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비전동에 가는 날,
일찍 집을 나서서 미리내에 들렀다.
현관에서 기다리는 언니를 태워 근처 맛집을 찾아갔다.
둘이서 맛있는 돼지갈비를 3인분이나 해치우고 갈빗집 잔디 마당을 걸었다.
저수지가 보이는 마당 끝 정자에서 뽑아온 커피를 마시며 돌아가신 엄마 얘기도 하고,
언니의 새 보금자리가 된 미리내의 생활 얘기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벚꽃이 지기 시작하는 4월의 중반,
모처럼 미세먼지가 없어 하늘도 맑고 바람도 잔잔하다.
오랜만에 나들이인지라 마음도 밝고, 햇볕도 따듯하다.
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 법, 강의 시각이 예정되어 있어서
언니를 바래다주고 혼자 돌아오려니 마음이 짠하다.
한편으론 미루고 있던 일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볍기도 하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찾아가서 맛있는 밥도 사주고 성지 안에서 같이 산책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모든 여건이 내게 달렸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부디 언니의 건강 상태가 오늘처럼만 유지되면 좋겠고, 앞으로는 이런 소소한 행복에 의미를 두고 살면 좋겠다.
마지막 사진 두 장은 강의 끝내고 집으로 오는 길에 의왕시 하우현 성당에 들러서 찍었다.
오늘의 소망을 간절히 기도드리려는 마음에서 오는 길에 있는 어느 성당에라도 들르고 싶었는데,
마침 하우현 성당이 생각났다.
노을 지는 성당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으나, 아쉽게도 저녁 미사가 없다고 해서 청계 성당을 찾아갔다.
아, 청계 성당도 저녁 미사가 없었다.
다시 근처 성당의 미사 시간을 검색하니, 인덕원 성당에 저녁 미사가 있었다.
그 성당은 전에 10회? 정도 강의한 적이 있어 구조를 잘 안다.
바로 최적의 공간을 찾아 차를 주차하고, 대성당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미사 시간 십 분 전이다.
전에는 제대 전면이 어둡고 칙칙했는데, 흰 벽면으로 리모델링해서 성당이 전체적으로 밝아졌다.
내 마음도 밝아서 그랬는지, 보좌신부님의 강론 말씀도 맑고 곱다.
가는 성당마다 미사가 없어 실망하다가, 세 번째로 찾아온 성당인데. 참 잘 찾아왔다.
그만큼 간절한 기도로 드리는 미사, 그것이야말로 거룩한 날에 잘 맞는 '거룩한 쉼'이 아닐까 한다.
일을 안 하고 몸을 쉬어야 '쉼'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며 몸을 움직이느냐가 '쉼'의 의미를 결정한다.
그래선지 온종일 여러 군데(서울~안성~평택~의왕~서울)를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 일을 하였으나,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집에 와서도 힘이 남아도는 것 같았으니, 종일 은총 속에 있었다는 뜻이 아닐까.
주일에, 선한 의지를 갖추고, 선한 일을 행하는 동안이야말로 '참된 안식의 상태'가 아닐까.
안식일의 주인은 바로 '예수님, 그리고 그분의 뜻을 따르고 있는 나'일 것이다.
주님, 언제나 처럼 오늘도 감사합니다.
저의 발길을 늘 당신의 뜻에 맡기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