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명:산토끼꽃 ◆학명:Scablosa mansenensis
국화가 지천인 가을산에서 들국화와는 전혀 다른 특별한 색깔과 특별한 모양의 꽃으로 우리를 반기는 꽃이 있다. 우리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꽃을 보러 산을 다니다 처음 우연히 이 꽃을 대하고 나면 마치 약초를 캐는 이들이 '심봤다 소리칠 때의 심정처럼 참 특별하고 아름다운 꽃을 만난 반가움과 감격에 사로잡히곤 하는데, 이 꽃의 이름이 바로 솔체꽃이다. 더욱이 솔체꽃은 아주 깊은 산의 높은 곳에 살면서도 숲이 우거져 볕이 적은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까닭에 만나는 일이 그리 용이하지 않아 더욱 반가운지 모르겠다. 건봉산과 같은 민통선지역에 군사도로변이나 한라산 영실로 올라가는 길목에 쏟아지는 가을볕속에서 꽃을 피워낸 솔체꽃을 본 기억이 난다. 솔체꽃은 일반적으로 이년초라고 알려져 있는데 여러해살이풀로 말하기도 한다. 이는 꽃이 달렸던 줄기는 꽃이 피면 바로 죽고 꽃이 피지 않았던 줄기는 뿌리가 그대로 남아 이듬해 꽃을 피워내기 때문일 것이다. 솔체꽃은 다 자라면 키는 무릎높이쯤 자라고 줄기 끝에 아기 주먹만한 연한 보라빛의 꽃송이를 매어다는데 그 빛깔이 가을 하늘과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꽃은 한 송이의 꽃이 아닌 수십개의 작은 꽃들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고, 더욱 자세히 보면 바깥쪽 꽃과 안쪽 꽃의 모양도 다르고 한 꽃에서도 꽃잎의 크기와 모양이 모두 달라 참 재미있다. 솔체꽃이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이 개성있는 꽃잎들 때문이 아닐까. 잎은 깃털처럼 그러나 불규칙하게 깊게 갈라져 있어 개성을 더하는데, 이렇게 갈라지지 않은 것을'체꽃'이라고 하고 잎에 털이 없는 것은 '민둥체 꽃', 꽃받침에 가시 같은 침이 긴 것을 '구름체 꽃' 이라고 한다. 어떻게 솔체꽃이 되었는지 그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이밖에 남분화, 고려국화. 산승더꺼나물, 산라복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운다. 또 이 종류 식물을 총칭하는 속명 스키비오사(Scabiosa)는 옴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이속식물의 하나가 옴 등의 피부병 치료에 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장병, 폐렴, 설사, 두통 등에 처방한다는 기록이 있고 꽃말린 것을 다른 약재와 함께 기관지천식에 쓰기도 한단다. 그밖에 산채라고 부르며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산증'이라고 부르며 쪄 먹기도 하고 찹쌀가루와 섞어 찐 후 퉈겨먹기도 했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꽃 모양이 독특하고 개화기가 가을이어서 야생화소재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종자를 파종하여 번식해야 하고 물빠짐이 잘 되는 볕이 드는 곳이 좋다. 서양 솔체꽃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져 오는데, 옛날 어느 마을에 양치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어느 해인가 그 마을에는 전염병이 돌아 온 마을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었고. 소년은 약초를 구하기 위해 산에 올라갔다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다 눈을 떴는데 예쁜 요정이 약초를 주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다. 요정은 소년을 사모하게 되어 약초를 모아 나누어주어 온 마을 사람들을 다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얼마 후 소년은 그 약초덕분에 목숨을 구한 마을의 예쁜 아가씨와 결혼을 하게 되었고 요정은 너무나 깊은 슬픔에 그만 죽고 말았다. 이를 불쌍히 여긴 신은 요정을 예쁜 꽃으로 피어나게 했는데 바로 솔체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꽃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라고 한다. |