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금성 비밀 지하도서관 -
“우선, 약속부터 해주셔야 겠소.”
변두리 술집으로 자리를 옮긴 세 사람은 저우양의 속삭이는 듯 한 목소리에 집중하는 표정이었다.
“말씀 계속하십시오.”
인후가 역시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저우양이 긴장된 표정으로 소곤거리며 말했다.
“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지금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겁니다.
자칫하면 내 인생은 끝장나고 우리 집안 명예도 끝입니다. 나로서는 모험인 셈인데.......”
잠시 말을 멈춘 저우양이 술잔을 들어 단숨에 마시곤 말을 이었다.
“주시겠다는 천만위안을 미리 주셔야 겠습니다. 그리고 한형을 데리고 함께 지하도서관에 들어가되 약속한
1시간을 절대 넘기면 안됩니다.
나와 함께 오전 10시 정각에 들어가서 11시에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해주실 수 있겠소?”
“아니, 천만 위안은......”
쥰이치가 먼저 말을 했지만 이내 인후가 말을 막으며 저우양을 바라보고 또박또박 말했다.
“저우양씨. 국가 공무원으로서 불법을 저지르려는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제가 원인 제공을 했으니 저 역시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따라서 방금 저우양씨가 말씀하신대로 따르겠습니다. 천만 위안은 내일 은행에 들러 찾아서 드리겠습니다.”
인후가 겸손하게 자신의 마음이 부끄럽다고 고백하자 저우양은 한결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 좋소이다. 나는 현재 일주일간 병가를 낸 상태이니 6일 후에 우리집 앞에서 만나서 함께 들어가기로
합시다.
다시한번 말하거니와.....나와함께 10시에 들어가서 11시에 나가야 합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베이징의 호텔로 돌아온 인후와 쥰이치는 천경첩을 놓아둘만한 도서관 위치를 두고 의논을 하고 있었다.
“중국의 고위 관리들이 천경첩을 중요시 취급하고 있다면 눈에 잘 띄는 장소에 두지 않음은 불문가지.....”
쥰이치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자 인후가 숙였던 고개를 들며 대꾸했다.
“그러면 정중앙의 서고들 보다 구석진 곳부터 훑을까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그리고 표지가 굉장히 오래되고 낡은 인상을 주는 책들부터 집중해서 살펴보고.....”
“1시간 안에 찾을 수 있을까요?”
“조상들이 도와주면 찾을 수 있을 것이고......운명에 맡겨야겠지”
준이치가 무심코 내뱉은‘운명’이란 소리에 인후는 이상하게 오늘따라 거부감을 느끼며 표정이 굳어졌다.
“운명이라고요? 글쎄요. 이번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자금성 지하도서관이 어느정도 크기인지 또 서적들은 얼마나 있는지 최대한 생각을 정리한 후에 나의 직관이
정해주는 방향을 따라 집중해서 살펴봐야 할 듯합니다.”
“그래. 그리고 도서관들이 그렇듯이 책을 집필한 작가의 성씨나 책의 제목 첫 글자를 따서 같은 책끼리 구분을
해두지 않았을까? 천지조화경첩은 최치원이 기록했으니 겉표지에 그의 이름이 있을 것이고 또는 天자가
들어가는 서고를 집중해서 살펴보면 될 것이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최씨 성과 천자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생각입니다.
따라서 운명에 맡기기보다는 오로지 제 직관에 따라서 주어진 1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입니다.”
인후의 다부진 표정과 말투를 본 쥰이치는 갑자기 마음이 잔잔해짐을 느끼며 인후를 가만히 끌어안고 낮게
말했다.“
“그래. 인후야......운명보다는 너의 직관을 믿겠다.
하늘이 보살펴준다면 1시간도 많은 것이다. 지금 나의 직감은 네가 성공할 것이라고 말해주는구나.”
**6일 후. 저우양의 집 앞 **
“자. 준이치씨는 시내에서 따로 기다려 주시고 한 형은 저와 갑시다.”
“네. 고맙습니다 저우양씨.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내가 관상을 좀 봅니다. 한형은 신뢰의 기운이 느껴지는 붉은 용의 관상입니다.
그래서 내가 수락을 한 것이고요. 좀 속된 말로 말하면 이 기회에 나도 한 몫 잡고 공무원은 사표를 내고
신선들의 계곡으로 이사를 가서 평생 책이나 읽고 글을 쓰며 살 생각에 결심을 한 것이죠.”
저우양의 낡은 자동차는 시내를 가로지르며 천천히 나아갔다. 매케한 공기에 창문을 닫은 인후는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신선들의 계곡이요? 그런 곳이 있나요?”
“아. 있고 말고요. 이 드넓은 중국 땅에 그런 곳인들 없을 리가 있겠소? 허허”
“갑자기 그 곳이 어디인지 궁금해 지는군요”
인후가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하자 저우양도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혹시 샹그릴라 라고 아시는지요?”
인후는 시침을 떼고 고개를 갸우뚱 했다.
“샹그릴라? 금시초문 인데요”
“그런 곳이 있소이다. 중국 땅에서 제일가는 천하절경에 아직도 때묻지 않은 신비로운 땅이죠.
호도협 계곡을 따라 3킬로 정도 가면 내가 봐둔 곳이 있는데 거기다 초막이나 짓고 평생 책이나 쓰며 살
생각이지요.”
“그렇군요. 한국의 무릉원같은 곳인가 봅니다.”
“한국의 무릉원? 그곳은 또 어떤 곳이오?”
이번엔 거꾸로 저우양이 호기심 서린 얼굴로 인후를 보며 물었다.
“고려인삼으로 유명한 곳을 아십니까?”
“호오, 알다마다요. 거긴 충남 금산이라는 곳 아닌가요?”
“하하하 맞습니다 맞고요. 하지만 무릉원은 금산에서 약간 밑쪽에 있는 전라북도 진안군 주천면이라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운일암반일암 이라는 절경의 계곡이 있고 좀 더 들어가보면 가히 신선들이 사는 마을로도
손색이 없는 10여 가구의 조용한 마을이 나오는데요.
모두 타향에서 살다가 그곳으로 들어와서 황토집 만들고 낮엔 농사를 하고 밤엔 글을 쓰는데 모든 사람들이
문학인들입니다. 소설가, 수필가에 시인도 있고.......”
“호오,,저런저런...... 마을 이름이 무릉원이란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솔거의 무릉도원경에 나오는 풍경과 비슷하다 해서 마을 이름을 아예 무릉원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저도 몇 번 가보았는데 가히 무릉원으로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조용한 마을이고 경치도 빼어났습니다.”
“으음......계곡도 있고 신선들이 사는 마을이라......평소 제가 생각해둔 그런 마을과 일치하는군요.
제가 언젠가 한국으로 놀러가면 한형이 안내 좀 해주시겠소?”
“당연히 제가 안내를 해드려야죠. 책 때문에 이렇게 저우양씨와 인연이 된 것도 보통 인연은 아니잖습니까?”
“그도 그렇군요 허헛.....”
저우양의 자동차는 어느덧 천안문 광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주차장에는 이미 자동차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한형. 조금도 긴장하지 말고 무조건 내 뒤만 따라서 오십시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지요?”
“그럼요. 걱정 마십시오. 조금만치도 누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우양씨가 시키는대로만 할 것입니다.”
인후의 잔잔하고 편한 목소리에 적이 마음이 놓인 저우양은 자동차를 주차시키고 힘주어 말했다.
“좋소. 갑시다!”
정각 10시가 되자 저우양의 뒤를 따라 지하 도서관에 들어선 인후는 도서관 크기가 상상했던 것보다 크진 않자
호흡을 들이마시며 구석부터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하 도서관은 특유의 시큼한 먼지냄새와 나무 냄새가 뒤섞여 묘한 여운을 느끼게 해주었다
인후는 준비해 간 돋보기 안경을 착용하고 나침반을 꺼내들었다.
나침반이 북서쪽을 가리키는 곳으로 인후는 주저없이 발걸음을 떼었다.
하늘의 도가 한 치 없이 돌아간다면 천경첩은 우리 조상들의 고향인 북서쪽에 자리하고 있을 거라는 인후의
직관에 의한 것이었다.
북서쪽, 타클라마칸 위의 천산산맥을 지나 드넓은 초원의 향기를 마시며 지내던 우리 조상들이 점점 동쪽으로
이주해갔을 것이라고 생각한 인후이기에 북서쪽부터 파고들은 까닭이었다.
인후는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히 천부경을 암송하며 인후 특유의 직관을 따라 서책들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옛 서적들이라 먼지가 잔뜩 쌓여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먼지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저우양이 얼마나 정성들여 지켜왔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서책들은 작가 명이나 첫 글자 제목대로 분류해 놓지 않았던지 그냥 마구 섞여있는 상태였다.
순간 난감했지만 인후는 마음 속의 시간을 차단하고 日千千日의 마음이 되어 북서쪽 맨 구석에 위치한
서고들부터 눈이 뚫어져라며 훑기 시작했다.
저우양은 서고를 정리하는 척 하며 인후의 행동을 예의주시 하고 있었다.
11시가 되면 인후를 밖으로 내보내고 자신은 며칠 후 사표를 내고 샹그릴라 호도협 계곡으로 이사를 갈
생각이었다.
어김없이 자금성 지하도서관의 벽시계는 채칵채칵 움직이며 고요한 정적을 깨트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시계바늘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구나 생각하며 저우양은 고갤 들어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10시 44분.....
그때였다.
인후가 아주 낡은 서책 한 권을 손에 들고 저우양에게로 다가오더니 머릴 끄덕거렸다.
저우양은 알았다는 표시로 함께 머릴 끄덕이고는 인후가 서책을 가방에 넣자 바로 비상구 쪽으로 안내했다.
“한형, 잘 가시오. 두 번 다신 만나지 맙시다”
“저우양씨 고맙습니다. 그러나 저우양씨가 한국으로 오시면 또 만나야 하는데요”
“그 땐 그 때고.....”
저우양이 게면쩍은 얼굴을 하자 인후는 싱긋 미소를 지어보이며 저우양과 악수를 나눈 후 비상구 계단을
올라와 준이치가 기다리는 주자창쪽으로 걸었다.
예상외로 일찍 나타난 인후를 본 쥰이치가 놀란 얼굴을 하자 인후가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자 비로소 쥰이치가 긴장이 풀렸는지 자동차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쥰이치상. 이젠 중국을 떠나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인후의 밝고 힘찬 목소리에 쥰이치의 눈가가 빨개지고 있었다.
“일단 호텔로 갑시다. 그리고 짐을 챙긴 후 다른 호텔로 가고 오늘 밤은 천경첩을 살펴본 후,
내일 한국으로 갑시다.”
“오오......성공했구나. 성공했어!!”
“그렇습니다 쥰이치상. 하늘이 도와줘서 천경첩이 눈에 보였습니다.”
“오! 하늘이시여...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쥰이치가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던지 인후를 끌어 안고 눈물을 쏱았다.
인후도 감동했던지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문득 고갤 들어 하늘을 본 인후는 오늘따라 북경에 뜬 햇살이
포근하고 따뜻하다는 걸 느꼈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베이징 호텔로 향했다.자동차 소리에 놀란 비둘기들이 푸드덕거리며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자유! 자유란 이처럼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인후는 다시한번 천부경을 암송하였다.
그렇게도 막혀있던 베이징의 도로가 오늘따라 시원하게 뚫려있었다.
그렇지만 인후는 서둘지 않고 평소의 마음으로 되돌아와서 한국으로 돌아가서 할 일들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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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 연재가 좀 늦었지요?
쥣쌔끼가 드디어 가막소로 들어갔었죠
그 기쁨이 얼마나 컸던지 눈물을 쏱으며 몇 날 며칠을 술로 보냈네요^^;;;
하지만 적폐의 무리들을 소탕하는 건 지금부터가 시작이죠
아직도 문통령께서는 갈길이 멉니다
우리 깨어있는 시민들은 언제나 한결같이 문통 지지를 중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노짱께서 죽어 한 개 밀알로 썩으셨다면
이제 우리 국민들을 배부르게 해줄 밀알로 틔워내는 분이 바로 문통이시죠
자위매국당의 소멸, 그리고 국민들을 개 돼지로 아는 기득권 재벌들의 불법 또한 반드시
처벌받고야 말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가 뿌려둔 것들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존재들 입니다
악의 씨앗은 악으로.....
선의 씨앗은 선으로......
다시 찾아온 이 봄날,
부족한 제 카페에 자주 들러주시고 재미없는 글들이지만 계속 읽어주세효^^;;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