‘풀코드’는 와이어가 팽팽할 때 즉각 반응하는데 늘 느슨하게 늘어져 있다”고 열악한 작업환경을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11일 새벽 1시께 9·10호기 컨베이어벨트 끝부분에서 이상 소음을 듣고 이를 확인하려 기계 안으로 머리와 몸을 집어넣었다가 벨트에 빨려들어가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노조 쪽은 밝혔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095540&ref=A
‘하청 노동 사망’ 원청의 6배…5년간 실형 처벌은 단 1건 (KBS 뉴스 김연주 기자, 2018.12.14 21:23)
[앵커] 지난 5년 동안 산업재해로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수는 원청의 6배가 넘습니다. 이런 사고에 대해서 사법부는 원청보다 하청업체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했는데요. 5년 간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에서 원청 사업자에 실형이 선고된 건 1건뿐이었습니다. 김연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명의 사상자를 낸 2013년 삼성 반도체 불산 누출 사고. 원청인 삼성전자 법인과 고위급 임원도 기소됐지만,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 됐습니다. 원청의 임원이 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주의 의무를 부담한다 보기 어려우니, 삼성전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인정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반면 하청 업체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종란/노무사/'반올림' 활동가 : "라인 가동 권한이 삼성전자 측에 있는데 그 삼성전자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 무죄판결이 난 것에 대해서는 납득할 수가 없죠."]
2016년 구의역 사고도 하청업체 대표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원청 대표는 벌금형을 선고받는데 그쳤습니다. 2011년부터 5년 동안 주요 50대 기업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245명. 이 가운데 하청 소속 사망자는 원청 소속보다 6배 넘게 많았습니다.
그런데 사망사고 중 원청 관리자가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1건, 징역형 집행유예가 7건이었습니다. 절반 이상인 110건이 벌금형, 67건은 혐의없음으로 종결되거나 기소가 유예됐습니다.
위험도 하청으로 넘어가고, 책임도 하청이 더 지는 현실. 원청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실제 영국에서는 사망 사고시 원청처벌을 강화한 기업 살인법 시행 이후 노동자 만명 당 사망률이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김철/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 "(이런 법이 생기면) 원청이 거기에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의무를 갖게 되고 산업뿐 아니라 국민들 안전도 보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죠."]
국회 산업위는 오늘(14일) 서부발전을 상대로 긴급 현안 질의를 열었습니다. 위험의 외주화는 안된다, 대책을 마련하라는 주문을 쏟아냈습니다.
[정유섭/자유한국당 의원 : "반복적으로 하청 사고 안 나도록 대처를 강구해야지..."]
[김삼화/바른미래당 의원 : "적정 용역비 산정이 제대로 안 돼서 이렇게 하청업체 직원들한테 (혼자서 하게 했는지)..."]
다음주 초부터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한 여야. 국회가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을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할지, 여론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74521.html
발전소 외주화 ‘30년 폭주’, 노동자 안전 팽개쳤다 (한겨레, 이지혜 기자, 2018-12-15 05:00)
한전 정규직 몫 설비 정비·운전
1980년 말에 한전 자회사로
2000년대 다시 민간업체로
“한전 땐 문제 즉각 해결됐는데 하청업체에선 예산 탓 대처 느려”
“일감 배로 늘었지만 인원 그대로”
작업강도 세지니 산재 뒤따라
2013년 정비물량 입찰 의무화 뒤 하청노동자 운명도 덩달아 휘청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 죽음의 이면에는 ‘외주화’(아웃소싱)가 있다. 죽음의 이유를 짚으려면, 지난 30년간 진행된 한국전력공사(한전) 외주화의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김씨가 맡았던 발전소 설비 정비·운전 업무는 애초 한전 정규직들의 몫이었다. 1980년대 말에 한전 자회사, 2000년대 다시 민간업체로 그 업무와 사람이 떠밀려 갔다.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하청업체에 관련 업무를 맡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은 점점 열악해졌다. 현재 발전 5개사의 설비 정비·운전 업무는 한전 자회사인 한전케이피에스(KPS)와 민간 하청업체 9곳이 나눠 맡고 있다.
“한전에서 일할 때는 기술 문제를 보고하면 즉각 해결됐는데 하청업체로 온 뒤에는 대처가 항상 느려요. 계약에 정해진 예산 제약 때문이래요. 지금은 문제 제기하면 ‘앞으로 계약 어려워진다’는 소리가 대번에 나와요.”
경남 고성의 삼천포발전소에서 일하는 26년 경력의 노동자 박아무개씨는 1992년 한전에 입사했다. 숨진 김용균씨처럼 컨베이어벨트 운전원으로 일했다. 한전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했지만, 5년 뒤인 1997년 박씨는 한전의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로 일방적으로 전적되었다. 한국산업경제연구원이 한전에 대해 경영진단을 벌여 “단계적인 민영화가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놓은 뒤에, 한전은 설비 정비·운전 업무를 차례로 회사 외부로 빼냈다. 박씨가 근무하는 한전산업개발은 100% 한전 자회사로 출발했으나 2003년 민영화되었다.
외주화는 인력 부족과 안전 문제를 불렀다. 박씨는 지난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전에 재직할 때 1호기뿐이던 삼천포발전소가 이제 4호기까지 늘었다. 일감은 배로 늘었지만 근무 인원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작업 강도가 세지니 산업재해는 필연적이다. 남성화 한국발전산업노조 사무처장은 “원청의 재산인 설비를 정비해 전기를 만드는 생산과정에 참여하는데도 주력업무와 비주력업무로 나눠 관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민영화가 가속화됐다. 1999년 ‘전력산업구조개편 기본계획’에 따라 한전은 자회사 형태로 5개 발전사를 만들었다. 이들 자회사는 다시 업무의 일부를 떼어 손자회사를 만들었다. 자회사와 손자회사 지분은 조금씩 민간으로 넘어갔다. 2013년 정부는 민간 설비운전업체의 경쟁력을 키운다며 정비물량 일부에 대한 경쟁 입찰을 의무화했다. 사업을 따내기 위해 김용균씨가 일했던 한국발전기술과 같은 하청업체들은 2~3년마다 경쟁한다. 하청 노동자들의 운명은 입찰 결과에 따라 휘청였다.
강원도 영동발전소에서 일하는 김경래(40)씨는 2013년 계약직으로 한국발전산업에 입사했지만 이듬해 회사가 입찰에서 떨어졌다. “입사할 때는 1년 뒤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는데, 회사가 ‘6개월 계약 연장’과 ‘삼천포발전소 전보’를 제안했다.” 고향을 떠날 수 없던 김씨는 영동발전소 입찰을 따낸 다른 민간 하청업체로 옮겼다. 그 회사는 김용균씨가 일하던 한국발전기술이었다. 김경래씨는 월 200만원 남짓을 번다. 하지만 당장 2년 뒤에 회사가 입찰에서 떨어질까봐 늘 불안하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발전소 설비운전 외주화의 경우, 사실상 노무도급에 불과해 불법파견의 소지가 농후하다”며 “기본적으로 위험한 대형 설비를 갖고 있는 제조업은 하청을 맡길 수 없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058835&oaid=N1005061242
"태안발전소, 엉터리 사고 조사에 증거 없애려 '물청소'" (SBS 뉴스, 신정은 기자, 2018.12.15 06:44)
<앵커> 태안발전소가 이렇게 사고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은 것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정황이 있습니다. 사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발전소 측이 사고 현장을 물청소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신정은 기자입니다.
<기자> 고 김용균 씨는 컨베이어 벨트의 이상 소음을 확인하려고 기계 틈 사이에 몸을 넣었다는 게 시민대책위 분석입니다. 어른 한 명이 겨우 들어갈 만큼 작은 공간에서 일을 하다가 롤러에 몸이 빨려 들어가면서 사고를 당했다는 겁니다.
[고 김용균 씨 동료 : 개구부 같은 출입구인데, 이렇게 비좁은 공간이나 출입구가 이렇게 이런 형식으로 돼 있는 곳이 많습니다.]
방호 덮개 같은 안전장치도, 도와줄 동료도 없었습니다.
[김미숙/고 김용균 씨 어머니 : 위험한데 안전줄도 못 당기고, 그렇다고 잡아줄 사람도 없고…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대책위 현장조사 결과, 설사 사고 당시 컨베이어 벨트를 세울 수 있는 비상 정지 줄을 당겼어도 김 씨가 목숨을 구했을지 장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비상 정지 줄이 느슨해져서 당겨도 즉시 서지 않고 한참을 더 움직인 뒤에야 서도록 돼 있었다는 겁니다.
조직적 사고 은폐 정황도 폭로했습니다. 사고 보고서에 정작 사고 원인은 쏙 빼놓는가 하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고 현장을 물청소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대책위는 안전조치 마련 전까지 숨진 김 씨가 했던 것과 같은 작업의 전면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오늘(15일)은 광화문에서 촛불 추모제를 열어 위험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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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927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분석해 보니] 보호대상 '일하는 사람'으로 확대했지만 근기법 근로자 정의는 그대로 (매노, 이은영 기자, 2018.02.26 08:00)
김영주 장관 과거 발의한 ‘노동자 자료청구권’ 제외
정부가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보호대상을 넓히고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물론 원청과 발주자(건설)에게도 산재예방 책임을 부담시켰다. 법 사각지대에 있던 특수고용 노동자나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호권에 넣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전부개정안 목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변경하고도 “근로기준법상 정의를 그대로 두고 노동자 의무만 나열해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더욱이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016년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담긴 '노동자 자료청구권'도 제외됐다. 정부는 공청회와 간담회를 열어 다음달 21일까지 전부개정안에 대한 전문가와 노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일하는 사람' 개념 도입 혁신적이지만…
이달 9일 정부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25일 안전보건 전문가들과 노동계는 “보호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주 책임과 처벌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안”이라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노동자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는 일터 조성’은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 유지·증진"이라는 법의 목적에서 근로자를 ‘일하는 사람’으로 변경했다.
산재 사망사고 처벌도 강화했다.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한 자는 징역 1년 이상 7년 이하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법인에 대해서는 벌금 1억원 이하를 10억원 이하로 가중했다.
하지만 “위험에 노출되는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한다”는 법 개정취지와 달리 “보호 대상에서 모든 일하는 사람이 담기지 못한 데다, 일하는 사람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재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법의 목적에 ‘일하는 사람’이라는 개념이 들어온 것은 혁신적”이라면서도 “일하는 사람이 누군지에 대한 정의가 빠진 채 의무만 나열돼 있다”고 우려했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은 “보호받지 못한 특수고용 노동자와 새롭게 대두된 공유경제 노동자·플랫폼 노동자·자영업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을 보호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면서도 “법의 목적은 ‘일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지만 정의는 그대로 둠으로써 여전히 근기법상 근로자로 그 보호대상을 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 정의를 취업자 또는 종사자 개념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법원은 작업환경측정결과 공개하라는데…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노동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사업주는 노동자의 긴급대피가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이행됐다면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작성해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고, 구성성분 명칭·함유량을 비공개하려면 노동부 장관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화학물질을 다루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개별 노동자에게는 물질안전보건자료 청구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김재광 소장은 “노동자 긴급대피 조항의 ‘급박한 위험’은 그 해석이 매우 협소하다”며 “최소한 급박한 위험과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안전보건 조치가 미비할 경우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김영주 장관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발의에 참여한 화학물질의 영업비밀 남용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담긴 노동자 자료청구권이 전부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최근 법원이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상황에서 정부가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대한 노동자 청구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하는 사람으로 보호대상 확대해야”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 특수고용 노동자 중 사용자 종속성이 강한 직종과 배달앱을 이용하는 배달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가 강화된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도 산재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최명선 실장은 “원청 책임범위 확대나 발주처 책임강화 등은 진전된 내용이지만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를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자’로 제한했다”며 “건설현장의 기형적인 임대차 계약형태에 따른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발주처 책임강화도 건설공사로 한정해 화학산단·제철소·발전소 하청 산재에 대한 근본대책이 누락됐다”고 비판했다.
김재광 소장은 “보호대상을 ‘일하는 사람’으로 전면 확대해야 한다”며 “신체건강과 동시에 정신건강 보호예방도 하나의 영역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조치 규정에 ‘업무수행이나 이와 관련한 인적·물적 환경에 따른 신체적 피로 및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일터 괴롭힘을 포함한 정신건강을 저해하는 노동환경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기홍 소장은 “노동자 안전보건에 대한 철학과 목적이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며 “부족하지만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향후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2780]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환경노동위원장, 2018-03-30)
1. 대안의 제안이유
최근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가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업무수행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조직적으로 요구된 감정을 표현할 것이 요구되는 ‘감정노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장시간 감정노동으로 정신적 스트레스 및 건강장해 등의 피해를 겪는 근로자가 늘어나는 실정임.
이에 사업주로 하여금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도록 하고, 고객응대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하도록 함으로써 감정노동근로자의 건강권을 보장하려는 것임.
2. 대안의 주요내용
가. 사업주로 하여금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고객의 폭언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의무화(안 제26조의2제1항 신설).
나. 고객의 폭언등으로 인해 고객응대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의무화(안 제26조의2제2항).
다. 고객응대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안 제26조의2제2항에 따른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근로자의 요구를 이유로 해고,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금지함(안 제26조의2제3항 신설).
라. 법정형 정비차원에서 법 제67조의2의 벌금형 상한선을 현행 2천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상향조정(안 제67조의2).
마. 사업주가 안 제26조의2제3항을 위반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안 제68조제1호의2 신설).
바. 사업주가 안 제26조의2제2항의 조치를 하지 아니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제72조제3항제1호의2 신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219
말만 무성했던 '기업살인 처벌법' (매노, 박성국 논설위원, 2018.04.27 08:00)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기업살인 처벌법’을 거론했을 때 모두가 놀랐다. 서 의원 성향을 고려하면 의외의 법안 발의였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상황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여 지난 2014년 5월14일의 일이다. 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이자 새누리당 맏형을 자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국민 담화방송에 나와 악어의 눈물을 흘릴 때 서 의원도 이를 지켜봤다. 서 의원은 세월호 참사 책임자 처벌과 관련해 “사고 원인자 및 비호세력에 대해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행보가 박 전 대통령을 향한 것인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발의할 법안명은 ‘세월호 참사 참회 특별법’이었다.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관련 기업과 책임자에게 민·형사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었다. 기업살인 처벌법을 먼저 발의한 의원은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다. 김선동 전 의원은 “국회는 영국 사례를 차용한 서청원 의원의 기업살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환영했다. 기업살인법은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공통과제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기업살인 처벌법 제정은커녕 그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다. 두 의원 법안은 폐기됐다. 반면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로 인한 사망사고는 여전하다. 지난 25일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 캠페인단’ 발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5월1일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고로 6명의 노동자가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한 이들 대다수가 하청 노동자였다. 살인기업에 포함된 7개 기업 사망사고자 37명 모두 하청 노동자다. 위험작업이 외주화되면서 하청 노동자 목숨을 앗아 가는 형국이다. 중대재해임에도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원청업체 대표는 형사입건조차 되지 않는다. 검찰과 사법부는 안전담당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기업주 또는 소유주에 대한 처벌규정이 미미해서다.
산업안전보건법 23조(안전조치)에 따르면 사업주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사업주가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형법은 법인 사업주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양벌 규정에 따라 법인에 벌금형만 부과할 뿐이다. 이처럼 중대재해가 일어나도 처벌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미흡하다. 19대 국회에서 서청원 의원이 형법 개정을, 김선동 의원이 기업살인 처벌법 제정을 추진한 이유다.
기업살인 처벌법은 철 지난 법안이 아니다. 영국이 선례다. 영국 기업살인법의 핵심은 안전조치에 소홀한 기업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든 것이다. 2008년 기업살인법이 시행된 후 2011년 산재 사망사고가 25% 줄어들었다. 1명이 사망하더라도 기업주에게 최고 7억원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영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높은 벌금액수 때문이 아니다. 기업살인법 제정을 통해 인식 변화를 꾀했다. 산재사고를 범죄로 보지 않는 문화를 뜯어고쳤다.
조선업과 건설업이 해를 걸러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는 이유가 있다. 원·하청 간 다단계 하도급이 집중되는 산업이라서다. 하청 노동자들이 수난을 당하는 이유는 사고예방 사각지대에 있어서다. 원청업체는 위험작업을 하는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다. 이러니 산재 사망사고가 빈발한다.
조선업이든 건설업이든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려면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다단계 하도급을 제한하는 방안도 있지만 하청 노동자 죽음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노동계와 공동캠페인단은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기업살인 처벌법의 연장선이다. 20대 국회가 나서야 한다. 산재 사망사고도 살인이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
http://www.klsi.org/sites/default/files/field/%5B제2호_2018-2호_이슈줌인%5D%20산업안전보건법%20전부개정안%20주요%20쟁점_강태선_0.pdf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주요 쟁점 (노사연 브리프, 2018-2호, 강태선 아주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특임교수)
1. 서론
지난 2월 9일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전부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었다. 1981년 이 법이 제정된 이래 원진레이온 이황화탄소 중독 사건으로 1990년 최초의 전부개정이 있고 나서 28년만이다. 고용노동부는 3월 27일 산안법 전부개정안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보다 앞서 3월 15일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양대 노총 등 주로 시민사회단체 공동주최로 ‘산업안전보건법, 제대로 바꾸자!’라는 제하의 산안법 전부개정안 토론회를 필두로 3월 20일에는 장석춘 의원실 주관으로 ‘위험의 외주화와 균열일터 산업안전 차별해소’ 제하의 산안법 개정안 토론이 이어졌다. 경총도 4월 18일 ‘산업안전보건정책 개선 토론회’라는 명칭으로 산안법 전부개정안에 관한 논의의 장을 만들었다. 이 글에서는 위 토론회 등에서 나타난 노동계, 경영계 등 이해당사자들의 입장 차이를 주요 논점별로 간략히 정리했다. 복잡한 기술기준이 포함된 산안법의 내용을 요약하였으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입법예고안, 토론회·공청회 자료집을 참고하기 바란다.
2. 본론
가. 전부개정 필요성과 절차
산안법 전부개정 입법예고안은 고용노동부 발의 법안인데 예고일 전까지 고용노동부가 ‘일부개정’이 아닌 ‘전부개정’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일반인은 거의 없었다. 입법예고 전 정책자문위원회 산재예방보상분과위원들만 관련 개정 요지를 접할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12월∼1월 사이였다. 입법예고 전문에 왜 ‘전부개정’ 방식을 택했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 다만 정책자문위원들에게 고용노동부 실무 관계자가 법 개정 요지를 설명하면서 ‘이 법률의 가지조문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정도 언급이 전부개정 필요성에 관한 답변이었다.
노동계는 28년만의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 당일에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노동계는 관료와 소수의 전문가가 전부개정을 주도했고 노동계는 과정에서 배제되었다며 비판했다. 노동계는 역사적인 전부개정인 만큼 여론을 수렴하고 더 많은 숙의과정을 거친 후에 입법예고를 함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도 의견수렴 절차에 아쉬움을 표했으나 전부개정이라는 형식과 그 절차보다는 법안의 내용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산안법 정책분야에서 공무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일부 전문가는 전부개정은 그동안 축적된 관련 판례, 법리, 유권해석, 실무관행 등을 허물고 이해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법적 안정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신중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 법의 보호대상 ‘일하는 사람’
개정안 제1조 법의 목적에서는 보호대상을 ‘근로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변경했다. 고용노동부는 배달종사자 등 신종 플랫폼 노동유형을 보호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하여 노동계는 그 방향은 타당하나 ‘일하는 사람’의 정의가 없는 가운데 기존 ‘근로자’ 정의는 그대로인 점을 들어 실효성 없는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특고종사자의 업무형태, 재해형태 등을 종합적으로 신중히 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 회사 대표이사의 산업재해 예방에 관한 책임 강화
현행법에서는 안전보건관리의 궁극적 책임이 법인과 자연인인 공장장 또는 지점장 등 사업장을 관할하는 자에게 있고, 여러 사업장에 걸쳐 더 큰 권한을 행사하는 법인의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개정안에 따르면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매년 회사 전체의 안전보건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여 이사회에 보고해야 한다. 권한이 있는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지우는 근거규정을 마련한 것인데 이에 대하여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는 대체로 환영하였고 경영계는 별도의 논평이 없었다.
라. 유해·위험작업 도급 제한
개정안에서는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ㆍ주입ㆍ가공ㆍ가열 작업 등 현행 도급인가 대상 작업의 도급을 아예 금지하였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작업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했다.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주장하여 온 대로 ‘위험의 외주화’ 금지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찬성하면서도 외주화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급금지 확대에 대한 기준을 검토하는 기구를 만드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도급금지는 기업 간 계약체결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며 선진국에도 입법례가 없음을 들어 반대했다.
마. 도급인의 산업재해예방 책임 확대
안전ㆍ보건조치를 하여야 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도급인의 사업장,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에서 수급인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로 확대했다. 노동계는 현행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도급인 사업장의 일부 장소에 국한됨과 비교하여 진일보한 안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하여 경영계는 작업장소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적용대상 도급사업범위 및 작업장소를 규정해야 하며 수급인 근로자 보호를 위한 도급인의 안전상 지시·명령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 중대재해 발생 시 조치강화
급박한 위험에서 근로자의 긴급대피에 대하여 사업주가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했을 때 벌칙을 신설했고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 명령의 근거와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작업중지 해제와 관련하여 심의위원회 심사 등 절차를 마련했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긴급대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대표나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 작업중지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에 관한 개정안에 대하여는 작업중지가 전면작업중지가 아니라 해당 작업, 같은 사업장내 동일 작업 등으로 제한될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 발생 시라도 현행 ‘급박한 위험’이 아니라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전면작업중지인 그 부작용을 고려하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긴급대피한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한 처우 시 벌칙 신설에 대하여는 논평하지 않았다.
사. 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제출
전부개정안에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 기재 대상을 현행 모든 화학물질에서 국제기준과 같이 유해·위험한 화학물질로 한정하였고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가 양도·제공하는 경우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란 화학물질 및 화학물질을 함유한 제제의 구성성분, 안전·보건상의 취급주의 사항 등을 기재한 문서인데 현행법에서는 대상화학물질을 양도하거나 제공하는 자, 사업주가 양수인이나 근로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만 하면 되는데 개정안은 이를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제출할 의무를 신설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개정 취지에 대하여 유럽 등에서 통용되는 국제기준의 물질안전보건자료와 호환성 제고, 제조·수입자로 책임소재 명확화를 기하고자 한 것이며 제출의무를 신설한 것은 화학제품의 현황을 정부가 쉽게 파악하여 관련 정책을 합리적으로 수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는 개정안에서 현행법에서 대상화학물질에 포함된 모든 구성성분 화학물질을 물질안전보건자료에 기재하도록 한 것에서 유해·위험한 화학물질로 한정한 것에 대하여 비판적 입장을 피력했고 장관에게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출토록 한 변경에는 별도의 논평이 없었다. 경영계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제출받은 물질안전보건자료 정보 중 구성성분 등 일부를 공개하는 안에 대하여 ‘경쟁사에 회사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화학물질과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한 개정은 물질안전보건자료 중 구성성분의 명칭 및 함유량을 비공개하려는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점이다. 이에 대하여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분위기이고 경영계는 영업비밀 승인에 소용되는 시간 등의 문제를 들어 낭비적일 수 있다고 반대했다.
아. 건설공사 발주자 책임 강화
건설업 발주자 등의 책임 강화 등을 위하여 “건설공사에 관한 특례”의 장을 신설하고, 건설공사의 계획ㆍ설계ㆍ시공 단계별로 ‘발주자의 안전·보건조치’를 신설하였다. 노동계는 발주자 책임강화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발주자가 시공단계별로 유해·위험 감소대책 수립 등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벌칙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건설업에서는 건설기계와 관련된 사망사고가 많은 점을 들어 ‘임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적용범위 확대가 도급분야 조문이나 건설공사 특례 조문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건설공사에 관한 특례에 대하여 별도의 논평을 하지 않았다. 관련 전문가들은 건설공사에 관한 특례가 신설되면서 화학공장, 제철소, 발전소 등 건설업 이외 발주자에 의한 ‘유지보수공사, 교체·증축공사’ 등이 건설특례 조문만 적용됨에 따라 도급인의 의무주체가 대폭 축소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3. 결론
늘 그렇듯 이번 법률 개정안에 대하여도 노동계와 경영계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지만 이번에는 전부개정이라는 점에서 그 필요성과 절차 측면에서 노사 양측의 비판을 받고 있다. 원청 안전보건 책임강화 등 최근 몇 년간 안전보건에서 제기된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루고 있고 표면적으로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여론을 적지 않게 수용했음에도 일방통보는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전부개정은 법률 전체를 흔드는 일로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일선 근로감독관의 집행 효율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내부적인 고려도 부족해 보인다.
사실 이 전부개정안은 지난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과 산재예방정책과장의 유물로 보인다. 늘 그렇듯 잘 해야 욕만 먹는 안전보건정책 책임직에서 그들은 전부개정안이라는 대형 ‘폭탄’을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평균 임기 ‘1년 미만’의 행정직 국장이 첨단 반도체 공정의 백혈병 문제부터 타워크레인 붕괴까지 그 원인과 대책을 놓고 씨름했을 일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최근 그 자리에 처음으로 민간 전문가가 왔다. 이제 우리나라 안전보건계는 최소 3년 길게는 5년을 일할 수 있는 정책 책임자를 맞이했고 그는 이제 이 전부개정안을 화두삼아 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부디 몇 년 뒤 최초의 민간 전문가 출신의 국장이 전부개정안이 ‘폭탄’이 아니라 ‘선물’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5201474388112
[사설] 멈추지 않는 산업현장 안전사고,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한국일보, 2018.05.20 19:00)
충남 대전-당진 고속도로 교량 보수에 나섰던 작업자 4명이 19일 30m 다리 아래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거운 발전기 등 장비를 든 채 다리에서 작업 지점인 교각 쪽으로 난 작업용 철제 계단에 있던 중 계단이 무너져 내려 추락사한 것으로 보인다. 시공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계단을 다리에 고정시킨 앵커볼트가 떨어져 나간 점으로 미뤄 부실 시공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안전사고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지난 3월에는 부산 엘시티 공사장에서 외부 작업용 구조물이 200m 아래로 추락해 4명이 숨졌다. 구조물을 지탱하는 앵커가 엉성하게 연결돼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사고다. 타워크레인 붕괴는 거의 두 달에 한번 꼴로 발생해 지난해만 17명의 사망자를 냈다. 줄었다고는 해도 2016년 국내 산재 사고 사망자 숫자는 969명으로, 독일 일본 등의 2배, 3배 수준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공약했던 새 정부는 지난해 ‘중대 산업재해 예방 대책’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 대책’ 등을 내놓으며 산업현장의 외주화, 안전관리 소홀 등에 대한 감시ㆍ처벌을 강화했다. 최근에도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해 자살, 교통사고와 함께 산재 사망사고 예방을 중점 정책으로 천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업현장이 더 안전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고를 보더라도 부실공사가 여전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작업자의 사전 안전 점검이나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이 충분했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안전 우선 기조 아래 당국은 더 촘촘한 정책으로 이를 감시하고, 기업과 노동자는 낡은 작업 관행을 바꿔가는 수밖에 없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2822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범위 문제, 위험을 놓치고 있다 (매노, 김형렬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8.07.19 08:00)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개정하겠다는 고용노동부 입법예고가 있었지만, 그 이후 소식이 감감하다. 사업주·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와 시민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화학물질 관리의 변화를 만들고, 건설·서비스업 안전보건관리를 강화하는 전부개정안에 기대가 있는 만큼 노동자 안전과 건강을 지키겠다는 원칙만 생각하고 신속한 절차를 밟아 나가길 바란다. 다만 입법예고 당시 전면개정이라고 말하기에 부족했던 여러 사안에 대한 검토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중 첫 번째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범위와 관련한 문제다. 산업안전보건법 3조는 “이 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하지만 유해·위험의 정도, 사업의 종류·규모 및 사업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에는 이 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이 제외되는 업종이 상당히 많다. 위험성이 큰 화학물질을 취급하고,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화재를 진압할 때 온갖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고 무거운 장비를 들고 이동하기에 근골격계질환 위험에 시달리며 여러 안전 위험이 일상화돼 있는 소방공무원, 대중교통 이동이 많은 현장에서 미세먼지를 마시며 일해야 하는 교통경찰, 특성화고에서 자동차 정비를 가르치고 용접·도장 등을 가르치며 일상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교사, 최근 장시간 노동과 사고로 안전보건 사각지대에 놓인 사실이 확인된 집배노동자. 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없다. 이들은 직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건강위험을 평가하는 특수건강진단 대상이 아니다. 작업환경측정과 평가를 받지 않아도 되고, 안전보건교육 의무도 부여받지 않는다. 경찰서·소방서·학교·우체국이 이들의 안전보건관리를 담당하는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도 없다. 유해·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모두 면제된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 개념이 직업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포함돼도 공공행정을 한다는 이유로, 심지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직업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여러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내용을 논의하다가도 이 법에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느끼면 적용범위 확대 논의가 우선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당 주체들의 노력에서 동력을 얻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이야 어려움이 많지만 교사들은 교원단체와 노동조합이 있고, 집배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이 있고, 소방·경찰은 협의회 같은 단체가 있다. 전문가들의 주장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주체가 변화를 요구해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안전보건 문제가 주체들의 우선순위에 놓여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고용·임금 못지않게 안전보건 문제를 노동조합의 주요한 과제로 인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206314
폭염 속에 일하고 싶은 노동자는 없다 (프레시안, 김철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환경노동위원장, 2018.08.06 13:46:17)
[기고] '기업 살인법' 도입이 필요하다
역사적인 폭염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8월 2일 기준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감시체계'에 의하면 올해 279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35명이 사망했다. 온열질환의 발생현황을 보면 야외에서 2114명이 발생했고 이중 절반이상이 작업장이나 논밭이었다. 즉 야외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것이다.
일하다가 사망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7월 16일 오후 4시 21분쯤 세종시에서 보도블럭 작업을 하던 39세 노동자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이튿날 사망했다. 7월 17일 전북 전주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66세 노동자가 정신을 잃고 5m 높이에서 쓰러져 추락 사망했다.
7월 21일 오전 10시 반쯤 경북 봉화군 죽미산 정상 부근에서 풀베기작업을 하던 56세 노동자가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사망했다. 같은 날 경북 예천군에서 32세 노동자가 당일 새벽 4시부터 태양광 장비 설치 작업을 마치고 오후에 집으로 돌아가던 중 온열 질환 증세로 쓰러져 26일 사망했다.
7월 23일에는 오후 12시 50분경 충북 괴산군에서 일하던 베트남 외국인 노동자가 담배 밭에서 담뱃잎을 수확하던 중 쓰러져 사망했다. 7월 30일 오후 1시 30분경 광주광역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66세 노동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다음날 사망했다. 8월 1일에는 30세 드라마 제작 노동자가 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5일간 야외에서 76시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염 속에서 일하고 싶었던 노동자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야외작업을 해야 했던 노동자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들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올해 우리나라에 번역된 저서 <폭염 사회>에서 폭염에 의한 사망이 '사회 불평등' 문제라고 진단 내린다.
어떻게 하면 폭염에 의한 노동자 생명을 구할까
어떻게 하면 '사회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시정하고 폭염에 의한 노동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까? 쉬운 문제는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불평등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불평등하다는 미국 다음이다. 그러나 생명보다 소중하고 꼭 지켜야 하는 가치는 없기에 방법을 꼭 찾아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노동자들의 협상 능력을 높여 단체 교섭을 통해 폭염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10%인 노조가입률을 대폭 끌어올리고 실질적인 산별노조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25%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사장님들이 많은 나라가 노조에 호의적일 수 없다. 또한 국내에 70만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의 존재도 노조가입률을 올리는데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노조가입률이 높아지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외환위기 이후 형성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와 다단계 하청구조가 노노갈등을 유발하고 있어 통합 산별노조 성립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상당한 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자체 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두 번째는 노동부를 중심으로 행정서비스를 강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미 노동부에 폭염에 대비한 각종 지침이 있고, 노동부 고시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폭염을 대비하기 위한 물, 그늘, 휴식이 명문화 되어 있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폭염에 의한 노동자의 건강악화와 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우리나라는 전체 노동인구대비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 중에서도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복지와 의료분야에 비해 노동서비스의 확장은 요원하기만 하다. 새로운 정부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작년 기준 1300여명의 근로감독관과 408명의 산업안전감독관을 임기 내 두 배 이상 증원하기로 하고 작년 추경 때 800명의 추가인원을 신청했으나 실제 올해 실제 증원된 근로감독관은 240명으로 알려져 있다.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적 지도점검이 이루어져야 하는 데 현재의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나간다고 하더라도 가장 핵심적인 작업중지권이 법률로 보장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
세 번째로 작업중지권을 법률로 보장하면 어떨까? 어쩌면 기술적으로 가장 쉬운 방법으로도 보인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6조에 유해위험작업에 대한 근로시간 제한 규정이 있으나 폭염은 해당되지 않는다. 폭염을 유해위험작업으로 추가하는 것은 시행령만 개정하면 가능하므로 법률 개정보다 더 용이하다. 동법 제 26조는 작업 중지를 다루고 있다. 이 항목을 개정하여 노동자가 작업중지권을 보다 명료하게 보장하고 해당 상황에 폭염을 추가하여 법률로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을 바꾸는 것에 대한 경영자 측의 저항이 있고 상대적으로 용이한 시행령 개정도 쉽지 않다. 최저임금논란에서 보듯 법을 바꾼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후속조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법을 개정하기 전에 작업 중지 시 노동자의 임금보전이나 기업의 피해보상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나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이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집행에 있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노조가 있는 노동자들은 혜택을 받겠지만 그렇지 않은 노동자들은 혜택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자기가 고용한 노동자의 생명은 책임져야
마지막으로 '기업 살인법'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기업 살인법'은 나쁜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이라기보다는 사업주에게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동기를 만들어 주는 법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과 하청제도를 받아들였고 이에 일부 노동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방법을 잃어버렸다. 같은 맥락으로 산업안전보건서비스를 규제로 인식해 최소화시켰다.
법 개정과 관련해서 기업과 관련됐다면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명확히 해야만 개정하는 엄격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기업을 위해서 국가와 국민이 모든 것을 희생했다면 최소한 사업주는 자기가 고용한 노동자의 생명은 책임져야 한다. 물론 도입이 쉽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지지가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폭염은 예측 가능한 위험이다. 예측 가능한 위험에 노동자를 방치하는 것은 작년, 제작년 우리 국민이 광화문 광장에서 그토록 분노했던 ‘비정상’이 아닐까? 유치원 차량에 방치되어 사망한 유아 사건에 전 국민이 분노하고 슬퍼하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7건의 사망 사례로 별 다르지 않다. 덩치만 클 뿐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의 지혜를 모아 폭염 속에서 꺼져가는 노동자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
[2014812] 공중이용시설 등의 안전관리위반범죄 처벌 특별법안(이찬열의원 등 10인, 2018-08-08)
▶ 제안이유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사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일고 있으나,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및 서울 리모델링 공사장 붕괴사고 등 다중인명피해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바, 이는 다중인명피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규제체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음.
이에 공중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 등에 대한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관리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 해당 경영책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등 다중인명피해 방지를 위한 처벌 특례를 마련하려는 것임.
▶ 주요내용
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는 소유ㆍ관리하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에서 이용자 등이 생명ㆍ신체의 안전 또는 보건상 위해를 입지 않도록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지고, 이를 위하여 해당 공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정기ㆍ수시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하며, 종사자에게 안전교육ㆍ훈련을 실시하도록 함(안 제3조).
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관리 및 안전점검 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함(안 제4조).
다.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관리 등의 의무 위반죄를 범한 경우 해당 법인에게도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함(안 제5조).
라. 경영책임자 등이 해당 법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여 해당 법인 등이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 그 손해의 3배를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함(안 제6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57091.html
“잇단 산업재해 포천화력발전소, 기업 살인법 처벌을” (한겨레, 박경만 기자, 2018-08-10 14:52)
노동계 “무성의한 재발 방지책이 부른 인재”
경찰, 기계 결함·설계·안전 관리 등 조사
지난 8일 폭발사고로 노동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경기도 포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자인 지에스이앤드아르(GS E&R)에 대해 노동계가 전형적인 인재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경기북부비정규직지원센터와 민주노총 경기북부지부 등 경기북부지역 6개 노동 관련 단체는 9일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안전불감증과 무성의한 재발방지 대책이 불러온 인재”라며 ‘기업살인처벌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지원센터 등은 “2017년 9월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크레인 전복 사망사고 때 한달간 건설 중단이라는 조처만 있었을 뿐, 원청과 하청 간의 책임 공방 속에서 재발 방지 대책과 안전 대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수립됐는지 사업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며 “2017년 크레인 사고 때 강도 높은 처벌과 조사가 이뤄졌더라면 이번 사건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단체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포천석탄발전소 건설 현장은 이번 폭발사고에 앞서 지난해 9월 크레인 전복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같은해 11월 냉각탑 화재 사건, 올해 3월 건설 현장 가림막 화재 사건 등이 잇따랐다.
노동단체들은 이어 “법과 제도의 낙후함이 지에스 이앤아르의 안전불감증을 허용했다. 산재가 발생해도 원청은 책임에서 비켜가고 하청업체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다”며 ‘기업살인 처벌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수년째 국회에 계류중인 ‘기업살인 처벌법’은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투자하게 하고, 이를 어기면 기업 경영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지난 8일 오전 8시48분께 포천시 신북면 신평리 장자산업단지 석탄화력발전소 점검 작업 중 분진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 협력업체 직원 김아무개(46)씨가 숨지고 정아무개(56)씨 등 4명이 다쳤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기계적 결함이나 설계상 문제가 있었는지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이 발전소가 본격가동을 앞두고 막바지 설비 점검 작업 중 사고가 난 만큼 안전 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도 수사중이다.
경찰은 9일 낮 12시부터 약 2시간 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등 7개 기관과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현장 감식은 점검에 투입된 노동자가 지하에 들어가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 조절 밸브를 조작하자마자 폭발이 발생했다는 진술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저장된 석탄 분진을 발전소로 이동시키기 위한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된 곳이다.
http://www.nocutnews.co.kr/news/5016883
대전 택배 물류센터 대학생 감전사…정치권 “청년상속제, 기업살인법” 촉구 (대전CBS 고형석 기자, 2018-08-17 19:39)
“책임자 처벌, 철저한 진상규명, 대책마련 하라”
대전CBS가 단독보도한 대전 택배 물류센터 감전 사고와 관련해 정치권이 일제히 청년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지키는 '청년 사회 상속제' 입법과 노동자의 산재 사고에 기업이 확실히 책임지도록 하는 '기업살인법' 등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의당 청년본부는 17일 논평을 내고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 게 죄송해 찜통더위에 힘든 물류센터 알바로 도움이 되려 했던 고인의 모습이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이라며 "아르바이트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와 안전한 환경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산재 사고를 확실히 책임지도록 하는 기업살인법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고와 관련해서는 "위험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어떤 안전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안전점검은 이뤄졌으며 사고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입장만 취하고 있는 회사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과 노동청은 경위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번 사고의 원인이 회사의 미비한 안전조치 때문이 아닌지 밝혀내고 이에 합당한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대전시당도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물류센터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던 청년이 자신의 안전을 지킬 방법을 교육받지 못해 결국 참담한 사고로 이어졌다"며 "하지만 사측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지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이번 물류센터에서 일어난 사고는 청년들의 젊음을 소모하고 다급함으로 몰아가는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참사"라며 "청년들이 젊음을 소모 당하는 사회를 지속하지 않기 위해 청년 사회상속제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청년 사회상속제는 지난 대선 당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공약했던 안이다. 매년 20세가 되는 청년들 가운데 1000만 원 이상을 상속 또는 증여받은 청년을 제외하고 정부의 상속·증여세 세입예산을 공평하게 나눠주자는 제도다.
민주평화당도 김형구 부대변인 구두 논평을 통해 "이번 사고가 열악한 작업 환경과 관리 소홀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중당 대전시당도 성명을 통해 "물류센터 원청인 CJ대한통운은 유족 앞에 사죄하고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의 죽음에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전 4시 10분쯤 대전시 대덕구 문평동의 한 택배 물류센터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대학교 2학년 김모(23) 씨는 의식 불명 상태로 치료를 받다가 사고 10일 만인 지난 16일 끝내 숨졌다.
마무리 작업을 하며 주변을 치우던 김 씨는 굽혔던 허리를 펴는 과정에서 기둥에 몸이 닿으면서 감전 사고를 당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김씨가 사고를 당한 장소를 중심으로 부분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뒤 특별 감독에 나섰다. 경찰도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사건을 조사 중이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8/08/22/0200000000AKR20180822154700065.HTML
정동영 "산재 사망 줄이기위해 '기업살인법' 당론 추진할 것"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2018/08/22 17:52)
인천남동공단 화재 사망자 유족들 만나 다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22일 "'기업살인법' 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그게 영영 못 돌아올 길을 떠난 화재 사망자 9명에게 속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시 남동구 길병원 장례식장에 있는 남동공단 세일전자 화재 유가족들을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기업살인법은 제대로 된 안전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 산재 사망에 책임이 있는 기업을 처벌하는 법으로 현재 영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1년에 산재 사망자가 1천800명이고 하루 평균 5명이 산재로 숨지고 있다"며 "정치인으로서 제천 참사 때도 밀양 참사 때도 똑같은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살인법을 정부 발의로 제정해 공장, 기업, 공공기업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그래야 산재 사망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화재로 숨진 김모(34)씨의 할머니는 정 대표의 손을 잡고 "우리 손주가 회사(세일전자) 다닌 지 이제 1년 됐다"며 믿기지 않는 손주의 죽음을 하소연했다. 다른 유족들도 비슷한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http://www.baby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954
[오빛나라의 LAW칼럼] 산재와 다단계 하도급, ‘위험의 외주화’ (베이비타임즈, 법률사무소 인정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2018.09.17 13:07)
최근 삼성전자의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 저장 탱크와 연결된 배관이 터지면서 이산화탄소가 누출되어 20대 노동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가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삼성의 진정한 사과는 위험의 외주화 중단”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강조했다.
위험의 외주화란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업체가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면서 업무상 위험이 하청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현상을 말한다.
원청업체가 외주화, 즉 하도급을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비용절감인데, 다수의 하청업체들은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 저가의 하도급대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하청업체는 적정 수준에 미치지 않는 하도급대금에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안전시설 설치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게 되고, 하청 노동자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원청 업체가 여러 차례 하도급을 거치면서 하청업체라는 완충막을 통해 산업재해에 따른 책임 또한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작업환경은 더욱 위험하고 열악해진다. 결국 수차례 다단계 하도급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에서 제일 약하고 힘없는 노동자에게 산재 위험이 고스란히 전가되는 것이다.
산업재해에 있어서 ‘위험의 외주화’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문제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는 것이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지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악습은 여전히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2016년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다가 열차에 치어 사망한 19세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역시 하청 소속이었고, 6명의 사망자가 나온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와 4명의 노동자가 숨진 STX 조선해양폭발사고의 희생자 역시 하청 노동자였다.
안타깝고 참혹한 대형 산업재해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산재사고의 피해자가 하청 소속인 것은 단순 우연으로 겹친 것이 아니다.
2007년부터 2017년 9월까지 10년간 조선업에서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79.3%는 하청 노동자였다. 건설업의 경우, 2014년에서 2016년 9월까지 발생한 산재 사망자 중 하청노동자의 비율은 98.1%라고 한다.
또한, 2015년 주요업종별 30개 기업 중대재해 사상자 현황을 보면 산재 사망 노동자의 95%가 하청노동자였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의 산재사망자 중 하청노동자는 86.5%였고, 중대재해에 따른 부상자 중 하청노동자 비율 또한 85.5%에 달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의 산재 관련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원, 하청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건설시장은 중층적인 하도급 구조를 가지고 있다. 건설공사의 일괄하도급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건설공사의 재하도급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일괄하도급은 하도급에 따라 발생하는 부실시공 등을 방지하여 발주자를 보호하고, 시공이 아니라 수주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건설업자의 양산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이다.
이를 위반한 경우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영업정지를 명하거나 하도급금액의 30/100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입찰참가자격이 1년간 제한된다.
그렇지만 실제로 건설공사는 불법적인 하도급이 만연하다. 위법한 행위를 했을 때의 이익과 손실을 비교 형량하여 손실의 무게가 더 무거울 때, 위법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지만 현행 구조 하에서는 불법일지라도 하도급을 할 유인이 크다.
발주자-도급자-하도급자-재하청-오야지-십장-일용직 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건설 일용직 노동자들은 무방비하게 산재 위험에 노출되고, 산재가 발생한 이후에도 책임주체가 특정되지 않아 배상에 어려움을 겪는다.
하청들은 재정적으로 열악해서 실질적으로 하청을 상대로 배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원청은 하청업체의 책임이라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심지어 하도급 구조에서 가장 하층단계에 있는 오야지(작업반장)나 십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하도급 구조 하에서는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원청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이윤만을 수취하는데 반하여, 실제로 땀 흘리며 일하면서 받은 임금, 즉 가장 적은 이윤을 얻은 노동자는 모순적이게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최근 일련의 대형 산재사고를 기화로 위험의 외주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정부는 2017년 8월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고 안전 관련 권한과 책임을 공정하게 배분하여 산재 사망재해를 감소하기 위해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과 발주자 등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을 의결했다.
중대 산업재해 예방대책이 제대로 시행되어 위험의 외주화의 고리를 끊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https://www.ytn.co.kr/_ln/0103_201809262325444590
'위험의 외주화'...죽음으로 내몰리는 하청노동자 (YTN 김영수 기자, 2018-09-26 23:25)
앵커: 고되고 위험한 업무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맡기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산업현장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방치대책을 내놨지만, 현장의 외면 속에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숨지는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김영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공기통을 맨 남성들이 승강기에 쓰러져 있는 부상자를 끌어냅니다. 지난 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로 두 명이 숨졌고, 한 명은 여전히 중태입니다.
[김기남 / 삼성전자 대표이사 (지난 5일) : 회사 사업장에서 불의의 사고가 발생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고를 당한 직원과 그 가족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난 2013년 삼성 화성공장에서도 그 이듬해 수원 기술연구소에서도 안타까운 희생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6명이, STX조선해양 폭발 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모두 협력업체 직원이었습니다.
[김재근 / 청년 전태일 대표 (지난 6일) : 사람의 생명이 달린 위험한 일에 아무렇지 않게 외주화를 저지르는 행태를 지속하면 이 죽음의 행렬은 그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공부문 사업장에서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희생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내 전기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 책임지는 발전 5사에서 최근 5년 동안 사고로 다치거나 숨진 300여 명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도 발전소 정비와 설비 운영 담당 5천여 명은 여전히 협력업체 직원 신분으로 위험한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위험성이 높은 작업을 직접 맡기고 책임도 강화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달라진 게 없는 겁니다.
[조성애 /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 : 공공기관의 평가가 성과 중심으로 가다 보니까 성과를 내는데 있어서는 비용을 더 적게 쓰는 게 평가를 잘 받는 방법이고 그러다 보니까 위험한 일을 자꾸 외주화하면서….]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를 바꾸는 동시에 민간이나 공공부문 할 것 없이 효율성에만 초점이 맞춰진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전형배 /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생산성과 효율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CEO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저임금과 시간에 쫓기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사고의 위험에 노출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입니다.
http://nodong.org/statement/7248963
[성명] 후퇴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를 규탄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018.10.30 11:44:58)
오늘 28년만의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원청 책임 및 산재사망 처벌강화, 화학물질 독성정보에 대한 기업의 영업비밀 남발 제한, 특수고용노동자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적용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건설업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산재사망과, 법 위반으로 인한 산재사망 기업의 형사처벌에 하한형 도입 누락 등 상당수 조항이 2월 입법예고안보다 후퇴했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도 그 실질대상이 22개 사업장에 불과한데다 예외조항이 추가되었다. 매년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2,400명이고. 건설 노동자만 600명에 달한다. 90%이상의 사업장이 법을 위반하고 기본적인 안전조치도 무시되는 현장에서 생떼 같은 목숨이 사라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그 어떤 예방대책도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는 한 무용지물인 현실에서, 재벌 대기업의 반발을 대변하는 경총, 건설협회, 전문가, 경제부처, 법무부에 휘둘려 산재사망 감소대책의 핵심 조항을 후퇴시킨 문재인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2017년 7월 “그 어떤 것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는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범 부처 합동으로 <중대산업재해 예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1월에도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2022년까지 사고성 산재사망을 절반으로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핵심적 내용 중의 하나가 불법하도급으로 인한 건설업 산재사망과, 법 위반으로 인한 산재사망 발생 시 형사처벌의 하한형 도입이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7년 이하의 징역 1억 이하의 벌금>의 법령이 있지만, 이천 냉동창고 건설노동자 40명 사망에 2,000만원 벌금 등 솜방망이 처벌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 매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업장이 90%를 넘지만, 산재사망 발생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은 평균 400만원내외에 불과하고, 구속 사업주는 전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2016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범 6,646명 중 전과자 비율은 21%에 달하고 있고, 9범도 100명 가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재사망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정부의 그 어떤 예방대책을 시행해도 기업이 안전관리에 대한 근본적 문제해결 없이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의 면피성 대책으로 이어졌다. 이미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 <형법> 등에 형사처벌의 하한형 도입 등 유사 입법례가 있고, 영국, 호주, 캐나다에는 기업 살인법이 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총은 입법예고 이후 지속적으로 공청회를 통해 보수 전문가의 입을 빌려 기업처벌강화에 반대해 왔다. 그동안 산재사망 기업 솜방망이 처벌의 집행당사자였던 법무부는 울산지검을 특별 지정하고, 산재사망 처벌 강화를 운운해 왔으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하한형 도입에 있어서는 또 다시 재벌 대기업의 입장에 서고 있다.
그 동안 중대재해가 발생한 현장마다 줄줄이 정치인들이 찾아왔다.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망사고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 홍준표, 유승민 의원이 재발방지 대책을 공언했고, 올해 발생한 세일전자 화재사망사고에도 정동영 대표가 방문해서 기업살인법 제정을 역설했다. 세월호 참사 때는 당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기업살인법 도입을 역설하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구의역 참사 때는 표창원의원이 기업살인법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고 때만 언론방송의 카메라 앞에서 회자되는 기업처벌 강화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말잔치로 끝나고 있다.
올해는 문송면 원진레이온 노동자 추모 30주기이다. 15살 문송면 노동자가 수은중독으로 사망하고, 원진레이온에서 915명이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직업병에 걸려 이제 30년이 되었고, 그동안 231명이 직업병으로 사망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은 OECD 산재사망 1위이고, 하청 비정규 노동자에게 산재사망이 집중되고 있으며, 삼성반도체 직업병, 메탄올 중독사고등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화학물질로 노동자들이 죽고 실명하고 있다.
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국회에는 수십 개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중대재해 발생 시 하한형 도입을 비롯한 기업처벌강화 법안도 여러 개가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지난 18대, 19대 국회에서도 정치권은 사고가 발생하면 유족을 찾아가고, 법안 발의로 생색내기에만 급급했을 뿐, 단 한 번의 심의도 없이 회기만료로 법안 폐기를 반복해 왔다. 도대체 언제까지 재벌 대기업의 외주화와 솜방망이 처벌로 노동자는 죽어나가고, 시민들은 철도, 지하철, 화학물질, 원전 사고로 불안에 떠는 현실이 반복되어야 하는가?
반복적인 산재사망을 끝장내기 위해 민주노총은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 정부는 대통령 공약과 정부 합동대책을 후퇴시킨 작금의 사태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국회 입법논의에서 하한형 도입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추진에 나서라.
- 경총과 건설협회등 사업주 단체는 반복적인 산재사망에 기업처벌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대한 반대를 즉각 중단하라.
- 국회는 사고 때만 반짝하는 정치 쇼를 중단하고 산재사망에 하한형 처벌 도입을 포함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즉각 통과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